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호루스의 반지-203화 (203/425)

제203화. 소리장도 (1)

아문에는 유명한 클럽이 하나 있다. 클럽 리브가 바로 그곳이다. 클럽은 연합왕국의 상류층이 세인의 시선을 피해 은밀한 모임을 가지는 곳으로, 로망스에서 유행한 살롱과 유사한 부분이 많았다.

밀실에서 중요한 문제를 조용히 논의한다는 점도 그랬지만 여자들의 치마가 그 문제들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도 그랬다. 물론 클럽 리브는 본국에서 수만 리 떨어진 아문에 위치한 탓에 여성의 영향력은 다소 배제되어 있었다.

여자 자체를 보기 어려우니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덕분에 리브의 넓은 홀 안에 모여 담소를 나누는 자들은 모두 남성들이었다.

테이블에는 모두 여섯 명의 신사들이 앉아 있었는데, 그 면면은 다음과 같았다.

클럽의 주인이자 동방 무역의 큰손인 리브 남작, 윈스턴 상회의 회장인 윈스턴, 아딘 상회의 회주 제임스, 아문 치안감 스미스 등이 이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이었다.

“하하하. 일이 잘 마무리되는 것을 축하드립니다. 제임스 회주.”

다부진 체격에 호박색 눈을 가진 신사 윈스턴 회장의 덕담에 둔중한 체형을 가진 남자가 웃으며 그 말에 답했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이게 다 회장님께서 신경을 써 주신 덕분이 아니겠습니까?”

제임스는 윈스턴을 향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공범자인 윈스턴이 지원해준 자금 덕분에 아딘 상회는 아문 총독부를 상대로 로비를 했다. 그 돈은 효험이 있었다.

왕국 정부는 자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 아딘 상회를 지키기 위해 적극적인 자세로 돌아섰다.

마침 강주에서 사고까지 터져 왕국이 개입할 구실까지 만들어 주었으니 일석이조였다. 제임스 회주로서는 일이 이렇게 잘 풀릴 수도 없었다.

“오승도, 그 천한 동방 놈 때문에 제임스 회주가 고생이 많았어요. 우리 대 연합왕국의 시민이 언제부터 그런 동방 것들의 눈치를 보았다고 발을 빼는지. 그깟 놈들 배를 털었다고 해 문제될 것이 어디 있답니까?”

리브 남작의 이야기에 치안감 스미스가 맞장구를 쳤다. 사교계에 드나들기에 애매한 신분인 치안감으로서는 이렇게 리브가 ‘높으신 양반’들의 자리에 불러주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라 그 비위를 맞출 수밖에 없었다.

“각하의 말씀대로 그 천한 동방 놈이 기고만장해서 아주 이 아문에 대고 협박을 하는데 서기관부터 총독까지 새가슴이 돼서 그 이야기를 들어주는 게 아주 꼴불견이었습니다. 대 연합왕국과 존엄하신 여왕 폐하께서 천한 동방 것들의 머리 위에 있다는 것은 지난 전쟁으로 이미 확인한 일인데 뭐가 그리 무섭다고 눈치를 보는 것인지 모를 일입니다.”

“스미스 치안감 같은 분이 서기관 자리에 앉아야 그런 무례한 것이 큰 소리를 치는 걸 막을 텐데 말입니다.”

사람들은 그 말을 하고 껄껄 웃었다. 그들은 승도를 비웃었지만 그가 ‘천한 동방 것’으로 분류될 정도로 만만하지 않다는 것은 그 자신들부터 잘 알고 있었다.

거대한 제국을 한 손에 쥐고 흔드는 군사, 경제, 정치 권력자를 지나가는 개똥 정도로 치부한다면 그건 도리어 그렇게 생각하는 자들의 머리가 비었다는 뜻이다.

리브는 손을 들어 사람들의 웃음소리를 멈추게 한 후 말을 이었다.

“그 천한 동방 놈이 물러서긴 했지만 이번 일을 보면서 놈들이 우리 연합왕국 시민들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실로 불쾌하기 그지없는 일입니다.”

