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장 병기점(兵器店)의 소년(少年) (4/54)

 1장  병기점(兵器店)의 소년(少年)

낙양(洛陽).

천년고도(千年古都)인 낙양의 번화함은 천태만상의 인간사(人間事)를 반영하기에 조금도 모자람이 없다. 

낙양의 번잡한 거리를 지나는 무수한 사람들의 신분 또한 각양각색이다. 그러나 그들의 한결같은 공통점은 모두 삶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돌아다닌다는 것이었다. 

좀더 부자가 되기 위해 장사를 하고 더 큰 권력을 움켜쥐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출세의 야망을 이루기 위해 부심하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인 것이다.

온갖 부류의 인간들이 낙양의 번화가를 메우고 있었다. 

그와 마찬가지로 주루(酒樓), 전장(錢莊), 도박장(賭博場), 기루(妓樓) 등 낙양에는 없는 것이 없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낙양에는 한 곳의 명물이 있었다. 

화운로(華運路).

화운로는 낙양의 수없이 많은 거리 중에서도 가장 번화한 거리였다. 그 이름에 걸맞게 고관대작과 대부호의 집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거리가 바로 화운로였다.

그 화운로를 지나 남쪽으로 가면 낮은 동산 하나를 사이에 두고 번화함과는 너무나 대조를 이루는, 지극히 어두우며 초라한 거리가 나타났다.

이락(離落).

화운로의 사람들은 그곳을 이렇게 불렀다. 이락은 낙양의 천민과 빈궁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었다. 이락 거리가 끝나는 지점에 한 채의 초옥이 있었다.

땅... 땅... 땅.......

일정한 간격을 두고 들리는 쇳소리의 진원지는 바로 그곳이었다. 

맑고도 힘찬 망치질 소리는 오래 전부터 낙양인들의 귀에 익숙한 것이었다.

궁가병기점(宮家兵器店).

쇳소리가 울리는 초옥에 떨어질 듯이 걸려있는 현판의 글씨였다. 초옥은 바로 병기(兵器)를 만들어 파는 대장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판 옆에는 이상한 글이 씌어져 있었다.

- 검(劍)은 팔되, 살(殺)은 팔지 않음.

용(龍)이 몸을 비틀며 하늘로 오르는 듯이 웅혼한 글씨였다. 

실로 기이한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검은 팔되 살(殺)은 팔지 않는다니?

원래 검(劍)이란 살상용 병기를 일컫는 말이 아닌가? 그런데 죽이는 검은 팔지 않는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은 말이었다. 

궁가병기점 앞을 지나가면서 그 글귀를 읽어본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땅... 땅... 땅.......

궁가병기점 안에서는 계속 망치로 쇠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 토방(土房).

그곳은 대장간이었다.

시뻘겋게 달아오른 쇳덩이를 망치로 두들기는 사람이 있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화로쪽으로 얼굴을 돌리고 앉아 망치질을 하는 사람은 웃통을 벗고 있었다.

발달된 근육이 한눈에 드러났다. 몹시 건장해서 오히려 아름답기조차 한 섬세한 근육이었다.

벌겋게 달아오른 쇳덩이를 거대한 망치로 두들길 때마다 땀방울이 청년의 곧은 등줄기와 보기 좋은 허리로 주르륵 흘러내렸다.

땅... 땅... 땅.......

쇳소리는 갈수록 더욱 빨라졌다. 그런데 어느 순간 망치질 소리가 뚝 그치더니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또 잘못 만들었다. 할아버지가 노하시겠다!"

섬세한 근육을 가진 청년이 망치를 놓으며 허리를 폈다. 그 순간 청년의 얼굴이 드러났다.

뜻밖에도 그는 이제 갓 십육 세 정도밖에 되지 않는 미소년이었다. 청년의 용모는 마치 여인을 방불케 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체격은 완전히 어른인데 청년의 얼굴에는 아직도 천진한 소년의 치기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우수랄까? 소년의 얼굴에는 기묘한 음영과 함께 비장한 그늘이 어려 있기도 했다. 그로 인해 용광로의 불빛을 받은 소년의 얼굴에서는 아주 묘한 분위기가 풍겼다.

미소년은 자신이 만든 검(劍)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방금 전 쇳덩이에 불과하던 것이 어느새 서슬이 퍼런 검인(劍刃)으로 변해 푸른 빛을 토하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누군가의 피를 묻혀낼 듯 섬뜩한 기운이 푸른 빛 속에 어려 있었다.

