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호루스의 반지-97화 (97/425)

제97화. 영입 (1)

오승도가 안온한 일상에 안주한 동안, 그의 일을 대행한 자들은 구슬땀을 흘리며 일을 하고 있었다. 철도 부설을 감독하게 된 건문, 해운업과 관련된 전권을 부여받은 클레망소, 신대륙 사업의 대리인이 된 메리. 모두가 분초를 아껴가며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 중에서도 특히 발 빠르게 움직인 사람은 유일한 여성인 메리 제퍼슨이었다. 그녀는 강주를 떠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여송에서 대양을 건널 배편을 마련하여 신대륙으로 출발했다.

“적은 돈이 아니야. 짊어진 액수만큼 무거운 책임이야.”

그녀는 코를 문지르며 다시 서류를 들여다보았다. 투자자로부터 투자받은 액수만큼 무거운 책임을 짊어진다는 말은 상인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격언이다. 이 말을 들어보지 못한 자는 장사를 할 자격도 없었다.

그녀 역시 그 책임을 자각하고 있었다.

그녀의 품에는 동방 무역 회사의 명의로 발행된 백지 어음이 들어 있었다. 이 돈은 사실상의 국가 대행자가 보증을 선 어음이라 수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물론 어음인 만큼 거래 시에 수수료를 물 수도 있었지만, 연합왕국 정부를 상대로 한 거래에선 달랐다.

운영 주체에 차이를 둘 필요가 없는 까닭에 어음에 수수료를 매긴다는 자체가 웃긴 일이었다. 메리도 그것을 계산하고 동방 무역 회사의 백지 어음으로 투자비를 받았다.

어음의 장점은 이것 외에도 몇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휴대의 간편성이었다. 은 백만 냥을 그대로 싣고 가려면 문자 그대로 배가 필요했다. 은 궤짝을 실으려면 배의 갑판 하나를 통째로 빌려야 하기 때문이었다.

보안까지 생각한다면 배를 통째로 빌리고 별도의 고용인들도 승선시켜야 했다. 이것만 해도 비용이 엄청났다.

서역과 동방의 무역에서 점차 백지 어음 거래가 정착되는 데에는 이런 이유도 빼놓을 수 없었다.

두 번째는 자산 망실의 가능성 때문이다. 원양 항해에는 해적과 폭풍, 좌초 등 갖가지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이때 배에 은을 싣고 있다면 사고에서 자산을 잃기 쉬웠다. 하지만 백지 어음의 경우에는 그 문제에서 자유로웠다.

근대적인 은행제도가 발달한 서역에서는 그러한 어음의 망실에 대비한 여러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었다.

물론 어음을 망실하면 해당 어음을 정지시키는 절차를 밟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또한 그에 수반된 별도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는 문제도 있었다.

그래도 은을 짊어지고 다니는 것보다는 자산 망실의 위험이 낮아 상당한 이점이라 할 수 있었다.

세 번째는 백지 어음이 주는 신뢰성에 있었다. 현찰 거래도 중요하지만 어음을 누가 끊어줬느냐 여부도 무시할 수 없었다.

동방 무역 회사로부터 백지 어음을 받는 사람은 지구상에서 몇 백 명도 되지 않는 소수였다.

그 어음을 지녔다는 것은 그 자체로 상당한 신분을 가졌거나, 그러한 사람의 대리인이라는 반증이 되었다. 이는 귀족 명문가 출신이 아닌 메리가 정부를 상대함에 있어 훌륭한 기반이 되어줄 수 있었다.

“대반 어른. 식사가 준비되었다고 합니다.”

승도가 붙여준 가솔의 말에 메리가 서류를 내려놓고 침대에서 겨우겨우 내려섰다. 그녀를 대반이라 칭한 것은 동방 무역 회사의 현지 대리인(지사장)들이 대반이라 불린 관행대로 칭한 것이라 할 수 있었다.

