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0화. 게임 (2)
무역철의 순풍이 돛을 힘껏 밀었다. 팽팽하게 부푼 돛은 루브르망 호에 가속도를 부여했다.
배는 신형 범선답게 그 힘을 십분 살렸다. 오래된 낡은 배였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목재로 만들어진 범선들은 선령이 오래될 경우, 나무가 물을 먹어 배가 그만큼 무거워지곤 했다. 이것이 심해지면 배를 쓸 수 없어 해체해서 땔감으로 써야 했다.
나무가 물을 먹지 않더라도 배 바닥에 따개비 따위가 붙어 속도가 느려지는 것도 있었다. 그것들의 무게도 무게지만, 매끈한 배 바닥을 울퉁불퉁하게 만들어 물살에 ‘저항’을 만들기 때문이었다.
루브르망 호는 그런 문제에서 자유로웠다. 선령도 얼마 되지 않는 데다 배 바닥에 동판 처리를 하여 따개비 따위가 자랄 수 있는 조건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육지다. 육지다!”
승도는 육지가 보인다는 말이 들리기가 무섭게 갑판으로 나와 있었다. 늦잠을 자는 습관이 없던 그였기에 누구보다 빨리 그 외침에 반응할 수 있었다.
“일찍 나오셨군요. 이른 아침이라 조금 있다 나오실 줄 알았습니다.”
“잠을 오래 자는 습관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승도는 기지개를 펴고는 망원경을 꺼냈다. 과거에도 하루 4시간 이상을 자지 않을 정도로 잠이 없던 그였다.
새로운 삶을 얻으며 다소 잠이 늘긴 했지만 그래도 사람의 습관은 쉬이 바뀌지 않아 6시간 이상은 도저히 잠이 들지 않았다.
그가 편 망원경의 좁은 시야 너머로 흐릿한 육지가 보이는가 싶었다. 그가 눈에 힘을 주자 그 모습은 조금 더 분명했다.
붉은 석조 건물들과 요새를 낀 거대한 항구의 실루엣이 선명하게 드러나자 그 입이 열렸다.
“저기가 갈라타입니까?”
승도가 묻자 조르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힌디아의 4대 무역항 중 하나인 갈라타입니다. 300년쯤 전에 포모사에 의해 개발된 무역항으로 동방 무역의 요충입니다. 강주에서 나오는 물량도 이곳을 거쳐 에우로페로 가곤 합니다.”
“보이는 건물은 포모사의 양식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데, 포모사가 개척했단 말입니까?”
승도가 반문하자 조르주는 헛기침을 한 후 말을 이었다.
“100년 전쯤에 로망스가 포모사 령 갈라타를 뺏는 과정에서 도시가 한 번 전소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도시의 건물이 로망스와 연합왕국 풍만 남아 있다고 할 수 있지요.”
승도는 그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빼앗아 두고도 다시 연합왕국에 빼앗긴 로망스의 무력함 때문인지, 문명인을 자부하면서도 도시를 불태운 로망스의 야만성 때문인지 그 웃음의 이유는 그 자신도 알지 못했다.
배가 갈라타에 닿자 승도는 일부 선원만 남기고 모두 배에서 하선시켰다. 항구에 도착하면 배를 지킬 기간 인원만 제외하고 모두 휴식을 주는 것이 상례였다. 신이라면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이곳은 신이 아니다.
배의 회계 담당자가 하선하는 선원들에게 급여를 지불하는 것을 지켜보던 승도도 배에서 내렸다. 군함에서는 탈영을 염려하여 출항 후 급여를 지불하곤 했지만, 민간 선박에서는 그럴 우려가 없었던 탓에 항구에서 급여를 지불하는 것이 원칙이다.
승도는 배에서 내리자마자 주변을 휙휙 둘러보았다. 하지만 그가 원하는 것은 보이지 않았다. 주변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탈것은 보이지 않았다. 강주에서라면 마차나 가마 따위를 쉽게 찾을 수 있었는데, 이곳은 뭔가 달랐다.
“일단 마차를 구해야 할 것 같은데, 근처에 마차를 구할 곳이 있겠습니까?”
“이곳에 마차는 없습니다. 이 지역에 흔한 호랑이 때문에 군용을 제외하면 말을 쓰려는 사람도 없으니까요.”
루이의 대답에 승도는 다소 당황했다. 반은비도 그 말에 눈을 크게 떴다. 걸어 다니지 못할 것은 없었지만, 그래도 예상치 못한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 다른 탈것이라도 있는 겁니까?”
