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1화. 지옥의 문턱 (1)
금포에 주둔한 신의 장수, 혁리는 무능함으로는 위해충보다 더한 작자라 할 수 있었다. 위해충은 제 주제를 알고 짐을 챙겨 내뺐지만, 혁리는 제 능력을 과신하여 연합왕국의 전진을 이곳에서 막아낼 거라 큰소리를 쳤다.
당연히 ‘백성들의 피난’은 안중에도 없었다. 성문을 봉쇄해 버리니 도망가고 싶은 사람도 도망갈 길이 없었다. 백성들 입장에서 보자면 위해충이 백배 낫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승리에 대한 확신의 근거도 희한한 것이었다. 여자들의 오줌을 모아 음기로 적을 물리치겠다는 헛소리는 둘째 치더라도 성벽을 따라 돌탑을 쌓아 ‘액땜’을 하였으니 홍모귀가 저절로 물러갈 것이라는 말을 할 때면 듣는 이들이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말을 하는 혁리 본인은 당연히 진지한 얼굴이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물론 여기까지는 이미 소문으로 접하고 있던 사실이라 놀랍지도 않았다.
하지만 무능한 것이 혁리 하나가 아니라는 것이 문제였다. 혁리 휘하의 지휘관들 역시 무능하기로 그 상관에 버금가는 작자들이었다.
대표적인 자가 부 지휘사 마유충이란 자로 뇌물을 받고 병역을 면제해주어 원래 동원되어야 할 녹기의 절반 이상을 유령 상태로 만드는데 일조했다.
그 덕분에 금포에 모여야 할 군대는 9,000명의 정원에서 4,000명이 겨우 모였으니, 그 무능함이란 말로 표현할 수준을 까마득히 넘어섰다. 아니, 무책임이다.
그나마 무기 관리를 책임진 자들은 관리를 소홀히 하여 보유한 무기의 수량도 제대로 채우지 못했다. 그나마 있는 무기도 쓸 수 없는 물건이 태반이라, 4,000명의 군졸도 무장시키지 못한 게 현실이었다.
아쉬운 대로 여유 병력을 구해볼 요량으로 금포에 걸음을 했던 승도도 이 상황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녹기나 단련은 소집을 하지 않은 상태에선 그 무장 수준을 하기 어렵다. 그래서 ‘추정’만 했을 뿐인데,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주니 도저히 감당이 되지 않았다.
로망스 제국이 국가 존망의 위기에 총동원령을 반포해 징집한 바 있던 국민 방위군(장년층들로 채워져 그 질은 그리 좋지 않았다)조차 이 정도는 아니었다. 아니, 비교한다는 자체가 국민 방위군에 실례가 되는 말이다.
그들의 무장이나 훈련 상태는 금포에 모인 자들과 비교하면 수십 배는 낫다 할 수 있었다.
그래도 없는 것보단 있는 게 낫다. 오합지졸도 다루기에 따라 쓸 만한 군대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에우로페에서는 그런 일을 해낸 자들이 더러 있었다. 많은 시간과 돈을 들일 필요도 없었다.
그것은 전적으로 지휘관의 역량에 달린 문제였다. 오합지졸들에게 할 수 있는 임무를 주고 싸울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한다면, 일정한 수준의 역할을 할 수 있었다.
금포의 방어 태세를 가늠해본 승도는 이곳이 길어도 하루를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다만 지세가 험하고 연합왕국 측의 병력이 많지 않아 패잔병들이 달아날 수 있는 여지는 많아 보였다.
잔병을 잘만 수습한다면 1,000명 내외의 병력은 확보할 수 있을 듯도 싶었다. 혁리에게 병력을 달라고 해도 줄 리가 없으니 이 잔병을 건져가는 것이 승도의 주 관심사라 할 수 있었다.
“아쉬운 대로 준비를 해두어야겠지. 준비는 다 되었나?”
승도가 묻자 정씨가 포권했다.
“물론입니다. 솥과 쌀, 물을 미리 산등성이에 옮겨두고 취사를 할 자들도 미리 배치해 두었습니다. 하옵고 우리 장원의 무인들도 몇 사람씩 배치했습니다.”
“수고했네.”
승도는 정씨를 치하하며 금포 쪽을 날카로운 눈으로 다시 살폈다. 대개 패잔병을 수습하는 첫 번째 철칙은 취사장을 마련하는데 있었다. 인간은 심리적으로 쫓길 때 그만큼 여유를 잃게 되는데, 그때 그들에게 안도감을 주는 것이 식사를 위해 마련한 취사장의 연기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패잔병들을 모을 때 따뜻한 식사가 마련된 취사장만큼 유용한 도구는 달리 없었다.