다음 순간 소년의 준미한 눈썹이 찌푸러지면서 호수같이 맑은 눈에 그늘이 어렸다.

"아아... 나의 마음에 어떤 악마(惡魔)가 있기에 만드는 칼마다 이리도 지독한 것만 나온단 말인가? 어이해... 신검(神劍)을 만들지 못한단 말인가?"

소년은 탄식하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다음 순간 그는 거대한 망치를 번쩍 치켜들었다.

꽝!

망치가 내려치는 순간 시퍼런 살기를 토해내던 검날은 불똥을 토해내며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부서져나간 검날을 바라보며 소년은 조금도 아깝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아니 오히려 후련한 표정이었다. 

이때였다. 

"호호호...! 네가 바로 파검장인(破劍匠人)의 수제자 파검소년(破劍少年)이로구나?"

느닷없이 등뒤에서 맑고 청량한 소녀의 음성이 들려왔다. 소년은 흠칫 놀라 몸을 돌렸다.

언제부터였을까? 

활짝 열려진 문밖에 한 대의 큰 사두마차가 서 있었다. 마차 위에는 하나의 깃발이 꽂혀 있었다. 깃발에는 다음과 같은 황금색의 글이 수놓아져 있었다. 

- 낙양세가(洛陽勢家) 월아보(月娥堡).

월아보는 낙양의 명가였다. 

낙양에서 손꼽히는 부호이자, 명문임은 물론 무림세가이기도 했다.

"......!"

소년의 검미(劍眉)가 꿈틀거렸다. 

마차 위에는 한 명의 미녀가 앉아 있었다. 일신에는 화려한 교의(嬌衣)를 걸치고 섬섬옥수에는 공작선(孔雀扇)을 쥐고 있었다. 

눈은 호수처럼 맑았으며 아미는 그린 듯 선연했다. 나이는 십칠 세쯤 되어 보였다. 

대장간 안에서 소년이 바라보자 미소녀는 가볍게 마차에서 뛰어 내리더니 대장간 안으로 들어섰다. 그녀는 대뜸 맑고 아름다우며 또렷한 음성으로 말했다.

"파검소년. 네가 만드는 모든 병기에는 신비한 힘이 실려 있다는 말을 듣고 왔다."

그 말에 이제껏 무표정하게 소녀를 주시하고 있던 소년이 무뚝뚝하게 입을 열었다.

"검을 팔기 위해 만들지는 않습니다. 낭자."

파검소년.

그는 하루 종일 검을 만들고 부수는(破劍) 일만을 아주 어렸을 때부터 계속해왔다. 따라서 이제껏 그의 궁가병기점에서는 한 자루의 검도 팔아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십 년 이상을 반복한 결과 파검소년은 특이한 재주로 인해 어떠한 쇳덩이이건 자신이 마음 먹은 대로 만드는 재간을 지니게 되었다.

미소녀는 코웃음치며 말했다.

"흥! 얼마 후 아버님의 회갑일이다. 그 분께 선물로 드릴 신검(神劍)을 하나 만들어다오. 보수는 이것이다."

미소녀는 일방적으로 말하며 다짜고짜 소매 속에서 금주머니 하나를 꺼내 휙 던졌다.

짜르륵.......

파검소년의 앞에 떨어진 금주머니가 열리면서 찬란한 명주(明珠)가 한웅큼 쏟아져 나왔다. 실로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보화였다.

파검소년은 그러나 명주를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그는 검미를 찡그리며 무뚝뚝하게 말했다.

"검을 팔지 않소이다!"

"호호...! 너는 천하제일장인(天下第一匠人)의 제자이다. 천하제일장인 궁우(宮羽)가 병든 이후 네가 모든 것을 도맡아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왔다."

"그... 그것은......."

"흥! 보름 안에 신검을 만들어 월아보로 갖고 오지 않는다면 이곳은 박살날 것이니 명심해라."

파검소년이 말을 잇지 못하자 미소녀는 협박하듯 말하며 몸을 돌려 마차에 뛰어 올랐다. 

소년은 급히 외쳤다.

"그래도 주문은 받지 않겠소!"

하지만 마이동풍(馬耳東風)에 불과했다. 일언반구의 대꾸도 없이 마차는 자욱한 먼지를 일으키고는 사라져 버렸다. 마치 한시라도 빨리 지저분한 거리를 벗어나려는 듯이.

