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호루스의 반지-200화 (200/425)

제200화. 보복의 시작 (2)

아문에서의 재판은 다소 더디게 진행되었다. 사건에 관계된 관계자들의 면면이 대단했기 때문이다. 제국의 거물 오승도와 아편 무역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 아딘 상회가 그 당사자이다 보니 사법 당국도 사건 처리에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대충 조사해서 재판을 진행할 수도 없었고 시간을 끌 수도 없었다. 오승도가 평범한 상인이었다면 일을 쉽게 처리했겠지만 그는 평범한 상인이 아니었다. 그 자체로 국가 권력을 대행하는 관료인 동시에 경제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거물이다.

아문 당국으로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다.

아문 당국이 재판 관련 조사에 박차를 가하는 동안 승도는 동방 무역 회사의 주선으로 아딘 상회의 대표 제임스 회주와 빅토리아 호텔에서 접견을 가졌다.

빅토리아 호텔은 연합왕국이 아문에 처음으로 세운 고급 숙박 시설로 아문을 방문하는 경제인들이 자주 이용하는 장소였다. 승도는 수행원들과 함께 호텔로 들어와 붉은 코트들의 안내를 받았다.

호텔 자체가 워낙 요인들만 이용하는 곳이라 그 경비를 왕립 육군이 맡고 있었다. 승도는 붉은 코트들을 따라 호텔 삼층에 마련된 접견실로 안내되었다. 그는 그곳에서 감히 도발을 해온 건방진 서역 상인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승도가 본 제임스 회주는 사십 대 중반에 머리가 벗겨진 평범한 중년 사내였다. 후덕한 볼 살에 두툼한 목을 보면 인덕이 많고 부드러운 일면을 가진 것 같다고 생각하게 했다. 하지만 승도는 그의 눈빛을 보고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읽었다.

제임스의 눈은 마치 뱀처럼 차갑고 냉혹한 기운을 머금고 있었다. 상대에게 일말의 자비도 베풀지 않는, 전장에서 승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바로 그 눈빛을 갖고 있었다.

“이쪽이 아딘 상회의 제임스 회주이십니다.”

“만나서 반갑단 소리는 못 하겠군요. 양행의 오승도입니다.”

“이거 뭔가 오해를 산 것 같습니다. 아딘 상회의 제임스입니다.”

동방 무역 회사 대반의 소개에 승도는 날이 선 반응을 보였다. 그는 악수 대신 소파에 가 앉았다. 그 비타협적인 태도에 회사 대반은 뭐 아무래도 좋다는 표정을 지으며 제임스 회주에게 자리를 권했다.

동방 무역 회사의 입장에서 보자면 윈스턴 상회 대신 아딘 상회가 낀 것 자체는 상당히 골치 아픈 일이긴 했다. 그들이 없다면 회사의 아편 처분 자체가 귀찮아지기 때문이다.

“동방 무역 회사 쪽에서 만남을 주선하지 않았다면 제임스 씨를 만나보는 것은 법정이 처음이었을 테지요. 구태여 이 자리에서 화기애애하게 인사를 나눌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시다면 일 쪽으로 이야기를 나누시지요.”

제임스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승도는 그 느물거리는 얼굴을 보며 손에 깍지를 꼈다.

“좋습니다. 아문에서 우리는 아딘 상회의 사략 행위에 대한 처벌을 요구할 예정입니다. 하지 않았다고 발뺌할 생각은 마시기 바랍니다. 그 건에 대한 우리 측의 고발을 취하하고 싶다면 적절한 수준의 배상을 요구하는 바입니다.”

“배상이라. 우리가 사략 행위를 했다는 증거가 있습니까?”

“여기 있습니다.”

승도가 눈짓을 하자 건문이 들고 있던 일지를 그 앞에 내놓았다. 회주는 그것을 보고 턱을 가볍게 문질렀다. 증거가 있다면 완전히 발뺌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렇다면 방법은 도마뱀 꼬리 자르기다.

“정말 우리 측의 일지가 맞는 것 같군요. 일이 그렇다면 아마 우리 고용 선장과 선원이 개인적인 탐심으로 일을 크게 벌인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는 아편을 취급하는 사람들이라 돈 욕심이 아주 많습니다. 일부 일탈이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지요.”

제임스는 죽은 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재판에서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 기본. 아딘 상회까지 연관되었다는 것을 미리 끊고 들어갈 수 있음을 언급한 것이다.

“일부 일탈. 요즘은 고용 선장이 회사의 방침도 마음대로 어길 수 있습니까?”

