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호루스의 반지-210화 (210/425)

제210화. 암수 (2)

덜컥.

문이 홱 열리는 소리에 책을 읽고 있던 제임스의 고개가 들려 올라갔다. 조용한 밤에는 낭만적인 왕국 문학 소설을 몇 페이지씩 읽으며 하루를 마감하는 습관을 가진 그에게 노크도 없는 방문은 느닷없는 것이었다.

“무슨 일인가?”

“회주님, 지금 창고에 불이 났습니다.”

“뭐? 불?”

그 말에 제임스는 책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창가로 급히 다가서니 항만 쪽이 대낮처럼 훤하게 밝았다. 보통 화재가 아닌 듯 화마가 창고를 탐욕스럽게 핥았다.

“소방대는?”

“지금 출동한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제기랄. 이제야 출동한다고? 이런 굼벵이 같은 놈들. 내가 나라에 세금을 얼마나 내는데. 이 밥버러지 같으니라고.”

제임스는 발을 동동 굴렀다. 지금 이 시간에도 돈이 타들어 간다고 생각하니 절로 숨이 막혔다. 하지만 그의 생각처럼 소방대가 밥버러지인 것은 아니었다.

아문 소방대는 동방 기준으로는 최첨단을 달리는 최고 수준의 소방 조직이었다. 불을 끄는데 필요한 소방용 호스와 펌프, 전문 요원까지 갖춘 그들은 결코 밥버러지가 아니었다.

“지금 당장 창고로 가봐야겠다. 당장.”

“회주님, 나가시는 건 위험합니다.”

“위험?”

사내의 말에 제임스가 반문했다. 불이 난 현장에 가보는 것이 왜 위험하단 말인가? 그가 의문을 표시하자 사내가 얼른 말을 받았다.

“모르시겠습니까? 이건 방화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단시간에 저 많은 창고에 불이 나겠습니까? 의도적으로 불을 질렀다면 방화범이 창고 근처에 있을 수도 있단 겁니다. 회주님께 감정이 좋지 않은 자가.”

“방화라고?”

제임스의 표정이 굳어졌다. 방화라고 하면 계획적으로 저지르는 일이다. 그럼 누군가 그를 노리고 벌인 일이란 뜻이다. 원한이야 가질 만한 놈들이 많긴 했다. 아편을 파는 일 자체가 상 받을 일도 아니거니와 아딘 상회가 피눈물을 흘리게 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천하의 아딘 상회에 시비를 걸어온 일이다. 평범한 놈들이라면 감히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일. 어떤 놈인지 아주 간이 부었다고밖에 할 수 없었다.

‘도대체 누가 내 창고에 불을 질렀단 말인가.’

제임스가 이를 뿌득뿌득 갈고 있는데 한 남자가 그의 방으로 더 들어왔다. 가뜩이나 방화로 머리가 복잡해질 판에 사람까지 더 들어오자 정신이 산만해졌다. 그 불쾌감에 제임스의 입에서 불퉁한 한마디가 나갔다.

“뭔가?”

“회주님, 지금 큰일 났습니다.”

“불이라면 나도 알고 있네. 창밖으로 훤히 보이지 않나?”

그의 짜증스런 대꾸에 남자는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다.

“상회의 간부들이 살해됐습니다.”

“뭐? 그건 무슨 소린가?”

그 말에 제임스의 눈이 다시 커졌다. 방화도 모자라 상회의 간부들이 죽었다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소리였다.

“지금 화재가 나서 창고로 달려 나갔던 간부들이 살해당했단 말입니다.”

“살해를 당했다고?”

“예. 저도 현장에서 죽은 것만 보고 급히 달려왔습니다.”

“도대체 누가 죽였단 건가?”

“사람이 워낙 많아 분간할 수는 없었지만 불을 끄기 위해 나온 일꾼들 사이에서 간부들이 칼을 맞았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동방 놈들의 소행이란 건가? 경찰은?”

“지금 기마경찰과 육전대가 출동했습니다.”

제임스는 머리를 벅벅 긁었다. 방화도 모자라 회사의 간부들까지 죽어 나갔다면 단순한 원한으로 할 일이 아니었다. 상회 자체를 죽이려고 작정한 공격이었다. 그럴 정도의 공격을 가할 능력을 가진 적이 있던가?

그는 그 생각을 하다 번뜩 떠오른 이름을 곱씹었다.

“오승도.”

“예?”

“그놈이야. 그놈밖에 없어.”

제임스를 주먹을 꽉 쥐었다. 이 정도의 가공할 공격을 가해올 만한 놈이라면 그놈밖에 없었다.

