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호루스의 반지-33화 (33/425)

제33화. 거래 (2)

북경은 세계에서 가장 번화한 도시 중 하나였다. 그 인구는 백만을 가볍게 넘겼으며 그 부는 웬만한 국가의 경제력과 맞먹었다. 도시가 이처럼 번화하다 보니 그 중심에 위치한 황궁의 화려함도 상상을 초월할 수밖에 없었다.

황궁은 가로 1.5km, 세로 1.5km의 정사각형 성벽 안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그 안에 든 전각의 규모는 자그마치 1만 4천 470칸을 헤아렸다.

그 안에서 일하는 궁인의 수만 13만 명에 달하였으니, 기껏해야 수백 명의 고용인을 두고 있는 에우로페 궁정들을 비웃기에 충분했다.

거대한 황궁을 다 둘러보자면 하루로도 모자랐다. 물론 그 모든 곳을 외부인이 둘러보는 것은 쉽지 않았다. 출입이 허락된 조정의 관료들이 볼 수 있는 곳은 대전으로 통하는 신도(臣道)와 관리들의 숙식이 허락된 숙위영, 그리고 대전뿐이다. 그것만 해도 상당히 넓긴 했다.

궁내에서 말이나 교자 따위의 탈것을 탈 수 있는 특권을 가진 것은 황족들뿐이어서 승도는 제 발로 걸어 이 긴 거리를 지나야 했다.

황제가 있는 어전으로 들자면 지나가야 하는 문만 9개였다. 그 문은 구복(九服)을 표상화한 것으로, 이는 황제로부터 멀고 가까운 위치에 있는 오랑캐들을 나타내는 일종의 상징이었다.

그래서 그 문의 이름 역시 구복을 그대로 따왔다. 황제로부터 가까운 순서대로 전복(甸服), 후복(候服) 등으로 나아가는데, 전복은 황제의 직할령을, 후복은 황제의 근친이 거주하는 공간을 상징했다.

그래서 후복 문까지는 걸어갈 수 있지만 전복 문에서부터는 기어서 들어가도록 법제화되어 있었다. 물론 이는 사문화된 규정으로 승도가 기어갈 필요는 전혀 없었다.

9개의 문을 모두 지나자 큰 해자와 전각이 승도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 전각이 바로 제국의 정치가 이루어지는 대전, 즉 용화전(龍華殿)이었다.

그 뒤로는 야트막한 경산이 있었는데, 황실에서 쓰고 남은 석탄 찌꺼기를 매립하여 만든 일종의 인공 산으로 평평한 북경 전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을 만한 높이를 갖고 있었다.

어떻게 본다면 권력자 한 사람의 힘으로 산을 만들어낸 셈이니, 그 경산이야말로 제국 황제의 권력을 상징하는 위대한 금자탑이라 해야 할 것이다.

승도는 경산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용화전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 앞에는 금군들이 전보다 더 삼엄하게 늘어서서 개미 새끼 하나 통과할 수 없을 만큼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승도가 금군 앞에 이르자 군관 하나가 나서며 그의 신분을 재확인했다. 관문을 지날 때마다 되풀이된 절차였는데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황제를 친견하는 자리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금군 군관이 출입을 허락하자 승도는 겨우 용화전 앞으로 발을 디딜 수 있었다. 그제야 용화전의 전경이 훤히 보였다. 그의 눈에 비친 용화전 앞마당은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찾아볼 수 없는 황량한 공간이었다.

‘이 나라 황족들은 나무와 꽃을 싫어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감성을 저버리도록 일부러 삭막한 공간을 조성한 것인가. 모를 일이다.’

승도는 이 나라의 지배자들이 감수성이 없어 정원 하나 꾸밀 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이유는 있었다. 제위 쟁탈이 치열한 동양에서는 황제의 암살 시도가 심심찮게 있어왔다.

그런 까닭에 암살자가 숨어들기 쉬운 나무나 풀 같은 장애물은 애초에 있을 수 없었다.

승도는 포석만 깔린 황량한 뜰을 가로질러 대전 앞에 이르렀다. 그가 도착하자 그곳을 지키던 환관 하나가 새된 목소리로 대전 안을 향해 고했다. 금군으로부터 신분을 통보받은 것인지 그는 승도에게 묻지도 않고 잘도 말했다.

“강주 거상 오유도의 아들, 황실 검열(정7품 품계에 해당되는 벼슬) 오승도 입장!”

