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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전략은? (75/170)

두 번째 전략은?

두 번째 전략은?

훌륭한 계산으로 9전사 러쉬를 성공시켰지만, 허점이 없는 건 아니었다.

만약 무토가 6성 마귀를 사용하지 않고 팔았다면, 그리하여 악마 조합에 필요한 아이템을 다수 획득했다면 훨씬 힘든 싸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악마의 성배가 독이 든 성배가 되었지만, 그때라도 6성 마귀를 포기했다면, 이야기가 또 달라지지 않았을까?

뭐, 다 끝난 마당에 이런 생각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만.

복기는 반드시 해야 한다. 그래야 실수를 줄일 수 있고, 전략의 허점을 찾아낼 수 있으니까.

“······.”

그나저나 다음 승부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튜토리얼 보상이 없어서 진검승부를 펼쳐야 하는데···.

어떤 전략을 써야 할까?

700포인트를 벌었으니 조커 카드를 한 번 해볼까? 밑져야 본전이라고, 운이 좋으면 4성이나 5성 챔피언이 뽑힐 수도 있으니까.

으음.

역시 그건 아닌 것 같다.

애초에 조커 카드는 내 스타일이 아니다.

그리고 운에 의존하는 방식은 위험하다. 운에만 의존하다가는 언제 어느 때 운에 버려질지 모른다.

운이라는 녀석은 그 누구보다 철저해서, 반갑게 대할 때는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 반갑게 대하지만, 매몰차게 내칠 때는 그 누구보다 냉정하고 악랄하게 내친다.

그러니까···.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다음에 어떻게 할지 생각하고 있었어.”

현재 나는 신하영과 함께 있다.

함께 무엇을 하고 있느냐면, 100인치 TV로 비디오 게임을 하고 있다. 새하얀 도깨비불과 망각의 숲이라는 몽환적인 게임을.

이곳에서는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문화콘텐츠가 존재해서 다 해볼 수 있다.

딱하나 예외가 있다면 그건 오토체스류 게임이다. 오토체스류 게임만은 할 수가 없다. 금지되어 있다.

신하영이 나를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

“이겼으니까 조금은 긴장을 푸는 게 좋지 않을까요?”

내가 너무 긴장했던 것일까?

어쩌면 나도 모르게 긴장했을지도 모른다. 내 목숨을 넘어서 인류의 운명이 걸려 있으니까.

나는 크게 한숨을 내쉰 다음에 대답했다.

“···확실히 그러는 게 좋겠네. 물론 너무 긴장을 푸는 것도 좋지 않겠지만 말이야.”

“모의게임이라도 같이 해볼래요?”

“모의게임?”

“네. 티켓을 두 장 남겨뒀거든요. 각자 하나씩 쓰면 함께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해보지는 않았지만.”

“함께라···.”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신하영과 함께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모의게임을 같이 할 수 있어?”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시스템에게 물어보았고, 시스템이 대답해주었다.

[네, 가능합니다. 모의게임 티켓 한 장을 든 플레이어가 초대하고 싶은 플레이어의 손을 잡으면 모의게임을 함께 진행할 수 있습니다.]

지금···.

뭐라고?

지금 뭐라고 했지?

“잠깐만!! 지금 뭐라고?!”

“왜 그래요?”

“다시 한번 말해봐!!”

나는 깜짝 놀라서 목소리를 높였다.

나의 물음에 시스템은 조금 전과 똑같은 대답을 내놓았다.

모의게임 티켓 ‘한 장’만 있으면 모의게임을 함께 할 수 있다는 말을 말이다.

“모의게임···. 모의게임은 혼자서 하는 게 아니었어!!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거였다고!!”

“네?! 그게 정말이에요? 그, 그렇다면···!!”

한가롭게 게임 따위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한시라도 빨리 이 사실을 알려서···. 모의게임 티켓이 한 장이라도 남아있기를 바라야 한다.

“얼른 가자!!”

나는 급한 마음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사람들이 있는 곳을 향해서···.

“일단 바지부터 입어요!!”

이상현의 말에 자리를 지키고 있던 13명의 플레이어는 눈을 깜빡였다.

왜냐하면 모의게임을 다른 플레이어들과 함께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의게임을 다른 플레이어와 함께할 수 있다고?

‘적’이었던 다른 플레이어와??

다른 플레이어와···???

“···그게 사실입니까?”

“예, 방금 확인했습니다. 시스템에게 물어봤는데, 티켓을 든 플레이어가 초대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혹시 모의게임 티켓이 남아있는 분이 있으십니까?”

“제게 있어요.”

한 사람이 걸어 나왔다.

그녀의 이름은 엘리자베스였다.

엘리자베스가 이상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만약을 대비해서 아껴뒀던 건데···.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한 번 확인해보죠.”

