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호루스의 반지-53화 (53/425)

제53화. 지옥의 문턱 (3)

붉은 코트들은 금포를 함락시킨 후, 여문을 향해 진군을 시작했다. 질서정연하게 오와 열을 맞추어 움직이는 그들 옆으로 수백 명의 제국 포로들이 식료품과 탄약을 짊어지고 움직였다.

금포 나루에서 추가 보급품의 하역을 도울 포로들을 제외한 전 인원이 동원된 터라 얼핏 보기에는 왕국 병사들보다 포로가 더 많아 보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대열을 이룬 것은 비단 사람만이 아니었다. 왕국군이 징발한 소와 짐말 등이 끄는 수레도 거의 백여 대나 뒤를 따르고 있었다. 모두가 대포와 탄약 등을 실은 보급 수레였다.

관도가 좋고 말의 확보가 쉬운 에우로페였다면 보급 마차를 대량으로 운영했겠지만, 이곳은 신이었다. 원정군은 그런 점을 고려하여 보급품 운송에 마차 대신 수레를 다수 이용하는 쪽을 선택했다.

사람과 수레로 이루어진 거대한 행렬의 선두에는 깃발을 든 기수들이 섰다. 그들이 든 왕국과 연대 깃발 아래에 연대 장교들이 여럿 서 있었다. 기습을 생각하면 서 있을 수 없는 위치였지만 이미 적정 정찰을 마친 상태라 장교에 대한 공격은 염두에 둘 필요가 없었다.

장교들과 선견대의 뒤로는 군악대가 자리했다. 군악대는 북과 트럼펫을 연주하며 연대의 사기를 고취시켰다. 왕국 국가 ‘여왕 폐하를 구원 하소서’와 육군 공식 군가 ‘왕국의 영광’ 노랫소리가 쉴 새 없이 울렸다.

그 소리를 들으며 흥얼거리는 자들은 마치 소풍이라도 나가는 듯 밝은 표정을 짓기 일쑤였다. 행군 동안 아무런 불상사도 발생하지 않다보니 약간 긴장이 느슨해지는 것도 피할 수 없었다.

모두가 가벼운 마음으로 전장을 향해 나아가다 보니 로열 노섬브랜드 연대장 헨들릭 중령도 다소 편한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본대로부터 앞서 나갔던 기마 척후가 돌아왔다. 정찰 결과는 여문 입구까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었다. 바로 전에 이루어진 정찰에 대한 보고와 같았다.

“아무것도 없다면 그것도 나쁘진 않겠군. 그렇지 않나?”

에이번 대령이 꺼낸 말에 헨들릭도 고개를 끄덕였다. 두 연대가 합류하여 행군을 함께하다 보니 연대장들끼리 이야기를 주고받는 일은 종종 있었다.

“하지만 여문 안에선 단단히 준비를 하고 있을 테니 금포보단 어려운 싸움이 될 테지요.”

“물론 쉽진 않겠지. 우리 기병이 활동하기엔 확실히 지형이 좋지 않아. 하지만 돌파구만 만들어 준다면 내가 결판을 내줌세. 그건 약속하지.”

에이번의 호언장담에 헨들릭이 씩 웃음을 지었다. 근위 기병 연대장의 말은 신뢰할 수 있는 약속이기도 했다. 에이번이 누구인가?

그는 지난 반혁명 전쟁에서도 기병대를 이끌고 혁혁한 전공을 세운 베테랑 기병 장교였다. 그가 마음만 먹는다면 겹겹이 둘러쳐진 보병 방진에 보호받는 포병 진지조차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 그런 정도의 인물이기에 그 약속은 믿을 수 있었다.

“대령님의 말씀이라면 믿어볼 만합니다. 못은 수령해 두셨습니까?”

“못이라. 혹시 적에게 위협이 되는 대포가 있던가?”

못이라는 말에 에이번 대령이 반문했다. 못은 기병대가 빠른 속도로 적진을 돌파하여 적 포병진지를 장악한 후, 대포를 쓰지 못하도록 그 포를 파괴할 때 쓰는 중요한 도구였다. 심지 구멍에 못질을 하여 대포를 쏠 수 없도록 막아버리는 장비로 기병의 핵심 보급품에 해당되었다. 하지만 신의 대포가 위협이 안 돼 기병 연대엔 못이 지급되지 않은 상태였다.

“만에 하나라도 대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야만인들이라고 준비를 게을리했다가 망신을 당하는 것보단 조금 신중해지는 것이 좋다고 여겨집니다.”

“그 말도 옳아. 내가 신중하지 못했군. 못을 준비해 두도록 하겠네.”