환관은 그리 말하며 손을 들어 승도에게 들어갈 곳을 가리켰다. 승도는 그가 알려준 방향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대전 안으로 들어가니 끝이 없어 보이는 넓은 공간에 용이 음각된 기둥들이 수도 없이 보였다. 그 사이로 표석이 여럿 세워져 있었는데 표석마다 품계가 표시되어 있어 자리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였다.

승도는 머뭇거리지 않고 정7품의 표석이 적힌 줄로 가 맨 뒤에 가서 섰다. 승도가 제자리에 서자 환관 하나가 다가와 그에게 표찰을 건네주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가 표찰을 들고 있었다.

승도는 어색하게 웃으며 환관이 준 표찰을 받아 쥐었다.

승도는 제자리에 선 채로 황제의 옥좌가 놓인 쪽을 바라보았다. 시선을 높게 둘 수 없어 자세히 살필 수는 없었지만 발이 쳐져 있는 것이 분명했다. 발이 쳐지는 경우는 대개 황제 대신 섭정이 정무를 볼 때였다.

아니나 다를까, 옥좌 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의외로 날카로운 여성의 음성이었다.

“그 안건은 그리 처결하시오. 다음은?”

날카로운 음성이 누군가를 재촉하자 새된 음성이 뒤따랐다. 전형적인 환관의 음성이다. 그 음성의 주인은 현재 제국 권력 서열 5위 안에 드는 거물, 사례태감이었다.

“천지회라 자칭하는 역도들에 대한 진압 보고이옵니다. 태후마마.”

“천지회?”

발 너머에서 여성의 음성이 자못 사나워졌다. 역적이란 말은 황실의 역린을 자극하는 묘한 힘이 있었다. 태후가 묻자 태감이 설명을 붙였다.

“일전에 정주 부와 변주 부를 포함한 8부를 휩쓴 역적들을 말하옵니다.”

“아, 그자들을 이르는 것이었구나. 그 보고는 누가 하기로 하였느냐?”

“군기대신이 보낸 사람이 고할 예정이옵니다.”

“그런가? 그를 부르도록 하라.”

“예, 마마. 황실 검열 오승도는 앞으로 나서도록 하라.”

태감이 목소리를 높이자 오승도는 관료들을 헤치고 앞으로 나섰다. 이런 자리에서 주목을 받는다면 경험 없는 자들은 파탄을 드러내기 쉬웠다.

하지만 승도는 겨우 이 정도의 시선에 겁을 내지도, 그렇다고 벌벌 떨지도 않았다. 만국을 호령한 제왕으로 군림했던 자가 겨우 글줄이나 읽는 나부랭이들 앞에서 긴장을 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도리어 팽팽하게 달아오른 분위기와 만인의 시선이 그를 편하게 했다.

승도가 전혀 긴장하지 않은 표정으로 앞으로 걸어 나오자 사례태감과 태후의 눈에 이채가 스쳤다. 일개 검열, 그것도 상인 출신의 어린 사내가 어전 회의에 불려나왔는데 전혀 긴장하지 않고 제집처럼 편안한 표정을 짓고 있으니 신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태감은 궁금증을 들어낼 법도 했지만 제 직분에 충실하게 명령을 덧붙였다.

“황실 검열 오승도는 태후마마께 예를 표하라.”

승도가 공손하게 한쪽 무릎을 굽히자 태후가 물었다.

“그대가 남방에서 오랑캐들을 상대했다는 자인가?”

“관을 도와 미력한 힘을 보태었을 따름입니다.”

“그 또한 하지 못하는 자들이 대부분인데 겸양을 표할 필요는 없다. 폐하께서도 그대의 이야기를 듣고 몹시 기뻐하셨다.”

“황송할 따름입니다.”

“듣자하니 군기대신 기영을 대신해 역적들의 토벌을 고하러 왔다고?”

“그러하옵니다.”

승도는 겸손한 태도를 취하며 차분하게 태후의 물음에 답했다. 기영의 공적과 관련된 부분은 두루뭉술하게 넘어가고 자신의 공은 최대한 감추었다.

보통 없는 공도 만드는 것이 상례인 것을 생각하면 이례적인 태도였다.

“얼마 전에 올라온 장계에선 그대의 공도 적지 않다 들었다. 한데 그대의 연치는 그리 높아 보이지 않으니, 어찌된 영문인가?”

승도는 이 대답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괜한 경계를 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을 의심당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괜히 이상한 말이 돌기 시작하면 상인 주제에 공을 탐해 황실을 기망했다는 위험한 죄목이 씌워질 수도 있다.

‘골치 아프군.’

승도는 표정을 관리하며 조심스럽게 아뢰었다.

