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4화. 소리장도 (2)
포병 훈련을 참관하고 돌아온 승도는 동방 무역 회사의 대반과 만남을 가졌다. 그들이 만난 장소는 강주 행상의 원찰로 쓰이는 보덕사라는 절이었다.
보덕사는 강주에서 수리나 떨어진 산중에 있는 사찰로 이 근방에서는 가장 큰 절이었다.
규모도 크고 행상의 시주를 받아 가진 문화재도 많다 보니 강주에 머무는 서역인들도 종종 이 보덕사에 와서 관광을 즐기곤 했다.
대반 역시 이곳에서 며칠 요양 겸 사찰 구경을 하고 있어 승도가 절로 올라오기로 했던 것이다.
“산중에서 뵈니 운치가 있고 좋군요.”
시원한 절간에 앉아 바람을 쐬던 브라운 경의 인사말에 승도는 의외라는 인상을 받았다. 합리주의와 속도를 중시하는 서역인들에게 동방의 사찰은 뭔가 어울리지 않는 이질감을 주기 때문이었다.
승도는 처음 원찰을 방문했을 때 이질적인 느낌을 받았었다. 그렇게 느껴야 보통일 서역인들에게 산중에서 운치가 있다는 말을 듣다니. 정말 뜻밖의 말이라 승도는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그 말을 받았다.
“사찰이 마음에 드셨나 봅니다.”
“아주 시원하고 좋더군요. 복잡한 생각이며 말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어서 마음에 드는 곳이었습니다. 둘러볼 것도 많고.”
“그러시다면 아주 푹 쉬다 가시는 것은 어떠십니까?”
“그렇게 하기엔 일이 많지 않습니까? 대인과 처리해야 할 일도 있고.”
그의 말에 승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군함 건은 생각해 보셨습니까?”
승도가 방문 전에 약속을 잡으며 미리 언질을 주었던 터라 브라운 경은 그에 대해 생각해볼 시간이 있었다. 대반은 잠시 두툼한 손가락으로 턱을 매만지다 답했다.
“요즘 해군성에서 군함들을 다수 퇴역시키고 있어 군함을 마련해 드리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문제는 정치적인 성격의 것이라고 할까요.”
“정치적인 성격의 것이라면.”
승도가 말끝을 잡고 묻자 대반이 입맛을 다셨다.
“대인이 너무 성장해서 부담스럽다는 말이 우리 아문의 경제계에 조금씩 돌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아딘 상회와의 충돌 건으로 말이 많지 않습니까?”
“그 이야기는 영사 각하와 논의를 끝냈습니다. 갈등을 적절한 수준에서 봉합하기로.”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이야기가 또 다르지요.”
회사의 입장에서 볼 때 정치적 부담만 없다면 이익이 나는 거래를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이윤은 남길수록 좋았다. 그것이 주식회사의 속성이었다.
“하면 코르벳함으로 한 척 주문하고 싶습니다.”
“코르벳을 말입니까? 배가 작아서 별로 도움이 안 되실 텐데요.”
“그보다 큰 배는 구입을 해도 운용하기가 버겁습니다. 값도 비싸고 말입니다.”
승도는 대형 함정을 운용할 정도의 인력을 갖고 있지 않았다. 상선을 운용하며 짬짬이 굴릴 수 있는 수준의 코르벳 한두 척이 그가 획득할 수 있는 최대한이었다.
“그럴 수도 있겠군요. 그래도 대인이 원하신다면 프리깃함 정도는 알아봐 드릴 수 있습니다.”
“프리깃함이라.”
대반의 이야기에 승도는 입맛을 다셨다. 코르벳은 군함치고는 너무 작은 배였다. 운용의 편의성을 위해 구매를 고려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원양 작전에는 그보다 큰 배가 필요했다. 코르벳은 본질적으로 연안 전투함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프리깃은 대양에서의 통상 파괴 등의 용도로 건조된 군함으로 원양 무역을 염두에 둔 승도에게 알맞은 면이 있었다.
그 전투력 또한 코르벳함 수척에 달할 정도로 강력하여 장기적으로 선단을 늘려갈 생각이라면 몇 척 장만할 필요가 있는 배이기도 했다.
단점이라면 코르벳과 비교할 수 없이 비싸고 운용 요원도 곱절이나 들어간다는 정도다.
“요즘은 해군성에서 신형 함정들을 대량으로 건조하면서 기존 함정들을 축소하고 있습니다. 해서 매물이 많이 나와 있는 편입니다. 이런 시기가 아니면 대형 군함의 매입도 쉬운 일은 아니지요.”
