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호루스의 반지-119화 (119/425)

제119화. 영웅이란 (3)

상인들은 신용을 목숨보다 중하게 여겼다. 신용이 없이는 그 어떤 거래도 할 수 없었다.

‘돈’밖에 모른다는 이야기를 듣는 상인들이었지만, 그들 사이의 거래에서 ‘돈’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신용이었다.

승도는 은행 지점장의 소개장과 은행에서 발행한 신용장으로 그 자신의 ‘신용’을 획득했다. 그 신용이 없었다면 서역인들과 거래를 하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다.

승도는 벨포드 해운 조합과 약속을 잡자 제시간에 맞추어 조합을 방문했다. 동방에서는 시계가 보급되지 않은 탓에 ‘시간 약속’에 대한 관념이 다소 미적지근했지만, 서역은 달랐다.

그들은 매시간, 매분, 매초를 정확하게 따져 하루를 12로 나누어 대략적인 시간만 인식하는 동방과 큰 차이를 보였다.

그 시간관념의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면 서역인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없었다.

강주에서 오랫동안 서역인들과 거래를 해온 승도는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 자신도 서역에 대한 기억이 있으니 모를 수가 없다.

그가 방문한 해운 조합은 로망스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곳이었다. 중세 시절 ‘양모 무역’에 종사하던 ‘양모 길드’에 뿌리를 둔 조합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조합이 자리한 건물만 보아도 그랬다. 도시에서도 조망이 괜찮은 해안가의 풍광 좋은 거리에 자리를 잡는다는 것은 어지간한 입지로는 불가능했다.

“벨포드 해운 조합. 나쁘지 않군.”

승도는 해운 조합의 간판을 흘깃 보고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튤립을 상징으로 하는 왕가의 문장 아래에 배를 둔, ‘전통’을 강조한 간판이 그들의 드높은 자부심을 보여주는 듯했다.

그들이 왕가의 문장을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후에 들은 바로는 왕가의 투자금을 받아서 그렇다고 했다.

승도가 건물에 들어서자 뱃사람들이 그에게 시선을 주었다.

“조합장과 약속이 있어 왔습니다. 조합장을 만나려면 어디로 가야 합니까?”

“삼층으로 올라가시오.”

뱃사람들은 승도에게 잠시 시선을 주다 대수롭지 않은 듯 대답을 던졌다. 전 세계를 누비는 그들에게 사람의 피부색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본국에만 박혀 있는 이들의 차별의식이 더한 것이 현실이었다.

승도는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수행원 몇을 데리고 계단을 올랐다.

삼층으로 올라가자 조합의 서류를 처리하는 서기 등의 모습이 보였다. 모두 일이 바쁜 듯 방문자에게는 시선도 주지 않았다.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늙수레한 남자 하나가 일어났다. 그는 말쑥한 정장 차림을 하고 있어 주변 사람들과 다소 다른 인상을 주었다.

“소개장을 보낸 오승도라는 분이십니까?”

“그렇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벨포드의 조합장 크리스토퍼입니다.”

크리스토퍼는 호남 형에 키가 큰 사내였다. 바닷바람에 그슬려 흰빛을 띤 머리카락은 은사를 빗어 만든 듯 색깔이 좋았다.

조합장은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는 승도에게 웃으며 승도를 제 방으로 안내했다.

그의 방은 주인의 성격을 닮아 정갈한 인상을 주었다. 승도가 자리에 앉자 크리스토퍼는 차를 한 잔 내주었다.

“오랜만에 온 큰 고객이라 상당히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뜻밖입니다. 이렇게 젊은 분이시라니. 먼저 소개장을 보내면서 첨부하신 편지에 고용 계약을 청하셨는데, 어떤 내용인지 들어보고 싶군요.”

조합장이 보인 여유로운 태도에 승도는 용건을 입에 담았다.

“장기간의 선금 고용 계약 이야기입니다. 해운 업계에서 통상적으로 통용되는 조건에 못지않은 조건으로 조합원들을 고용하려는 것이 제가 꺼낼 용건입니다.”

“장기 고용이라. 지금과 같은 불경기에 그렇게 고용을 해주신다면 좋은 이야기지요. 그래 얼마나 고용을 하려 하십니까?”

“팔백 명 정도 고용하고 싶습니다.”

승도의 태연한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려던 크리스토퍼는 순간 입을 벌리고 말았다. 팔백 명 고용은 실로 엄청난 계약이 아닐 수 없었다.

