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7화. 역린 (2)
“간밤에 오 대인의 자택에 암살자들이 들었다고?”
“그렇습니다.”
기찰포교의 대답에 강주의 치안에 책임이 있는 무료부장의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오승도가 누구인가?
강주 행상의 영수인 오유도의 후계자이자 거상 반진유의 사위이다. 더불어 강남 대영의 사령관이자 강주 관리사로 그 명성을 대륙에 떨치는 거물 중의 거물. 그 위상은 제후 왕에 비해도 손색이 없었다.
그런 거물의 집이 습격당했다. 이는 대단히 심각한 사안이었다. 무료부장만이 아니라 강주 치안 관계자 전원의 목이 위험한 일이다.
“그걸 왜 이제 알리는 건가?”
“대인께서 기루에 계신 것을 제가 어찌 알겠습니까?”
포교의 대답에 무료부장은 이마를 짚었다. 승진을 한 기분을 내느라 동료들을 기루에 모아놓고 거하게 대접한다는 것이 일이 꼬여버렸다. 세상에 일이 이렇게 더럽게 꼬일 수도 있단 말인가?
미칠 노릇이었다.
“관리사 대인은 무사하신가?”
“예. 다행히 무사하시다는 기별이 들어왔습니다.”
“다행이군. 일단 들어가 보지.”
무료부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오씨 장원의 육중한 문 앞에 섰다. 그냥 들어가기에는 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심호흡을 한 번 깊게 했다. 눈을 딱 감고 발을 움직이자 겨우 걸음이 떨어졌다.
“웬 놈들이냐?”
문 앞에는 간밤의 일로 자그마치 수백에 달하는 가병들이 모여 경계를 서고 있었다. 기찰포교는 패를 내밀며 대답했다.
“강주 관청 형부에서 나왔소. 사건을 조사하고 대인의 안위를 살피려 함이니 협조해 주시오.”
“기찰포교?”
다행히 패를 알아본 무인들이 통과를 허락했다. 무료부장은 기찰포교와 함께 정문을 통과하며 마른침을 삼켰다. 정말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을 무인들의 태도를 통해 실감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장원 안으로 들어서서 걸음을 얼마간 옮기면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장원의 뜰에는 하얀 천으로 덮인 시신들이 잔뜩 놓여 있었다. 시신들은 하나같이 검상을 가지고 있었는데 단칼에 당한 듯했다. 희생자 대부분이 시녀와 하인들로 비명 한 번 지를 틈 없이 당한 듯했다.
시신을 헤아리던 기찰포교가 말했다.
“죽은 사람이 사십이 넘습니다.”
“정신 나간 자라 새끼들이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건가.”
무료부장은 주먹을 쥐었다 폈다.
앳된 시녀들의 시체들 옆으로는 두건을 쓴 자들과 장원의 가병처럼 보이는 자들의 시체가 정리되어 있었다. 가병들 역시 단칼에 죽은 자들이 많았지만 두건을 쓴 자들은 여러 합을 겨룬 후 죽은 듯 전신에 상처가 많았다.
침입자들은 불시의 기습을 통해 경계를 서고 있던 가병들을 죽이다 뒤늦게 소란을 눈치채고 몰려온 자들에게 포위되어 몰살당한 듯싶었다.
“침입자가 모두 열인가 봅니다. 월담을 하는 숫자치고는 제법 됩니다.”
기찰포교의 대답에 무료부장도 얼른 시체의 수를 세어보았다. 열 구였다. 이 정도면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월담하는 수치고는 상당한 머릿수였다.
“열이라. 암살자든 도둑이든 제법 되는 수로군.”
무료부장도 기찰포교의 생각에 공감의 뜻을 보였다.
그들은 시신을 대강 살피고는 승도를 만나보기 위해 내원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들은 곧 조금 전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원으로 향하는 길에도 시체는 즐비하게 널려 있었다. 아까 본 시체를 합치면 죽은 자의 수는 자그마치 육십을 넘었다. 그야말로 대참사였다.
“미치겠군.”
무료부장은 다시 이마에 손을 가져갔다. 장원의 문을 넘을 때만 해도 이 정도로 심각한 일이 발생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안일한 낙관 따위는 할 수도 없게 되었다.
“오 대인께서 정말 크게 진노하실 것 같습니다.”
“진노로 끝내시면 다행이겠지.”
무료부장은 만사가 끝장났음을 확실하게 깨달았다. 이제 남은 것은 곧 마주할 오승도로부터 호된 질책과 사직 명령을 받는 일뿐이었다.