엘리자베스는 이상현이 확인한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 모의게임 티켓을 들고 주변의 사람들과 손을 잡았다.

“시작할게요.”

“예.”

티켓을 든 엘리자베스가 모의게임을 실행했다.

그러자 자신을 포함한 여덟 명과 함께 모의게임장으로 이동했다.

남은 사람들은 경악했다.

“이, 이럴 수가···.”

“진짜로 되다니···.”

“처음부터 함께 할 수 있었다면 티켓을 왜 순위대로 나눠준 거지? 도대체 무슨 이유로···?”

“···우리를 속이기 위해서겠지. 지금까지 적이었던 우리를 속이기 위해서.”

“···당했군.”

“맞아, 이거 팀 게임이었지. 빌어먹을···! 그걸 왜 생각하지 못했지? 멍청하게.”

“아무래도 혼자서 하는 것보다···. 여럿이서 함께 하는 게 더 낫겠지?”

“그걸 말이라고 하냐? 인공지능 따위는 도움이 안 돼. 너도 해봤을 거 아니야? 걔들은 이지모드야.”

사람들은 진심으로 허탈해했다. 이상현은 간절한 마음을 담아서 물어보았다.

“혹시···. 모의게임 티켓이 남아있는 분은 없습니까? 있다면 솔직하게 말씀해주십시오.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상현의 물음에 사람들은 고개를 저었다.

“···정말 없습니까?”

“···남아있을 리가 없잖습니까. 벌써 다 써버렸죠.”

“······.”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사람들은 ‘자신’을 위해서 모의게임 티켓을 다 써버린 뒤였다.

뭐, 그래도 신하영에게 모의게임 티켓이 두 장 남아있으니, 지구의 승률을 1% 정도는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조금 더 일찍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신하영은 진심으로 안타까워했다.

이상현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어쩔 수 없잖아. 그때는 전부 적이었으니까.”

“···그랬죠.”

이상현의 말대로 전부 적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밟고 올라서야 하는 적.

지금도 하나의 팀이면서 적이다.

GM이 무심코 중얼거린 말이 사실이라면 최종 결승행 티켓은 8장 밖에 없으니까.

“그래도 두 번은 할 수 있으니까 다행이네요.”

“불행 중 다행이네.”

이것을 두고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여하튼 이러한 발견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는···.

지켜볼 일이다.

[···서버 13279처럼 플레이어들이 모여서 모의게임을 하는 곳이 있나?]

죽음의 신의 물음에 시스템이 대답했다.

[현재까지는 단 한 곳도 없습니다. 서버 13279만이 유일하게 ‘팀’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군.]

죽음의 신의 눈빛은 매우 싸늘했다.

이때 등 뒤에서 누군가가 나타났다. 두 사람은 생명의 신과 땅의 신이었다.

[또 혼자서 궁상떨고 있냐? 그쯤하고 포기하는 게 어때? 저 녀석은 죽여도 죽지 않는 놈이야. 그리고 너 완전히 관음증 환자 같아.]

[쯧쯧쯧. 명색이 죽음의 신이라는 놈이···. 그렇게 할 짓이 없어서야.]

[뭐, 이상현이라는 인간이 대단하기는 하더라. 튜토리얼에서 1등을 한 것도 모자라, 1차 예선전에서도 1등을 했으니까. 심지어 팀 게임이라는 것도 알아냈잖아.]

[동굴 문지기처럼 생긴 놈이 정말 대단하지.]

[아주아주 대단해.]

[···꺼져라.]

죽음의 신은 최대한 감정을 억누르고 두 사람을 밀쳐냈다. 물론 두 사람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내가 지금까지 알아낸 사실에 의하면, 네가 이상현을 싫어하는 만큼 이상현이 강해진다는 거야. 그런 의미에서 좋아해 보는 건 어때?]

[오! 그거 좋은 생각이다. 얘가 지금까지 저질러왔던 수많은 병신짓들을 생각해보면 그게 가장 괜찮아 보이니까. 난 찬성!]

죽음의 신이 빠드득! 이를 갈았지만 무시당했다.

[네가 간섭하면 할수록 꼬인다는 걸 이제 깨달아야지. 그런 의미에서 반대로 행동하는 게 어때? 이상현을 죽음으로부터 구해주는 거지.]

[···꺼져라. 내가 알아서 한다.]

[알아서 해서 잘 된 게 뭐가 있냐? 더럽게 신격만 날렸지. 너 이러다가 강등되는 거 아니니?]

[오, 강등! 핫바리가 되는 거네!]

[닥쳐!!!]

죽음의 신이 진심으로 분노했다.

그러자 생명의 신과 땅의 신이 물러섰다.

[워워워, 진정하라고.]

[우리는 네 편이니까.]

