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8화. 천국 (2)
열흘의 공방전 끝에 상경은 함락되었다. 제국 남방의 수도라 불린 대도시의 함락은 반란의 향방이 완전히 바뀌었음을 의미했다.
그 전까지 반군은 단순한 토벌의 대상에 지나지 않았지만, 상경을 손에 넣은 지금에 와서는 신 왕조와 대륙의 패권을 다툴 자격을 얻었다.
반군은 상경의 이름을 천경이라 고치고 개국(開國)을 선언했다. 이어 부패한 신을 멸하고 새로운 제국을 건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대하 이남만을 얻어 생존을 꾀하려던 자세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반군은 단순히 말만 앞세우지 않았다. 상경에 수도를 옮긴 지 사흘도 되지 않아 서익을 북벌군 사령관으로 한 일만의 정벌군을 북쪽으로 출정시켰다.
수효는 많지 않았지만 반군 제일의 맹장을 내보낸 것만으로도 제국을 멸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엔 충분했다.
상경에서 반군에게 패해 물러났던 요수와 양주부사는 대하 이북으로 진영을 옮기고 인근 10주의 군마를 모아 방어를 꾀하려 했다. 하지만 반군은 승리의 여세를 몰아 신속하게 공격해왔고, 요수는 방어할 기회를 얻지 못한 채 다섯 개의 성을 더 내주었다.
바야흐로 천하의 대세는 반군 쪽으로 기우는 듯했다.
바로 그때 머나먼 남쪽 강주에 파발이 도착했다.
승도는 전령의 파발을 읽고는 전군의 지휘관을 소집했다. 그는 제국 정부의 진압 명령이 내려올 경우 즉시 행동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둔 상태였다. 명령을 거부하든 수행하든. 결정을 내리면 지체 없이 행동하는 신속성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강주에 하비와 건문을 남겼다. 그들은 머지않아 도착할 예정인 용병을 맡고, 한편으로 행상들과 협조해 치안을 유지하는 임무를 맡았다. 진압도 중요하지만 기반인 강주가 흔들리지 않는 것도 중요했다.
승도는 자신이 부재한 상태에서도 뒤를 받쳐줄 수 있도록 손을 써둔 후, 상승군이 주둔한 여문으로 향했다. 오랜 시간 그가 공들여 기른 상승군의 핵심 전력은 약 삼천. 적다면 적은 수효이지만 서역의 강군과도 맞설 수 있는 강병이었다.
그들은 모두 서역식 군제에 익숙했고 총기에도 숙달되어 있었다. 같은 수효의 동방 군대와 싸운다면 어렵지 않게 격파할 수 있는 기본 실력이 있는 군대였다. 아직 포병이 갖추어지지는 않았으나 보병만으로도 충분했다.
문제가 하나 있다면 어느 정도까지 반군과 싸울 것인가의 여부다. 전술적인 역량에서 반군은 그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대전략의 영역에서 주도권을 가진 것은 그가 아니라 반군이었다.
그는 반군의 세를 조율한다는 수동적인 전략을 세운 까닭에 상대의 움직임을 보고 행동해야 한다는 제약이 있었다. 이번 전쟁에서 그가 짊어져야 할 가장 큰 짐이었다.
승도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왕국 장교들을 포함한 수행원들이 그 뒤를 따르며 군의 준비 상황과 축적된 보급품, 미리 검토한 진격 루트 등을 설명했다.
승도는 묵묵히 이야기를 들으며 병사들을 보았다. 잘 정돈된 군영에서 진격 명령만 기다리고 있던 장병들의 얼굴에는 조금의 불안감도 엿보이지 않았다. 가혹한 프리지아 식 훈련을 견뎌낸 자들에게 반군 진압에 대한 불안은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군의 수뇌부이지 적이 아니었다. 이 공포의 마법은 상승군이 패하는 순간 스스로 무너지게 만드는 양날의 칼이다. 승도는 병사들의 사기가 괜찮다는 것을 확인하고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병사들은 모두 사흘 치의 식량과 총검, 탄약, 그 외 약간의 피복 등을 지참하고 있었다. 또 필요한 보급품은 행상의 협조를 얻어 진격 도상에 미리 준비해 두었다. 그것을 준비하는 것은 어렵지도 않았다.
