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플갱어 조합과 2라운드 (112/170)

도플갱어 조합과 2라운드

도플갱어 조합과 2라운드

서버 13279의 플레이어들은 모의게임 티켓을 한 번에 다 써버릴 만큼 어리석지 않았다.

그래서 3차 예선전 1라운드가 한창 진행 중인 지금도 모의게임 티켓이 남아있으며, 모의게임을 진행 중이다.

서버 13279의 플레이어들은 이상현의 게임이 끝나자마자 바로 모의게임에 돌입했다. 그 이유는 이상현이 찾아낸 도플갱어를 연습해보기 위함이었다.

“아무래도 배교자인 것 같습니다.”

“배교자라···. 확실히 배교자가 새로 생긴 챔피언이었죠. 배교자 때문인 게 맞는 것 같네요.”

“그리고 유령과 쉐도우와 미스틱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도플갱어를 ‘우연히’ 발견한 이상현의 의견은 정확했다. 이상현의 말대로 배교자와 유령과 쉐도우와 미스틱이 없으니 도플갱어가 나타나지 않았다.

“과정이 굉장히 복잡해서 만들기가 어려워요. 물론 그만큼 강력하지만요.”

“뭐, 저도 운이 좋았으니까요.”

운이 좋은 것치고는 굉장히 매끄러웠지만, 말 그대로 우연이었기에 지적하는 사람은 없었다.

여하튼 이상현은 자신이 느낀 것에 대해 숨기지 않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은 도플갱어를 만들었다.

“이제 알겠네.”

“저도요.”

“오! 도플갱어!”

김원호와 김인식은 도플갱어를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야 하는지 깨달았다.

“그냥 따라 하면 되는 거였어.”

“하하하.”

두 사람은 이런저런 방법을 시도해보다가 그냥 이상현과 똑같이 하면 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다른 짓 하지 말고 이상현을 따라 하니 아주 손쉽게 도플갱어를 뽑을 수 있었다.

두 사람보다 그 사실을 일찍 깨달은 사람은 신하영이었다. 신하영은 첫판 만에 도플갱어를 뽑아서 1등을 차지했다.

“숨겨진 챔피언이라서 그런지 좋네요. 조합 시너지도 좋아서 정말 강해요.”

“짐승+암살자니까.”

비슷한 챔피언으로 하이에나 왕이 있지만, 하이에나 왕은 도플갱어와 달리 6골드 챔피언에게만 강했다. 그래서 둘은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서버 13279의 플레이어들은 도플갱어를 집중적으로 연습했고, 3차 예선전 1라운드 네 번째 게임이 되었을 때,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숙련도가 쌓였다.

“다녀올게요.”

네 번째로 나선 플레이어는 이상현과 가장 가까운 신하영이었다.

신하영의 모의게임 성적은 1위, 2위, 1위!

사람들이 기대하기에 충분했다.

신하영의 출발은 매우 산뜻했다. 챔피언 변환 버튼 한 번 만에 유령, 배교자, 악어, 리빙아머가 나왔다. 이보다 좋을 수 없는 최고의 출발이었다.

‘연습한 대로 하면 돼. 긴장할 필요는 없어.’

신하영은 급하게 하지 않았다. 작은 패배에 연연하지 않고, 골드를 모으며 착실하게 챔피언들을 모았다.

악어, 아나콘다, 쉐도우, 미스틱 등등, 도플갱어 조합을 완성할 수 있는 챔피언들을 차례대로 모으며, 레벨 업을 하고, 아이템을 획득했다.

어려운 부분은 없었다. 집중적으로 연습하기도 했고, 또 운이 따라주었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연패도 4연패로 끝났다. 그 이후에는 지거나 이기거나를 반복하며 두 번째 죽음의 던전을 맞이했다.

신하영은 두 번째 죽음의 던전에서 6레벨을 만들고, 다음 판에서 도플갱어를 뽑았다.

아이템은 도플갱어 조합에 어울리지 않는 것들을 획득했지만, 그래도 공격력을 상승시켜 주는 아이템이라서 괜찮았다.

[괴물 도플갱어(★★★)가 탄생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이야!’

첫 번째 죽음의 던전에서 획득한 황금 주머니에서 무려 97골드가 나왔기 때문에 골드의 여유가 많았다.

