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3화. 정비하다 (2)
천국과 대치하는 제국의 최전선은 대하 이북의 육진에 걸쳐 있었다. 육진은 강북 대영이 구축한 여섯 개의 진을 말하는데 천국의 심장 상경을 직격할 수 있는 강의 대안에 구축되어 있었다.
이를 껄끄럽게 여긴 천국 측에서 강을 따라 이백 개의 봉화대를 세워 도하를 빈틈없이 감시한 까닭에 제국군은 할 일이 별로 없었다. 기회가 있었다면 천국의 군사력이 공중 분해된 얼마 전을 들 수 있겠지만, 천재일우의 시기는 괴질 덕분에 날아가고 말았다.
덕분에 제국은 천국이 대하 이남에서 전열을 재정비하고 방어를 굳히는 것을 구경할 수밖에 없었다. 강북 대영으로서는 통탄할 일이었다. 하지만 강북 대영의 지휘관, 양국번은 현실적인 안목을 가진 거인이었다.
그는 날아가버린 기회에 연연하지 않고 이 시기를 제국군의 체질을 개선할 호기로 삼았다.
“상명하복은 군의 원칙이요. 명을 소홀히 한 이자들을 끌고 가 참하시오.”
“대인. 살려 주십시오! 대인!”
울부짖는 군관들이 병사들에게 잡혀 질질 끌려 나갔지만 양국번은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원칙은 한 번 무너지면 더 이상 원칙이 아니다. 군율 역시 마찬가지. 군율이 무너진 군대는 군대라 할 수 없었다.
그간 강북 대영이 월비들에게 연전연패한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부정부패한 지휘관들의 무능함과 무사안일, 보신주의가 어우러져 군율을 망쳐 놓았으니 이기길 바라는 것이 이상한 일이었다.
양국번이 장계를 쓰기 위해 붓을 들었다. 그가 막 갈아놓은 벼루에 붓을 담그려는데 젊은 사내 하나가 막사 안으로 들어왔다. 사령관의 막사에 불쑥 들어온 것으로 보아 그 신분이 간단한 자는 아니었다.
아니나 다를까, 양국번이 붓을 놓고 사내를 맞았다.
“먼 길 오느라 고생이 많았다.”
“대인을 뵙습니다.”
사내가 읍을 하자 양국번은 웃으며 인사를 받았다. 사내는 그가 거느린 제자 중 하나로 학식과 지략이 풍부한 인물이었다. 사내는 학문을 배우기 위해 북경의 호사스러움도 마다할 만큼 열의도 있어 그가 아끼는 인재였다.
양국번이 자리를 권하자 사내가 의자에 앉았다. 남방에서 흔한 대나무를 엮어 만든 의자라 촉감은 서늘했다.
“오면서 우리 군대는 잘 보았던가?”
양국번의 물음에 사내가 조심스레 답을 했다.
“보았습니다.”
“부족함이 많아 보이지 않던가?”
부족함은 당연히 많았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부분이 그랬다. 군기는 느껴지지 않았고 병사들의 얼굴에는 전의가 없었다. 분위기는 어수선하고 물자는 부족했다. 전장에 나선 군대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한바탕 역병이 휩쓸고 지나가며 예기가 꺾인 이유도 있었지만 본질적으로 제국 군대가 너무 부패하고 썩은 탓이 컸다.
하지만 스승이 맡은 군대에 대놓고 그렇다 말하기는 어려웠다.
“좀 부족해 보였습니다.”
“그럴 테지. 서역 양이들의 강병들에 비한다면 터무니없는 약졸들이니.”
양국번은 수염을 매만졌다. 관에서 낙향하여 고향에 은둔한 후 그가 관심을 가진 것은 서학(서역 학문)이었다. 그는 오늘날의 무너져 가는 제국과 날이 갈수록 국력이 욱일승천하는 서역 열강들을 비교한 후, 나라를 살릴 방법은 서역 양이들의 문물에 있다 보았다.
특히 그가 관심을 가진 쪽은 눈에 보이는 서역의 막강한 군사력이었다. 외세의 개입을 물리치고 천하를 반석에 올리려면 힘은 필수적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서구의 군대에 대해 상당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제자 역시 그와 같은 관점을 가지고 있었다.
“월비들을 단번에 제압하기에는 무리가 많을 것 같습니다.”
“그리 말하지 않아도 현실 자체가 그러하지. 해서 자네를 부른 것이야.”
스승의 말에 사내가 침을 삼켰다. 양국번이 뭔가 큰 임무를 지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명하십시오.”
“자네에게 전권을 줄 터이니 이곳 대영에서 병사를 한 번 훈련시켜 보게. 책에서 본 대로 말이야.”
“서역 양이들의 방식으로 말입니까?”