방화에 대규모 암살까지 동시에 진행할 정도라면 사람이 많이 든다. 그만큼 엄청난 돈이 드는 일. 그걸 감당할 만한 적은 오승도밖에 없었다.

“강주 관리사 말씀이십니까?”

“그래, 그놈이야. 이 사건의 배후는 그놈이라고.”

“경찰에 오승도의 혐의점을 통보해 두겠습니다.”

“그래, 철저하게 조사하게 해. 빌어먹을 놈.”

제임스는 오승도의 이름을 몇 번이고 되뇌며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 오승도의 혐의점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난 강주 장원 습격 사건에서 아딘 상회가 연관되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듯, 승도 역시 개입되었다는 증거를 찾기는 어려웠다.

건문은 이 공격을 위해 몇 단계의 대리 청부자를 세워 강주삼마와 계약을 했기에 사건을 주도한 강주삼마를 찾아내더라도 그 혐의를 입증할 방법이 없었다.

“회주님, 정말 이 사건이 오승도 그자가 꾸민 일이라면 공격이 여기서 끝이겠습니까?”

“무슨 말이야?”

“제가 그자라면 다른 사람보다 회주님을 노릴 거란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그럼 그놈이 내 목까지 노린다는 말인가?”

“아무래도 그렇지 않겠습니까?”

수행비서의 말에 제임스의 표정이 굳어졌다. 문득 그의 머리에 스친 생각이 하나 있었다. 지금 그의 방은 불이 켜져 있고 그는 창가에 서 있었다.

탕!

유리창을 깨고 들어온 총탄이 제임스의 머리 한쪽을 산산이 부수고 지나갔다. 허연 뇌수와 핏물이 책상 위로 확 튀었다.

제임스는 반만 남은 얼굴로 멍청한 표정을 짓더니 그대로 모로 쓰러졌다.

“회주님!”

“저격이다. 이런!”

방 안에 있던 자들이 급히 엎드리며 제임스의 상세를 살폈다. 물론 확인할 것도 없이 즉사였다. 암살자는 필시 이삼백 미터 거리에서 라이플로 저격한 것이 틀림없었다.

“당장 사람을 풀어. 암살자를 잡아!”

회주가 죽었으니 아딘 상회도 끝장이었다. 하지만 퇴직금이라도 제대로 챙기려면 이 사건의 배후를 파헤쳐 배상금을 톡톡히 받아내는 수밖에 없었다.

수행비서의 명령에 남자가 엉금엉금 기어 복도 쪽으로 나갔다. 그가 복도로 나가는 동안 수행비서는 창가로 다가가 거울을 내밀었다. 벽에 걸려 있던 대형거울이라 창밖을 살피기에 알맞았다.

그는 거울을 내밀고 창밖을 살폈다.

곧 남자가 저택의 경호원들을 풀었는지 총을 든 사내 여럿이 어두운 숲속으로 달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한적한 곳을 좋아하는 제임스의 성향 덕분에 암살자가 저택에 수월하게 접근하긴 했지만 그렇기에 놈을 찾기도 수월할 것이다.

사내들의 외침이 점점 멀어지는 것을 느낀 수행비서는 거울을 내려놓았다. 암살자는 멀리 떠난 듯싶었다. 그는 축 늘어진 제임스의 얼굴을 보았다.

평소 돈에 미쳐 모든 것을 탐욕스럽게 삼키려 하던 사내의 마지막은 비참하기 그지없었다. 죽은 다음에는 결국 돈 한 푼 가져갈 수 없는 것을.

수행비서는 자신이 모시던 회주의 죽음을 통해 재물의 무상함을 배웠다.

그는 죽은 제임스의 부릅뜬 눈을 감겨주고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

연합왕국 아문 당국은 아문에서 일어난 사건과 관련해 스무 명의 혐의자를 체포했다. 사건 현장에 있던 노동자들을 모두 잡아다 심문을 하는 우악스런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다.

자국민의 권리를 보호해야 할 신의 정부가 노동자들을 보호하는데 별 관심을 보이지 않으니 그리할 수 있었다.

나라를 위해 수백만 냥의 재물을 벌어들이는 행상들을 위해서도 일을 하지 않던 정부다. 그런 정부가 세금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빈민들을 위해 나선다? 그럴 가능성을 믿느니 해가 서쪽에서 뜨기를 바라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아문 당국은 무자비한 고문을 가한 끝에 사건의 배후가 강주에 있다는 심증은 얻었다. 하지만 조사는 거기까지였다. 강주에서의 조사는 전적으로 그들의 손을 떠난 문제였다. 영사가 오승도와 협상을 벌여 조사에 관한 권리를 얻어낸다고 하더라도 성과를 얻는 것은 어려웠다.

