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호루스의 반지-72화 (72/425)

제72화. 천둥장군 (3)

아문은 포란 형의 지세를 가진 땅이다. 날개를 편 새가 좁은 평야를 감싸 안은 듯 산이 병풍처럼 둘러선 까닭에 육상으로 들어올 수 있는 통로는 매우 협소했다.

이 좁은 통로는 당연히 해안가로 나 있어 제해권을 쥔 쪽이 방어하기에 매우 용이했다. 물론 이 같은 약점을 의식한 신 측에서는 이 통로를 방어할 수 있는 위치에 여러 포대를 설치했지만, 이것들은 현재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다.

따라서 팔기는 포대의 엄호 없이 이 통로를 통과해 아문으로 진격해야 하는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었다. 지세로 보자면 대군의 이점을 전혀 살릴 수 없는 최악의 전장이다.

더 큰 문제는 팔기의 열악한 지휘 체계였다. 전봉영 우익은 정황, 정홍, 양홍, 양남의 4기로 구성되어 있어 내부적으로 알력이 심했다. 같은 기가 아니면 기본적인 우군 협력의 원칙조차 지키지 않을 정도였다.

여기에 더해 조창전봉이라 불리는 조총 병들과 기존의 기병들 사이에 자리 잡은 불신도 있었다. 그 통솔은 웬만한 명장이 아니고는 제대로 해낼 수조차 없었다. 불행히도 육영평은 그런 명장이 아니었다.

이 같은 여러 악조건을 안고 아문으로 진격하는 신의 군대를 맞이할 상대는 연합왕국 지상군 사령관 웰즈였다.

웰즈는 로열 노섬브랜드와 로열 아크 연대, 여기에 더해 왕립 해병대 1개 연대, 섬벌랜드 기병연대를 예하에 두고 있었다. 수적인 면으로 보자면 4,000여 명 대 14,000명으로 약 1 대 3.5의 열세에 놓여 있었지만, 질적인 면을 고려하면 전혀 불리하다 말할 수 없었다.

여기에 더해 웰즈는 막강한 화력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해군은 아문 방어를 위해 모두 전열함 12척, 프리깃함 10척, 박격포함 2척을 제공하고 있었는데, 이들이 보유한 화포 수만 1,400문에 달했다. 육군으로 치면 군단 포병 7개가 전개된 거나 마찬가지다.

거기다 원정군은 해군을 제하고도 적을 압도할 만한 포병 세력을 갖고 있었다. 근위 포병대 및 각 연대가 보유한 포대를 합치면 지상군이 가진 포대만도 280문에 육박했다.

포탄 역시 재고가 넉넉한 편이어서 화력 투사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

팔기가 상대해야 할 적은 이처럼 막강했다. 그래도 금포를 거쳐 아문까지 파죽지세로 내려온 덕에 팔기의 사기는 나쁘지 않았다.

한낱 녹기와 단련들도 일개 상인과 문관의 지휘를 받아 해낸 일이라 여겼기에 적을 두려워하는 시선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사기는 높아 육영평은 자신감을 가졌다. 그의 ‘상식’대로라면 병졸들의 사기만 높다면 싸움은 해볼 만한 것이었다.

육영평은 아문을 코앞에 두고 진을 친 다음 수하 장수들을 모아놓고 잠시간 회의를 가졌다. 공격 방법부터 적에 대한 분석까지, 거창하게 말해서 그렇지 실속이 거의 없는 회의였다.

결국 별 내용도 없는 회의가 끝나고 육영평이 제일 중요한 문제를 꺼냈다.

“그럼 이것만 남았군. 누가 선봉에 서서 아문으로 들어갈 길을 트겠는가?”

“제가 선봉을 맡겠습니다. 양이들의 목을 각하께 바칠 영광을 허락해 주십시오.”

“무슨 헛소리. 각하와 생사고락을 함께한 사람은 바로 나야. 각하, 저를 보내 주십시오. 제가 나서면 홍모귀들은 낙엽처럼 쓸려나갈 겁니다.”

“어림도 없는 소리. 입만 산 자들이 어찌 각하 앞에서 입만 나불대는 것인가. 각하, 이자들을 믿지 마시고, 저를 믿어 주십시오. 저는 이자들과 다릅니다!”

육영평이 걸걸한 소리로 묻자 각 구루(300명 규모로 중대와 대대 사이에 해당)의 지휘관들이 서로 선봉을 맡겨달라고 아우성을 쳤다.

적이 강하다면 누구보다 먼저 달아날 자들이었지만 일개 상인과 문관 따위에게도 패한 적이라면 두려울 리 만무했다. 도리어 공을 세울 기회였다. 그들은 그 탐심에 서로 공을 세우겠다고 안달했다.

“누구를 시키는 것이 좋겠나?”