두 번째는 지휘 체계가 흐트러진 잔병을 모을 사람이다. 패전에 휩쓸린 자들은 공포에 질려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한다.
이때 그 공기에 휩쓸리지 않고 질서를 유지할 사람이 필요했다. 그런 자들에게는 보통 인간보다 뛰어난 담력과 이성이 요구되었는데, 장원의 무인들은 그런 점에 안성맞춤이었다. 무술을 갈고닦으며 수련한 자들이라 어지간한 일에는 당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준비가 미리 갖추어져 있다면 잔병을 수습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연합왕국이 많지도 않은 병력을 쪼개 잔병을 추격할 이유가 없으니 방해를 염려할 필요도 없다.
기병이 걸리긴 하지만 산지가 많은 금포 인근에서 기병의 활동은 상당히 제약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사람이 하는 일에 완전한 준비란 있을 수 없었다. 뜻하지 않게 연합왕국이 끈질긴 추격을 벌일 수도 있었고, 기병이 생각보다 빠르게 기동할 수도 있는 법이다. 단순히 눈으로 대강 보고 살핀 판단은 언제나 실수가 발생할 수 있음을 승도는 망각하지 않았다.
승도는 금포 성벽을 대강 살피다 멀리 보이는 강 쪽을 훑었다. 야음이 깔린 강 위에 훤한 불빛이 보였다. 보이는 것은 모두 열둘. 왕립 해군의 박격포함과 프리깃함이 내는 불빛이었다.
보통 군함이 내는 불빛은 15km 바깥에서도 관측이 가능했다. 때문에 왕립 해군은 금포강 하류에서 중류에 이르는 지역에서 15km 간격으로 군함을 배치해두고 있었다. 서로 간의 연락을 용이하게 하면서 강변으로 접근할지 모르는 신 측의 움직임을 원천봉쇄하기 위한 조처였다.
“정말 철저하군.”
승도는 적에 대해 감탄사를 내뱉었다. 왕립 해군의 움직임은 언제 보아도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배의 균형을 잡기 어려운 강 위에서도 그들은 넓은 대양에서 운신하듯 자유롭게 움직였다. 고도의 항해술과 숙련된 선원들이 갖추어지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승도의 눈이 어두운 강 위를 움직이는 불꽃들을 바라보다 문득 육지로 시선을 옮겼다.
육지 쪽에서도 움직임이 있었다. 아니, 자세히 보니 그것은 움직임 정도가 아니었다. 강가에서 훤히 불을 밝힌 군함을 이정표 삼아 움직이는 군대의 행군이었다.
승도도 유심히 보지 않았다면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시간으로 보자면 해가 막 지려는 미묘한 시간대다. 야습하기에 딱 좋은 시간이라 할 수 있었다.
보통의 군대는 이 시간대에 저녁을 먹고 병사들에게 휴식을 준다. 그것은 신에 있어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더구나 군의 기강이 엉망이다 보니 병사들에 대한 통제는 형편없었다. 군관들은 제 담당 구역을 지키지 않기 일쑤이고, 병사들은 군관에게 뇌물을 주고 제 임무를 방기하곤 했다.
그런 판이니 백주대낮에 기습을 해도 통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을 정도다.
“야습이군. 아주 박살이 나겠어.”
승도는 무심한 눈으로 왕국군대의 이동을 지켜보았다. 왕립 해군이 육군의 뒤를 따라 움직이지 않은 탓에 금포에서는 공격조차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애초에 혁리가 군략에 관심이 많았다면 승도가 서 있는 이 구릉에 전장을 관제할 사람 몇은 보내두고 적의 움직임을 살피고도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식견이 있었다면 여자 오줌을 모으고 돌탑을 쌓는 쇼는 하지 않았을 터. 금포 방어군의 패배는 예정되어 있었다.
승도의 말에 정씨가 긴장한 표정으로 물었다.
“공자님. 금포에 사람을 보내 야습을 알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말에 승도는 냉정하게 고개를 저었다. 전쟁에서 희생은 언제나 있게 마련이다. 전략가는 죽는 자의 수를 결정할 순 있어도 손실 자체를 막을 능력을 갖고 있진 않았다.
만약 사람을 보내 야습을 알린다면 십중팔구 혁리가 제 목숨을 살려 달아날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된다면 패잔병 수습에 방해가 될 뿐만 아니라, 여문 방어에도 악영향을 줄 여지가 컸다. 그렇지 않더라도 없는 것보다 못한 수뇌부가 수성을 고수할 경우, 그나마 건질 수 있는 잔병도 못 건지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
여러모로 승도의 입장에서는 금포가 박살나는 것을 방치하는 쪽이 이득이었다.
