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호루스의 반지-93화 (93/425)

제93화. 계약 (3)

강주양행의 설립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자본금의 4할은 13행에서 각출하고, 6할은 오씨의 이름으로 투자자를 모아 충당하기로 했다.

최초 자본금의 규모는 은 백만 냥으로, 단일 회사 규모로 본다면 동방 최대 규모였다. 국가적 규모를 자랑하는 동방 무역 회사 같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한다면 그 규모는 압도적이었다.

물론 서방의 유서 깊은 은행들에 비하면 어린아이다.

회사는 해외 투자를 목적으로 설립되어 신의 입장에서 보면 순수한 자본 유출 집단으로 볼 수 있었다. 어떤 의미로 보면 화폐의 순유출을 우려하는 정부당국이 제재를 가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그럴 입장이 되지 않았다. 상경 주변에서 반군을 대파했음에도 불구하고 제국은 아직 반란을 진압하지 못하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과중한 전쟁 배상금의 부담까지 짊어진 각 지방마저 동요하다 보니 먼 강주까지 주시할 여력이 없었다.

승도는 이 호기를 이용해 회사의 창립 행사를 열고 서역인들을 초대하여 양행의 설립을 기정사실화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는 행상과 투자자, 행상과 거래하는 서역 상인들 등 많은 내외빈이 참석했다.

그는 행사를 강주 상관 거리 가운데 가장 큰 행상의 공소에서 열었다. 공소의 회의장은 수용 가능 인원도 많고 접대에도 용이하여 장원보다 유리한 측면이 있었다.

승도는 연설의 효과를 고려하여 연단을 높게 설치하고, 사람들을 넓게 자리하게 했다. 또, 이 최초의 주식회사(?) 발족을 기념하고 서역에 광고할 목적으로 화가들을 불러 이 장면을 그림으로 남기게 했다.

사실 중요한 장면마다 그림을 그려 미화(?)시키고 신문에 올리던 것은 모두 공화국 통령 시절 대중들을 향해 언론 플레이를 벌이던 그의 본능과 같은 일이었다.

단순한 상인 시절이라면 이렇게까지 신경을 쓰지 않았겠지만 그도 위상이 이전과 달라지자 이미지 효과 등에 조금 더 신경 쓰게 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양행은 신대륙 철도 사업에 백만 냥을 우선 투자할 계획입니다. 투자의 초기 성과에 보고 결과가 확실해지면 투자자를 더 모아 투자 규모를 확대할 생각입니다.”

연단에 선 승도의 말에 참석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자리에는 서역인들도 여럿 몰려와 강주양행의 설립을 지켜보고 있었다. 대부분은 행상과 거래를 하고 있는 서역 상인들이었지만, 일부는 아문에서 보낸 연합왕국 관료들이었다.

그들은 강주양행의 설립에 대해 놀랍다는 시선을 보였다.

“미개하다 여긴 이 나라에서 주식회사를 만들다니. 수완이 보통이 아니지 않습니까?”

“주식회사보다 놀라운 건 역시 저 자금 규모입니다. 은 백만 냥이라니요. 일개 회사가 운용할 자금이 아닙니다. 우리 왕국의 시중 은행이 운용하는 자금에 버금가는 양입니다.”

“신의 부를 긁어모으는 강주이니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은 아니지만, 대단한 양이지요. 하지만 저것도 최대치는 아닐 겁니다.”

점령 당시에 식민지로부터 급히 불려와 아문 총독부 서기관을 맡고 있던 사내의 말에 치안 계획국장이 수염을 쓰다듬었다.

“최대치가 아니란 말입니까? 은 백만 냥이?”

“강주의 자금 여력은 저것과 비교할 수 없이 큽니다. 지금 회사를 설립한 오승도란 자의 이름이라면 저것의 배는 모을 능력이 됩니다. 필요하다면 신대륙에서 벌이는 왕국의 사업을 모두 독식할 정도의 자본력은 될 겁니다.”

치안 계획국장은 그 말에 입을 딱 벌렸다.

“강주의 자본이 그 정도나 된다니. 확실히 동방 원정군이 초기에 타격 목표로 삼을 만한 이유가 되었군요.”

“점령만 했다면 제법 쏠쏠한 약탈을 했을 테지요. 물론 저 오승도란 자를 넘어야 가능한 일이겠지만.”

두 관료는 새삼스런 눈으로 승도를 보았다. 그사이에도 그는 말을 이어갔다.

“자금의 운영은 우리 양행에서 새롭게 선임한 대리인, 메리 제퍼슨 양에게 맡기겠습니다.”

“여자에게 백만 냥을 맡긴다고? 농담이겠지.”