"......!"

소년은 멍한 표정으로 마차가 사라져간 방향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대장간 바닥에 흩어져 있는 눈부신 명주조차 그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는 것 같았다.

"신검을 만들어 달라고......?"

문득 소년이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중얼거렸다. 

그의 가슴이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그것은 검을 만들기 시작할 때마다 경험하게 되는 기이한 감정이었다. 하지만 그 감정대로 검을 만들면 무서운 살기를 뿜는 검이 만들어지곤 했다.

"휴... 하지만......."

소년은 한숨을 내쉬며 돌아섰다. 이때였다.

"콜록... 쿨룩... 쿨룩......."

대장간 옆의 토방(土房)으로부터 심한 기침소리가 들려왔다. 소년의 안색이 급변했다.

"할아버지가......?"

소년은 급히 몸을 돌렸다. 

토방. 

낡을 대로 낡은 목침상 위에는 입과 코로 피를 흘리는 칠순 가량의 노인이 누워 있었다.

파검장인(破劍匠人) 궁우(宮羽).

그가 바로 궁가병기점의 주인인 파검장인 궁우였다. 그는 정확히 십오 년 전 낙양으로 흘러 들어와 병기점을 열었다. 

"할아버지, 괜찮으세요?"

소년이 토방 안으로 황급히 뛰어들어오자 가까스로 몸을 일으킨 궁우는 숨을 몰아쉬며 물었다.

"처... 천강(天 )아... 검을... 만들었느냐?"

힘들게 말을 내뱉을 때마다 가래가 그르릉거렸다. 노인의 말이 끝나자 천강은 침상 앞에 무릎을 꿇으며 기어들어가는 음성으로 말했다.

"만들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천강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는 궁우노인을 바라보며 다짐하듯 외쳤다.

"그러나 곧 만들 것입니다! 할아버지가 바라시는 신검을... 꼭 만들겠습니다. 온 세상의 마기(魔氣)를 누를 신검을!"

그의 눈에서 신념의 빛이 흘러나왔다. 

잠시 측은하고 애정이 가득찬 눈으로 천강을 올려다보던 궁우노인이 입을 열었다.

"천강아... 너는 꼭... 그것을 네손으로 만들어야 한다. 너는 쿨룩... 그래야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다."

천강은 급히 궁우노인을 감싸안으며 말했다.

"하... 할아버지, 염려마세요"

"그래... 너를... 믿는다. 너는 반드시 해낼 것이다. 쿨룩... 쿨룩!"

궁우노인을 침상 위에 누이며 천강은 침울하게 말했다.

"할아버지, 지난 번... 어머니에게 갔다오신 이후 병세가 더욱 도지셨습니다 아무래도... 어머니의 광기(狂氣)가 도져... 할아버지를 후려쳤나 보지요. 지난 사흘 내내 끙끙 앓으시다니......."

궁우노인은 짓무른 눈을 내리 감으며 말했다.

"네... 네 어머니는... 잊어야 할 것을 잊지 못하고... 끊어야 할 것을 끊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업보(業報)다. 참으로 무거운......."

"......."

대답 대신 천강은 고개를 떨구었다. 

운명(運命)이라는 무거운 무게가 그의 머리와 어깨를 힘겹게 짓누르는 것만 같았다. 한동안 천강이 말을 잇지 못하자 궁우노인의 깡마른 손이 그의 어깨를 쓰다듬었다.

"가라... 가서 네 어머니에게 불경이나 읽어 주려무나. 네 어머니가 미쳐서 너를 때리더라도... 너는 아파해서는 아니 된다. 알겠느냐?"

"네."

천강이 힘없이 대답했다.

"쿨룩... 너는... 꿋꿋한 한 그루의 대나무가 되어야 한다. 알겠... 느냐?

"명... 명심하겠습니다."

"자... 어서 가봐라. 으으... 음......."

한동안 가쁜 숨을 몰아쉬던 궁우노인의 코에서 한 줄기 검붉은 선혈이 흘러나왔다. 

"하... 할아버지."

놀란 듯 어깨를 들썩이던 천강은 제풀에 주저앉고 말았다. 이런 상황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기력이 다했기 때문이었을까? 잠시 후 궁우노인은 스르르 잠에 취해 버렸다.

"할아버지......."