“하오나, 저들을 살려야 하지 않습니까?”
“저들을 살리려다간 강주를 지킬 수 없어.”
승도는 정씨의 말을 잘랐다. 모든 것을 취하려는 자는 결코 지휘관이 될 수 없다. 에우로페에서 이름난 패장인 발리 대공이 그랬다.
발리는 국가 존망의 위기에서 자국의 수도 방어와 왕실의 권위, 군사적 승리, 모든 것을 취하기 위해 무모하게도 수도 코앞의 벌판에 진을 치고 적과 싸웠다. 그 결과 그는 자신이 지키려던 모든 것을 잃었다.
발리가 재능을 가진 지휘관이었다면 확실히 취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고 하나만 골랐을 것이다. 군사적 승리를 원했다면 수도를 버리고 시간을 벌었을 것이고, 수도를 지키고 싶었다면 수성에 나서야 했을 것이다. 왕실의 권위를 지키고 싶었다면 명예로운 협상을 제안했어야 했다.
그 모든 것을 얻으려다 지킬 수 있는 것도 잃고 만다는 교훈을 발리가 잘 보여주었다. 그걸 알면서 같은 실수를 할 수 없는 건 당연했다.
“강주를 지키려면 한 팔이라도 더 필요하지 않습니까?”
정씨의 말에 승도가 한 가지 이야기를 꺼냈다.
“삼두괴의 고사를 기억하나?”
승도의 물음에 정씨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옛날에 머리가 셋이 있는 괴물이 있었는데 하나는 좌측으로, 하나는 우측으로만 가려고 하고, 또 하나는 앞으로만 가려고 했지. 하루는 그 괴물이 바다를 만났는데 그 괴물은 헤엄을 칠 줄 몰랐네. 하지만 그 괴물은 물에 빠져 죽는 대신 굶어 죽었네. 머리가 셋이었기 때문이야. 둘은 제 방향이 옳다고 싸우니 남은 하나는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죽고 만 거지. 군대도 이와 같네. 혁리가 금포에서 제 병력을 거느리고 살아나오면 우리는 머리를 하나 더 붙이고 싸울 수밖에 없어. 그러니 그자가 죽어주고 그 병력이 와해된 상태로 우리에게 흡수되는 쪽이 삼두괴의 전철을 피하는 방법이지.”
“머리를 붙이는 것이 온전한 병력을 더하는 것보다 좋지 않다는 말씀이십니까?”
“그 머리가 정상이라면 도움이 되겠지. 하나 혁리는 아니야.”
승도는 엄혹한 평가를 내렸다. 그가 보기에 제국의 지휘관들은 적을 위해 일하는 첩자나 마찬가지였다. 그중에서도 혁리는 정도가 심했다. 그자를 믿는다는 건 화약고에 성냥을 들고 들어가는 거나 마찬가지다.
승도는 뒷짐을 지고 선 채로 전투가 벌어질 금포를 내려다보았다.
***
군화를 짚단으로 감싸 소리를 죽인 연합왕국 보병들이 어둠을 우군으로 삼아 금포로 밀려들었다. 경계병도 제대로 세우지 않은 채 성벽만 믿고 있던 금포 수비대에게는 예기치 않은 야습이었다.
당연히 연합왕국 해군 군함들이 포격을 가하며 밀고 들어올 것이라고 여겼던 신의 지휘관들은 이 예측불허의 공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것은 기본적인 전술 응용에 지나지 않았다. 연합왕국은 자신들이 가질 수 있었던 화력 지원의 이점을 포기하고 기습이라는 이점을 골랐을 뿐이었다.
붉은 코트들은 급조한 사다리와 밧줄을 이용해 성벽을 간단히 타고 넘었다. 그들에게 경계되지 않는 성은 평지에 만들어진 야영지와 다를 바가 없었다. 소리도 내지 않고 소대 병력 하나가 통째로 성벽 위로 올라섰다. 그들은 능숙하게 줄을 내려 동료들이 성벽 위로 타고 오를 수 있도록 도왔다.
그제야 성벽을 순찰 중이던 신의 초병이 이를 발견했으나 때는 이미 늦었다. 댕댕거리는 종소리가 울리자 뒤늦게 기습을 눈치챈 자들이 제 막사와 집에서 뛰쳐나왔으나, 성벽은 이미 홍모귀들의 수중에 있었다.
“야습이다!”