물론 표정에는 비웃음이 가득했다.

바람의 신은 이 코미디 같은 모습을 바라보며 낄낄낄~! 웃어댔다.

[하하하, 개판이네.]

혼자서 했던 모의게임과 본 게임에서도 확인했지만, 이번 게임은 시즌2가 확실하다.

질서 속성만 등장하는 STFT 시즌2.

의심의 여지가 없다.

시즌2에서 주도적인 메타는 질서와 도플갱어(언데드)를 사용한 암살자였다.

물론 아직은 암살자들의 시대가 아니다. 하지만 도플갱어라는 챔피언은 상당히 강력하다.

무조건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최소 3등 안에 든다고 말할 수 있다.

최소 3등. 획득하는 아이템에 따라 충분히 우승을 거머쥘 수 있는 순위권이다.

[가고일(★)이 합류했습니다.]

현재 나는 ‘질서’ 속성을 시험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어떤 방법으로 질서 챔피언을 모아야 하는지를 떠올리는 중이다.

시즌7에서도 사용 가능한 9전사 러쉬와는 달리 시즌2의 질서는 시즌2로 끝났기 때문이다.

그 탓에 현재 등수는 6등이며.

라이프는 54라이프다.

모의게임(1-12)이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망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뭐, 하위 챔피언의 등급을 올리지 않고 무작정 레벨 업만 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지만.

그래도 소득은 있다. 질서를 어떻게 모아야 하는지를 그럭저럭 떠올렸으니까.

[3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전투가 시작됩니다.]

이제 1레벨만 더 올리고, 용병의 구슬을 사용하면 9질서를 만들 수 있는데···.

문제는 용병의 구슬이 없다.

게다가 용병의 구슬의 중요성을 모두가 깨달은 덕분에 너나 할 것 없이 용병의 구슬부터 챙긴다.

“······.”

···이러면 완전히 말린 판이다.

뭐, 영웅의 전당에서 용병의 구슬이 나올 수도 있지만, 그곳에서 선택하기에는 아깝다. 다른 훌륭한 아이템들이 많은데 용병의 구슬을 선택하는 건 비효율적이다.

차라리 9레벨까지 레벨을 올리는 게 더 낫다. 연패로 인해 골드가 많이 쌓였으니까.

[모의게임(1-12)에서 패배했습니다.]

[라이프가 감소합니다.]

또 졌다.

사실 질서라는 조합은 복불복이다.

잘 뜨면 ‘무적’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반대로 못 뜨면 100% 확률로 망한다.

게다가 레벨을 9레벨까지 올려야 해서 골드 관리와 라이프 관리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말하자면 고수전용 조합이라고 해야 할까?

존나게 어렵다.

···역시 도플갱어로 가야 하나?

도플갱어는 그나마 쉬우니까.

물론 도플갱어도 쉬운 건 아니다. 그 이유는 언데드 조합이면서도 특수한 챔피언이라 악마 조합의 배교자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유령이 많아도 배교자가 없으면 안 나온다. 배교자는 필수다.

게다가 배교자 이외에도 그림자 조합의 쉐도우와 미스틱을 모아야 하고, 언데드가 아닌 짐승 조합을 주력으로 해야 해서 까다롭다.

뭐, 전부 초보자들만 있으니 못 모을 것도 없겠지만, 솔직히 불안하다.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모르니까.

[전투가 시작됩니다.]

흠.

역시 이렇게 머리를 굴리는 것보다는.

그때의 상황을 보는 게 제일 나을지도 모르겠다.

STFT는 아무리 좋은 조합을 찾아내도 운이 없으면 그 조합을 완성할 수 없으니까.

말하자면 임기응변 싸움이다.

그 상황을 얼마나 잘 이해하느냐, 얼마나 잘 이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싸움.

물론 8할이 운이지만, 다르게 말하자면 2할은 실력이라는 뜻이다.

상대는 초보자들이다. 험난한 튜토리얼을 거쳐서 올라왔을 게 분명하지만, 사실 튜토리얼은 게임 한 판에 지나지 않는다. 매번 다른 판이 아니라 쭉 이어져 온 한 판 말이다.

또, 우리가 그랬듯이, 모의게임도 혼자서 했을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져서는 안 되겠지.

무려 12년 경력의 베테랑이 아닌가?

세계 랭킹 1위도 해본.

STFT 고인물 중의 고인물.

물론 며칠 동안만 세계 랭킹 1위였지만.

아무튼.

초보자들에게 질 수는 없다.

[모의게임(1-13)에서 패배했습니다.]

[라이프가 감소합니다.]

“······.”

···뭐, 이번 판은 나로서도 어쩔 수 없다.

아무리 나라도 여기서 심폐소생술을 사용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우니까.

그 꺼림칙한···.

조커 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이상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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