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3화. 조짐 (1)
항복에는 세 가지 절차가 있다. 항복에 앞선 휴전 기간이 그것이다. 관례적으로 사전 협상에 필요한 하루 정도의 휴전이 일반적이다.
이 휴전 기간 동안 항복에 대한 협의가 대부분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자기편 군대의 군사 작전을 위한 시간벌이 혹은 흩어진 군대를 재정비하여 방어를 단단히 하는 휴식 기간으로 활용하는 것이 그 예였다. 이 같은 문제가 있어 에우로페에서도 사전 협상에 할애하는 휴전 기간을 줄이는 경향이 있었다.
통상적으로 이 휴전 기간의 사전 협상이 끝나면 본 협상이 이루어진다. 여기에서는 구체적인 항복 조건과 승자의 권리, 패자의 의무 등이 명시된다.
이 과정을 거쳐 조약이 체결되며 본국의 승인과 인준을 받으면 그것은 국제적으로 공인되게 된다. 물론 이러한 절차는 에우로페의 것으로 동방에까지 통용되지는 않았다.
“동 시비르 총독 알렉산드르 이하 남 우시리 원정군 전원의 항복을 받아 주셨으면 합니다. 부디 귀측의 관대한 처우를 부탁드립니다.”
“물론입니다. 관례에 따라 귀측 지휘관들의 개인 물품 휴대를 허락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알렉산드르 백작이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시했다. 장교의 개인 물품 휴대는 에우로페에서 관례적으로 허락되는 것이긴 했지만 동방에서는 허락되지 않는 성격의 것이었다.
포승줄을 묶지 않는 것만 해도 대단히 관대한 처우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승도는 그런 일을 하지는 않았다. 귀족들의 명예 의식을 안다면 서약서 한 장을 받는 것으로도 충분했다. 명예를 중시하는 자들에게는 그 서약서 한 장이 포승줄보다 더 훌륭한 오랏줄이 되기 때문이다.
과거 로망스의 국왕이었던 장이 대표적인 예였다. 장은 전쟁에서 포로로 잡히자 몸값을 지불하겠다는 서약서를 내고 적국의 수도에서 자유롭게 생활했다. 탈출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몸값 지불이 지연되자 적국의 양해를 얻어 본국으로 돌아가 몸값을 마련하는데 전력을 다했고, 그렇게 하고도 몸값이 마련되지 않자 적국으로 돌아가 다시 포로 신세가 되기를 자처했다. 서약한 것은 반드시 지킨다. 그것이 에우로페 귀족들이 내세우는 명예 의식이었다.
물론 그것을 지키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긴 했지만 ‘명예’의 무게 때문에 쉽게 서약을 저버리지 못했다.
승도는 백작을 맞은편에 앉히고는 자신의 요구 조건을 꺼냈다.
본래라면 사전 협상에서 미리 얘기하고 조율을 끝냈어야 할 사항이지만 급박한 전황의 전개로 양군의 지휘관은 서로의 얼굴을 보고 협의를 하게 되었다.
“우리 측이 요구할 사항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말씀하시지요.”
승도의 말에 백작은 불안한 얼굴로 요구 사항을 기다렸다. 사전 협상을 했다면 내용이라도 들어두어 생각을 해두었을 것인데, 그러지 못하니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첫째, 우시리 강 남안에 대한 모든 영유권 주장을 포기할 것. 이는 아국의 영토에 대한 귀국의 침략을 중단시키기 위한 당연한 요구라고 생각합니다.”
“수용하겠습니다.”
패자가 승자의 요구를 거부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물며 남의 땅을 탐내며 일으킨 전쟁이니 그 요구를 접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백작은 당연한 요구라 생각하고 수용했다.
“둘째, 귀측의 침입으로 발생한 전쟁 비용에 대한 요구입니다. 여기에 보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얼마를 원하십니까?”
“은화로 300만 냥입니다. 귀국이 현금으로 지불할 처지는 아닐 터이니 우시리 강 북안의 삼림 벌채권과 광산 개발권을 일부 넘겨주셨으면 합니다.”
전쟁 배상금의 액수도 납득할 만한 수준이었다. 수만에 가까운 사상자를 내고 광대한 지역을 유린당한 입장에서 산정한 액수치고는 상당히 적은 액수였다. 이는 포로의 숫자 등을 감안하여 산출한 ‘합리적인’ 액수임이 분명했다.