그런 그들을 보던 육영평이 뒤에 선 건문에게 물었다. 공식 직함이 없는 일개 장서기에 불과하지만 군의 참모장이나 다름없는 그의 의견은 육영평에게 꽤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결정적인 순간에는 육영평의 고집대로 하게 마련이지만, 사소한 것은 잘 들어주는 편이었다.

건문은 한참 생각하다 뒷줄에 선 장수 하나를 지목했다.

“복호가 좋겠습니다.”

“복호? 믿을 만한 자인가?”

제 부하들인데 그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육영평을 보니 건문도 한숨이 나왔다. 이런 무능한 상관이라도 밥술이나 뜨게 해준 공이 있으니 설명을 해줄 수밖에 없었다.

“예. 각하와 동향인 사람입니다. 일전에 팔기도통아문에서 감찰을 나왔을 때 사열을 받은 구루가 바로 복호의 부대입니다.”

“그으래?”

육영평은 미덥지 않다는 눈으로 복호를 보았다. 체격이 비대하고 갑옷 사이로 살집이 튀어나온 것이 꼭 자기를 보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더 기분이 좋지 않은 점은 복호가 말을 타고 왔다는 것이다. 자신이 하지 못하는 것을 해낸 걸 보니 영 불쾌한 마음이었다.

“복호라면 나머지 자들보다 낫습니다.”

“자네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한 번 기회를 줌세.”

육영평은 혀를 차고는 손을 휘저으며 돌아섰다. 통령이 작전 회의(?)를 마치고 아문 입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에 자리한 마차로 돌아가자 선봉에 대한 결정은 순전히 건문의 손에 달렸다.

건문은 앞으로 나선 다음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일개 서생 나부랭이에 지나지 않는 그가 장졸들을 상대로 위엄을 세우려면 이런 사소한 것부터 신경을 써야 했다.

“명을 전한다. 통령 각하께서는 정황기의 복호에게 선봉을 허락하셨다. 각 기와 구루의 지휘관들은 복호의 뒤를 응원하도록 하라. 알겠는가?”

“존명.”

지휘관들이 마지못해 포권을 하자 건문은 한숨을 내쉬었다. 장수들이 차례로 막사를 나가고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한 무리의 군마가 아문으로 통하는 입구에 섰다. 그들은 정황기에 소속된 복호의 구루였다.

본디 각 기는 완전 편제의 기병으로 채워져 있어야 했지만 계속된 반란에서 기병의 무력함이 증명된 까닭에 태반의 구루는 보병으로 재편되어 있었다.

그래서 기병으로 채워진 구루는 그리 많지 않았는데, 복호의 구루가 그 몇 안 되는 구루 중 하나였다.

300명에 달하는 기병이 좁은 통로 앞에 도열한 모습은 실로 장관이었다. 대부분의 팔기들과 달리 복호의 부하들은 그 군율이 남아 있는 진짜 기병이었던 까닭에 냉병기를 들었음에도 그 기세가 시퍼렇게 살아 있었다. 하지만 그 상대는 별로 좋지 않았다.

그들이 돌격해야 할 좁은 통로에는 왕국 해군과 포병이 가공할 만한 화망을 펼쳐놓고 있었고, 그 뒤로는 연합왕국이 자랑하는 전열 보병들이 열을 갖추고 있었다.

건문은 그런 죽음의 전장에 복호를 보내고 싶지 않았지만 그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머저리들을 보냈다간 중도에 맹공을 받고 되돌아오려 아우성을 치다 졸전 끝에 무너지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그러면 육영평은 부하들이 멍청해서 진 것으로 착각하고 몇 번이나 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이다. 그러니 복호 하나가 가야 한다. 건문은 그런 계산을 하는 자신이 안타까웠다.

장수들과 건문이 지켜보는 가운데 복호가 기병들의 선두에 섰다. 그는 비대한 모습 속에 용맹을 간직한 장수였다. 시대를 잘못 태어났다고밖에 할 수 없는 자였다.

“황제 폐하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

“황제 폐하 만세!”

복호가 칼을 빼들고 소리치자 그의 휘하 구루들도 일제히 칼을 뽑아들었다. 활을 갖고 올 수도 있었지만 남방의 습한 조건에서 복합궁은 유지가 마뜩지 않았다.

그런 까닭에 그들은 칼 한 자루만 꼬나 쥐고 저 가공할 적세를 향해 달려들어야 했다.

“대신제국 만세!”

일순간 전마들이 육중한 말발굽 소리를 내며 앞으로 내달렸다. 두둑거리는 소리에 땅이 울렸다. 비록 한 무리의 기병이라곤 하지만 그 기세는 장엄했다.

잘 훈련된 기병들답게 그들은 대열을 갖추어 좁은 회랑으로 내달렸다. 그 앞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보였다.

