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9화. 풍겸 (1)
상승군은 며칠간의 긴 후퇴 끝에 안전한 영역으로 접어들었다. 천국이 추격의 의지가 있다 해도 교전을 걸 수 없는 지역이라 이곳에서는 지휘관의 부담을 내려놓아도 좋았다. 그는 다소 푸근해진 마음으로 지휘권을 하비 대령에게 잠시 맡겼다.
승도는 부대의 통제를 하비에게 맡겨두고 인근 관아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아내를 찾았다. 그녀는 다소 초조한 얼굴로 관청의 뜰을 오가며 남편을 기다리고 있었다. 전쟁터에 나간 남편을 기다리는 아낙들의 심사가 그렇듯 그녀의 얼굴빛도 다소 좋지 않았다. 그녀는 백마를 탄 사내가 관청의 정문으로 모습을 드러내자 환한 웃음을 지으며 급히 그 앞으로 달려갔다.
신분이 낮지 않은 그녀였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런 것 따위 중요하지 않았다. 지체 높은 귀부인의 돌발 행동에 관의 사용인들이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서방님. 몸은 괜찮으신 것인가요?”
“염려해주신 덕분입니다.”
승도가 아내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 따뜻한 손길에 그녀는 그제야 안도감을 느꼈다. 남편이 아무리 전장에서 날아다니는 사람이라 해도 사람이 덧없이 죽어나가는 곳이 전쟁터였다. 그런 곳에 그를 보내고 편한 기분일 턱이 없었다.
“무사히 돌아오셔서 다행입니다.”
“약속했으니까요.”
“약속이요?”
아내가 묻자 승도는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지 않기로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그제야 그녀도 승도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았다.
“네.”
“그러니 염려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승도의 대답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남편의 손을 잡아끌었다.
“먼 길 오시느라 피곤하셨을 텐데 안으로 드세요.”
승도는 아내에게 끌려 관청으로 들어섰다. 그가 들어서자 관청에 있던 관리들이 허리를 굽히며 예를 표시했다. 지방에서 감히 얼굴을 마주칠 수도 없는 고관, 그것도 막강한 재력과 명성을 가진 실력자가 왕림했으니 그보다 더한 예가 나와도 어색하진 않았다.
현의 장관인 현령은 허리를 펴지도 않고 굽실거리며 승도의 앞에서 안내역을 자처했다. 승도는 그들의 대접을 받으며 몇 년 사이 달라진 자신의 위상을 절감했다.
“안으로 드시지요, 대인.”
“환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대인께서 이리 저희 현을 찾아주신 것이 광영이고 빛입지요.”
현령은 껄껄 웃으며 승도 내외를 관청 안으로 안내했다.
관청 안은 정갈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부유한 인상을 주었다. 새로 구운 푸른 기와들이 단장을 하고 늘어선 것이 그런 인상을 주었는지 몰랐다. 승도가 대청에 오르자 현령이 얼른 눈짓을 했다.
그러자 시비들이 따라와 승도 내외를 시중들었다. 어릴 적부터 부유한 생활을 해온 승도 내외는 이런 대접에 그리 어색하지 않게 대응했다. 겉옷을 벗어 맡기고 주변에서 따르기 좋도록 동선의 중앙만 취해 움직였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현령은 뒤를 따르며 한 가지 생각을 떠올렸다.
‘오승도가 강주 거상 집안 출신이라고 하더니 그 말이 아주 틀리진 않구나. 나이도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시중 받는 것에 아주 익숙해.’
현령은 웃음을 흘리며 승도 내외를 상을 차려둔 곳으로 들게 했다.
“차린 것은 그리 없지만 많이 드시지요.”
“감사합니다. 그럼.”
승도가 먼저 상석에 앉았다. 그 아내가 우측에 자리하고 그 주변을 따라 관청의 관료들이 앉았다. 평소라면 관청의 하급 벼슬아치들도 현령과 동석을 했겠지만 자리가 자리인 만큼 상에 앉을 수 있는 관리들은 모두 현의 고위직들뿐이었다.
승도는 몇 사람 앉지도 않은 상의 상다리가 휘어질 듯 푸짐한 것을 보았지만 개의치 않고 젓가락을 들었다. 이런 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음식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았겠지만 이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그리 불편하지 않게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이런 자리에서 상전들이 먹고 남은 음식은 사용인들에게 내려가 고스란히 소비되곤 했기 때문이다. 음식이 버려지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었다.
