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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8강(3) (151/170)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8강(3)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8강(3)

이상현과의 자폭이 실패함으로써 승점 자판기가 된 알레카스와 르브론. 이프리트의 램프를 선택한 르브론의 상황은 알레카스보다 조금 나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이 나쁜 자식!!”

“두고 보자!!”

불행 중 다행이라면 두 번째 영웅의 전당에서 이상현을 견제했다는 점일 것이다.

알레카스는 살라만더의 위력을 높여주는 지옥불을 견제했고.

르브론은 악마의 족쇄를 견제했다.

‘비록 자폭은 못 했지만···. 견제하는 건 성공했어!’

‘이상현! 네 마음대로 날뛰지 못할 거다!’

알레카스와 르브론은 이상현을 견제했다는 것에서 큰 의미를 찾았다.

물론 이상현은 조금도 타격을 입지 않았다. 그 이유는 이상현이 선택한 아이템이 시간을 끄는데 최적화되어 있는 사막의 수호자였기 때문이다.

[사막의 수호자]

↳스핑크스 전용 아이템. 적에게 받는 피해가 30% 감소하며, 주변 2칸에 존재하는 아군의 방어력을 +60 상승시킨다.

수호자(6)가 피해를 40% 감소시킨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그리고 가고일 조각상이 30초 동안 모든 피해를 20% 감소시켜준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적어도 30초 이내에 스핑크스를 쓰러뜨릴 수 있는 챔피언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상현이 받은 피해는 없었다.

킬리언은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아이템인 수호자의 장갑을 선택했다. 공격속도를 올려주는 장갑은 짐승 조합의 힘을 더더욱 상승시켜주는 아이템이 분명했다.

물론 두 번째 영웅의 전당에서 선택하기에는 부족함이 많은 아이템이었다.

‘이런. 신하영이 견제했나? 아니면···. 처음부터 나빴나 보군. 뭐, 상관없어.’

킬리언은 침착하고 냉정하게 세 번째 죽음의 던전을 기다렸다. 왜냐하면 그곳에서 승부를 볼 작정이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게임은 한 방이니까.’

킬리언이 판단하기에.

게임은 한 방이었다.

“아, 안 돼!!”

알레카스와 르브론은 세 번째 죽음의 던전까지는 버틸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버티지 못하고 침몰했다. 레벨 업을 한 이상현과 쿠론, 김인식이 거칠게 몰아붙인 탓이었다.

“잘 가라, 멍청한 외계인 놈아!! 푸하하하!!”

쿠론은 르브론에게 주먹감자라는 지구의 역사와 전통이 가득한 세리머니를 먹이며 끝장냈다.

“······.”

쿠론과는 달리 김인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알레카스의 절규만이 울려 퍼질 뿐이었다.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8강(A조)]

[1위: 쿠론(72)│14승, 4패]

[2위: 김인식(71)│14승, 4패]

[3위: 이상현(55)│11승, 7패]

[4위: 킬리언(47)│10승, 8패]

[5위: 신하영(31)│8승, 10패]

[6위: 데카(29)│7승, 11패]

[7위: 르브론(0)│4승, 14패]

[8위: 알레카스(0)│4승, 14패]

두 명의 탈락은 서버 20000에 큰 영향을 끼쳤다.

킬리언이 분전하고 있으나 매번 이상현에게 발목을 붙잡히는 탓에 차츰차츰 라이프가 깎였다.

라이프는 어느덧 절반도 남지 않은 상태.

승부수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

킬리언이 데카를 보았다. 데카는 고개를 끄덕인 다음 죽음의 방으로 들어갔다.

원래라면 견제 역할을 맡은 신하영이 그 뒤를 따라서 죽음의 방으로 들어가야 하지만, 이상현이 고개를 저었다.

“알겠어요.”

신하영은 죽음의 방이 아닌 악마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본 킬리언이 킥킥 웃어댔다.

“조금 후에 보자고, 이상현!!”

킬리언은 이상현이 죽음의 방으로 들어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게 아니라면 신하영이 악마의 방으로 갈 리가 없으니까.

이상현은 짐승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 이유는 황금 주머니를 획득하기 위함이었다.

‘당장 필요한 건 골드야. 아이템이 아니라.’

이상현이 골드 부족을 느끼고 있는 이유는 레벨 업을 하느라고 골드를 많이 쓴 탓이었다.

어디 그것뿐인가? 데몬을 5성으로, 스핑크스를 4성으로 만드느라고 등골이 빠졌다.

그래서 이상현은 황금 주머니를 획득할 목적으로 짐승의 방에 들어갔다.

신하영을 말린 이유는 현실적으로 견제가 어렵기 때문이다. 아이템이 잘 나와봐야 2~3개인데, 그걸 무슨 수로 막겠는가? 쓸데없이 힘만 뺄 뿐이다.

잠시 후, 보스몬스터 쓰러졌다. 그리고 다섯 개의 보물이 나타났다. 이상현은 그중에서 3개를 선택할 수 있었다.