“맞습니다. 들리는 말로는 그자가 군사력을 더 증강한다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그놈이 군대를 더 기른단 말입니까?”

“그렇다고 합니다. 동방 무역 회사에 대포도 백 문이나 주문했고 신형 후장식 소총도 대량으로 사들인다고 하더군요.”

그 말은 가볍지 않았다. 대포 백 문만 해도 무지막지한 군비 증강인데 후장식 소총까지 사들인다는 것은 이 아문의 군사력을 상대할 만큼 강해진다는 의미를 가졌다. 후장식 소총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에우로페에서 벌어졌던 의회 전쟁 등에서 일부 보인 바 있었다.

“우습게 볼 일은 아니군요.”

“당연히 우스운 일은 아닙니다. 오승도란 작자는 우리 왕국도 두려워하지 않는 위험한 자입니다. 제 이익이 위험하다고 왕국 시민을 상대로 싸움을 거는 자이니 눈에 보이는 것이 있겠습니까? 이런 자가 군비를 늘리는 것을 동방 무역 회사가 돕고 있다니 정말 개탄스런 일입니다.”

윈스턴 회장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편 전쟁 이래 동방의 사람들은 서역인들 앞에서 고개를 조아리기에 바빴다. 요구를 하면 그것을 듣기에 바빴고, 서역인이 이익을 앞세우면 그에 토를 달지 못했다. 그것이 그들이 누려왔던 영광된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 새로운 질서에 반기를 들고 나선 자가 있었으니, 바로 강주 관리사 오승도였다. 그는 제 이익을 건드렸다고 판단되자 무자비하고 우악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습격을 한 배를 나포하고 그 선원들을 다 죽인 것도 모자라 그 배후를 파헤치더니, 아딘 상회를 아주 죽이려고 들었다.

작심하고 아문 법정에 재판을 건 것도 모자라 각종 경제 제재를 때렸다. 연합왕국의 눈치를 본다면 감히 이렇게 막 나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실력이 있고 왕국의 입장을 제어할 자신이 있기에 가능한 짓이었다.

“이자가 더 강해진다면 아주 기고만장해지겠군요.”

승도의 군사력이 강해진다면. 사람들은 그 생각을 했다. 지금도 막강한 군사력을 가진 오승도가 후장식 소총과 대포를 가지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거기에 그의 가공할 군사적 재능을 합치면 장차 대륙의 패권을 노릴 수 있을지도 몰랐다. 연합왕국의 관료들이 일부 예측한 가능성 중에는 천국과 제국의 항쟁 과정에서 실력을 축적한 오승도가 막강한 군벌로 성장해 제국 정계를 좌지우지하는 경우의 수도 있었다.

그를 뒷받침할 군사력만 있다면 그럴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

오승도가 그렇게까지 자라난다면 그다음에도 연합왕국의 눈치를 볼까?

그럴 가능성은 적었다. 강주라는 작은 지방 단위 하나만으로도 연합왕국을 상대로 적절한 선을 그어가며 대담한 행동을 보여 온 자다.

그런 자가 제국을 한 손에 쥐고도 연합왕국에 고개를 숙일 가능성은 낮았다.

“그가 그렇게 크는 것은 우리의 국익에 맞지 않습니다. 물론 우리 이익에도 말입니다.”

승도가 커지면 동방 무역에 대한 투자도 폭발적으로 커진다. 그것은 막강한 경쟁자의 등장을 의미했다. 윈스턴 상회가 두 손 두 발을 들어 막아야 할 일이다.

아딘 상회 역시 그것은 마찬가지다. 승도가 마음만 먹으면 그가 장악한 지역에서 무얼 할 수 있는지는 지난 경제 제재로 뼈저리게 맛보았다. 이자가 세를 키운다는 것은 아딘 상회의 목줄을 그 손에 쥐여 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건 안 될 말이다.

“맞습니다. 그러니 그자의 성장을 막아야 합니다.”

“성장을 막다니. 어떻게 하잔 겁니까?”