헨들릭은 그 말에 만족했다. 연합왕국 장교들의 강점을 꼽으라고 한다면 부대 간의 유기적인 협력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는 점에 있었다.

기병의 임무에 대해 보병 장교가 이야기를 할 수 있고, 기병 장교가 그것을 수락할 수 있다는 부분은 여타 국가의 육군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그만큼 실전 경험이 풍부하기에 나올 수 있는 면모이기도 했다.

“한데 이런 지형에서 전투를 펼쳐보신 경험은 가지고 계십니까?”

“병목 지점에서의 기병 돌격 말인가? 경험이 아주 없진 않네. 다만 그런 장소는 가급적 피하려고 했지. 그건 왜 물어보나?”

“이번 전투를 짠 자가 꽤 전술에 능한 자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습니다. 의도는 알 수 없으나 독특한 용병술을 펴는 자라 다른 숨겨진 의도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독특한 용병술이라. 그자가 무얼 했기에 그리 근심하는 건가? 자네도 백전을 치른 베테랑일 텐데.”

에이번의 말에 헨들릭이 미소를 보였다. 베테랑으로서의 자신감을 드러내는 미소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신중함이 필요하다는 제스처이기도 했다.

“생각보다 피해가 커지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아무래도 우리 지상군은 한 줌에 지나지 않아 가급적 적은 피해로 강주를 굴복시킬 필요가 있으니 그런 부분은 항상 염두에 둘 수밖에요.”

“그거야 그렇지만 너무 그 부분을 염두에 둘 필요는 없네. 어차피 1차 원정군의 소모가 커지면 본국에서 병력을 증파하겠지. 동방 무역 회사의 회사군을 동원한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말일세.”

회사군이란 말에 헨들릭은 절레절레 손을 흔들었다. 회사군은 동방 무역 회사가 운용하는 일종의 식민지 군대로 그 전력은 왕국의 이선 급 부대에도 못 미치는 얼치기 군대였다.

당연히 정예 전력을 지휘하는 정규군 장교들 입장에서 보자면 휘하에 넣는 것조차 불쾌한 군대라 할 수 있었다.

“회사군이 온다면 군의 질적 저하는 불 보듯 뻔합니다. 야만인들 상대로 사상자 수백이 나올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런 졸전을 감수할 바에야 다소 어렵고 힘들어도 현재 전력으로 승부를 보는 편이 낫습니다.”

“물론 내 생각도 같네. 아, 벌써 여문이 코앞이군.”

에이번의 말에 헨들릭이 고개를 들었다. 과연 좁디좁은 경사를 가진 호리병 입구가 모습을 드러내려 하고 있었다.

연대가 진군해가는 길은 입구로 갈수록 조금씩 넓어지는 양상을 보였는데, 입구에서부터는 아예 시계가 트인다고 표현해도 될 정도로 지형이 확 달라지는 모습을 보였다. 방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지형이라고 말해도 좋았다.

“양쪽 구릉 위로 포병을 올려보면 좋겠는데, 그건 어려울 것 같군요.”

헨들릭은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정찰대에게 지질 조사도 어느 정도 부탁해둔 터라 포의 활용 여부에 대해서는 이미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 토질이 약하면 그만큼 포가 반동으로 밀릴 때마다 정확한 위치에 포탄을 떨어트리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것도 구릉 위에 포를 올렸을 때나 가능한 이야기다. 수시로 붕괴가 일어나는 연약한 지반 위로 무거운 포를 올리려다간 산사태로 애꿎은 병사들만 잃을 수도 있었다.

“포병 지원 없이 보병만으로 승부를 볼 생각인가?”

“그럴 리가요. 몇 문이라도 동원할 생각입니다.”

헨들릭은 에이번의 말에 강한 부정의 뜻을 드러냈다. 잘 준비된 적진에 포병 지원도 없이 돌입하는 것은 말 그대로 자살 행위다.

포병을 제대로 전개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중포의 지원이 있는 것과 없는 건 천지차이다.

박격포를 쓰는 것도 좋지만 그것은 위력이 너무 약했다. 해군용의 대형 박격포라면 몰라도 연대가 쓰는 소형의 경 박격포 몇 문은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적이 밀집되었다면 몰라도 충분히 산개된 상태에서 그것은 효율이 너무 낮았다.

“중포라면 아이언 볼인가?”

“물론입니다. 문제라도 있습니까?”

헨들릭이 반문하자 에이번이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네는 열대 지방 종군 경험이 있을 텐데, 혹시 열대 지역에선 대포를 쏘아본 경험이 없나?”

“카니스터 탄 정도는 써봤습니다.”

그 말에 에이번이 역시나 하며 말문을 열었다.

“그렇군. 그렇다면 내가 알려주지. 아이언 볼은 소용이 없네.”