누군가 소리를 지를 것도 없었다. 붉은 코트들은 성벽 위에 웅거한 채로 몰려오는 신의 방어군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총탄을 쏟아부었다. 대낮과 달리 일제 사격을 가하지 않았으나 그것으로도 충분했다. 숙련된 연합왕국 보병들의 순차적인 사격 앞에 신의 보병들은 몰려오다 피를 뿌리며 널브러지기 일쑤였다.
그사이 성벽 위로 올라선 자들의 숫자가 중대 규모를 넘었다. 붉은 코트의 수가 100여 명을 돌파하자 제국은 그 화력을 감당할 수 없었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총탄에 시체가 늘어나자 신의 지휘관들은 승산이 없음을 직감했다. 뒤늦게 현장에 달려온 혁리가 고래고래 악을 썼지만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혁리의 강압을 못이긴 지휘관들이 대충 긁어모은 병졸들에게 돌격을 명령했다. 창과 칼을 꼬나 쥔 한 무리의 병사들이 무질서하게 붉은 코트들을 향해 돌격했다. 하지만 이미 붉은 코트들은 단단히 준비된 지 오래였다.
성내를 타격할 수 있는 위치에 이미 배치된 연대의 중포가 불을 뿜자 강력한 살상력을 가진 카니스터 탄이 신의 병사들 사이에 떨어졌다.
카니스터 탄은 쇠구슬을 잔뜩 박아 넣은 포탄으로 다량의 병사를 살상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당연히 붉은 코트들의 일제 사격조차 감당하지 못하고 있던 오합지졸들에게 치명타로 작용했다. 카니스터 탄이 떨어진 자리에 섰던 자들은 순식간에 비명을 지르는 중상자들로 변했다. 그것을 본 자들의 사기가 꺾인 것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야만인들의 씨를 말려라. 전군 착검!”
곰 가죽 모자를 쓴 장교의 명령에 붉은 코트들이 일제히 총의 끝에 날카로운 쇠붙이를 붙였다. 가뜩이나 사람 키만큼 큰 총에 사람 손바닥보다 큰 쇠붙이를 붙이니 2m는 될 법한 창이 만들어졌다.
그 총검을 쥔 붉은 코트들이 질서정연하게 열과 오를 맞추었다. 고대에 있었을 법한 창병의 밀집 방진을 연상시켰다.
“빌어먹을.”
혁리가 욕설을 내뱉을 틈도 없었다. 돌격에 실패한데다 카니스터 탄까지 뒤집어써 사기가 바닥에 떨어진 차에 적이 돌격을 준비하자 뭘 해야 할지 머릿속이 아득해지는 기분이었다. 붉은 코트들은 신의 지휘관들이 생각할 틈도 주지 않고 총검을 앞으로 겨누었다.
“돌격!”
착검 돌격은 전투의 최종 국면에 이루어진다. 상대에 대한 전의 상실 강요, 적에 대한 심리적 우세, 아군의 승리에 대한 확신. 그 모든 것이 착검 돌격 하나로 표현된다 할 수 있었다. 붉은 코트들은 그 명령으로 자신들이 승리했다고 확신했다.
“여왕 폐하 만세!”
붉은 코트들이 여왕 만세를 외치며 해일처럼 밀려들었다. 총검을 들고 달려드는 그들의 기세를 막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붉은 코트들의 진격 앞에 신의 병사들은 허둥거리다 총검에 찔렸다. 말 그대로 붉은 해일이다.
그 거센 공격 앞에 수십 명이 피를 뿌리며 순식간에 쓰러졌다. 그제야 위기를 느낀 혁리가 달아나려 했으나 붉은 코트들은 지휘관의 화려한 복장을 알아보고 있었다.
그들은 기계적으로 신의 병사들을 베어 죽이며 혁리를 향해 직선으로 돌파해 들어왔다. 고사에 맞는 표현이 있다면 파죽지세. 중앙이 돌파되는 데는 겨우 30초도 걸리지 않았다.
피 보라를 일으키며 혁리를 향해 몰려드는 붉은 코트들은 그야말로 살인 기계나 다름없었다. 찌르고 치고, 쏘며 톱니바퀴 돌아가듯 신의 병사들을 쳐 죽였다.
수적으로는 제국군이 우위에 있었으나 조직력이나 사기, 전의에 있어 상대가 되지 않았다.
“저, 저리로 사라져라. 이 오랑캐 놈들아!”
혁리는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다 무언가가 생각났는지 혹시나 해서 들고 나온 요강을 자신의 머리 위에 끼얹었다.
여자의 오줌을 뒤집어쓰며 마지막 희망을 품었지만 그의 믿음은 틀렸다.
곧, 멍청하게 서 있는 제국군 사령관을 향해 붉은 코트들의 총검이 날아들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