“필요하다면 양이들도 내가 구해서 붙여주겠네.”
양국번은 사내에게 서역식 군대의 조련을 말했다. 그 생각은 상당히 놀라운 발상이나 마찬가지였다. 지금껏 동방에서 서역식으로 제대로 훈련된 군대는 딱 하나밖에 없었다.
오승도가 거느린 상승군이 그들이었다. 양국번은 상승군의 성공을 보고 월비를 토벌하고 양이의 개입을 물리쳐 조정의 존엄을 회복하자면 서역식 군대의 조련이 필수적이라 여겼다.
하지만 늙은 자신이 군의 조련을 맡기에는 일도 많고 몸도 지쳐 있었다. 그가 하는 것보다는 젊고 참신하며 서역 문물에 대한 공부가 깊은 제자 이홍적이 맡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하오나 제가 어찌 그 같은 대임을 맡을 수 있단 말입니까?”
이홍적은 지방의 향시 등을 통과하여 거인의 자격을 가지고 있었지만 중앙의 관계에 진출한 적은 없었다. 순전히 그가 이 막중한 임무를 제의받은 것은 그 스승이 양국번이라는 거물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자네만이 할 수 있네. 천하에 그 일을 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고리타분한 학문을 배운 자들로는 백 년이 지나도 할 수 없는 일이야.”
이홍적은 그 말에 침을 삼켰다. 지방에서 썩어가야 할 일개 유자에게 이는 큰 기회였다. 스승 양국번의 눈에 들지 않았다면 얻을 수 없었을 기회. 심중에 원대한 야망을 품고 있던 그에게 이 제안은 달콤한 유혹이었다.
‘나는 커서 제국 제일의 재상이 될 거야.’
어린 시절 치기 어린 목소리로 가족들에게 떠들었지만 크면서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것은 뼈저리게 배웠다. 인맥과 돈 없이는 관계에서 두각을 보이기는커녕 과거도 통과하기 어렵다는 것을.
하지만 바로 지금 기회가 주어졌다. 과거에 급제해도 얻을 수 없는 큰 기회를. 양국번이라는 거인을 뒷배로 가지고 큰일을 진행하여 그 뜻을 이룬다면 장차 그의 일보는 탄탄대로가 될 수밖에 없었다.
“책임이 무겁습니다.”
이홍적은 인생에 다시없을 기회가 왔다는 것을 알았지만 단번에 수락할 정도로 바보는 아니었다. 동방에서는 겸양의 뜻을 여러 차례 보이는 것이 기본적인 처세였다. 스승은 그의 사양에 웃으며 다시 말했다.
“염려할 것 없네. 내가 보기에 자네가 적임자이니까. 설마 관계에서 잔뼈가 굵은 내 안목을 믿지 못하는 건가?”
그 말에 이홍적이 급히 몸을 낮추었다.
“제가 어찌 대인의 눈을 의심하겠습니까. 그저 주신 일을 다 하지 못하여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것이 두려울 따름입니다.”
“걱정하지 말게.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도 있지 않던가? 그 자리에 올라가면 자네도 그만큼 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걸세.”
“대인.”
“정말 하기 싫은 건가? 겸양의 뜻을 밝히는 거라면 그쯤 해두게. 자네도 출세하고 싶은 생각은 있지 않은가?”
역시 스승이었다. 양국번은 그의 속내를 훤히 읽으며 장단을 맞춰주고 있었다. 노회한 정객 앞에서 지나치게 그 속내를 감추려 한 것 같아 이홍적은 고개를 숙여보였다.
“아닙니다. 해보고 싶습니다.”
“하면 해보게. 기회는 주어졌을 때 잡는 법이라네.”
“알겠습니다, 대인.”
“그러면 된 것이야. 기한은 얼마나 주면 되겠나?”
“일 년. 일 년만 주십시오. 그 시간 안에 한 번 강병을 길러 보겠습니다.”
“일 년이라.”
일 년은 짧지만 긴 시간이기도 했다. 천국을 쓰러트리기엔 너무도 짧은 시간이지만 조정으로부터 독촉을 받을 것을 생각하면 너무 긴 시간. 하지만 양국번은 쌀을 재촉한다고 밥이 되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아는 정치가다.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자네가 필요하다면 그 정도 시간이 필요하겠지. 주겠네. 대신 내가 원하는 수준의 군대를 준비해주게. 내가 원하는 것은 그게 전부일세.”
“명을 받들어 대임을 다하겠습니다.”
이홍적이 허리를 굽혀 절을 하자 양국번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제국의 두 번째 서역식 군대, 회군이 그 깃발을 들어 올렸다. 상승군에 이어 나타난 두 번째 서역식 군대. 그들은 이렇게 역사의 연못에 떨어졌다.