제임스가 물음을 던졌다. 그러자 윈스턴이 두툼한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리며 말했다.

“그의 기반은 어디까지나 강주지요. 그곳을 흔들면 놈의 성장을 막을 수 있을 겁니다.”

윈스턴의 말에 리브 남작이 손을 가볍게 모았다.

“성장을 막는다. 하지만 강주를 흔든다는 것은 이곳 아문도 전란에 휘말릴 수 있는 일입니다.”

아문에 기반을 둔 리브 남작으로서는 그건 별로 동의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였다.

승도를 견제하여 뻣뻣한 동방 것들의 자존심을 꺾어두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그보다 우선하는 것은 역시 이익이었다.

“그리 큰 소요를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단순한 일만 하면 됩니다.”

“단순한 일이라면?”

“오승도, 그놈에게 원한을 가진 천국 친구들을 강주로 들여보내 주는 겁니다. 그거면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윈스턴의 말에 제임스의 눈이 묘한 빛을 머금었다. 은밀한 이야기를 들은 나머지 연합왕국 신사들도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 정도라면 앉아서 위험한 동방 것도 제어하고 제 이익도 지킬 수 있었다. 그들은 오래도록 테이블 위에서 음모를 나누었다.

***

천국은 오승도와의 대결에서 거의 궁지에 몰려 있었다. 그가 변덕을 부려 물러나지만 않았다면 거기서 새로운 낙원을 건설해 보겠다던 그들의 원대한 야망은 끝나고 말았을 것이다.

다행히 괴수 오승도가 물러나 구원을 받았지만 누적된 피해는 결코 작다 할 수 없었다.

엄청난 사상자와 주도권의 상실, 지배 영역의 축소. 하나같이 대륙의 패권을 노리던 천국으로서는 뼈아픈 타격이었다.

제국의 예리한 창끝은 물러났지만 잃어버린 것을 되찾는 일은 요원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천국이 적개심을 불태울 만했다.

그러던 차에 아딘 상회의 제의가 들어왔다. 아문에 은신하고 있던 천국의 실력자 양유는 그 제안을 곧바로 천경에 보냈다. 천국 지도자들은 그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들이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것은 단순한 적개심 때문만은 아니었다. 현실적으로 오승도가 상승군을 이끌고 재침하면 천국의 존망을 장담할 수 없었다.

그를 제거하면 뚜렷한 실력자가 없는 강주가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고, 천국은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해서 손해 볼 것이 없는 장사인 셈이다. 천국 수뇌들은 손익 계산을 마치고 아딘 상회에 협조하기로 했다. 물론 공짜는 아니었다.

그들의 제안에 응해주는 만큼 대포와 총을 좀 더 싼 가격에 공급받기로 했다.

여러 모로 천국과 아딘 상회 양자에 이익이 되는 거래였다. 오승도만 죽일 수 있다면.

화창한 햇살이 강주항 앞 넘실거리는 푸른 강물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었다. 그 눈부신 조명을 받으며 작은 돛단배 한 척이 커다란 서역 범선을 향해 다가갔다.

범선 위에 있던 서역인들은 작은 배의 접근을 알아채고 얼른 줄사다리를 내렸다. 곧 돛단배는 배의 측면에 가 닿더니 한 무리의 사람들을 올려 보냈다.

서역 범선으로 올라간 자들은 하나같이 신의 관복을 입고 있었다. 그들은 수출입을 감독하는 해관의 관료들이었다.

관료들은 세상이 바뀌어 서역인들이 신을 군홧발로 유린하고 있음에도 아직 그 콧대만큼은 드높았다.

그 오만한 태도가 우습긴 했지만 비웃을 수는 없었다. 서역인 선장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대인. 감독 각하께서는 평안하시지요?”

대인이라 불린 관료는 몹시 비대한 체격에 메기수염을 가진 전형적인 탐관의 상을 가진 자였다.