조합장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방문자를 보았다. 지금과 같은 불황기에 팔백 명을 고용한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계약이라 할 만했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것입니까?”

“아니,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조합장 크리스토퍼는 식은땀을 흘리며 손사래를 쳤다.

“고용 계약 기간은 5년. 앞으로 한 달 안에 팔백 명의 선원을 모아주셔야 합니다.”

“모으는 것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한데 5년씩이나 고정 계약을 한단 말입니까?”

이직과 퇴직이 자유로운 해운 업계에서 고정적인 고용은 상당히 예외적인 일이었다.

해군 쪽이야 숙련도를 중시하여 고정 고용을 내세우고 있긴 했지만, 그쪽은 급여가 박해 고정 고용으로 보기엔 뭣 했다.

오죽하면 받을 돈이 있음에도 탈주를 하는 판이니, 그것을 안정된 고정 고용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승도는 느긋하게 그 물음에 답했다.

“동방에서 일을 해야 하니 장기 고정 계약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는 명시해둘 생각입니다. 장기 고용이라고 해서 노예 부리듯 할 생각은 없습니다. 능력 바깥의 업무는 당연히 요구하지 않을 겁니다.”

승도의 대답에 조합장은 이해가 간다는 표정을 지었다.

“동방에서 일을 한다면 계약 기간을 두는 것도 이해는 갑니다만, 으음. 본국에서 1만 킬로미터는 족히 떨어진 곳에서의 일이라면 생각한 것보다는 박한 환경이군요.”

크리스토퍼는 입술에 침을 발랐다. 의학과 과학 기술이 고도로 발달하고 있는 작금에 와서도 동방은 ‘이역만리’의 외계나 다름없었다.

풍토병을 비롯한 갖가지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곳에 가려는 용기를 내는 자체가 쉽지 않았다.

‘미망인’이 되는 가장 빠른 방법이 남편을 동방으로 보내는 것이라 할 정도다. 실제로도 동방으로 간 남자들이 수도 없이 죽어나가고 있으니 농담 같은 진담이다.

“어렵겠습니까?”

“불가능하진 않을 겁니다. 요즘 해운 업계에 남아도는 것이 사람이니 잘 가려 모으면 그만한 숫자는 모을 수 있을 겁니다. 문제는 보수인데.”

크리스토퍼가 눈치를 살피자 승도가 로망스 은행으로부터 받은 지급 증서를 내밀었다. 모두 로망스 공식 화폐인 ‘르망’으로 지불하겠다는 ‘일종의 수표’였다.

크리스토퍼는 그가 건넨 지급 증서를 보고 금액을 헤아렸다.

액수를 보니 얼핏 보아도 팔백 명의 십 년 고용 급여에 상응하는 거금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동방으로 간다면 그보다 큰돈을 지불하는 것이 상례였다. 승도는 크리스토퍼가 증서를 살피는 동안 말을 이었다.

“그것은 기본 급여입니다. 일이 끝나면 동방의 고급 도자기와 차를 현물 보수로 지급할 생각입니다. 귀국 시에 가지고 귀국한다면 십년 치 급여에 상응하는 보너스가 되겠지요.”

“괜찮은 이야기지만 현물 쪽은 변동성이 큰 부분이라 조금 꺼림칙합니다. 아시다시피 이런 부분은 명확하게 해두지 않으면 상호간의 불신이 생기기 쉽습니다.”

승도 역시 상인이었기에 그 말에 동의했다.

“최종 계약서에 그 내용을 명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지불할 추가 현물 보수의 현지 가격과 수량도 확실히 해두지요.”

승도의 이야기는 무리한 제안이 아니었다. 호황기였다면 이 정도 조건으로 사람을 모으기는 어려웠지만, 지금을 기준으로 보면 괜찮은 이야기였다.

크리스토퍼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동방에서 무슨 일을 하기에 사람이 그리 많이 필요한 겁니까? 보통 동방으로 데려가는 인원은 많아야 백 단위가 고작인 것으로 압니다만.”

배 한 척만 동방으로 띄워도 천문학적인 돈이 소요되는 것이 보통이다 보니, 선주들은 범선 한 척에 선원을 최대한도로 채우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채운다고 해도 백 명 정도가 고작이다.

그러니 팔백 명을 고용하겠다는 이야기에 궁금증이 들 수밖에 없었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동방에는 해운업 자체의 규모에 비해 투자가 박한 상태입니다.”