기찰포교는 그런 상관의 얼굴을 보고 딱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간 일을 잘해오다 하필 그날 보고를 늦게 받아 일을 그르치게 되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깐깐한 관리사를 모시고 나름 성실하게 일을 해온 사내인데 운이 없다 해야 했다. 이런 걸 보면 관운도 따라줘야 관직 생활을 오래 해먹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찰포교는 뒤를 천천히 따라오는 상관의 무거운 마음을 배려하여 걸음을 늦추었다. 하지만 그래봐야 달라지는 것은 들을 질책을 몇 분 후로 늦추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별채에 도착하자 기찰포교와 무료부장은 다시 한 무더기로 쌓인 시신을 보았다. 거의 삼십 구에 달하는 시신이 쌓여 있었는데, 일부는 아까 본 장원 무인들과 비슷한 복색을 하고 있었다.
기찰포교는 더는 시신의 수를 세지 않았다. 세어본들 별 의미를 찾기 어려웠다.
별채를 지키고 있던 호위들이 접근을 허락지 않아 기찰포교는 다시 패를 보여 주고서야 별채로 들어가는 것을 허락받았다.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별채 안으로 들어서자 간밤의 참상이 여실히 드러났다. 반쯤 말라붙은 붉은 액체가 바닥은 물론이고 벽과 문, 침상까지 튀어 있었다. 피가 튀지 않은 곳을 찾는 것이 어려울 지경이었다.
그 끔찍한 참상의 가운데 검은 관복을 입은 사내가 서 있었다. 그는 배에 칼을 꽂은 채 꼿꼿하게 허리를 세우고 죽은 무인의 어깨를 짚고 있었다.
기찰포교는 얼른 그를 알아보고 더러운 바닥에 무릎을 굽혔다.
“기찰포교 윤이 관리사 대인을 뵙습니다.”
뒤늦게 무료부장도 무릎을 굽혔다.
“무료부장 석이 관리사 대인을 뵙습니다.”
인사가 있었음에도 사내는 아무 말이 없었다.
“대인?”
기찰포교가 조심스레 말을 건넸지만 사내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무료부장은 승도가 깊은 분노에 잠겨 있음을 알고 고개를 저었다.
둘은 무릎을 꿇은 채로 승도가 돌아보기만을 기다렸다. 관리사는 거의 한 시진 동안 죽은 무인의 어깨에 손을 얹은 채 입술을 깨물고 있다 비로소 돌아서서 그들을 보았다.
그 인기척을 느낀 기찰포교와 무료부장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었다. 그들은 승도의 눈빛을 보고 흠칫하며 다시 고개를 조아렸다.
관리사는 어느 때보다 무서운 눈을 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그 곁을 지키며 함께한 무사를 잃은 감정은 형언할 수 없는 것이었다. 표현하자면 가족을 잃은 것에 가까운 감정이리라.
관리사는 무거운 눈으로 그들을 보다 입을 열었다.
“기찰포교와 무료부장인가?”
어느 때도 쓰지 않던 차가운 어조다. 그 서늘함에 관료들이 고개를 조아렸다.
“그렇습니다, 대인.”
대답을 지체하면 안 될 것 같은 감정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다.
관리사는 그 말에 입술을 꿈틀거렸다.
“이 사건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서 가져오시오. 개미새끼 하나 빼놓지 말고.”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라면 장원 무인들이 한 것으로도 충분했다. 그걸 모를 리 없는 관리사가 조사를 하라고 명했다면 이 사건의 배후까지 파헤치란 소리다.
누구인지 알 수도 없는 침입자들로부터 거슬러 올라가 배후를 찾는 작업이니 쉬운 일은 아니었다. 뭔가 특별한 연결고리라도 없다면.
둘은 그 말에 대답하기 어려워 침을 삼켰다. 관리사는 대답이 없는 그들을 향해 다시 말했다.
“지금 당장.”
***
오씨 장원 습격 사건은 전 강주를 충격에 몰아넣었다. 제국의 고관에 대한 암살 시도로는 위해충의 건 이후 두 번째였지만 사건의 심각성은 총독 암살 미수보다 더욱 컸다.
강주 형부는 진상 조사를 위해 강주 전역을 이 잡듯 뒤지기 시작했는데, 그 과정에서 단서 몇 가지를 얻었다. 하나는 행상 관리인 박씨가 상관 거리에 와 무사들에게 알린 ‘수상한 무리’에 대한 것이었다.
