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호루스의 반지-219화 (219/425)

제219화. 흑선내항 (2)

고산진옥은 막부의 직할령을 통치하는 관청이었다. 이곳은 광활한 관동 평야의 산물을 저장하고 직할령 곳곳에서 끌려온 죄인들을 심문하는 기능도 겸하고 있어 막부의 가신들이 소집되기 이전에도 번잡하고 소란스러웠다.

하지만 최근 사흘 동안 훨씬 더 번잡한 느낌을 주었다. 막부의 중신들이 퇴청하지 못하고 회의실에 모여 동경만의 이양선 문제를 논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천정이 높고 좌우가 훤히 뚫린 시원한 회의실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지만 앉아서 의견을 내놓는 중신들의 가슴속은 꽉 막혀 있었다. 어떻게 일을 풀어가야 할지 막막하기 그지없었다.

“이양선의 정체가 연합왕국의 양이들이 아니었다니. 자세히 말해보시오.”

수석 노중 안도가 진중한 어조로 물었다. 상대가 연합왕국이 아니라는 것은 지금까지 생각했던 모든 대응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정봉행은 자신을 바라보는 중신들의 시선을 느끼고는 헛기침을 한 번 한 후 입을 열었다.

“예. 제가 양선에 올라서 마주한 자가 있사온데 그자가 스스로의 신분을 밝히기를 강주 관리사라 하였습니다.”

“강주?”

노중들이 서로의 얼굴을 보았다. 전혀 예상치도 못한 상대가 툭 튀어 나오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강주라면 신의 남쪽 통상 항을 말하는 것 아니요?”

그나마 대외 사정에 밝은 대목부(지방 영주들의 정무를 감독) 아베가 반응을 보였다.

“맞습니다.”

정봉행이 긍정의 뜻을 보이자 아베가 수염을 매만지며 말을 이었다.

“그 강주의 관리사라면 신의 관료. 우리와는 아무 연관도 없는 자일 터인데 이 먼 동경까지 군함을 끌고 올 이유가 없지 않소?”

신과 동영이 원수를 진 것도 아니고 강주의 상인들이 막부에 돈을 떼인 것도 아니다. 원한이 있어 동경에 군함을 가져온 것도 아니니 상대의 의도를 알아내기가 쉽지 않았다.

“이유가 아주 없진 않을 겁니다.”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감정봉행(재정 관리 담당)이 입을 열었다. 중신들의 시선이 자연히 그를 향했다.

“이유가 있다? 감정봉행은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단 거요?”

수석 노중이 묻자 감정봉행이 고개를 조아리며 답했다.

“그렇습니다.”

“말해보시오.”

“일전에 향항 부교로부터 강주 상인들이 향항의 개항장을 찾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들은 우리 동영과 무역을 원하고 있었습니다.”

“무역을 원한다. 이문을 원한다면 장사를 하면 되지, 군함을 끌고 오는 것은 무슨 이유요?”

“우리 막부와 직접 거래를 터고 싶어서가 아니겠습니까? 저들은 개항장에 국한된 단순한 장사 이상을 원하기에 이런 강수를 둔 것이라 여겨집니다.”

감정봉행의 말에 중신들은 그럴듯한 이야기라고 보았다. 다른 이유가 달리 보이지 않다 보니 상대의 동기를 다른 방향에서 찾는 것은 무의미했다.

“하면 저들이 원하는 것을 채워준다면 동경만에서 물러날 거라 생각하오?”

“그럴 겁니다. 그리고 제 생각이 맞는다면 저자들은 우리 막부에 아주 나쁜 제안을 꺼내진 않을 것입니다.”

“그리 생각하는 연유라도 있나?”

수석 노중이 묻자 감찰봉행이 간단히 답했다.

“제가 아는 강주 관리사 오승도가 상인이기 때문입니다. 상인은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의 거래를 낼 수 있는 자들입니다. 그렇기에 그가 내밀 제안이 가혹하지 않을 겁니다. 아마 그가 꺼낼 제안은 한 번 들어보고 검토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거라 여겨집니다.”

“일리는 있는 말이네만, 그 제안의 수락 여부를 결정하시는 것은 장군뿐이시네.”

기본적으로 막부의 중신들은 장군가의 살림살이를 꾸리는 가신의 성격이 강했다. 그 지위와 신분이 모두 장군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보니 막부에서 장군이 가지는 권력이란 상상할 수 없이 막강했다. 그런 그의 의중도 알아보지 않고 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었다.

지금의 회의 자체도 어제 동경으로 돌아온 장군의 재가를 받고 이 문제에 대한 공식적인 해결 방법을 강구할 권한을 부여받은 터였다.