[1. 황금 주머니(1~100)]

[2. 빨간색 수수께끼 구슬]

[3. 성스러운 목걸이]

[4. 지옥불]

[5. 황금의 모래시계]

황금의 모래시계라는 아이템이 있다.

매우 전략적인 아이템으로,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사기라는 평가를 듣는다.

[황금의 모래시계]

↳한 명의 챔피언의 시간을 두 배 느리게 만들거나 두 배 빠르게 만들 수 있다.

어째서 사기라는 평가를 듣느냐? 그 이유는 간단하다. 군중제어기술(CC)의 지속 시간을 두 배로 늘리거나 반대로 줄일 수 있으며, 피닉스의 심장과 같은 체력회복 능력을 두 배로 늘리거나 반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도깨비불의 지옥의 환영 스킬도 두 배로 늘리거나 줄일 수 있으며, 지옥의 방패 효과도 두 배로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

그렇다. 44초가 아니라 22초마다 발동하게 만들 수가 있다. 자,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될까?

지옥의 파수꾼-하브는 어떻게 될까? 간단하다.

22초에 7992의 방패를, 44초에 31968의 방패를, 66초에 127872의 방패를, 88초에 511488의 방패를 만들 수 있게 된다.

44초만 지나도 사실상 무적이 되는 것이다. 그 무엇도 죽일 수 없는 무적이.

그래서 나는 황금 주머니와 지옥불과 그리고 황금의 모래시계를 선택했다.

[황금 주머니(1~100)에서 88골드가 나왔습니다.]

[지옥불을 획득했습니다.]

[황금의 모래시계를 획득했습니다.]

이런 말을 또 하게 될 줄을 몰랐지만.

이것으로 게임은 끝났다.

내 승리다.

“무슨 생각이냐, 이상현.”

어째서 이상현은 죽음의 방에 들어오지 않은 것일까?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다른 방에 들어갔단 말인가? 킬리언은 그게 참을 수 없을 만큼 궁금했다.

“···단순한 변덕은 아닐 텐데.”

하지만 당장 알아낼 방법은 없었다. 그리고 알아낸다고 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래서 킬리언은 참기 어려운 욕구를 꾹꾹 억누르며 게임에 집중했다. 긍정적으로 생각할 요소는 많았다.

“뭐, 덕분에 견제할 필요가 없어서 좋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데카? 데카??”

“······.”

데카는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킬리언은 그 모습에 재미없다는 듯이 혀를 찼다. 그러고는 다음 일에 대해 생각했다.

‘이상현의 목적은 분명해. 나도 그렇고. 그러니···. 이번에 견제할 수단을 손에 넣거나 아니면 이길 수 있는 아이템을 획득해야 해. 그게 실패하면···. 모든 게 끝이겠지.’

킬리언은 이상현을 막을 수 있는 ‘아이템’이 나오기를 바랐다. 그 아이템의 이름은 황금의 모래시계였다.

그리고 여섯 개의 아이템이 나타났다.

[1. 태초의 왕]

[2. 밀림의 왕]

[3. 영역 표시]

[4. 고대의 신]

[5. 황금의 모래시계]

[6. 발키리의 날개]

아크는 살며시 고개를 저었다.

‘저건 어쩔 수가 없어. 나라도 저렇게 했을 거야.’

전장이 아닌 바깥에서 지켜보는 제3자의 입장에서도 킬리언의 선택은 ‘합리적’이었다. 그 누구라도 저렇게 선택할 것이다. 왜냐하면 저게 옳은 선택이니까.

‘태초의 왕과 고대의 신. 짐승 조합을 선택했는데, 어찌 다른 아이템을 선택할 수 있을까? 그건 불가능해.’

킬리언의 선택은 태초의 왕과 고대의 신이었다.

짐승 챔피언의 정점인 하라톤의 등급을 상승시켜주는 아이템과 한 명의 짐승 챔피언을 괴물로 만들어주는 아이템, 그 두 가지를 선택한 것이다.

하라톤을 3성으로 만들어서 태초의 왕으로 4성을 만들고, 다른 챔피언들을 모두 팔아서 고대의 신만 강림시켜도 게임을 끝낼 수 있다.

그래. 그 정도의 아이템인데, 견제할 수 있는 아이템이 나왔다고 해서 그걸 선택할 수 있을까?

“킥킥킥! 강해지기 전에 죽여버리면 되잖아?”

킬리언은 합리적으로 생각했다. 44초가 지나기 전에 다 죽여버리면 된다고 말이다. 설령 지났다고 해도 88초가 되기 전에 게임을 끝낼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킬리언은 계획을 바꿔 황금의 모래시계가 아닌 태초의 왕과 고대의 신을 선택했다.

“···나라도 저렇게 했겠지.”

무토도 네메시스도 킬리언의 선택을 부정하지 못했다. 오히려 이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했다.

당장 하라톤은 없지만, 4성 혹은 5성을 만들면···. 땅 속성으로 복제마저 된다면 그때는 정말 모르는 일이니까.