루시 측에서 그만한 액수를 현금으로 낼 여력은 없었다. 동 시비르의 재원 자체가 한정된 탓이다.
전쟁 배상금을 현물로 지급받는 전례가 없지는 않았다. 때로는 영토로 지급하는 경우도 있었으니 이 정도 조건 역시 상식적인 범위에 속했다. 백작은 눈을 감았다가 한숨을 내쉬고는 답했다.
“좋습니다. 상세한 것은 협의를 통해 결정하도록 하지요.”
평범한 병사들이 포로로 잡혔다면 몇 천 명이 생포되어도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원정군에 포함된 귀족 장교들도 포로가 된 상황이니 요구를 거절할 수가 없었다.
액수가 크다고 해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를 수용하기 거부한다면 신은 포로들을 계속 억류할 것이고, 그리되면 문제는 매우 심각해지게 된다. 가문의 체면을 중시하는 귀족들이 제 가족들이 포로로 잡혀 있는 꼴을 그냥 보고 있지 않을 것이다.
황제의 입장에서 봐도 귀족 포로 문제는 빨리 해결해야 했다. 이 문제를 불만족스럽게 처리하다간 국정에 불만을 품은 귀족들에게 반란의 불씨를 제공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오래전 귀족들의 반란으로 황제가 교체된 전례가 있었다. 근위대 장교들이 주축이 된 궁정 쿠데타로 황제는 속옷 바람으로 침실에서 도주하다 귀족들에게 매수된 시종의 칼을 맞고 비참하게 죽었다.
황제의 총신이 되어 중앙 정계로 복귀하고자 하는 백작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미’ 망친 전쟁이나마 뒷수습을 잘하여 후일을 기약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셋째, 귀군의 귀국을 허용하는 동안 이상의 조건이 수용되도록 보장할 고위급 인질을 남길 것입니다.”
“고위급 인질이라 하시면.”
백작의 물음에 승도는 포로 대열에 서 있던 몇 사람을 가리켰다. 화려한 정복을 입은 기병 장교 몇 사람을 보고 수긍을 하던 백작은 마지막으로 그가 가리킨 사람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녀는.”
그의 반응에 승도는 깍지를 낀 손을 무릎에 올린 채로 말했다.
“에우로페에서는 여성을 전장에 보내지 않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한데 내 눈앞에 여자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건 무얼 의미하겠습니까? 금기를 어길 정도로 힘이 있는 가문의 여성이라는 말 아니겠습니까?”
그 말이 틀리지 않았다. 그가 가리킨 여자는 미카엘 공작의 서녀였다.
백작도 그것을 알기에 바로 답을 내놓지 못했다. 미카엘 공작이 누구이던가? 고토노프 왕가의 방계로 왕위 계승권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제국 서부에 대토지를 소유한 10대 귀족 중 하나다. 그런 거물의 딸을 인질로 남긴다?
아무리 서녀라 해도 그럴 수는 없었다. 미카엘의 서녀는 ‘각하’의 존칭을 받을 수 있는 고위급 귀족의 반열에 선 자다. 사교계에서 인정받지 못해도 그 지위만큼은 확실했다.
“그 말씀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만, 여성을 포로로 남기는 것은 우리 귀족들에게 대단히 수치스러운 일입니다.”
“그건 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인질로 좋다는 것입니다.”
“차라리 다른 사람을 요구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필요하다면 내가 남겠습니다.”
백작 본인이 남는다. 그 말에 승도는 메리트를 느끼지 못했다. 패하기 이전이라면 백작의 가치가 대단히 높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별 가치가 없었다.
“각하의 가치는 그리 높아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저 귀족 아가씨가 훨씬 가치가 높다고 여겨집니다만.”
“수치스러운 말이지만 그녀는 서녀입니다.”
백작의 말에 승도는 피식 웃었다. 귀족 영양의 가치를 애써 희석시켜 그녀를 빼내려는 속셈이 엿보였다. 동방에서는 서출의 가치를 대단히 낮게 보았다. 제대로 돼먹지 못한 팔푼이. 서출 열을 모아도 적자 하나만 못 하게 보는 것이 동방의 시선이다.
백작도 그것을 아는 듯했다. 하지만 승도는 거기에 넘어가지 않았다. 동방에서는 그렇더라도 서방에서는 의미가 좀 달랐다.
서출 소생이라 하더라도 계승권은 주어졌고 지위에 따라 존칭도 주어졌다. 다소 불편한 대접을 해주더라도 말이다.