그런 경우가 없다 할 수는 없지만 동방에 들어온 서역 선박들은 거의 대부분 선주와 회사의 명령에 복종하였다. 연합왕국이라는 강력한 정치 집단이 해상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종종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해상에서 해적들이 왜 나타나겠습니까?”

제임스는 승도의 말을 가벼이 넘겼다. 그 대답에 승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일개 상인 따위가 그 앞에 도전을 하고, 그것도 모자라 발뺌을 한다. 왕공제후들조차 그 앞에서 숨도 쉬지 못한 때가 있었는데. 인생이란 이래서 재미있는지 몰랐다.

“그렇다면 아딘 상회에서는 우리 측에 배상할 의지가 없다고 봐도 좋겠습니까?”

“유감스럽게도 그렇습니다. 책임이 없는 일까지 책임을 질 수는 없으니까요.”

그의 대답에 승도는 깍지 낀 손을 풀었다.

“좋습니다. 그럼 시시비비는 법정에서 가리기로 하지요.”

“오해가 풀리지 않아 유감으로 생각합니다.”

제임스의 태연한 대꾸에 승도는 소파에서 일어섰다.

동방 무역 회사의 대반은 화해 주선이 사실상 끝났다는 것을 알고 수염을 매만졌다. 승도는 자리에서 일어선 채 제임스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무엇을 기억하란 말씀이신지.”

“왕국이 회주의 편을 들어 법정에서 무죄 판결을 이끌어낸다 해도 아딘 상회가 무사하지 못할 거란 사실을 말입니다.”

“그건 무슨 뜻입니까?”

“지켜보면 알게 될 겁니다. 당신이 건드린 곳이 어디인지, 그곳의 주인이 누구인지 몸으로 실감하게 될 테니까요.”

승도가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자 그 뒤를 따라 수행원들이 따라붙었다. 동방 무역 회사의 대반이 입맛을 다시다 제임스에게 물었다.

“강주 양행과 진정으로 화해를 할 생각은 없습니까?”

“화해라니요. 그렇게 하면 오승도가 요구하는 배상액을 내놓으란 소리가 아닙니까? 그게 적은 돈이면 생각해 보겠지만 한두 푼이 아닙니다.”

제임스도 오승도와 각을 세우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사략 행위에 대한 배상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돈을 내놓아야 했다.

사략 행위로 인해 상한 사람의 치료비와 목숨 값만 해도 일단 만만치 않다. 이 경우에는 부르는 것이 값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서역인들도 끼어 있어 그 배상비는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괘씸죄’와 ‘도의적인 배상비용’을 합치면 그 값은 아딘 상회의 일 년 치 수입을 상회할 정도로 커진다.

돈이 있다 해도 내놓을 수 없거니와 그럴 돈도 없었다.

“하지만 강주 쪽에서 작심하고 싸움을 걸어오면 아딘 상회의 입장이 어려울 겁니다.”

동방 무역 회사는 강주의 힘을 잘 알고 있었다. 오승도가 마음만 먹는다면 아딘 상회의 목을 죌 패가 많다는 것도 짐작하고 있었다. 제임스 회주도 그것을 걱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여기서 물러날 수는 없었다.

“오승도가 거물이라는 것은 우리도 잘 알고 있습니다. 거기에 대해서는 나름의 준비를 할 생각입니다.”

제임스 역시 손을 아주 놓고 있지는 않았다. 윈스턴 상회와의 회동에서 오승도가 가할 제재에 대비한 비상 인력 운영에 대한 협조도 약속받았고 재정적 지원도 보장받았다.

거기에 상회 차원에서 나름대로 천국 쪽에도 선을 댈 준비를 해두었으니 오승도가 걸어올 싸움에 대해 패가 없는 상태는 아니었다.

“뭐 회주께서 생각이 있으시니 그리 결정은 하셨겠지만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우리 회사는 아편 처분에 차질이 생기면 다른 상인들과 손을 잡을 겁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수십 년의 의리보다도 한 푼의 이익이 더 중요한 것이 비정한 상인의 세계다. 동방 무역 회사 대반의 말에 섭섭해 하기에는 제임스 자신부터가 냉혹한 악어의 생리를 가진 인간이었다.

“그럼 이번 일이 잘 처리되길 기원하겠습니다. 이 사안에 대한 회사 차원의 중재는 여기까지만 진행하겠습니다. 아무래도 우리 쪽에서는 오승도와의 관계도 무시할 수 없으니까요.”

“그러실 거라 생각했습니다. 살펴 가시지요.”