그것을 본 장수들이 건문에게 말했다.

“우리도 출발하게 해주시오.”

“기다리십시오. 회랑이 좁아 다수의 병력을 한 번에 보낼 수는 없습니다.”

건문은 그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눈앞에서 복호의 기병이 분쇄되는 것을 본다면 아문 공격 이야기는 쏙 들어갈 것이다. 그는 그렇게 믿으며 눈을 감았다.

곧 바다와 육지에서 왕국군이 이들을 맞을 준비를 갖추었다. 최초의 공격은 작은 산처럼 보이는 전열 함들로부터 시작되었다. 거함들은 기병들과 나란히 방향을 맞추어 섰다. 그러더니 일제히 포문을 열었다. 그것을 본 기병들이 두려운 빛을 머금었지만 복호가 ‘황제 폐하 만세’를 외치자 모두 눈을 질끈 감고 죽음의 공포를 외면했다.

회랑에 인접한 전열함 3척이 차례로 포문을 열었다. 그들은 기병들이 사정권에 들어오자 3열로 난 포 갑판에서 불을 뿜었다. 그것을 본 기병들은 이를 악물었다.

곧 죽음이 그들을 엄습했다. 돌격하는 기병들의 측면으로 포도 탄 세례가 쏟아졌다. 말과 사람이 비명을 지르며 일거에 널브러졌다. 압도적인 포도 탄 세례를 견뎌내기엔 인간과 말이 너무 약했다. 백 명이 넘는 기병이 일순간에 증발했다.

그것을 보고 있던 지휘관들은 입을 다물었다. 자신들이 그 자리에 있었다면 하는 생각에 오금이 저린 모양이었다. 하지만 복호와 그의 부하들은 그 참극 속에서도 앞으로 내달리고 있었다.

이어 그들의 머리 위로 포병이 쏜 수백 발의 유산탄이 떨어졌다. 엄청난 포연 때문에 시계조차 가려질 정도로 무자비한 포화였다. 포탄이 쏟아지는 와중에 인마가 죽어 나자빠졌다. 말의 창자가 삐져나오고 사람이 육편이 되어 흩어졌다. 그 비참한 풍경 속에 살아남은 자들이 함성을 지르며 앞으로 나아갔다.

남은 자는 겨우 스물. 삼백 기가 돌진해서 스물이 남은 것이다. 남은 자들은 마지막 함성을 지르며 보병 방진 앞까지 다가서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분투도 거기까지였다. 그들의 앞에는 붉은 줄을 연상시키는 붉은 코트들의 대열이 기다리고 있었다. 삼열로 늘어선 붉은 코트들은 냉정한 표정으로 다가오는 기병들을 지켜보다 장교의 명령에 따라 일제히 총구를 겨누었다. 최후의 일제 사격이 가해졌다. 그 무자비한 공격에 남은 기병들이 모두 말에서 떨어졌다. 다시 일어선 자는 아무도 없었다. 문자 그대로 전멸이었다. 그제야 눈을 뜬 건문이 장졸들을 보며 물었다.

“다음은 누가 하시겠습니까?”

“으음….”

표정이 달라진 것은 장수들만이 아니었다. 육영평조차 그 무자비한 화력을 보고 얼어붙었다. 그제야 자신이 범 아가리로 군대를 들이밀려 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건문은 무모한 공격 명령을 내리려는 듯 깃발을 세웠다. 그걸 보고서야 육영평이 황급히 마차에서 뛰어내려 손을 휘저었다. 건문은 혀를 차며 공격 중단을 명령했다.

***

“야만인들의 군대가 겁을 먹었나 봅니다. 겨우 기병 삼백을 들이밀고 간을 보다니.”

하비 대령이 망원경을 내리며 던진 말에 웰즈가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책상물림인 하비는 조금 전 적의 투지에서 느낀 것이 없는 듯싶었다.

“그럴 리가 있나. 저건 미끼일세.”

“미끼라니요?”

하비가 반문하자 웰즈는 이 책상물림에게 전장에 대해 가르쳐 주기로 했다. 전장의 경험만 있다면 알 수 있는 것이다. 그 투지만 보더라도 그런 헛소리는 할 수 없었다.

“잘 생각해보게. 조금 전의 적은 전의가 살아 있는 기병이었다. 자네라면 겨우 몇 백 기의 기병으로 전열함과 포병, 거기에 우리 전열 보병이 진을 친 이 회랑으로 들어올 자신이 있나? 그것도 그 포화를 몸으로 느끼며 달아나지 않고 똑바로 달려들 자신이 있냔 말일세.”

“없습니다.”

“그래. 적은 전멸할 것을 알면서도 사자의 아가리로 머리를 들이밀고 혀를 자르려 달려들 정도의 용기를 가진 자들이네. 그런 자들을 덫으로 집어던질 정도라면 저들의 전력은 대체 어느 정도나 되겠나?”

