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화. 탐색 (3)
동방 원정군은 심사숙고 끝에 금포 주변에서의 군사 작전을 완전히 중단했다. 그들이 보기에 제한된 목적을 얻으려고 더 큰 위험을 방치하는 것은 그리 현명하지 못한 행위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런 까닭에 동방 원정군은 일정을 앞당겨 금포에서 철퇴하는 쪽으로 계획을 세웠다.
동방 원정군이 철수를 결정하자 금포 주변으로 전개되었던 로열 아크 연대와 로열 노섬브랜드 연대, 해병대 역시 부대를 다시 금포 내로 물리고, 보유 장비의 상당 부분을 배에 실었다.
탈거한 함포 역시 다시 적재하고 작전 방침도 공세에서 수세로 바꾸었다. 뿐만 아니라, 일정 기간의 주둔을 염두에 두고 행하던 시가행진 역시 중단했다.
연합왕국 측의 움직임은 속속들이 오승도의 눈과 귀에 들어왔다. 그는 이러한 동향을 통해 재빨리 적의 의도를 분석했다.
“적이 조기 철수를 결정한 모양입니다. 우리 입장에선 잘된 일입니다. 다만 협상은 조금 어려워질 것 같습니다.”
승도는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의 추측을 내놓았다. 그러자 임경문은 그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강주로부터 물러나는 적과의 협상이 어렵다니, 그 의미를 모를 말이었다.
“적이 물러난다면 도리어 협상이 쉬워지는 문제가 아니던가?”
“그건 아닙니다. 적이 이곳에 머물러 있는 동안 협상을 해야 우리 측의 협상력이 높아집니다. 하지만 적이 금포에서 물러난다면 우리가 쓸 카드는 그만큼 줄어들게 됩니다. 간단히 말해 적은 버림으로써 유리한 입지를 다시 얻는 셈입니다.”
“버림으로써 얻는다. 무슨 도가의 이야기 같군.”
임경문은 도가를 언급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관료들은 공식적으로 도가를 인정하지 않았으나 노후에는 도를 믿는 이상한 면모를 보였다. 임경문 역시 은퇴가 머지않은 노 관료인 까닭에 도가에 대한 지식이 많은 편이었다.
“만류귀종이라 모든 이치는 하나에 닿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결국 도가의 가르침이나 전쟁에서 지켜야 하는 철칙은 다르지 않다 생각합니다.”
승도의 대답에 임경문도 긍정했다.
“그럴듯하네. 하면 협상은 어찌할 생각인가?”
“적이 유리한 입지를 가진 상태에서 하는 협상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적당한 시기를 다시 보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자네 말대로라면 지금 협상을 하면 되지 않나?”
임경문의 반문에 승도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협상은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아직 적의 고압적인 기세가 꺾이기엔 시간이 너무 짧았다.
협상은 서두른다고 해서 원하는 것을 모두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가끔은 인내하고 돌아갈 줄 알아야 그 과실을 모두 얻을 수 있는 법이었다.
안전 보장 문제라면 이미 그 실력으로 철퇴를 이루어낸바, 당분간은 큰 문제가 생길 리 없었다. 적으로부터 확약을 받는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당장 약속을 받아낼 정도로 궁한 처지는 아니다.
“우리 입장이 그렇게 궁색하진 않습니다. 대인께서도 아시겠지만 우리는 승자의 입장에 있습니다. 지금 굳이 굽힐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 내 양이들에게 무릎을 굽힐 생각을 하니 기분이 썩 좋진 않았네.”
임경문의 말에 승도는 미소를 지었다. 협상은 지금 시점에서 놓고 보면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문제. 임경문에게 굳이 수고로움을 요구할 이유는 없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일이 아니겠습니까?”
“앞으로의 일이라. 그것도 그렇겠군. 하면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겠나?”
승도는 지도를 펼쳐놓고 손가락으로 강주를 쿡 찍었다. 손가락에 힘이 들어간 탓에 그 끝에 하얀 반점이 동그랗게 떠올랐다.
“먼저 적이 강주를 친 이유부터 알면 답을 찾기가 쉽습니다. 적이 왜 강주를 쳤다고 생각하십니까?”
“그야 이곳이 부유해서가 아니겠나?”
승도는 고개를 흔들었다. 강주의 부유함이야 신에서 제일가는 것이라지만 연합왕국에 비하면 턱도 없다. 왕국이 강주의 부를 탐낼 정도는 되겠지만 목을 매고 전쟁할 정도는 아니다.
“그렇지는 않습니다. 적이 강주를 노린 이유는 ‘과시’에 있습니다.”