대반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고용인이 건네준 모자를 받아들고 방을 나섰다. 이번 사건에 관련된 자들이 모두 자리를 비우자 홀로 남겨진 제임스는 소파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

오승도가 전면전을 선언한 후 대륙 남부에는 미묘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강남 대영의 사령관 명의로 내려진 아편 단속령이 그것이었다. 그들은 해안과 항구를 통해 들어오는 아편 자체는 단속하지 않았지만 아편굴과 매음굴 등을 중심으로 유통되는 아편에 대해서는 무자비한 철퇴를 휘둘렀다.

“단 한 상자의 아편도 유통되어선 안 됩니다. 서역 상인들이 가져오는 것은 막을 수 없어도 유통 단계에서 중개업자들을 손보면 유통은 막을 수 있습니다.”

승도의 단호한 지시에 따라 관료들은 곳곳에서 단속에 들어갔다. 부정부패로 찌든 관료들이었지만 일단 윗선의 강경한 의지가 확인되자 ‘제대로’ 일을 했다. 그들은 단속 사흘 만에 아편 유통업자의 상당수를 검거하고 시중에 유통될 예정이던 아편 오천 상자를 몰수하였다.

이 같은 조처 때문에 시중의 아편 가격이 자그마치 10배나 폭등했다. 값이 올랐다는 것은 공급이 줄고 단속으로 인한 위험부담도 올라갔다는 반증이다.

당연히 이 같은 조처는 아딘 상회의 목을 조르기에 충분했다. 값이 오른 것은 어디까지나 중간 도매 단계의 것이므로 시중 가격이 오른 것과 아딘 상회의 이익은 전혀 일치하지 않았다. 위험부담을 짊어진 중개 상인들에게 공급 가격을 높여 받으면 그마저도 팔지 않으려 할 테니 올릴 수도 없었다.

판매량은 줄고 가격은 높일 수 없으니 그 자체로 엄청난 손해가 누적될 수밖에 없었다.

“현재까지 누적된 피해액은 은 십만 냥이 넘습니다. 매달 이천 상자를 처분해야 하는데 이번 달에 오백 상자를 팔기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쉬운 대로 자금력이 부족한 상인들에게 매각하면 판매량은 맞출 수 있겠지만 가격 손해가 만만치 않을 겁니다.”

아딘 상회 중역 회의 분위기는 썩 좋지 않았다. 오승도의 제재 조치는 예상하고 있었지만 상상 이상으로 타격이 컸다. 강남 상계 및 관계에 대한 오승도의 영향력이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막강했던 것이다.

수면 위로 드러난 그의 역량은 빙산의 일각이었다. 만만디로 일컬어지는 동방인들을 이토록 빠르게 움직여 목을 조여 올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편 매매도 문제지만 호패 단속도 심각한 수준입니다. 아주 대놓고 우리를 죽이겠다는 뜻이 명확하게 보입니다.”

“호패 단속이라면.”

“우리 상회에서 일하는 동방인 일꾼들의 신분증을 확인해 이곳이 거주지가 아닌 자들은 강제로 고향으로 돌려보내는 조처를 취하고 있습니다.”

“손발을 잘라놓겠단 얘기군.”

제임스는 수염을 매만졌다. 거친 상인으로 동방 무역에 종사하며 숱한 난관을 넘겨온 그였지만 이렇게 전방위 압력을 가해온 적수는 난생처음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목이 졸려 상회가 도산할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양행 측에 화의를 다시 시도해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이대로 싸우면 피해가 너무 큽니다.”

“그 액수가 너무 크지 않나? 가당치도 않은 액수야.”

제임스는 선을 딱 그었다.

“하지만 이대로 가면 상회의 사정이 좋질 않습니다. 동방 무역 회사 쪽도 은근히 거리를 두는 것이 오승도의 압력을 받은 모양입니다. 이런 상대를 어떻게 상대하겠습니까? 회주님.”

“그 돈을 물어주어도 우리 상회는 망해. 그걸 모르나?”

제임스는 버럭 짜증을 냈다.

아딘 상회가 막대한 자본을 축적한 것은 사실이지만 강주가 요구하는 배상금을 일시에 현금으로 내놓을 능력은 없었다. 그만한 돈을 내놓았다간 당장 상회의 운영에 큰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었다.

상회가 비틀거리면 그 자리를 노리는 경쟁자들이 그냥 있을 리가 없다. 이때다 싶어 그 목을 물어뜯을 것이다.

동방 무역에는 언제나 기존 주자들이 비틀거리기를 기다리는 승냥이들이 많이 있었다.