“장군께 허락을 구하고 일단 그자와 교섭을 해보시는 것이 어떠십니까?”

“그자와 교섭을 한다면 그 신분에 맞는 사람을 내보내야 하지 않나.”

동방에서는 대화도 격에 맞추어 해야 했다. 그 격이라는 것이 너무 중요하다 보니 동방의 왕조들은 관직을 필요에 따라 높여가며 격을 부여하기도 했다.

“맞습니다. 해서 안도 공께서 직접 가시는 것이 어떠신가 합니다.”

“수석 노중을 보내란 말인가?”

회의장이 잠시 소란스러워졌다. 오승도가 제국의 고위직이라는 점에서 막부의 최고위직을 보내야 격이 맞는다는 것은 모두가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리하는 것은 막부의 권위에 문제가 되었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요. 차라리 오오이시 공께서 가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오오이시, 막부 서열 3위의 권력자인 약년기(근위대장 겸 부총리)의 관작을 가진 사내를 보내자는 말에 중신들의 어조가 조금 부드러워졌다. 수석 노중을 보내는 것은 좀 그렇지만 약년기 정도라면 그나마 막부의 체면이 그리 상하지는 않았다.

“그게 좋겠습니다. 오오이시 공이 수고해 주시는 것이 낫겠습니다.”

“제 생각도 같습니다.”

“수석 노중께서는 어찌 생각하시는지요?”

중신들의 눈이 자신에게 돌아오자 안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 생각도 그게 좋을 듯싶습니다.”

안도 자신이 나서는 것은 모양새도 좋지 않았다. 오오이시 정도면 4명의 노중 중 한 사람이자 막부의 최고위 권력자이니 구색을 맞출 만했다. 안도는 시선을 오오이시에게 옮기며 물었다.

“오오이시 공께서 수고해 주시겠습니까?”

자신에게 화살이 돌아오자 침묵을 지키고 있던 오오이시가 말문을 열었다.

“하는 수 없군요. 이 사람이 다녀오겠습니다.”

“하면 이번 일은 오오이시 공이 흑선에 가서 퇴거 문제를 논의하고 그쪽의 제안을 듣고 온 다음 다시 논의하기로 하지요. 모두 어찌 생각합니까?”

수석 노중의 물음에 이미 피로에 절어 있던 중신들이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 처리하면 좋겠습니다. 장군께 회의 결과를 보고 드리고 추인을 받은 후 진행하시지요.”

“좋습니다. 그럼 회의는 이것으로 끝내도록 합시다.”

수석 노중이 통이 큰 소매를 펄럭이며 일어나자 중신들도 하나둘 뒤따라 일어섰다. 너무 오래 앉아 있어 다리에 피가 통하지 않았는지 봉행 한 사람이 다리를 절뚝거렸다.

다소 우스운 모습이었지만 그를 보고 웃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쉬지도 않고 장시간의 회의를 계속하다 보니 진이 빠진 탓이었다.

중신들이 회의실을 나오자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무사들이 허리를 굽혀 예를 표시했다.

기본(막부의 고위무사로 장군을 접견할 자격을 가진 자들)들의 예를 받는 둥 마는 둥 하며 중신들은 미리 준비된 빈청으로 들어가 마른 목부터 축였다

수석 노중 안도는 지친 표정으로 빈청에 들어가는 중신들을 보다 발걸음을 돌렸다. 이제 이 회의 결과에 대해 장군의 재가를 구하고 동경만 사건을 마무리 짓는 일만 남아 있었다.

***

막부와 승도의 두 번째 교섭은 별 잡음 없이 끝났다. 양자 모두 싸울 생각도 의지도 없었기 때문이다. 승도는 막부가 보낸 오오이시와의 교섭에서 자신들의 뜻을 분명히 전달했고, 막부는 이를 통해 그의 방문 목적과 생각에 대해 알 수 있었다.

막부는 논의 끝에 승도의 제안에 긍정적인 답을 보냈다. 이에 따라 승도는 막부의 초청을 받아들여 호위병 일백을 거느리고 뭍에 오르기로 했다. 이 협상을 마무리 짓자면 결국 장군을 보고 이야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둘러댄 구실이 있어 대형 프리깃을 타고 항구로 갈 수 없었던 탓에 승도는 동영 쪽에서 보낸 배편을 이용했다. 승도의 지위를 생각해 동영 쪽에서 나름 큰 배를 보내주긴 했지만 그 수행원들을 모두 태우니 배가 꽉 차 발 디딜 틈도 없을 정도였다.