서역인들조차 오승도의 말에 웅성거렸다.

석년에 오유도가 뜨내기 상인 라이트에게 은 40만 냥을 투자한 것도 파격이었건만, 애송이 여자에게 은 백만 냥을 투자한다고 하니 모두가 경악하는 것은 당연했다. 파격이었다.

하지만 승도는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메리를 연단으로 불렀다. 메리는 사람들의 시선에 고개를 숙이지 않고 걸어 올라왔다. 그녀는 의아함, 그리고 불신이 담긴 시선을 받으며 연단에 올라섰다.

“강주양행의 신대륙 투자 대리인 메리 제퍼슨입니다.”

“농담이 아니잖아. 동양인들의 쇼 아니었나.”

“오씨 가문의 안목은 거짓이었나.”

모두가 혀를 차는 동안, 메리는 승도의 얼굴을 보았다. 이대로 진행해도 되냐는 물음에 승도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분께서 보시는 것처럼 저는 신뢰를 주는 외양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가녀린 여성이고 나이는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원양 무역에 종사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녀가 천천히 말을 꺼내자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일단 말이나 들어보자는 얼굴들이다. 어차피 서역인들은 그녀에게 돈 한 푼도 투자하지 않았기에 다소 편안한 얼굴들을 할 수 있었고, 동양인들은 오씨의 이름을 믿었기에 그다지 불안한 표정들도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의 경험 부족은 언급했지만 말을 이어가며 하나씩 자신이 무엇을 준비했고, 이번 투자를 위해 어떻게 추진을 해나갈 것인지를 단계적으로 밝혔다. 투자 전략이야 오픈해도 별문제가 없는 것이, 이곳의 서역 상인들은 그것을 들어도 실천에 옮길 돈이 없었다.

그녀의 차분한 설명에 서역 상인들은 다소 묘한 표정을 지었다. 일부는 그제야 그녀의 성에서 죽은 상인 제퍼슨을 떠올렸다. 운이 따라주지 않아 중도에서 좌절하고 말았지만, 거상이 될 자질을 가졌던 그의 딸이라면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얕볼 수는 없었다.

메리가 말을 마쳤을 때 그녀를 의심하는 눈빛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승도는 수고했다는 얼굴로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녀가 그 손을 잡고 연단에서 내려오자 상인들이 가벼운 박수를 보냈다.

“수고했습니다.”

“아, 덕분에요.”

메리가 제자리에 쓰러지듯 털썩 앉자 그 주변에 앉아 있던 행상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투자에 대해 일말의 불안감을 가졌지만 조금 전의 설명으로 이해했다는 얼굴들이었다.

모두 오씨의 이름 하나만으로 투자를 했지만, 이제는 투자 자체에 흥미를 가진 듯했다.

“그나저나 은 백만 냥을 철도에다 쏟아붓는다면 당분간 자금이 대량으로 묶일 터인데. 양행의 자금 회전에 문제가 생기지 않겠느냐?”

오유도가 거상다운 안목으로 자금 순환을 걱정하자 승도가 고개를 저었다.

“그 문제는 광산 노동자와 빈민들을 인력 수출하는 방법으로 해결하려 합니다. 어차피 철도 노동자는 신대륙에서 귀한 법이니, 그 노동 운임은 우리 손에 들어올 수밖에 없습니다.”

“인력 수출이라. 그 이야기는 일전에 들었다만 그게 큰돈이 되겠느냐. 그 사람들도 먹고살게는 해주어야 할 것인데.”

“1차로 십만 명 정도 보낸다면 이익이 좀 남을 겁니다.”

“십만 명?”

말이 십만 명이지 에우로페 국가들에서는 대도시 규모의 인구다. 타국에서는 국가 총력전 수준이 아니면 입에 올리는 것조차 이상한 단위의 숫자인 것이다. 인구가 남아도는 신에서도 십만이란 단위는 우습지 않은 규모였다.

오유도는 그 말에 눈을 크게 떴다. 그는 잠시 헛기침을 삼키다 말을 이었다.

“일전에 광산 노동자 문제로 전후에 사람을 모으면 관의 의심을 살 수 있다 하지 않았더냐?”

“그 건은 순전히 국내용입니다. 국외로 사람을 보낸다면 관에서도 의심할 필요가 없습니다. 도리어 반길지도 모릅니다. 빈민들에게 일자리를 주어 반란 가능성을 낮추어 줄 테니까요.”

“그 말도 일리는 있다만.”

“필요하다면 백만 명이라도 보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우리도 이익이고 빈민들도 이익입니다. 관에서도 그만큼 치안이 좋아질 터이니 우리 쪽에 호의를 보일 테고요.”

승도의 말에 오유도도 고개를 끄덕였다.

