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호루스의 반지-212화 (212/425)

제212화. 정비하다 (1)

강주는 국제 무역항이다. 각양각색의 인간, 다양한 인종의 사람이 모이는 곳이다. 이곳에서 외국인을 보는 일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강주에 사는 사람들도 적잖이 놀란 얼굴로 이 땅에 발을 딛는 새로운 이방인들을 보았다.

“저들은 로망스의 양이들 아닌가. 내 평생 로망스 양이들을 저리 많이 볼 거라 생각한 적은 없었네.”

늙은 상인의 말을 도자기 가게를 하는 중년 상인이 받았다.

“어르신 말씀대로입니다. 로망스 양이들이 이처럼 많이 온 일은 머리에 털이 나고 처음 보는 광경입니다. 일전에 수백이 들어오더니 또 천 가까운 수가 들어오다니. 로망스 양이들도 이 땅에 관심이 많이 생긴 모양인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찾아와 준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지만 말입니다.”

불과 백오십 년 전만 해도 동방으로 가장 많은 배와 선원을 보낸 것은 연합왕국이 아니라 로망스였다. 그 시절에는 로망스 왕실과 신의 황실이 서로 선물을 주고받을 정도로 거래가 두터웠다. 하지만 작금에 와서는 동방으로 무역을 하러 오는 로망스 선박을 찾아보기가 어렵게 되었다.

수십 년에 걸친 반혁명 전쟁 기간 동안 에우로페가 봉쇄된 여파로 로망스의 대외 교역, 특히 동방 무역이 완전히 붕괴되었기 때문이다.

늙은 상인들은 로망스 상인들이 찾아오던 시절을 기억하고 있어 연합왕국 상인들보다는 온건한 그들을 그리워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는 중년 상인이 로망스 양이들이 무역을 재개해 주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했다.

그의 희망 섞인 바람(?)에 늙은 상인이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건 아닐 걸세. 독한 홍모귀들이 동방 무역을 장악한 이래 제 이익을 나누어준 적이 없으니까. 관심이 생겨서라기보다는 일거리를 찾아온 것 같지 않나?”

“일거리라 하시면 설마.”

“오호관에서 사람을 쓰려는 거겠지.”

하긴 오승도가 벌인 일이라면 이해가 갔다. 그는 이미 수백의 로망스 인들을 휘하에 부리고 있었으니 천이 더해진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없었다.

강주 사람들이 다소 그리운(?) 빛이 섞인 눈으로 로망스 인들을 바라보는 동안, 인파 사이에서 그들을 지켜보던 연합왕국 영사 일행은 다소 못마땅한 눈을 하고 있었다.

“오승도가 계속해서 로망스 인들을 불러들여 주변을 채우는 것은 좀 경계할 필요가 있지 않겠습니까? 각하.”

사람은 본디 일을 함에 있어 주변에 의견을 물어가며 일을 한다. 혼자 일을 하는 독불장군이 아닌 이상은 그렇게 일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니 주변에 로망스 인들로만 채우면 자연히 그 영향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즉, 오승도가 친 로망스 파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서기관의 견해에 영사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그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었다.

“확실히 오승도 주변에 로망스 인들이 너무 많아요. 뭐 사람을 씀에 있어 취향이란 것이 있을 수는 있지만 우리 왕국의 입장에서 보자면 썩 내키는 일은 아니지요. 오승도가 평범한 상인이 아니라 대륙의 주요 권력자인 이상.”

영사는 승도가 가진 정치적 입지를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가 가진 권력과 영향력, 그리고 위상은 로망스가 대륙으로 진출함에 있어 유용한 교두보가 되어줄 수 있었다.

그러니 그가 친 로망스파가 되는 것은 결단코 막아야 했다. 개인이 사람을 쓰는 취향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방관할 수 없는 문제라는 뜻이다.

“맞습니다. 하니 총독 각하와 논의해서 강주에 압력을 행사하는 건 어떻습니까? 이번 아문 암살 소동으로 그가 굽혀야 하는 입장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지금이 압력을 넣기에도 좋을 겁니다.”

서기관의 말에 영사는 고개를 저었다. 오승도가 그렇게 만만한 사내였다면 이미 행동을 취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구실을 주지 않기 위해 적당한 선물을 보내왔다. 자유 상인들의 재판 문제 말이다. 선물을 받고 더 내놓으라고 윽박을 지르는 것은 외교의 상식에 맞지 않는 짓이다. 그런 멍청한 외교는 영사 자신에게나 왕국에게나 득이 될 것이 없었다.

