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9화. 암살 (1)
제국 관료들은 무능하고 부패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관료 개개인의 역량이나 신념보다 낡고 경직된 제국의 체제 자체가 가져온 문제라 할 수 있었다.
신념을 가진 자는 부패하고 타락한 현실에 마모되다 변질되게 마련이었고, 탁월한 능력을 가진 자는 그 뜻을 펼 기회를 받지 못했다.
‘제국에서는 옥석도 잡석이 될 수밖에 없지. 그렇게 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으니까.’
진강 방어사 진수는 뒷짐을 진 채로 흐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초년의 과거 합격자였던 시절에는 그도 청운의 꿈이 있었고 밝은 미래를 꿈꾸었다. 제국의 대들보가 되겠다는 포부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모두 헛된 꿈이었다. 수십 년의 관직 생활을 거친 끝에 남은 것은 노회하고 부패한 탐관 한 사람뿐이다.
‘뭐, 이것도 그리 나쁘진 않지. 한 번뿐인 삶인데 부귀영화를 누리며 사는 것이 무에 나쁘단 말인가?’
진수는 피식 웃고는 걸음을 옮겼다. 젊고 아리따운 애첩도 있고 평생을 써도 다 쓰지 못할 재물도 있다. 위로는 인맥이 뻗어 중앙 정계로 나아갈 길이 트여 있고, 아래로는 가문의 혈족들에게 손을 내밀어 줄 권력이 있다.
명예는 얻지 못해도 부와 권세는 얻은 삶이다.
진수가 막 대청 앞에 이르렀을 때, 관병 하나가 급히 그 앞으로 달려왔다.
“대인. 큰일 났습니다. 지, 지금 밖에.”
“무슨 일이기에 그리 호들갑을 떠는 것이냐?”
“감관이 나타났습니다.”
“감관? 감관이라 하면 설마?”
진수는 그 말을 반문하다 그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굳었다. 감관은 감찰을 나온 관리를 뜻하는 말이다.
“예. 대인. 감찰을 나온 관리 말입니다.”
“어디. 어디서 나온 자들이라 하더냐?”
“양강 총독이 보낸 분이라 하였습니다.”
“양강 총독?”
위해충이 감관을 보냈다는 말에 진수는 입술을 깨물었다. 조만간 총독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말이 있어 신경도 쓰지 않고 있던 자가 감관을 보낼 줄이야.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비리라면 모든 관료들이 하나 정도는 저지르고 있게 마련이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은 없다. 하니 어지간한 비리가 아니면 서로 눈을 감아주는 것이 묵계다.
한데 이렇게 감관을 보냈다는 것은 약점을 잡을 건수를 물었다는 뜻이다. 그게 무엇인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예. 양강 총독의 감관입니다.”
관병의 말이 그치기도 전에 한 무리의 관료들이 그 앞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자줏빛 관복을 입은 관료는 주변을 쓱 훑어보다 진수를 보고는 가볍게 읍을 했다.
“양강 포정사의 직을 가진 오영창입니다. 이렇게 뵙게 되어 송구하게 생각합니다.”
“진강 방어사 진수입니다. 귀한 분을 기별도 없이 뵙게 되어 솔직히 당황스럽습니다.”
진수는 얼떨떨한 상태에서 상대의 인사를 받았다.
“오늘 대인을 찾아뵙게 된 것은 총독 각하의 명을 받아 진강 군영을 감찰하기 위함입니다.”
“여길 감찰하신다 하셨습니까? 감찰할 것이라도 있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대인. 아주 중요한 것을 하나 감찰해야 합니다.”
“무얼 감찰하신단 말입니까?”
진수가 묻자 오영창은 느긋하게 답했다.
“무기 밀매 말입니다. 대인께서는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의 대답에 진수는 가슴이 내려앉는 충격을 받았다. 그 거래를 어찌 총독이 알고 있단 말인가? 감관 한 번 보낸 적이 없는 총독으로서는 무기 밀매의 실태를 알래야 알 수가 없었다.
“무기 밀매라니요? 금시초문이외다.”
“총독부에 고변이 들어와 조사를 하게 된 것이니 양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갑자기 나타나 양해를 청하시니 당최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각하의 지엄한 명이 계셔서 대인께 양해를 구할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뭣들 하느냐. 당장 장부부터 창고까지 모조리 수색하도록 해라.”
“예. 대인.”
관료들이 관졸들을 거느리고 흩어지는 것을 보자 진수가 얼굴빛을 붉혔다.
“대인. 이거 너무하시는 것 아닙니까?”
“너무하다니요?”