반군 점령지에 아직 남아 있는 행상의 거래처들을 통해 물품 조달을 부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반군의 지방 통제력이 그리 강고하지 못한 덕이었다. 단시간에 세력을 크게 넓힌 반군이 강력한 통제력을 발휘할 수 없는 것이 당연했지만 말이다.
“군을 모두 셋으로 나누어 진군을 시키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최단시간에 여문 동쪽의 산길을 넘어 이백 리를 행군, 대하 중류로 진출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분군 행군 총군 전투. 서역 전쟁에서 반혁명 전쟁 이후로 철칙이 된 전쟁 방식이다. 군대는 반드시 나누어 움직이고 교전 시에만 전력을 집중한다. 이는 군의 기동성을 높이기 위해 필수적인 선택이었다.
“루트는 보고 받은 바 있습니다. 다만 산행을 거칠 경우 병사들의 피로도가 높아질 것인데, 휴식을 취할 곳의 안전은 보장됩니까?”
“그 역시 검토해 보았습니다. 반군은 대하 중류 방면으로 세의 확장이 더뎌 상대적으로 활용 가능한 군사력의 규모가 작습니다. 많게 잡아도 천 단위 이상의 군대를 동원하진 못할 겁니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강을 타고 남하하며 보급품을 취하며 상경을 향해 나아갑니다. 반군 진압이 목적이라면 수상 교통을 통해 보급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겼습니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역적을 토벌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짧지 않을 겁니다. 그들의 세가 강해진 만큼 시일을 두고 진압해야겠지요.”
승도의 말에 수행원들도 고개를 주억거렸다.
“진격 과정에서 지역의 단련과 지역 유지들의 협조를 얻는 방법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좋은 생각입니다. 상승군만으로 전쟁을 치르는 것은 우리 손해가 너무 큽니다. 다 비싼 강주의 돈을 들여 기른 군대이고 물자입니다. 조정을 위해 공짜로 희사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강주 관리사는 느긋하게 뒷짐을 졌다. 그가 군영 중앙에 이르자 상승군의 지휘관들이 병사들을 도열시켰다. 일사불란하게 병사들이 움직여 관리사의 도착을 맞았다.
공적으로 그들의 최고 지휘관일 뿐만 아니라, 사적으로도 비싼 급여를 제공하는 사람이다. 하니 그들에 대한 오승도의 통제력은 신의 여느 장수들과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강주 관리사 대인께서 오셨다. 모두 예를 갖추라.”
병사들이 열과 오를 맞추어 총검을 들었다. 그들의 신속한 동작에 승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인께 충성을.”
승도는 가볍게 손을 저어 병사들이 쥔 총검을 내리게 했다.
“대인. 명령만 내려주시면 즉시 군을 출발시킬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로망스 근위대를 연상시키는 희고 푸른 군복을 입은 병사들은 보기에도 화려하고 강해보였다. 서역 열강을 제외한다면 이만한 강군을 가진 자는 없을 것이다.
지난날 모든 것을 휩쓸고 부수었던 근위대가 다시 재현된 것 같은 모습에 승도는 살짝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사기도 좋고 준비 역시 잘 되어 있는 것 같군요.”
“물론입니다. 명이 떨어지면 즉시 움직일 수 있도록 준비해 두었습니다.”
“지금 준비된 우리 군대의 전력이라면 반군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승도의 물음에 헨들릭이 지휘봉을 뒤로하고 답했다.
“지난 시간이 헛된 것이 아니라면 정면에서 반군 삼만은 능히 감당할 겁니다.”