승도가 묻자 루이는 대답 대신 배 아래로 몰려와 있던 짐꾼들을 향해 손뼉을 쳤다. 그가 손짓으로 뭐라고 의사를 표시하자 곧 짐꾼들이 외치는가 싶더니 큼직한 동물 몇 마리를 끌고 왔다.
그것을 본 반은비가 입을 딱 벌렸다.
“소도 아니고 저게 뭐죠?”
그녀가 본 것은 길쭉한 어금니와 긴 코를 가진 지상 최대의 초식 동물이었다. 얼핏 보아도 소 몇 마리를 합친 것보다 커보였다.
코끼리 몇 마리가 사람들에게 이끌려 다가오자 승도가 루이에게 물었다.
“설마 탈것이라는 것이 저겁니까?”
“예. 힌디아에 오면 저것을 자주 이용합니다. 저 동물을 타면 호랑이의 위협도 피할 수 있고 ‘신분’도 과시할 수 있어 여러모로 유용합니다. 이곳에 온 백인들은 저것들을 자주 이용합니다. 타보시면 생각보다 안정감이 있고 좋습니다. 저것의 등 위에 탈 수 있는 공간이 보이실 겁니다.”
루이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으로 승도의 시선이 향했다. 과연 코끼리의 등 위로는 사람이 탈 수 있는 푹신한 의자와 양산이 놓여 있었다.
“하지만 저 큰 동물에 어떻게 올라타나요?”
반은비가 얼떨떨한 목소리로 묻자 루이가 씩 웃었다. 그가 일꾼들을 향해 뭐라고 외치자 짐꾼들이 코끼리를 막대기로 쿡쿡 찔렀다. 그러자 그 큰 동물이 네 발을 구부리며 자연스럽게 주저앉았다.
“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루이는 시범을 보이겠다며 먼저 코끼리의 등에 올랐다. 그가 등에 오르자 짐꾼들이 막대기로 코끼리를 쿡 찔렀다. 그에 코끼리는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반은비가 놀란 표정을 짓자 루이가 타보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승도는 그것을 보고 가볍게 마른침을 삼키고는 코끼리로 다가갔다.
곧, 그도 어렵지 않게 큰 동물의 등에 올라설 수 있었다. 생각보다 승차감(?)도 좋았고 안정감도 있었다. 보이는 것처럼 걱정스럽지 않았다.
그가 괜찮다고 말하자 반은비도 망설이다 코끼리의 등에 올랐다.
일행은 코끼리를 타고 부둣가를 출발했다. 사실 가마를 이용할 수도 있었지만 루이는 이곳의 ‘가마’를 상당히 싫어했다.
신의 가마와 달리 이곳의 것은 앉는 자리가 불편하고 ‘더러워’ 돈이 없는 상인들이나 타곤 했다.
그러니 코끼리를 타자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일행들은 이곳이 초행이거나 혹은 경험이 없어 루이가 하자는 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코끼리를 탄 일행은 진흙탕으로 범벅이 된 길을 따라 느릿느릿 움직였다. 동 힌디아 최대의 무역항이라곤 하지만 도로 사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이는 전적으로 동방 무역 회사의 책임이었다. 회사의 특권이 축소되고 적자가 발생하면서 기본적인 인프라에 대한 투자조차 줄였다. 그 결과가 바로 엉망이 된 도로였다.
몬순지대에서 도로는 자주 정비하지 않으면 금방 망가지기 일쑤였다. 코끼리들의 발아래에서 질퍽한 진흙이 튀는 것을 지켜보던 승도가 루이에게 물었다.
“내가 듣기론 여기가 동 힌디아 최대 무역항이라고 들었는데, 도로가 왜 이 모양입니까? 이 나라가 신도 아니고 부정부패가 심할 리도 없는데.”
“다 돈 문제입니다. 예산이 제한되는 판이니 동방 무역 회사도 씀씀이를 줄일 수밖에요. 지난 전쟁에서도 회사 군 동원 규모가 정부 요구 수치를 크게 밑돌았단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루이의 대답에 승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그의 말대로라면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 회사의 자금 사정이 나쁘면 나쁠수록, 치안 유지 역량이 모자랄수록 그 제안은 힘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회사의 자금 사정은 강주에서도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지에 와서 보니 정말 안 좋은 모양이군요.”
“저번 항해 때 들렀을 때보단 확실히 안 좋아졌습니다. 때문에 회사 수익률을 높이려고 토후국 단위로 실시하던 간접 통치를 직접 통치로 바꾼다는 이야기도 있더군요.”