“어째서입니까?”

“아이언 볼은 젖은 땅에서 효율이 크게 감소하는 무기일세. 그건 알고 있지 않나?”

“하지만 논두렁을 타격하기엔 이보다 좋은 무기도 없습니다.”

“문젠 땅에 포탄이 박혀 버린다는 점이지. 일전에 논밭 지형에서 아이언 볼을 써본 경험에 따르면 포탄이 한 번 튕겨보지도 못하고 그대로 박혀버렸네. 보통의 진흙탕보다 아이언 볼을 쓰기에 더 안 좋은 지형이더군. 그런 정도라면 논두렁에 별 데미지도 입히지 못할 걸세.”

헨들릭은 그 말에 고민스런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것은 미처 계산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하면 어느 포탄이 나을 거라고 보십니까?”

“백린.”

“백린이 낫단 말씀이십니까?”

백린이란 말에 헨들릭은 포탄의 특징을 생각했다.

백린탄은 왕국군이 주력으로 사용하는 포탄 중 하나다. 포탄이 터지면 백린이 비산하는데, 그것은 공기에 노출되는 즉시 급격한 산화 반응을 일으키며 고열을 내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쉽게 말해 화재와 연기를 내는 포탄이다.

“어차피 우리 쪽의 사격이 먹히지 않는다면 상대의 공격 효율을 경감시키면 그만이 아닌가?”

“효율을 경감시킨다면 그 사이에 개활지로 우리 병력을 모두 전개시켜 대형을 갖추자 그 말씀이시군요.”

“물론일세. 아마 적 중앙만 대충 마비시켜도 전개에 큰 문제는 없을 거라고 보네. 이후 백병전을 실시해서 돌파구만 하나 열어주게. 그다음은 기병이 끝을 내도록 하지.”

백린의 사용도 나쁘진 않았다. 다만 이 백린은 강주 포격을 위해 아껴두려던 것이라 조금 꺼려지는 마음이 없잖아 있었다. 그래도 희생을 줄일 수 있다면 그 정도야 감수할 수는 있었다.

“좋습니다. 대령님 제안대로 하지요.”

헨들릭은 대령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

“…기본적인 전술은 다음과 같습니다. 모두 자신의 역할에 대해 명확히 기억을 해두시고 그대로 실천에 옮겨주시기 바랍니다. 만약 허가 없이 뒤로 물러나려 생각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이것 하나만 명심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뒤에는 제 독전대가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참수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였으니, 제 허가 없이 돌아서서 오는 행위는 제 명령에 불복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즉참하겠습니다. 설령 독전대의 눈을 피해가더라도 차후 조정에 주청을 올려 반드시 오라를 받게 만들겠습니다. 아시겠습니까?”

“대인의 말씀 잘 알겠습니다.”

승도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사족을 덧붙였다.

“본인은 상벌이 분명한 사람입니다. 명에 잘 따라준다면 각 지휘관들에게는 은자 천 냥씩, 병졸들에게는 전사자라도 은자 오십 냥을 일괄적으로 지급하겠습니다. 그 점 분명히 주지시켜 주시기 바랍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단련 지휘관들이 경직된 표정으로 대답했다. 임경문으로부터 사실상 전권을 부여받아 생사여탈권을 행사하고 있는 승도이기에 그 명령에 토를 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물며 품계도 낮지 않아 그 격을 문제시할 수도 없었다. 그나마 돈이라도 준다고 하니 개죽음은 아니라 다행이라는 얼굴들이다.

지휘관들이 분분이 물러나자 임경문이 수염을 쓰다듬다 물었다.

“그래. 자네 생각은 충분히 알겠네. 하지만 저들이 순순히 명을 따르겠는가?”

“따르지 않을 수는 없을 겁니다. 독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원칙은 적보다 아군의 지휘관이 더 무섭다는 걸 인지시키는데 있습니다. 명령을 따르면 살 여지가 있지만, 명령을 어기면 무조건 죽는다. 그렇게 인식하면 명령을 거부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거기에 그들에게 돈도 주겠다 하였습니다. 대가 없이 사지로 몰지는 않는 것이지요.”

“그 말도 일리는 있네. 그건 그렇고 어찌하여 부대를 단계적으로 움직일 생각을 한 것인가? 많지도 않은 병력이라면 셋으로 나누어 배치할 이유도 없다고 보이네만.”

임경문의 말에 승도는 당연하다는 듯 답했다.

“일단 우리 군의 구성은 도망쳐온 녹기와 단련으로, 전혀 다른 이질적인 집단이 뒤섞여 있습니다. 손발이 맞지 않는 병력을 한데 모아두는 것은 운영에 독이 됩니다. 따라서 별개의 부대로 쪼개두는 것은 기본적인 원칙에 속합니다.”