삼만. 적은 수가 아니다. 상승군이 전쟁에 동원하려는 전력의 열 배다. 그만한 수를 전장에서 감당한다. 에우로페였다면 그런 이야기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을 것이다. 근대 군대 간의 교전에서는 아무리 뛰어난 명장도 두 배 이상의 병력 차는 감당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곳은 에우로페가 아니라 신이다. 이 대륙은 근대의 물결이 밀려온 지 얼마 되지 않은 혼란의 땅. 근대와 전근대가 혼재된 대륙이라면 그 헛소리도 실현 가능한 이야기였다.
이미 신과 연합왕국의 전쟁이 증명해준 바 있다. 몇 만의 제국군이 몇 천의 왕국 군에 참담하게 대패하는 것으로. 하니 몇 천의 상승군이 반군 수만을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물론 대인이 지휘하신다면 그 스무 배의 반군이라도 능히 쳐부술 수 있을 겁니다.”
군의 전투력을 결정짓는 요소에는 병사 개개인의 자질과 조직력 외에 지휘관의 재능도 있다. 승도는 전쟁을 밥 먹듯이 한 에우로페에서도 최고 수준의 지휘관이었다. 그의 역량이 더해진다면 상승군의 전력은 반군 삼만 이상이라 장담해도 좋았다.
“힘이 나는 이야기군요. 삼만 정도를 정면에서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전쟁에 들어간다면 반군의 주력 병력을 제외하면 계교를 쓰지 않고도 정면에서 대파를 할 수 있다는 뜻일 테니.”
“그들의 주력은 상경이나 강북 지역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니 염려하실 것은 없습니다.”
상경 함락 이후 반군의 세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지만 그 전체 전력은 아직 십만을 상회하지 못하고 있었다.
승도는 관모를 벗어 수행원에게 건네고는 병사들과 장교들을 돌아보았다. 모두가 그의 명령 한마디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강주는 이 시간부로 조정의 대명을 받들어 천하를 어지럽히는 역적들을 토벌하고 질서를 회복하고자 한다. 상승군은 천자의 뜻을 받들어 난적을 치겠는가?”
“명을 받들겠습니다.”
병사들이 한목소리로 답하자 승도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칼을 뽑았다. 길게 늘어선 검신이 햇빛을 받아 찬란하게 빛났다.
“그렇다면 대명을 받들어 옷깃을 여미고 총검을 들어라. 지금 출정한다. 진군의 북소리를 울려라.”
승도는 검을 바닥에 내리찍고는 검집을 버렸다. 역적을 토벌하기 전에는 돌아오지 않겠다는 제스처였다.
***
상경 성내에는 아직 짙은 피비린내가 남아 있었다. 농촌 출신의 반군 병사들이 화려한 성시(성곽으로 둘러싸인 도시)에 들어올 때부터 예견된 결과였다.
그들은 번화한 도시의 물산에 흥분하여 성벽을 넘어선 순간부터 약탈의 칼을 휘둘렀다. 반군 사령관 서익이 약탈을 엄격히 금지하긴 했지만 낙원교에 가담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오합지졸들은 통제에 쉬이 따라주지 않았다.
지우지 못한 붉은 얼룩들이 담벼락과 길을 따라 달라붙어 있다. 걸음을 옮기던 양유는 그것을 보고 혀를 끌끌 찼다. 명색이 천경이라 불리는 ‘세계의 수도’다. 그런 곳에 이런 불미스런 흔적이 아직 남아 있다니.
그는 병사들을 불러 참혹한 전날의 흔적을 지우게 하고는 희생자들을 성 밖으로 옮기게 했다. 그가 자비로워서는 아니다. 성내에 전염병이 돌 것을 우려해서다.
양유는 도시 내부의 방들을 돌아보며 공성에 따른 피해 상태와 민심의 추이를 보고 혀를 찼다. 도시의 인적, 물적 피해도 상당했지만 도시 주민들은 농촌 무지렁이들이 지배자로 들어온 것에 대해 상당한 반감을 갖고 있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이 새로운 나라에 좋지 않다 보았다. 웬만큼 망조가 든 나라도 수도에서 만큼은 민중의 지지는 유지하게 마련인데, 새로운 왕국의 수도로 정한 곳에서 민중의 반감을 사고 말았다. 이는 예사로 볼 일이 아니었다.
