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3화. 천둥장군 (4)
동방 원정군은 정예로 이름난 왕립 해병대에 선봉을 맡겼다. 열과 오를 맞춘 붉은 코트들이 질서정연하게 앞으로 나아오는 광경은 실로 인상적이었다.
햇빛을 받으며 앞으로 걸어 나오는 그들의 한참 앞으로 포병과 전열함이 쏘는 포탄이 떨어졌다. 혹시나 모를 기병의 돌격에 대비한 엄호 사격이었다.
물론 이는 대단히 위험한 짓이었다. 언제 오차가 발생하여 오발탄이 병사들의 머리 위로 떨어질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웬만한 오합지졸들은 이런 화력 지원을 받으며 전진한다는 개념 자체가 불가능했다. 강철 같은 정신 무장과 강인한 훈련이 뒷받침된 군대만이 받을 수 있는 강철의 커튼인 것이다.
바로 눈앞에 떨어지기도 하는 포탄에 눈도 주지 않고 앞만 응시하며 나아오는 붉은 코트들의 모습에 신의 병사들은 무시무시한 압박을 받았다.
“부대 정지!”
“제2열부터 열을 변환한다. 서둘러라!”
장교의 명령에 병사들이 일제히 멈추었다. 준사관들이 뭐라고 외치자 열과 오가 일사불란하게 흩어져 사각형의 방진으로 변했다. 그 조그만 방진 사이로 뒤따라온 근위 포병대의 대포가 모래에 물 스며들듯 파고들었다.
아주 짧은 순간에 이룬 기술적인 진형 변화였는데, 보통의 군대는 이런 유연함을 발휘할 수 없었다. 고도의 훈련을 거친 병사들과 전술에 익숙한 장교단이 있기에 가능한 움직임이었다.
사각형의 방진을 재빠르게 구축한 해병대가 다시 전진하자 전열함과 포병의 화력 지원이 뚝 끊어졌다. 더 이상의 화력 지원이 필요 없어서다.
뒤를 이어 후속하는 연대들이 속속들이 회랑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붉은 코트들이 속속 사각 방진을 이루면서 신의 군대 전면에 사각형의 방진들이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이는 신에 좋은 현상이 아니었다.
공격을 할 것이라면 방진을 이루기 전에 공격해야 했고, 도망갈 것이라면 적이 전개를 마치기 전에 달아나야 했다. 하지만 팔기는 그 어떤 판단도 내리지 못하고 주저할 뿐이었다.
가공할 화력을 본 까닭에 섣불리 공격을 하지도 못하고, 반대로 물러나자니 적의 수가 적어 평지라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팔기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붉은 코트들은 전개를 완전히 마쳤다. 좌우로 4개씩 모두 8개의 방진이 전면에 섰고, 그 뒤로도 8개의 방진이 섰다.
모두 16개의 보병 방진이 있는 셈이다. 그 뒤로는 기병대가 똬리를 틀고 앉아 결정적인 기회에 신 진영을 물어뜯을 준비를 마친 참이다.
본디 이 진형 자체는 방어를 위한 것인 까닭에 공세에 적합하지는 않았다.
포병을 동반하여 그 기동력이 둔한 데다 보병 자체의 움직임도 상당히 둔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붉은 코트들은 가만히 적을 기다릴 생각이 없었다.
느리지만 대열을 유지하며 조금씩 팔기를 향해 거리를 좁혀 들었다. 훈련이 부족한 오합지졸들이라면 이동 중에 대열이 흐트러지는 파탄을 드러냈겠지만, 붉은 코트들은 오합지졸이 아니었다.
곧 무시무시한 압박감을 받은 구루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반원형으로 구축된 진은 한 걸음만 물러나도 부대 전체의 간격이 넓어지는 까닭에 얼마 지나지 않아 진은 얇다 못해 실낱처럼 얇아지고 말았다.
붉은 코트들은 그런 적의 움직임을 뻔히 보면서도 진형을 흐트러트리고 공격을 가하지 않았다. 강주에서 본 쓴맛 때문에 상당히 신중해졌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그저 한 걸음 한 걸음 거리를 좁히며 신의 군대를 향해 천천히 다가갈 뿐이었다. 어차피 거리가 좁혀지면 파멸적인 공격을 퍼부을 수 있을 테니, 구태여 결정적인 호기 따위를 노릴 필요는 없었다.
일단 공격이 시작되면 지금까지 그랬듯 적은 단박에 무너지고 말 것이다. 자신들이 패했던 강주에서조차 그랬으니까.