그제야 하비는 무언가를 깨달았다. 저 야만인들이 계교를 부리려는 모양이다.

“지레 겁을 먹은 것처럼 위장한 후, 평지로 끌어내어 회전을 벌일 생각이군요. 저들은?”

“그래. 이제야 이해를 했군. 저 정도의 기병들로 이루어진 적이라면 지금의 우리 군에게 쉬운 적이 아니지. 아무리 냉병기로 무장했다 해도 기병은 3차례의 사격도 받기 전에 거리를 좁히고 달려들 수 있지 않나. 실제로 가능하다면 상당한 위협이 된다는 계산을 하고 있겠지. 놈들은 그걸 노리는 거야.”

웰즈는 그 말을 덧붙이며 적의 진영 쪽을 가리켰다. 배치 또한 그랬다. 반원형으로 늘어선 것이 꼭 이쪽 군대를 잡아먹으려고 작정한 포진이었다.

물론 그것은 육영평이 의도하고 친 진은 아니었다. 단지 가운데에서 전망 좋게 부대가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려고 진을 꾸렸을 뿐이다.

“그렇다면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내가 어떻게 할 것 같나?”

웰즈가 묻자 하비는 잠시 머리를 긁었다. 적이 작정하고 기다리고 있다면 아문 밖으로 나가는 것은 위험했다. 답은 간단하지만 그렇게 쉬운 답을 하기엔 참모장의 체면이 있었다.

그는 고민 끝에 대답을 내놓았다.

“주둔지를 지키되 함포 사격으로 적을 위협하는 정도에서 멈추실 생각이 아니십니까?”

“그건 정답이 아니야.”

웰즈가 답이 아니라고 하자 하비 대령이 ‘흐음’ 소리를 냈다. 고민에 빠진 참모장의 얼굴을 보며 웰즈는 제 생각을 밝혔다.

“적의 의도를 알고 있다면 겁을 낼 필요는 없지. 당연히 회전을 한 판 벌일 생각이네.”

“하지만 1만이 넘는 적이 아닙니까?”

그 말에 웰즈는 빙긋 웃었다.

“이래서 책상물림들은 어쩔 수 없단 것일세. 우리 군의 강점이 뭔가?”

웰즈의 질책에 하비가 미간을 구기며 답했다.

“당연히 세계 최강이라 자부하는 우리 전열보병입니다.”

“그럼, 그 전열보병의 특기 중 기병이 제일 두려워하는 건 뭔가?”

“피라미드 방진. 설마 그것 하나만 믿고 가실 생각이십니까?”

하비는 피라미드 방진을 입에 담았다. 보병을 정사각형의 방진 안에 포진시킨 후, 그 사이사이에 보병을 지원할 수 있는 대포를 집어넣어 간간이 포도 탄을 쏟아 적 기병을 사냥하는 진형이다.

전형적인 대 기병 전술로 잘 훈련된 보병만 있다면 가공할 위력을 자랑했다.

“어차피 적에겐 우리 방진을 깰 대포가 없네. 두려워할 필요가 전혀 없지.”

웰즈는 씩 웃으며 자신의 군대 쪽을 가리켰다.

“우리 동방 원정군이 야만인들을 상대로 전열함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움츠려야 할 처지로 보이나?”

“그건 아닙니다, 각하.”

그 점에 있어서는 하비 대령도 단호하게 답할 수 있었다. 붉은 코트가 해군의 우산 아래 숨을 정도로 나약하다면 명예와 자부심을 말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간단한 이야기일세. 적은 우리 앞에 있고 보란 듯이 계교를 부리며 우리를 초대해왔네. 삼백 기의 용맹한 기병을 던져서 말이지. 그런 도전에 신사적으로 응해주는 것이 우리 왕국의 명예에 부합하지 않겠나?”

“지당하십니다, 각하.”

“그럼, 파티를 준비하게. 선봉은 해병대에 맡기지.”

“예, 각하.”

하비 대령이 뒤에 선 군악대와 기수들에게 명령을 전하는 동안, 웰즈는 적을 향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삼백 기의 기병을 던져 도전한 것까지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저들은 상대를 잘못 골랐다.

강주에서 일시 물러나긴 했으나 원정군이 약해서 물러난 것은 아니었다. 불필요한 손실을 피해 물러선 전략적 후퇴일 뿐이다.

지금처럼 붉은 코트가 제 실력을 모두 발휘할 수 있는 전장에서 싸울 수만 있다면 그 싸움은 굳이 피할 필요가 없었다.

‘우리 보병이 얼마나 강력한지 똑똑히 알려주마. 네놈들이 거둔 한 번의 승리는 그저 우연이었다는 걸 곧 뼈저리게 느끼게 될 거다. 멍청한 야만인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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