“네. 곧 나갈게요.”

메리는 숨을 깊게 쉬고는 머리를 질끈 묶고 문을 나섰다. 그녀가 탄 배는 신대륙과 여송을 오가는 정기 연락선으로 승객을 실어 나르는 여객선과는 성격이 달랐다.

그래서 그녀가 묵는 객실은 보통 ‘여객선’ 정도 되는 배의 3등 객실 정도 수준이라 할 수 있었다. 물론 전문적인 여객선이 등장한 시대는 아니었지만 분류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그녀가 문을 나서자 시립한 무인 사내가 고개를 숙여보였다. 여성의 몸으로 단신으로 건너가 일을 해야 하는 그녀를 염려하여 승도가 붙여준 경호원으로 이 사내를 포함해 모두 다섯 명이 그녀를 따라나선 참이었다.

식사는 범선 시대에 맞는 염장 육류와 라임 주스 따위로 채워져 사실 어느 정도의 생활수준을 누리는 여성에 맞는 음식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나름 중산층의 생활을 한 메리로서는 좀처럼 그 식사에 익숙해지기 어려웠다.

‘정말 바다를 좋아한 것이 아니었으면 배를 타지 않았을 거야.’

메리는 투덜거리며 그릇을 스푼으로 푹 쑤셨다. 사실 그 식사는 남자들도 별로 좋아하는 것이 아니었다. 선상 생활에 익숙해진 범선의 선원들조차 염장 고기를 물에 헹구지 않고는 침부터 뱉는다고 할 정도이니 그 맛은 고역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한동안 맛없는 고기 조각이 든 스튜를 건져 먹으며 채권에 대한 생각에 잠겼다.

한참 맛없는 고기에서 반쯤 눅눅해진 콩을 골라내던 메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들었다. 골라내도 끝이 없는 콩에 지친 탓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다 언뜻 신문을 보기가 무섭게 그것에 시선이 고정되었다.

백발의 신사가 읽고 있는 론디니움 타임스였다. 신문 기사에는 최근 철도 투자에 대한 사설이 하나 실려 있었다. 그녀는 실례인 줄 알면서도 그것을 뚫어져라 보았다.

그녀의 시선을 느꼈는지 신사는 헛기침을 하고는 신문을 일부러 넓게 펼쳐 들었다. 나름 무안함을 느끼지 말고 보라는 배려였다.

그녀는 살짝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사설에 눈을 주었다. 거기에는 최근 신대륙 식민지 철도에 대한 론디니움의 시각을 엿볼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왕국 정부의 과도한 신대륙 투자는 본국의 국부(國富)를 퍼서 식민지에 주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이 같은 투자가 국민들에게 어떤 이익을 가져다주는가?

왕국 전역에 널린 구빈원과 고아원에 쓸 예산은 없으면서 식민지인들의 복지를 위한 투자를 할 돈은 있단 말인가. 세금도 제대로 내지 않고 의무도 다하지 않는 그들을 위해?

나는 식민지 출신의 수상이 내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묻고 싶다-

상당히 과격한 논조로 채워진 사설은 식민지에 대한 본국의 불만 섞인 시각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왕국의 국정을 전담하는 관료와 정부는 입장이 다를 테지만, 신대륙 투자를 바라보는 본토 토박이들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는 것이 여실하게 엿보였다.

물론 이들이 불만을 토로한다고 해서 국가의 정책이 쉽게 수정될 가능성은 없다고 보아도 좋았다. 국책(國策)은 한 번 방향이 결정되면 최소 10년 정도는 일정한 방향성을 가졌다.

정부가 바뀌고 의회의 집권당이 바뀌어도 그것만큼은 달라지지 않았다. 관성을 가지고 전대의 정책을 계승하는 정책의 일관성.

그것이 연합왕국의 진정한 힘이라고 믿는 왕국 정치가들이 있는 한, 철도 사업이 중단될 가능성은 없었다.