양유는 상경 오 왕의 왕부에 마련한 자신의 집무실로 상경 거상 왕경을 불렀다. 그에게 재물을 좀 희사 받아 민중의 지지를 얻을 만한 민심 회복책을 좀 추진해보기 위함이었다. 뭐니 뭐니 해도 민중의 지지를 얻기에는 구휼 사업이 제일 좋았다.
왕경은 양유의 부름을 받자 부리나케 오 왕의 왕부로 들어왔다. 평소라면 비천한 상인 출신이 감히 드나들 엄두도 내지 못할 고귀한 황족의 처소였다.
그가 오 왕의 집무실로 쓰이던 전각에 들어서자 양유가 웃으며 그를 맞았다.
“왕 대인. 어서 오시오.”
“환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양유는 왕경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왕경이 자리에 앉자 양유가 먼저 말을 꺼냈다.
“왕 대인. 우리 교주님, 아니 개국을 하셨으니 폐하이시지. 천왕 폐하께서도 대인의 공에 크게 감동하고 계십니다.”
“소인의 작은 공을 그리 높게 봐주시니 감읍할 따름입니다.”
“아닙니다. 왕 대인의 도움이 없었다면 어찌 오늘의 영화를 얻었겠습니까?”
“모두 폐하의 은덕이지요.”
“해서 폐하께서는 왕 대인께서 요구하신 것들을 모두 들어주시기로 하셨습니다.”
“높으신 은혜에 어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왕경이 인사치레의 말을 꺼내자 양유가 웃으며 본론을 꺼냈다.
“그리 생각해 주신다면 나라를 위해 한 가지 일을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한 가지 일이라니요?”
왕경은 상인 특유의 감각으로 이것이 작은 부탁이 아님을 알고 살짝 낯빛을 찌푸렸다.
“개국을 하였는데 천경의 민심이 그리 좋질 않습니다. 해서 토지 개혁 전에 미봉책으로 구휼을 좀 해볼까 합니다. 한데 상경의 창고가 텅텅 비어 있어 마음만 앞서지 무얼 해볼 방법이 없습니다. 대인이 창고를 좀 채워 주신다면 폐하께서는 그 공을 잊지 않으실 겁니다.”
“구휼이라면 재물이 적지 않게 들 터인데.”
“그렇습니다. 은자로 백만 냥 정도는 풀어야 민심에 힘이 되지 않겠습니까?”
“은자 백만 냥이라니. 그 많은 양곡을 어디서 구한다고 제게 그런 부탁을 하신 겝니까?”
“왕 대인이 할 수 없는 일이라면 이 근방에서 그 같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한 번 부탁드립니다.”
양유의 부탁 아닌 부탁에 왕경은 입안으로 욕을 삼켰다. 은 백만 냥은 단일 세력으로 가장 강력한 자금력을 가진 행상들조차 입에 담기 어려운 거금이다. 세계 제일의 거부인 오씨조차 은 백만 냥이라면 손을 덜덜 떨 것이다.
뭐 그만한 곡식을 풀 능력은 있었다. 그 하나로는 무리지만 그와 협력 관계에 있는 강상의 상인들에게 협조를 구한다면 그들의 창고에서 양곡을 조달할 수 있다.
하지만 장사는 어디까지나 이문을 주고받는 관계에서 이루어지게 마련이다. 일방적으로 동료 상인들에게 요구만 할 수는 없다. 이 전란의 시기에 은자 백만 냥의 양곡을 빌린다면 그들에게 수백만 냥의 이익을 되돌려줘야 한다.
하지만 양유의 제안을 그냥 거절할 수도 없다. 무력은 권력이 부리고, 권력은 금력이 부린다고 믿는 상인들도 난세에는 그 이치가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난세에는 무력이 권력과 금력을 압도한다.
이 제안을 거부한다면 양유가 왕경 일가의 모든 것을 앗아갈 수도 있었다.