“선사라도 하나 차리려고 하시는 모양이군요.”

“그런 셈입니다.”

승도는 여유롭게 말을 받았다. 동방인들이 원양 항해에 서투른 것은 서역인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해운업을 하려면 서역 사람들의 손을 빌릴 수밖에 없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둘은 고용 계약에 서명을 하고 계약서를 주고받았다. 모처럼 큰 계약을 하게 된 크리스토퍼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미소를 보였다.

“일간 사람이 모이면 연락을 드려야 할 텐데, 어디로 연락을 드리면 되겠습니까?”

크리스토퍼의 말에 승도는 잠시 생각을 해보았다.

“대리인을 한 사람 남길 생각입니다. 라 마르샹 호텔에 ‘강주양행’의 이름으로 사람을 둘 터이니, 그에게 기별을 하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승도는 크리스토퍼와 악수를 나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승도는 해운 조합을 방문한 다음 날, 카드레의 드라이도크를 방문했다. 범선 시대가 퇴조하는 것을 눈으로 직접 본 이상, 신형 범선을 구입할 필요가 없었다.

승도는 중개인의 안내를 받아 도크를 돌아보며 한창 물을 말리는 작업을 진행 중인 배들을 구경하였다. 선박들은 그 크기도, 모습도 각양각색이었다. 각국의 선박들이 모여 있다 보니 도크는 선박 전시장을 방불케 했다.

‘300톤에서 3,000톤짜리까지 다양하군.’

보통 300톤짜리는 연안 해운업에 종사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런 소형 범선도 대양을 항해하여 원양 무역에 종사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강주까지 저런 작은 배가 온 것을 본 적이 있는 승도는 300톤짜리도 원양 범선의 범주에 놓고 보았다.

물론 그 정도의 작은 배를 살 생각은 없었다. 해운업에서는 배수량이 무엇보다 중요했는데, 그런 작은 배로는 물건을 제대로 실어 날라 큰 이익을 내기 어려웠다.

승도는 여러 종류의 배들을 돌아보며 ‘배수량’ 못지않게 바닥에 ‘동판 처리’가 되었는지를 꼼꼼히 살폈다.

연합왕국의 선박들이라면 수십 년 전부터 모두 동판 처리를 하였지만, 해운업 자체가 퇴조기에 접어든 로망스에선 선주들이 그만한 투자를 하길 꺼려하여 ‘중고 선박’ 중에 동판 처리가 되지 않은 배가 허다했다.

동판 처리가 되지 않은 배가 흔한 이유는 순전히 경제성 때문이다. 배 바닥에 동판 처리를 할 경우, 선박 건조 비용이 2배 이상 올라가는 것이 보통이었다.

가뜩이나 식민 제국이 축소되어 일감도 부족한 로망스 해운 업계에서 그 비용을 감당하는 것은 무리였다.

“배들이 하나같이 동판 처리가 안 되어 있군요. 처리를 해서 운용을 하는 편이 연속 운항에 유리할 텐데.”

승도가 드라이도크에 들어온 배들을 보고 입맛을 다셨다. 보이지도 않는 배 바닥의 동판 처리 유무를 아는 방법은 어렵지 않았다.

동판 처리가 되지 않은 배들은 도크에 들어오면 30도 이상 기울인 상태에서 배 바닥의 따개비 등을 긁어내는 청소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보통이었기 때문이다.

“동판 처리를 하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연합왕국처럼 쉬지 않고 운항하는 입장이라면 코팅을 한 값을 뽑아내지만, 로망스 선사들처럼 배를 항구에 상당 기간 쉬게 하는 처지에선 그 비용을 회수할 길이 없습니다.”

배의 구매 중개를 맡아 나온 사람의 설명에 승도가 루이를 보았다. 그 말이 맞느냐는 뜻이었다. 그 눈빛에 루이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배를 운용하는 선사의 입장에서 보자면 경제성을 따져 건조하는 것이 합리적이었다. ‘좋은 것이 좋다’고 수지타산도 따져보지 않고 사들이다간 파산하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동판 처리가 된 중고 선박을 구하긴 쉽지 않겠군요.”

“로망스에선 찾기 어렵습니다. 굳이 찾는다면 연합왕국 쪽에서 구하는 편이 빠를 겁니다.”

아무래도 선박 시장의 규모는 연합왕국 쪽이 로망스에 비해 압도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로망스에서 가장 큰 편인 이 카드레의 선박 시장이 론디니움 선박 시장의 십분의 일에 불과할 정도이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더구나 그쪽은 동판 처리가 기본적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로망스에 비해 승도가 원하는 선박을 구하기에 용이했다.