천강은 연민이 가득한 눈으로 궁우를 내려다 보다가 피로 얼룩진 이불자락을 끌어다 덮어 주었다.

그는 한동안 말없이 잠든 궁우의 얼굴을 내려다 보다가 토방을 나섰다. 나이답지 않게 성숙한 그의 모습에서는 외로움의 냄새가 짙게 배어 있었다. 야수와도 같은 분위기를 지닌 천강이라는 이름을 가진 소년의 성은 백(白)이였다.

백천강(白天 ).

이것이 바로 궁가병기점에서 신검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소년의 이름이었다.

북망산(北邙山).

북망산은 낙양의 북쪽에 위치하는 산으로서 옛부터 왕족들의 시신이 많이 묻혔던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원인들에게 있어서 북망산은 죽음(死)의 대명사처럼 불리워지는 곳이었다.

이렇게 죽음을 상징하는 북망산을 어느 문필가는 이렇게 묘사했다.

- 마른 잎이 바람에 휘날리는 북망산 기슭은 매우 황량한 까닭에 낮에도 귀신이 나올 것만 같은 곳이다. 그런즉 밤이면 오죽할 것인가. 

노을이 깔리고 어스름이 시작되는 밤이 오면 북망산 기슭 일대에는 한없는 공포감에 휩싸인다. 싸늘한 밤바람이 무성한 잡초를 휩쓸고 지나갈 때마다 귀신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리는 곳.

여인의 눈썹과도 같은 초생달이 검푸른 하늘에 한 폭의 그림처럼 걸리면 북망산의 밤은 더욱 을씨년스럽게 변한다.

죽어서만 들어갈 수 있는 북망산. 

오직 사자(死者)들의 고혼(孤魂)들만이 그곳에 머물 수 있을 뿐이었다. 그런 탓이라 대낮이라 해도 사람들이 잘 접근하려 들지 않는 곳이었다.

"......."

백천강은 무덤을 헤치며 산 깊숙이 들어가고 있었다. 그는 품에 보따리 하나를 싸안고 있었다. 보따리 속에는 서너권의 불경(佛經)이 들어 있었다.

얼마나 들어갔을까? 벼락을 맞아 부러진 채 시커멓게 타버린 고목이 한 그루 서 있는 곳에서 그는 걸음을 멈추었다. 

부러진 고목의 좌우로 무덤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는 황량한 곳. 그곳에는 경고문이 적힌 석비가 하나 세워져 있었다.

<금지(禁地). 사풍색혼소(死風色魂笑)가 들리는 곳이니 들어가지 마시오.

낙양부사(洛陽府使).>

한 번 들으면 색심(色心)을 일으키게 되며 그 웃음소리를 따라가면 불귀의 객이 된다는 사풍색혼소가 들린다는 공포의 장소가 바로 이곳이란 말인가?

"......."

경고문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던 백천강은 잠시 후 거침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그가 석비가 세워진 구역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이었다.

스스스스.......

갑자기 음산한 안개가 짙게 깔리기 시작했다. 안개는 너무나도 짙어 사위를 분간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음침하고 섬뜩한 기운까지 느끼게 했다. 

금방이라도 무덤 속에서 원귀가 불쑥 튀어나올 것만 같은 공포스런 분위기였다.

그러나 백천강은 조금도 두려운 기색이 아니었다. 그는 무표정하게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그러나 석비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단 한 가지 변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보법(步法)이었다. 백천강은 옆으로 가듯 좌(左)에서 우(右)로, 다시 우에서 좌로 걸음을 옮기며 전진과 후퇴를 거듭했다. 

그것은 바로 기문진법(奇門陣法)을 뚫고 들어가는 동작이었다. 석비 안의 구역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기문진법이 펼쳐져 있었던 것이다. 

백천강은 안개를 뚫고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전진과 후퇴를 일 다경 가량 거듭했을 때였다. 문득 안개가 걷히면서 시야가 밝아졌다. 곧이어 주위의 풍경이 드러났다.

언덕 위에 한 채의 모옥(茅屋)이 있었다. 

허물어져가는 모옥을 본 순간 백천강의 눈이 반짝 이채를 띄었다. 그의 얼굴에는 반가움의 표정이 역력했다.

백천강은 급히 모옥을 향해 걸음을 떼었다. 그때였다.

"오호호호... 하늘아... 땅아... 달아... 구름아... 호호... 어서 나를 범하라. 철저히... 짓밟아라! 오호호호."