“시간을 좀 주십시오. 너무 큰일이고 큰 액수라 가족들과 상의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렇군요. 은 백만 냥이 애 이름도 아니고 간단히 결정하실 사안은 아니지요. 하면 한 번 고민해 주시고 답을 주셨으면 합니다.”
“예. 그리하겠습니다.”
왕경은 읍을 하고 뒷걸음질을 쳐 물러났다. 노회한 거상이 눈앞에서 사라지자 양유는 태사의에 몸을 묻었다.
왕경은 왕부에서 나오자 대기하고 있던 교자에 몸을 올렸다. 그의 표정이 좋지 않자 수행차 나와 있던 왕고가 조심스레 물었다.
“좋지 않은 말이라도 있었습니까?”
“그래. 일이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 천국을 건국한 것이 엊그제인데 벌써 우리 기름을 쥐어짜 민심을 잡으려 하는구나.”
“부정축재를 한 부패관료들도 아닌데 우리를 쥐어짜다니요. 우리가 상경 함락과 그 이후를 준비해준 공을 잊은 겁니까?”
“아니. 잊진 않았을 거다. 하니 우리에게 주기로 한 것 이상을 짜내기로 마음먹은 것이겠지. 우리가 이 나라의 방수가 되었으니 배신할 수 없다 여기고 기름을 짜려는 게야.”
“하오면 큰일이 아닙니까?”
왕고의 물음에 왕경이 수염을 매만졌다.
“큰일이지. 하지만 세상만사에 살길은 어디에나 있게 마련이다. 우리에게 돈을 요구한 놈은 양유 한 놈이다. 하니 그 반대편에 줄을 대면된다.”
“누구에게 말입니까? 양유는 천국의 2인자이자 명실상부한 최고 권력자입니다. 누가 있어 그의 반대에 선단 말입니까?”
“서익.”
젊고 혈기 가득한 반군의 신성은 상경 함락을 지휘하며 그 위상이 한껏 높아진 상태였다. 공식적으로 천국 서열 3위로 평가될 정도다.
“하지만 그는 북벌군을 이끌고 강북으로 올라간 사람입니다. 그런 그에게 줄을 대봐야 헛일이라 여겨집니다.”
“그냥 줄을 댄다면 그렇지. 하나 혼사를 청한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그를 우리 가족으로 만든다면 우리 일은 곧 그의 일이 된다. 서익이 상경에 없어도 그 이름값이 우리의 방패막이 되어준다 그 말이다.”
“이름을 방패로 쓴다. 묘수입니다. 문제는 서익이 불패의 입지를 다질 때만 그 이름이 진가를 발휘한다는 데 있습니다. 만에 하나 양유가 북벌군에 원조를 하지 않는다면.”
“그가 하지 않으면 우리가 하면 된다. 양유 같은 구렁이가 우리 돈을 우려내 세를 키우는 꼴을 보느니 서익을 내 사냥개로 삼아 키워주는 편이 낫다. 서익을 키우면 우리는 금력도 지키고 권력도 탐할 수 있다.”
왕경은 순식간에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발상을 해냈다. 상인으로 머무는 것에 비하면 확실히 위험한 길이지만 얻을 것은 분명 많다. 시류를 읽고 제국에서 천국으로 갈아탄 그다. 정략가로서 그가 보인 순간적인 판단에 왕고도 고개를 끄덕였다.
“다소 위험하지만 기회가 된다는 말씀, 이해했습니다.”
“물론 위험할 일은 없을 것이다. 북벌은 성공할 것이고 천국이 제국을 대체하면 서익은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권력을 누릴 거다. 그렇게 만들 것이니 두고 보거라.”
이미 상경을 조기에 함락되게 만들어 내전의 판세를 한 번 바꾼 그다. 북벌을 성공시킬 수 있을 거라는 그의 호언장담은 빈말이 아니었다.
그는 왕고의 어깨를 두드려 주고는 왕부 쪽을 향해 코웃음을 쳤다. 천천히 북쪽을 향해 움직이는 그의 뒤로 서늘한 바람이 불어왔다. 바람은 강주로부터 불어오고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