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호루스의 반지-70화 (70/425)

제70화. 천둥장군 (1)

동방 원정군이 금포로부터 물러나자 강주가 받던 위협은 다소나마 해소되었다. 승도는 이 소강기를 이용해 강주로 돌아와 그간의 제국 사정에 대한 정보 수집에 착수했다.

사실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엇보다 우선해야 하는 일은 적을 알기 전에 우선 아군의 상태부터 점검하는 것이었다. 이미 한 번 쓴맛을 본 그로서는 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다.

오유도 역시 그런 아들의 판단에 동의했다. 특히 제국 정가에서 어떤 시각으로 전쟁을 바라보고 있는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겼다.

두 부자는 생각이 일치한 것을 확인하자 북경과 상경으로 사람을 보내는 한편, 상인들을 통해서도 다방면의 정보를 수집하였다. 관료들이었다면 정보의 중요성에 다소 둔감할 수 있었겠지만 오유도는 정보로 먹고사는 거상이요, 오승도는 정보 하나로 전쟁의 승패를 가늠하던 전략가였다.

오승도는 그렇게 장원에 앉아 천하의 소식을 수집하며 시간을 보냈다. 수시로 여문에 주둔한 단련들의 훈련 및 배치 상태를 점검하고, 아문에서 적정을 살피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 외에도 밀린 잔무는 하나둘이 아니었다.

이 모든 일을 하려니 사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수밖에 없었다. 거의 밤이 늦어서야 잠을 청할 정도였으니 가끔은 코피를 쏟기도 했다. 물론 일 때문에 코피를 쏟는 것은 아니었다.

“무슨 일을 그렇게 세심하게 챙기시는 거예요?”

반은비가 차를 가져다주며 물었다. 그녀가 보기에는 아랫것들을 시켜도 충분한 서찰 하나하나까지 검토하는 오승도의 모습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믿음이 가는 심복들을 시킨다면 일을 줄일 수도 있을 것인데.

하지만 오승도가 그러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정보의 해석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고, 심복들의 눈이 오승도의 눈과 같다는 보장도 없었다.

“직접 챙겨봐야 직성이 풀려서 그렇습니다.”

오승도는 맞은편에 앉은 반은비가 건넨 차를 입으로 가져갔다. 적당히 향을 낸 차의 맛은 담백하고 정갈한 느낌을 주었다. 근래에 거의 맛을 보지 못한 용정이다.

승도가 차를 입에 머금고 그 향을 음미하는 동안, 반은비는 승도가 보던 서찰에 흘깃 눈을 주었다. 그녀는 뚫어져라 서찰을 보더니 그 내용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건 제국의 쌀값 동향이 아닌가요? 이건 미곡상들에게 검토를 맡겨도 충분할 것 같은데요.”

“물론 미곡상들에게 검토를 맡겨도 괜찮은 내용입니다. 하지만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어 직접 보고 있습니다.”

“무엇을 보신다는 것입니까?”

반은비가 눈을 크게 뜨고 묻자 승도는 찻잔을 내려놓았다. 마침 찻잔 안에는 물기를 잃은 찻잎이 벽면에 붙어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제국의 미래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다소 생소한 미래라는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사후세계를 부정하고 현실을 중요하게 여기는 제국인들은 미래란 말을 쓰지 않았다.

조정에서도 당장의 임시 처방은 떠들어도 장기적인 정책을 내놓지 않으니, 그 말이 쓰일 턱이 없었다. 상인들은 다소 입장이 다르다지만 반은비는 상가의 후계 수업을 제대로 받은 상태가 아니었다.

승도는 아내의 얼굴을 보며 말을 덧붙였다.

“쌀값을 보면 제국이 어떻게 될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때, 국가가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지난날 연합왕국을 쓰러트리기 위해 전 대륙을 봉쇄할 때 그것을 뼈저리게 맛본 바 있었다. 대륙봉쇄령 말이다. 지금 생각해도 바보 같은 짓이었다.

에우로페 전체에 버금가는 경제대국 연합왕국을 억지로 에우로페에서 떼어낸 순간, 대륙 전체가 받은 경제적 타격이 그에 대한 불만으로 전환되었다. 그 뼈저린 과거가 민생 문제에 주의를 기울이게 했다.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부분은 주의에 주의를 기울여도 모자람이 없었다.