“우리 진강에서 총독께 서운하게 한 것이 있습니까?”
“그런 것은 없습니다.”
“한데 이리 사정을 봐주지 않고 대하신단 말입니까?”
진수의 항의에 오영창은 뒷짐을 진 채 말을 받았다.
“어지간한 건이라면 눈을 감아드렸겠지요. 한데 무기 밀매는 그리할 수 없지 않습니까?”
“아니, 대인. 지금 나를 의심하시는 겁니까?”
“의심이 아니라 고변이 들어왔으니 조사만 해보는 것 아니겠습니까? 증좌가 없으면 대인께 사과를 드리고 물러나지요.”
오영창의 대답에 진수는 이를 갈았다. 양강 포정사는 총독의 심복이라 제 상관이 뇌물을 받지 못한 데 앙심을 품은 것이 분명했다.
“좋습니다. 내 대인의 사과를 받고 말겠소이다. 총독 각하께도 똑똑히 전해주시오. 이번 일, 결단코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요.”
진수의 일갈에도 오영창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 정도 나오면 조금은 긴장한 빛을 보여야 정상인데 그런 기색은 추호도 보이지 않았다. 정말 무언가 단단히 알고 온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증거는 없다. 장부는 조작해 두었고 물목은 장부에 맞게 맞추어 두었어. 무기 밀매를 알아내는 건 어림도 없다. 그게 가능하다면 감찰을 할 필요도 없겠지.’
진수의 사나운 눈빛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영창은 뒷짐을 진 채로 수하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한참 만에 수하 관료 하나가 장부책 하나를 찾아서 가져왔다.
“무기 재고 장부를 가져왔습니다.”
“수고했네. 그것을 이 서책과 대조해보게.”
오영창이 품에서 푸른 서책을 꺼내서 건네자 관료는 그것을 공손히 받아들었다.
“그게 무엇이기에 우리 장부와 대조를 해본단 말입니까?”
“청방에서 운송한 무기 물목의 총량을 적은 서책이요. 조사를 하려면 이 정도는 준비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오영창의 대답에 진수는 표정을 일그러트렸다. 탐관 중의 탐관 위해충의 준비는 철저했다. 그 자신의 장기인 장부 조작 등에 철저하게 대비한 모습이 엿보였다.
“대인. 첫 번째 장부터 물목의 기재 양이 다릅니다.”
“무엇이 다른 것이냐? 하나하나 읊어 보거라.”
“총기의 수량부터 틀립니다. 총탄은 물론이고 맞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관료의 말에 오영창이 미소를 보였다. 그 미소는 승리자의 그것을 하고 있었다.
“장부가 잘못된 것 같은데 어찌된 일입니까?”
“무슨 소리요. 처음부터 맞지 않는 장부를 가져와 생트집을 잡다니.”
“생트집인지 아닌지는 조정에 공문을 보내 내려 보낸 물목의 양을 확인케 하면 될 것 아닙니까?”
그의 반문에 진수는 입을 다물었다. 사실 관계를 떠나 일이 그렇게 되면 불리한 것은 진수였다.
위해충은 중앙 정계에 받쳐줄 거대한 파벌이 있었지만, 진수의 연고는 그에 미치지 못했다. 하물며 무기 밀매를 한 것은 사실이니 일이 크게 번졌다간 끝장나는 것은 진수다.
“대인. 그만 고집부리고 자복하시지요. 우리 각하께서는 그리 박정한 분이 아닙니다.”
“무얼 자복하란 말이요?”
진수가 다소 누그러진 음성으로 반문하자 오영창이 그 말을 받았다.
“무기 밀매 말입니다. 답만 주시면 일을 묻어드릴 용의가 있습니다.”
“대답만 하면 묻어준다?”
“물론 우리 각하께 인사가 있어야겠지만 말입니다.”
진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약점을 잡고 온 상대 앞에서 배짱을 부려본들 소용없었다. 체면만 상할 뿐이다.
“좋습니다. 했소이다. 무기 밀매를 했습니다. 이제 되었습니까?”
“진즉에 그리 순순하게 나오셨으면 구태여 이런 난리를 부릴 필요도 없지 않았습니까? 그만 사람들을 물리라 전하게.”
“예, 대인. 오 대인의 명이다. 모두 그만 철수하라.”
관료들이 물러가자 진수는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전신에 힘이 쭉 빠지는 기분이었다.
“이제 자복을 했으니 인사만 드리면 되는 거요?”
“한 가지만 더 답을 주시면 됩니다.”
“물으시지요.”
“그 무기 누구에게 팔아넘기셨소이까?”