“과시라면 강주를 본보기 삼아 뭘 보여주려 한다는 것인가?”
임경문은 과시라는 말에 답을 찾지 못하고 되물었다.
“지구 반대편으로 공격을 하여 잘 방비된 지역을 점령할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시켜 주는 것이 그들의 의도인 셈입니다. 지금까지 단순한 오랑캐로 취급하던 제국 정부에 자신들의 힘과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보다 높은 협상력을 취하는 것이 그 목적. 정치적으로도 신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적당한 수준에서 타협을 보기엔 더없이 좋은 목표인 셈입니다.”
“우리 제국과 협상을 위해 강주를 본보기로 삼았다. 그 말은?”
임경문이 눈을 크게 떴다. 승도는 그 표정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기에 협상을 위해 본보기를 보여줄 수 있는 곳이 다음 표적이 될 것입니다. 아마도 그곳은 이곳이 될 겁니다.”
승도는 말을 하며 손가락의 위치를 옮겼다. 그가 가리킨 지점을 본 임경문의 입에서 헛바람 들이키는 소리가 났다.
“상경을 말인가?”
승도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다시 손가락을 움직였다. 대륙을 가로지른 손가락은 곧 어느 지점에서 멈추었다. 그것을 본 임경문이 지도를 유심히 내려다보다 고개를 저었다.
“선진. 북경의 코앞이 아닌가? 양이들이 북경까지 공격할 생각이 있다니. 허허.”
“예. 상경과 선진이 적의 다음 표적이 될 겁니다. 강주가 어렵다면 정치적으로 중요한 표적으로 옮겨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 정부가 협상에 나설 때까지 강도를 높여나갈 겁니다.”
임경문은 수염을 쓰다듬었다. 그러다 쓴웃음을 지으며 승도에게 물었다.
“일전에도 같은 대화를 나눈 것 같은데. 지금이라면 방법이 있겠는가?”
“지금이라 해서 저들을 감당할 방법이 있겠습니까? 그저 호된 맛을 한 번 보여주고 이쪽이 그저 만만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인식시켜 주는 것이 고작일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강주는 지켜내지 않았나?”
임경문의 반문에 승도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대인. 홍모귀들이 신에 보낼 수 있는 군세가 얼마라고 보십니까?”
“기천이 전부가 아니겠는가? 배를 모는 무리들까지 합치면 기만에 달하겠네만.”
“아닙니다. 홍모귀들이 보낼 수 있는 군세는 대인께서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큽니다.”
오승도도 전쟁 전에는 임경문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발전한 연합왕국의 역량이 그의 생각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연합왕국 섬에 나타난 그 엄청난 숫자의 군함과 상선. 그것들의 수송 역량을 고려하면 기천이 아니라 기만을 지탱하고도 남았다. 물론 배를 더 가져온다는 가정 하에.
연합왕국이라면 그럴 힘이 충분히 있었다. 실제로도 연합왕국이 동방에 투사 가능한 군사력은 임경문의 예상보다 훨씬 거대했다. 물론 오승도가 생각한 것보다도 컸다.
왕국 해군성이 작성한 극비 문서에 따르면 왕국이 유사시에 동방에 투사하여 유지 가능한 군사력의 한계치는 4만 5천으로 평가되고 있었다. 그만한 군사력을 보내려면 터무니없는 군사비가 지출되는 까닭에 하지 않을 뿐, 그럴 힘은 충분히 있었다.
“적의 군세가 기천보다 크다. 어찌 그리 생각하는 것인가? 7만 리 바깥의 본국에서 포탄 하나, 의복 하나까지 실어오는 자들이 아닌가. 하면 그만큼 부담이 커지니 수만 군세를 유지할 여력은 되지 않을 터인데.”
임경문도 나름 국외 정세에 견문이 밝은 터라 그 정도의 추론은 쉽게 할 수 있었다. 일전에 오승도와 나눈 대화에서도 그는 그만한 견식을 보여준 바가 있었다.
“그것이 되니 저들이 감당할 수 없는 적이라는 것입니다, 대인. 저들이 가진 배가 모두 얼마나 되는지 아십니까?”
“그것에 대해서는 잘 모르네.”
“5,800척이 넘습니다. 저들은 그 중 한 줌을 이번 전쟁에 가져왔을 뿐입니다. 지금 운용하는 배의 10배만 가져온다고 하면 수만 군세도 능히 지탱할 수 있을 것입니다.”
5,800척이란 말에 임경문의 눈이 왕방울처럼 커졌다. 그는 잠시 말문을 잇지 못하다 겨우 입을 열었다. 어이가 벙벙한 듯 떨떠름한 목소리다.