“역도들의 세가 크고 강성한 것처럼 보이나 어찌 황실의 위엄에 비할 수 있겠사옵니까? 그들은 언젠가 스스로 무너질 역도들. 소신의 연치가 부족하다 하나 무너질 자들을 이기지 못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내가 어리석은 질문을 하였구나.”

태후는 자신의 공을 황실에 돌리면서도 당당하게 제 할 말을 하는 승도에게 묘한 흥미를 느꼈다. 처음 등장부터 뭔가 다르다는 느낌을 주는 자였기에 태후는 평소보다 많은 시간을 일개 관리에게 할애하였다.

“천지회 진압에 대한 장계는 일전에 총리아문에서 검토한 것으로 아는데, 그 공에 대한 논공은 어찌하기로 되었소?”

태후가 시선을 돌리자 제일 앞줄에 서 있던 검은 관복의 대신이 앞으로 나서서 고개를 숙였다. 제국 총리대신이자 황실 서열 11위인 자.

제국에서 유명한 권력자, 성친왕 아이신 무쿠 리첸이었다.

성친왕은 황제의 숙부이자 제국 황족의 수장을 겸한 자로 외부에서는 이 사내를 제국 제1의 권력자로 평가했다. 물론 실제 권력을 두고 하는 말로 형식상으론 그 머리 위에 황제와 태후를 비롯한 ‘상전’들이 여럿 있었다.

어쨌거나 성친왕은 부패한 제국 권력의 정점답게 타락의 시작이자 끝이었으며, 모든 탐관들의 스승이라 할 수 있는 자였다. 들리는 소문에는 제국 수년 치 재정을 제 호주머니에 집어넣었단 말도 있었다. 탐관의 대명사로 이야기되는 위해충도 이자 앞에서는 평범한 탐관에 지나지 않았다.

사실 승도는 북경에 도착하자마자 리첸의 장원을 먼저 찾아갔다. 그리고 성친왕의 대리인을 만난 자리에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자신의 공을 바치고 앞으로도 총리대신과 유용한 관계를 쌓고 싶다고. 그 거래는 총리대신과 승도 양자 모두에게 유익한 것이었다.

‘리첸이 약속을 지킨다면 부는 필요한 만큼 얻겠지.’

승도는 리첸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리첸은 태후에게 예를 표시하고 입을 열었다. 그 음성은 의외로 서늘하고 잔잔하여 기분 좋은 느낌을 주었지만, 동시에 서서히 목을 죄어드는 뱀의 차가움을 머금고 있었다.

“마마. 신 총리대신 리첸이 아룁니다. 저희 아문에서 검토한 결과로는 오승도에게 벼슬 대신 특혜를 베푸시는 것이 좋을 것이라 판단하였사옵니다.”

“그건 어째서인가?”

“본디 상은 원하는 것을 줄 때 받는 자가 가장 기뻐하는 법이옵니다. 본시 상인은 재물을 좋아하니 재물을 벌 수 있는 권리를 내려줌이 가장 좋은 상인 줄 아룁니다.”

총리대신의 말에 태후는 눈을 깜빡였다. 본시 리첸은 오승도에게 제대로 된 은전을 베풀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장원을 찾아와 거래를 제안하는 대담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파트너가 된다면 좋은 우군이 될 만한 그 절묘한 거래 요구를 본 리첸은 승도를 상당히 후하게 평가했다. 그렇기에 승도에게 관직을 못 줄 것도 없었다. 하지만 정적인 임경문과 북경 행을 함께한 데다 그로부터 평정사를 제수 받은 자였으니, 만에 하나란 생각이 있었다.

혹여나 벼슬길을 내줬다간 정적이 늘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벼슬을 주는 선택을 막았다.

어쨌든 승도는 리첸이 상을 줄 수 있는 공을 가지고 있었고, 그에게 이익이 되는 거래를 제안했다. 이런 좋은 거래를 리첸이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사실 거래에 관해서는 탐관들이 오히려 철저하게 지켰다. 거래를 한다는 것은 서로의 약점을 서로가 잡고 공범이 된다는 의미를 갖고 있었다. 더구나 제 계파에 미리 머리를 숙일 줄 아는 자에게 괜히 반감을 살 이유도 없었다.

아무튼 승도로서는 최상의 상이 아닐 수 없었다. 그가 귀를 기울이는 동안 리첸의 음성이 이어졌다.