***
로망스 선원들과 배가 도착한 후 승도와 클레망소는 선단 구성에 박차를 가했다. 아홉 척의 상선을 근간으로 3척씩 운영하는 체제를 갖춘 것이다. 3척은 항상 항해에 나가고 3척은 항구에 남은 동안 강주 군관학교 학생들의 실습용으로, 3척은 주기적으로 개보수를 하여 강주의 선박 기술자들이 서역식 선박 구조에 익숙해질 기회를 주기로 했다.
이렇게 해도 군함을 운용하는데 필요한 선원을 빼면 턱없이 모자라 승도는 선원들을 대거 모집하기로 했다. 서역 선박에 익숙하지 않더라도 일단 노련한 서역인들이 있는 만큼 태우기만 하면 없는 것보다 나을 것이라는 것이 그의 견해였다.
이 점에 대해서는 클레망소도 동감의 뜻을 표시했다. 일단 해상에 능숙한 자들이 있는 이상 모자란 자들이라도 손을 채움에 있어 문제가 되진 않았다. 전체적인 운영이 다소 느려지고 둔해지는 점이 문제이겠지만, 생사가 달리지 않은 다음에야 결점이 되진 않았다.
“1회 주기(한 번 항해)에 은화 열 냥이라.”
오호관에서 낸 모집 공고를 보고 있던 사람들이 생각에 잠겼다. 불경기에 항해 한 번에 열 냥씩 준다는 것은 후한 보수였다. 하지만 연안 항해도 아니고 망망대해로 항해를 나가는 일이니 만큼 사람들은 그 이야기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보수는 짭짤하긴 한데 가는 곳이 동영이라고 하더군.”
“그 말은 들었지. 동영이면 바다 밖의 땅 아닌가?”
사람들은 동영이 얼마나 먼 곳인지 사실 몰랐다. 하지만 돌아올 수 없는 이역만리라는 막연한 감 정도는 갖고 있었다. 고대 대륙의 황제 중 한 사람이 동영으로 보낸 원정군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생각하기도 까마득한 곳이라고 하더군. 석 달 열흘을 노만 저어도 닿을까 말까 하단 이야기도 있던데.”
“그리 먼 곳으로 어찌 가겠단 건지.”
사람들의 웅성거림 속에 젊은 사내 몇이 불쑥 끼어들었다. 행상에서 심어놓은 바람잡이였다. 여론 조작에 능한 승도는 이런 세세한 부분을 미리 계산해두고 있었다.
“동영이라. 그리 먼 곳은 아니지. 양이들이 뻔질나게 오가는 곳 아닌가.”
“양이들은 눈도 감고 가는 곳이라는데 그리 어려울 것이 있을까. 어차피 양이들이 키를 잡고 항해를 이끌어줄 것인데.”
“그만하면 걱정이 없겠군. 별 어려울 것도 없는 일에 열 냥이면 아주 거저먹기지. 자넨 어떻게 생각하나?”
“두말하면 잔소리지. 먼저 새치기나 하지 말게.”
사내 몇이 슬슬 괜찮다는 분위기를 내자 주변에서 듣고 있던 사람들도 그런가 하는 생각을 했다. 듣고 보니 그 말도 일리가 없진 않았다.
사내들은 슬슬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자 슬금슬금 뒤로 빠졌다. 사람들은 아까보다 훨씬 신중한 눈으로 벽보를 보았다. 사내들이 인파를 헤치고 나오자 죽립을 쓰고 있던 문사가 물었다.
“사람들 반응은 어떻던가?”
“예. 대인. 운을 띄우니 호의적인 반응으로 돌아섰습니다.”
“잘 했네. 앞으로도 수고해주게. 일을 모두 마치고 나면 요 앞 고서점에 가서 일당을 받으면 될 걸세.”
“성심을 다해 일하겠습니다.”
문사는 사내들의 어깨를 두드려주고 걸음을 옮겼다.
여론 조작은 사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대중의 교육 수준이 낮고 정보를 쉽게 얻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는 선전 선동이 쉽게 먹혔다.
로망스에 있던 시절에도 그의 주요 지지 세력은 도시가 아니라 농촌에 있었다. 전쟁을 위해 가장 많은 피해를 짊어지고 목숨까지 내놓았던 농촌에서. 이 역시 대중 선전 선동이 도시보다 농촌에서 더 확실하게 먹혔던 덕이 컸다.
‘오 대인은 어디서 이런 것들을 배우고 써먹으시는 건지 알 수가 없군. 정말이지 끝이 보이지 않는 괴물이다.’
건문은 부채를 턱밑에 살살 흔들며 승도에 대한 생각을 정리했다. 처음 그를 보았을 적만 해도 능력이 뛰어난 애송이라는 느낌을 어느 정도 갖고 있었지만 지금에 와서 그 생각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정치부터 경제, 군사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걸쳐 끝이 없는 역량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그에게 건문은 진심으로 경탄하고 있었다.