모옥 안으로부터 흐느낌인지 웃음인지 모를 처절한 여인의 부르짖음이 흘러나오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 백천강의 눈에는 뿌연 안개가 어렸다.

'어머니의 광기가 또다시 도졌구나!'

백천강은 흐르려는 눈물을 애써 참으며 모옥 안으로 들어갔다.

모옥의 문은 열려 있었다.

석침상(石寢牀) 위에 백의(白衣)를 입을 여인이 앉아 있었다. 그녀의 안색은 창백했다. 그러나 눈이 번쩍 뜨일만큼 절세미부였다. 

놀라운 것은 그녀의 두 발목이 쇠사슬에 묶여 있다는 사실이었다. 

"어머니... 소자 왔습니다."

모옥 안으로 들어선 백천강은 바닥에 엎드려 절하며 말했다. 그때였다. 반짝이는 눈동자로 들어서는 백천강을 바라보던 백의미부의 동공이 한순간에 하얗게 변하는 것이었다.

"호호... 천무(天武)냐? 호호... 자아... 어서 나를 짓밟아 봐라!"

뒤이어 백의미부는 웃음을 터트리며 자신의 손으로 가슴을 풀어헤치는 것이었다.

백설(白雪)보다 흰 풍만한 젖가슴이 터질 듯이 미어져 나왔다. 그것은 야릇한 색정(色情)을 유발시키기에 충분한 광경이었다.

백천강은 눈물을 쏟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이어 비통하게 울부짖었다.

"어... 어머니... 소자입니다! 어이해... 아들을 알아보지 못하십니까?"

"처... 천강이라고?"

흰 눈동자만 가득하던 백의미녀의 눈빛이 그때서야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녀는 무슨 연유에서인지 하루 온종일을 광기에 시달리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단 한 사람, 그녀의 아들인 백천강 앞에서만은 어느 정도 정신을 되찾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극히 찰나적인 순간뿐이었다.

백천강을 바라보던 백의미부의 눈에서 불현듯 사악한 빛이 흘러나왔다. 돌연 그녀는 손을 휘둘렀다.

짝!

백의미부는 사정없이 백천강의 뺨을 후려치며 외쳤다.

"썩 나가! 더러운 자식... 퇴엣!"

무서운 힘이었다. 뺨을 맞았을 뿐인데도 백천강은 일 장이나 뒤로 나뒹굴었다. 

백천강은 다시 일어나 무릎을 꿇었다.

"어머니... 저는 맞아도 울지 않습니다. 그 어떠한 영약으로도 어머니의 병은 고칠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하늘이 어머니를 고쳐주시리라 믿습니다."

백천강은 그렇게 말하며 싸들고 온 보따리를 끌렀다. 보따리 속에는 세 권의 불경이 나왔다. 

백천강은 그중 한 권을 들고 읽기 시작했다.

"일체고액(一切苦厄), 사리자(舍利子), 색불이공(色不異空), 공불이색(空不異色),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

불경은 모두 궁우가 준 것이었다. 

모두 심오한 불가의 진리를 담은 성스러운 법문이 적힌 것으로 난해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백천강은 거침없이 불경을 줄줄 읽어내려갔다.

"오호호... 오호호호홋......!"

미친 듯이 날뛰던 백의미부가 불경소리에 차츰 안정을 되찾는 듯 했다.

"... 시고(是故) 공중무색(空中無色), 무수상행식(無受想行識), 무안이비설신의(無眼耳鼻舌身意), 무색성향미촉법(無色聲香味觸法), 무안계(無眼界), 내지(乃至)......."

백천강이 멈추지 않고 불경 읽기를 한 식경 가량 하자 마침내 백의미부는 침상에 쓰러지며 잠이 들고 말았다.

"......!"

그녀가 잠이 들자 백천강은 불경을 내렸다. 그는 멍한 표정으로 잠든 백의미부의 얼굴을 내려다 보았다.

"어머니......."

중얼거리는 백천강의 얼굴에 문득 꿈결같은 기색이 어렸다.

잠든 백의미부의 모습은 조금도 광녀(狂女)같지 않았다. 천하에서 가장 아름답고 성스러운 기운이 그득 어려 있는 얼굴이었다.

백천강은 처음으로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어머니의 잠드신 모습은... 정말 아름다워."

한참 동안이나 넋을 잃은 듯 백의미부의 잠든 얼굴을 지켜보던 백천강이 이윽고 몸을 일으켰다.