시대는 바야흐로 산업 혁명의 중반을 달려가는 때. 해상에서도 동력 혁명의 여파가 진전되어 범선에서 증기선으로 그 중심이 급속하게 옮겨가고 있었다. 그 추세에 발을 맞추어 해군의 주력 전투함 역시 기존의 전열함에서 새로운 시대를 대표할 장갑함으로 넘어가는 중이었다.
시대의 변화가 그렇다 보니 해군 역시 막대한 예산 요구량을 감당하기 위해 기존 함정들을 계속해서 처분하고 있었다.
브라운 경의 말처럼 대형 전투함을 구하기에는 지금이 가장 좋은 시기였다.
“프리깃함의 시세가 싸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요즘 시세가 얼마나 됩니까?”
“해군성에서 함정을 대량으로 처분하기 시작한 반 년 전부터 싼 것은 은 만 냥까지 내려가 있습니다. 거의 거저인 셈입니다.”
그 말에 승도도 조금은 솔깃해졌다. 만 냥이면 그냥 목재 가격이나 나올까 싶은 값이었다. 생각해보면 무리도 아니다. 물을 먹은 목재이니 분해해서 목재상에 가져다 팔아도 제값을 받기 힘들다.
“만 냥이면.”
그 정도면 돈은 문제가 아니었다. 운용할 인력이 문제가 되는지가 문제였다.
“대인께서도 미래를 생각하시면 사 두시는 것도 나쁘진 않으실 겁니다. 동영의 영주들만 해도 우리와 로망스 해군이 퇴역시키는 군함들을 대량으로 사들이기 위해 의뢰서를 넣고 있으니까요.”
“동영 영주들도 군함에 관심이 많습니까?”
그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섬나라 사람들이니 해양에 관심이 많을 거란 짐작은 했지만 그들이 해군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어보는 것이었다. 강주와 동영 간의 거래가 적다 보니 단편적으로 들어오는 소문만으로는 군비 증강과 같은 민감한 이야기를 쉽게 듣기 어려웠다.
“그렇습니다. 그곳 영주들은 서역 무기를 사들이는데 정말 많은 돈을 씁니다. 대인처럼 총과 대포도 사들이지만 이렇게 군함도 대량으로 사들이고 있습니다. 한 번 우리에게 덴 적이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지요.”
대반은 사정을 설명했다.
연합왕국과 동영은 몇 년 전 한 번 충돌한 적이 있었다. 당시 공격을 받은 하마 요새는 왕국 해군의 압도적인 포격 앞에 처참한 피해를 보았다. 왕국 해군은 피탄 세 발의 피해를 보았을 뿐 사망자는 전혀 내지 않았다.
반면, 조마 번은 자그마치 육백 명의 사망자를 냈는데 이 사건을 계기로 동영의 영주들은 서역과 자신들의 실력 차를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그리하여 은연중에 그들이 따라야 할 롤모델을 신에서 서역으로 확고히 바꾸고 서역의 문물을 도입하는 데 더욱 힘을 쏟았다. 무지막지한 위력을 보여준 서역 군함의 도입에 열을 올린 것은 물론이다.
연합왕국은 이들의 호전성을 염려하여 그 요구에 냉담한 반응을 보여 왔지만 돈이 필요해지면서 생각을 바꾸었다.
대반의 이야기를 들은 승도는 입맛을 다셨다.
듣고 보니 코르벳함으로 충분하겠다고 생각했던 그의 생각은 다소 수정할 필요가 있었다. 상인들과 경쟁을 염두에 둔다면 그 수준에 머물러도 괜찮지만, 동영 영주들이 이토록 빠르게 군비를 늘리고 있다면 이야기는 전혀 달랐다. 그 역시 이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해군력을 늘릴 필요가 있었다.
한 번 해군력에서 밀리면 어떤 꼴이 되는지 지난 생에 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똑똑히 배운 바 있었다. 더구나 지금 그가 이끄는 강주는 로망스와 달리 해상에 생명을 걸고 있는 무역 도시였다. 연합왕국이라면 몰라도 동영 영주들에까지 머리를 숙이면 살아남을 길이 없었다.
승도는 셈을 마치고 입을 열었다.
“말씀을 듣고 보니 코르벳보다는 큰 배를 사는 것이 좋겠군요. 프리깃함을 몇 척 주문해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승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다소 무리하더라도 숙련되지 않은 강주인들을 대거 바다로 내보낼 준비를 해야 했다.
승도가 대반과 악수를 나누고 거래를 성사시킨 이날, 신은 최초의 근대식 서역 함대, 남양 함대의 초석을 놓게 되었다.
***
클레망소 대령은 오승도의 해운 사업을 책임진 실무 책임자였다. 그는 로망스로부터 들어올 배와 선원을 합쳐 선단을 구축하고 동방 무역을 차근차근 밟을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승도가 언질을 준 코르벳함의 운용 건도 포함해서.