‘뭐 시끌벅적해졌으니 일이 조금 늦어질 가능성도 생각해봐야 할까.’

메리는 왕국 정부의 생리를 잘 알았다. 본토 토박이라면 그 정도는 누구나 알고 있었다.

여론의 풍향이 심상치 않으면 잠시 몸을 낮추고 잠시 숨을 고른다. 그리고 여론이 진정되면 다시 일을 진행한다. 한 번 세운 정책은 웬만해서는 수정하지 않고 밀고 나간다. 끝까지.

그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가 매우 컸지만 그 일관성 하나로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라이벌들을 모조리 물리치고 왕좌에 올랐으니, 그 장점을 무시할 수도 없었다.

“이거 보시려면 마저 보시구려.”

백발의 신사가 신문을 마저 읽고 그녀에게 그것을 건넸다. 신사의 친절에 그녀는 가볍게 인사를 하고 그것을 받았다. 관심을 가진 부분은 사설뿐이었지만, 호의를 거절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기왕 받은 김에 다른 부분들도 가볍게 훑었다.

‘제철소도 새로 세우고 조선소도 새로 세우고 대학도 새로 세우고. 신대륙에 대한 투자가 겨우 한 해 사이에 엄청 늘었구나.’

그녀는 내심 감탄하며 신대륙 관련 기사들을 다시 살폈다.

그녀의 생각처럼 신대륙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었다. 그들은 연 평균 2.5%에 달하는 압축 경제 성장을 구가하며 본국의 경제 성장을 압도하고 있었다.

일각에서는 향후 수십 년 내에 신대륙의 시장과 경제 규모가 본토를 압도할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니 신대륙의 철도는 돈이 될 거야. 채권 보장이 아니더라도.’

메리는 반달로 휘어진 눈을 살며시 감고는 신문을 접었다.

***

근대적인 의미의 해군이 탄생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민간인과 확실히 구분된 장교 양성 체계와 상비군, 특수한 용도(전투용)의 선박을 갖추게 된 것은 고작해야 몇 세기 전의 일이었다.

그렇게 해군이 자리를 잡으면서 민간과 군의 영역은 서서히 분리되어 나갔다. 수 세기에 걸친 역할 조정 끝에 해군과 민간은 각자의 역할을 또렷하게 구분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자가 공유하는 지점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숙련된 선원이었다. 어쩔 수 없다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해군은 아직 이 부분에 있어서는 민간 해운업의 신세를 질 수밖에 없었다.

질적으로 우수한 승무원을 길러내는 것 자체가 비용이 크게 들다보니 민간의 인력을 끌어들이는 편이 싸게 먹혔기 때문이다.

오승도 역시 이 부분을 명확히 이해했다. 그래서 그는 해군의 기초가 강대한 해운업 위에 건설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것을 육성하는 일은 결코 간단하지 않았다.

해운업 발달의 조건은 크게 세 가지로, 강대한 조선업과 해양에 대한 사회적 관심, 그리고 이에 수반된 체계적인 투자가 요구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모두 갖추기란 쉽지 않았다.

한때 연합왕국의 아성을 위협했던 로망스도 이 부분에서 한 가지 조건이 결여되어 라이벌을 능가하지 못했다. 그 정도로 해운업은 육성이 어려운 분야였다.

“해운업을 염두에 두신다면 일단 에우로페에서 사람을 더 불러들이셔야 합니다. 숙련된 선원들을 다수 고용하시고, 그 아래에 신의 사람들을 조금씩 늘려가는 방식으로 가시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클레망소의 말에 승도는 생각에 잠겼다. 해운업의 육성과 관련하여 서방에서 사람을 더 사올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도 지금 시기에 사람을 더 늘릴 것을 권하는 말을 들으니 고민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었다.

“사람을 고용한다면 어느 쪽에서 더 들여오는 쪽이 좋겠습니까?”