탐관의 철칙은 자신의 거래 상대를 팔아넘기지 않는 데 있다. 이는 자신의 약점을 보호하는 것이기도 해서 그들은 공생 관계의 동반자를 철저히 보호했다.
하지만 이번 사안에서는 그 철칙을 지키는 것이 쉽지 않았다. 약점이 다 드러난 이상 진수로서는 지킬 것이 더는 없었다.
“표호 출신 진표요.”
“이번에도 표호 출신 상인인가?”
오영창의 혼잣말에 진수가 반문했다.
“이번에도?”
“아무것도 아닙니다. 대인의 협조에 감사드립니다. 하면 일간 각하께 인사를 드리는 걸로 알고 물러가겠습니다. 그만 가자.”
오영창이 관복을 펄럭이며 돌아서자 그 수하 관료들이 분분이 뒤를 따랐다. 진수는 허탈한 표정으로 감관 일행을 보았다.
***
“진강 관아가 발칵 뒤집혔답니다. 감관들이 무기 밀매를 조사하고 돌아갔다고 말들이 많습니다. 일전의 건이 들킨 것인가 봅니다.”
수하의 말에 진표는 한숨을 내쉬었다. 안전도 확보하고 지역 관료들과 관계도 돈독히 할 목적에서 취했던 무기 밀매 거래가 그의 목줄을 잡아오니 어찌해야 할지 마음이 무거웠다.
“어디서 말이 샌 것인지.”
“하옵고 다른 지역에서도 감관들이 조사를 한 모양이라 합니다.”
“총독이 작정을 한 게로구나.”
“그렇다고 여겨집니다.”
“다른 표호(표물 호송 업에 종사하는 상인)들도 무기를 거래했을 터인데, 그들은 어찌되었다더냐?”
진표가 묻자 수하는 조심스레 말을 받았다.
“그것이 관아에 여러 상인들이 불려가 곤장을 맞고 있단 소문이 있었습니다.”
“치도곤을? 상인들에게 곤장을 친다?”
진표는 표정을 굳혔다. 상인들에게 곤장을 친다는 말 하나로 그는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았다. 관료들은 감관을 보내 그 약점을 인식시켜 돈을 뜯어내는 선에서 매듭짓고, 무기를 거래한 상인들은 관에 불러다 고문을 하여 돈을 우려내려는 모양이었다.
어차피 불법인 무기 밀매에 관여한 전력이 있으니 억울하다고 어디 가서 하소연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하니 그들의 돈은 탐관 위해충의 눈에는 잘 차려진 진수성찬처럼 보일 터였다.
‘그렇다면 나도 위험하다.’
상인을 천한 돈벌레로 여기는 관료들이다. 그들이 상인을 동등한 동반자로 여기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공유되는 약점의 문제만 없다면 언제든 입에 든 침을 뱉듯 뱉어버릴 수 있었다.
“대인. 일이 위험하게 돌아가니 몸을 피하시는 것이 어떠시겠습니까?”
“기업과 밑천, 지위를 두고 어디로 가란 말인가?”
“하오나 여기 머무시는 것은 더 위험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내 이대로 당할 수는 없네. 호단을 찾아갈 것이야. 당장 채비를 하게.”
“호단을 말입니까?”
“그래. 어차피 위해충 놈에게 모든 것을 뺏길 거라면 한 번 도박을 해 봐야지.”
진표는 의관을 정제하고 곧장 방을 나섰다. 준비해둔 가마에 오른 그는 가마꾼들을 독려하여 호단이 자리한 진가 촌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한 시진도 되지 않아 진가 촌에 도착한 진표는 호단의 단주가 머무는 모옥으로 찾아들었다. 모옥에는 항시 교주를 경호하는 사내 네 명이 머물고 있었다.
진표는 그들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여 보이고 모옥 안으로 들어섰다.
“진표입니다. 교주님.”
“들어오시게.”
마침 금수전은 서책을 펼쳐두고 읽고 있었다.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중소설이었다. 그는 고개를 살짝 들어 진표의 얼굴을 보았다.
진표는 절을 한 후 그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러곤 잠시 심호흡을 하며 무거운 이야기를 꺼냈다.
“교주님. 진강에 사달이 났습니다.”
“사달이 나다니. 무슨 말인가?”
금수전은 그 말에 조금 놀랐는지 서책을 접었다.
“양강 총독 위해충이 진강에 감찰을 보냈는데 무기 밀매 건을 눈치챈 모양이었습니다. 근방의 관아들도 전부 감찰을 받았사온데 무기 밀매와 관련된 상인들이 모두 추포되어 끌려갔다 합니다.”
“하면 자네도 위험하단 말인가?”