계획대로만 된다면 강주는 십 년 안에 약 만 명의 선원과 육칠십 척의 선박을 자산으로 가지게 될 것이다. 그 정도만 해도 무역에서 강주의 지분을 지키기에 충분한 힘이 될 수 있었다. 필요하다면 더 키워낼 수도 있을 테니 이만하면 충분하다 여겼다.
‘흐음.’
하지만 이야기가 조금 틀어졌다. 클레망소는 자신의 앞에 놓인 승도와 동방 무역 회사 대반의 협의안을 보고 수염을 매만졌다.
승도가 프리깃함을 연간 세 척씩 삼 년에 걸쳐 아홉 척을 사들이기로 하면서 민간 해운 위주의 성장 계획은 대폭적인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해운업에 돌려야 할 인원을 그만큼 군함 몫으로 돌려야 하기 때문이다.
클레망소는 파이프를 입가에 가져갔다. 승도의 예정대로 프리깃함에 예산과 자원을 배분하게 되면 해운업의 성장 속도는 예정에 훨씬 못 미칠 공산이 컸다.
하지만 동영의 영주들이 해군력을 증강한다는 말에 그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해군력이란 것은 한 번 경쟁에서 밀리면 만회하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경쟁을 하고 있을 때 더 많은 투자를 하여 경쟁자와 대등 혹은 그 이상의 전력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 해군이다.
로망스의 경우도 그랬다. 연합왕국과 백 년에 걸친 첨예한 군비 경쟁을 벌였지만 대혁명으로 발을 헛디딘 순간 그 격차는 넘어설 수 없을 정도로 벌어졌다. 이제는 따라잡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이 경우에도 그와 같은 예가 적용될 수 있었다. 동영 영주들이 해군력을 기르는 것을 구경만 하고 있다가는 로망스처럼 상대에게 목줄이 잡히는 수가 있었다.
“하는 수 없나.”
클레망소는 파이프에서 한 모금을 깊게 빨아들이고는 펜을 들었다. 계획안을 수정하기 위함이다. 해군 정책이란 장기 투자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 오래 전부터 사전 준비를 갖추어야 했다. 그들이 건설하려는 해운업처럼.
그는 우선 함대의 편성 계획부터 세웠다. 프리깃함 아홉 척이면 필요한 최소 운용 요원만 이천 명이 넘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한 부대시설과 지원 인력까지 합치면 필요한 인원은 적게 잡아도 삼천 이상. 해운업에 필요한 인력의 삼 할에 달하는 규모다.
“함대를 운용하려면 예상보다 빨리 강주 사람들을 대거 현장에 투입해야 한다는 말인데. 그게 쉬울지 모르겠군.”
익숙하지 않은 인력을 현장에 보내는 것은 혼선을 빚기 쉬웠다. 하지만 사람이 없는 마당에 숙련도 타령을 하는 것은 배부른 소리다. 배는 사들였으면 굴려야 했다. 비싼 값을 들인 이상 본전을 뽑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숙련된 선원들이 있다는 게 이점인가.”
클레망소는 불행 중 다행이라 생각했다. 숙련된 선원들이 없다면 얼치기 선원들을 제대로 이끌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로망스와 연합왕국 간의 반혁명 전쟁 기간 동안 로망스 해군은 대부분 항구에 박힌 채 시간을 죽였고, 그 바람에 숙련된 선원을 기를 수 없었다.
그 때문에 결정적인 기회를 맞아 출항 명령이 내려졌을 때 로망스 해군이 보인 추태는 참담한 수준이었다. 돛도 제대로 다룰 줄 모르고 닻줄과 돛 줄도 구분할 줄 모르는 자들을 데리고 출항을 하려니 출항 준비에만 세 시간이 걸렸다.
숙련된 선원들이 있었다면 그 정도로 바보 같은 모습을 보이진 않았을 것이다. 클레망소는 적어도 강주는 그 점에서 반혁명 전쟁 당시의 로망스 해군보다 이점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경쟁 상대가 동영이라면 이 정도로도 나쁘진 않겠지.”
클레망소는 고개를 흔들고는 함대 편성 계획안에서 손을 놓았다. 프리깃함 아홉 척이면 신대륙 독립 전쟁 당시 대륙 군 측이 보유했던 해군력보다 훨씬 강력했다. 그 정도면 세계 최강의 연합왕국 해군을 상대로도 통상 파괴전을 벌여볼 수 있는 잠재력이 있었다.
하물며 동영 정도라면 그 통상을 마비시킬 수도 있었다. 동영이 준비하려는 해군력이 얼마나 될지는 몰라도 이 정도라면 억지력이 되고도 남았다.
