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호루스의 반지-179화 (179/425)

제179화. 철의 군대 (4)

정면에서 가해진 천국 군대의 대규모 공격에 상승군은 하마터면 상당한 피해를 낼 뻔했다. 적의 접근을 허용한 상태에서 근접전을 펴다 보니 전열 몇 줄로 상대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승도는 서둘러 중대 셋을 정면에 증강해 급한 불을 끄게 했다. 이렇게 해도 계속해서 적이 몰아붙이면 위험해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었다.

승도는 적의 공격력을 생각보다 낮게 평가했다가 꽤 큰 피해를 보게 되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남은 예비대까지 전부 정면에 투입하게 되었으니 적이 측면에 병력이라도 더 보내면 부대 전체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었다.

“대인. 이대로 가면 예기치 못한 위험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적이 측면에 병력이라도 보강하면 어찌 대응하려 하십니까?”

“그 부분은 나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 몇 시입니까?”

승도는 장교의 말에 가볍게 답하며 시간을 물었다. 심각한 상황임에도 태연하게 시간을 묻는 그 태도에 장교는 혀를 내두르며 주머니에서 시계를 꺼냈다.

“네 시가 조금 넘었습니다.”

“네 시라. 단련들이 격퇴되고 네 시간은 족히 흘렀군요.”

승도가 단련을 입에 올리자 장교는 한 번 시계에 눈을 주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 지난 것 같습니다.”

“걱정할 것 없습니다. 상황은 내 계획안에 들어 있습니다. 이 변수 역시 통제 가능한 영역의 것입니다.”

승도는 정면에서 가해진 적의 강력한 공격과 그에 따른 위험에 대해 통제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무수한 전쟁을 치러오며 이보다 더한 위기도 겪어본 그이니 그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승도는 망원경을 쥔 채 적의 동정을 살폈다. 정면에서 가해지는 공격은 당분간 버텨낼 수 있을 것이라 여겨졌다. 사상자가 꽤 나긴 했지만 중대 세 개를 추가로 투입한 만큼 방어선에 구멍이 나기엔 여유가 좀 있었다.

그는 측면 쪽으로 망원경을 돌렸다. 그쪽은 다소 위태로워 보였지만 초기에 투입한 중대 병력이 잘 버텨주고 있었다. 적이 더 많은 병력을 보낸다면 몰라도 아직은 괜찮아 보였다. 아직은.

승도는 늪지 너머로 시선을 옮겼다. 늪지 너머에는 아까 보지 못했던 깃발이 두어 개 더 서 있었다. 다른 장수들이 주복이 이끈 측면 공격을 보고 늪지 공격도 승산이 있다고 여긴 모양이었다.

저들까지 합류한다면 측면을 막기가 곤란했다. 승도는 빨리 측면에 돌릴 예비 전력을 어디서 마련해야 할지부터 고민했다.

가장 여유가 있는 쪽이 우익 방향이긴 했지만 그쪽도 정면 공격에 휘말려 고전하긴 마찬가지였다. 병력을 떼어낸다면 그곳도 금세 사정이 악화되는 것은 피할 수 없을 터였다.

‘일단 급한 불은 꺼야 한다. 단련이 올 때까지는.’

승도는 장교를 불러 우익에서 중대 병력 하나를 뽑아내 좌측 늪지 경계로 보낼 것을 명령했다.

“중대 병력을 우익에서 빼내신다고 하셨습니까? 하지만 그쪽은 지금 공격받고 있는 입장이 아닙니까?”

“괜찮습니다. 그 정도로 무너질 정도는 아닐 테니까요. 당장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좌측면에서 밀고 들어오는 적을 막는 일입니다.”

승도는 좌측면의 적에 우선순위를 두었다. 정면의 적에 주력을 할당하고 있다 보니 좌측 늪지 경계에 투입한 병력이 너무 적었다.

중대 하나로 좌측면 늪지를 지키기엔 전력이 너무 달렸다. 지금까지는 잘 버텼지만 적군이 늘어나면 그들도 한계에 도달할 수밖에 없었다.

장교가 승도의 명령을 막 전하기 위해 머리를 숙여 보이고 움직이려던 차였다.

둥. 둥. 둥.

적진 쪽에서 별안간 북소리가 크게 울렸다. 그와 동시에 적진이 크게 어수선해졌다. 그 기이한 변화에 승도가 망원경을 들어 적진을 다시 보았다. 한창 공격을 하고 있는 적을 제외한 뒤쪽의 적들이 무언가에 놀란 듯 황급히 뒤로 물러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늪지 쪽에서 막 공격을 감행하려던 적들도 깃발을 든 채 물러서고 있었다. 승도는 그것을 보고 자신의 노림수가 먹혔음을 직감했다.