이만한 역량을 가진 자라면 단지 옆에서 무언가를 배우는 수준으로 연을 끊을 필요가 없었다.
바로 그의 옆에 서서 대업을 함께하는 것이 이번 생의 과업일 수도 있으니까.
건문이 승도의 지시에 따라 선원 모집에 신경 쓰는 동안, 승도는 클레망소와 항해에 대한 계획을 검토하고 있었다.
“선단 운용은 계획하신 대로 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항해 재개인데, 동영 쪽과의 접촉 부분은 대인께서 직접 왕림하시는 것이 어떠시겠습니까?”
강주의 수장인 오승도가 직접 가는 것과 그 휘하의 심복이 방문하는 것의 차이는 컸다. 이전이라면 안전 문제로 승도가 나가는 것은 문제가 되기에 충분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랐다.
강력한 프리깃함의 호위를 받는 항해라면 오승도 본인이 나선다 해도 문제될 것이 없었다.
클레망소의 제의에 승도는 구미가 당긴다는 표정을 지었다.
승도의 지위라면 사실 정이대장군과 직접 이야기해도 될 정도였다. 실제 외교 관례에 적용되긴 어려운 이야기지만 정이대장군의 품계는 승도의 것보다 훨씬 낮았다. 제국을 기준으로 본다면 승도가 훨씬 고위직인 셈이다.
“하긴 경이 나서신다면 막부에서는 감정봉행(동영의 재정, 소송 등을 관장하는 관료로 삼 봉행 중 하나)조차 만나보기 어렵지만 내가 간다면 수석 노중(막부에서 정무를 책임진 사실상의 총리대신)도 만날 수 있을 테니 그렇긴 하겠군요.”
“맞습니다. 하니 대인께서 나서시는 것이 득입니다.”
동방 무역에서 확실히 교두보를 굳히자면 한 번 정도는 다녀오는 것도 나쁘진 않았다. 승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가 가는 방향으로 생각해 보도록 하지요.”
“예. 그럼 향항까지의 일정을 검토해 서기에게 넘기겠습니다.”
그 말에 승도가 고개를 저었다.
“향항이 아니라 동경입니다.”
“예? 개항장이 아니라 동경으로?”
“동영에서 막부의 쇄국은 서역에 한정되어 있습니다. 동방 국가들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열려 있지요.”
동영은 서역에 대해 일구통상 정책을 관철하고 있었지만 같은 동방 국가들에 대해서는 그 정도의 폐쇄성을 보이고 있지 않았다. 려나 신의 사절단이 오면 내륙 통항의 편의를 봐주며 동경까지 모셔오게 할 정도였다.
“하니 막부와 담판도 지을 겸 동경으로 향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막부를 위협하는 모양새가 될까 염려됩니다.”
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하면 그렇다. 프리깃함을 동반하고 가는 방문은 연합왕국이 즐겨 사용하는 포함 외교를 연상시킨다. 대포를 가져다 놓고 거래하자고 말하는 것이 정상적인 거래에 속한다고 믿는 사람은 제국주의자들뿐이다.
“군함은 적당한 거리에서 떼어두고 상선만 동경만으로 들어갈 겁니다.”
“그렇다 해도 포함 외교란 인식을 피하긴 어렵습니다.”
“그건 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거래를 할 때는 얕보여서는 될 거래도 되지 않는다. 지나치게 약한 모습을 보이면 상대는 아주 잡아먹으려고 달려든다. 상인으로 잔뼈가 굵은 승도는 그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아, 그리고 한 가지 준비가 더 필요합니다.”
“준비라 하시면.”
“경을 비롯한 몇몇 분들이 로망스 해군 제복을 입는 겁니다.”
“거기에 특별한 의미가 있겠습니까?”
클레망소의 반문에 승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의 동방은 격변을 맞고 있었다. 동방의 중심인 제국이 연합왕국에게 흠씬 두드려 맞고 서역의 우위를 확인시켜준 시대다. 이 시대에 힘의 상징은 제국이 아니라 서역이었다.
그 서역의 장교들을 수중에 거느리고 찾아오는 모양새를 보인다면 동영인들이 승도에게 갖는 인상은 더욱 강렬해질 수밖에 없었다. 나름대로 상대의 심리를 미리 셈해본 계산이다.
승도의 설명을 들은 클레망소는 그럴 듯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준비한다면 동영의 막부를 상대로 괜찮은 협상을 해볼 듯싶었다.
“그럼, 이번 항해는 이렇게 준비하는 것으로 하지요.”
승도는 계획안에 서명을 하여 클레망소에게 건네주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