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호루스의 반지-99화 (99/425)

제99화. 영입 (3)

육군의 주요 병과는 다섯으로 나눌 수 있었다. 보병, 기병, 포병, 헌병, 병참.

이중 병참은 비공식적으로 병과 분류가 될 뿐, 체계적인 조직을 갖춘 나라는 없다. 임시방편으로 만들어지는 조직을 갖는 게 상례였다. 헌병은 말 그대로 질서 유지 집단이고.

그래서 육군의 병과는 사실상 셋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이중 기병은 귀족들의 전유물이자 고립된 독립 병과로서의 성격이 강해 여타 육군의 병과들과 교류가 없는 위치에 속해 있었다.

따라서 매관매직으로 장교 자리를 사고파는 병과는 보병과 포병, 특히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덜 요구되는 보병에 집중되어 있었다.

물론 매관매직으로 자리를 샀다 해서 열등감을 가지거나 소극적인 자는 드물었다.

오히려 돈을 주고 자리를 살 정도로 자신의 집안이 대단하다고 생각했기에 그 자부심은 하늘을 찌를 만큼 높았다. 그 오만한 콧대는 평범한 인간들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드높았다.

로열노섬브랜드 연대의 지휘관 헨들릭 중령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다.

아니, 그랬었다.

“이번 주까지 부대의 장비 정리를 마치고, 포병대를 실어 보내면 철수 작업은 마무리됩니다.”

“수고했네.”

헨들릭은 부대가 주둔했던 공터를 바라보다 파이프를 물고 담배 연기를 뻐끔거렸다. 허공으로 공허하게 흩어지는 회백색 구름만큼이나 그의 꿈과 야망도 흩어지고 있었다.

이번 전쟁을 통해 하원 의원으로 진출하겠다는 꿈을 이루기는 고사하고 예편하여 목장에서 양이나 칠 처지가 되었으니 씁쓸하지 않다면 이상한 일이었다.

파이프에 남은 담뱃재를 톡톡 털어내고 지휘관용으로 배정된 막사로 걸음을 옮겼다. 구 아문 해관 건물 내에 방을 얼마든지 마련할 수도 있었지만, 그럴 생각 따윈 들지도 않았다. 사회적 지위도 곧 땅에 떨어질 판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편한 방에 묵을 생각이 들 리가 없었다.

그가 막사 앞에 도착하자 위병 하나가 거수경례를 하며 말했다.

“각하.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손님?”

헨들릭은 그 말에 조금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패전으로 위신이 땅에 떨어진 그에게 새삼 찾아올 손님이 있을 턱이 없어서다. 절친했던 장교 상당수는 이미 귀국했거나 혹은 예편을 앞두고 의기소침한 채 철수 작업에 몰두해 있었다.

그가 막사를 걷고 고개를 들이밀자 미끈한 인상의 동양인이 보였다. 그 모습에 쓴웃음이 절로 지어졌다. 끔찍한 강주의 기억이 상기되는 것 같아 절로 고개가 흔들어졌다.

헨들릭이 그의 신분을 묻자 동양인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읍을 했다.

곧 어색하기 그지없는 강주 식 왕국 어가 들려왔다.

“강주. 오호관. 건문.”

짤막하게 끊은 이상한 문장이다. 하지만 그것을 알아듣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의사소통만을 위해 개발된 강주 식 왕국 어이니 소통 자체에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다.

헨들릭은 상대가 왕국 어를 잘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는 병사를 시켜 통역을 맡을 사람 하나를 찾게 했다. 상대가 자신의 말을 알아듣지 못할까 저어해서였다.

곧 통역관이 도착하자 대화는 쉽게 이루어졌다.

“안녕하십니까? 오호관에서 온 건문이라고 합니다.”

건문이 제 소개를 다시 하자 헨들릭은 실소를 지었다. 조금 전의 이상한 소개를 들었을 때는 모자란 사람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은 언어를 잘 구사하지 못하는 사람에 대해 가지는 공통된 선입관이기도 했다.

“반갑소. 연합왕국 육군의 헨들릭 중령이요. 동방 원정군에서 로열노섬브랜드 연대의 지휘관을 맡고 있소.”

둘은 인사를 나누고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러다 건문이 먼저 말을 꺼냈다.

“제가 오늘 연대장 각하를 찾아뵙게 된 것은 각하께서 곧 예편하기로 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입니다. 사실이십니까?”