중간 유통 단계를 제외하면 당연히 수익률이 올라간다. 자본주의 원리대로 보자면 불필요한 요소를 걸러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정치에서 그 불필요한 요소를 함부로 건드리면 몇 배의 손해로 돌아온다.
“그나저나 갈라타의 정부 출장소는 왜 도시 외곽에 있는 겁니까? 항구에 있지 않고?”
승도는 편의성을 무시한 관청의 위치 배치에 의아함을 드러냈다. 행정도 일종의 서비스로 ‘그 이용자’와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이곳 갈라타 정부 출장소는 그런 개념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 위엄 때문입니다.”
“위엄 때문이라니요?”
“이곳에 사는 백인들끼리 하는 이야기지만, 원주민들과 같은 공간에 머물면 권위가 떨어진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 출장소들은 대개 도시 외곽에 따로 떨어진 곳에 위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상당히 웃긴 이야기군요.”
승도는 코웃음을 쳤다.
***
“얼굴 하얀 백인 아가씨가 우리를 만나고 싶어 한다는 게 당신이 전해주려는 이야기요?”
하얀 황소는 세르게이를 만난 자리에서 볼멘소리를 했다. 압도적으로 강한 적을 상대하기 위한 방편으로 백인 기자를 이용하고 있는 입장이었지만, 이런 시답잖은 소리까지 참고 들어줄 생각은 없었다.
“일단 용건 자체는 그렇습니다.”
“나를 얼마나 우습게 여기기에 그런 이야기를 꺼내는 거요? 지금 당장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당신 머리 가죽을 벗길 수 있는 사람이란 걸 모르오?”
“잘 알고 있습니다. 당신 몸값이 내 수십 년 월급보다 비싸다는 것도.”
세르게이는 으르렁거리는 하얀 황소의 앞에서 침착하게 말했다.
그는 베테랑 신문 기자로서 종군 경험도 가진 사내였다. 전장을 서본 이에게 그런 위협은 통하지 않았다.
하얀 황소도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굳이 위협을 하며 을러댄 것은 상대의 용건이 듣기 싫다는 표현이었다.
“그건 됐소. 그런 시답잖은 이야기는 집어치우고 우리 비즈니스나 이야기합시다. 당신은 특종을 잡고 우리는 우리 의도를 전하는, 그런 건설적인 이야기를 하는 편이 서로에게 좋지 않소?”
하얀 황소는 화제를 돌리려 했다.
“아니요. 일단 이야기만 들어주시면 됩니다. 그리 긴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리고 당장 그 백인 아가씨를 만나달란 것도 아닙니다.”
하얀 황소는 인상을 찌푸렸다. 성질을 부리고 인상을 써도 겁 하나 집어먹지 않고 제 할 말만 하니 백기를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성질 같아서는 이 백인도 머리통을 잘라 전시해놓고 싶지만, 그랬다간 그의 ‘입’이 의미를 잃고 만다.
하얀 황소는 그 정도 손익 계산은 할 줄 아는 인물이었다.
“당신은 정말 질긴 사람이군. 어지간하면 그만둘 법도 한데. 좋소, 당신의 배포를 사서 들어주도록 하지. 말해보시오.”
“백인 아가씨가 전해달란 이야기는 미래입니다.”
“미래? 그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요?”
“자세한 얘기는 백인 아가씨의 대리인이 보여드릴 겁니다. 미스터 손, 이쪽으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세르게이가 말하자 베일로 머리를 두르고 있던 사내가 그 앞으로 나섰다. 그가 베일을 걷자 하얀 황소의 눈이 약간 기이하게 변했다.
“저 사람은?”
“원주민과 같다고 말씀하시는 것이지요?”
하얀 황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껏 보아온 검은 피부, 흰 피부의 사람들과 다른 누런 피부의 사내였다.
“그는 서방에서 온 사람입니다. 제안을 준 백인 아가씨처럼. 백인 아가씨는 족장께서 경계를 하실 것을 염려하여 저 사내를 먼저 보냈습니다.”
“서방이라면 서쪽 대해 건너의 땅 말이오?”
“그렇습니다.”
하얀 황소는 처음보다 다소 누그러진 눈으로 손이라고 불린 사내를 살피다 세르게이에게 시선을 주었다.
“황인과 함께 다니는 백인이라니. 당황스럽지만 흥미가 생기는 것도 사실이요. 하지만 백인의 말을 마냥 믿기엔 우리가 당한 세월이 너무 길지. 그저 황인 사내와 단어 하나만 듣고 만남을 허락할 순 없소.”