중역들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모두가 심각한 표정으로 탁자 위에 놓인 아편 매출 거래 내역을 보고 있는데 회의실의 문이 열렸다.

제임스는 날카로운 눈으로 문 쪽을 쏘아보았다.

“회의 중에는 아무도 들지 말라고 하지 않았나?”

“천국에서 사람이 도착했습니다.”

얼마 전 약속을 잡은 천국 사람들이 배편으로 도착한 모양이었다.

제임스는 중역들의 얼굴을 돌아보았다. 그러자 그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회주님. 그 사람을 먼저 만나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일단 나가들 보게.”

중역들이 인사를 하고 방을 나서자 서역식 양복을 입은 동방인 한 사람이 들어왔다. 체격이 크고 키가 큰 사내이다 보니 서역의 복장도 그에게는 잘 어울렸다.

“어서 오시지요. 아딘 상회의 제임스입니다.”

“천국의 양유입니다.”

양유가 손을 내밀자 제임스가 그 손을 잡았다. 둘은 악수를 나누고 자리에 앉았다. 먼저 용건을 꺼낸 것은 방문자인 양유였다.

“제가 대인을 이리 찾아뵌 것은 일전에 우리 천국에 아편 거래를 제안하신 건 때문입니다.”

“아, 그런 제안을 했었지요.”

제임스는 윈스턴 상회의 회장과 만나 이야기를 나눈 후 혹시나 있을지 모를 오승도의 행동에 대비해 천국 쪽에 아편 판매 가능성을 타진해 보았었다. 그에 대한 반응은 상당한 시일 후에나 이루어질 줄 알았는데 입질은 그의 생각보다 훨씬 빨리 왔다.

“그 건에 대해 우리 천국에서 심사숙고한 결정을 통보 드리려고 이렇게 찾아뵈었습니다.”

“긍정적인 이야기입니까?”

“물론입니다. 대신 조건이 하나 있는데 들어보시겠습니까?”

양유의 물음에 제임스가 양복 자락을 털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씀해 보시지요.”

“그 조건이란 총과 대포의 조달입니다.”

“총과 대포?”

제임스 회주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

총과 대포라면 군수물자다. 종합 무역 상사에 가까운 성격을 가진 아딘 상회가 취급하지 못할 품목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을 천국에 공급한다면 당연히 제국 측으로부터 좋은 시선을 받기 어렵다.

“그것만 조달해 주신다면 우리 천국의 영역 안에서 아편을 파는 것을 묵인해 드리겠습니다. 좋은 조건 아닙니까?”

승도에게 목이 졸린 아딘 상회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좋은 이야기다. 그렇지만 덥석 받아들기에는 독이 든 사과라는 게 분명했다.

‘오승도의 제재를 피하려면 천국의 협조가 필요하다. 그 협조를 받아도 피해를 다 만회할 수 없는 판에 이들과 협력하지 않는다면 상회는 정말 궁지에 몰릴 수 있다. 하지만 제국의 눈이 문제다.’

제임스는 두툼한 입술을 깨물었다.

“고민하실 문제는 아니지 않습니까? 이곳 아문까지 오면서 들은 바로는 아딘 상회의 입장이 상당히 곤란하다고 하던데요.”

양유는 제임스가 그런 사치를 부릴 입장이 아니라는 것을 입에 담았다.

“천국이 아문에 눈과 귀가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천하에 형제들이 널리 퍼져 있는데 이곳 아문이라고 예외일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답은 어찌 주시렵니까?”

양유는 다시 물었다. 제임스는 눈앞의 사내가 그리 오랫동안 대답을 기다릴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아딘 상회가 아니더라도 거래를 할 상인들은 얼마든지 있으니 부려볼 수 있는 독촉인 것이다.

‘생각해보면 제국은 오승도가 관직에 몸을 담고 있는 곳이다. 이미 오승도로부터 제재를 받는 입장이니 제국으로부터 불편한 시선을 받는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겠지. 적어도 천국이 망하기 전까지 이 거래는 무조건 이익이다.’

오승도와 화해를 하든, 무얼 하든 생각할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이야기였다. 제임스는 생각 끝에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대인의 제안을 받아들이지요. 총과 대포를 구해서 드리겠습니다. 대신 약속은 지켜주셔야 합니다.”

“물론입니다. 우리 천국은 약속을 지킬 겁니다.”

양유가 웃으며 손을 내밀자, 제임스는 그 손을 잡았다. 오승도의 두 적이 서로의 이익을 위해 손을 잡는 순간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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