여력이 있다면 전열함을 사들여 아예 압도적인 해군력을 구축하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뒷감당이 되질 않았다. 척당 최소 팔백 명의 인간을 실어야 할 뿐만 아니라 단함으로 제 성능을 다 내지 못하는 전열함의 특성상 함대 단위로 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건 돈이 썩어 나는 서역 열강들이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강주의 입장에서는 할 수 있다 해도 거기에 돈을 투자하는 것은 낭비였다. 운용 자체가 불가능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가능하다 해도 전열함은 아니야. 이쪽은 급속히 도태되는 함정들이니. 목조 함정의 시대는 머지않아 끝날 거다.’
클레망소는 전열함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리지 않았다. 해군 장교로서 그가 보는 전열함은 유지비 대비 효용이 낮은 함정에 속했다. 그보다는 새로운 시대를 대표할 함정들에 기대를 거는 쪽이 나았다.
이를 테면 장갑함과 같은 함정들이 그렇다.
장갑함은 확실히 전열함에 비해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로망스 해군에서 퇴역하기 전 장갑함의 이론적 개념에 대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던 클레망소는 그에 대해 강의도 할 수 있었다.
강철로 선체를 두른 탓에 기존 함정들로는 조금의 피해도 줄 수 없다는 것이 장갑함의 최대 강점이었다. 함대 단위로 운영이 필요한 전열함과 달리 장갑함은 단함으로도 제 위력을 온전히 낼 수 있었다.
가격은 전열함보다 비싸도 운용 면에서는 훨씬 경제적인 것이 장갑함인 것이다. 클레망소는 장기적으로는 강주가 장갑함을 보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다. 연합왕국에서 건조 계획을 세운 장갑함은 은으로 백만 냥이 넘는 돈을 주어야 한 척 발주할까 말까 하기 때문이다.
클레망소는 배 생각을 하다 문득 스친 생각이 하나 더 있었다. 군함에는 선원만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배에 태울 해병대도 필요했다. 일전에 용병들을 상선에 태우긴 했지만 그들은 본질적으로 해상에 적합한 자들이 아니었다.
전투 기술은 탁월하지만 해상 생활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이라 장기간 배에 태우면 그 전투력이 급감할 우려가 있었다. 실제 지난 항해에서도 중간 기착지에서 쉬며 움직였음에도 불구하고 항해 막바지에 용병들 중 일부가 항해에 피로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전문적인 해병 전력도 별도로 양성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육전대를 별도로 만들려면 역시 돈이 들어. 가뜩이나 돈 쓸 곳도 많은 판에 따로 만드는 것은 쉽지 않겠지.”
클레망소는 해병 양성에 대한 생각은 접었다. 아쉬운 대로 용병들을 태우는 방향으로 생각하는 것이 나을 성싶었다. 이번에 들어올 서역 범선들과 향후에 도입될 프리깃함들, 그와 함께 들어올 서역인들을 부리는 문제를 놓고 조정에 기름칠을 해야 하는 만큼 지출은 최대한 억제해야 했다.
메리도 신대륙으로 은 백만 냥 이상을 추가로 들고 간다고 하니, 마르지 않는 샘과 같은 양행의 자금력도 한계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았다. 동방 무역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는 이상 다른 것에 손을 쓸 여력은 없었다.
그래도 육전 전력도 있고 군함과 배에 채울 인력도 확보했다. 하나가 빠졌다면 대포 정도인데 그에 필요한 포병 전력은 확보되어 있었다. 첫해에 쓸 프리깃함 세 척에 실을 대포 백 문이 확보되어 있으니 다음 해와 다다음 해에 포병을 늘려나가면 족했다.
추정 수익만 백만 냥에 육박하는 이권만 차지한다면 못 할 것이 없었다.
‘쉬운 일은 아니지. 동영 영주들도 놀고 있지는 않을 테니까.’
신의 정부와 달리 동영의 정부는 이재에 밝았다. 그것은 강주와 향항을 관리하는 두 나라 정부의 태도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이익은 한 톨도 놓지 않으려는 태도를 가진 집권층이 있는 곳이 동영인 만큼 경쟁이 쉬울 턱이 없었다.
승도가 경쟁자라고 인식한다면 저들은 더욱더 많은 자원을 해상에 쏟아부을 것이다.
그 경쟁은 앞으로 강주의 운명을 건 승부가 될지 몰랐다.
‘바다는 곧 미래다.’라는 유명한 말대로 말이다.
‘내가 그 결과를 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있는 동안은 최선을 다해야겠지. 그래도 내게 값비싼 급여를 준 고용주이니까.’
클레망소는 파이프를 다시 입에 물고는 펜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