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종 예선전의 마지막(6) (133/170)

최종 예선전의 마지막(6)

최종 예선전의 마지막(6)

숭고한 희생을 통해서 10명의 목숨을 빼앗은 바포메트의 체력은 6만을 넘어섰다.

6성 타이탄의 체력이 4만8천이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미친 악마의 등장이었다.

“오, 불쌍한 형제여.”

바포메트는 괴물들을 그야말로 뭉개버렸다. 바퀴벌레를 뿌드득! 짓밟듯이, 아주 가뿐하게 밟아 뭉갰다.

“그대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겠소!”

바포메트의 흉기는 자비를 모르는 파괴자였다. 오우거-타투스의 나무 몽둥이와 비교해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

“오! 그대가 있었군!”

바포메트는 타투스의 등장에 오히려 기뻐했다. 잔뜩 솟아오른 입꼬리에서는 희열마저도 느껴졌다.

“크르르···. 크와아아!!”

그 모습을 본 타투스가 거칠게 나무 몽둥이를 휘두르며 바포메트에게 달려들었다.

바포메트도 흉기를 휘두르며 오우거-타투스를 공격했다.

쩍! 쩍! 콰직!

나무 몽둥이와 흉기의 대결은 근소하게나마 나무 몽둥이가 앞서는 듯했다.

하지만 아무리 때리고 때려도 바포메트는 상처 입지 않았다. 상처는커녕 즐겁다는 듯이 비웃었다.

“그게 당신의 흉기입니까? 상당히 애처롭군요!”

“크하아아악!!”

둘의 싸움은 어떻게 보면 축제 같았다.

치고, 박고, 치고, 박고.

어느 한쪽이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는···.

피의 축제.

쩍! 쩍! 콰직! 콰지직!

바포메트와 오우거-타투스는 죽을 때까지 싸웠고.

결국, 타투스의 죽음으로 끝났다.

“큭큭. 크흐흐하하!!”

바포메트는 흉기에 쓰러진 오우거-타투스의 시체를 능욕하며 섬뜩한 광기를 드러냈다.

최종 예선전(2-22)에서의 패배.

그 패배가 의미하는 바는 컸다.

오우거-타투스로는 이상현을 이기지 못한다.

그리고 괴물 조합으로는 이상현을 이길 수 없다는 게 확실해졌다.

“아직 난···!!”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해야 할까?

최종 예선전(2-23)에서 만난 상대는 (2-22)에서 싸웠던 이상현이었다.

그 탓에 또 패배했다.

쿤드라를 3성으로 만들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언데드인 바포메트에게는 공포가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벨케스트론은 쓰디쓴 패배를 삼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오우거-타투스를 뽑았음에도 이기지 못한다는 사실은···. 두 번 다시 회복할 수 없는 충격이 되었다.

“이상현······.”

벨케스트론은 절망했다.

괴물과 괴물의 싸움에서는 누가 먼저 공격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그 이유는 공포가 먼저 발동하는 쪽이 열에 아홉은 이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공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굉장히 중요한데···.

스아아악.

종말의 괴물은 그러한 기회를 완전히 차단했다.

괴물 쿤드라와 드레이크는 물론이고 오우거-타투스까지도 공포에 질려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으, 어어어···!”

그사이 아크의 괴물들은 벨케스트론의 괴물들에게 접근하여 무자비한 공격을 퍼부었다.

“킈아아아!!”

그리고 행운의 여신이 손을 들어준 쪽은 아크였다. 그 이유는 쿤드라와 맞붙은 상대가 바로 오우거-타투스였기 때문이다.

“크, 으, 으으으···!!”

종말의 괴물을 장착한 쿤드라가 무시무시한 공포를 일으킬 확률은 100%!!

오우거-타투스는 영원한 악몽에 꼼짝달싹도 하지 못했다. 나무 몽둥이를 휘두르기는커녕 비명조차도 지르지 못했다.

부들부들!!

이제 타투스가 믿을 수 있는 건 아군인 쿤드라가 자신을 구해주는 것뿐인데···.

종말의 괴물의 힘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킈···아···아···!”

부들부들!

9초마다 발동하는 종말의 공포는 너무나도 끔찍했다. 도저히 뭘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사이 아크의 괴물들은 벨케스트론의 괴물들을 물어뜯어 죽였다. 일방적인 도륙이었다.

“크···으···으···!!”

오우거-타투스가 마지막까지 버텼으나···.

끝끝내 공포를 극복하지 못하고 잡아먹혔다.

콰직!!