그래서 신하영의 도플갱어는 3성으로 시작했고, 3성 도플갱어는 강력했다.

복제 운도 따라주어서 연속 세 번이나 도플갱어가 복제되었다. 덕분에 3연승을 했으며 순위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영웅의 전당에서는 아나콘다의 허물을 획득했다.

[아나콘다의 허물]

↳해당 아이템을 장착하면 10초마다 2초씩 적의 시야에서 사라진다. 아나콘다가 장착하면 보호색(스킬)이 발동된 상태에서 공격이 가능해진다.

고급 아이템까지는 아니지만, 아나콘다의 힘을 늘려준다는 점에서 괜찮은 아이템이었다.

게다가 신하영의 아나콘다는 4성이라서 쏠쏠한 재미를 볼 수 있을 듯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괜찮은데?”

아나콘다의 허물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큰 힘을 발휘했다. 원래는 스킬(보호색)이 발동되면 기다리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못 했는데, 스킬이 발동된 상태에서 공격이 가능해지니 적을 처치하는 속도가 두 배는 빨라졌다.

“만약 5성이었으면···!”

아나콘다의 허물을 장착한 아나콘다는 도플갱어만큼이나 강력했다.

신하영은 아나콘다와 도플갱어를 앞세워 연전연승을 거두었고, 세 번째 죽음의 던전에서 10레벨을 만들었다.

골드 관리를 상당히 잘했기에 10레벨을 만들었음에도 골드에 여유가 있었다.

그 이후부터는 착실하게 챔피언들을 모으며, 도플갱어를 4성으로 만들고, 하이에나 왕과 히드라를 3성으로 만들었다.

‘이 사람만 이기면 돼!’

신하영의 적수로는 하이넨이 있었는데, 하이넨의 조합은 짐승 조합을 카운터치기 좋은 요정 조합이었다.

기본 공격 회피율이 높고 바람 속성인 요정 조합은 근거리가 많고 스킬보다는 기본 공격이 많은 짐승 조합과는 상극이었다.

그 탓에 하이넨과의 싸움에서는 상당히 고전했는데, 운이 좋게도 ‘안개 속의 무언가’가 나와서 이길 수 있었다.

[안개 속의 무언가]

↳미스틱 전용 아이템. 미스틱이 해당 아이템을 장착하면 등급이 한 단계 상승한다. 안개의 망령(스킬)이 발동될 때마다 주변으로 안개가 퍼져나간다. 안개에 갇힌 적 챔피언의 공격 회피 능력을 25% 감소시킨다. 또한, 치명적인 공격이 발생할 확률을 25% 증가시킨다.

하이넨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잡은 신하영은, 연전연승을 달리며 하이넨과의 격차를 쭉쭉 벌렸고, 네 번째 영웅의 전쟁터로 가기 전에 게임을 끝냈다.

“브이~!!”

신하영은 멋진 웃음을 선보이며 이상현에게 자랑했다.

신하영의 승리 이후, 서버 13279의 플레이어들은 도플갱어 조합만 꺼내 들었다.

다른 조합은 사용하지 않고, 오직 도플갱어 조합으로만 승부를 보았다. 그 이유는 다른 서버가 따라 할 수 없는 특수한 조합이었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통신보안이다, 자식들아!!”

김원호는 주먹을 불끈 쥐고 소리쳤다. 얼굴 곳곳에는 고소한 비웃음이 가득했다.

“저 자식이···!”

“왜 우리는 도플갱어가 안 나오는 거야?”

“분명 챔피언을 똑같이 모았는데···.”

“뭔가 특별한 게 있나 보지.”

“챔피언 창고만 보였어도···!!”

다른 서버의 플레이어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서버 13279만 도플갱어를 독점한다는 게 억울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관찰권을 사용해도 2차 예선전에서 활약한 조합만 볼 수 있을 뿐, 3차 예선전의 조합은 볼 수가 없었다.

하다못해 챔피언 상점이라도 보였다면 알아낼 수 있었겠지만, 챔피언 상점은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서버 13279의 플레이어들이 철저히 정보를 숨겼다.

그들은 그야말로 복사 붙여넣기를 한 것처럼 똑같은 플레이를 선보였다.

그 탓에 몇 번을 봐도 알아낼 수가 없었다.