“허면 건설업은 어찌하려 하느냐?”

“그 건은 별개로 진행할 생각입니다. 소문에는 서역 쪽에서 여송과 힌디아 노동자들을 상당히 데려올 거란 말이 있어 수요가 좀 줄어들 것 같습니다. 해서 이 부분은 당초계획보다 축소해야 할 것 같습니다.”

“딴은 그렇겠구나. 그것 말고 진행하는 일들은?”

“그 건들은 그대로 진행할 생각입니다. 일단 강주양행과 이곳 일들이 마무리되면 제가 집중적으로 관리할 예정입니다.”

오유도는 아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

동방 무역 회사는 오승도와 전쟁 이전에 해운업과 관련된 계약을 맺었었다.

그들은 에우로페에서 배와 숙련된 선원들을 구해 주겠다는 계약을 했었는데, 그 이행은 전쟁으로 상당히 지연된 상태였다.

물론 이를 두고 계약 불이행으로 볼 수는 없었다. 천재지변에 준하는 전쟁이라는 변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오승도도 이것에 대한 책임을 묻진 않았다.

따라서 동방 무역 회사는 이 건을 두고 상당히 느긋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었다. 그들은 시일을 둔 김에 아예 새 배를 하나 사다주기로 했다.

기간이 길면 건조기간이 오래 걸리는 배라도 사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들이 발주한 배는 로망스 선적의 신형 범선, 루브르망이었다. 루브르망은 3,500톤 급의 대형 범선이니 무장 상선으로 개조한다면 어지간한 프리깃함에 준하는 무장을 할 수 있는 배였다.

특히 이 배는 배 바닥에 납 처리가 되어 있어 제대로 된 도크가 마련되지 않은 신에서 속도 유지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회사는 배에 태울 선원들 역시 상당히 꼼꼼하게 골랐다. 다른 건 몰라도 계약 하나는 철두철미하다는 연합왕국인들다운 태도에 걸맞은 모습이었다.

그들은 항해 경력이 10년 차 이상인 자들을 대상으로 사람을 모집했다. 말 그대로 계약서에 명시된 ‘숙련된’ 자들을 모아달라는 말을 나름대로 해석한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이들은 전쟁이 끝나기 몇 개월 전에 로망스를 출항하여 연합왕국 직할 식민지로 편입된 여송에 닻을 내렸고, 전쟁이 끝났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닻을 올렸다.

그리하여 이들은 강주양행이 발족하던 날, 강주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다.

“이곳이 동방 제일의 무역항 강주다.”

몇 차례 이곳을 오간 경험이 있는 항해사 루이의 말에 수습 항해사 조르주가 고개를 들고 가까워지는 항구를 뚫어져라 보았다.

수습 항해사라곤 하지만 밑바닥부터 올라온 조르주인지라 선상 경험은 10년 차를 훌쩍 넘었다.

“여기가 강주란 말입니까? 엄청나군요.”

조르주의 말에 루이가 씩 웃었다.

주변은 온통 서역식 범선들과 동양의 기이한 배들로 혼잡스럽기 그지없었다.

그 혼잡스런 모습은 에우로페 최대의 무역항 중 하나라 불리는 론디니움의 번영에 비교할 정도였다.

“바다를 황금으로 메우고, 비단으로 산을 쌓는다는 말이 나온 곳이니 그럴 수밖에.”

루이의 말에 조르주는 침을 꿀꺽 삼켰다. 이야기로만 듣던 번영을 직접 눈으로 본 감상은 확실히 남달랐다. 황금으로 바다를 메운다는 말이 왜 나왔는지 이해할 만했다.

멀찌감치 보이는 상관 거리의 끝도 없어 보이는 담벼락과 그 사이사이로 나오는 수도 없는 마차들을 보자면 그럴 만했다.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상품이 쌓여 있을 것이며, 얼마나 많은 금과 은이 있을지는 짐작도 가지 않았다.

“이곳에 우리 고용주가 있다던데, 그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오승도 말인가? 그에 대해선 나도 잘 모른다네. 하지만 그 아버지라는 오유도는 잘 알지.”

루이는 흐릿한 눈으로 상관 거리를 훑었다.

거대한 서역 범선이 포구로 다가오자 물건을 내리기 위해 나루터에 나와 어슬렁거리던 임노동자들이 모두 동작을 멈추었다.

근래에 들어온 작은 서역 범선들과는 다른, 압도적인 크기였다. 전쟁이 부른 무역 단절로 양국을 오가던 대형 범선들의 항해가 중단되었기 때문이다.

그 배들은 대부분 에우로페에서 출항하던 것들이라 전쟁 중단의 소식이 들리기 전에는 이곳으로 올 이유가 없었다.