승도를 영접하기 위해 배를 타고 나온 막부의 중신 아베는 여기에 대해 사의를 표하며 육지에서는 그 지위에 맞는 대접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사실 관료보다는 상인으로서의 삶에 익숙했던 승도는 그 ‘예우’ 문제를 크게 따지지는 않았다. 생각하기에 따라 중요한 문제이긴 했지만 큰 맥락에서 보면 사소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도시가 가까워지자 그 전경이 멀리에서보다 또렷하고 명확해졌다. 도시로 바닷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해안을 따라 축조한 거대한 높이의 제방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신에서는 강의 범람을 막기 위해 제방을 쌓았지만 이 나라는 해일을 막기 위해 제방을 쌓는다는 차이가 있었다.

승도는 신기한 눈으로 제방을 훑다 그 위로 보이는 무수한 깃발들을 보았다. 그 깃발 아래에는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동영인들이 수도 없이 보였다. 허리에는 칼을 차고 있었는데 그들은 이쪽을 향해 뭐라고 소리를 치고 있었다.

“저 사람들은 뭘 하는 사람들입니까? 환대하는 사람들 같지는 않고.”

승도가 제방 위에 있는 자들을 가리키며 묻자 아베가 이마를 문질렀다. 상당히 골치가 아픈 자들인 모양이었다.

“무사들입니다.”

“무사라면 동영의 지배 계급이라는 사람들 아닙니까?”

그 물음에 아베는 어찌 대답해야 할지 망설였다. 신분상으로 보자면 사농공상의 정점에 위치한 무사 계급이 가장 높았다. 하지만 동영에서 무사의 지위가 실질적으로 높은 것은 아니었다. 수백 년에 걸친 평화가 그 이유였다.

평화가 지속되다 보니 무력의 가치는 떨어졌고 돈의 힘이 높아졌다. 부유한 거상들은 정권과 막후에서 결탁해 사회를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위세까지 누렸지만, 무사들은 그 존재 가치를 서서히 잃고 하층민으로 몰락해가고 있는 중이었다.

선택받은 무사들은 막부나 영주의 기본 혹은 그 산하의 무사로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나머지는 그야말로 입에 풀칠할 기회도 갖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명목상으론 그렇습니다.”

아베는 복잡한 이야기를 풀어서 설명하는 재주가 없어 고민 끝에 그렇게 대답했다.

“명목상으로 그렇다면 입지가 썩 좋은 분들은 아니란 이야기군요.”

승도는 아베의 이야기를 듣고 저들이 제방 위에 나와 소리를 지르는 이유를 알았다.

무사들은 기회만 생기면 전쟁이 일어나길 바랐다. 싸움이 벌어져야 그들의 존재 가치를 인정받고 공을 세워 사회 지배층으로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존재 가치를 잃은 자들은 존재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무리한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연합왕국의 경우에는 급속히 늘어가는 기계에 존재 의의를 잃어가는 노동자들에 의한 기계 파괴 운동이 일어났었다.

노동자가 제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일터를 공격하는 것처럼 나라를 지키는 것에 의의가 있었을 무사가 전쟁을 바라는 것은 제 이익을 추구하는 인간의 당연한 속성이었다.

배가 항구에 닿자 장군이 보낸 기본들이 까만 갑주를 차려입은 채 그를 맞았다. 의장용으로 쓰는 갑주를 차려입은 무사들은 겉모습만 보면 화려하고 강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의장용 군대는 의장용일 뿐이다. 실전을 수도 없이 겪어본 승도는 의장용 군대에서 강한 인상을 받기는커녕 우습다는 생각부터 했다. 막부가 나름대로 신중을 기해 그에게 힘을 과시하고 싶었다면 이런 의장용 무사들이 아니라 서역식 무기를 들고 훈련한 병사들을 보냈어야 했다.

승도가 눈짓을 하자 그 뒤를 따르던 용병들이 능숙하게 그를 둘러쌌다. 막부의 의장용 군대와 달리 화려한 멋은 없었지만 실용적인 군복과 통일되고 절도 있는 동작이 강한 인상을 주었다.

눈빛, 분위기 등 모든 것이 의장용 군대와 격이 달랐다. 승도와 함께 내렸던 막부의 중신 아베는 그 차이를 절감했다. 기본들을 동원해 나름대로 막부의 무력을 보여주어 그 기를 꺾어놓고 협상을 하려던 계산은 의미를 잃어버렸다.

“장군께 안내해 주시지 않으실 겁니까?”

기본과 용병들을 잠시 품평하는 눈으로 보느라 걸음을 멈추고 있던 아베는 그제야 자신이 바보처럼 넋을 잃고 있었다는 사실에 흠칫 놀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송구합니다. 일단 가마에 오르시지요.”