음식을 몇 점 먹고 술이 한 순배 돌자 관리들이 눈치를 보다 슬슬 입을 열었다. 승도에게 감히 말을 건넬 수는 없으니 자신들끼리 말을 한두 마디 나누며 이야기를 할 분위기를 만들려는 것이다.
“근래 월비들이 여러 번 패하여 이 근방으로 잔병들이 왔다 들었소이다.”
“예. 그 도적놈들이 무기를 들고 돌아다니니 지난 양이들과의 전쟁 이후 비적들이 들끓던 시절에 비할 만큼 시끄럽지요.”
“그래도 이렇게 오 대인께서 군을 몰고 이 근처까지 오셨으니 도적놈들도 오금이 저려 달아날 겁니다. 아니 그렇습니까, 현위?”
“옳으신 말씀입니다.”
관료들이 몇 마디 주고받으며 승도의 눈치를 보자 그는 잔을 내려놓고 그 말을 받아주었다.
“근방에 도적들이 있다고요?”
“아, 예. 대인.”
“월비들을 이 근방에서 깨트린 것은 상당히 오래전의 일일 것인데.”
“예. 말씀대로입니다.”
“도적들이 있다 해도 동쪽으로 달아나야 맞지 않습니까?”
“대인께서 그간 동쪽에 계시어 동으로 달아나지 못한 무리들 같습니다.”
규모가 작은 무리라면 산길 등을 통해 달아날 수 있지만 규모가 큰 무리는 그렇게 하기 어렵다. 관리들은 그 이야기를 했다. 승도는 산길을 이용해 쉬이 달아나기 어려울 정도로 도적 무리가 크다는 말에 조금 흥미를 가졌다.
“그 도적 무리가 월비의 잔당들이란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대인.”
“하면 그 도적 무리들의 수괴는 누굽니까?”
도적질을 하면 그 수괴는 반드시 있게 마련이고 그 두목의 이름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기세를 중요하게 여기는 시대에는 그 수장의 이름을 오히려 알리려 하는 풍조가 있었다.
“풍겸이라고 합니다.”
“풍겸?”
승도는 고개를 끄덕이려다 그 이름을 다시 떠올리고는 턱을 매만졌다.
‘의외의 장소에서 조우하게 되었군. 월비 장수 풍겸. 이런 곳에서 만나게 되리라곤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상경으로 돌아가지 못한 모양이야. 내겐 잘된 일이지만.’
그가 골똘히 무언가를 생각하자 현위가 물었다.
“아시는 이름입니까?”
“아는 이름입니다. 아니 모를 리가 없다고 해야겠지요.”
“누구인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여러 대인들께서도 들으시면 아실 자일 겁니다. 천하를 어지럽게 한 월비 오대 장수 중 하나인 자니까요.”
“월비 오대 장수라 하시면. 헉.”
현령이 그 말에 눈을 크게 떴다. 월비 오대 장수 중 하나인 자라면 지난번에 이 근방에서 크게 패했던 역적이었다.
“그자라면 도적 중에 도적. 그 목에 은자 만 냥은 걸린 대도적 아닙니까?”
“맞습니다. 아주 큰 역적이지요.”
“대인. 그런 역적을 그냥 두어선 안 됩니다.”
현의 관리들은 풍겸의 이름을 듣고 기겁했다. 천국 오대 장수 중 하나라면 그 이름만으로도 수천의 군마를 모을 힘이 있었다. 그런 자라면 승도가 가고 난 다음 세를 더 불려 현을 휩쓸지 말란 법이 없었다.
“대인. 저희 현에서 전심전력을 다해 돕겠습니다. 그 도적을 꼭 잡아 주셨으면 합니다.”
그들의 애원(?)에 승도가 젓가락으로 오이채 하나를 집어 입에 넣었다.
그가 오이를 씹는 동안 관료들은 그 입만 바라보았다.
“대인. 역적을 그냥 두어선 안 됩니다.”
그들의 말에 승도가 오이를 씹어 넘기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물론 그 도적을 그냥 둘 수는 없지요. 오늘 중으로 군대에 기별을 보내 도적을 잡도록 조처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대인.”
현의 관료들이 거듭 고개를 숙여 사의를 표하는 사이, 승도는 오이 조각을 다시 하나 집어 입에 넣었다.
승도는 풍겸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 사내는 수공을 당한 상태에서도 오합지졸의 군세를 추슬러 결사적인 반격을 꾀한 천국의 맹장이었다.
마치 지난날 그 휘하에서 저돌성 하나로 에우로페를 휩쓸었던 그의 충복 란을 떠올리게 하는 그 모습은 쉬이 잊히지 않았다.