하니 그녀가 서녀이든 아니든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는 문제였다.
“중요한 것은 가문 아니겠습니까?”
승도의 반문에 백작은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이 동방 사내는 에우로페에 대해 정말 정보가 많은 자 같았다. 서출이라는 말에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걸 봐라.
백작은 더는 견뎌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알았다.
“알겠습니다. 하면 그녀를 인질로 남기겠습니다. 그리하면 되겠습니까?”
“그거면 충분합니다.”
승도가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내밀자 백작은 굳은 표정으로 그 손을 마주 잡았다. 애송이의 손을 잡고 악수를 나누려니 속이 쓰리지 않을 수 없었다.
승도도 그 속내는 짐작했다. 하지만 웃는 것은 바로 그였다. 손을 먼저 내밀어 악수를 청한 것만 봐도 누가 위이고 누가 아래인지 명확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승도는 루시 포로들에게 식료품을 배급해주라 명하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전투에 대한 뒷마무리를 마쳤으니 임경문에게 상세한 보고를 올릴 시간이었다.
***
북경에 위치한 연합왕국 공사관은 이틀째 불이 꺼지지 않고 있었다. 갑작스런 상황 변화로 공사 이하 공사관 직원 전원이 밤을 설치게 되었기 때문이다.
“오승도가 결국 일을 망쳐버렸군. 추이를 보아가며 그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여겼는데, 아주 우리 머리 위에서 놀았어. 안 그런가?”
“유감스럽게도 그렇게 되었습니다. 유일한 수확이라면 오승도가 생각보다 더 위험한 자라는 걸 알았단 정도랄까요.”
“우리 모두가 그리 쉽게 결판이 나지 않을 거라 여겼는데, 오승도가 결정적인 승리를 거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자세한 내용은 제국 정부와 접촉해 알아보아야겠지만, 루시 쪽에서 오승도의 의도에 완전히 말려들어간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오승도의 의도에 말려들어 갔다? 꼭 강주에서 그에게 휘둘린 우리를 보는 것 같군.”
“아마 루시 측은 그에게 유리한 시간과 장소를 선점 당했겠지요. 그렇지 않고서는 이 싸움의 결과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겁니다.”
“시간과 장소를 모두 제 것으로 만들었다. 정말 그렇다고 한다면 그 승리는 완벽해야 했을 것인데, 들리는 이야기는 그렇지 않잖은가?”
“제 견해로는 완벽한 승리를 ‘평범한 것’으로 포장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결정적인 장소와 시기를 골라 루시 군대를 단 한차례의 회전에서 박살을 내면서 그리 피해를 많이 볼 필요가 있겠습니까?”
“그럴 필요는 전혀 없었겠지. 그자의 입장으로 보자면 그럴 가능성도 충분히 있어. 난데없이 감찰 역을 맡은 임경문이 나타났으니, 경계심을 느꼈겠지. 오승도는 정치에 대한 감각이 있어.”
하워드는 승도의 능력이 간단치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나 얻게 되는 정치적 감각까지 보이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오승도는 이번 일로 상당한 명성과 힘을 얻을 겁니다. 어쩌면 지방 군벌로 성장할 수도 있겠지요.”
“그것도 나쁘진 않지. 능력 있는 야심가와 부패하고 무능한 중앙 정부 사이에 문제가 생길 테니까.”
공사의 말에 에버튼이 턱을 매만졌다.
“제국 정부를 한 번 더 부채질하는 건 어떻습니까?”
“공연히 여러 번 움직였다 ‘이쪽이 강주에 반감을 갖고 있다.’ 그런 식으로 제국인들이 오해할 여지가 있네. 사실이 그렇더라도 표면상으론 우호를 유지해야 하지 않나?”
“그야 그렇습니다.”
공사의 눈이 차갑게 빛났다.
“어차피 오승도는 한 성에도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위치. 당장 제국 내에서 힘을 얻는다고 크게 달라질 건 없네. 그보다 중요한 문제는 재고 처리지.”
에버튼이 입맛을 다셨다.
재고 무기!
이번 전쟁이 단기간에 끝나면서 왕국은 생각만큼 많은 무기를 팔아치우지 못했다. 그리고 자금난에 쪼들리는 제국 정부가 전후 무기 도입을 대규모로 지속하진 않을 것이다.
“그거야 어쩔 수 없는 일 아닙니까.”