반은비는 남편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내에게 대답을 해준 승도는 다시 서찰을 들었다. 쌀 가격은 그가 생각한 것보다 크게 오르지 않은 상태였다. 물류에 타격이 들어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내륙의 수운과 육상 교통으로도 대부분의 물량을 처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합왕국이 상경으로 밀고 들어와 내륙 교통에까지 타격을 주기 시작한다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질지 몰랐다.

“하지만 쌀값은 아직까지 그렇게 오르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근심하는 것은 시기상조가 아닐까요?”

“물론 지금 제국이 무너질 것을 걱정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현재의 상태에서 쌀값 추이를 보면 차후 적의 공격이 드세졌을 때, 얼마나 쌀값이 오를지 전망 정도는 해볼 수 있어 그렇습니다.”

승도는 그녀의 눈을 보며 대답해 주었다. 그녀도 그 대답에 수긍했다. 현재를 보고 미래를 판단하는 것이 곧 상인이다.

“하면 서방님은 쌀값이 앞으로 어찌 되리라 보십니까?”

“내륙 수운이 막히면 쌀값은 지금의 5배 이상으로 뛸 겁니다. 모르긴 몰라도 대체 가능한 작물들의 값도 덩달아 뛰겠지요.”

“그럼 쌀을 사재기하실 생각이신가요?”

그녀의 물음에 승도는 고개를 저었다.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평범한 상인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 같은 판단은 지극히 옳았다. 하지만 조정의 이목을 살피며 움직여야 하는 거상은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괜히 몇 푼의 이익을 보려다 조정이 물어뜯을 구실만 주게 마련이다. 승도는 그런 일로 소탐대실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럴 수야 없습니다. 그 같은 일은 도리어 지양해야 합니다.”

그녀도 승도와 생각이 같았다. 혹여나 쌀로 장난을 치던 자들은 민란 중에 분노한 민중의 표적이 되어 살점 하나 남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승도는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말을 이었다.

“오히려 구휼을 할 생각입니다. 시기가 되면 조정에서 구휼을 구실로 돈을 갈취하려 할 터. 미리 손을 쓰는 편이 손해도 덜 납니다.”

“지극히 옳으신 처사세요. 얼마나 쓰실 생각이신가요?”

“저번 싸움들로 강주의 사람들이 많이 죽고 다쳤으니 은 10만 냥을 낼 생각입니다.”

악어의 눈물, 즉 위선자의 서푼 동정이라 할지 모를 일이지만 그래도 하지 않는 것보단 낫다.

적어도 지금의 썩은 신 조정은 죽어가는 자의 입에 든 것도 뺏어 가는 자들이지 구휼을 하는 자들은 아니니 말이다.

“하면 소첩도 은 1만 냥을 내겠습니다.”

반은비는 승도의 말에 힘이 실린 목소리로 답했다. 여성의 개인 재산권이 존중되는 강주인 까닭에 반은비 역시 대단한 부자이긴 마찬가지다.

반진유가 가진 재산은 논외로 치더라도 그녀가 가진 패물과 비단만 해도 상당한 분량은 되었다. 그녀는 그것을 내놓겠다고 말한 것이다. 승도는 그녀의 말에 적잖이 놀랐다.

“부인, 그게 없으면 당장 필요한 것들을 마련하시는 데 불편하지 않겠습니까?”

“상인의 자식으로 나고 자란 몸입니다. 사치를 부려본들 얼마나 부릴 것이며 장신구를 한들 얼마나 달고 다니겠습니까? 쓰지도 못할 재물을 안고 고민할 생각은 없습니다. 어차피 먹고 마시고 입는 문제는 모두 서방님이 해결해주실 것이니 욕심을 낼 생각은 없습니다.”

그녀의 대답에 승도는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전생에 그를 둘러싼 여인들은 상당히 사치스러웠건만, 반은비는 달랐다. 그에게 반지를 준 리아도 손에 들어온 돈만큼은 절대 내주는 법이 없었다.

물론 그녀와 비교할 문제는 아니지만 승도로서는 감명을 받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고맙습니다, 부인.”

“아.”

승도는 말을 하며 반은비의 희고 부드러운 손을 잡았다. 갑작스런 승도의 행동에 그녀는 가벼운 탄성을 냈다. 오랜 시간 떨어져 있던 남편의 체온이 손등에서 느껴지자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 같았다.

승도는 홍조를 띤 그녀의 흰 얼굴을 보다 조심스레 말했다.

“서찰은 내일 보려고 하는데, 차는 지금 치우실 겁니까?”

“아, 아니요.”