한동안은 근처에서 근해 무역 혹은 식민지-신의 무역에 종사하던 중소형 선박들만 드나들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차에 대형 범선이 나타나니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했다.

“닻을 내려라. 밧줄을 풀어라. 뒤쪽부터 닻을 내려라. 거기 머저리들아. 지금 뭘 하나?”

성난 갑판장의 목소리가 선원들을 질책했다. 그것을 자장가처럼 흘려들으며 루이가 말을 이었다.

“오유도에 대해서 들어봤나?”

“예. 저도 이름은 들어 보았습니다.”

“세계 제일의 부자이니 들어는 보았겠지. 그 오씨들이 우리 고용주라네.”

“세계 제일의 부자가 고용주라.”

그 말에 조르주는 쓴웃음을 지었다. 한때 세계 제일의 부자라는 수식어를 짊어진 자들이 로망스 왕실이어서였다.

이렇게 보면 국적이 아니라 돈을 따라 고용주를 바꿔 다니는 모습처럼 보이니 웃기지 않을 수 없었다.

“좋은 일 아닌가? 돈만 많이 준다면, 이곳에서 몇 년 일하고 본국에서 별장 하나를 사서 편하게 산다면 그 이상 좋은 일은 없으니까.”

루이의 말에 조르주도 고개를 끄덕였다.

장기간의 전쟁과 정치적 혼란으로 피폐해진 로망스는 비관과 염세주의로 가득 찬 지 오래였다.

그 누구도 희망을 얘기하지 않았기에 개인적인 성취만이 사회적으로 숭앙받는 가치의 전부가 되어 있었다.

“본국은 어찌되어 있을까요? 우리가 항해를 나설 때도 다소 소란스러웠는데.”

“황제 폐하께서 단두대에 목이 잘린 다음부터 로망스는 미래가 없었어. 패권 경쟁에서 밀린 나라에 무슨 미래가 있나. 다 연합왕국의 세상인 거지. 톱밥만큼의 능력도 없는 어중이떠중이들이 대통령이네 왕이네 하고 다투는 땅이니.”

루이의 말처럼 로망스는 매우 혼란스러웠다.

황제 사후 복고된 왕정은 얼마 가지 않아 다시 혁명에 의해 전복되어 공화정으로 복고되었고, 그 공화정은 다시 전복되어 시민 왕정이 되어 있었다.

눈을 뜨면 공화정과 왕정을 오가고, 공화파와 왕당파, 황제파, 아나키스트가 뒤섞여 힘 싸움을 벌이는 곳이니 특별한 희망을 품는 것이 이상했다.

한때 라이벌이었던 연합왕국은 한참이나 앞서 나가며 초유의 열강으로 거듭났고, 안중에도 없던 프리지아니, 루시니, 오스티아니 하는 것들이 동등한 위치까지 치고 올라오는 판이다.

조르주는 입맛을 다셨다. 루이의 말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어린 시절에 계셨다던 황제 폐하가 없는 것이 한스러울 뿐이었다.

“이곳은 우리가 있는 동안이라도 조용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길 바라야지.”

루이가 고개를 끄덕이는 동안, 배의 닻이 내려졌다. 둘이 나란히 갑판으로 내려서자 배의 임시 선장을 맡은 클레망소가 앞으로 나와 손을 내밀었다.

클레망소는 전직 해군 대령 출신으로 로망스 정부가 해군의 군비를 감축함에 따라 근래에 퇴역한 인물이었다.

“그간 항해에 노고가 많았습니다.”

“아닙니다.”

루이와 클레망소가 악수를 나누는 동안, 조르주는 배 옆으로 보이는 전경을 살폈다. 개미떼처럼 몰려온 임노동자들이 짐을 내리기 위해 늘어서 있었다.

이 배 역시 짐은 상당히 많이 싣고 있었다. 일단 운임이라도 벌자는 의미에서 승도가 발주한 면직물을 동방 무역 회사령 식민지에서 설탕과 향신료 따위로 바꾸어 싣고 온 터라 짐은 상당히 많았다.

하나둘 짐들이 내려지자 선원들도 하선을 시작했다.

배를 지켜야 하는 당직 인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자유 하선이 허락된 터라, 대부분은 곧장 오씨의 장원으로 향할 예정이었다.

“조르주. 안 내릴 생각인가?”

루이가 말을 건네고서야 조르주는 정신을 차렸다. 그러고 보니 배에서 내릴 차례가 되도록 정신을 팔고 있었다. 그는 허겁지겁 배 사다리를 타고 내려와 나루에 발을 디뎠다.

그 첫걸음은 강주와 승도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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