“그렇지만 적의 공세가 가볍지 않을 것은 자명한 이치가 아니던가?”

“물론입니다. 하여 단계적으로 적의 전투력을 흡수하도록 진형을 구성하였습니다.”

승도는 자신이 구축한 세 겹의 보병 방진에 대해 다시 설명했다.

첫 번째 줄은 가장 얇은 전열을 이루는 부대로 500명이 배치되어 있었다. 이들은 말 그대로 돌파당하기 위해 만들어진 부대로 전투 과정에서 적의 병력 밀집도를 올리는 용도로 존재하는 부대였다.

논밭이 시작되기 직전인 메마른 대지에 적이 밀집한 상태에서 아이언 볼이 튕겨지면 그 살상력은 상상을 초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포병 지휘관으로 명성이 드높았던 승도가 이 점을 모르지는 않았다.

이 첫 번째 방진을 돌파하면 가장 단단한 두 번째 방진이 있다. 2,000명의 단련으로 구성된 방진은 연합왕국의 돌파를 막기 위한 핵심 방어선이었다.

첫 방진과 포격으로 막대한 손해를 입은 적을 바로 이곳에서 저지하고 사거리가 짧은 카니스터 탄을 쏟아부을 작정이었다.

이 2차 타격까지 이루어지면 연합왕국의 일선 제대는 거의 괴멸적인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밀집된 보병의 머리 위로 쏟아지는 산탄만큼 무자비한 것도 찾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왕국군대가 저력을 발휘해 이 방어선에 돌파구를 뚫고 기병에게 기회를 만들어 준다면 포병대를 보호하는 세 번째 방진이 전투에 나서게 된다.

여기에는 포병을 운용하는 500명의 병사와 이들을 보호하는 500명의 보병이 있는데, 이들만으론 기병을 상대할 능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승도는 이들이 최대한 버티는 동안, 뒤쪽에 배치된 콩그리브 로켓을 포병 진지로 쏟아부어 적과 아군을 함께 날려버릴 작정이었다.

이 역시 비정하기 그지없는 계획이었지만 적 기병 하나를 잡으면 후퇴할 때 죽을 아군 열을 살리는 일이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이 세 번째 공격까지 쏟아지면 패퇴하는 승도의 병력을 추격해야 할 적에 기병까지 대 타격을 받는 것은 말할 필요조차 없었다.

추격을 받지 않는다면 전장에서 엄청난 피해를 강요당하더라도 병력 손실은 50% 이하에 그칠 것이라고 승도는 예상했다.

그 정도라면 미리 금포에서 추슬러 온 1,300여 명의 잔병을 주축으로 강주 초입부에서 전열을 재정비해 재전(再戰)을 벌일 여지가 있었다. 물론 그 잔병들을 수습하고 조직력을 회복할 시간을 버는 것은 빠질 수 없었다.

승도의 설명에 임경문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소 비인간적이긴 했지만 압도적인 적의 전력을 고려한다면 이보다 적당한 작전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하나 이 두 방진에 들어간 자들은 모두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지 않겠나?”

“왕국군이 포위를 한 것이 아닌 까닭에 후퇴에 문제가 있지는 않습니다. 첫 방진의 병사들도 포격이 시작되면 물러나도 좋다고 지시해 두었습니다. 반절은 상하겠지만 그 이상은 죽지 않을 겁니다.”

“반절이라.”

그 말에 임경문은 쓴웃음을 지었다. 군대는 전체 병력의 30%만 잃어도 괴멸로 간주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는 그만큼 조직력이 저하된 탓에 전력으로서의 가치가 낮아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전장에서 30% 이상의 병력을 잃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대패라고 부르는 경우도 대부분은 전체 병력의 10~30%가 사망한 경우가 고작이다.

그러니 50%를 잃을 것을 고려하는 승도의 말이 놀랍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제 생각만큼 아군이 잘 움직여줄 수 있느냐, 적이 의도대로 따라와 주는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인께서도 아시겠지만 전장은 변수가 많습니다.”

“그렇지. 그게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네.”

임경문도 그 점이 염려스러웠다. 둘이 대충 회의를 정리하고 자리를 일어나려는 차에 정씨가 천막으로 들어서며 말했다.

“공자님. 홍모귀들의 군마가 도착했습니다.”

“생각보다 움직임이 빠르군요. 대인께서 지휘 막사를 맡아 주십시오. 저는 포병을 관제하러 움직이겠습니다.”

승도는 지휘봉 대신 쓸 장검을 고쳐 잡았다. 그런 그의 귀에 멀리서 아스라이 연합왕국 국가가 들렸다. 전투가 코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