‘단련의 허세가 먹혔구나.’

승도는 미소를 지으며 장교를 다시 불렀다.

“중대 병력을 차출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대신 다른 명령을 전하도록 하세요.”

“무슨 명령을 전하면 되겠습니까?”

승도는 자신만만한 어조로 말했다.

“고수들을 불러 진군의 북소리를 울리게 하세요. 그리고 힘이 나는 노래도 한 곡 불러주면 좋겠군요. 왕국 찬가도 좋습니다.”

“설마 총공격을 명령하려 하시는 것입니까?”

“적이 물러나려 할 때에 치명타를 가해야 합니다. 귀관도 알다시피 전투에서 가장 많은 전과를 올리는 순간은 바로 추격전 상황입니다.”

장교도 그것을 모르진 않았다. 전투에서 발생하는 사상자의 80% 이상은 추격전 상황에서 발생한다. 전과 확대를 포기한다면 몰라도 전과를 올리고 싶다면 물러나는 적을 그냥 방치해서는 안 되었다.

“하지만 적이 고의로 후퇴하여 우리를 꼬여낼 수도 있지 않습니까?”

장교는 제 나름의 우려를 전했다. 그러자 승도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그럴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적은 전형적인 오합지졸 군대입니다. 서역식으로 잘 만들어진 군대조차도 후퇴와 전진을 반복하면 군의 움직임이 엉키게 마련입니다. 저들이라면 말할 것도 없습니다. 저 큰 규모에 질적으로 열악한 자들이라면 그런 복잡한 움직임을 취하려 해도 군대가 그 의도를 제대로 수행하긴 어려울 겁니다.”

지휘관의 의도대로 움직여주는 군대는 그 자체로 강병이다. 대부분의 오합지졸 군대는 지휘관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그 명령을 수행할 역량을 갖고 있지 못했다. 승도는 바로 그 점을 지적했다.

“그럴 수도 있겠군요. 대인의 명을 전하겠습니다.”

장교가 예를 표하고 물러가자 승도는 다시 망원경을 들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적의 움직임은 더욱 구체화되어 있었다. 정면에서 공격 중이던 적들도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확실히 적은 대규모 제국 군대가 나타났다고 생각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상식적으로는 말이 되지 않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이런 것을 보면 천국 장수들의 자질은 썩 대단해 보이지 않았다.

‘전장에서 보이는 것만 가지고 판단을 하는 것은 오판을 부르게 마련이지. 전체의 그림을 그려놓고 그 안에서 판단을 해야 오판을 줄일 수 있는 법인데. 역시 적은 그림을 그릴 줄 모르는 자들이야.’

승도는 적 지휘관들의 역량을 가차 없이 평했다. 그의 적수가 될 자격이 있는 자는 역시 큰 그림을 그려 상승군을 전장에 초대한 천국 북벌군의 맹장 서익 하나밖에 없었다. 그조차도 승도의 역량에 비하면 크게 모자란 자였지만.

승도가 전장을 보며 감상에 잠긴 사이 상승군이 깃발을 높게 들고 총검을 쥔 채 물러가는 적을 쫓기 시작했다. 지금껏 움츠리고 있던 맹수가 이를 드러내며 거칠게 포효했다.

이 사나운 맹수를 막기에 천국 군대의 포진이 너무 나빴다. 측면에 나타난 적을 피하기 위해 급히 물러나느라 부대가 마구잡이로 뒤섞여 조직적인 전투를 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밀집된 데다 조직적인 전투가 불가능한 적. 이런 적은 잘 차려진 진수성찬이나 마찬가지였다.

“월비들을 죽이자!”

푸른 군복들이 총검을 들고 그들을 위해 차려진 만찬장으로 뛰어들었다. 그들의 앞에 차려진 화려한 만찬(?)들은 무섭게 쇄도하는 총검의 서늘한 빛을 보고 아우성을 치며 달아나려 애를 썼다. 서로 밟고 밟히며 허우적거리는 인의 물결 위로 푸른 물결이 들이박혔다.

***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 명령을 내리지.”

풍석은 갑갑한 마음에 뒷짐을 지고 제자리를 서성였다. 몇 번 인의 장막을 뚫고 나온 전령들이 왔지만 전황은 불분명했다.

적을 한참 밀어붙인다는 말도 있었고 적이 악착같이 버틴다는 말도 있었다. 보고가 정확하지 않으니 명을 내릴 수도 없었다.