휘이잉.......

삐이걱!

문을 흔들며 북망산의 싸늘한 바람이 밀려들었다. 바람을 맞으며 백천강은 주먹을 쥐었다.

"언제고... 어머니의 심마(心魔)를 끊어 버리리라. 내가 신검을 만드는 날...... 어머님도 낫는다고 할아버지가 말씀하셨다. 나는... 꼭 신검을 만들겠다!"

그는 문을 살며시 닫고 모옥 밖으로 나섰다.

휘이잉... 휘잉.......

바람(風).

북망산을 휩쓰는 바람은 몹시 허허롭고 비감한 것이었다.

백천강은 모옥의 주위를 잠시 돌아본 다음 오던 길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들어왔을 때의 보법과는 반대로 걸음을 옮기며 그는 무덤 사이로 사라져 갔다.

휘잉... 휘이잉.......

바람이 그의 장포자락을 뜯어낼 듯이 마구 흩날리게 했다.

새벽녘이었다. 

궁가병기점의 후원으로부터 물소리가 들려왔다.

쏴아... ㅊ......!

아직 해가 떠오르지 않은 미명(未明)의 새벽. 

희뿌연 어둠 속에서 찬 공기를 무릅쓰고 찬물로 목욕하는 소년이 있었다. 바로 백천강이었다. 

꼭두새벽마다 찬물로 목욕재계하는 것은 그의 오랜 습관이었다. 하루의 첫 시작을 그는 목욕재계를 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그것은 한 번도 빼먹은 적이 없는 일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아직 꿈 속을 헤메고 있는 미명의 새벽에 치르는 목욕재계의 의식(儀式). 이것은 어느새 백천강에게 하루하루의 통과의례(通過儀禮)와도 같은 것이 되었던 것이다.

목욕을 마치고 병기점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몸을 돌리던 백천강은 갑자기 한숨을 내쉬었다.

며칠 전 월아보의 소녀가 그에게 검을 만들어 달라 부탁한 것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검을 팔아서는 안 되는데... 그러나 월아보라면 세도가 당당한 곳이 아닌가?'

백천강은 입술을 깨물며 눈을 감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을 내리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그의 뇌리 속에 한 자루 검의 영상이 떠오르는 것이 아닌가? 

"아, 아니?"

눈을 감은 백천강이 놀라 외쳤다. 

뜻밖에도 서슬이 시퍼런 하나의 검이 현실의 물건인 것처럼 그의 뇌리에 또렷하게 각인(刻印)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것은 살기(殺氣)가 물씬 풍겨나는 검이었다.

놀란 백천강은 급히 눈을 떴다. 

그러나 살기로 뒤덮힌 것만 같았던 시퍼런 검의 영상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았다.

'누... 누군가 그 검을 들고 피바람을 일으킨다면......!'

그런 상상을 하자 백천강의 눈썹 끝이 떨렸다. 다음 순간 그의 마음 속에 흥분이 밀려들면서 격동이 일어났다. 

그는 또다시 눈을 감았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살기가 물씬 풍겨나는 마검(魔劍)을 만들겠다는 상상만으로 이토록 마음이 격동되었던 적은 이전에 단 한 순간도 없었던 것이다. 

아니, 어머니를 구하고 저주스러운 가문의 업보에서 벗어나기 위해 신검(神劍)을 만들려고 했을 때에도 느껴보지 못했던 격동이 마검을 상상하는 순간 그의 정신과 육체를 짜릿하게 뒤흔든 것이었다.

'안돼! 내가 어찌 그런 악한 생각을 한단 말인가?'

그는 세차게 고개를 저으며 감았던 눈을 떴다. 바로 그때 그는 누군가를 보았다.

찬 눈빛 하나가 담장 너머로 그를 내려보고 있었다. 그 눈빛은 너무나 차가워 백천강의 영혼마저 얼려버릴 것 같았다. 또한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 같은 눈빛이었다.

"누... 누구시오?"

백천강은 놀라 물었다. 

"후후후... 십육 년만에 돌아왔는데 네가 이곳에 있었다니... 내 너를... 머리에 넣고 있지 못했구나."

괴인의 음성 또한 눈빛처럼 차디찼다.

"당신은 누구요?"

백천강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며 다시 물었다.

"후후후... 훗훗... 훗......."