[최종 예선전 중간 순위]

[1위: 이상현(100)│24승, 0패]

[2위: 아크(30)│14승, 10패]

[3위: 싱클레어(19)│13승, 11패]

[4위: 이스(16)│12승, 12패]

[5위: 벨케스트론(0)│12승, 12패]

[6위: 게넨샤(0)│8승, 13패]

[7위: 하픈(0)│7승, 14패]

[8위: 퓸(0)│3승, 8패]

4골드·6성의 오우거를 뽑고도 1위는커녕 4위 안에도 들지 못한 벨케스트론은 불운아일 것이다. 모든 예선전을 통틀어서 최고의 불운아.

반대로 벨케스트론과 조합이 겹쳤음에도, 번번이 1라이프 차이로 싱클레어에게 아이템을 빼앗겼음에도, 2위를 차지한 아크는 행운아가 틀림없다.

하지만 본인은 그것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이상현이라는 ‘적’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이상현을 이길 수 있을까? 바포메트에게는 공포가 통하지 않겠지만, 다른 챔피언들에게는 통할 테니···. 배치만 잘 하면 이길 수 있을지도 몰라.’

아크의 생각은 배치를 통해서 문제를 극복하려고 했던 벨케스트론을 똑 닮아 있었다.

그래서 그 결과 또한 닮을 게 분명했다.

‘충분히 이길 수 있어!’

완전체가 된 바포메트와 만나보지 못한 아크는 덧없는 희망을 품었고. 최종 예선전(2-25)에서 그 희망이 덧없었음을 깨달았다.

“이상현······.”

아크는 이번에도.

자신이 패배했음을 뼈저리게 느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상현의 가장 큰 적은 벨케스트론도 아크도 싱클레어도 아닌 ‘이스’였다.

전사 조합을 선택한 이스.

어째서 그녀가 이상현의 가장 큰 적이 될 수 있을까? 그 이유는 간단했다.

발키리. 전사들을 이끄는 승리의 여신과 발키리의 날개를 장착한 발키리를 가지고 때문이다.

발키리의 스킬은 빛의 심판!

그리고 빛의 심판은 악마와 언데드에게 공격력×5배의 피해를 입히는 스킬이다.

그래서 5성 바포메트라도 잘못하면 터질 수가 있는데···.

이스는 최종 예선전(2-25)에서 패배했다. 그 결과 5라이프만이 남았으며, 4성 발키리를 만드는 일은 여전히 요원했다.

‘조금만 더 가면 되는데···!’

요컨대 이상현의 최대 적수가 될 수 있었던 이스가···. 알아서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게다가 죽음의 던전에서 획득한 것은 황금 주머니와 수호자의 방패가 전부였다.

‘···3위는 해야 해.’

이스는 씁쓸함을 삼켰다.

그녀에게 승리는 멀고 먼일이었다.

그리고 곧 들이닥칠 패배는···.

[3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최종 예선전(2-26)]

[상대: 아크(18)]

[잔여 라이프(5)]

[전투가 시작됩니다.]

도망칠 수 없는 현실이었다.

파괴신으로 변한 하라톤은 강력했다. 오우거-타투스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만큼 용맹했다.

“쿠워어어어!!”

콰앙! 쾅! 하라톤이 앞발을 힘껏 내리칠 때마다 바닥이 움푹 파이고 땅이 고통에 울부짖었다. 공격 하나하나가 상대를 찢어발기는 필살기였다.

“오오, 하찮은 짐승 주제에 제법이군요!”

그러나 바포메트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바포메트는 가소롭다는 듯이 낄낄낄 웃으며 하라톤의 공격을 받아냈다.

쩍! 쩍! 쩍!

바포메트의 단단하고 굵직한 흉기는 하라톤의 몸을 서서히 죽음으로 물들였다.

“쿠아아아!!”

상처 입은 짐승은 더더욱 사납게 날뛰었다. 하지만 그 끝에 기다리고 있는 건 죽음이 분명했다.

“아아! 가엽기 짝이 없구나! 그래서 짐승이겠지! 하찮은 짐승! 킥킥킥!”

바포메트의 얼굴이 웃음만큼이나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산양도 인간도 아닌 것이 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나왔다.

“자, 이만 죽어라.”

“쿠워어어···!!”

하라톤은 끝까지 저항했으나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다.

그리고 바포메트는 하라톤의 시체 위에서 악마답게 음흉한 미소를 드러냈다.

지금까지 잘 버텼던 이스가 탈락하고, 싱클레어도 탈락할 위기에 처했다.

‘아크가 이상현과 붙으면···.’

싱클레어는 부전승이라는 반전을 노렸다. 하다못해 2위라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행운의 신은 그런 요행을 허락하지 않았다.

최종 예선전(2-27)에서 만난 상대는 괴물 조합의 아크였고, 부전승으로 승리를 챙긴 것은 이상현이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은 이상현이 부전승을 가져간 것이다.

싱클레어는 분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이런 망할!!”

4성 하라톤과 3성 쿤드라의 싸움은 뜻밖에도 쿤드라의 승리로 기울어지고 있었다. 그 이유는 종말의 괴물의 힘이 짐승들을 끔찍한 공포로 물들였기 때문이다.