“제 사견으로는 로우랜드 공화국 사람들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세계 해운업의 주도권을 연합왕국이 장악해 실직자가 늘어나고 있으니,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많은 사람을 데려올 수 있을 겁니다.”

로우랜드 공화국이란 말에 승도도 고개를 끄덕였다. 로우랜드 공화국은 한때 세계 해운업을 제패하며 바다의 왕자로 불린 나라였다.

그 국력이 절정에 이를 때에는 에우로페 선박의 75%가 로우랜드 국적일 정도였다.

하지만 로우랜드 인들에게도 한 가지 단점은 있었다. 말 그대로 너무 자유분방하다는 점이 그것이었다. 거친 뱃사람들의 속성에 더해 공화정 특유의 활기가 더해져 통제하기가 쉽지 않은 면이 있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없어 통제가 안 되는 홍모귀들과 다른 의미로 통제 곤란한 사람들이라 할 수 있었다.

그것은 오승도가 머리에 담고 있던 부분이었다.

“그쪽 사람들의 우수성이야 잘 알고 있습니다.”

고용주의 말에 클레망소가 새삼스럽다는 얼굴로 반문했다.

“로우랜드에 대해서도 잘 아십니까?”

“연합왕국의 수도까지 쳐들어간 유일한 국가 아닙니까?”

그 말에 클레망소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대륙의 패자로 여러 차례 올라섰던 로망스 왕정과 제정은 연합왕국의 코앞에 대포 한 번 가져가보지 못하고 굴복하기를 거듭했다.

하지만 손바닥만 한 약소국 로우랜드는 달랐다. 전성기에 한정되긴 했지만 천하의 연합왕국 수도까지 함대를 들여보낼 정도였으니 로망스가 연합왕국을 상대로 거둔 전과에 비하면 눈이 부실 정도였다.

승도도 이 점에서는 로우랜드 공화국에 경의를 표시하고 있었다. 그들만큼 숙적 연합왕국을 궁지에 몰아넣었던 나라는 없었다.

“물론 연합왕국을 그 정도로 궁지에 몰아넣는 것은 불가능할 겁니다. 그 어느 나라라도.”

클레망소나 승도나 따지고 보면 동향의 로망스 사람들인지라 의식 기저에 품은 연합왕국에 대한 생각은 동일했다. 하지만 그들의 뿌리 깊은 생각에도 불구하고 연합왕국이 무적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적어도 한 세기 정도는 왕국의 시대가 지속되리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이는 그들의 생각만이 아니라 저명한 역사학자들이나 정치가들 모두의 공통된 시각이기도 했다.

계속해서 국력을 배가하며 앞서 나가는 왕국이 스스로 넘어지지 않는 한, 라이벌들은 따라잡을 기회조차 얻지 못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연합왕국도 아주 안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클레망소가 꺼낸 ‘하지만’이라는 말에 승도가 찻잔을 내렸다. 클레망소는 그의 관심을 확인하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건 어째서입니까?”

“너무나 큰 식민 제국 때문입니다.”

“광대한 식민지가 문제가 된다?”

승도가 팔짱을 꼈다.

“연합왕국의 식민 제국은 크게 셋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말 그대로 원료와 시장을 얻을 목적으로 개척한 2차 식민지. 두 번째는 왕국의 상품이 지배하는 경제 식민지입니다. 전자는 왕국령 식민제국의 대부분, 후자에는 에우로페 대륙과 이곳 신이 포함될 겁니다.”

승도도 그 정도는 알고 있었기에 되묻지 않았다.

“세 번째가 에우로페 인들을 이주시킨 제1차 식민지, 말하자면 인구를 배출할 목적으로 만든 식민제국입니다. 신대륙 북부 식민지가 여기에 해당됩니다.”

“들은 바 있습니다.”

승도의 말에 클레망소는 재빨리 본론으로 들어갔다.