“도대체 뭐지? 어떤 수를 써야 하는 거지? 도대체 어떻게 해야 도플갱어를 뽑을 수 있는 거냐고?!”

“뭔가 있어! 뭔가 있는데···. 그걸 모르겠어!!”

“이 치사한 새끼들!!”

서버 13279의 플레이어들이 도플갱어로 높은 순위를 기록할 때마다 그들의 불만은 커졌다.

서버 13279는 2위 서버와의 차이를 3게임으로 벌렸으며, 순위도 4위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다.

“저거 사기 아니야?!”

“···그건 아니야.”

이대로 간다면 서버 13279가 3차 예선전에서 우승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도플갱어 조합의 카운터랍시고 꺼내든 요정 조합이나 수호자와 질서 조합으로는 어쩌다 이길 수는 있어도, 게임에서 승리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바로 이때.

쥐와 너구리를 닮은 GM이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GM입니다!』

갑작스러운 GM의 등장.

서버 13279의 플레이어들은 바짝 긴장했다. 왜냐하면 좋은 일로 나타난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설마···.”

“아니겠지.”

아니나 다를까.

GM은 최악의 소식을 가져왔다.

『제가 이렇게 나타난 이유는 또다시 문의가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참 자주도 들어오죠?』

『현재 서버 13279가 발견한 도플갱어라는 챔피언은 결코 조작이나 버그, 사기가 아니며, 순수한 노력과 우연으로 발견한 챔피언입니다.』

『도플갱어라는 챔피언은 시즌2부터 존재했으며, 다만 아무도 발견하지도 못한 탓에 묻혀 있었을 뿐입니다.』

『참고로 이와 같은 챔피언들이 곧 추가될 예정이오니, 연구를 게을리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아무튼! 서버 13279가 발견한 도플갱어는 조작 따위가 아님을 알려드리며, 힌트를 드리자면 배교자와 관련이 있습니다. 그 이외에 다른 챔피언과도 관련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챔피언은 배교자입니다.』

『이것으로 문의해주신 사항에 대한 의문이 풀렸기를 바랍니다. 이상 GM이었습니다.』

모든 것을 알려준 것은 아니지만 배교자라는 힌트를 준 것만으로도 다른 서버가 알아낼 확률이 대폭 상승했다.

“또 이 지랄이냐.”

“도대체 어떤 새끼야?”

“고객센터는 없다면서!!”

“진짜 누구야?!”

“무슨, 우주가 나서서 방해하나?”

“지금 장난해?!”

서버 13279의 플레이어들은 거친 불만을 터트렸으나, 돌아오는 것은 없었다. GM은 그들의 항의를 무시했고 고객센터라는 것도 없었다.

“······.”

이상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담담하게 신놈들의 견제를 받아들였다.

표정에서는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여유마저 엿보였다.

‘참 더러운 놈들이라니까.’

뭐, 당연한 말이겠지만 입맛이 씁쓸했다.

[너, 미쳤냐? 돌아버린 거야?]

바람의 신은 또다시 ‘부정’을 저지른 죽음의 신을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야? 무슨 짓을 한 거냐고? 미치지 않고서야 그런 짓을······.]

흠칫!

바람의 신은 깨달았다.

죽음의 신이 미쳤다는 것을.

광기에 빠졌다는 것을.

[···미쳤구나.]

조용한 웃음소리가 퍼져나갔다. 죽음의 신은 웃고 있었다. 이 상황이 몹시 즐거운 모양인지 비웃고 있었다.

[···이상현만 죽일 수 있다면.]

[···얼마든지.]

바람의 신은 진심으로 말렸다.

[그만둬, 미친놈아. 네가 지금 저지른 짓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짓인지는 너도 잘 알고 있잖아?]

[그런데 그걸 계속하겠다고? 제정신이냐?]

바람의 신이 이렇게까지 말리는 이유는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일.

가령, 평범한 회사원이 10년 동안 열심히 일해서 1억 넘게 벌었다고 해보자.

그런데 그 돈을 아무런 이유도, 목적도, 의미도 없이 버릴 수 있을까? 하다못해 도박이라든가 비트코인이라든가 주식이라든가 하는 것에 쓰지 않고 그냥 버릴 수 있을까?