“하면 저들은 어째서 그런 대군을 처음부터 보내지 않은 것인가?”
이것은 대답하기 쉬운 물음이었다. 승도는 동그라미를 그려 보이며 말했다.
“돈입니다. 이문을 얻으려고 하는 전쟁에 과한 경비를 쓰고 싶지는 않아섭니다.”
“허허. 양이의 적은 돈이라더니 그 말이 이걸 두고 하는 말이었구나.”
예로부터 탐욕스런 서역인들은 도덕도 모르고 오직 이문만 좇는다고 말들이 많았다. 임경문은 그 말이 새삼 옳다고 여겼다. 국운을 건 전쟁에서조차 이문을 운운하다니.
승도는 임경문이 말을 마치기를 기다렸다 다시 말을 이었다.
“하여 지켰다 단언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만에 하나 홍모귀들이 기만의 군세를 몰고 온다면 천하에 누가 그들을 감당하겠습니까?”
“그 전에 전쟁을 끝내야겠지.”
그 말에 승도도 동의했다. 전쟁은 강주 상인의 입장에서 피하면 피할수록 좋았다. 전쟁 기간이 길어질수록 장사를 하지 못하니 손해가 누적되는 까닭이다. 물론 연합왕국에 유리한 조건으로 전쟁이 끝나도 강주가 타격을 받기는 마찬가지지만 전쟁이 지속되는 것보다는 피해가 작았다.
“가능하면 그리해야 합니다.”
임경문은 그 말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
연합왕국과 신의 전쟁은 비공식적으로 ‘아편 전쟁’ 혹은 ‘밀가루 전쟁’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있었다. 양국이 각각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이유는 이 전쟁에서 누가 정당성을 가지는가를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명칭은 승자가 결정하게 될 예정이었지만 아직 전쟁이 언제 끝나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했다.
전쟁이 길어지는 이유는 본질적으로 어느 일방이 상대를 손쉽게 쓰러트릴 능력이 없는 것에 기인했다.
지구 반대편을 공격하는 입장인 연합왕국이 제 국력을 전부 쓰지 못하는 데다 신이란 나라는 대륙 하나에 버금가는 거대한 제국이란 점을 생각하면 지극히 당연한 결과였다.
왕국은 개전 1년 차인 현 시점에서 모두 2만 명에 달하는 원정군을 동원하고 있었지만, 그 지상군은 채 6천을 넘지 않는 약소한 규모에 불과했다. 그 정도로는 거점 장악조차 쉽지 않았다.
기세등등했던 왕국 육군이 그런 현실을 체감하게 된 것이 바로 강주 전역이었다.
왕국 육군은 강주에서 전투 손실 및 비전투 손실(질병 및 기타 이유)로 천 명에 달하는 피해를 입어 전력 유지에 심각한 고민을 안아야 했다.
남은 전력으로는 강주, 더 나아가 상경과 북경을 쳐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없었다. 아무리 썩었다고 해도 백만이 넘는 군대를 가진 나라를 기천으로 굴복시키는 것은 어려웠다.
아니, 강주 하나를 굴복시키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것은 이미 수차례의 전투와 적의 기민한 움직임으로 증명된 문제였다. 당장 코앞에 있는 여문에 집결한 적의 1만 군대도 손을 대지 못하는 형편이었다.
결국 동방 원정군은 금포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자신들의 준비가 미흡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동방 원정군이 전쟁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전력 부족을 절감하기가 무섭게 본국에 증원을 요청하려 들었다.
요청할 증원 병력의 규모는 자그마치 1만. 지상군을 1만 이상 증원하겠다는 것은 신을 가벼운 상대로 생각하지 않겠다는 반증과 같았다.
“본국에 증원 요청할 전력의 리스트치곤 꽤 과하군. 이걸 다 불러올 셈이란 말인가?”
웰즈 소장이 의자에 몸을 묻은 채로 자신의 앞에 선 장교에게 서류를 돌려주었다
원정군 작전 참모장 하비 대령은 그 물음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렇습니다, 각하.”
“회사군이야 예정된 증원 명단에 포함되었지만, 본국에서 고지 보병연대와 밀버러 연대를 포함해 네 개 연대를 요구하는 것은 좀 그렇지 않나?”
웰즈는 명단에서 낯이 익은 두 정예 부대의 이름을 언급했다. 고지 보병연대는 왕국군에서도 악명이 높은 백병전의 전문가들로, 이 연대 하나면 로망스군 일개 사단 병력도 쓸어버릴 수 있다 할 정도로 강력한 집단이었다.