“하여 총리아문에서 논의한 상은 이렇사옵니다. 황실 검열 오승도에게 연납(돈을 주고 벼슬을 사는 행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3품의 품계를 내려 황실이 그 공을 후대함을 널리 알려주시고, 최고급 비단 1만 필을 매년 수출할 수 있는 권리를 내려주는 것, 아울러 황실에 납품되는 정덕의 도자기 4만 개의 수출 권리도 함께 내리려 하옵니다.”

“그것이 어느 정도의 상이요?”

경제적 관념이 없는 태후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이렇게 말하면 이게 대단한 상인지, 부족한 것인지 그녀는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실제 권력이 오가는 벼슬자리를 주는 거라면 바로 감이 오겠지만 이런 부분에 대해서 그녀의 실무 능력이 상당히 떨어졌다.

“은으로 매년 오십만 냥은 족히 벌 수 있는 권리이옵니다. 마마.”

“오십만 냥?”

그제야 태후의 입이 딱 벌어졌다. 사실 소문만 놓고 보면 오승도는 천지회 진압의 주역이다. 군기대신 기영조차 오승도가 제법 공을 세웠다고 장계를 올려줬다.

여기서 포상을 애매하게 하면 앞으로 난이 일어나도 지역의 유지들이 자비를 털어가며 진압에 나서지 않을 거다.

리첸의 포상은 정치적인 면을 고려하면 지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았다.

“그러하옵니다.”

“그냥 황실 검열 오승도에게 중앙의 관직을 내려주는 것이 낫지 않은가? 제국의 재정도 그리 좋지 않은 판이니.”

태후는 오십만 냥이라는 말에 황당했던지 상을 바꾸려 들었다. 하지만 이것은 리첸이 용납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애초에 그럴 거면 이런 포상을 준비하지도 않았을 터다.

“태후 마마. 공을 세운 자에게 큰 상을 내려 황실의 위엄을 세우는 것은 천자의 의무이옵니다. 부디 제 충정을 가납하여 주시옵소서.”

“정말 재고(再考)할 수 없는 문제인가?”

“통촉해 주시옵소서.”

“으음, 알겠네.”

태후가 마지못해 총리대신의 결정을 추인하자 곧 병필 태감이 태후가 불러주는 논공의 내용을 적기 시작했다. 곧 교지가 작성되자 그것을 건네받은 사례태감이 앞으로 나서서 교지를 읽었다.

“황실 검열 오승도는 어명을 받으라.”

“신 검열 오승도 어지를 받듭니다.”

승도가 두 무릎을 굽힌 채로 고개를 숙이자 태감이 공을 치하하는 교지를 읽었다. 조금 전 총리대신이 고한 내용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았다.

“황실 검열 오승도에게 정3품의 관위를 내리며, 매년 최고급 비단 1만 필을 수출할 수 있는 특권을 내린다. 아울러 정덕의 도자기 4만 개를 매매할 권리를 내리나니 황제 폐하의 은혜를 뼈에 새기고 앞으로도 충성을 다 바치도록 하라.”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연 은 오십만 냥을 벌 수 있는 특권이라면 오씨 가문의 부를 배로 불려줄 발판이 될지 몰랐다. 승도로서는 홍모귀 사건의 연장선상에서 처리한 일로 뜻하지 않게 떼돈을 만진 셈이다.

그간 이래저래 사용한 경비가 제법 많다곤 하지만 이번에 벌어들인 권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만한 고급 자기와 비단을 취급할 권리는 돈이 있다고 해도 살 수 없어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물론 이 돈이 오롯이 오씨의 몫이 되진 않았다. 이렇게 큰 포상이 내려오도록 힘을 써준 총리대신 리첸에게 연간 은 오만 냥 정도는 인사를 해야 할 것이고, 황실에도 충성심을 좀 표시하면 아마 그 절반 정도나 순수입이 될 것이다. 뭐 그렇다고 해도 공돈이다.

승도는 절을 하고 뒷걸음질을 쳐 뒤로 물러났다. 황족 앞에서 등을 보이는 것은 예가 아니라는 이 황실의 예법 때문에 뒷걸음질 치다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그래도 무사히 뒷걸음질을 쳐 제자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조회에 참석해 제 보고를 마쳤으니 이번에 그가 할 일은 끝났다.

“퇴청!”

조회가 끝나자 승도는 용이 음각된 계단을 돌아 내려왔다. 황제만이 사용하는 어도를 일개 하급 관료가 사용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신도를 따라 포석이 깔린 뜰에 다다르자 어느새 태양이 붉은빛을 내며 지평선 너머로 가라앉고 있었다.

그 모습이 흡사 저물어가는 제국의 황혼처럼 보였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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