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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D (167/170)

END

END

“나는, 나는, 질 수 없어···! 져서는 안 된단 말이다! 반드시 이겨야 해! 이겨야 한다고! 이겨서, 이겨서 우리를, 모두를 구원해야 한단 말이다!! 그게 내 운명이라고···!!”

아크의 절규가 영웅의 전쟁터에 메아리쳤다.

아무래도 아크는 미쳐버린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승리를 구걸할 수는 없을 테니까.

“······.”

이상현은 그런 아크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추잡하다고 비난하지도, 미쳤냐고 쏘아붙이지도, 한심하다고 나무라지도, 그리고 동정하지도 않았다. STFT 플레이어답게 단호히 잘라냈다.

그러자 아크가 눈물을 흘렸다.

“너는, 너는 모를 거다! 이것이 끝난 다음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는지···! 어떤 적이 숨어 있는지···!! 그래서 난, 난 이겨야 한단 말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겨야 해! 이기지 못하면···. 나뿐만 아니라 너희들까지도 멸망한단 말이다···!!”

아크는 자신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이상현이 원망스러웠다.

어째서 진심을 알아주지 못하는 것일까?

어째서 진실을 외면하는 것일까?

아크는 이상현이 한심하고 어리석어서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죽여버리고 싶었다.

“이상현···! 이상혀어언···!! 이상혀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언···!!”

그러나 절규는 공허했다.

그 누구도 들어주지 않는 투정이었으며.

패배자의 후회였다.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결승전(3-30)에서 승리했습니다.]

[넥타르의 플레이어 아크의 라이프가 모두 소멸하였습니다. 더는 적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모든 적을 물리쳤습니다!]

[승리했습니다!]

[승리했습니다!]

······.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결승전 결과]

[1차전: 서버11111(승)]

[2차전: 서버13279(승)]

[3차전: 서버13279(승)]

[최종 승자: 서버13279]

드디어 게임이 끝났다.

튜토리얼에서부터 시작되었던 길고 긴 죽음의 게임이.

이곳에서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이겼다아아!!”

“우리가 이겼어!!”

“우승이야!!”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에서 우승했다고!!”

“우와아아아아아!!”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몇몇은 눈물을 흘렸으며, 주저앉아서 엉엉엉 기쁨을 느끼는 사람도 있었다.

이 순간만큼은 모두가 하나였다. 한 사람처럼 진심으로 기뻐하며 행복해했다.

이로써 모든 게 끝났다.

승리라는 가장 값진 결과로 이야기를 끝맺은 것이다.

이제 지구는 구원받을 것이며.

튜토리얼에서 죽임을 당했던 사람들도 되살아날 것이다.

그러면 지구는···.

다시 원래의 모습을 되찾을 것이다.

유니버스 STFT가 집어삼키기 전의 모습으로 말이다.

바로 이때.

『이런, 이런! 아직 게임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긴장부터 푸시면 어떻게 하나요?』

『정신 똑바로 차리세요!!』

쥐와 너구리를 섞어 놓은 GM이 나타났다. 유니버스 STFT의 마스코트이자 죽음을 부르는 악마.

우리는 GM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직 게임이 끝나지 않았다니?

그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에서 우승했는데 끝이 아니라니?

“뭔 개소리야?!!”

발끈한 쿠론이 소리쳤다.

쿠론을 따라서 다른 사람들도 그게 무슨 소리냐며 GM을 맹렬히 비난했다. 그러자 GM이 대답했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고요?』

『그러는 여러분들이나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목표 달성을 보세요.』

그 말에 우리는 목표 달성을 보았다.

그러자 그곳에 지금까지 보아왔던 것과는 전혀 다른 엉뚱한 게 있었다.

【1차 목표: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우승】

【1차 목표 달성 성공: 16명 생존】

【최종 목표: END】

【최종 목표 달성 실패: ??】

“뭐야 이게? 왜 바뀌었어?!”

쿠론의 말대로.

목표가 바뀌어 있었다.

최종 목표였던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우승이 1차 목표로 바뀌고, END라는 알 수 없는 것이 최종 목표가 되어 있었다.

그 탓에 우리는 진심으로 당혹스러웠고 또 화가 났다.

“지금 장난해?! 왜 바뀐 거야?”

쿠론의 비난에 GM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는 정말로 모르겠다는 듯이 눈을 깜빡였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바뀌다뇨. 원래 그게 목표입니다만? 뭔가 문제라도 있나요?』

“뭐?! 이게 원래 목표라고? 개소리도 작작···!!”

