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호루스의 반지-199화 (199/425)

제199화. 보복의 시작 (1)

이튿날 아침 해가 떠오르기가 무섭게 승도는 아문 행을 재촉하려 했다. 아문 법정에 고발장을 제출하고 아딘 상회에 호된 맛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아문으로 떠날 수 없었다.

예기치 못한 시간에 도착한 손님 때문이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오 대인.”

“그렇군요.”

이전과 다른 성숙한 음성. 조금은 차분하게 느껴지는 분위기를 가진 여성이 그 앞에서 치맛자락을 가볍게 잡아 보였다. 붉은 머리카락이 인상적인 미녀의 인사에 승도는 우선 자리를 권했다.

“일단 이쪽으로 앉으세요.”

“감사합니다.”

승도는 이른 시각에 장원을 찾은 손님에게 자리를 권했다. 서역에서 들여온 푹신한 소파는 보는 것만으로도 편안할 것 같았다. 여자는 치마를 손으로 잡고는 조신한 자세로 소파에 앉았다.

그녀가 자리에 앉자 승도는 시녀에게 차를 내어오라 이르고는 그 맞은편에 앉았다.

“이 년 이상 보지 못한 것 같은데 건강하신 것 같아 마음이 놓이는군요. 아니 아름다워지셨으니 더 좋아지셨다고 해야 할까요?”

승도는 오랜만에 본 메리에게 가벼운 농담을 던졌다.

“과찬이세요. 저야말로 크게 놀랐어요. 대인께서 그 짧은 시간 동안에 이렇게 제국 전역에 명성을 드날리고 계실 줄은 몰랐으니까요.”

그녀의 말에 승도는 미소로써 대답을 대신했다. 앳된 빛이 있던 처녀가 그 태를 벗어버리고 성숙한 꽃으로 거듭난 시간 동안 그 역시 변했다. 연합왕국에 맞서 나름 명성을 쌓던 변방의 영웅에서 제국 전역을 떨게 하는 태풍으로.

세월이란 놀라운 것이다. 상전벽해란 말처럼 많은 것이 달라지게 마련이다.

“현재에 가만히 안주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신대륙에서 한다고 한 일은 잘 되었습니까?”

승도의 물음에 메리는 대답 대신 손수건을 꺼내 코를 풀었다. 뭔가 결과가 좋지 않나 생각할 즈음 그녀가 웃으며 대답했다.

“잘 처리되었어요. 대인께 약속드린 것 이상으로.”

메리는 그간의 일을 하나씩 설명했다. 그녀는 신대륙에 도착하여 철도 산업에 지분을 투자하고 원주민들을 고용했다. 나름대로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일을 처리했기에 그 사업에 잡음은 거의 없었다.

메리는 철도 사업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동부 해안을 따라 건설된 제철소에도 자본을 투자하였다. 대부분의 자금을 철도에 투자한 그녀가 어떻게 제철소에 투자할 수 있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녀는 투자한 철도 자체를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렸다. 물론 건설을 진행 중인 철도라 투자한 돈에 비하면 푼돈에 불과한 것밖에 받지 못했지만 작은 돈은 아니었다.

그녀는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돈과 남은 돈을 합쳐 제철소의 지분 매입에 들어갔다. 시기도 알맞아 철강 수요가 증가하던 때라 제철소들은 그녀의 지분 투자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투자에 필요한 재원 획득을 위해서였다.

경영권을 획득하기에는 그녀가 가진 자금이 모자랐다. 그녀가 투자한 제철소의 규모 자체가 워낙 거대했기 때문이다. 행상으로부터 여분의 자금을 지원받기 전에는 제철소나 제련소 등을 통째로 삼키는 것은 무리였다.

하지만 그 정도로도 메리가 이윤을 남기기엔 충분했다. 세계적으로 철강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그녀가 투자한 제철소의 지분 가치가 급격히 상승한 덕이었다.

메리는 불과 이 년 동안 제철소 하나의 지분만으로도 은 오십만 냥에 달하는 막대한 이익을 올렸다. 지분 가치 상승에 따른 이익이었다.

메리는 그 지분을 매매하여 은행으로부터 대출한 돈을 모두 갚고 남은 오십만 냥을 운하 건설에 투자했다. 오십만 냥은 결코 작은 돈이 아니었다. 대륙 중부의 600km 구간을 독식할 정도로 대단한 돈이었다.

“철도와 운하. 두 가지에 모두 손을 뻗쳤다면 대륙 중부에서 서부에 이르는 교통망의 상당 부분은 메리 양의 손에 있단 거군요.”