아문 해관에 근무하는 자들치고 탐관 아닌 자가 드물다지만 이 마전충이라는 자는 그 외견부터 그런 인상을 주고 있었다. 천성적으로 탐관이 되기 위해 태어난 자였다.

“물론. 이번에는 유황을 팔러 왔다 들었소.”

그는 아는 내용을 입에 올렸다. 그 옆에 따라온 관료가 통관 절차를 밟기 위해 제출한 서류를 들고 있음에도 물은 것은 또 귀찮은 소리를 늘어놓기 위함이었다.

행상이 서역인과의 거래에 필요한 모든 통관 절차를 보증하고 책임지며, 거래의 안전성까지 담보해주던 공행 무역(전쟁 이전의 일구 통상 시절을 말함) 당시에는 이런 자들의 얼굴을 보며 되지도 않은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행상의 특권이 취소된 관계로 그들은 이런 제반 문제에 관여하지 않았다.

통관 수속에 필요한 보증이며 기타 까다로운 절차 하나까지 모두 서역인들이 감당해야 했다.

“동영에서 약재로 쓰려고 실어온 것입니다.”

“그건 나도 잘 알고 있소. 흠, 서류를 보니 배의 자 척이 좀 큰데. 세율이 높아지는 건 다들 알고 있소?”

“잘 알고 있습니다.”

“절차상 배에 대한 조사도 좀 해야 할 거요.”

관료는 느긋하게 말했다. 이런저런 절차를 밟고 까다로운 규정에 맞게 통관세를 내면 상인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일들이 귀찮은 서역 상인들은 알면서도 ‘급행료’를 내고 일을 처리하려 했다.

아문 해관이 전통적으로 뇌물을 받아온 방식이었다. 강요하지 않고도 뇌물을 받는 탐관의 품격이 있는 수법이라 하겠다.

“대인, 공사가 다망하신 분께서 뭘 그런 일을 다 신경 쓰려 하십니까?”

“그래도 나랏일은 꼼꼼하게 챙겨야지. 아니 그렇소?”

소가 웃을 이야기다. 탐관들이 나랏일을 꼼꼼히 챙겼다면 신이 부정부패의 천국이 되진 않았을 터이다. 하지만 선장은 그 말에 토를 달진 않았다.

“열심히 일하시면 대인께서 과로를 하시게 되고, 그리되면 그만큼 나라에 누를 끼치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하니 이 돈을 가지고 기루에 가셔서 좀 쉬다 오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다 대인께서 신의 나랏일을 잘 보살펴 주십사 하는 작은 정성이니 오해는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선장은 품에서 시계 하나를 꺼내 얼른 마전충의 주머니에 그것을 찔러주었다.

보통 관리를 하러 나온 관료들은 패물 하나를 챙겨야 거드름을 피우며 절차를 밟아주곤 했는데 이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관리는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거 이런 성의를 받아서 될는지 모르겠는데.”

“염려는 놓으시지요. 받으셔도 됩니다.”

“이만들 내려가자.”

관료가 손짓을 하자 병사들이 우르르 뱃전 쪽으로 움직였다. 검은 관복을 펄럭이며 움직이는 관료의 뒤로 선장이 다시 목소리를 살짝 냈다.

“대인.”

“더 할 이야기라도?”

혹 더 찔러줄 것이 있나 해서 관리의 탐욕스런 눈이 번뜩였다. 그 반응에 선장이 얼른 말을 이었다.

“한두 주 후 정도에 우리 상회의 배가 한 척 더 들어올 예정이온데, 그때 대인께서 검문을 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다른 분들은 이야기가 잘 안 통하는 분들이 계셔서.”

“순번을 정해서 하는 일이라 쉽지 않은 이야기요.”

그가 입맛을 다시며 대답하자 선장이 부연 설명을 붙였다.

“그렇다면 저희가 더 성의를 표시하도록 하겠습니다. 대인께서 순번을 바꾸시더라도 다른 분들이 섭섭하지 않으실 정도로.”