『진정하세요.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에서 우승해서 들뜬 건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왜곡하시면 안 되죠.』

『여러분들의 최종 목표는 어디까지나 END입니다. 챔피언쉽에서의 우승은 부수적인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물론 그 나름대로 영광스러운 거라서 여러분들의 생존은 보장되지만요.』

『자, 얼른 준비하세요. 곧 END가 시작되니까요.』

짝짝짝.

무미건조한 손뼉 소리가 울려 퍼졌다.

“······.”

우리는 딱딱하게 얼어붙었다.

챔피언쉽 우승이 마지막이 아니라는 사실에.

하나의 산이 더 남아 있는 사실에.

그리고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할 말을 잃었다.

“이, 이, 개새끼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쿠론의 발길질이 GM의 안면을 강타했다.

아무리 소리치고 화를 내도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뿐이었다.

“······.”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우승으로 잔뜩 들떴던 분위기는 추락하다 못해 땅바닥으로 파고 들어갔다.

그 누구보다 기뻐했던 쿠론은 GM을 닮은 인형에 발길질을 퍼부으며 울분을 삼켰으며, 신하영도 분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포커페이스인 잭 로어의 얼굴에도 분노가 치밀어올랐다.

나는 사람들을 한 번씩 살펴본 다음에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얼른 게임을 끝내고 파티나 할까요?”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가볍게 웃었다.

“빨리 끝내죠. 별것 아닐 테니까.”

내 행동이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억지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한마디로 바보 같은 짓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일어났다.

“하긴, 이벤트 같은 거겠죠.”

“엿 같은 이벤트네!”

“후딱 끝내고 샴페인 샤워나 할래.”

“난 보드카 샤워.”

“아, 똥을 싸다만 기분이야.”

“으으, 더러워.”

도저히 웃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일어서서 웃었다.

그리고 END에서 패배했다.

[패배했습니다.]

[라이프가 감소합니다.]

[잔여 라이프 0]

[0]

[0]

거짓 공평성이라는 게 있다.

가령, 손가락과 발가락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손가락’을 선택할 것이다. 그 이유는 발가락보다 손가락이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굳이 길고 짧은 걸 비교할 것도 없다. 손가락이 발가락보다 몇 배는 더 중요하다.

이처럼 비교 대상이 아닌 것을 놔두고 선택하라고 함으로써 공정하다고 연출하는 게 거짓 공평성이라고 한다.

증오스러운 GM이 말했다.

『하찮은 인간 나부랭이 따위가 신격을 지닌 존재와 대결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

『그래서 어드밴티지가 주어집니다.』

어드밴티지라는 말에 사람들이 눈을 깜빡였다. GM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도전자 이상현씨의 라이프는 100라이프!! 반대로 ??의 라이프는 100도 10도 아닌 1!!』

『그래요, 1이에요! 요컨대 1번만 이기면 되는 거죠! 아시겠나요? 20번도 10번도 아닌 1번이에요!』

『그리고 이상현씨에게는 아니, 두 플레이어 모두에게 라이프가 1만 감소하는 특수한 아이템이 세 장 주어질 거예요.』

『뭐, ??의 라이프는 1이라서 ??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아이템이지만 이상현씨에게는 목숨을 세 번 연장할 수 있는 무기가 될 거예요.』

『아차차! 1대1 대결이라는 걸 깜빡했군요! 참고로 1대1 대결은 특수한 규칙이 적용돼서 최대 라이프 감소가 3에 불과하답니다. 만약 5나 10이 감소하면 순식간에 끝나버리잖아요. 그래서 최대 3만 감소한답니다.』

『그 이외에는 모든 규칙이 똑같아요. 게임이 시작되면 그 어떠한 이유로도 중단되지 않는 거죠.』

『게임의 끝에는 오직 승리와 패배만이 있을 뿐이죠.』

딱 한 번만 이기면 된다는 말에 이상현을 포함한 전원이 안도하면서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생각이지? 혹시 진짜 이벤트 같은 건가?’

‘이벤트 맞는 것 같은데.’

‘역시···. GM의 엿 같은 장난이었네!’

‘성가신 몰래카메라 같으니.’

조건이 너무 좋았기에 그리 생각하는 것도 이상하지는 않았다. 이상현조차도 그렇게 생각했다.