“지금은 시기가 아니에요. 그가 이미 손을 쓴 이상은 압력을 넣어봐야 먹힐 단계가 아니기도 하고.”

“음.”

“기회는 곧 올 겁니다. 명분은 언제나 강자가 만드는 것 아닙니까? 우리에게 힘이 있는 이상 압력을 넣을 기회는 올 겁니다. 하니 너무 초조해하지 마세요. 아시겠습니까?”

서기관은 영사의 침착한 말에 자신이 너무 성급하게 생각했다 여겼다. 역시 국가에서 노인들에게 결정권을 주는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노인은 쉽게 흥분하지 않고 냉정하게 대국을 판단하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가 불편해하고 있다는 의사 정도는 전할 수 있겠지요. 내일 경이 장원에 방문해서 우리 영사관의 만찬 초청장을 보내도록 하세요. 일주일 정도 후에 참석해 달라고.”

“만찬 초청장을 말입니까? 제가 모르는 만찬이 있었습니까?”

“아니요. 없습니다. 그저 한 번 물을 먹여야지요. 간단한 경고인 셈입니다.”

영사는 대수롭지 않게 오승도의 체면을 구길 수 있는 말을 꺼냈다. 약소국이라면 상대국의 권력자에게 이런 무례한 일을 생각할 수도 없겠지만, 그들은 세계에 적이 없는 초강대국의 일원이었다. 그렇기에 이런 행동도 할 수 있었다.

“경고라.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영사의 생각에 서기관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요즘 들어 왕국의 심기를 자주 건드려온 승도에게 누가 위이고 강자인지 한 번 정도는 이렇게 상기시켜줄 필요가 있었다.

그는 영리한 자이니 이렇게 경고를 한 번 주면 그다음에는 알아서 처신을 하게 될 수도 있었다.

“일단 돌아갑시다. 로망스 친구들의 얼굴을 보자니 영 불편하기도 하고.”

영사가 눈짓을 하자 붉은 코트들이 인파를 밀며 길을 만들었다. 서기관은 로망스 인들을 보며 입술을 비틀었다.

‘우리 왕국의 인내심에도 한계는 있다. 지금까지는 이익을 생각해서 재롱으로 받아 주었지만 로망스를 우리 밥그릇에 들여보내 주는 순간 그 인내도 끝이다. 그다음은 매를 들게 되겠지. 그러니 경고를 줄 때 알아서 처신해라. 개라면 개답게 말이야. 더는 우리 신경을 건드리지 마라.’

왕국의 국익을 위해 비천한 동방 것의 비위를 좀 맞춰주긴 했지만 서역 관료들이 강주를 바라보는 시선은 한 번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들의 눈에 동방은 왕국의 국익을 위해 존재하는 땅이고 승도는 밥그릇을 놓기 위한 밥상 같은 존재에 지나지 않았다.

영사 일행이 마차로 걸음을 옮기던 차에 폭죽이 터졌다. 전통적으로 신에서는 무언가를 축하하기 위해 폭죽을 터트리는 관습이 있었다.

장수를 축하하기 위해, 한 해를 무사히 보낸 것을 축하하기 위해, 혼인을 축하하기 위해. 하여간 축하할 일만 생기면 폭죽을 터트렸다.

그러니 저들이 폭죽을 터트린다는 것은 로망스 인들의 도착을 환대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었다.

터지는 규모로 봐서는 돈을 상당히 많이 쓴 듯했다. 화약 자체가 관리 물품인 데다 값도 비싸 평범한 사람들은 몇 발 터트리기도 어려웠다.

여하간 폭죽이 터지자 거리는 순식간에 축제 분위기로 바뀌었다. 일부 사람들은 웃는 얼굴로 양이들을 맞기도 했다. 평소 양이들에게 일부 적대적인 빛이 있던 강주 사람들이라고 보기 어려운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아주 대놓고 로망스 인들을 환대하는 그림은 영 거슬렸다.

서기관은 버릇을 고쳐줄 기회가 있을 거라 생각하며 마차에 올랐다.

***

승도는 로망스 인들의 도착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성대한 환영을 준비했다. 로망스와 관계가 나쁘지 않다는 것을 로망스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노림수였다.

그의 행동은 곧 로망스 외교관과 상인들의 입을 통해 서방으로 전해질 것이니 로망스 궁정에서 보다 호의적으로 바라볼 가능성이 높았다.

‘연합왕국에서 좋은 시선으로 보진 않겠지.’