건문의 물음에 헨들릭은 고개를 끄덕였다. 숨길 이야기도 아니었다. 건문도 이 사실을 이곳 병사에게 어렵지 않게 들은 터라, 다음 이야기를 쉽게 꺼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용건을 꺼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강주 오호관 오 대인의 명을 받아 각하를 초빙하기 위해 이곳을 찾아왔습니다.”

“나를 말이요? 그 오유도란 사람이?”

헨들릭이 묻자 건문은 고개를 저었다.

“그 아드님이신 오승도 대인이십니다.”

“아, 작은 오호관. 오승도 대인. 나도 그 이름은 알고 있소. 강주에서 우리에게 물을 먹인 그 사람이지. 그래, 그 역전의 맹장이 날 초빙하고 싶다고 했소?”

헨들릭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그가 알기로 오승도는 그 자신이 뛰어난 지휘관으로 일군을 거느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사람이다.

굳이 서역 지휘관을 필요로 할 사람은 아니었다. 그 자신이 웬만한 서역 지휘관 이상의 역량을 가졌음을 증명해 보였는데, 새삼 서역 지휘관이 필요하다고 하니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습니다. 오 대인께서는 각하를 꼭 강주로 모시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초빙은 감사하게 생각하리다.”

헨들릭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자신의 가치를 알아봐주는 것에 대해 기분이 나쁜 사람은 없었다. 그는 미소를 지어보이며 다시 물었다.

“하면 보수 문제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을 것 같은데. 그건 얼마나 생각하고 계신지?”

헨들릭은 동양에서 머물 생각이 별로 없는 터라, 돈 얘기만 대충 듣고 넘길 참이었다. 그가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건문이 품에서 백지 어음 한 장을 꺼내 앞으로 탁 내밀었다.

그것을 본 헨들릭의 눈이 커졌다. 어음에는 은 일만 냥이라는 액수가 표기되어 있었다. 말도 안 되는 거액이었다.

“은 일만 냥. 인사로 생각하는 돈입니다. 저희 오호관과 일을 함께하신다면 부르시는 대로 보수로 지불할 생각입니다.”

“백지 위임장? 농담이 아니겠지요?”

그 말에 헨들릭도 놀라 평정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그의 입에서 처음으로 존대어가 나갔다. 인사로 은 일만 냥을 건네는 담대함도 놀랍지만 보수는 충격 그 자체였다.

아무리 동양에 머물 생각이 없던 자라도 마음이 동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그만한 액수라면 직업을 갖지 않아도 평생 품위 유지를 하며 살 돈이 되었다.

“그렇습니다.”

“도대체 내가 뭘 해야 하기에 그런 큰돈을 약속한단 말입니까?”

헨들릭의 말에 건문이 웃으며 답했다.

“강주의 안전을 지켜주시는 일입니다. 물론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준비하는 일까지 모두 포함됩니다. 그에 대해 오 대인께서는 전권을 주시기로 약속하셨습니다.”

그 말에 헨들릭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보수도 보수였지만 맡기는 일도 파격 그 자체였다. 전투에 패하며 자신의 커리어는 박살났는데, 정작 자신을 무너트린 자는 엄청난 대우를 약속하고 있었다.

이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

헨들릭은 마른침을 삼킨 다음 건문에게 말했다.

“정말 오승도, 아니 오 대인이 그런 말을 했단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헨들릭은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조국에 대한 긍지와 명예 의식, 부하 병사들에 대한 생각. 갖가지 상념이 그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그를 알아준 것은 자신을 패배시킨 동방 사내였다.

한참 만에 헨들릭은 겨우 입을 열었다.

“한 가지 조건만 수락한다면 그 제안, 받아들이겠습니다.”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내 조국, 연합왕국에 해가 되는 행동을 돕지 않고 방관할 자유가 있어야 합니다. 그 조건만 받아들여진다면 제안에 응하겠습니다.”

“오 대인께서는 그것도 요구하실 것이라고 예상하고 제게 수락하라 명하셨습니다.”

“그거면 충분합니다.”

헨들릭은 건문이 준 백지 어음을 품에 넣고는 그가 건넨 계약서에 펜을 가져갔다.

***

건문은 예편이 예정된 연합왕국 장교 두 사람을 초빙하기로 했음을 알렸다.

당초 다섯 명의 장교를 접촉한 것치고는 저조한 성과로 볼 수도 있었지만, 그렇지만도 않았다.