자신이 직접 앞으로 나가 상황을 본다면 좋겠지만 인의 장막을 뚫고 나가는 것도 쉽지 않고 적의 총격도 염려되었다. 섣부르게 대군을 한 번에 투입한 것이 큰 실수였다.

“장군. 저길 보십시오.”

풍석이 수염을 쥐어뜯으며 다시금 조바심을 달래보려던 차에 누군가 그를 불렀다. 풍석은 그 말에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

풍석은 자신의 시야에 들어온 것을 보고 입을 딱 벌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앞으로 나아가려던 병사들이 이쪽을 향해 밀려오고 있었다. 풍석은 갑작스런 상황 변화에 눈을 비볐다가 다시 크게 떴다.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병사들은 분명 이쪽을 향해 도망쳐오고 있었다. 가장 비관적이었던 보고도 적을 향해 손실 많은 공격을 진행 중이라는 것이 고작이었는데, 느닷없이 전면 패주라니?

“도대체 무슨 일인지 알아보라 전하라. 당장.”

“예, 장군.”

그 옆에 남아 있던 자들이 급히 달려오는 병사들 쪽으로 뛰어갔다. 일부는 풍석을 지키기 위해 남아 있던 호위병들을 불러 주장을 호위할 준비를 했다.

‘설마, 오승도 이자가 우리 대군을 깨트렸단 말인가? 그건 말도 안 된다.’

풍석은 주먹을 꽉 쥐었다. 억센 호두도 깨트릴 수 있는 악력을 가진 그였지만 손에 쥐어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풍석은 침을 삼키며 부하들이 사정을 알아오기를 기다렸다. 마침내 병사 몇으로부터 사정을 듣고 온 부하가 달려와 고했다.

“적의 증원군이 도착해서 달려오고 있다 합니다. 그 수를 알 수 없는 대군이라고 합니다.”

“적의 증원군이라고?”

오승도가 군략에 뛰어난 괴물이라도 불가능하다. 그들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상승군 근방 백 리까지 적을 지원할 만한 세력은 거의 없었다. 있다 해도 소수의 단련이나 천국에 비협조적인 비적 떼 정도가 고작이다.

그런 무리들을 모아본다고 해도 천이나 되면 다행이다. 그 정도로 대군을 만든다는 것은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말이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실제로 그렇다고 합니다, 장군. 당장 피하셔야 합니다. 삼군 전체가 적에 함몰당하고 있습니다.”

풍석은 그 말에 정신이 아찔해지는 것을 느끼며 비틀거렸다.

“괜찮으십니까?”

급히 부하들이 달려와 그를 부축하였다.

“이건 속임수다. 적에게 그런 병력이 있을 리 없어.”

“속임수든 아니든 삼군이 무너지고 있는 것은 불변의 사실입니다. 우리 군의 사기는 완전히 꺾였습니다.”

“이렇게 질 수는 없다. 북을 치고 병사들을 바로 세워. 달아나는 자들은 목을 참하란 말이야.”

“장군.”

부하들은 풍석의 말에 고개를 숙일 뿐 그렇게 하겠다고 답하지 못했다. 삼군이 한 번에 무너진 상황에서 대응할 방법은 없었다. 사태를 수습할 예비 병력이 있었다면 사정이 조금 나았겠지만 전 병력을 투입한 시점에서 그들은 모든 패를 내보인 것과 마찬가지였다.

패를 보인 도박사는 상대가 내밀 패를 기다리며 결과에 승복하는 것밖에 도리가 없었다.

“이건 속임수다. 뻔히 눈에 보이는 허장성세에 속아 적에게 승리를 헌납하란 말인가?”

풍석은 부하에게 기댄 채 격한 언사를 쏟아냈다. 그 말이 그른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기에 그는 일류가 될 수 없었다. 전쟁은 실제 전력도 중요하지만 심리적인 요소도 크게 작용했다. 이 승부에서 자신들의 전력이 더 강하다고 인식시킨 순간, 상승군은 천국 군대보다 훨씬 거대한 전력을 가지게 되었다.

그것을 모르고 상대의 허장성세라고 부르짖는 건 아무 의미가 없었다.

“피하셔야 합니다. 우리는 이미 패했습니다.”

호위병의 장막에 둘러싸인 채 몸을 떨던 풍석은 그제야 주변을 보았다. 전의를 잃은 병사들이 그들을 지나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져 달아나고 있었다. 적의 실 전력이 이쪽보다 부족하다 해도 이 상황에서는 더는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정말 우리가 패한 것인가?”

풍석은 달아나는 병사들의 물결을 보고 힘없이 물었다. 부하들은 그런 장군을 보며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패했습니다. 그 애송이 놈에게 보기 좋게 당했습니다.”