아베가 손짓을 하자 미리 대기하고 있던 가마꾼들이 앞으로 달려와 가마를 내려놓았다. 승도는 상인으로 살던 시절부터 남이 끄는 것을 타는 것에 익숙했던 지라 별 어려움 없이 가마에 몸을 실었다. 그가 가마에 오른 것을 확인한 아베도 가마에 올랐다.

아베는 가마에 오르며 선두에 있던 기본에게 말했다.

“고산진옥으로 갈 것이다. 대인을 모시도록 해라.”

“예.”

기본이 절도 있게 잘라 답하고는 일행을 이끌고 움직였다. 기본의 앞으로는 막부의 중신이 행차하는 것을 알리는 기마 둘이 먼저 달려 나갔다. 혹시나 있을 수 있는 소란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동영에서는 고위 계급 인사의 길을 막는 자는 즉참할 수 있는 법도가 있었는데, 일이 생길 때마다 사람을 죽이는 것은 사회적으로 심각한 손실이었다. 그래서 지위가 있는 자들은 행차를 할 때마다 미리 사람을 보내 길을 치워두게 했다.

“비켜 서거라. 노중의 행차시다.”

기마가 칼을 빼들고 목소리를 높이며 지나가자 길을 가던 사람들이 황급히 길 주변으로 물러나 비켜섰다. 남녀노소 지위 고하를 막론했다. 사람들은 가장자리로 물러난 채로 엎드려 고개를 조아렸다. 상위 계급과 눈이 마주치는 것 역시 위험한 일이라 그들은 숨도 쉬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신이라면 이렇게 할 수는 없었다. 신에서도 지배층에 해당되는 관료들의 지위가 상상을 초월하긴 했지만 그 행차 한 번에 길가는 사람들을 전부 엎드리게 하지는 못했다. 그저 비켜서는 정도가 고작이다.

지배층에 대한 철저한 복종.

승도는 가마의 창밖을 보며 이 나라에서 프리지아의 모습을 보았다. 지배층의 의지에 따라 사람이 아닌 단순한 도구로써 살아가는 병영 국가 프리지아. 이곳의 풍경은 그곳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만에 하나 이 나라가 프리지아의 문물을 받아들여 프리지아처럼 변모한다면 상당히 무시무시하겠어.’

승도는 길가에 엎드린 사람들을 보며 동영의 미래를 잠시 예단해 보았다. 오만하고 그 적이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던 제정의 전성기에는 프리지아를 대수롭지 않은 상대로 여겼지만, 돌이켜보면 그들은 정말 무서운 자들이었다. 한 줌밖에 안 되는 영토와 인구로도 그만한 저력을 냈기 때문이다.

그러니 프리지아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이 나라가 프리지아의 닮은꼴이 된다면 얼마나 무시무시하겠는가?

동영은 인구만 따져도 프리지아의 배에 달했고, 그 국토의 크기도 프리지아의 배를 넘겼다. 뒤지는 것이 있다면 서역 문물의 수용 정도인데 그 차이는, 특히 군사적 부문에 국한하면 정말 빨리 좁힐 수 있었다.

저 서방의 병든 환자 우스만만 해도 승도가 보낸 군사 고문단의 도움을 얻어 몇 년 만에 놀라운 수준의 군사 개혁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 그럴 준비가 되진 않았어. 정치적으로는 중앙 정부가 지방을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상태지. 이런 여건 하에서는 획기적인 수준의 개혁을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음 세대를 위한 경제적인 기반 다지기라면 모를까.’

승도는 동영이 무서운 적이 될 가능성은 인정하면서도 아직은 그 위험 정도가 크지 않다고 여겼다. 물론 개별 단위의 영주나 막부의 힘만으로도 강주의 이익을 침해하고도 남을 힘은 있었지만 강주의 존립 자체를 위협할 수준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승도는 이번 협상에 더욱 신중을 기할 필요성을 느꼈다. 가급적 막부가 동영의 패권을 오래 쥐며 현상을 유지해 주기를 바라야 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그도 이익을 얻고 말이다.

‘일이 수월하게 풀리면 좋긴 하겠지만 협상이란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 장군이 말이 통하는 상대였으면 좋겠는데.’

합리적인 제안을 하더라도 이를 수용할 수 있는 머리가 있는 자가 아니라면 협상은 불가능하다. 그래도 막부의 정점에 있는 자이니 머리가 없진 않을 것이다. 그가 걱정하는 것은 장군이 지나치게 교활하면 어떡하느냐는 것이다.

제 이익만 챙기는 이기적인 방향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면 승도도 협상하기가 심히 곤란했다.

‘두고 보면 알겠지.’

승도는 머리를 흔들고 가마의 창을 내렸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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