밀버러 연대 역시 그에 버금가는 괴물. 왕국 명장 밀버러의 이름이 붙을 만큼 ‘특별한’ 연대인 까닭에 일개 사병조차 상비군으로 유지되는 왕국 최강의 정예 부대다.
이들 부대의 명성 하나만큼은 에우로페 유수의 어느 명문 부대도 부럽지 않을 정도. 왕국 육군의 자랑이었다.
그들은 로열 칭호가 붙은 로열 아크, 로열 노섬브랜드 연대보다도 역사와 전통이 깊을 뿐만 아니라, 그 지휘관들 역시 소장 임관이 예정된 자들만이 앉을 수 있었다. 한마디로 말하면 육군의 엘리트 부대들인 셈이다.
이들은 본국에 붙박이로 남아 해외로 나가지 않기로 유명했다. 이들이 본국을 나서는 경우는 단 하나. 에우로페에 절대강국이 출현하여 연합왕국의 안보를 위협할 때뿐이다.
그래서 이들이 전쟁에 투입된 경우는 딱 세 차례. 반혁명 전쟁 기간의 에우로페 출병이 전부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실전 경험이 부족한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부대 자체는 출병하지 않지만 일부 제대는 타 부대에 배속되어 전장을 경험해보기 때문이다.
또한 훈련 양 역시 붉은 코트들 중에서도 악명이 높을 정도로 드높아 그 전투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왕국 최강이다.
“하지만 이들의 전력이 꼭 필요합니다. 가능한 한 제한된 지원 병력이라면 최정예로 엄선해야 마땅합니다. 가뜩이나 전력의 상당 부분을 회사군으로 충당해야 하는 처지가 아닙니까?”
“그거야 그렇지만 본국 정부가 내줄 리가 없는 부대들이지 않은가.”
웰즈도 그것들이 탐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왜 탐나지 않겠는가? 장군이라면 한 번 정도는 휘하에 거느려보고 싶은 정예 중의 정예들인데.
하비 대령은 그 속마음을 안다는 듯 말을 이었다.
“강주에서 본 피해가 워낙 혹심한 까닭에 본국 정부도 피해를 줄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겁니다. 소식이 들어가면 일단 길길이 날뛰겠지만 냉정을 찾으면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부대를 보내주려 하겠지요.”
그 말에 웰즈도 수긍했다. 아무래도 인기에 영합해야 하는 정치인들은 사상자 수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들의 시각으로 보자면 회사군 10명이 죽을 것을 정규군 1명이 죽는 것으로 바꾸는 것이 값싸고 편리할지 몰랐다.
사상자 숫자라는 건 적을수록 부담이 작기 때문이다.
“증원 요청 리스트대로 나올 가능성이 아주 없진 않다 이거군?”
“그렇습니다.”
하비 대령의 설득에 웰즈도 조금 솔깃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지만 또 마냥 사인을 내주기에는 조금 켕기는 부분이 있었다.
동양의 미개인들 따위를 상대로 왕국 최강의 부대들까지 끌어와야 하는 자신의 자존심 문제다.
에우로페의 전쟁이라면 당연히 그들을 마음 편하게 증원받겠지만 동양인들을 상대로 쓰기에는 좀 그렇다는 생각이었다.
소장이 자존심과 실리의 경계 사이를 걷는다는 것을 눈치챈 대령은 그가 고민하는 동안, 넌지시 몇 마디를 더 붙여보았다.
“그들이 증원된다면 전쟁을 단시간에 끝낼 수 있을 겁니다. 에우로페에서도 그 지독한 로망스 제국에 결정타를 가한 그들이 아닙니까?”
시간이라는 말에 웰즈가 갑자기 손바닥으로 책상을 탁 쳤다. 아닌 말로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대국이 상대인 싸움이다.
비록 동양인들이라곤 하지만 그 체격은 인정해 주어야 할 문제.
그런 나라를 단시간에 쓰러트린다면 왕국 최정예들을 불러내도 면이 크게 상하진 않는다.
그럴 수만 있다면, 웰즈에겐 그럴 자신이 있었다. 밀버러와 고지 보병 연대가 휘하에 있다면 못할 것도 없다. 야만인들 따위는.
계산을 마친 웰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이리 주게.”
하비 대령이 미소를 감추며 서류를 내밀자 웰즈가 깃털 펜을 잡았다. 곧 유려한 필체로 동방 원정군 육군 사령관 겸 아문 임시 총독 웰즈라는 서명이 들어갔다.
서명을 마친 웰즈가 서류를 돌려주자 하비가 절도 있게 거수경례를 붙였다.
이것으로 동방 원정군 지상군의 증원 문제는 결정이 났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