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호루스의 반지-156화 (156/425)

제156화. 야심가들 (3)

상경은 그 역사만 이천 년에 달하는 유서 깊은 대도시다. 전통이 있는 도시이니 이곳에 뿌리를 내린 부호들의 수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았다. 부가 크다는 것은 지킬 것이 많다는 말과 같다.

역대 황제들도 그것을 알기에 도시의 외곽에 거대한 성을 쌓고 중축해왔다. 반원형으로 지어진 성벽은 그 두께만 10미터가 넘고 높이도 10미터가 넘었다.

단점이라면 도시가 워낙 거대해 성벽이 지나치게 길다는 점이다. 성벽이 길면 그만큼 병력이 많이 필요했다.

양주 부사 유운과 요수는 이 약점을 의식하고 있었지만 마땅한 해결책은 없었다. 있다면 시간이 흐르길 기다리는 것뿐인데, 반군은 그럴 시간을 줄 생각이 없었다.

북소리와 함께 휘황찬란한 깃발들이 위대한 도시 앞에 쭉 늘어섰다. 반군이 수백의 깃발을 쭉 늘어세우자 그 기세는 정부군을 압도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멍청한 애송이 놈이 모든 걸 망쳤어.”

엊그제 상경으로 들어온 천씨는 눈앞에 들어찬 반군을 보고 혀를 찼다. 얼치기 지휘관이 만용을 한 번 부린 대가로 그가 위험을 감수하게 되었으니 욕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이봐. 천 씨, 우리 살 수 있겠지? 응?”

같은 부대에서 복무하는 육씨는 겁이 많다. 그는 새까맣게 몰려온 반군을 보며 침을 삼키고 있었다. 이 상황이라면 누구나 겁이 날 만하지만 육씨는 유독 표를 심하게 냈다.

“낸들 어찌 알겠습니까?”

천씨는 품속에 넣어둔 쌈지를 입에 넣어 잘근잘근 씹었다. 옅은 담배 향이 긴장감을 조금은 덜어주었다. 그렇지만 현실 자체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그도 잘 알았다.

“반군이 움직인다!”

적을 두려워하니 사소한 움직임 하나하나에 모두가 반응하고 긴장한다. 이런 판에 승리는 무슨 승리를 꿈꾸겠는가?

무능하고 부패한 제국군에 승리란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반군이 오는가보네.”

육씨가 호들갑을 떨던 차에 군관 하나가 칼을 차고 걸어왔다. 그는 두려움에 떠는 병사들을 향해 외쳤다.

“제 위치를 지켜라. 제 위치를 벗어나는 자는 정남대장군 각하의 명을 받들어 즉시 참하겠다.”

군관은 병사들을 훑어보고 재빨리 지나쳐 갔다. 말은 협박성이 짙었지만 정작 자신은 성벽에 서서 싸울 용기가 없는 모양이다.

뇌물 챙기는데 있어 한없이 유능하고, 전투에서는 무능한 제국군 지휘관의 전형 그 자체다.

“자라 새끼 같으니.”

병사들 중 누군가가 수군거렸다. 기강이 무너진 군대에서 지휘관에 대한 경의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기 어려웠다.

“온다.”

성벽 너머를 바라보던 병사의 말에 모두의 눈이 바깥으로 향했다.

“저게 뭐야?”

가장 먼저 성 바깥으로 눈길을 던지던 육씨가 입을 크게 벌리고 물었다.

“대포?”

천씨의 대답에 육씨의 몸이 가늘게 떨렸다.

“설마. 그럴 리가 있나? 저렇게 무식하게 큰 것이?”

그의 눈에 비친 것은 단순한 대포라 볼 수 없는 것이다. 웬만한 집에 버금가는 크기를 가진 압도적인 크기의 쇳덩어리가 수십 마리의 소에 끌려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대포 맞는 것 같은데.”

“정말 대포라면.”

육씨는 손에 쥐고 있던 총을 떨어트렸다. 세상에서 가장 크고 튼튼하다고 말하는 상경의 성벽조차 저 무식한 대포를 견딜 방법은 없었다.

“반군이 거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저리 큰 대포를 만들 수 있단 말인가? 농담이겠지.”

병사들 중 일부는 현실을 부정하려 했다. 눈앞의 대포는 현실이지만 이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저 정도 크기의 대포를 주조하려면 한 달은 족히 걸릴 거다. 반군이 무슨 용빼는 재주가 있어 저만한 대포를 만들겠는가?

미리 만들려고 해도 관의 엄격한 감시를 생각하면 무리다. 총기의 보유도 경계하는 나라에서 대포를 주조해 소유하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아무리 썩고 부패한 관료들이라도 대포를 관의 통제 밖에서 소유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들이 수군거리는 사이 대포가 방열을 마쳤다. 양주 군대도 대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성벽에 대포가 배치된 것은 아니었다. 하필 ‘우연’인지는 모르지만 그들은 대포가 없는 구획에 거포를 가지고 왔다.

