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호루스의 반지-50화 (50/425)

제50화. 동방 원정군 (3)

동방 원정군의 강주 진공은 크게 3가지 단계에 따라 전개될 예정이었다. 그것은 방어 측인 승도도 이미 인지하고 있던 바였다.

먼저 원정군은 육군을 아문에 상륙시켜 지상을 따라 전진시키고, 해군은 지상군이 장애물을 제거한 연후에 천천히 뒤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육군에 전투함들을 바싹 붙여 근접 지원을 할 수도 있었지만, 포의 사정거리 여유도 충분한데다 ‘그 망할 놈의 통나무 어뢰’가 염려되어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육군이 먼저 앞서가며 예상되는 방어군의 주요 방어 시설을 타격하고 해군이 뒤를 따르며 받치는 진격 양상으로 금포강 하류를 돌파한다는 것이 동방 원정군의 제1단계 공격 계획이라 할 수 있었다.

전형적인 수륙 병진 작전인데, 여기에 대해 승도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질적으로 우수한데다 압도적인 화력까지 등에 업은 적을 상대로 전력을 축차 투입하며 소모적인 전투를 반복하는 것은 말 그대로 자살 행위라 할 수 있었다. 전략가라면 당연히 회피해야 할 상황이다.

그래서 승도는 제1단계에 해당되는 금포강 하류 전역에서는 동방 원정군에 대한 대규모 군사 작전을 펼 계획을 전혀 세워두지 않았다.

대신 그가 채택한 것은 연합왕국 측이 관측할 수 있는 지점들마다 상당수의 사람을 모아두는 정도의 기만책 정도가 다였다. 이 정도도 상당한 전술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연합왕국의 입장에서 보자면 강주 방어군 측이 어떤 병기를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확실치 않은 까닭에 측면에 존재하는 적의 존재를 인지한다면 어떤 형태로든 부담을 가지고 진격할 수밖에 없었다.

만에 하나 측면에 있는 적이 기뢰 같은 무기를 가지고 있다가 원정군이 지나간 다음, 그것을 들고 강으로 들어와 뿌린다면 해군에게 까다로운 위협이 될 것은 자명한 이치다. 그러므로 공격군의 입장에서는 강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있는 적이 존재하는 자체를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병력을 분산시킬 수밖에 없는 문제를 안게 된다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이것이 승도가 취한 조처의 전부는 아니었다. 그는 왕국군의 진격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고지대마다 봉화대를 세워 적의 움직임을 조기에 파악할 수 있도록 준비도 갖추었다. 봉화가 정확한 전장의 정보를 알려줄 수는 없었지만 대략적인 적의 움직임에 대한 윤곽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하지만 이러한 조처들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연합왕국이 금포강을 거슬러 사실상의 교차점인 금포에 도달할 때까지 걸릴 시간은 길어도 나흘을 넘기기 어려웠다.

그나마 상륙에 소요된 시간은 승도의 예상보다 훨씬 짧았다. 아무리 행정 상륙이라지만 겨우 한나절 만에 연대 하나와 그 보급 물자 전체가 상륙할 것이라고는 그가 예상치 못한 바였다. 이것은 보급 행정 부문에서 이룩된 연합왕국의 진보와 상상 이상으로 나약한 제국 수비대가 만들어 낸 합작품이었다.

“지연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 마음에 걸려. 지연을 시켜야 적을 분산시키며 조금 더 유리한 여건을 조성해볼 수 있을 터인데.”

승도는 지도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가 아문을 떠난 다음 날, 연합왕국은 지상군을 동원하여 아문을 전격적으로 점령했다. 동원된 병력이 별로 많지 않았지만 지휘관도 없는 아문 수비대와 수군은 무기를 버리고 달아나는 추태를 보이고 말았다.

공격군이 대거 동원된 것도 아니고 겨우 400명의 선견대가 가해오는 최초 공격 시점에 굴복해버린 것이다. 그렇게 허망하게 무너져버린 아문을 생각하면 지연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바보짓이다.

더구나 신의 지휘관들이 멀쩡히 부대를 지휘하고 있다고 해도 기대는 어리석은 짓이다. 금포 방어의 책임을 짊어진 혁리의 행태만 봐도 그렇다. 홍모귀들을 물리치겠답시고 여자들의 요강을 빼앗아와 그 오줌을 한데 모아놓고 고사를 지내는 희한한 발상은 도저히 정상적인 지휘관이라고 믿을 수 없는 모습이다.

대양을 건너온 양이들은 양기가 강한 자들이니 여성의 오줌에 담긴 음기로 이를 능히 눌러 그 기세를 끌 수 있다는 그 논리 어디에 현실성을 찾아볼 수 있단 말인가?