모두가 짐작하듯 사건의 배후가 바로 강주 관리사이기 때문이다. 심증적인 증거는 그를 지목했다. 다만 증거가 없었다.

“아주 잘 처리했습니다.”

모처럼 승도의 집무실에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아딘 상회라는 갈아 마셔도 시원치 않을 상대를 아주 멋지게 쳐부수었기 때문이다.

건문은 아문으로부터 들어온 서찰을 다시 읽고 있던 승도를 향해 공손하게 물었다.

“대인. 이번 건은 증거가 남지 않게 처리하긴 했지만 왕국 측에 상당한 불쾌감을 주었을 겁니다. 그에 대해서도 조처를 강구해 두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염려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손을 써두었습니다.”

승도는 여유로운 얼굴을 보였다. 그는 건문에게 아딘 상회의 파멸을 맡기고 놀고 있지만은 않았다. 벌어질 수 있는 왕국과의 관계 개선에 필요한 조처들을 챙기고 있었다.

그가 중점적으로 챙긴 부분이 바로 밀려 있던 왕국 상인들의 재판 문제였다. 공행 제도(행상들이 대외 무역을 전담하는 제도)가 전쟁으로 무너진 이래, 왕국 상인들은 신의 관료와 상인들을 직접 만나보고 거래를 하게 되었다.

전쟁 이전만 해도 거래에서 생기는 문제는 모두 행상이 책임지고 해결해 주었지만 그 이후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행상은 행상이 거래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책임질 뿐 그 이외의 부분에 대해서는 털끝만큼도 책임을 질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바람에 거부의 꿈을 안고 동방으로 온 왕국 상인들이 이름 모를 사기꾼들에게 속아 돈을 홀랑 날리는 일이 속출했다.

왕국 영사는 이 문제를 놓고 강주에 수도 없이 항의를 했지만 승도는 여기에 대해 콧방귀만 뀌어왔다. 개인 간의 거래에 대해 관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선을 긋고 나서자 영사도 할 말이 없었다.

승도는 지금까지 그렇게 유지해왔던 태도를 전향적으로 바꾸었다. 바로 이 사건의 수습을 위해서였다. 가는 것이 있으면 오는 것이 있는 게 외교이고, 거래인만큼 승도가 호의를 베풀면 영사도 호의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승도는 그 점을 노리고 사기 사건들에 대한 조사를 명령했다. 해결을 책임지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영사의 항의에 제스처를 보인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지금까지는 궁둥이를 들지 않던 강주 관청이었기 때문이다.

“손을 써두셨다면 이 건은 이걸로 일단락되었다고 볼 수 있겠군요.”

“그런 셈입니다. 일단은.”

승도는 건문의 말을 받으며 찻잔을 들었다. 당장 손을 본 것은 아딘 상회 하나이지만 그 외에도 손을 볼 놈들이 있었다.

사략 행위를 한 놈들은 아딘 상회지만 그 배후에서 조종한 자들이 있다는 것 정도는 승도도 알고 있었다.

아마 위기감을 느끼고 강수를 둘 정도라면 동방 무역에 지분이 아주 큰 자들일 터. 아문 상계의 큰손인 리브 남작과 윈스턴 회장. 두 놈 중 하나, 혹은 두 놈 모두가 범인일 수 있었다.

때가 된다면 그놈들 역시 아딘 상회처럼 철퇴를 날려 호된 맛을 보여줄 생각이었다. 승도의 기나긴 인생에서 그에게 칼을 들이밀고도 무사했던 상대는 연합왕국과 루시, 두 강대국밖에 없었다.

승도는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다음에 손을 볼 상대들에 대한 생각을 지웠다.

“대인. 상관에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건문과 이야기를 나누던 차에 밖에서 하인이 목소리를 높였다. 승도는 건문에게 보고는 다음에 받자고 하고는 그에게 나가보라고 말했다.

곧 방 안으로 동방 무역 회사의 대반 브라운 경이 얼굴을 비쳤다. 승도는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대반께서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최근에 큰일을 당하셨다고 들어서 이렇게 찾아뵈었습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대인은 우리 회사의 큰손이신데 찾아뵈는 것이 예의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사업상 드릴 이야기도 나눌 겸 겸사겸사 찾았습니다.”

“대반께서 동방의 예의를 언급하시다니. 몇 달 사이에 신의 사람이 다 되셨습니다.”

“그렇습니까?”

“양복만 벗으시면 말입니다.”