“이쪽을 겨눴다.”

천씨도 침을 꼴깍 삼켰다. 저 무지막지한 대포를 보니 절로 간담이 서늘해졌다. 뒤쪽에서 상황을 늦게 파악했는지 군관이 대포를 옮기라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었지만, 그건 아무래도 좋았다. 대포는 이미 이쪽을 정확히 겨누고 있었다.

“반군이 포탄을 장전했다!”

그 외침은 사형 선고처럼 들렸다. 천씨는 입에 문 쌈지를 뱉어내며 주변의 동료들을 향해 외쳤다.

“모두 엎드려.”

외침과 동시에 대포알이 성벽을 향해 날아왔다. 병사들은 자신의 발아래가 흔들린다고 느꼈다. 어마어마한 충격에 뒤이은 진동음에 모두가 덜덜 떨었다.

쿵.

성벽에 박혔던 대포알이 아래로 툭 떨어지며 묵직한 소리를 냈다. 천씨가 제일 먼저 고개를 들고는 대포알이 명중한 부분을 살폈다.

대포알이 명중한 자리에는 수도 없는 실금이 가 있었다. 잔 균열은 흠이 난 부위를 중심으로 수십 미터에 걸쳐 있었다. 역대 왕조들이 전력을 다해 증축한 성벽의 압도적인 방어력을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파괴의 흔적이었다.

“맙소사.”

대포는 단 일격으로 성벽에 제 존재감을 남겼다. 거포의 일격은 성벽을 허물지 못했지만 그 자체로 정부군의 사기를 꺾기에 충분했다.

한 번은 견딜지라도 저만한 공격을 하루, 이틀, 사흘 계속 두드려 맞는다면 언젠가는 무너질 것이다.

병사들도 그 정도는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게 된다면 반군은 성내로 들어올 것이고 전투는 패하게 된다.

“방금 그거 대포알이 낸 충격이 맞나?”

“그렇겠지요.”

육씨는 공포에 사로잡혀 성벽 바깥쪽에 난 상흔을 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 심리적으로 자신들을 보호하는 성벽에 금이 가는 것을 제 눈으로 확인할 정도로 강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무슨 대포알이 내는 충격이 그리 강하단 말인가? 성벽이 한 방에 허물어지는 줄 알았네.”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벽돌을 구워 성벽을 겹쳐 쌓은 탓에 상경의 성벽은 그 두께에 비해 방어력이 상당히 떨어졌다. 두께가 워낙 두터워 그 정도의 흠은 만회할 수 있었지만, 이처럼 무지막지한 거포를 상대할 때는 문제가 있었다.

“한 방에 무너지는 성벽이 세상에 어디 있겠습니까?”

“아니 방금 그 한 방은 그 정도로 무겁게 느껴졌어. 발아래가 온통 흔들린 걸 자네도 느끼지 않았나?”

병사들은 두려움에 찬 눈으로 멀리 보이는 반군의 대포를 보았다. 성벽을 허물 수 있는 압도적인 파괴력이라니. 저런 괴물을 반군이 가지고 있는 줄 알았다면 진즉에 상경을 탈출했을 것이다.

반군이 다시 거포에 포탄을 장전하는 모습이 보였다. 포의 연사 속도는 대단히 둔했지만 수성 측의 입장에서는 저것도 무지막지하게 빠른 것이었다.

“또 온다.”

이번에는 누가 뭐라고 하기 전에 모두가 몸을 움츠리며 충격에 대비했다. 한 번 땅이 흔들린 것을 느꼈으니 고소공포증을 가진 병사들이라면 더더욱 두려움을 느꼈다.

모두가 고개를 처박고 충격에 대비할 즈음, 포성과 함께 성벽에 충격이 가해졌다. 둔탁한 폭음과 함께 성벽 전체가 지진이라도 맞은 듯 뒤흔들렸다. 돌가루가 쏟아지는 소리가 나더니 돌덩이들이 바닥으로 굴렀다.

이번에는 균열이 간 지점에 대포알이 박히면서 벽돌 일부가 부스러져 사방으로 비산한 모양이었다. 대포알의 위력은 상상 이상으로 무지막지했다. 아니면 상경의 성벽이 대포에 취약하던지.

천씨는 손에 땀이 나는 것을 느꼈다. 본격적인 공성전이 시작되기 전에 벌써 거포의 포격만으로 정부군은 기선을 잡히고 있었다. 이대로 포격을 당하다 성벽이 허물어지기라도 하면.