“그럼 조금 더 자세한 말씀을 드리지요. 백인 아가씨 쪽은 족장님께 ‘미래’를 드리는 수단으로 철도 공사에 참여할 것을 제안하였습니다.”
“우리 손으로 무덤을 파란 말인가?”
철도가 건설되면 서쪽을 향한 백인들의 진출이 가시화된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고등 교육을 받은 하얀 황소가 이 간단한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
“아닙니다. 족장님께서도 아시겠지만 지금은 아무리 노력하셔도 철도 건설을 원천봉쇄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이 제안을 받아들이시면 족장님과 부족이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한시적인 일이지. 그런 사탕발림이라면 이미 무수한 백인들이 지껄인 소리가 아닌가. 우리는 더 양보할 수 없는 곳까지 내몰렸어. 믿음을 보여줄 입장이 아니요.”
“다릅니다. 백인 아가씨는 부족민 전체를 그녀가 대리하고 있는 법인, ‘강주양행’에서 고용할 생각이니까요. 그렇게 되면 부족은 ‘회사’의 사원으로서 보호를 받게 됩니다. 이를 침해할 경우, 왕국 법원에 제소하여 법의 구제를 청할 수 있습니다.”
하얀 황소는 그 말에 허를 찔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발상이었다.
메리도 순전히 운으로 이것을 생각해낼 수 있었다. 그녀가 본 서적, 동방 기사단이 그 단서였다.
동방 기사단의 기사 단원 개개인은 평범한 가문의 출신자에 불과했지만, 강고한 ‘기사단’의 일원이 된 순간부터 그 출신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기사단의 일원이 된 순간 그들은 강력한 제후 앞에서도 제 몫을 지킬 수 있는 힘을 갖게 되었다. 그녀는 바로 그 사실에 착안했다. 신대륙의 원주민들은 ‘법인격’을 부여받지 않은 법적 약자로 ‘동물’과 다를 바 없는 지위에 놓여 있었다.
바로 그 이유가 그들을 절망적인 파멸로 몰아가는 주된 이유였다. 하지만 법인, 즉 회사의 일원이 된다면 그 입장은 달라진다.
왕국의 국민이 아니더라도 ‘왕국의 보호’를 받는 회사의 일원이 되어 법인격을 부여받기 때문이었다.
개개인의 단위로 왕국의 시민권을 얻거나 혹은 원주민의 권리를 얻어내려는 시도는 있었어도 부족 자체를 ‘회사의 사원’으로 만들어 그 지위를 확보하다니. 하얀 황소가 눈을 깜빡였다.
“그게 우리에게 하겠다는 제안이란 말이요?”
“그렇습니다. 부족 전체를 고용하는 조건으로 미래를 보장해 드리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정말 믿을 수 없는 이야기군. 하지만 그 제안대로 한다고 해도 우리는 이미 왕국과 척을 지고 있는 사이요. 그 말을 믿고 백기 투항한다고 보호받는다는 보장을 어디서 받을 수 있단 말이요?”
하얀 황소는 나름의 불안을 꺼냈지만, 메리의 제안을 딱 잘라 거절할 생각은 없는 눈치였다. 세르게이도 그 속내를 읽었다. 사실 이대로 왕국과 싸운다고 해서 승산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지도자로서 장렬하게 산화하는 길을 택할 수도 있지만, 가능하면 제 사람들을 살리고 싶은 양면성이 숨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 이야기는 백인 아가씨와 직접 해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저는 자리를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받고 간단한 제안만 전해드렸을 뿐입니다.”
“좋소. 그녀를 만나보지. 당신을 제외하면 총기 거래 외엔 처음으로 만나는 백인이 되려나.”
하얀 황소는 옆에 선 부족민에게서 담배를 받아 입에 물었다. 그는 그것을 입에 물고 뻐끔뻐끔 흰 연기를 뱉어냈다.
“그건 그렇고, 저 ‘손’이란 사람은 말을 할 줄 모르오?”
하얀 황소가 묻자 세르게이는 쓴웃음을 지었다.
메리가 독려를 해서 나름 ‘왕국 어와 원주민 어’를 미친 듯이 외웠지만, 정작 말을 시켜보면 한마디도 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였다.
애써 딸려 보낸 사람이 벙어리 아닌 벙어리 신세가 된 것을 보면 똑 부러지게 움직이는 것 같은 메리도 허점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하얀 황소는 메리와 약속을 잡았다. 강주양행의 신대륙 투자에 청신호가 켜지는 순간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