없다. 절대 없다. 그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왜냐하면 열심히 모은 소중한 돈이니까.

그런데 그런 일이 벌어졌다.

일어나고 말았다.

그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일을 죽음의 신이 벌인 것이다. 또 벌이려는 중이다.

[···상관없다. 놈을 죽일 수만 있다면.]

죽음의 신의 대답은 완고했다.

바람의 신은 아찔한 현기증을 느꼈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고작해야 인간 따위에게.]

[···네가 이렇게까지 해야 할 이유가 있어?]

바람의 신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진심으로 궁금했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한단 말인가?

[···이유 따윈 없다.]

[···그딴 건 아무래도 좋다.]

[···나는 그저.]

[···죽음을 바랄 뿐이다.]

오싹!!

[···죽음을.]

[···영원한 죽음을.]

바람의 신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공포를 느꼈다.

[···큭큭큭.]

죽음의 신은 그저 비웃을 뿐이었다.

도플갱어에 대한 비밀이 어느 정도 밝혀졌지만, 바로 따라 할 수 있는 서버는 없었다.

설령 따라 한다고 해도 숙련도 면에서는 서버 13279와 비교할 수가 없었다.

“이기고 돌아오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출전한 사람은 강무혁이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강무혁의 조합도 도플갱어 조합이었다.

강무혁은 수백, 수천 번을 해본 고수처럼 4연패를 하고, 난이도가 낮은 방에 들어가고, 레벨 업을 하고, 영웅의 전당에서 암살자에게 필요한 아이템을 얻고, 두 번째 죽음의 던전에서 6레벨을 만들어 도플갱어를 뽑았다.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운 플레이였다. 그 이후에는 지금까지 수없이 증명했듯이, 도플갱어의 강함을 뽐내며 승승장구했다.

다른 서버의 플레이어들은 어설프게 따라 하기보다는 잘하는 조합을 선택했다.

“세 번째 영웅의 전당에서 갈릴 것 같네요.”

이상현의 말대로 승부의 분기점은 세 번째 영웅의 전당이었다. 강무혁은 영웅의 전당에서 피닉스의 심장을 획득했다.

체력과 체력회복 능력이 있는 피닉스의 심장은 히드라에게 최고의 아이템이었다.

‘이상현이 그랬지. 아이템에 따라 주력을 바꿔야 한다고. 그 말이 맞아. 지금은 도플갱어보다는 히드라야.’

상황 파악 능력이 빠른 강무혁은 무리하게 도플갱어를 밀어붙이지 않고, 히드라로 방향을 선회했다.

그 결과 4성 히드라라는 엄청난 짐승을 만들어냈다.

“후후후!!”

강무혁은 4성 히드라를 앞세워 16번째 게임, 즉 마지막 게임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그 결과 서버 13279는 7승이라는 어마어마한 고지에 올라서게 되었다. 2위와의 격차는 5승에 달했다.

2위와 5승.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간단했다.

3차 예선전 1위.

바로 그것이었다.

아크는 그 꿈이 평범한 꿈이 아님을 알아차렸다.

‘암시야. 미래에 대한 암시.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그 이후에 벌어질 일을 내게 알려준 거야!’

도대체 누가 이런 꿈을 알려준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미래를 보았다는 사실이고, 그 미래에서 파멸을 맞이했다는 것이다. 영원한 파멸을.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해!’

다행스러운 점은 파멸에 대비할 시간이 주어졌다는 점일까?

하지만 대비할 시간을 벌었다고 해서 당장 뾰족한 방법이 있는 건 아니었다.

‘···생각해보자.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아크는 무거운 운명을 짊어지고 계속 생각했다. 뜨거운 사명감은 시시각각 타오르며 짧아졌다.

그리고 게임이 시작되었다.

[3차 예선전(2-1)이 시작됩니다.]

[1번 플레이어: 이상현(100)]

[2번 플레이어: 아크(100)]

[3번 플레이어: 베리알(100)]

[4번 플레이어: 크로노스(100)]

[5번 플레이어: 레오나(100)]

[6번 플레이어: 하데스(100)]

[7번 플레이어: 이레논(100)]

[8번 플레이어: 벱티스(100)]

[10, 9, 8, 7···. 2, 1]

[게임 시작]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