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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의 끝(2) (61/170)

튜토리얼의 끝(2)

튜토리얼의 끝(2)

전쟁이 시작되었다.

최후의 16인에 이르기 위한 첫 번째 전쟁이.

푸륵! 푸르르륵!!

생존의 전장 [중앙]에는, 기병대의 깃발을 장착한 전설의 기병대를 선두로, 영웅 발키리와 영웅 히드라가 좌우에 서 있었다.

“구오오오!!”

영웅 히드라가 장착한 ‘용병대장의 추천서’는 히드라에게 ‘전사’ 특성을 부여했다. 그리고 ‘피닉스의 심장’은 끝없이 샘솟는 체력을 가지게 해주었다.

‘수호자의 검’과 ‘영웅의 검’을 장착한 영웅 발키리는 파괴적인 공격력을 가지고 있었다. 전설의 소드마스터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았다.

“반드시 악을 처단하겠습니다.”

[왼쪽]에는 오우거-타투스와 듀라한-듀크가 서서 몽둥이와 도끼로 땅바닥을 내리쳤다. 콰앙! 콰앙!

“우워어어어!!”

전설의 그리즐리베어는 두 괴물 뒤에서 조용히 이빨을 드러냈다.

[오른쪽]에는 방패전사-드라움과 전설의 성직자, 창병-쿠훌린과 전설의 소드마스터가 2열종대로 서 있었다.

‘수호자의 갑옷’과 ‘수호자의 방패’를 장착한 방패전사-드라움은 샌드백을 넘어선 궁극의 샌드백이었다.

“나만 믿으라고!!”

‘발키리의 날개’와 공격 범위를 늘려주는 ‘기병대의 창’을 장착한 전설의 소드마스터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적을 주시했다.

무작위로 한 명의 챔피언을 3~30초 동안 이탈시키는 오즈의 바람은 창병-쿠훌린이 끼고 있었다.

“전쟁이다아아아!!!”

전사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지금까지 수없이 쌓아온 승리라는 경험에서 나온 자신감이었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위대한 룬의 힘이 우리를 환하게 비추고, 적들에게는 악몽을 안겨 주리라.”

전사들의 사기를 곤두박질치게 만드는 무시무시한 저주가 밀물처럼 들이닥쳤다.

“이, 이런?!!”

전사들은 손과 발이 무거워지고, 활활 샘솟던 기운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것을 느꼈다.

“크으윽···!!”

저주 다음으로 항거할 수 없는 바람이 불어 닥쳤다.

무지막지한 바람의 파도는, 기병대의 깃발마저도 벽까지 날려버렸다.

“이, 이 바람은 대체?!”

순식간에 진형이 무너진 전사들은 당황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우르르르콰과과과광!!!

하늘이 거칠게 울부짖더니, 거대하고 거대한 우레가 떨어지는 게 아닌가?

무지막지한 우레에 집어 삼켜진 전사들은 비명조차도 지르지 못하고 새까맣게 타버렸다.

털썩.

방패전사-드라움과 창병-쿠훌린과 전설의 성직자가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

“으···어어···어억···?!”

전설의 소드마스터는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했지만, 뒤이어 터진 폭발에 휩쓸려 그만 목숨을 잃고 말았다.

“저, 전진···!!!”

전설의 기병대가 박차를 가하며 전진했다. 그 옆으로 발키리와 히드라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적들을 향해서 살의를 불태웠다.

“워어어어어어어!!”

오우거-타투스와 듀라한-듀크도 움직였다. 녀석들은 잔뜩 성이 나서 누구든 걸리면 찢어발길 작정이었다.

휘오오오오오오!!

성난 전사들을 막아서는 장애물이 있었다. 그것은 생존의 전장을 뒤덮을 정도로 큰 폭풍이었다.

“제···기랄···!!”

거대한 폭풍은 전사들의 발걸음을 너무나도 무겁게 만들었고, 오직 전설의 기병대만이 그 폭풍을 뚫을 수 있었다.

“킥킥킥!! 만나서, 반가워 친구!!”

“오! 이만 헤어질 시간이야!!”

폭풍을 뚫고 나온 전설의 기병대를 기다리고 있던 건 마법사들이 아니었다. 황금 냄새를 기막히게 잘 맡는 하이에나들이었다.

“캬캬캬~!!”

녀석들의 곁에는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 듬직한 드래곤이 서 있었다.

“푸오오오오오오!!!”

드래곤의 입에서 세상의 종말을 알리는 파멸의 불꽃이 쏟아져 나왔다.

천재지변이라고 일컬어지는 화산폭발처럼 시뻘겋고 시커먼 악마의 숨결이었다.