혹은 사기가 더 떨어진 상태에서 공격을 당한다면 그땐 끝장일 것이다.

‘망할 자라 새끼들.’

천씨는 주먹을 꽉 쥐었다.

***

“제국군의 사기는 바닥을 쳤을 겁니다. 모두가 오두계의 대포 덕분입니다.”

양유가 뒷짐을 지고 꺼낸 이야기에 반군의 수뇌들이 웃음을 보였다. 역적으로서 목이 위태로운 처지에 얻기 어려운 즐거운 한때였다.

“공성전에 들어갈 시간이 다소 절약되겠군요. 며칠이나 절약되겠습니까?”

전통적으로 공성전을 할 때는 성벽 아래로 갱도를 파 화약을 집어넣고 폭파시켜 성벽을 함몰시키는 방식을 애용했다. 이 방법의 단점은 갱도를 파고 준비를 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상당하다는 데 있었다.

무엇보다 상경 성곽처럼 엄청난 지반과 두께를 가진 성벽은 갱도 하나둘로는 제대로 된 피해를 주기 어려웠다. 적어도 수십 개의 갱도를 파야 성벽을 허물어트릴 수 있었다.

그러니 공성전에 드는 시간은 천문학적일 수밖에 없었다. 한데 이렇게 대포로 성벽을 허물게 되면 그런 절차를 모두 생략하게 되니 반군으로서는 엄청난 시간을 절약하게 된다.

“최소한 삼 주일은 아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삼 주라면 제국 정부에서 양주 부 북쪽에 새로운 병력을 집결시킬 만한 시간이군요.”

“그런 셈입니다. 하니 이 시간을 단축하고 상경을 확보한다면 제국 남부 지방은 물론이고 중부 지방까지도 그 세를 쉬이 뻗칠 기회를 얻게 될 겁니다.”

“하면 우리 낙원교에서 천하 제패를 노릴 수 있다. 그 이야기가 되는 것이요?”

수뇌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금수전이 말문을 열었다. 교주의 물음에 양유가 읍을 했다.

“예. 그리 보셔도 좋습니다.”

“일을 쉬이 낙관해도 좋은 것이요?”

“현재로선 낙관해도 좋습니다. 강주는 아직 움직임이 없고 북으로도 제국군의 움직임은 미온적입니다. 양주만 깨트리면 주도권은 우리가 행사할 수 있습니다.”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다.”

금수전은 양유의 한마디를 입에 올리며 지도에 손을 얹었다. 수뇌들 앞에 펼쳐진 지도는 제국 중남부 지방 전체의 지형지물을 담고 있었다. 금수전이 손을 얹은 곳은 상경과 그 북쪽의 대하 변이었다.

“상경을 장악한 후 운하를 타고 북상하여 북경까지 간다. 그리고 대업을 성취한다. 자네가 그린 밑그림이 이건가?”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양유는 대하 이남을 장악하고 생존을 보장받으려던 계획을 수정한 상태였다. 거상 왕경이 협조를 해준 덕분에 상경 함락부터 그 이후의 일까지 모두 수월하게 처리될 여지가 생겨서다. 상황이 변하면 대전략도 변하는 법이다.

“하지만 천하를 노리기엔 우리의 세가 약한 것 같기도 해서 모험을 하는 것은 다소 걸린다네.”

금수전의 말처럼 낙원교의 군대는 그리 강한 편이 못 되었다. 그 군세는 몇 번의 승전에도 불구하고 기만 단위를 넘어서지 못했다. 지난날 중원을 격동케 한 천지회의 난군에 비한다면 아직 조족지혈이다.

“흐름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교주님. 우리가 단시간에 상경을 깨트리면 천하 대업을 위한 기세를 타게 됩니다. 수십만, 아니 백만의 군마도 쉬이 얻을 수 있을 겁니다.”

“백만 대군이라.”

말이 쉽지 백만의 세를 모은 반란군은 역사에 존재한 적이 없다. 스스로 십만이니 백만이니 자칭했을 뿐이다. 실제 반군의 수효는 많아도 수십만에 불과했다.

진정 백만의 대군을 모을 수만 있다면 천하를 확실히 뒤집을 수 있다고 봐도 좋았다. 그만한 군대를 모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민심의 지지를 확인할 수 있으니까.

“가능합니다. 앞으로 이레 안에 상경을 깨트리고 북벌에 나서면 그만한 군세는 모일 겁니다.”

“양 형제의 말이 틀리진 않겠지. 하면 그 밑그림대로 전략을 구상해보세. 북벌이 가능하다면 하는 것이고.”

“감사합니다, 교주님.”

“아, 그리고 서익.”

“예, 교주님.”