승도는 처음부터 신의 군사 관계자들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있지 않았지만, 혁리의 모습은 인간적인 경멸감까지 더해주기에 충분했다. 적어도 그 모습을 본 순간 단언할 수 있었다. 신의 지휘관들은 에우로페의 일개 사병만 못 한 자질을 가진 자들이라고.

승도가 생각에 잠긴 사이 강주 관리사 임경문이 지도를 유심히 살폈다. 지도 위에는 연합왕국의 지상군과 해군을 상징하는 깃발들이 여럿 놓여 있었다. 그 수는 몇 되지 않았으나 그들이 가진 힘은 십만 대군보다 더 위력적이었다.

물끄러미 지도를 살피던 임경문이 금포강 위에 놓은 붉은 깃발 몇 개를 보다 그 모양이 다른 것을 발견했다.

“이건 무엇이기에 다른 깃발들과 모양이 다른 것인가?”

생각에 잠겨 있던 승도는 그 말에 고개를 들고 말했다.

“포함입니다.”

“포함? 대포만 실은 배란 의미인가?”

“그런 의미이긴 합니다만, 다른 군함들과 다른 배입니다.”

승도는 천천히 포함에 대한 설명을 붙였다. 포함이란 박격포함을 이르는 말로, 그것들은 연안이나 항행이 어려운 강에서 지상군의 화력 지원을 전담했다. 포의 구경이나 탑재 포문 수는 전열함에 비할 바 아니었으나, 곡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전열함보다 무서운 적수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것들은 로켓을 대량으로 싣고 있어 유사시엔 지상군에 파멸적인 타격을 가할 수도 있었다.

“포함이라. 왜 다르게 표기했는지 이해했네. 이것들이 난간을 공략할 가능성은 없겠나?”

“곡사가 가능하다 하더라도 난간에 도전할 수는 없습니다. 연합왕국 해군으로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하려면 육군이 나서야 하는데, 벼랑을 타고 올라올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다행이군.”

임경문은 안도하며 다시 지도를 살폈다. 관리사가 지도를 확인하는 동안, 승도는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천막을 나섰다. 아무리 생각해도 전투는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아무래도 적이 마음에 걸렸다. 아문에서 목격한 적의 연대 깃발 중에는 로열 아크와 로열 노섬브랜드의 깃발이 있었다. 지긋지긋할 정도로 마주한 연합왕국의 정예 연대들이다. 오죽하면 연대기를 기억할 정도일까.

그런 정예 연대라면 하나만 진공해온다고 가정해도 전투에서 승리를 장담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물며 적이 일개 연대만 진출시킬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있었다. 연합왕국이 바보가 아닌 이상 공격자의 이점을 십분 살리려 할 것이 틀림없었다.

여력만 된다면 연대 두 개를 보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었다.

“금포강 연안을 해군과 연대 하나로 보호한다고 가정하면 적이 쓸 수 있는 전력은 연대 두어 개 정도. 하나만 보내오면 좋겠는데.”

승도는 그러길 희망했지만 세상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 좀 마음에 안 들었다. 적이 전 병력을 몰아온다면 필패. 일부를 진공시키길 바라야 할 싸움이다.

즉, 처음부터 끝까지 적에게 달린 싸움이란 뜻인데, 전투를 시작하기 전에 승패를 결정짓기를 좋아하는 승도에게 더없이 불쾌한 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너무 전력이 부족해. 그렇다면 이곳 여문에서 한 번 패하는 걸 염두에 둬야겠군.”

승도는 운에 기대하지 않기로 하고 냉정하게 전략을 다시 짰다. 최초 계획에선 여문 전투로 강주 진공을 좌절시키겠다고 작전을 입안했지만, 지금 상황에선 그렇게 되지 않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했다. 문제는 여문을 내주면 유리한 지세를 누릴 곳이 없어진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전략가로서 가진 풍부한 경험이 ‘지세’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이 경우라면.

“비정규전.”

승도는 생각 하나를 떠올렸다. 금포에서 여문을 지나 강주로 돌아오는 관도는 구불구불한 지형을 돌아오다 보니 지도상으로 보는 거리보다 훨씬 긴 거리라 할 수 있었다. 간단히 말하면 지도상으로는 60km면 충분하지만, 실제로 걸어보면 100km가 넘는 거리란 뜻이다.

그 정도로 거리가 멀다면 연합왕국 군대를 상당히 귀찮게 할 여지가 있었다.