“······?!”

전설의 기병대는 용의 분노를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녹아내렸다.

그리고 그 범위에 속해 있던 영웅 히드라와 영웅 발키리의 몸도 반쯤 녹아내렸다.

“구···어···어어···어···!!”

“시, 신이시여···!!”

비명과 절규가 부둥켜안았다.

끔찍한 죽음을 집행하는 사령술사는 그 비명과 절망을 환영하며 악몽을 전장에 불러냈다.

“그워어어어!!”

악몽은 하나가 아니었다.

죽어버린 전사들의 숫자만큼 나타났다.

퍼어어엉!!

전장을 뒤흔드는 폭발이 또다시 일어났다. 하늘을 찢어발기는 천둥소리도 울려 퍼졌다.

“하하하하하!!”

생과 사가 뒤섞인 전장과는 어울리지 않는 유쾌한 웃음소리도 들려왔다.

천진난만한 꼬마 아이의 웃음소리도 들리는 듯했다.

“우워!! 워어어어어!!”

오우거-타투스가 가슴을 미친 듯이 두들기며 포효했지만, 타투스의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타투스는 그래도 멈추지 않고 전진했다. 몽둥이의 손잡이에는 피가 가득했다.

“죽어라, 괴물아!!”

오우거-타투스의 죽음을 바라는 목소리와 함께 폭발이 일어났다.

거대한 폭발은 오우거-타투스를 한입에 집어삼키며 하늘 높이 솟구쳐 올랐다.

“우어···어······.”

오우거-타투스의 눈동자에서 빛이 사라졌다.

쿠우웅.

빛을 잃은 몸뚱이가 바닥에 쓰러졌다. 그리고 타투스의 죽음을 좀먹은 좀비가 태어났다.

“구워어어어···!!”

영웅 히드라와 영웅 발키리는 자신들에게 달려드는 좀비들을 처단하며, 길을 뚫으려고 애썼다.

“추악한, 자들이···!!”

하지만 좀비들은 끈질기고 단단했으며, 어느새 일곱 마리로 늘어나 있었다.

그 탓에 길을 뚫고 싶어도 뚫을 수가 없었다.

“빛의 심판이···!”

영웅 발키리의 검에 빛이 맺히는 것과 동시에 하늘에서 우레가 떨어졌다.

우르르르콰과과과광!!

우레는 진정한 심판이었다.

“신···께서······.”

영웅 발키리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고, 발키리의 몸이 잿빛으로 변하더니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악을 심판하던 검은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렸다.

스아아아···.

“구오오···오···오···!!”

피닉스의 심장을 가진 영웅 히드라는 가까스로 죽음의 손아귀에서 벗어났다.

두근두근!! 활활 타오르는 피닉스의 심장은 새까맣게 타버린 히드라의 육체를 빠르게 재생시켰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사라져라!!”

전장의 끝에서 날아온 강력한 마법화살이 영웅 히드라의 발밑에서 폭발을 일으켰다.

뒤이어 화염 덩어리가 날아왔고, 하이에나들의 검과 화살이 가슴에 꽂혔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화살들도 날아와 푸부부북! 꽂혔다.

히드라의 몸은 순식간에 고슴도치로 변했다.

“구···오···오···!!”

외침은 끝까지 타오르는 전투 의지가 아니라 죽음을 두려워하는 절규였다.

“소멸하라.”

더없이 거룩한 목소리가 조용하면서도 힘차게 퍼져나갔다. 우레는 종말을 고했다.

파츠츠파츠츠츠.

우레에 새까맣게 타버린 히드라는, 그것이 히드라라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였다.

“이런, 죽어버렸잖아?”

“약골 같으니라고.”

하이에나들은 히드라의 죽음을 비웃었다.

그리고···.

발키리의 날개를 통해서 부활한 전설의 소드마스터가 일격(一擊)을 휘둘렀다.

서걱!!

기병대의 창으로 인해 공격 범위가 늘어난 검은, 뭉쳐 있던 아홉 마리의 좀비들을 모두 베어버렸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전설의 소드마스터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용감하게 달려갔다. 몸을 속박하던 바람과 룬의 저주로부터 자유로워진 몸은 무척 가벼웠다.

그러나 그것은 용기가 아니라 만용이었다.

“사라져라.”

만용의 대가는 죽음이었다.

“웃기···?!!”

전설의 소드마스터는 죽음과 맞서 싸우려고 했으나, 죽음 앞에서 자신이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지를 깨달아야만 했다.

파츠츠츠츠츠츠······.

그렇게 전사들의 전쟁이 끝났다.