“반 정도는요. 철도는 독점이고 운하는 건설 중인 제 것이 하나, 경쟁자의 것이 하나 있어요. 마차는 아직 손을 못 대고 있으니 딱 반이라고 봐도 좋아요.”

승도는 시녀가 가져온 차를 한 모금 마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이 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신대륙에서 이룬 성과는 눈부실 정도였다.

아름다운 대리인은 그 시간 동안 신대륙의 대동맥을 틀어쥐고 있었다. 승도 자신의 성장 못지않은, 아니 그보다 더한 성장을 보여주었다.

“철도 운영에서 이문은 나오고 있습니까?”

“생각만큼 큰 이문은 나지 않고 있어요. 특별한 화제가 나오지 않으면 단시간에 폭발적으로 성장하진 않을 거예요. 그렇다 해도 왕국 정부에서 수익을 보장해주고 있어서 절대 적자는 보진 않아요.”

메리는 당장 철도에서 이문이 크진 않다고 밝혔다. 승도도 당장 하루아침에 철도에서 큰 이익이 날 것이라고 기대하진 않고 있었다. 로망스의 설탕 산업만 해도 초기 투자에서는 거의 수익을 내지 못했었다. 그것이 로망스 굴지의 식민지 산업으로 자리 잡는 데에는 수십 년의 시간을 필요로 했다.

“서부에 금광이라도 크게 뚫린다면 철도도 이문이 크게 날 텐데 그게 좀 아쉽군요.”

“광산 개발 쪽은 광산업자들이 하나둘 진행하고 있어서 하나 정도는 터질지도 몰라요.”

“뭐. 그렇게 되면 좋겠지만 아니라도 나쁘진 않군요. 일단 전체적인 자산 가치는 얼마나 되나요?”

“은화로 이백만 냥이 좀 넘을 거예요. 완공된 철도의 가치도 있고 운하도 건설 중이긴 하지만 좋은 건설 구간을 차지해서 수익성이 좋을 거라고 기대되거든요.”

“두 배.”

승도는 그 정도의 수익률이 얼마나 대단한지 잘 알고 있었다. 연 평균 4할 이상의 수익을 내야 그만한 자산 가치를 가질 수 있었다. 동방에서 연 4할의 수익을 내는 사업이 있던가?

마진율이 가장 좋았던 행상의 일구 통상 시절 수출 이문이 연 2할이었다. 그나마 조정에 인사를 하고 여기저기 기름칠을 하면 실제 손에 쥐는 수익은 연 1할이 고작.

있다고 하면 이제 오승도가 시도하려는 동방 무역 정도다. 동방 삼각 무역은 그 위험성만큼이나 마진이 매우 높을 것이라 기대되었다.

하지만 그쪽은 아무래도 위험부담도 있고 일이 어떻게 풀릴지 아직 장담할 수 없는 미지의 사업이다. 하니 현재 오승도의 기업들과 대리인 중 가장 수익성이 좋은 것은 메리라 해도 틀리진 않았다.

승도가 그 결과를 곱씹자 메리는 그 앞에 놓인 찻잔을 들며 생긋 웃어보였다.

“나쁘지 않은 투자 결과였다고 생각하는데, 대인께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훌륭합니다.”

승도는 한 사람의 상인으로서 그 투자 결과에 만족했다. 행상이 할 수 있는 수익을 두 배나 상회했으니 결과만 놓고 봐도 그녀의 유능함은 인정해줄 만했다.

“투자 결과가 좋다고 인정해 주신다면 양행에서 좀 더 투자를 해주실 수 있을까요? 은 이백만 냥 정도.”

그녀의 물음에 승도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메리의 수익성은 인정해줄 수 있었다. 여유 자본만 충분하다면 더 투자를 해주어서 나쁠 것은 없다. 무엇보다 그녀에게 투자한 자산은 연합왕국과 전쟁을 벌이지 않는 한은 오씨 최후의 보루가 되어줄 안전 자산이 될 공산이 컸다.

하지만 문제는 행상에게 그만한 여력이 없다는 점이었다. 그의 대담한 동방 무역 계획과 새로운 군비 강화 계획이 잡아먹는 예산은 천문학적이었다.

메리가 투자받는 즉시 이익을 토해내지 않는 이상 그녀에게 그 정도의 거금을 투자하는 것은 무리였다.

승도는 셈을 마치고 고개를 저었다.

“그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대인께서도 제 수익률을 인정하신 것이 아니셨나요?”

“물론 인정합니다. 하지만 사정이 좋질 않습니다.”

“대인께선 천하제일 거부이시잖아요.”

“하지만 저는 왕립 은행처럼 돈을 찍어낼 수 있는 입장이 아닙니다.”