자존심이 높고 동양에 대한 경멸감을 가진 육군 고급 장교를 둘이나 초빙할 수 있었던 것 자체가 운이 따라준 일이라 할 수 있었다. 그 운을 만들어낸 것은 오승도의 돈이라 할 수 있었지만.

승도는 건문으로부터 초빙에 대한 확답을 듣기가 무섭게 임경문을 찾아 이 결정을 기정사실화하기로 했다.

“그 말이 참인가?”

임경문은 오승도의 이야기를 듣고 크게 놀랐다. 홍모귀들을 지휘관으로 초빙해 쓰자는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습니다.”

오승도의 대답에 임경문은 수염을 쓰다듬었다. 홍모귀들의 강인함은 그도 인정하는 바였다. 하지만 양이들에게 요직을 맡기자는 말은 상당히 꺼려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을 기용하려는 이유를 알고 싶네.”

관리사의 말에 승도는 신중하게 말을 골랐다. 함께 전쟁을 치르며 돈독해진 사이라지만, 기본적으로 그는 양이들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이 같은 성향을 무시하고 말을 했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었다.

이런 점에서 승도는 전생보다 훨씬 노련하고 신중해졌다 할 수 있었다. 로망스 황제 시절만 해도 상대의 정치적 성향이나 사고방식과 반대되는 행위를 강요하여 불필요한 마찰을 빚어냈던 일이 있었다.

승도는 임경문의 생각을 고려하여 말을 꺼냈다.

“먼저 양이들을 기용하려는 이유를 설명 드리기에 앞서 우리 신의 실정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신의 지휘관들의 자질은 냉정하게 평하자면 삼류입니다. 천둥 장군, 오줌 장군, 비단 장군(비단으로만 뇌물을 받는다고 하여 붙은 별명), 천수 장군(온갖 질병에 걸렸다고 칭병을 청하면서도 죽지 않는다고 하여 붙여진 별명). 이런 자들이 지휘관이랍시고 군대를 지휘한 결과가 어떠했습니까? 아문에서 참패했고, 천지회에 패했으며, 오강 반란군에 고전했습니다. 쉽게 이길 수 있는 싸움도 패하고, 이길 수 없는 싸움에는 싸울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이것이 신의 지휘관들입니다. 뇌물만 밝히고 군사를 운용할 줄도 모르는 자들. 이런 자들을 믿을 수 없음은 대인께서도 잘 아실 것입니다.”

임경문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문에서의 참상을 눈으로 보았고, 금포의 패배도 들었던 그다. 현실을 부정하려 하지는 않았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도 신에서 보기 드문 현실주의자였다.

“물론 강주의 지휘관들은 그자들보다 낫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본질적으로 우리 강주의 지휘관들 역시 그들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관습에 젖어 뇌물을 주면 거절하지 않고 받습니다. 병사를 부림에 있어서 기본적인 전술을 이해하는 자가 없습니다. 화기도 제대로 쓸 줄 모르며, 병사를 조련할 줄도 모릅니다. 그나마 제가 없었다면 전장에서 싸워볼 용기도 내지 못할 자들이 태반이었습니다. 지휘관으로서의 책임이 결여되었다는 의미입니다. 그런 이들을 진정으로 믿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승도의 물음에 임경문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역시 이미 익히 알고 있던 사실들이었다. 병폐가 골수에 들어찬 군대이다 보니 뇌물을 받는 것은 관례가 되어 있었고, 지휘관들의 자질은 무능하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오승도 휘하에서 종군한 자들은 전투 경험도 있고 그 전술도 어느 정도 이해했다고 여겨지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그의 냉혹한 지적대로 군을 맡기기엔 부족했다.

“하면 양이들의 지휘관은 믿을 수 있단 말인가?”

“믿을 수 있습니다.”

승도가 단언하자 임경문의 눈썹이 조금 올라갔다. 이 나라의 사람은 믿지 못하면서 오랑캐를 믿는다고 하니 기분이 상한 것이다.

“어째서인가?”

“양이들이 계약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입니다. 우리와 달리 그들은 ‘계약’이라는 행위에 매우 중요한 가치를 둡니다.”

“계약? 양이들이 신의를 중요하게 여긴단 말인가?”

승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국가적으로 보자면 얼마든지 비열해질 수 있는 자들이지만, 개인 간의 거래에 있어서는 계약을 대단히 잘 지키는 편에 속했다. 특히나 명예를 아는 중산층 이상의 인사들이라면 더 그랬다.

“신의는 양이들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덕목입니다. 그들의 명예와 연관된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을 마냥 신뢰할 수는 없지 않나?”