“킥! 무슨 놀이도 아니고. 너무 시시하잖아?”

“켁! 그러게 말이야.”

하오란은 자신의 패배를 상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최후의 16인 중에서도 당당히 1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오란의 미친 운빨을 생각해보면 거만하기는 해도 근거가 없는 생각은 아니었다.

그런데 튜토리얼(29-1)에서 패배했다. 그것도 일방적으로 당해서, 전쟁이라고 부를 수조차도 없었다.

그야말로 압살당했다.

[튜토리얼(29-1) 결과]

[1위: 이상현(100)│1승, 0패]

[2위: 에드워드(29)│1승, 0패]

[3위: 미셸(25)│1승, 0패]

[4위: 김인식(14)│1승, 0패]

[5위: 릐천(24)│0승, 1패]

[6위: 하오란(20)│0승, 1패]

[7위: 모한다스(19)│0승, 1패]

[8위: 로버트(15)│0승, 1패]

“이···럴···수가······.”

하오란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결과에 딱딱하게 얼어붙었다. 숨을 쉬는 것조차 잊어버렸다.

패배는 그 정도로 충격적이었으며, 저걸 이길 수 있을까? 하는 굴욕적인 생각에까지 닿았다.

“이이익···!!”

중국 굴지의 재벌가에서 태어나 모든 것을 거머쥐었던 하오란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는 일이었다.

이길 수 있을까? 이길 수 있을까···? 내가 패배를 인정했다고? 이 하오란이···!!

부들부들!! 하오란은 씻을 수 없는 굴욕과 치욕으로 몸을 떨었다. 핏줄이 선 눈은 활활 타올랐으며, 이상현에 대한 살의가 가득했다.

“이···상···현. 이상혀어어어어언!!”

하오란은 자신에게 씻을 수 없는 영원한 치욕을 안겨준 이상현에게 복수를 다짐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하오란의 복수는 이루어질 수 있을까?

그것은 두고 볼 일이었다.

[12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튜토리얼(29-2)이 시작됩니다.]

[1번 이상현(100)│2번 로버트(15)]

[3번 모한다스(19)│8번 김인식(14)]

[4번 미셸(25)│7번 에드워드(29)]

[6번 릐천(24)│5번 하오란(20)]

[전투 시작]

자신의 죽음을 예상할 수 있을까?

자신이 죽을 것이라고 상상할 수 있을까?

보통은 불가능할 것이다.

자신의 죽음을 예상하다니? 점쟁이조차도 자기 앞날을 모르는데, 그게 가당키나 하겠는가?

그러나 ‘로버트’는 자신의 죽음을 예상했다.

가까스로 튜토리얼(28)을 통과했을 때, 그리고 튜토리얼(29-1)에서 패배했을 때.

쓸쓸한 죽음을 예상했다.

“후우~.”

은은한 담뱃불은 포근한 연기를 쏘아 올리며, 하얀 그림자를 만들었다. 로버트의 모습이 아지랑이처럼 구불구불 흔들렸다.

맛있는 저녁 식사를 마치고 소파에 기대어 쉬는 것처럼 무척이나 평온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후~.”

도넛 모양의 담배 연기가 앞으로 나아가며 커지더니 이내 흐릿해졌다. 뒤늦게 나타난 배는 갈 곳을 잃고 앞으로 나아가다가 똑같이 사라졌다.

로버트는 담배가 얼마나 남아있는지, 얼마나 타들어갔는 지 조용히 확인했다.

“이게 마지막인가?”

차분한 목소리에는 많은 것들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많은 것들을 내려놓은 상태였다.

너무 많이 담아서 흘러넘쳤다고 표현해도 틀린 표현은 아닐 것이다.

“짧네.”

담배는 긴 것 같으면서도 짧았다. 아무리 길어도 몇 분이 고작이었다.

로버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담뱃갑을 들여다보았고, 텅 빈 담뱃갑은 쓸쓸하고 허무했다.

하지만 구깃구깃 구기지는 않았다. 그냥 그대로 뒷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자, 그럼···.”

로버트는 담배를 한 모금 깊게 빨아들이고는 후우우! 하고 내뱉었다.

타고 남은 담뱃재가 떨어졌다.

“······.”

로버트는 담배를 버리고 전장을 바라보았다.

전장에서는,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끝까지 맞서 싸우는 용감한 전사들이 있었다.

“물러서지 마라!! 공격해라!!”

로버트는 또다시 담뱃갑을 확인했다.

그러나 담배는 없었다.

조금 전에 버린 게 마지막이었다.

“아쉽네.”

로버트는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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