그녀가 더듬거리며 대답하자 승도는 그녀의 손을 잡아 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곧 밤이 늦도록 켜져 있던 불이 꺼졌다.

***

제국의 경제 사정은 전쟁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침공군이 남쪽 변방에서만 움직이고 있는 까닭에 전반적인 물류에 큰 영향을 주지 않고 있어서였다.

물론 그것은 백성들의 시각이다. 막대한 재물을 벌어들이던 강주 행상과 소금을 팔던 염상은 상당한 손실을 보고 있었다.

이 같은 피해는 시간이 지날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었다. 그나마 오씨와 반씨의 피해는 다른 행상들에 비해 경미했다.

전쟁에 대비해 준비를 해둔 덕이었다. 정보가 빠른 행상들 중에서도 먼저 움직였으니 당연한 일이다.

먼저 오씨는 광산업에 진출한 덕분에 물류가 막힌 상태에서도 상단을 운영할 수익은 꾸준히 내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우수한 품질을 가진 그들의 상품에 대한 수요가 암암리에 존재하여 전쟁 중에도 연합왕국의 밀수선들이 강주 근처까지 올라와 그 상품을 사가곤 했다.

그래서 오씨의 손실은 전쟁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면 매우 적다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반씨의 사정도 나쁘지 않았다. 그들은 고급 품목들로 상품을 특화시킨 까닭에 외부로 물건이 팔리지 않으면 내수로 돌리면 그만이었다.

그 이문이 박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상품을 팔지도 못하고 창고에 썩힐 수밖에 없는 다른 행상들과는 처지가 전혀 달랐다. 굳이 밀수 등으로 물건을 처분할 필요조차 없었다.

덕분에 승도는 전쟁 중에도 상업과 관련된 부분들도 꼼꼼히 살피지 않을 수 없었다. 평소에 하던 일 그대로라면 아버지 오유도에게 모두 맡겨도 좋았지만, 전시의 특수성이 일거리를 늘려 그럴 수도 없었다.

오유도 역시 서찰들에 시름을 하는 터라 자식 된 도리로 일거리를 넘겨줄 수 없는 노릇이다.

“흐으.”

승도는 제 앞에 쌓인 산더미 같은 서찰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모두 강주와 여문에서 전쟁을 지휘하느라 자리를 비운 동안 쌓인 것들이다. 아버지 오유도가 대부분의 업무를 맡아주고 있었음에도 그랬다.

뿐만 아니라 일을 처리할 시간도 빠듯했다. 낮에는 장원을 찾아오는 강주 관리와 상인들과의 면담이 잡혀 있어 일을 처리할 시간도 없었고 틈틈이 군대도 돌보아야 했으며, 밤에는 수집한 정보도 분석해야 했다.

물론 가끔 아내와 시간을 보내는 것도 뺄 수는 없었다. 그렇게 시간을 쓰고 나면 상업 관련에 처리할 시간은 정말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것이 오승도가 졸린 눈으로 이른 아침부터 밀린 서찰들을 검토하는 이유였다.

‘가끔은 당신이 부럽소.’

승도는 침상에 누워 꼼짝도 하지 않고 있는 반은비를 부러운 눈으로 보았다. 여성의 지위가 상대적으로 박한 시대이기에 여성이 남성을 부러워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몸이 이렇게 힘들고 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은 듯싶었다.

반은비가 숨소리도 내지 않고 자는 것을 보다 승도는 고개를 돌렸다.

“보자. 이건 광산 노임 문제인가.”

승도는 인부들의 노임 문제에 대한 서찰부터 살폈다. 숫자 하나 잘못 보고 지나갔다간 천문학적인 손실이 생길 수도 있어 대충 보고 지나갈 수도 없었다.

그나마 그가 산법에 능하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그가 산법에 능한 것은 포병 장교였던 경력 덕이다. 포병은 탄도학에 상당한 지식이 요구되었는데, 탄도학은 결국 수학이 뒷받침된 학문이었다.

한참 동안 서찰들과 시름을 하던 승도는 겨우 10건의 서찰을 처리하고 의자에 기댔다.

한때는 일중독자라는 별명을 가진 그였다. 일 하나만큼은 끝을 볼 때까지 하는 성정을 가졌었는데, 답이 나오지 않는 서찰 더미를 보니 의지가 꺾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건 전생의 일 중독자로 살던 황제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35시간 마라톤 회의? 그거야 지금도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골치 아픈 서찰 수백 건과 시름한 다음 관료, 상인들과 입씨름을 벌이고 적정을 분석하는 강행군을 반복하면 있는 의지도 마모될 수밖에 없다.