‘이렇게 조우하게 된 것도 인연이니 그대가 내 손에 들어오게 될지 말지 시험해보는 것도 꽤 재미있는 일이 될 것 같군.’
승도는 입에 들어온 오이 조각을 잘근잘근 씹으며 의외의 장소에서 조우한 사내를 손에 넣고 싶다는 생각을 품었다.
***
남루한 옷차림을 한 백성들 사이로 사내가 느긋하게 말을 몰아갔다. 그 뒤를 따라 백여 명의 병사들이 열 개의 깃발을 들고 보란 듯이 위세를 과시했다. 깃발에는 제국 강남대영 토포사 오승도라고 쓰인 글귀가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대인의 뒤에 있는 자들이 유명한 상승군인가?”
백성들은 신기한 눈으로 승도의 행차를 구경하였다. 그들은 승도를 보다 그 뒤를 따르던 병사들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한데 저치들은 얼굴이 새카만 것이 기이하게 생겼네.”
“거 강주가 남쪽 땅이지 않나? 거기 친구들은 원래 피부가 까맣다고 하던데.”
“강주 사람들이라 그런지도 모르겠군.”
승도와 나란히 말을 몰아가던 현위가 백성들을 살피다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그는 백성들 사이에 풍겸의 첩자가 숨어 있을까 저어돼 떠들썩하게 움직이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대인. 아뢸 것이 하나 있습니다.”
“말씀하세요.”
“이렇게 떠들썩하게 대인의 행차를 알리면 도적 풍겸이 숨지 않겠습니까?”
그의 물음에 승도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데리고 온 군마가 크다면 숨었겠지요. 그렇지만 군마가 작은 것을 안다면 달아나는 대신 나를 공격하러 올 겁니다.”
현위는 그 말에 당황했다.
“하면 더 위험한 일이 아닙니까?”
“위험한 일입니다. 하나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는 말처럼 위험을 무릅써야 도적을 잡을 수 있는 법입니다. 열 포졸이 도적 하나를 잡지 못한다는 말처럼 도적 풍겸이 작심하고 달아나기를 마음먹으면 그를 잡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가 달아나기보다 덤벼들게 만드는 것이 상책입니다.”
“대인께서 몸을 상하시지 않을지 그것이 저어되어.”
“내 걱정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 도적을 잡을 준비가 되었기에 이리 움직이는 것이니.”
승도는 여유로운 얼굴을 보였다.
그가 거느리고 온 병졸 백이 평범한 자들이었다면 현위의 걱정은 타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데리고 온 병사들은 평범한 병졸들이 아니었다. 그가 데리고 온 자들은 천국의 주력을 한 식경도 걸리지 않아 도륙 낸 전장의 악마들이었다.
물론 대규모 전투와 소규모 전투에서 수적 격차가 주는 의미가 다르긴 했다. 잘 훈련된 일만이 오합지졸의 십만을 무너트리긴 쉬우나 잘 훈련된 무인 하나가 훈련받지 않은 사람 열을 쓰러트리기가 쉽지 않은 것이 그 예다.
‘근접 전투의 역량으로 본다면 용병을 따를 자들은 없다. 저 강력한 붉은 코트들도 거리를 허용한 상태에서는 순식간에 괴멸당할 정도로 강한 자들이니 이 친구들 백이면 열 배의 적이라 해도 어렵지 않게 감당할 거다.’
승도는 용병의 강력한 전투력을 첫 번째 패로 삼았다. 하지만 그가 믿는 것은 그들의 전투력만이 아니었다.
보여주기 위해 진행한 떠들썩한 입촌 행사가 끝나자 현위가 다시 조심스레 말을 붙였다.
“대인. 괜찮다고 말씀은 하셨지만 사람 일은 어찌 될지 모르는 법이 아니겠는지요?”
승도가 수긍하자 현위가 재빨리 말을 이었다.
“하니 만에 하나의 경우에 대비해 관에 가 관병을 모아두고 있겠습니다. 마님의 안전도 도모해야 하니 그편이 좋지 않겠습니까?”
말로는 만에 하나, 승도의 가족 안전을 운운하고 있긴 하지만 현위의 눈을 보니 승도의 말이 믿기지 않는다는 빛이 역력했다. 하긴 아무리 뛰어난 명장이라도 손에 쥐고 부릴 병사가 한 줌인 상태에서는 그 말에 신뢰가 가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승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쁘진 않겠지요. 그럼 잘 부탁합니다.”
“예, 대인. 믿고 맡겨 주십시오.”