“그래서 말인데, 동영인들에게 무기를 파는 건 어떤가.”
공사가 동영을 입에 담자 에버튼의 눈이 살짝 커졌다. 동영은 대륙 동쪽에 있는 섬 나라였다. 그 나라에는 예로부터 해상 무역에 종사하는 자들이 널려 있었다.
“그곳은 로우랜드 무기가 유통되지 않습니까?”
“물론 지금이라고 달라질 건 없지. 무기 체계는 쉽게 바꾸지 않으니까.”
“……?”
“그자들에게 밀거래를 시키잔 거지. 제국 정부가 수입하지 않더라도 무기를 원하는 놈들은 얼마든지 있잖나. 해적이나 도적, 제국에 이를 가는 비밀결사, 상인. 팔 놈들은 얼마든지 있네. 동영 놈들에게 적당한 마진을 약속한다면 우리 무기를 사다 제국에 신나게 팔아줄 걸세. 그리고 거래를 하다 보면 동영 놈들도 우리 무기를 쓸 테고.”
“하지만.”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는 이야기다. 그리고 아주 추잡한 협잡질이다. 무역 상대국에 무기를 밀거래해서 팔아 치우겠다는 발상 어디에 도덕과 신의가 있단 말인가? 들통 난다면 만국의 지탄을 받고도 남았다.
“더러운 일이라 그건가?”
“조국에 위해가 될 우려가 큽니다.”
“그래서 동영에 팔잔 거네.”
하워드가 말했다.
“제국인들이 안다면 사악하다 욕할 겁니다.”
왕국이 짊어져야 할 도덕적 부담을 타국에 떠넘긴다. 실로 교활하고 간교한 방법이다. 하지만 동영은 이를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에게도 돈은 필요할 테니 말이다.
“그 표현대로 사악한 방식이지.”
하워드는 쓴웃음을 지으며 포도주를 잔에 따랐다. 그가 잔을 내밀자 에버튼이 손을 저었다. 공사는 붉은 포도주가 담긴 잔을 든 채로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이번 전쟁이 우리 뜻대로 풀리지 않았으니 그 고약한 방식이 필요하게 되었네. 안 그런가?”
연합왕국 입장에서 이 전쟁은 반드시 길어져야 했다. 동방에 남긴 막대한 양의 탄약과 무기 재고뿐만 아니라, 동방 식민 제국의 재고품까지 모두 처분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재고를 정리해 주어야 왕국이 원하는 새로운 무기들을 만들 재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무궁무진한 자원을 가진 연합왕국도 한정된 예산으로 군비를 키워야 하긴 마찬가지.
그렇기에 가능한 효율적으로 자원을 순환시켜 경쟁국들을 압도하는 군사력을 유지해야 하는 난제를 안고 있었다.
에버튼도 그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다. 당장 본국에서 추진 중인 대규모 군사 프로젝트들만 수십 가지가 넘는다. 그것들 하나하나가 잡아먹는 예산만 해도 상상을 초월한다.
새로운 시대를 대표할 해상의 왕자, 장갑함. 왕국 육군의 제식 병기로 채용할 후장식 소총. 보다 강력하고 우수한 대구경 화포. 강력한 속사 능력을 갖춘 속사포. 상상을 초월하는 연사 능력을 자랑하는 기관포(초기에는 수십 개의 총열을 뭉친 형태).
이 모든 병기들이 잡아먹는 돈을 생각하면 재고를 빨리 처분해야 했다.
그리고 에버튼 자신도 썩 도덕적인 사람은 아니었다.
“하니 출장을 한 번 다녀오게.”
“동영으로 말입니까?”
“그렇다네. 알다시피 그 나라는 우리와 수교를 맺고 있지 않으니 밑 작업을 해두려면 한 번 방문을 해야 하지 않겠나?”
수교국이 아니라는 것은 공사 혹은 총영사가 상주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물론 왕국 외교관이 동영에 한 사람도 없는 것은 아니었다.
예로부터 일구통상 정책을 관철해온 동영이기에 그들이 개방한 항구에는 왕국의 영사관이 설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영사는 어디까지나 개항장을 책임지지 그 이상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았다. 그럴 권한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을 것이다.
“그렇긴 합니다.”
“하면 준비를 할 겸 이만 가보게.”
“알겠습니다.”
무관이 고개를 숙이며 물러나자 공사는 새까맣게 타들어간 숯을 부지깽이로 골라 밖으로 끄집어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