오승도는 그것 하나만큼은 단언할 수 있었다.

‘인간은 쇠가 아니지.’

승도는 그 생각을 하다 피식 웃었다. ‘인간은 쇠다. 두드릴수록 강해진다.’라는 격언을 가지고 제 부하들을 몰아붙이던 마르몽 원수가 생각나서다.

그 무식한 인간은 제 신념대로 부하들을 단련시켜 정말 무쇠 같은 제국 근위대를 만든 바 있었다. 그 무식한 훈련을 받으면 인간도 쇠가 될 수 있을 법했다.

기지개를 펴고 일어난 승도가 뻣뻣해진 목을 푸는데, 부스럭 소리가 났다. 돌아보니 반은비가 눈을 비비며 일어나고 있었다. 그녀는 조금 붉어진 얼굴로 얼른 이불을 정리하고 침상에서 내려왔다.

“차를 가져다 드릴까요?”

“부탁합니다.”

승도의 대답을 기다렸다는 듯 반은비가 얼른 방을 나섰다. 조금은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어젯밤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았다. 간밤에 조금 무리를 한 탓일까.

승도는 쓰게 웃으며 무릎을 폈다 굽혔다 하며 가볍게 몸을 풀었다.

뻣뻣해진 몸이 유연하게 풀리는 기분에 조금은 혈액 순환이 좋아진 것 같았다. 승도가 의자에 앉을 즈음에 반은비가 차를 가지고 돌아왔다.

시녀를 시켜도 될 일이지만 그녀는 꼭 차만은 손수 승도에게 따라주는 것을 좋아했다. 그녀는 차 대접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듯했다.

사실 차를 마시는 행위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그래서 그것을 마시는 방법부터 차를 마시며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한 다도가 발달할 정도였다.

물론 반은비는 그런 쪽으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승도와 차를 마시며 함께 눈을 마주하는 시간에 의미를 둘 뿐이었다. 승도도 그것을 알기에 그녀가 차를 가져오면 사양하지 않았다.

아내가 건넨 따뜻한 차를 한 모금 마시며 그녀와 시간을 보내던 차에 방문 앞에 인기척이 들렸다. 승도가 ‘누구냐’고 묻자 밖에서 대답이 돌아왔다.

“공자님. 소인 정입니다.”

“들어오세요.”

승도가 들어올 것을 허락하자 정씨가 조심스럽게 방에 발을 디뎠다. 신혼부부의 침실은 외부인이 발을 딛는 자체가 쉽지 않은 금역이었다. 하물며 그의 상전이 거하는 곳이니 더 그럴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일로 아침부터 찾아온 겁니까?”

승도가 묻자 정씨가 품에서 서찰을 꺼냈다. 그것을 읽어 내려가던 승도의 눈이 어느 순간 멈추었다.

그는 서찰의 내용에 상당히 놀란 표정을 지었다. 반은비도 그런 남편의 표정 변화를 읽고 서찰로 눈을 가져갔다.

승도는 착 깔린 목소리로 정씨에게 물었다.

“천둥 장군이 움직인다? 이 서찰을 누가 준 것입니까?”

“임경문 대인께서 주신 서찰입니다.”

“가만히 있던 자가 왜 갑자기. 음.”

승도는 혀를 찼다. 사실 생각할수록 기가 막힌 내용이 아닐 수 없었다.

달아나는 속도 하나로 천둥이란 별명을 얻은 천둥 장군 육영평이 왜 갑자기 간이 배밖으로 나와 여문까지 내려오려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난 것이 있었다.

‘설마 육영평 이자가 홍모귀들을 물리친 것을 보고 적을 가벼이 여기는 것인가?’

그럴지도 몰랐다. 어쨌건 제국 정통 무관의 눈으로 보자면 승도는 상인 가문의 풋내기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니 육영평의 눈으로 보기에는 일개 상인 출신 애송이에게 격퇴당한 홍모귀들은 소문만 대단하고 실상은 별것 아닌 허풍선이들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승도로서는 골치 아픈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겨우 적에게 만만치 않다는 인식을 주어 아문으로 몰아낸 상태인데, 천둥 장군이 내려가 천둥소리를 내며 개박살이 나면 일은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마저 있었다.

이자를 막아야 했다. 하지만 어떻게 지휘계통 아래에 있지 않은 천둥 장군에게 명령을 내려 막아 세운단 말인가.

승도는 입술을 깨물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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