그 말에 승도가 빙그레 웃으며 손을 들어 동그라미를 그려 보였다.

“천박한 이야기지만 ‘돈’이 안전장치가 되어줄 것입니다.”

“돈?”

“예. 돈입니다. 동방이든 서역이든 이문을 쉽게 포기하는 자는 없습니다. 그보다 큰 이익이 나타나기 전에는 말입니다. 저는 그들에게 매우 큰 이문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것이 그들과의 계약에 신뢰성을 확고하게 해줄 겁니다.”

임경문은 수염을 매만졌다. 그간 그가 강주에서 보고 느낀 것. 승도와 이야기를 나누며 들은 것을 종합한다면 승도가 제안한 안전장치는 매우 강력한 것이었다.

돈. 그것은 서역인들을 통제할 수 있는 최강의 도구였다.

“얼마를 제시하였기에 자신하는 것인가?”

임경문이 돈에 대한 탐심이 있어 묻는 것이 아님을 알기에 승도는 쉽게 대답해 주었다.

“백지를 제시했습니다.”

“……!?”

임경문은 그 말에 크게 놀랐다. 그만한 돈을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것도 직접 이문에 관계되지도 않는 일에.

“큰돈이지만 강주 전체를 위해서는 작은 투자입니다.”

“그런가. 하면 이제는 들려주겠나. 그들을 기용하려는 이유를. 자네가 이렇게 많은 돈을 들여 투자한 것을 알았으니 이유만 확실하다면 반대할 생각이 없네.”

임경문이 승낙의 뜻을 비치자 승도는 이유를 입에 올렸다.

“제가 그들을 기용하는 이유는 앞서 언급한 부패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하나는 그들이 부패와 단절되어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명예 의식을 가진데다 저와의 계약을 염두에 둔 그들로서는 결단코 뇌물을 받을 수 있는 입장이 아닙니다. 제일 윗자리에 있어야 할 그들이 뇌물을 받지 않는다 함은 군의 기강을 세움에 있어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입니다. 부패의 사슬을 끊는 것 말입니다.”

“이해가 가는군.”

“두 번째는 그들이 가진 전문성 때문입니다. 그들은 정규 육군 장교 교육을 받은 사람들로 서역의 군제에 훤한 이들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 강주의 군대를 서역과 같은 강병으로 길러낼 수 있는 사람들이란 뜻입니다. 대인께서 보셨던 그 강철 같은 자들을 말입니다.”

“자네는 그리할 수 없었던가?”

“저는 그렇게 할 능력이 없습니다. 양이들과 싸울 수는 있어도 저들이 이끌던 보병을 만들 힘은 없습니다. 그렇기에 이번에 초빙한 양이들이 필요합니다.”

임경문은 그 말에 탄복했다. 승도는 다시 말을 이었다.

“세 번째로 저들은 우리 강주의 방패가 되어줄 수 있습니다.”

“방패라면?”

“아무래도 자국 출신의 장교들이 우리 군의 요직에 앉아 있으면 홍모귀들은 우리를 보다 우호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최소한 우릴 적으로 여기지 않을 것은 확실합니다.”

“그런 이유라면 강화조약을 맺지 않았나?”

승도는 쓴웃음을 지었다.

“세상일에 확실한 건 없는 법입니다.”

“딴은 그렇군.”

“그리고 왕국 쪽과 이야기를 할 때도 저들을 창구로 사용할 수 있으니 여러 모로 강주의 이익을 지킴에 있어 도움이 됩니다.”

임경문은 승도의 말에 수긍했다.

“좋은 이야기일세. 그 정도라면 저들이 필요한 이유도 납득했네.”

“긍정적으로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닐세. 큰돈을 들여 강주를 지키려 애쓰는 자네 일에 굳이 방해를 할 필요가 없었을 뿐이네. 본디 내가 해야 할 일을 솔선수범하여 대신해주니 뭐라 할 말이 없어.”

임경문은 말을 하며 잔에 술을 채웠다. 승도는 관리사가 잔을 채우는 것을 보았다. 관리사는 술잔의 반을 채운 후 승도에게 내밀었다.

“자, 받게. 이건 내 일을 대신해준 것에 대한 상일세. 상인들은 술을 반만 채워서 받는다고 들어 반만 따랐네.”

임경문의 호의에 승도는 가벼운 미소를 보였다. 그 말대로 상인들은 술잔의 반만 채우는 풍습이 있었다. 과함을 경계하라는 가르침을 새기기 위함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