GM이 소리쳤다.

『그럼, END를 시작하겠습니다!!』

『도전자 이상현씨는 앞으로 나와주세요!!』

그러나 그것은 거짓 공평성이었다. 손가락이 부서질래? 아니면 심장이 뽑힐래? 만큼이나 공정하지 못한 공정함.

홉-아만(★★★★★★).

카탄-진(★★★★★★).

롭-스켈(★★★★★★).

베스-둠(★★★★★★).

게리온-문(★★★★★★).

하프-락샤(★★★★★★).

카드모스-륜(★★★★★★).

키르가스-카르마논(★★★★★★).

마라-탐(★★★★★★).

END(1-1)에 나타난 적의 챔피언들은 혼돈이었다. 그리고 전부 6성이었다.

【아아.】

【자기소개를 깜빡했군.】

【내 이름은 조커.】

【죽음의 신이다.】

악의로 가득 찬 비열한 웃음소리가.

황혼의 전장에 울려 퍼졌다.

“···미친.”

이상현의 마지막 상대는.

다름 아닌 죽음의 신이었다.

“이, 이건 사기야! 사기라고!! 어떻게 시작부터 6성 챔피언들이 10마리씩이나 나올 수가 있어? 이건···. 이건 명백한 사기야! 조작이라고!!”

이상현의 외침에 죽음의 신 조커가 불쌍하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비아냥거렸다.

【사기라니. 무슨 섭섭한 말씀을.】

【엄연히 실력이다.】

“저게···. 저게 실력이라고?”

어처구니없는 말에 이상현은 죽음의 신이고 나발이고 멱살을 붙잡으려고 했다. 물론 이룰 수 없는 꿈이었다.

죽음의 신이 대답했다.

【간단한 일이다. 시작부터 조커 카드로 6성 챔피언을 뽑아서 팔고, 챔피언 변환 버튼을 눌러서 혼돈을 만든 다음에 또다시 조커 카드로 6성 챔피언을 뽑으면 된다.】

【이 얼마나 간단한 일이란 말인가? 너는 물론이고 너를 지켜보는 자들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지금 그게 간단하다고?

간단하다고??

“그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왜? 불가능한가?】

“······!!”

불가능하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라고밖에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STFT 12년 역사에서 (1-1)만에 10레벨을 만들고 3성급 이상의 챔피언들을 뽑은 경우가 분명히 존재하니까.

로또만큼이나 낮은 확률이지만, 벼락이나 로또에 당첨되는 사람들이 매번 존재하듯이 그런 경우가 존재했다.

그래.

확률적으로 가능한 일이다.

절망적일 정도로 낮은 확률이지만.

충분히 가능하다.

【이론상으로도 실전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단지, 나는 것을 해냈고, 너는 해내지 못했을 뿐이지.】

【그게 전부다, 이상현.】

【다른 건 없다.】

“······.”

이상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반박할 수 있는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씨발.”

그러다 간신히 내뱉은 말은 욕이었다. 진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상현과 사람들은 진심으로 절망했다. 끝없는 고통이 눈 앞을 가렸으며, 이변 없이 END에서 패배했다.

[패배했습니다.]

[패배했습니다.]

[패배했습니다.]

STFT에서 혼돈 조합을 이기는 조합은 없다. 전사도 짐승도 요정도 괴물도 악마도 언데드도 다 진다. 그나마 맞서 싸울 수 있는 조합이 9마법사나 땅 마법사 정도다.

물론 맞서 싸울 수 있다는 뜻이지 이긴다는 소리는 아니다. 진짜 어마어마하게 아이템이 잘 나오고 챔피언이 잘 나와도 혼돈은 못 이긴다.

어째서 못 이기냐면, 혼돈 챔피언들의 능력이 사기인 것도 있지만 혼돈 챔피언을 모으는 방식이 사기라서 그렇다.

평범한 조합은 레벨에 상관없이 다양한 챔피언이 나온다. 물론 가치가 높은 챔피언은 레벨이 높아야 나오지만, 대체로 자유롭다. 그것에 반해 혼돈은 레벨에 따라 나오는 챔피언이 하나로 정해져 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1레벨에는 홉(Ⅰ)만 나오고, 2레벨에는 카탄(Ⅱ)만 나오며, 3레벨에는 롭(Ⅲ)만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3성, 4성을 만들기가 매우 쉽다. 그냥 다섯 번만 챔피언 변환 버튼을 누르면 4성이 된다.