당시 야음을 타고 움직인 무리라면 정황상 오씨 장원을 습격한 자들이라는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밤이 어두워 그들이 내린 배를 정확히 분간하지는 못했지만 큰 배였다는 진술을 참고하면 대상을 특정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두 번째 단서는 나루 근처에 사는 빈민으로부터 나왔다. 거적을 눌러쓰고 있던 빈민은 물가에서 짧은 비명소리를 여러 번 들었다고 했다. 그에 놀라 거적 너머로 물가 쪽을 살피니 물소리가 여러 번 났다고 했다.
박씨가 말한 자들 역시 배에서 내린 것이 확실한 만큼 그들이 빈민이 목격한 자와 같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비명 소리는 아마 악어의 습격에 의해 난 것일 거란 추측을 해볼 수 있었다.
아침에 근처 어부들이 악어를 잡았는데 사람의 신체 일부가 위장 안에 들어 있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세 번째 단서는 상관 거리 근처의 뱃사공으로부터 나왔다. 운하 다리 밑에 쪽배를 붙여 놓고 잠을 청하던 사공은 다리 위에서 난 발소리에 잠을 깨었다고 했다. 그는 발걸음이 오씨 장원 쪽으로 향했다고 진술했다.
물가에 나타난 자들이 운하 다리를 타고 오씨 장원으로 향했다면 아귀가 맞아떨어졌다.
네 번째 단서는 임노동자들로부터 나왔다. 강주항에 정박한 대형 선박들 중 자신들이 들어가 모든 부분을 살피지 못한 배는 딱 세 척밖에 없다고 했다.
아딘 상회의 배 한 척, 동방 무역 회사의 배 한 척, 그리고 공화국의 배 한 척이었다.
강주의 관료들은 이상의 조사 결과를 보고했다.
“그러니까 이 정황상의 증거가 가리키는 범인은 아딘 상회의 배란 겁니까?”
“그렇습니다. 대인.”
무료부장은 긴장한 음색으로 답했다. 승도는 보고서를 다시 한 번 천천히 읽었다.
그의 머리로 생각하기에도 가장 수상쩍은 것은 아딘 상회였다. 하지만 정황 증거만 가지고 그들을 죄인으로 몰아세우기는 쉽지 않았다.
그들은 연합왕국의 시민권자로 신의 법률 바깥에 있는 자들이었다. 이쪽의 형법으로 다스리자면 확실한 증거가 필요했다. 아딘 상회가 위험할 수도 있는 암살을 시도한 것도 이런 믿을 구석이 있어서였다.
암살을 시도했던 자들 중 몇이라도 생포해서 그 입을 열게 했다면 이야기가 또 다르겠지만.
승도는 보고서를 접었다.
“그만 나가보세요.”
다행히 불벼락이 떨어지진 않았다.
“예, 대인.”
무료부장이 고개를 숙이고 물러갔다. 승도는 접어서 밀어놓은 보고서를 보고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을 도전해온 상대다. 이번에는 그의 심처까지 찔러왔으니 그 분노는 지난번과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갈아 마셔도 시원치 않을 놈들이다. 그 앙갚음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공식적인 보복은 불가능했다. 영사의 중재로 화해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손을 놓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적이 이런 암수를 써온다면 그도 생각이 있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다. 상대가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칼을 쓴 이상 그도 주저할 필요는 없었다. 그도 같은 방식으로 똑같이 돌려주면 그만이었다.
승도는 시비를 불러 건문을 데려오게 했다. 곧 깨끗한 백의를 입은 문사가 그 앞에 모습을 보였다.
“찾으셨습니까?”
“그래요.”
“혹 이번 사건의 배후에 대해 알아내신 것이신지.”
건문은 승도가 배후를 알아내고 보복을 명령하려 한다고 생각했다. 그의 성정에 당하고 그냥 있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알아냈습니다.”
“누가 감히 대인을.”
“아딘 상회. 그 약쟁이 놈들이 내게 암수를 보낸 겁니다.”
“그놈들이 범인이라면 확실한 증좌를 찾기 전에는 보복하기가 어렵지 않습니까?”
초강대국의 시민이라는 것은 이런 점에서 매우 유용했다. 국가라는 이름의 가장 강력한 방어막을 두르고 있는 자들이니 어설픈 정황 증거만 가지고 몰아세우면 도리어 역공을 당할 수 있었다.
“물론 공식적으로는 어렵습니다. 그러니 나도 암수를 써야겠습니다.”
“암수라 하시면, 설마 살수를 쓰실 생각이십니까?”
승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살수를 사용하는 것은 정치가로서의 입지를 중요시하던 그가 쉬이 선택할 방법은 아니다.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된 마당에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당한 만큼 돌려준다. 피값을 받아 내겠다는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저들도 한 일을 내가 못 할 이유가 어디 있습니까?”