관리의 눈동자가 잠시 움직였다. 이렇게까지 이야기하면 해관의 감독을 받아서는 안 될 물건이 있다는 뜻이다. 아편 전쟁 이후로 앵속이 합법화되었으니 가져오지 못할 물건이라면 화약과 무기 정도다.

하지만 화약과 무기를 가져올 수 없다는 것은 명목상의 이야기다. 관에서만 화약과 무기를 다룬다는 원칙이 지켜졌다면 천국이 대란을 일으켰을 가능성은 없었다.

흔적도 없이 가지고 들어오는 정도라면 문제될 것이 있겠는가?

적당한 액수만 더 호주머니에 들어온다면 눈감아줄 수 있었다.

오승도 휘하의 강주 관료들과 달리 해관 관료들은 부정부패의 사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들은 몇 푼의 돈만 더 얻을 수 있다면 나라도 얼마든지 팔아먹을 준비가 된 사람들이었다.

그들에게 책임감을 요구한다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먹지 말라는 말과 같았다.

“성의만 충분하다면 가능할 것도 같은데. 얼마나?”

관료가 뜸을 들이며 묻자 선장이 손을 폈다. 손가락 하나를 들어보이자 관료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천 냥?”

“만 냥입니다, 대인. 괜찮으십니까?”

그 이야기에 관료의 메기수염이 움찔했다. 탐관들이 배를 통관시켜 주고 받는 뇌물이 평균 은 오백 냥이다. 강주가 성세를 누릴 적에는 하루에도 열 척 이상의 배를 보고 다녔으니 그 수입은 결코 적지 않았다(감독이라면 모든 배를 볼 수 있으나 그 휘하 관료들은 그렇게 볼 수는 없다).

그만한 수입이라면 선단을 탈탈 털어야 얻을 수 있는 수익이다. 관료는 목울대로 침이 넘어가는 것을 느꼈다. 거절할 이유가 없는 제안이었다.

“그 정도 성의라면 나쁘진 않은 것 같긴 한데.”

“별도로 선물도 드릴 것이니 적다 생각하실 것은 없습니다.”

“험.”

탐관은 지나치게 탐심을 부린 것 같단 생각이 들자 헛기침을 했다. 그도 사람인데 부끄러움(?)은 있었다. 뇌물을 받아도 적당히 받아야지, 지나치게 받아먹으면 뒷세계에서 평판(?)이 나빠진다.

“하면 이야기가 잘된 걸로 알아도 되겠습니까?”

선장의 물음에 관료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신경 써 주겠소.”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대인.”

마전충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곧 관료와 그 수행원들이 뱃전을 넘어 줄사다리를 타고 내려갔다. 그들이 탄 배가 멀어지는 것을 본 사내가 선장에게 다가왔다.

“이야기는 잘된 것 같은데 일이 잘 풀리겠습니까?”

“잘 될 겁니다. 저자는 뇌물은 밝혀도 이야기는 잘 통하는 잡니다. 먹은 만큼은 해주는 자이니 염려할 것 없습니다. 회주님 지시대로 일은 잘 처리될 겁니다.”

선장은 날카로운 눈으로 멀어져 가는 동방 관료의 뒷모습을 좇았다. 저들이 이번 일에 협력해주는 이상 다음 번 선편을 타고 올 천국의 무리들은 별문제 없이 강주로 들어올 수 있을 것이다.

육지로 넘어온다면 상승군의 눈을 피할 수 없겠지만 강주의 심장부인 항구를 통해 들어온다면 이야기가 달랐다. 딱 오십 명. 오승도의 목을 치기 위해서라면 그 정도 숫자로 충분했다.

그들의 손을 빌려 오승도의 목을 치면 아딘 상회가 걱정할 일은 더는 없었다.

‘부패한 자들이 문을 열어주고 제 집단의 이익에 눈이 먼 자들이 칼을 휘두른다. 오승도, 네놈이 대륙의 영웅이라고 하더라도 네 동족들이 만든 빈틈에서 날아오는 비수를 피해낼 수 있을까?’

선장은 피식 웃으며 동방 관료로부터 몸을 돌렸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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