그렇다 해도 당장 연합왕국에서 승도 자신에게 손을 쓰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는 대륙의 균형을 맞추는 중요한 장기짝인 동시에 연합왕국의 이익을 구체화하는 중요한 파트너였다. 뿐만 아니라 동방 무역에 있어 윈스턴 상회의 독점을 깨트리기 위해서라도 그 존재는 필수적이었다.

하니 왕국이 불쾌하게 여긴다고 해도 당장 문제될 것은 없었다. 그리고 향후에 승도 자신의 실력과 입지가 더 높아지게 되면 다소간의 불쾌함도 참아 넘길 수 있을 터이다.

국제 사회에서 근대 국가가 움직일 때는 어린아이처럼 감정 하나만으로 움직이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승도로서는 나름의 주판을 튕겨보고 내린 결정이었다.

“대인. 사람들이 도착했습니다.”

장원의 총관이 정중히 고하자 승도는 알겠다고 답하고 그들을 맞이하기 위해 준비한 넓은 빈 객청으로 향했다. 방으로 가는 길에는 벌써 음식을 준비하는 시녀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승도는 자신에게 예를 표시하는 시녀들에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방으로 들어섰다. 방은 오씨의 부를 과시하기 위해 피워둔 침향의 달콤한 향기로 가득 차 있었다.

먼저 들어와 주인을 기다리고 있던 서역인들이 하나둘 일어나 인사를 했다.

가장 먼저 인사를 한 자는 삼십 년 경력의 베테랑 선장인 장이었다. 장은 비교적 괜찮은 발음의 신국 어로 인사했다. 이곳으로 오는 항해 기간 동안 연습을 한 모양이었다.

“우리를 고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인.”

“별말씀을. 이 먼 곳까지 와주신 것에 대해 제가 감사할 일이지요.”

승도는 선장들과 인사를 나누고 앉을 것을 권했다. 미리 준비한 로망스산 포도주와 연합왕국산 위스키 등이 차례로 상에 올랐다.

동방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것들이었지만 행상에게 구할 수 없는 물건이란 없었다. 배도 사들이는 그들이니 술 정도는 애교에 지나지 않았다.

상은 전체적으로 행상의 막강한 부를 보여주는 하나의 장이었다. 고급 요리들도 요리였지만 음식을 담은 식기부터 평범한 것이 없었다.

서역에서는 보석처럼 장식품 취급을 받을 고급 자기들에 음식과 술이 담겨 나오니 서역인들은 반쯤 얼이 빠진 표정을 지었다.

승도는 웃으며 그들에게 말했다.

“많이들 드시고 부족한 것이 있다면 더 청하시면 됩니다.”

신의 풍습에는 음식을 남을 만큼 내놓는 풍습이 있었다. 그릇에 음식이 남지 않으면 주인의 인심이 야박하다고 생각하는 전통 때문이었다. 물자가 풍부한 문화권이기에 가능한 문화이기도 했다.

서역인들은 행상의 부에 감탄하며 포크와 숟가락을 놀렸다. 식사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술이 몇 순배 돌고 난 다음 서역 사내들 중 하나가 입을 열었다.

“대인. 무례가 아니라면 한 가지 여쭈어 봐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승도가 선선히 허락하자 서역 사내가 얼른 질문을 꺼냈다.

“우리가 맡을 일에 대해서는 후진 양성과 대외 무역 쪽으로 알고 있었는데 혹 달라진 부분이 있습니까?”

“예. 조금 있습니다.”

“있다면 어떤 부분이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계약서는 일의 성격과 직무를 규정해두고 있었다. 승도는 그 점을 염려하여 서역 사내들이 도착한 즉시 장원으로 불러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아딘 상회의 도전만 없었다면 군함 보유가 상당히 늦추어졌겠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랐다. 군함 운용도 상당히 빨라져야 했기에 서역 선원들에게 군함 운용도 어느 정도 맡길 수밖에 없었다.

즉, 계약의 일부 수정이 불가피했다. 승도는 그 점을 의식하고 행상의 부를 보여주는 만찬을 마련하였다. 혹여나 최초 계약과 다른 일을 하다가 사고가 발생해도 보상을 해줄 수 있는 경제력이 있다는 점을 은연중에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군함의 운용도 할 수 있다는 부분입니다.”

그 말에 술잔을 들던 서역 사내들의 손이 멈칫했다. 상선과 군함은 주는 느낌부터가 확연히 달랐다. 둘은 각각 민간과 정부의 분리된 영역에 속하기 때문이다.