고용주가 던진 말에 건문은 침을 삼켰다. 살수를 쓰겠다는 말은 오승도가 단단히 독심을 품었다는 뜻. 그 의사가 번복될 가능성은 없어 보였다.
“하니 적당한 친구들을 알아봐 주세요. 입이 무겁고 확실한 자들로.”
승도 역시 살수를 씀에 있어 꼬리를 남길 생각은 전혀 없었다. 상대가 한 것처럼 이쪽도 알면서 어찌할 수 없는 방법으로 보복해야 했다.
사람이 많은 대륙인만큼 살수를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살수라고 하면 거창하게 들리지만 돈 몇 푼에 사람을 죽여주는 인간쓰레기에 불과한 자들이다.
그런 자들은 하루 벌어 먹고사는 노동자들의 집단인 방 혹은 빈민가 어디에서나 구할 수 있었다.
일부에서는 은자 한 냥에 사람의 목을 취하는 자들도 있다고 했다. 그만큼 사람을 죽일 자들이 많았다.
물론 아딘 상회에 살수를 쓰려면 그만한 각오를 해야 하니 은자 한 냥짜리 살수를 구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하물며 입이 무거운 자들이라면 값이 더 비싸다.
무엇보다 여기에서 꼬리를 남기면 안 되기에 살수를 대신 고용해 청부를 할 대리 청부자도 필요하다.
입막음조로 쓰는 비용까지 생각하면 보통의 살행에 비해 수백 배의 비용이 들어간다.
하지만 그 정도의 돈이야 오씨들에게는 푼돈에 지나지 않았다. 평범한 이들에게는 은자 수백 냥도 큰돈이지만 행상에게는 노리개 하나 사는 비용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자들을 구하려면 방을 통해서 구하는 것이 좋습니다. 문제는 일방적인 청부에 비해 규모가 큰 거래가 될 것이라 눈에 띌 우려가 있다는 점입니다.”
“대리인을 세운다 해도 말입니까?”
“그럴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돈을 더 써도 좋으니 대리인을 여럿 세우세요. 그럼 되지 않겠습니까?”
요는 여러 단계를 거쳐 청부를 하게 하면 되지 않겠냐는 말이다. 이렇게 하면 비용이 몇 배로 늘게 된다. 하지만 꼬리가 밟힐 가능성은 그에 반비례하여 줄어들게 된다.
승도가 상당한 비용 부담을 감수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건문도 그 뜻을 따르기로 했다.
“알겠습니다, 대인. 살수를 준비하겠습니다.”
건문은 승도에게 예를 표시하고 그의 방에서 물러났다. 별채가 지난 소동으로 폐가나 다름없게 된 탓에 승도의 집무실은 외원에 있는 총관의 가채에 자리하고 있었다. 덕분에 건문은 몇 걸음 옮기지 않고 방을 나설 수 있었다.
승도는 두 손을 모아 깍지를 끼고 입술을 깨물었다. 지난 사략 행위까지는 그래도 인내할 수 있는 선에 있었지만 이번만큼은 아니었다. 그의 가족들이 위험에 노출되었고 장원의 식솔들이 떼로 죽어나갔다.
아딘 상회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
전생에도 그 가족의 신변이 위험했던 경우가 없진 않았지만 이렇게 무식한 위협을 받은 적은 없었다.
황제 시절에 그의 가족들이 받았던 위협이란 것은 기껏해야 음식에 독을 타거나 길거리에서 총격을 시도한 정도가 고작이다.
‘지난번은 왕국의 눈을 보아 참아 넘겼다만 이번은 그냥 두지 않겠다. 한 놈 한 놈 목을 쳐서 나를 건드린 대가가 얼마나 큰지 뼛속까지 새기게 해주겠다.’
전생에 암살을 시도한 적들에겐 철저한 보복을 가했다. 당장 손을 쓰지 않더라도 기회가 오면 모조리 응징했다.
암살을 시도했던 귀족 가문은 멸문지화를 시켰고 나라는 지도에서 지웠으며, 암살을 실행한 자들은 로망스 형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고문을 맛보여줬다.
그에게 도전한다는 것은 곧 파멸의 동의어로 통했다. 그 시절엔 그랬다.
지금 그 정도의 힘이 있지는 않았지만 그때와 같은 의지는 있었다. 그 자신의 역린을 건드린 자들을 그냥 두지 않겠다는 살의 말이다.
승도는 두 손으로 머리를 헝클어트리고는 책상에서 일어났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