그러니 무슨 수로 이기겠는가?

4성만 만들어도 공격력이 4배로 늘어나고 방어력과 체력이 4배로 늘어나는데.

어디 그것뿐인가? 공격속도도 4배로 늘릴 수 있으며, 공격 범위 또한 주변 4칸으로 늘릴 수 있다.

심지어 키르가스를 4성으로 만들면 군중제어기술과 적에게 받는 피해를 66% 감소시킬 수 있다.

뭐, 그런 ‘사소한’ 것들을 떠나서.

마라의 능력치가 너무 사기적이다.

신급 능력치다.

[마라(★)]

속성: 혼돈

공격력: 200

방어력: 200

체력: 2000

마나: -

스킬: Ⅹ

고작해야 1성(★)인데, 공격력과 방어력이 200이며 체력은 2000이다. 3성만 만들어도 공격력과 방어력이 800이고, 체력이 8000까지 상승한다.

여기에 공격력과 방어력과 체력이 4배 뻥튀기된다고 생각해봐라. 마법사 타이탄이고 나발이고 몰살이다.

그래서 혼돈은 사실상 무적이다.

단 한 번 패배하기는 했지만, 그건 ‘버그’를 응용한 플레이라서 정상적인 패배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 혼돈을.

심지어 전원 6성인 혼돈을 이길 수 있을까?

사람들은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도저히 이길 수 없는···.

불가능의 영역이라고 확신했다.

그래서 절망하고 또 절망했다.

『이런이런!』

『아쉽게 됐네요. 이길 수 있었는데.』

GM은 절망하는 플레이어들 옆에서 마음껏 지껄여댔다. 안타까워하는 표정은 가증스러웠다.

『뭐, 너무 실망하지는 마세요.』

『기회가 영영 없는 건 아니니까요.』

GM의 말에 사람들이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그게 무슨 말이냐며 쳐다보았다.

『아시다시피 여러분들은 생존을 보장받았습니다.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에서 우승한 보상으로 말이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마지막 게임인 END에서 패배하고 말았죠.』

『네. 소원을 이룰 수 없게 된 것이지요. 지구에서 16명 만이 쓸쓸하게 살아가야 하는 처지가 된 거죠.』

GM의 말에 사람들은 빠드득 이를 갈았다. 원래라면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이 마지막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별히 준비했습니다!!』

『진짜진짜 마지막 게임을!!』

『소원을 이룰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두근!

마지막이라는 말에 사람들의 심장이 요동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희망은 곧 절망으로 물들었다.

『단! 이번에는 목숨이 필요합니다.』

『한사람 분의 목숨이.』

『네. 그걸 100라이프로 바꿔드리겠습니다.』

『참고로 도전자의 목숨은 받지 않습니다. 받는 것은 어디까지나 ‘보증인’의 목숨뿐입니다. 예! 바로 그겁니다! 다른 사람의 목숨을 빌리는 것입니다!』

『요컨대 다른 사람의 목숨으로 게임을 하는 것이죠!!』

GM이 큰소리로 웃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조금도 웃을 수가 없었다.

모두가 비참히 침묵했다.

“······.”

어느 누가 목숨을 걸 수 있을까? 이길 수 없는 싸움에, 불가능한 싸움에, 그 누가 목숨을 걸 수 있을까? 또, 누가 하나뿐인 목숨을 타인에게 맡길 수 있을까?

지옥이었던 튜토리얼을 간신히 뚫고 올라와 겨우 보존한 목숨을.

아무도.

심지어 이상현조차도.

입을 다물었다.

“······.”

바로 그때.

신하영이 이상현에게 물었다.

“만약에···. 만약에 다시 한번 싸운다면···. 그때는 이길 수 있나요? 적을 쓰러뜨릴 수 있어요?”

뜻밖의 물음이었다.

그 물음에 이상현은 진심으로 당황했다.

그러나 당혹스러움도 잠시.

이상현은 정신을 차렸다.

“······.”

이상현은 신하영의 눈에서 빛을 찾아냈다. 그 빛의 이름은 희망이었고, 믿음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건 나도 몰라. 하지만 두 번째라면···. 어떻게든 될지도 모르지.”

신하영도 이상현의 눈에서 빛을 찾아냈다.

그래서 신하영은 이상현을 선택했다.

“전···.”

당신을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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