「크···아···아···.」

종말의 괴물의 힘은 싱클레어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치명적이었다.

군중제어기술의 힘을 50% 막아주는 태초의 왕의 힘조차도 소용이 없었다. 아니면 재수가 없던가.

“싸워, 제발 싸우라고!!”

싱클레어는 자신의 짐승들이 무력하게 쓰러지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하라톤이 쿤드라를 밀어붙인 순간도 있었지만, 괴물들에게 둘러싸이니···. 공포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공포는 영원한 악몽이자 감옥이며, 패배로 얼룩진 고통스러운 현실이었다.

“황금사자의 머리만 있었어도···! 하다못해 그때 짐승으로 바꿨다면, 그랬다면···!!”

빠드득!!

싱클레어는 미노타우로스의 도끼를 획득했을 때, 괴물 조합으로 바꾸지 않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원망했다.

왜 그때 바꾸지 않았을까? 미노타우로스의 도끼가 나왔는데, 미노타우로스의 뿔도 나왔는데.

어째서 바꾸지 않았던 것일까?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후회는 늦었다.

싱클레어는 괴성을 질렀다.

“으아아아···!!”

[패배했습니다.]

[라이프가 감소합니다.]

[잔여 라이프 0]

[0]

지금의 이 상황은 꿈에서 보았던 그 상황과 매우 흡사했다. 아무리 몸부림쳐도 이길 수 없는 적과 그 적을 이겨야 하는 무력한 자신···.

아크는 꽈드득 이를 악물었다. 꾹 움켜쥔 주먹에서는 나약한 자신에 대한 분노가 느껴졌다.

‘···포기하지 마. 포기하면 안 돼. 아무리 어려워도,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으면 반드시 길은 있어.’

다짐하고 또 다짐하지만.

마음은 갈수록 약해졌다.

왜냐하면 이상현이라는 적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

조커 카드가 보였다. 흰색과 검은색이 뒤엉켜 알 수 없는 야릇한 미소를 짓고 있는 직사각형의 카드가.

“······.”

지금 조커 카드를 뽑으면 무언가가 나올 것 같다.

이상현을 이길 수 있는 무언가가···.

하지만 그 승리의 대가로 무언가를 잃어버릴 게 분명하다.

두근두근.

아크의 심장이 위태롭게 흔들렸다.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하게 일그러졌다.

‘···한 번은 괜찮지 않을까?’

이상현은 적이다. 그러나 이상현은 ‘적’이 아니다.

적이지만 ‘적’이 아니다.

그래.

적이지만 ‘적’이 아니다.

이상현은 적이지만 ‘적’이 아니다.

진짜가 아닌 마음이 만들어낸 가짜.

가짜일 뿐이다.

그 사실이.

이길 수 없다는 절망감이.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집착이.

일그러진 마음이.

아크의 손을 이끌었다.

“······.”

아크는 손을 뻗었다.

이러면 안 된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러면 이긴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달칵.

[조커 카드(1)를 구매했습니다.]

[조커 카드의 지하 미궁에 갇혀 있던 미노타우로스-이카로스(★★★★★★)가 섬뜩한 눈을 번뜩입니다!!]

조커 카드의 대성공은, 아크에게서 후회라는 감정을 흐릿하게 만들었다.

두근두근.

최종 예선전이 끝났다.

20000개의 서버 중에서 살아남은 서버는 16개에 불과했다.

20000개에서 16개. 그 낙차는 섬뜩할 정도였다.

살아남은 16개의 서버 중에서 가장 독보적인 서버는 서버 13279 즉 지구였다.

이상현이 있는 지구가 넘버원이었다.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우승 후보 1위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리고 최고의 플레이어는 이상현이었다.

이상현은 모두가 인정하는 최고의 플레이어였다.

최종 예선전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GM이 나타나 큰 목소리로 떠들어댔다.

『예선전을 통과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제 여러분들은 자격이 있습니다. 꿈의 무대인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본선에 진출할 자격이!!』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꿈의 무대에 오를 수 있는 플레이어는 여덟 명뿐입니다.』

『거두절미하고. 지금부터 여덟 명의 대표를 선발하는 선발전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최종 예선전이 끝나기가 무섭게.

같은 서버의 플레이어들끼리 싸워야 하는 선발전이 시작되었다.

8개의 자리를 걸고.

16명이 싸우는.

선발전이.

쥐와 너구리를 닮은 GM은 차갑게 굳어버린 플레이어들을 바라보며 즐겁다는 듯이 웃었다.

『준비되셨나요?』

『그럼, 선발전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띠링~!!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본선 대표자 선발전]

[목표: 서버 대표 8인]

[목표 달성 실패: 제외]

[게임을 시작합니다.]

[게임을 시작합니다.]

[게임을 시작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