현위는 예를 표하고 말 머리를 돌렸다. 승도는 그런 그의 뒷모습을 보며 가볍게 혀를 차고는 용병들을 불렀다.
수산은 지세가 험하고 골짜기가 깊어 예로부터 사람이 쉽게 드나들지 않는 곳이었다. 종종 약초를 캐기 위해 산중을 드나드는 약초꾼들이 발을 들여놓을 뿐이다. 그런 곳이다 보니 수산에서 인기척을 느끼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던 것이 근 한 달 전부터 조금 달라졌다. 한 무리의 패를 거느리고 온 사내 때문이었다. 사내의 이름은 풍겸. 천국에서 이름난 장수라 했다.
그는 오승도의 추격을 피해 이곳에 자리를 잡고 인근 촌락들에 사람을 보내 물자와 인원을 보충했다. 제국이 태평한 통치를 베풀었다면 이 같은 징발에 반감을 가질 사람은 많았을 터였다.
하나 제국이 인심을 잃다 보니 풍겸의 징발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은 관대했다. 그들은 제국에 대한 반감을 천국에 대한 지지로 표시했다. 덕분에 풍겸은 일백 남짓한 잔병을 단시간에 천에 달하는 세로 키워낼 수 있었다.
쏴아아.
거센 폭포 주위로 빗소리가 들렸다. 높디높은 절벽 위에서 쏟아진 물이 바람을 타고 비처럼 흩뿌려진 탓이다. 폭포의 가장자리에 앉아 시원한 소리를 듣고 있던 사내의 앞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사내는 감은 눈을 뜨지 않고 물었다.
“무슨 일인가?”
“예, 장군. 급히 드릴 말씀이 있어 찾아뵈었습니다.”
“뭔가 보고할 거라도 생긴 게로군.”
“그렇습니다.”
“잠시만 기다리게.”
사내는 꿈틀거리는 근육 위로 흰옷을 걸쳤다. 그가 옷을 입는 동안 남자는 몇 걸음 물러나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기다렸다.
사내는 의관을 정제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폭포 앞에서 걸어 나오자 남자는 비로소 기다림을 끝내고 말문을 열었다.
“말씀을 올려도 되겠습니까?”
“해보게.”
남자는 사내의 허락에 말을 이었다.
“아까 남촌에 나간 척후가 가지고 온 내용이온데, 오승도가 남촌에 나타났다고 합니다.”
“오승도가?”
사내는 오승도의 이름을 입에 올리다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쥐었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수만 장졸들을 어육으로 만든 그 괴물의 이름을 듣고 흥분하지 않는 게 이상했다.
“천경을 향해 진격하고 있어야 할 자가 어찌하여 이곳에.”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았다. 그 괴물이 패할 리는 없을 것이고, 그렇다고 군세를 뒤로 물려 특별한 이익을 취할 수도 없었다. 구태여 뒤로 물러난다 해도 그 공적만 상할 뿐이다.
“듣기로는 우리 천국을 크게 부수고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강주로 돌아가는 길이라 합니다.”
풍겸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썩 듣기 좋은 이야기는 아니군. 혹 그자가 거느리고 온 군대의 규모에 대한 이야기는 없던가?”
“남촌에 나간 척후의 말로는 그자의 호위 격으로 온 병사 백 정도가 고작이라 합니다. 나머지 군대는 수십 리 밖에서 따로 움직이고 있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당장 눈에 들어온 자들은 그들이 전부입니다.”
남자의 이야기에 풍겸이 수염을 매만졌다. 일백의 호위라면 많지 않은 수였다. 도모할 마음만 품는다면 한 번 건드려볼 만했다.
“정말 그 호위가 백밖에 안 된다면 이것은 천제께서 내려주신 기회군.”
풍겸은 씹어 내뱉듯 말했다.
천국 제일의 천적을 고작 천도 안 되는 병력으로 도모할 기회가 얼마나 있을까. 전장에서는 거의 없다 해도 좋은 희박한 기회였다.
“예. 소관도 좋은 기회라 생각합니다.”
“하면 산채에 들어가 연화에게 일러 병사들을 준비하라 이르게. 이번에야말로 그자를 도모하여 지난 패배를 씻고 형제들의 원한을 설욕할 것이니.”
“명을 받잡겠습니다.”
남자가 두 손을 모아 읍을 하고 먼저 걸음을 옮겨 가는 사이 풍겸은 주먹을 쥐었다 펴보였다. 이번에 오승도의 목을 벨 수만 있다면 풍씨의 명예가, 형제들의 한이 깨끗이 풀릴 것이다. 그는 이 기회를 놓칠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