승도가 고개를 끄덕이자 중개인이 설명을 덧붙였다.

“다만 연합왕국에선 배 값이 이곳보다 비쌉니다.”

그 말은 다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선박 시장의 규모가 큰 이상 ‘규모의 경제’의 이점을 가진 왕국 쪽에서 배 거래 가격이 싼 것이 ‘자본주의의 생리’상 당연했기 때문이다.

“그건 어째서입니까?”

승도의 반문에 중개인이 머리를 긁적였다.

복잡한 용어를 섞어 설명하려니 고객이 알아듣지 못할 것 같고, 그러지 않으면 설명이 되지 않을 것 같아 말이 정리되질 않았다.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왕국에선 선박 취득세가 로망스에 비해 훨씬 높은 데다, 배 건조 단가부터가 다릅니다. 그 때문에 그곳 중고 선박들은 같은 옵션을 기준으로 봐도 20% 이상 비싸게 사신다고 봐야 할 겁니다.”

간단히 말해 세금과 건조 시 들어가는 인건비 문제로 20%가 비싸다는 뜻이어서 승도는 그 요지를 알아듣고 턱을 매만졌다.

“20%라.”

당과 하나를 사먹는 정도라면 편의성을 따져 20%의 가격 차이를 감수했을지도 모른다.

거금을 가진 거부들에게는 자잘한 푼돈보다는 ‘시간’이 귀한 재산이다. 하지만 거금이 들어가는 선박 구입에서 20% 차이는 ‘푼돈’으로 치부하고 넘길 액수가 아니었다.

그것도 한 척도 아니고 8척이나 구매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한 푼도 허투루 쓸 수 없는 상인으로서는 고민이 들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상당히 곤란하군요. 혹시 다른 항구의 배도 중개가 가능합니까?”

“가능은 합니다만, 로망스 내의 중고 범선은 이곳에 집하되어 처리되기 때문에 별 차이는 없을 겁니다. 다른 국가에 등록된 선사의 범선들이라면 이곳에서 처분되지는 않습니다.”

승도가 시선을 주자 루이가 설명을 덧붙였다.

“그 말대로입니다. 굳이 동판 처리된 배를 원하신다면 연합왕국 쪽으로 가셔야 합니다.”

루이의 말에 승도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동판 처리가 되지 않은 배를 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쉬지 않고 배를 운용하자면 ‘따개비’가 들러붙게 두어선 곤란했다.

“연합왕국을 가기엔 일정이 상당히 곤란하군요. 앞으로 루테티아도 둘러보고 가야 할 텐데.”

승도의 탄식에 루이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는 잠시 일정을 고려해본 다음, 입을 열었다.

“하면 대리인을 통해 선박 구매를 위탁하시는 것이 어떠시겠습니까?”

메리를 통해 신대륙 투자도 하는 입장이니 ‘대리인’을 이용한 투자는 그리 생소한 일이 아니었다. 문제는 믿고 맡길 대리인이 있느냐는 정도지만.

사람의 신뢰는 쉽게 얻기 어려운 법이었다. 그렇다면 기존에 신뢰를 나누었던 존재를 먼저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동방 무역 회사에 부탁해야겠군요.”

승도가 꺼낸 이름에 루이도 그 생각을 못 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동방 무역 회사라면 일을 확실히 처리해줄 파트너임에 틀림없었다.

그 본사가 론디니움에 있으니 그들의 협조를 구한다면 왕국의 중고 선박을 사는 것은 어렵지 않을 터였다.

“하면 그쪽에 전보를 넣으시지요.”

“전보라니요? 배로 편지 같은 것을 보내는 것입니까?”

루이의 말에 승도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배편으로 신용장을 보내 동방 무역 회사에 부탁하는 정도를 생각한 그로서는 영문을 모를 말이었다.

“로망스와 연합왕국 사이에는 해저 전신이 깔려 있어 몇 분이면 그쪽으로 소식을 전할 수 있습니다. 민간인들도 충분한 비용만 지불하면 소식을 전할 수 있어 유용한 통신 수단인 셈입니다.”

“아, 그런 것이 다 있었군요.”

승도는 신기하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확실히 그가 에우로페에 살던 시절과 지금은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전신 역시 새로운 시대가 가져온 변화 중 하나였다.

(다음 편에서 계속)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