이곳에서 비정규전을 한다면 아무래도 저격이 좋았다. 한때 신대륙 독립 전쟁에서 유행했던 연합왕국 장교 저격을 이곳에서 실천에 옮겨본다면, 그 효과는 아주 쏠쏠할지도 몰랐다.

실제 신대륙 독립 전쟁에서 장교 사냥이 기승을 부릴 때, 오죽했으면 연합왕국 측이 독립군을 상대로 장교 저격만 하지 않는다면 항복할 때도 선처해 주겠다고 말을 했겠는가. 그 정도로 효과가 높은 것이 장교 저격이다.

승도에게는 저격에 쓸 라이플도 있었고 그것을 쓸 사수들도 얼마든지 있었다. 사수라고 하니 좀 이상하지만, 예로부터 동물을 잡아온 사냥꾼들은 강주 근방에 많이 있었다. 그들에게 적당한 은자를 주고 동물 대신 인간 사냥을 시킨다면 장교 몇 저격하는 일은 충분히 해볼 만한 일이었다.

만약 왕국 군이 진격해오는 과정에서 장교를 두 자리 수 이상 줄일 수만 있다면 그 조직력이 엄청나게 약해질 것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그 지경이 되면 정강한 연합왕국 육군이 아니라 애국심에 불타는 로망스 육군이라도 도저히 견디지 못한다.

“비정규전으로 적을 지연시켜 패배에서 수습할 시간을 번다고 치면, 예비대도 필요하겠지.”

하지만 마땅한 예비 병력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았다. 여문에 모은 3,000여 명의 병력만 해도 임경문의 전폭적인 지원과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숫자였다. 이들 외에 신규 병력을 더 확보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병력이 나올 곳이 없어, 병력이. 그만한 병력을 어디서 구하면 좋을까.”

승도는 낯을 찌푸렸다.

***

연대장이 육지에 내려서자 그를 맞이하기 위해 기다리던 부관 이하 장교들이 거수경례를 붙였다. 헨들릭 중령은 그들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경례를 붙였다. 부하들이 일처리를 너무 깔끔하게 하여 따로 지시할 것도 없었다.

헨들릭이 뭍에 발을 딛자 부관이 전투에 대한 짤막한 감회를 늘어놓았다.

“전투 과정이 너무 싱거워서 할 말이 없었습니다.”

“야만인들에게 뭘 기대한 건가?”

헨들릭 중령은 부관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 방기된 대포와 깃발, 버려진 창과 총 등을 보자면 연대가 전투에 투입된 이유조차 알 수 없었다. 연합왕국의 깃발을 든 기수 하나만 보내도 저절로 다 무너질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그들이 겪어온 전장이라면 상상하기도 어려운 무혈점령. 거창하게 준비한 동방 원정군의 진용이 머쓱했다.

연대장이 도착하자 이미 도열한 연대 장병들이 광장으로 쓸 법한 아문 해관의 정원에서 차렷 자세를 취하고 있다 거수경례를 올렸다. 헨들릭은 가볍게 경례를 하고는 부관과 함께 아문 해관에서 국기 게양을 지켜보았다.

용이 음각된 신의 깃발이 천천히 내려지고, 그 자리에 성스러운 조지의 십자가가 새겨진 왕국의 사자기가 펄럭이며 올라갔다. 그 자랑스러운 광경에 모두의 입에서 저절로 우렁찬 왕국 국가가 흘러나왔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건만 조국에 대한 자부심에 가슴이 벅차 국가를 부르지 않고는 참을 수 없을 것 같은 분위기가 저절로 만들어졌다.

모두가 한목소리로 국가를 불렀다.

“하나님, 저희의 자비로우신 여왕 폐하를 지켜주소서. 고귀하신 저희의 여왕 폐하 만수무강케 하사. 하나님, 여왕 폐하를 지켜주소서. 여왕 폐하께 승리와 복(福)과 영광을 주소서. 저희 위에 길이 군림케 하소서. 하나님, 폐하를 지켜주소서. 오, 지도자이신 주님, 일어나셔서 여왕 폐하의 적들을 변방으로 흩어 패배하도록 하소서. 그들의 정치에 혼란을, 그들의 간교한 계략에 좌절을, 당신께 저희의 희망을 거노니 저희 모두를 보우하소서.

(중략: God Save the Queen의 가사)”

“각하. 포로들 문제 말입니다. 어떻게 처분하시겠습니까?”

모두가 국가를 부르는 와중에 부관이 슬쩍 물어왔다. 그 말에 헨들릭 중령이 코를 슬쩍 매만지다 대답 대신 질문을 던졌다.