“문제의 핵심은 바로 이 1차 식민제국입니다. 지난 신대륙 독립 전쟁에서 나타났듯 이곳은 본국과 과세 문제를 놓고 수시로 대립하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신대륙 자체에서 진행된 산업화로 본국과 경쟁 구도를 형성하면서 왕국 본토의 경제 정책과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신대륙 식민지는 언제고 다시 왕국에 반기를 들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얘깁니다.”

“2차 독립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말입니까?”

“시일은 걸리겠지만 언젠가는 터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승도는 그 말을 이해했다. 이익은 인간을 움직이는 가장 큰 동기이므로 독립 전쟁의 이유가 되기에 충분했다.

따지고 보면 로망스 혁명 역시 중산층 계급의 ‘이익’을 위해 일어났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본다면 신대륙 투자는 상당히 위험할 수 있겠군요.”

승도가 농담 삼아 던진 말에 클레망소도 가볍게 웃었다. 물론 그 말과 달리 전혀 위험하지 않았다. 신대륙 식민지들이 반란을 일으킨다고 해도 주전장은 이전의 독립 전쟁처럼 동부 해안에 국한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연합왕국의 입장에서 본다면 반란이 일어났을 때, 2선 병력에도 못 미치는 식민지 치안 유지 병력을 신대륙으로 보낼 이유가 없었다. 더구나 병참선을 지구 한 바퀴로 늘릴 이유는 전혀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한다면 그 병참 관계자가 정신이 나간 거다.

상식적으로 판단한다면 서부 해안으로 병력을 보낼 바에 동부 해안으로 병력을 바로 상륙시키는 편이 보급선도 짧고 대군을 보내기에도 용이했다.

그렇기에 신대륙에 전쟁이 터지더라도 문제의 대륙 횡단 철도가 건설되는 서부가 전장이 될 가능성은 없었다.

설령 신대륙 전체를 휩쓰는 규모의 전쟁이 발발해도 문제가 될 소지는 없었다. 지금까지 전쟁의 전례로 보건데 사회 간접 자본(SOC: 철도, 교량 등)까지 파괴하는 일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국한되었다.

“농담은 그쯤하고 해운업 이야기로 돌아가서, 얼마나 추가 고용이 필요하겠습니까?”

승도가 차를 들며 다시 묻자 클레망소가 간단히 셈을 해보았다. 그는 대강 견적을 내어보고는 입을 열었다.

“당장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배가 한 척인데 더 고용해봐야 낭비니까요.”

“그도 그럴듯하군요. 배를 더 구하고 선원을 구한다는 전제하에서 대답을 한다면 어떻습니까?”

“그렇다면 범선 8척에 사람 팔백 명은 더 필요합니다.”

“사람과 배가 그 정도 더 필요한 이유가 있습니까?”

그 물음에 클레망소는 손가락 셋을 들어보였다.

“해상에서는 삼분의 일의 원칙이 통용됩니다. 뭐든 셋으로 나누어 생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배가 세 척 있다고 해도 이것을 항상 쓸 수 없습니다. 한 척은 항상 항구에서 짐을 부리고 정비도 받고 휴식도 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 한 척은 바다에 떠서 항해를 하고 있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물건을 사거나 전투를 하거나 무슨 행동을 취할 수 있는 배는 한 척밖에 남지 않습니다.”

승도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는 단함 항해가 상당한 위험을 가진다는 데 있습니다. 우리 배만 해도 이곳에 올 적에 왕국 선단에 끼어서 움직였습니다. 해적의 위협도 있고 폭풍 문제도 있기 때문입니다. 좌초든 풍랑이든 어떤 돌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선단 항해는 필수입니다. 그 최소 단위가 3척입니다.”

“그래서 8척이 더 필요하단 얘기군요.”

“그렇습니다.”

“일리가 있는 말입니다. 검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승도는 클레망소를 돌려보내고 기간요원을 길러낸 다음 진행하려 했던 해운업의 팽창을 다소 빠른 시기에 진행할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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