“우매한 야만인들에게 가르쳐 주어라. 정의가 무엇인지, 신이 누구의 편에 서 계신지. 그대들은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신께서 가호하시는 왕국과 여왕 폐하의 이름 아래 싸우는 그대들이라면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종군 신부의 말을 구태여 듣지 않더라도 붉은 코트들은 누가 이길 것인지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그들은 ‘패배’한 적이 없는 군대였다. 강주에서 패배했다고 하지만 전술적으로 따져보면 그들의 승리나 다름없는 전투였다. 교환 비를 10 대 1 이상으로 내며 적을 학살한 군대가 상대를 겁낸다는 것부터가 이상한 일이다.
부대 전체가 전개할 공간을 넓히기 위해 해병대의 방진 하나가 앞으로 돌출했다. 그것을 본 신의 진영이 조용한 흔들림을 보이더니 보병들이 앞으로 나섰다.
그래도 해병대 하나의 방진 정도라면 압도적인 보병을 쏟아부어 싸워볼 만하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물론 아주 틀린 판단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해병대의 방진을 노리고 동원된 구루는 모두 10개. 자그마치 3,000명이다. 이에 대항하는 해병대의 방진에는 겨우 250명 정도의 병사가 들어 있을 뿐이다. 수적으로 본다면 지는 것이 이상한 싸움이었다.
조총 병들이 앞으로 나서자 해병대의 방진도 전진을 멈추었다. 양측은 잠시 기묘한 대치를 하더니 구루들이 일제히 앞으로 전진을 시작했다.
두 방향에서 거리를 두고 좁혀오는 5개의 열이 압력을 가해오는 터라 해병대도 이를 만만하게 보지는 못했다. 틈을 보이면 기병도 달려들지 모르기에 방진을 풀 수도 없었다. 여러 모로 불리한 조건인 셈이다.
“사격 준비!”
장교의 구령에 붉은 코트들이 기계적으로 총탄을 장전했다. 그사이 조총 병들이 양쪽 대각선 방향으로부터 다가와 거리를 좁혔다.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붉은 코트들의 공격력을 최대한 덜 받을 수 있는 공격 방향이었다.
붉은 코트들은 그에 당황하지 않고 대열의 각을 살짝 틀어 정사각형에서 다이아몬드 꼴로 전환했다. 그 간단한 조치만으로도 대응은 충분히 할 수 있었다.
“조준!”
“정지하라! 정지하라!”
붉은 코트들이 조준을 하는 동안 군관들의 명령에 각 구루가 발을 멈추기 시작했다.
오합지졸들인 까닭에 단순한 명령 하나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그들이 제대로 멈추기도 전에 붉은 코트들의 장교가 명령을 내렸다.
“사격!”
무자비한 총성과 함께 백 발이 넘는 총탄이 총구를 떠났다. 정확히 조준점을 유지한데다 사격 통제가 너무 뛰어나 붉은 코트들의 공격은 조총 병들에게 참혹한 타격을 주었다. 거리가 꽤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십 명이 넘는 병사가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공격은 거기에 그치지 않았다. 보병 방진 사이에 위치한 대포가 카니스터의 장전을 마치자 붉은 코트들이 재빨리 쓱 비켜서며 대포에게 시계를 만들어 주었다.
쾅 소리와 함께 쏘아진 포탄은 순식간에 일렬에 선 오합지졸들을 휩쓸었다. 사십 명이 넘는 병사가 한 번에 피 곤죽이 되자 조총 병들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죽음의 공포조차 이기지 못하는 자들에게 전열 전투는 애초에 무리였다. 그들이 장전된 총탄조차 쏘지 못하고 벌벌 떨자 군관들이 급히 호통을 쳤다.
“뭣들 하느냐. 당장 총구를 겨누어라!”
심지에 불만 붙이면 되는 일도 하지 못하는 병사들을 보며 군관들이 길길이 날뛰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신의 병사들 중 일부가 겨우 총을 들려 하는 찰나에 벌써 재장전을 마친 붉은 코트들이 제2탄을 준비했다.
그들은 망설임 없이 2차 사격을 퍼부었다. 이번에도 타격은 파멸적이었다. 제2탄이 날아온 시점에서 조총 병들의 제1열은 거의 와해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럴 수가.”
일부 군관들이 당혹할 틈도 없이 붉은 코트들은 신속하게 제3탄의 장전에 돌입했다.