금수전은 구석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던 젊은 사내, 서익을 불렀다. 서익은 나머지 수뇌들에 비하면 아들 연배의 젊은이였지만 그 용맹과 군사적 재능은 반군 제일이라 할 만한 맹장이었다.

“자네가 상경 함락의 선봉에 서주게.”

“제가 나서도 되겠습니까? 다른 분들도 계신데.”

서익은 겸손하게 공을 양보할 뜻을 보였다. 승리가 확실한 전투임에도 공을 얻으려 하지 않는 모습에 교주는 오히려 더 기꺼워했다.

“아닐세. 자네가 꼭 나서 줘야겠네. 이번 전투는 가급적 오래 끌어서 좋을 것이 없으니 일처리가 빠른 자네가 해줘야 하네. 할 수 있겠나?”

교주가 강권하자 서익도 명을 거절할 수 없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회의가 파하고 수뇌들이 하나둘 막사를 나섰다. 모두가 자리를 비우고 양유와 유자 두 사람만이 막사에 남았다. 그들은 조용히 찻잔을 나누다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이번에 서익, 그 애송이가 또 공을 세울 것 같더군요.”

“우리 군 제일의 장수이니 공을 세울 기회가 주어지는 거야 당연하지요. 그게 문제라도?”

양유가 반문하자 유자가 목소리를 낮추고 주변을 살폈다. 그는 인기척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입을 열었다.

“오해는 하지 말고 들어주시지요. 서익, 그 친구가 너무 힘과 영향력이 커지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특히 양 형께는 말입니다.”

“내게 좋지 않다. 자세히 말해보시오.”

“양 형께서는 우리 교의 2인자이십니다. 그건 양 형께서 가장 잘 아는 사실이실 겁니다.”

“그야 교리를 만들고 교의 대소사를 다 챙기니 그렇게 사람들이 인식하는 탓이지요. 그거야 사람들의 생각이지 지위 따위는 아무래도 좋습니다.”

“아닙니다. 양 형께서 그리 생각하셔도 사람들 시선이란 것이 그렇지가 않습니다.”

“사람들 시선이 문제란 말이요? 어차피 교주님 곁은 내가 지킬 터인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지.”

“줄서기 문제 말입니다. 교의 태양이야 교주님 한 분이라 해도 2인자가 여럿이어선 좋을 것이 없다 이 말입니다. 보통 조직에선 2인자의 지위가 불확실한 것이 낫지만 우리 교는 이야기가 다르지 않습니까? 양 형께서 모든 것을 챙기시는 이때에 양 형의 지위가 불안정해지는 것만큼 교에 위험한 일은 없습니다.”

“그러니까 서익, 그 젊은 친구가 내게 위협이 된다 그 얘기를 하시는 겐가?”

“맞습니다.”

유자의 답에 양유는 수염을 쓰다듬었다.

“서익이 공을 세운다고 해도 그가 권좌를 탐할 정도의 힘은 얻지 못할 거요.”

“하지만 상경을 함락시킨다면 얘기가 다릅니다. 북경을 함락하기 전까지는 상경이 우리 교의 수도가 될 터인데, 수도를 얻은 장수의 위상이 작을 리가 있겠습니까?”

유자의 집요한 이야기에 양유도 생각을 조금 바꾸었다.

“듣고 보니 그런 부분이 없진 않구려.”

“해서 상경을 공략하고 나면 서익을 멀리 내보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를 상경에 머물게 하면 양 형의 위치가 위태롭습니다.”

“하면 어디로?”

“북벌에 내보내는 겁니다.”

“북벌을 시킨다면 공을 더 세우게 하란 말 아니요? 앞뒤가 모순된 이야기 같은데.”

양유의 반문에 유자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북벌은 서익의 입지를 좁히게 될 겁니다. 그에게 지원을 주지 않으면 될 테니 말입니다.”

“북벌을 시키고 지원을 주지 말라니? 관에 비하면 아직 열세한 우리가 스스로 내분을 일으켜 자멸하잔 말이요?”

“그건 아닙니다, 양 형. 상경을 함락시키면 대하 이남은 확실히 얻습니다.”

“흠.”

“하면 북벌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아닙니까?”

“북벌을 해도 안 해도 그만이라. 하나 제국을 내버려두면 우리 존립이 위태로울 터인데.”

“그렇진 않습니다. 신은 부패하고 썩었으니 반격할 여력은 없을 겁니다. 여차하면 서익이 패한 다음 2차 북벌을 단행하면 될 일입니다.”

“일리 있는 말이요.”

“그 과정에서 서익은 확실히 몰락하게 되고, 양 형의 지위는 굳건해질 겁니다. 그거면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유자의 말에 양유는 가벼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권력은 부자지간에도 나누지 않는 법이다. 그것이 인간사의 냉혹한 진리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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