“오승도 그놈에게 내가. 이 풍석이 졌다고?”

풍석은 입술을 꿈틀거리다 쥐고 있던 주먹을 폈다. 그도 병사들이 스쳐 지나간 순간 패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능력이 모자라긴 해도 칼 밥을 먹으며 전장의 경험을 가졌던 사내다. 그가 패배로 확정된 전장의 공기를 읽지 못할 턱이 없었다.

“빌어먹을.”

풍석은 나지막이 욕설을 내뱉으며 부하에게 기대고 있던 몸을 바로 세웠다. 패배를 직시한 순간에야 그는 상대의 역량을 똑바로 볼 수 있었다.

적장은 애송이도 아니고 일개 상인도 아니었다. 운으로 승리를 얻은 것은 더더욱 아니었고 공명심에 눈이 먼 자도 아니었다. 놈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계산하고 전투를 설계하여 상대를 손바닥 위에서 가지고 노는 괴물이었다.

여기까지 이른 모든 과정을 놈이 미리 계산하고 준비했다고 생각하니 손에 식은땀이 흘렀다. 이런 놈을 애송이라 부르며 쉽게 이길 수 있다 착각하고 전투에 임한 자신이 얼마나 멍청했는지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월비들의 목을 뽑아라!”

어느새 비명 소리 사이로 왁자지껄한 함성 소리가 섞여 들어왔다. 상승군이 내는 승리의 고함 소리다. 풍석은 그것을 듣고 재차 주먹을 꽉 쥐었다.

“적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빨리 몸을 피하셔야 합니다.”

부하들이 몸을 피할 것을 재차 권유했다. 그 말에 풍석은 그들을 쓸어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내 무능함으로 병사들을 죽음의 덫에 밀어 넣고 무슨 낯으로 몸을 피하란 건가?”

“하오나 장군께서 피하지 않으시면 살아남은 장졸들을 누가 지휘하여 살릴 수 있겠습니까?”

그 말에 풍석은 두 눈을 감았다. 장수의 책무는 죽는 것이 아니라 지휘하는 것이었다.

“오 대인의 명이다. 월비들을 하나도 남기지 말고 모두 주살하라.”

피 보라를 일으키며 다가오는 푸른 군복들의 모습이 선명해져 갔다. 누런 군복을 입은 단련들과 달리 기계적으로 총검을 내지르며 다가오는 푸른 군복들이 주는 압박감은 강렬했다.

“시간이 없습니다.”

풍석은 이를 악물고 다가오는 적으로부터 등을 돌렸다.

“장군께서 말에 오르신다. 서둘러라.”

풍석은 부하들이 급히 가져온 말에 올랐다. 그가 말에 오르자 부하들도 말에 올랐다. 적의 창칼에 쓰러지는 병사들을 뒤로하고 가려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모두가 그의 무능함이 빚어낸 희생이었다.

“저기 적장이 있다.”

상승군 중 몇몇이 풍석을 발견했는지 고함을 쳤다. 그들은 곧장 총검에서 날붙이를 제거하고 총탄을 쑤셔 넣었다. 익숙한 동작이라 사격 준비에 시간이 얼마 걸리지도 않았다.

풍석은 적병의 외침에 흘깃 뒤를 보다 그 손놀림을 보고 상대가 얼마나 강한지 비로소 깨달았다. 저들은 수에 연연할 필요가 없는 막강한 강병이었다.

강병에 하나부터 열까지 전투를 머릿속에 넣고 움직이는 전략가가 한 몸이 되어 움직이니 저들의 강함은 말할 필요조차 없었다.

‘내가 어리석었다.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이길 수 있는 것이 전쟁인데, 나는 적도 모르고 나 자신도 몰랐다. 상대도 경시하고 우리의 능력을 과대평가하였으니 지는 것이 당연하다.’

풍석이 상승군 병사의 장전을 보고 다시 한 번 자신의 실수를 뼈저리게 되새겼다.

“사격!”

상승군 병사들이 풍석을 향해 총탄을 쏘았다. 잘 조준된 사격이었지만 화망을 이룰 병사가 너무 부족했다. 몇 명의 탄환이 날아간 데다 표적은 말 위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거기에 유효 사거리라고 말하기에는 거리가 멀었다.

“괜찮으십니까?”

함께 말을 달리던 부하들이 묻자 풍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풍석 일행이 전장을 빠져나가는 동안에도 수천의 천국 병사들이 총검에 맞아 쓰러졌다. 승부는 결판나 있었지만 죽음의 여신이 제물을 받는 것은 지금부터였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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