그 간격 사이로 또 장전을 마친 대포가 고개를 내밀고 카니스터를 내뱉었다.
이것으로 1열은 완전히 쓸려나갔다. 붉은 코트들의 숫자만 보고 정면에서 덤벼든 대가는 이처럼 참혹했다.
2열은 그것을 보고 적을 향해 다가설 용기도 내지 못한 채 얼어붙었다. 총탄 한 번 쏴보지 못하고 도살장에서 도축되는 소처럼 몰살당한 동료들을 보고도 적에게 덤벼들 용기가 난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설령 쏜다고 해도 승산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분당 1발? 멀쩡한 상태에서나 가능한 일이지, 저런 적을 앞에 두고 싸운다면 2분에 1발을 쏘아도 다행이었다. 그 정도면 2탄을 쏘기 전에 벌써 시체가 될 수밖에 없었다.
조총 병들은 침을 꿀꺽 삼키고는 자신들의 뒤를 돌아보았다. 곧 눈빛을 교환한 그들은 조총을 집어 던지고 일제히 달아나기 시작했다.
전투는 시작부터 파멸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
“아문으로 들이박지 않아 그나마 불행 중 다행입니다. 패전은 하더라도 전멸은 면할 겁니다.”
전장으로부터 10마일 가깝게 떨어진 둔덕에 자리 잡은 채 망원경을 들고 있던 오승도의 말에 임경문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여문에 주둔한 군대도 거느리지 않고 몇몇 수행원만 거느리고 달려온 강행군이었다.
사실 임경문은 오승도가 군대도 없이 온 이유가 의아했지만 그가 던진 한마디에 그 이유를 납득했다.
‘군을 동원하면 천둥 장군의 군대를 확실히 구해줄 수는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다음 일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인접한 위치에 군을 두고 협력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모함을 받으면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오승도의 말은 제국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천둥 장군이 구원을 받고도 제 패전을 감추기 위해 그 책임을 떠넘기는 빌미로 쓰면 어떡하느냐. 그 말에 임경문은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전멸은 면한다지만 많은 수가 상하겠군. 그렇지 않은가?”
임경문이 쓴웃음을 지으며 던진 말에 승도도 표정이 좋지 않았다. 조정이 썩지 않았다면 구해줄 수 있는 목숨들. 결국 이 신이란 나라가 문제였다.
“전장에선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나마 ‘천둥 장군’의 군대이니 피해는 상당히 줄일지도 모릅니다.”
승도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할 수밖에 없었다. 천둥 장군은 말 그대로 달아날 때는 천둥소리만큼 빠르다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그 비대한 자가 천둥소리처럼 달아나려면 그 휘하 군대 역시 제대로 싸움이 벌어지기 전부터 달아날 준비를 해야 할 터.
과연 반원형으로 포진한 그의 군대에는 이상 징조가 보이고 있었다. 앞에서 싸우던 조총 병들이 일으킨 파문이 영향을 준 모양이었다.
신의 오합지졸들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는 동안, 붉은 코트들은 피라미드 방진을 해체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그들은 이쪽의 전력이 형편없다는 것을 인지한 것 같았다. 붉은 코트들이 선형 진으로 회귀하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해야 1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 신속한 변형은 군대 운용의 정석이라 할 만했다.
기민하게 부대를 재차 펼치는 붉은 코트들의 모습은 감탄이 절로 나왔다.
승도는 새삼 자신이 여문과 강주에서 싸웠던 싸움에 상당한 운이 따라주었다는 것을 자각했다. 임경문 역시 아무 말 없이 망원경에 시선을 주고 있었다.
곧 붉은 코트들이 완전히 부대를 펼친 채로 공세 태세로 전환했다.
“내 양이들의 전술에 약간의 견문은 있네만, 아까의 것은 처음 보는 것 같군. 아까 저들이 친 진형은 도대체 무엇인가?”
“피라미드 진형입니다. 사각형의 방진 안에 대포를 두고 부대를 전개하는 방식인데 포병의 지원을 받지 않으면 감히 상대할 수 없습니다.”
승도는 피라미드 진형의 고안자로 그 강점과 단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당초 대기병 방진으로 준비된 전술로, 상대의 기병 세력이 우위에 있을 때 취하는 전형적인 방어 진형이었다.
그래서 잘 훈련된 포병과 적당한 사거리를 가진 대포만 있다면 그것을 요리하는 것은 말 그대로 식은 죽 먹기였다.
하지만 포병 없이 상대하는 것은 말 그대로 자살 행위. 포병이 없다면 난공불락을 자랑하는 철의 진형이다.