“군함을 운용한다면 계약과 많은 부분이 차이가 있습니다, 대인.”

“알고 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적절한 추가금을 지불할 의향이 있습니다.”

“비용을 더 주신다고 해도 군함은 본질적으로 민간 선박과 다릅니다. 위험부담이 있다는 뜻입니다. 혹 우리가 전투를 벌여야 한다거나 하는 상황도 가정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주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야기 같습니다.”

서역에서 동방으로 온 사내들은 고수익을 노리고 왔다. 목숨을 내걸 정도로 용맹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동방 군함에 쉽게 타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는 아니었다.

“무얼 염려하는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리 염려하실 것은 없습니다. 제가 준비한 군함은 동방의 군함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승도는 서역인들이 불안하게 여기는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설명을 붙였다. 동방의 군함들은 서역인들이 타기를 꺼려할 만큼 위험하긴 했다. 대포도 제대로 싣지 못하고 규모도 매우 작았기 때문이다.

설령, 서역식으로 건조한 군함이라 할지라도 그 크기나 화력은 형편없었다.

일례로 연합왕국의 손에 병탄된 남방의 어느 토후국 같은 경우에는 군함을 서역식으로 건조하긴 했지만 서역의 기준에 훨씬 못 미치는 배밖에 만들지 못했다.

만재 배수량 천 톤을 간단히 넘기는 서역 프리깃함과 비교할 수 없는 400~500톤의 배수량에 대포도 24문이 아닌 18문을 탑재한 소형선을 건조한 것이다.

이런 배들을 탄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천만했다. 제대로 된 서역 군함 혹은 어느 정도 규모의 해적에게만 걸려도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했기 때문이다.

승도가 동방의 군함이 아니라는 것을 밝히자 선장 하나가 물었다.

“동방 군함이 아니라고 하시면 어디 배를 타야 하는 겁니까?”

“연합왕국의 프리깃함입니다.”

그 대답에 로망스 인들의 입가에 쓴웃음이 걸렸다.

한때 로망스는 세계 제일의 조선 기술을 자랑한 적이 있었다. 그 시절만 해도 로망스 군함들은 세계 최고의 성능을 자랑했지만 지금은 그 영광도 빛이 바랐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군함을 만드는 나라는 바로 연합왕국이었다.

자신들이 타야 할 군함이 최대의 적, 연합왕국의 것이라는 말에 안도감을 느끼면서도 굴욕감을 느껴야 했으니 그 모순된 감정에 씁쓸한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연합왕국의 프리깃함이라면 썩 나쁜 말씀은 아니군요.”

장이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통상 파괴에 나선 연합왕국의 프리깃함들이 얼마나 무서운지 직접 눈으로 보고 배웠기에 가능한 말이었다.

로망스와의, 그리고 서역 열강들과의 백 년에 걸친 통상 파괴전에서 연합왕국의 프리깃들은 실로 경이적인 전과를 냈다. 타국의 상선단의 육 할 이상을 파괴하고 왕국이 세계의 바다를 자신들의 것으로 만드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기 때문이다.

그 배들은 적으로서는 최악의 것이지만 아군으로서는 믿음직스러웠다. 적의 추격을 간단히 뿌리칠 수 있는 고속의 속도에 세계 일주도 견뎌낼 수 있는 튼튼한 내구력을 갖추었다. 상선보다 더 안전할지 모르는 배가 프리깃함이었다.

승도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상선을 타시는 것보다 더 안전할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군함을 타시는데 돈을 더 드리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상선을 타시는 것보다 더 많은 급여를 약속드립니다.”

이야기가 이쯤 흘러가자 처음에 군함을 타지 못하겠다는 분위기도 조금은 바뀌었다. 서역 사내들 중 하나가 다시 물었다.

“계약 조건의 수정에 따른 추가 비용은 얼마나 더 주실 생각이십니까?”

“평시에는 급여의 5할을 더 쳐드리고, 교전이 있을 때는 2배를 더 드리겠습니다. 나쁜 이야기는 아닐 겁니다.”

서역 사내들은 승도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통상 파괴전의 왕자인 프리깃함이라면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았다. 더구나 동방이라면 그를 위협할 만한 군함도 없었다.

물론 이들은 동영의 영주를 비롯한 일부 세력이 서역 군함들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는 사실은 몰랐다.

“좋습니다. 하면 내일 계약서를 새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서역 사내 하나가 입을 열자 모두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승도는 그들을 향해 웃으며 술잔을 들어보였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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