야릇한 웃음을 흘리던 괴인의 모습이 갑자기 흐릿해지더니 환영(幻影)처럼 사라졌다. 어느새 차가운 눈빛과 차가운 목소리는 오간 곳이 없었다.

다만 새벽안개만이 담장 위를 흐르고 있었다. 

'내가 환상을 본 것일까?'

넋을 잃고 내심 중얼거리던 백천강이 세차게 머리를 흔들었다.

'아니다. 분명 환상이 아니었다. 섬뜩한 눈빛과 싸늘한 음성은 결코 환상이 아니었다.'

안개가 흐르는 담장 너머를 쏘아보며 백천강은 내심 중얼거렸다. 

"쿨룩......!"

문득 토방쪽으로부터 궁우의 기침소리가 들려왔다. 

백천강은 급히 상념을 떨쳐 버리고 토방으로 달려갔다.

"쿨럭... 쿨럭......."

연신 기침을 해대고 있었으나 궁우노인의 행색은 지난 밤에 비해서는 꽤나 양호한 편이었다. 얼굴에도 다소 혈색이 돌고 있었다. 

백천강을 바라보는 궁우노인의 눈빛은 부드러우면서도 자비스러웠다. 그는 희미하게 웃으며 물었다.

"천강아... 방금 전 네가 누군가와 말하는 것 같았는데......."

노인의 말에 백천강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할아버지. 한 사람을 보았습니다."

"누구를 말이냐?"

"아주 차가운 눈빛과 음성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뭐... 뭐라고?"

궁우의 늙은 얼굴이 홱 변했다.

"그는......."

백천강은 안개 사이로 흐릿하게 보이던 괴인의 얼굴과 그가 말한 내용을 말했다. 

궁우의 눈이 공포를 담고 크게 휩 떠졌다.

"설마... 그가 돌아왔단 말인가!"

경악성을 외친 순간 궁우노인의 몸이 침상을 부수면서 아래로 떨어졌다.

우지끈... 쿵!

놀랍게도 궁우노인은 자신도 모르게 공력(功力)을 일으킨 것이었다. 그 바람에 목침상이 박살난 것이다. 

충격을 받아 진탕된 듯 궁우의 입술 사이로 한 줄기 선혈이 흘렀다.

"하... 할아버지! 어인 일이십니까?"

놀란 백천강이 궁우노인을 부축하며 물었다. 

"그... 그가 돌아왔다... 그가 드... 드디어......."

넋을 잃은 듯 중얼거리던 궁우노인이 불현듯 몸을 일으켰다.  

"나... 나갔다 오겠다... 기... 기다려라!"

백천강이 말릴 기회도 없었다.

스스스.......

놀랍게도 궁우의 몸이 흔들 하는 듯 싶더니 자취를 감추는 것이 아닌가?

"하... 할아버지!"

백천강은 돌변한 사태에 멍해졌다.

'대... 대체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그는 온통 의혹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당장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궁우노인의 말대로 기다리는 일뿐이었다.

하루... 이틀... 사흘.......

기다림은 몹시도 지루했다.

백천강은 오래 전에 꺼진 화로 앞에서 초조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병기점 앞에서 인기척이 날 때마다 천강은 귀를 쫑긋했다. 그러나 벽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소리에 불과했다. 

어찌된 일인지 궁우노인이 갑작스럽게 병기점에서 사라진 이후로 병기점 안으로 들어서는 손님조차 없었다.

휘리링.......

덜컹!

병기점의 찌그러진 문짝을 흔드는 바람이 유일한 손님이었다. 마침내 열흘이 지나자 그는 벌떡 일어섰다.

'할아버지는 돌아오지 않았다. 대체 어디로 가셨길래......?'

그의 얼굴에 불길한 먹구름이 덮였다.

'어머니를 돌봐줄 사람이 없다. 나라도 가서 돌봐드려야 한다.'

그는 병기점을 나섰다.

휘이잉.......

습기를 잔뜩 머금은 바람이 부는 거리를 부지런히 걸어서 백천강은 낙양성을 빠져 나갔다.

북망산(北邙山).

망자(亡者)들의 침묵만이 깃드는 곳으로 백천강은 들어섰다. 

얼마나 걸었을까? 불탄 채 부러진 고목 가까이로 다가갔을 때 백천강은 경악하고 말았다. 발치 아래 산산조각으로 부숴져 있는 돌조각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낙양부사가 경고문을 새겨 세워둔 석비였다.