“그리될 공산이 큽니다. 교주님.”
그 대답에 금수전은 으음 소리를 내며 이맛살을 구겼다. 진표는 낙원 교의 화수분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따지고 보면 호단이란 조직 역시 진표의 도움으로 유지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가 호단의 무인들을 표사로 고용해 주었기에 호단의 구성원들이 밥을 굶지 않았다. 그가 없다면 호단도 없었다. 호단을 유지할 수 없다는 말은 본래의 낙원 교로 돌아가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했다.
그리되면 밭이나 가는 것들의 눈치까지 보며 살 수밖에 없다. 아무리 나락으로 떨어진다 해도 그리할 수는 없었다.
“일을 조용히 처리할 방법은 없겠나?”
“없지는 않습니다. 한 가지 도움만 주신다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무슨 말인가?”
금수전이 조용히 묻자 진표가 목소리를 낮추었다.
“위해충만 죽여주시면 됩니다. 그리해 주시면 뒷일은 제가 수습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 돈으로 되지 않는 일은 없다. 되지 않는다면 액수를 좀 더 쓰면 된다. 될 때까지. 이미 전 재산이 날아갈 위험에 처한 진표로서는 그 정도의 돈을 쓸 용의가 있었다.
“그자는 총독 아닌가? 그런 자의 목을 어찌 함부로 손을 대겠나.”
“교단에 암살자가 있지 않습니까? 부탁드립니다, 교주님.”
“으음.”
금수전은 앓는 소리를 냈다. 교단에 암살자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들은 낙원 교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지역 유지들을 불협화음 없이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살인 기계들이었다.
아편과 여자를 이용해 키운 살인병기들은 교의 명령만 내려지면 누구라도 죽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상대는 지역 유지 따위가 아니라 총독이다. 그런 거물을 건드리고 조용할 리가 없다. 만에 하나 실패라도 하면 그 후환을 감당할 수 없었다.
“도와주십시오, 교주님. 교에는 제가 필요하지 않습니까?”
“그건 알고 있네. 나도 그걸 모르진 않아. 하나.”
진표가 없는 낙원 교는 가혹한 겨울을 지내야 한다. 그것을 아는 이상 금수전은 이 위험한 제안을 쉽게 거절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망설여지는 것은 이 일에 수반된 위험부담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한 번 생각해 보겠네.”
“그럴 시간이 없습니다. 당장 내일이라도 제게 추포령가 내려지면 그땐 늦습니다.”
“허, 이거 참. 양유와 상의해보고 답을 주겠네.”
“지금 제가 양 대인을 모시고 오겠습니다.”
진표가 급히 방문을 열고 나서자 금수전은 한숨을 내쉬었다.
곧 진표가 양유를 데리고 들어와 아까 했던 이야기를 되풀이했다. 양유는 그 옆에서 이야기를 곰곰이 듣고는 수염을 매만졌다.
“교주님. 어차피 진 대인이 없으면 우리 교는 이 지역에서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그간 계투에서 밀려온 유지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진 대인이 돈을 써 관을 우리 편으로 만들어주지 않았다면 지금의 우리는 없었습니다.”
“아네. 하지만 교의 존립이 걸린 문제가 아닌가?”
“또한 이는 의의 문제입니다. 교의 형제로서 많은 도움을 준 진 대인을 버리고 어찌 교의 단결을 말하겠습니까? 여기서 진 대인을 버리는 모습을 보이면 많은 형제들이 실망하게 될 겁니다. 교주님, 지금은 모험을 할 때입니다. 꼭 실패한다는 보장이 없지 않습니까?”
양유의 설득에 금수전도 입술을 깨물었다. 은혜는 은혜로 보답해야 한다. 그 말도 맞았다. 동방에서는 은원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겼다. 목숨 빚은 목숨으로 갚는다는 말도 있지 않던가?
“좋네. 내 진 대인을 위해 위험한 다리를 건너겠네. 양유.”
“예, 교주님.”
“흑월을 상경으로 보내게. 총독의 목을 따 교의 평안을 얻는 것이 그 임무이네. 할 수 있겠나?”
“할 수 있습니다.”
“그럼 되었네.”
금수전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교주님. 이 진표, 교주님께서 베풀어주신 은혜에 반드시 보답하겠습니다.”
“허허. 형제끼리 그 무슨 말인가? 염려 놓고 집으로 돌아가 있게. 내 좋은 소식을 넣어주겠네.”
“감사합니다, 교주님. 감사합니다, 양 대인.”
진표가 읍을 하며 물러가는 것을 보며 금수전은 메마른 입술을 혀로 쓸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