승도는 왕립 은행을 입에 올렸다. 왕립 은행은 연합왕국의 중앙은행으로 화폐 발행과 관련된 특권을 가진 세계 최강의 금융 기관이었다. 그들은 돈을 찍어내지 않아도 천 톤이 넘는 귀금속을 가지고 있어 행상이 비교할 수 없는 자금력을 동원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백만 냥. 그 정도까지는 어떻게 각출할 수 있습니다. 양행에서.”

“백만 냥이요?”

“그 이상은 어렵습니다.”

승도의 대답에 메리는 찻잔을 매만졌다. 승도에게 투자에 관한 중간보고도 하고, 추가 투자금도 얻어가려 생각했던 그녀로서는 아쉬운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 정도의 돈도 다른 곳에선 감히 기대하기 어려운 엄청난 거금이었다.

메리는 찻잔을 내려놓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백만 냥이라도 부탁드려요.”

“좋습니다. 백지어음은 나중에 내어드리겠습니다. 먼 길 오셨는데 너무 오래 붙잡아둔 것 같군요. 좀 쉬시겠습니까?”

승도의 물음에 메리는 ‘아’ 하는 소리를 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조금 피곤한 듯도 싶었다.

승도는 손뼉을 쳐 시녀들을 불러다 메리를 접객실로 모셔가도록 했다.

***

승도는 메리의 접대를 은비에게 맡기고 늦은 점심 무렵에 아문을 향해 출발했다.

출발이 늦은 만큼 아문 도착도 늦어 밤이 어둑해지고서야 일행은 아문 경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거리상으로는 얼마 되지 않는 거리였지만 마차가 그리 빠른 교통수단이 아닌 탓이 컸다.

마차가 검문소에 도착하자 국경을 지키는 붉은 코트들이 다가와 신분증을 요구했다. 승도의 눈짓을 받은 건문이 마차에서 내려 신분 패를 보이자 붉은 코트들은 그것을 보고 잠시 멈칫했다.

“강주 관리사?”

“오승도란 말인가?”

아문에 사는 연합왕국 사람치고 오승도의 이름을 모르는 자는 없었다. 아무리 동방인들을 우습게 아는 자들이라도 대륙을 떨게 하는 거물까지 우습게 볼 수는 없었다.

그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는 신분 패를 돌려주었다.

“확인은 끝났습니다.”

“그럼 통과해도 되는 것입니까?”

건문이 묻자 붉은 코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통과해도 좋습니다.”

건문은 붉은 코트들을 뒤로하고 마차로 돌아왔다. 그가 마차로 돌아오는 것을 보고 있던 승도가 물었다.

“왕국 친구들이 별말은 않던가요?”

“대인의 신분 패를 보고 그냥 통과라고 했습니다.”

승도는 그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천하의 연합왕국이라 해도 안마당이나 다름없는 곳에서 그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마차는 이내 다시 바퀴소리와 함께 움직였다. 아문 검문소를 지나자 훤한 도시의 정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리 멀지 않은 과거만 해도 한적한 어촌이었던 곳이 유망한 도시로 변신한, 상전벽해의 산 증거가 그들의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마차의 옆으로 등을 들고 움직이는 야경꾼들이 보였다. 그들은 길을 따라 걸린 등을 교체하는데 신경을 쓰고 있었다. 마차의 창밖으로 도시의 야경을 지켜보던 승도는 갑자기 창으로 날아든 벌레가 코로 뛰어든 바람에 잠시 심한 재채기를 했다.

그가 겨우 뜻밖의 공격으로 인한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즈음 마차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연합왕국 아문 총독부 건물이었다.

아문에 여관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승도의 지위와 위상을 생각하면 그런 곳에 머무는 것은 무리였다. 총독도 상당히 불편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어 승도는 총독부로 왔다.

승도가 총독부의 정문을 통과하고 몇 분이 지나 기별이 들어갔는지 별관 건물 앞으로 말쑥한 인상의 총독부 관료들과 붉은 코트 몇이 그를 맞이하기 위해 나왔다.

“안녕하십니까. 오 대인.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제국의 영웅을 만나 뵈어 몹시 기쁘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승도는 그들과 악수를 나누고 관리들의 안내를 받아 총독부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총독부의 복도는 수십 점의 초상화로 장식되어 있었는데, 지금까지 재임한 국왕들과 아문 총독, 그리고 왕국 전쟁 영웅들의 것이었다.

승도는 그들을 따라 걷다 낯익은 얼굴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추었다. 그가 걸음을 멈추자 안내하던 관리들도 걸음을 늦추었다.