대반은 승도가 던진 농에 껄껄 웃음을 보였다. 하지만 승도도 대반도 가벼운 지위를 가진 자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가벼운 웃음 속에 자신의 속내를 감추며 본론을 꺼냈다.

“이번에 도적들이 장원을 넘었다고 했는데 상당히 놀라셨겠습니다.”

“좀 많이 놀라긴 했습니다. 이런 경우는 난생처음이라.”

이 말은 거짓 하나 없는 사실이었다. 전생의 경우를 뺀다면 그렇다. 상인으로서 평탄한 삶을 보낸 것이 그 인생의 대부분이다 보니, 암살의 위협을 받을 일을 생각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내내 정적들에게 시달리며 암살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던 그도 이 평온한 일상에 젖어 긴장을 아주 내려놓고 살았으니까.

덕분에 암살자들이 나타났을 때는 정말 크게 놀랐다. 가족까지 위협을 당했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더욱 불같이 화가 났지만.

“많이 진노하셨겠습니다.”

“화가 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지요.”

승도는 브라운의 물음에 순순히 답해주었다. 누가 봐도 확연히 맞는 사실을 부인할 필요는 없었다.

“사건의 배후에 대해서는 밝혀냈습니까?”

“거기에 대해서는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들리는 소문에는 아딘 상회로 심증을 좁히셨단 이야기는 들었습니다만.”

대반은 아닌 듯 찔러왔다. 사실 관계를 확인해 어찌할 생각은 없겠지만 이런 사실 하나를 확인해두면 심리적으로 행상을 압박하기에 괜찮았다. 동방 무역 회사는 행상의 파트너인 동시에 경쟁자였다. 승도는 그 사실을 잊지 않고 있었기에 경계심을 갖고 있었다.

“맞습니다.”

사실을 확인하고 온 상대에게 구태여 부인하며 덜미를 줄 필요는 없는 일이기에 승도는 여기에도 순순히 대답해 주었다.

“하면 아딘 상회가 망하기를 바라셔도 이상한 일은 아니겠군요.”

“사람이라면 그런 생각을 할 수 있겠지요. 뭐, 그런 재미없는 이야기는 그만하고 사업 이야기나 하시는 것이 어떠십니까?”

“이거 대인을 너무 추궁한 것 같군요. 편하신 대로 하시지요.”

승도가 적당한 선에서 화제를 돌리자 대반도 할 수 없다는 듯 긍정의 뜻을 보였다. 상인에게 중요한 것은 상대가 약점을 물 기회를 주지 않는 데 있었다.

“먼젓번에 대반께 제의한 무기 거래건 말인데 그 무기는 언제 받아볼 수 있겠습니까?”

승도는 지난번에 대포(총은 로망스에서 구매하기로 함)를 주문했고 이어 프리깃함을 사들이기로 했었다. 대반은 그 말에 잠시 생각을 해보다 입을 열었다.

“대포는 에우로페에서 바로 구입해야 해서 시일이 상당히 걸릴 겁니다. 대신 프리깃함 쪽은 빠르면 한 달 안에 대인께 인도가 될 겁니다.”

“프리깃함 인도가 그리 빨리 됩니까?”

“일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해군성에서 배를 대규모로 퇴역시키고 있어 가능한 일입니다. 이곳 동방에 주둔한 동방 함대에서도 프리깃함 퇴역이 진행 중입니다.”

“대반의 말씀은 동방 함대의 퇴역 프리깃을 받아다 인도해 주기에 시간이 짧게 걸린다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승도는 그 대답에 만족했다. 군함이 빨리 넘어온다면 윈스턴 상회의 방해 따위는 신경 쓸 필요 없이 동영으로 빠르게 배를 띄울 수 있었다.

동방 무역 회사도 그 부분을 계산하고 프리깃 인도 일정을 최대한 빠르게 잡은 모양이었다.

“세 척을 동시에 인도받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원하신다면 한 척씩 인도해드릴 수도 있습니다.”

대반의 대답에 승도는 로망스의 선원과 배들이 도착할 시간을 계산해 보았다. 아무리 오래 걸려도 계약상 한 달 이내에는 도착할 사람들이었다.

무엇보다 윈스턴 상회와 동영 영주들을 생각하면 한 척보다는 세 척이 마음 놓였다.

지난 장원 습격 사건으로 ‘어설픈 압박’이 상대의 거친 대응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을 한 번 더 절감했던 승도로서는 세 척 인도를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세 척 동시에 부탁드립니다.”

“그럼 그리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대반은 승도와 마주 앉아 무기거래 및 인도 일정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물론 아딘 상회에 대한 이야기는 더 이상 꺼내지 않았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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