'이럴 수가?'

백천강은 불길한 예감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다음 순간 그는 진법이 설치된 곳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것이 있었다. 그것은 진법이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안개 현상도 없었고 시야가 가려지는 어떤 현상도 일어나지 않았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단 말인가?'

의혹을 감추지 못하면서 백천강은 마구 달려갔다. 잠시 후 그는 모옥에 이르렀다. 

모옥 안에는 더욱 놀라운 상황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백천강은 모옥 안에 들어선 순간 온몸이 굳어지고 말았다.

모옥 안은 텅 비어 있었다. 돌침상 위에 있어야 할 어머니가 사라지고 없는 것이었다. 단지 어머니의 발목을 동여매고 있던 쇠사슬만이 토막토막 끊어져 나뒹굴 뿐이었다.

"이... 이게...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백천강은 너무도 놀라 일시지간 머리가 혼란해지고 말았다. 

그러다 문득 그는 방을 뛰쳐 나와서는 모옥 뒤편으로 달려갔다.

"아!"

뒤편으로 돌아간 순간 백천강은 말뚝처럼 굳어지고 말았다. 

노을빛보다 붉은 홍의(紅衣)를 걸친 아름다운 여인(女人)이 바보처럼 멍청한 얼굴로 북망산 중턱을 바라보고 있었다. 넋을 잃은 눈동자가 흡사 백치(白痴)같아 보였다. 

바로 백천강이 어머니라고 부르는 백수련(白水蓮)이란 여인이었다.

"호호... 호호홋!"

멍하니 산중턱을 바라보고 있던 그녀가 느닷없이 혼백을 빼앗을 듯한 웃음을 터뜨렸다.

"어... 어머니!"

백천강이 놀라 부르짖었다.

돌연 웃음을 멈춘 여인이 몸을 홱 돌렸다. 싸늘하게 굳었던 여인의 음성이 백천강의 얼굴을 바라보는 순간 풀어졌다.

"천강이로구나. 호호... 궁가병기점에 있지 않고 왜 이곳에 왔느냐?"

너무도 맑은 음성이었다. 추호도 미쳤다고는 볼 수 없는 아름답고 해맑은 음성이었다. 그러나 기이하게도 그녀의 음성에는 일종의 사이(邪異)한 기운이 스며 있었다. 

백천강은 마치 철퇴로 머리를 한바탕 얻어 맞은 기분에 부르르 몸을 떨었다.

'어... 어머니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

불길한 예감이 그의 뇌리를 스쳤다. 

그는 급히 백수련의 발목을 보았다. 발목을 옭아매고 있던 족쇄가 보이지 않았다. 쇠사슬이 채워졌던 흔적만 하얗게 남아 있을 뿐이었다.

'어머니가 끊었을까? 아니면 어머니의 광기(狂氣)가 사라졌기에 할아버지가 끌러준 것일까?'

백천강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이때 백수련이 입을 열었다.

"가라. 그리고 다시는 여기 오지마라. 이곳에서 어미 혼자 공부할 것이 있다."

"네?"

여인의 말은 백천강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오랫동안 광기에 시달려왔던 여인의 입에서 불현듯 공부를 하겠다는 말이 나올 줄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아닌가? 더군다나 무슨 공부를 하겠다는 것인지 백천강으로서는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오히려 자신의 귀를 의심할 지경이었다.

"어... 어머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백천강이 그녀를 향해 한 걸음 다가갔다.

그때였다. 보일듯 말듯한 미소를 머금고 있던 백수련의 얼굴이 싸늘하게 돌변했다.

"어서 가라니까! 네 녀석의 얼굴은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단 말이다."

냉혹하게 내뱉은 백수련이 돌연 몸을 돌리더니 모옥을 향해 걸어갔다. 찬바람이 휙휙 이는 걸음걸이였다.

"어... 어머니!"

백천강은 온통 알 수 없는 기분이었다. 이때였다.

"천강아."

불현듯 모옥 왼편의 무덤 사이에서 그를 부르는 청아한 음성이 있었다.

"할아버지!"

정신이 번쩍 든 백천강이 고개를 돌리며 반가운 듯이 외쳤다. 인영(人影)은 없었으나 그를 부른 것은 분명 파검장인 궁우노인의 음성이었다. 

백천강은 흡사 구세주라도 만난 기분으로 음성이 들린 곳으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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