그들은 승도가 바라보는 그림을 보고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 그분을 아십니까? 우리 연합왕국의 자랑 피트 수상 각하이십니다.”

피트. 그 이름에 승도는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그는 승도의 오랜 숙적이었다. 로망스 황제의 적으로 연합왕국을 진두지휘하며 최후까지 사투를 벌인 강철 같은 수상. 그 얼굴을 이곳에서 보니 아주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름은 들어본 것 같습니다. 유명한 분입니까?”

승도가 묻자 관리들은 신이 나서 입을 열었다.

“물론입니다. 에우로페를 어지럽힌 로망스 황제를 무릎 꿇린 왕국의 상징이지요. 수상 각하가 돌아가시던 날, 국왕 폐하께서 친히 그 저택을 방문하시고 그것도 모자라 국장에 직접 참가해 장례 미사를 낭독하셨을 정도입니다.”

“대단한 분이군요.”

승도는 세계 최강국의 역사에 존경받는 거물로 자리한 숙적에 대한 감상을 던졌다.

초상화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나눈 후, 승도 일행은 총독부 별관의 귀빈실로 안내되었다. 일행은 귀빈실에 여장을 풀고 서기관이 주재하는 저녁 만찬에 초대되었다.

식탁에 차려진 정찬은 훌륭했다. 음식은 깔끔하고 흠이 없었으며 식기와 시중을 드는 하녀들의 식사 시중도 훌륭했다. 다만 익숙한 사람에게만 훌륭했을 뿐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식사를 하는 내내 건문은 익숙하지 않은 스푼과 나이프에 고역을 치렀고, 익숙하지 않은 하녀들의 식사 시중에 다시 한 번 곤욕스러웠다.

서기관은 느긋하게 나이프를 놀리다 승도에게 말을 걸었다.

“대인께서 뜻밖에 이웃인 우리 아문을 이리 방문해 주셔서 조금 놀랐습니다. 특별한 일도 없는데 방문해 주시니 연유를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서기관이 슬슬 용무를 물어오자 승도도 손에 쥔 나이프의 움직임을 멈추었다.

“재판 때문입니다.”

재판이라면 서기관도 짐작이 가는 것이 있었다. 동방 무역 회사의 군함이 아문에 돌아와 떠든 말이 있었다.

“재판이라. 혹 왕국 인이 양행에 대해 범죄를 저지른 것이 있습니까?”

아문에서 연합왕국 인의 처벌은 왕국 법정만 내릴 수 있었다. 서기관은 승도가 정말 아딘 상회 건으로 재판을 청하러 온 것인지 확인할 겸 물음을 던져보았다.

“귀국의 아딘 상회가 우리 강주 양행의 배에 사략 행위를 저질렀습니다.”

“아딘 상회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들으신 것 없습니까?”

승도가 묻자 서기관은 모른다는 표정을 지었다. 알면서도 모른다고 대답하는 것이 정치의 기본이다. 승도 역시 상대가 보고받았음을 알면서도 그것을 추궁하지는 않았다.

“들은 것은 없습니다. 대인께 처음 듣는 이야기입니다.”

서기관이 구태여 모른다고 표현하는 것은 시간을 벌기 위함이었다. 재판에 앞서 ‘자세한 사건 전말의 조사’라든지 하는 명목으로. 순전히 정치적인 판단인 셈이다.

“그렇습니까?”

“일단은 저희도 조사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사략 행위를 저질렀다면 이는 우리 왕국의 법률로도 중대 범죄에 해당되니까요.”

“중대 범죄에 해당된다면 처벌은 어떻게 됩니까?”

“죄가 확인된다면 교수형이 집행될 겁니다. 그 책임자들은.”

서기관은 단호하게 입장을 밝혔다.

“그 말씀을 믿겠습니다. 조사와 별개로 고발장을 귀국 법원에 제출해도 되겠습니까?”

“그건 대인의 자유이십니다. 뜻대로 하시지요.”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미리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말씀하시지요.”

“우리 강주는 이번 사안을 상당히 심각하게 보고 아딘 상회를 적으로 규정하였습니다. 그에 따른 제재를 귀국 법원과 별개로 진행할 예정이니 귀측의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혹시나 강주가 귀국을 적대시한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하면 곤란하기에 미리 언질을 드리는 것입니다.”

승도는 제재에 대한 내용을 서기관 앞에서 내뱉었다. 이 말은 당신네들의 제재와 상관없이 아딘 상회를 죽이고 말겠다는 선전포고나 마찬가지였다.

서기관은 애써 평정을 가장했지만 그의 손은 가볍게 떨렸다. 승도는 그런 상대의 반응을 보고는 다시 나이프에 힘을 주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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