“···지켜봐야겠군.”

과연 킬리언의 엇갈린 선택은 어떤 결과를 불러올 것인가? 플레이어들은 조용히 그 결과를 기다렸다.

죽음은 이전보다 가까워진 숨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제는 손만 뻗으면 닿을 듯했다.

물론 여전히 닿지 않고, 공허하게 휘저을 뿐이지만 가까워진 것은 분명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죽음은 숨소리가 더 가까워지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희망하고, 소망하고, 꿈꾸고, 갈망했다.

[어서 빨리···.]

[올라와라.]

갈망의 색깔은 죽음처럼 새빨갰다.

죽음이 기다리는 것은 이상현이었다.

[큭. 큭큭.]

[큭큭큭.]

“크흐흐. 크하하하! 덤벼라, 어리석은 짐승들아! 마음껏 덤벼라! 덤벼서 죽어라!!”

지옥 파수꾼-하브의 웃음소리가 전장에 울려 퍼졌다. 짐승들은 뒤에서 철저히 ‘보호’받고 있는 주제에 떠들어대는 하브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공격하기에는 너무 멀었다. 당장 눈앞에 있는 스핑크스를 쓰러뜨리는 것조차도 벅찼다.

“크아아앙!”

스핑크스는 그야말로 철옹성이었다. 세 마리의 짐승이 집중공격을 퍼붓고 있는데도 쓰러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저건 못 죽여! 절대 못 죽인다고!”

“다른 놈을 찾아야 해!”

비열한 하이에나들도 그나마 만만한 리빙아머를 공격했다. 물론 수호자인 리빙아머도 단단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악마이자 수호자인 케르베로스조차도 단단했으며, 가고일과 황금사자는 죽기는 할까? 싶었다.

설상가상으로 복제된 챔피언이 스핑크스였다. 두 마리의 스핑크스는 무적이었다.

“난, 왕이란 말이다!!”

물론 짐승들도 만만치 않았다. 수호자가 아닌 이프리트와 살라만더와 드래곤을 갈기갈기 찢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질질 끌렸고, 어느덧 44초가 넘어갔다.

“자, 보아라, 나의 이 흉악한 방패를! 이젠 그 누구도 나를 죽일 수 없다!!”

44초. 그 시간이 갖는 의미는 컸다. 왜냐하면 지옥 파수꾼-하브의 방패를 뚫는 게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래, 불가능해졌다.

이제 짐승들의 피를 모두 쏟아부어도 지옥의 방패는 부서지지 않는다! 무적, 무적이 된 것이다!!

“푸하하하!!”

웃음이 나왔다.

왜? 운명의 신이 장난을 부려서.

짓궂은 장난으로 운명을 농락해서.

그래서 킬리언은 실컷 웃었다.

“하, 하하! 하하하! 이런 식으로 나왔단 말이지? 절대 거부할 수 없는 것을 선택하게 만들어놓고, 그것을 선택하지 않았으니 죽으란 말이지? 푸하하하!!”

이상현이 황금의 모래시계를 획득한 게 분명했다. 그게 아니라면 22초마다 지옥의 방패가 강해질 리가 없으니까.

“정말이지···. 우습군, 우스워. 설마, 이상현이 황금의 모래시계를 획득했을 줄이야.”

같은 아이템이.

죽음의 던전에서 두 개씩이나 나올 줄이야.

상상조차도 못한 일에 킬리언은 입술을 일그러뜨렸다. 할 수만 있다면 머리를 부숴버려서라도 되돌리고 싶었다.

“우연일까? 아니면 조작일까?”

합리적인 의심이 피어났다. 위쪽의 누군가가···. 이상현이 승리하도록 조작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정황상 그럴듯했다.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타이밍 좋게 황금의 모래시계가 나올 리가 없으니까.

그리고 황금의 모래시계를 선택하지 못하도록 태초의 왕과 고대의 신이 나올 리가 없으니까.

“그것도 아니라면···. 운명인가.”

지독한 운명이 이상현을 결승전으로 끌어당기고 있는 게 아닐까? 킬리언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운명이라.”

킬리언은 히죽 쓴웃음을 지었다.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아는 법이지. 그래. 22초 안에 지옥 파수꾼을 쓰러뜨릴 수 있으면···. 내가 이긴다. 아무렴! 운명 따위가 있을 것 같아? 내가 선택한 거야. 내 선택이라고. 황금의 모래시계를 선택하지 않은 건 나야. 운명 따위가 아니라!!”

이상현에게도 그리고 자신에게도 황금의 모래시계가 나왔다. 그리고 합리적인 판단에 따라 선택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래, 선택의 결과일 뿐이다.

말하자면 그게 전부다.

운명이니 뭐니 하는 게 아니라.

그래서 킬리언은 이길 수 있다고 믿었다.

“이상혀어어어언!!!”

킬리언의 얼굴이.

행복한 악마처럼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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