다만 그것에 단점이 하나 있다면 공세용으로 쓸 수 없는 진형이란 점이다. 포병을 동반한 데다 보병 자체도 기동력이 크게 떨어지는 진형을 취한 까닭에 전과 확대에 유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붉은 코트들이 선형 진으로 회귀한 듯싶었다.
“양이들은 정말 신통하구나. 어찌 저런 전술을 고안한단 말인가.”
“평화를 오래 누린 신과 달리 전쟁을 쉬지 않고 벌인 양이들이기에 가능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승도는 적의 전열에 눈을 주며 말했다. 모두 4개의 전열이 펼쳐진 광경은 실로 대단하다고밖에 할 수 없었다.
그 배후에 기다리고 있던 기병들까지 측면으로 이동하는 것이 기회를 보아 이쪽을 싹 쓸어버리겠다는 의도가 분명하게 보였다.
배치 자체는 고전적인 에우로페 식 12열 전열이나 왕국 전통의 10열 전열 방식보다는 충격력이 떨어지는 구조였지만, 사각 방진에서 부대를 선형으로 전환하기에는 이것보다 좋은 방식도 없었다.
붉은 코트들이 변환을 끝내고 정지한 광경을 지켜보던 승도가 다시 임경문에게 말했다.
“슬슬 결판이 날 것 같습니다. 육영평은 어떻게 할 것 같으십니까?”
그 말에 임경문은 대답 대신 손가락으로 팔기의 끄트머리를 가리켰다. 그 자리에는 화려한 마차 하나가 빠른 속도로 달려가고 있었다.
그것을 본 승도는 쓴웃음을 지었다.
“천둥 장군, 천둥 장군 하더니 정말 기가 막히는 군요. 불리하다 싶으니 낌새를 채고 달아나는 것이 보통이 아닙니다.”
“달리 천둥 장군이 아니지 않나.”
“저자가 달아났으니 군도 저절로 무너지겠습니다. 상장이 달아나는 마당에 목숨 바쳐 싸울 군사들이 어디 있겠습니까. 하물며 군기도 제대로 살지 않은 팔기가.”
승도가 말을 끝낼 틈도 없이 팔기의 진형이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도주하는 자들이 속출하더니 이를 제지해야 할 군관들까지 그에 뒤섞여 달아났다.
하나가 달아나니 두셋이 달아나고 구루들까지 휩쓸려 도주했다. 하나가 아니라 부대 단위로 도주를 시작하자 전군이 함께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좌익부터 모래성처럼 허물어지자 반원형으로 이루어진 진의 한쪽이 통째로 뜯겨나갔다. 이어 붕괴는 중원으로 확산되더니 우익까지 무너졌다. 1만이 넘는 정규군이 무너지는 것치고는 어처구니없는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적이 스스로 무너지는 것을 본 붉은 코트들이 함성을 지르며 앞으로 달려 나왔다. 총검을 쥔 붉은 코트들의 ‘진군’이 시작되자 상황은 기정사실이 되었다. 이젠 전열을 다시 세울 의지를 가진 지휘관과 병사들이 있더라도 그럴 시간이 없었다.
붉은 해일이 엄습하자 그나마 자리를 지키려던 자들까지 모조리 도주에 가세했다.
새빨갛게 몰려나오는 붉은 보병들의 해일에 삼켜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다해 도망가는 자들의 모습은 실로 서글픈 느낌을 주었다. 조금이라도 뒤쳐졌다간 붉은 코트들의 집중 사격과 총검의 공격을 당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추격자는 전열 보병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곧 붉은 물결 사이를 뚫고 불쑥 돌출해온 기병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날 여문에서 승도에게 일시적이나마 두려움을 안겨주었던 경기병들이다.
칼과 권총으로 무장한 기병들은 퇴각하는 패잔병 처리에서 최상의 전과를 내는 병과로 저들 기병 하나면 패잔병 열을 잡고도 남음이 있었다.
“기병이 나타났으니 조총 병들은 다 죽은 목숨이 아닌가?”
그 말에 승도가 고개를 저었다.
“평야가 꽤 넓긴 하지만 주변은 전부 산지입니다. 조금만 달아나면 기병의 칼을 피할 수 있습니다.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나마 병사들을 살리기 좋은 자리에 진을 친 까닭에 피해는 상당히 경감될 겁니다.”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싱거운 전투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신제국에 아무런 득도 주지 못한 무익한 교전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