“지금 양륙한 연대의 보급품이 며칠 분인가?”

“사흘 분입니다. 양륙은 계속 진행 중이라 염려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아니, 이 사람아. 내 말이 그게 아니지 않는가. 그 사흘 분을 쪼개 포로들을 먹이면 얼마나 남을 거냐는 말이지.”

“하루 분입니다.”

부관의 말에 연대장이 씩 미소를 지었다.

“간단하군. 그자들을 먹일 식량 따윈 없네. 연대의 보급품을 짊어질 짐꾼으로 쓸 자들 천 명 정도만 선별해서 보급품을 지급하고, 나머진 그냥 풀어주게.”

“포로들을 석방하란 말씀입니까? 하지만 그자들이 후방에서 소란이라도 부리면.”

헨들릭은 그 말을 듣고 혀를 찼다.

“싸울 의지도 없는 자들이 우리와 맞설 리가 있겠나? 오히려 자기 진영으로 도망가 두려움을 퍼트리겠지. 상대를 과소평가해서도 안 되겠지만 과대평가해서 전력을 낭비할 필요도 없네.”

“옳으신 말씀이십니다. 하면 포로들은 그렇게 처리하겠습니다.”

“좋아.”

연대장은 부관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아문이 함락될 당시 신의 군관들은 미리 낌새를 채고 달아났으나 병졸들은 달랐다. 집과 가족이 아문에 있다 보니 그들은 머뭇거리다 아무런 지휘도 받지 못한 채 무력하게 생포당하고 말았다.

그 수효만 자그마치 3,500명이 넘었다. 당초 연합왕국이 생각한 것을 훨씬 뛰어넘는 숫자의 대규모 포로였다.

국기 게양이 끝나자 부관은 명령을 받은 대로 일처리를 위해 포로들을 묶어둔 창고로 향했다. 이 창고들은 해관에서 몰수한 상품과 밀수품을 보관하는 곳으로 본래는 각종 물품이 가득 차 있어야 할 곳들이었다.

지금은 물품 대신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그 자리에 있어야 할 물품을 아문 감독 위해충이 들고 가버린 탓이다.

창고에 갇힌 자들을 화장실에 보내주지 않다보니 그 안은 생리 현상에 따른 배설물이 쌓여 악취를 풍겼다. 부관은 멀리서부터 그 악취를 맡고는 코를 찌푸리다 초급 장교 몇을 불렀다.

그는 장교들에게 연대의 짐을 부릴 일꾼들을 천 명 정도 선별하라고 지시했다. 그 말에 장교들은 군말 없이 병사들을 불러 모아 선별 작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예로부터 연합왕국은 식민 제국에서 현지인을 다수 이용하여 군대의 병참 인력으로 사용한 바 있었다.

이번 전쟁에 참가한 장교들은 그런 경험이 풍부한 자들이라 명령에 반문할 것도 없이 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빨리빨리 움직여라. 이 야만인들아.”

연합왕국 병사들이 험상궂은 표정으로 창고의 문을 박차고 들어와 윽박지른 순간부터 신의 병사들은 겁을 먹은 상태로 허둥지둥 움직였다. 말이 안 통하니 행동과 표정을 보고 그 뉘앙스를 짐작해야 했다.

그러다보니 심리적으로 더욱 위축되어 신국 사람들은 마치 겁먹은 양떼처럼 수동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이 멍청한 야만인, 움직이란 소리 안 들리나?”

병사 하나가 아직도 바닥에 늘어져 있던 한 신국 사내를 발로 걷어찼다. 퍽 소리가 났다. 그런데 어딜 잘못 차버렸는지 그 사내가 억 소리를 내더니 그대로 바닥에 널브러졌다.

상대가 꾀병을 부린다고 생각한 병사는 군홧발로 그를 툭툭 건드렸다. 그런데 아무 반응이 없었다. 죽은 것이다. 그것을 본 신국 병사들 사이에 잠시 웅성거림이 일었다.

“사람을 죽였어. 더러운 홍모귀 놈들.”

“우릴 다 죽일 생각이야.”

소요가 서서히 번질 기미가 보였다. 그러자 멀리서 이를 감독하고 있던 연합왕국 장교들이 군도를 뽑아들고 소요의 현장으로 달려왔다.

“뭘 보는 거야. 빨리 움직이지 못해?”

연합왕국 장교들은 재빨리 분위기를 읽고 끼어들어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칼을 뽑아 휘두르며 위협을 가하자 신국 사내들은 분노보다 공포를 느끼며 다시 순한 양이 되어 움직였다.

비극은 그렇게 소리 없이 묻혀버렸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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