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0화. 흑선내항 (3)
장군 이에사다는 외부와의 접촉을 꺼리는 사내였다. 정무도 노중들에게 떠넘기고 결제만 하다 보니 세간에서는 그림자 장군이라는 말까지 돌기도 했다. 물론 막부의 권위에 썩 도움이 되는 행동은 아니었다.
“장군께서 들어오십니다.”
시종이 들어와 장군의 도착을 알렸다. 먼저 도착하여 장군을 기다리고 있던 승도는 찻잔을 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막부의 가신들조차 만나보기 어렵다는 장군과의 만남이니 예를 차려도 나쁘진 않았다.
다다미방이 열리며 창백한 인상의 사내가 모습을 보였다. 반쯤 민머리에서 권위가 느껴지진 않았지만 허리에 찬 두 자루의 검이 권위를 보충해 주었다. 일단 이 장소에서 무기를 휴대할 수 있는 사람은 장군밖에 없었으니까.
“만나 뵈어서 반갑습니다, 정이대장군 각하.”
승도가 먼저 인사를 건네자 장군도 입을 열었다.
“만나서 반갑소, 강주 관리사. 그럼 앉으시오.”
장군은 병약한 인상과 달리 목소리에 조금 힘이 있었다. 문사와 같은 느낌 속에 무사다운 기백이 있다고 할까. 승도는 일국의 정점에 선 권력자의 일면을 느끼며 그가 권한 자리에 앉았다.
시종들이 데운 차를 내어오는 동안, 장군은 자리에 좌정한 채 승도를 향해 관찰하는 시선을 보냈다. 사람을 품평하는 것 같은 눈빛. 평범한 사람이라면 부담스럽게 느낄 만한 시선이었다. 하지만 승도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그 눈빛을 받아넘겼다.
장군은 한참 승도를 보다 시종들이 차를 가져오자 입을 열었다.
“여기 온 이유가 우리와 이야기하기 위해서라고 들었는데, 그 말이 사실이요?”
“그러지 않았다면 여기 올 이유는 없지 않겠습니까?”
“하면 불편한 소동을 일으킬 이유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관리사는 그 일에 대해 어찌 생각하오?”
장군이 은근히 책망을 실어 묻자 승도는 가볍게 답했다.
“우리가 거래할 만한 자격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필요한 절차였다고 생각합니다.”
“필요한 절차였다.”
장군은 그 말을 중얼거리다 미미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장군께서 소동에도 불구하고 우리와 만나주기로 하신 것도 결국 그 절차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군. 차나 한잔 드시오.”
장군은 차를 권했다. 동영이든, 신이든 주인은 손님에게 무언가를 대접하는 풍습이 있었다. ‘원수라 하더라도 집에 왔을 때는 차라도 내놓아야 한다.’는 격언이 나온 것도 그런 풍습 때문이었다.
“감사합니다.”
승도는 장군이 권한 찻잔을 집어 들었다. 그는 찻잔을 들다 지나가는 말을 덧붙였다.
“다기가 훌륭하고 마음에 듭니다.”
그의 말에 장군도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다기를 가지는 것은 동영 지배 계급의 자존심과 같아 차 대접에서 다기에 대한 칭찬은 빠질 수 없었다.
승도는 동영 행을 나서기 전에 이런 사소한 부분을 챙겨두었다. 작은 것 하나도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있어 중요한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정치가라면 이런 부분에서의 배려에 조금은 무뎠겠지만 그는 이익에 민감한 상인의 속성도 가졌기에 작은 부분도 세심하게 챙길 줄 알았다.
“우리 가문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다기요.”
“좋은 다기로 대접해 주셔서 영광입니다.”
장군은 승도가 다기를 알아봐준 것에 아까보다 표정이 좋아져 있었다. 말수도 조금 늘었고 목소리도 높아져 있었다. 승도는 그 변화를 알아보고 일이 잘 풀릴 징조라 여겼다.
장군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 이런 소동을 일으키면서까지 나를 빨리 만나고자 했고 그 목적은 이룬 것 같은데, 이제 본론을 꺼내는 것이 어떻겠소?”
“좋습니다. 각하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돌리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각하와 우리 강주가 상호 협력의 관계를 취하였으면 합니다.”
“상호 협력?”
장군이 묻자 승도가 설명을 붙였다.
“그렇습니다. 서로가 원하는 것을 얻으며 이익을 극대화하자는 것이 제 제안입니다.”
“좀 더 상세하게 말한다면 어떤 것이 있겠소?”
“우리 강주는 막부가 원하는 무기를 공급해드릴 수 있습니다.”
“무기를 공급해준다. 그건 어차피 서역 상인들의 손을 빌면 쉽게 구할 수 있지 않소?”
“대신 우리는 싸게 드릴 수 있습니다.”
“얼마나 싸게 말이요?”
장군이 구미가 조금 당기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렇지 않아도 서역 무기의 구입 비용은 막부의 재정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었다. 그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면 상당한 이익이 될 수 있었다.
승도는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를 그려 보이며 답했다.
“공짜로 말입니다.”
그 말에 장군이 어이가 없단 얼굴을 했다. 무기 가격이 얼마나 비싼데 그걸 공짜로 준단 말인가? 하지만 승도가 하는 이야기는 빈말이 아니었다.
막부의 후원을 받아 동방 무역에서 입지만 강고히 다질 수 있다면 강주가 보유한 구식 무기를 몽땅 공짜로 넘겨도 남는 장사였다. 부족하다면 아예 더 사다 넘겨주어도 무방했다.
“그 말이 진정이라면 대단히 좋은 제안이지만.”
“믿으셔도 좋습니다. 이 자리에 나오시기 전에 제가 누군지 알아보셨을 것 아닙니까?”
승도의 반문에 장군의 수염이 움찔했다. 장군은 승도와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그가 누구인지부터 그 주변 사정까지 막부가 수집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머리에 넣고 나왔다.
그 정보에 따르면 눈앞의 사내는 천하제일의 거상인 동시에 강주 경제계를 한 손에 거머쥔 자였다.
그 개인의 자산만 따져도 은 수천만 냥에 달하는 대부호이니 만큼 막부가 원하는 무기를 구입해서 넘겨줄 수 있는 역량은 의심할 필요가 없었다.
“그럼 무기를 공짜로 넘겨주는 대가로 원하는 것이 무엇이오?”
“먼저 은과 유황을 원하는 만큼 가져다 팔 수 있게 해주시는 겁니다.”
막부는 은과 유황의 국외 유출에 제한을 가하고 있었다. 하지만 막부가 이 제한을 풀어준다면 승도는 제한된 물량을 독식하고 있는 윈스턴 상회를 간단히 압도할 수 있는 발판을 구축하게 된다. 그다음은?
규모의 경제를 구축해 경쟁자들을 밟아버리는 경제 전쟁을 하고 독점을 하면 끝이다. 그렇게 하면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이익이 쏟아진다.
“제한을 푸는 것은 부담이 좀 있는 이야기요.”
“물론 당장 해달라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도 그럴 능력이 되진 않으니까요.”
승도가 가진 상선은 몇 척 되지 않았다. 그나마 제대로 굴릴 역량이 되지 못해 지금은 권리를 받아도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였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막부와 협의를 하여 상한선을 조금씩 높여가는 쪽으로 처리하는 편이 나았다.
“그 정도라면 괜찮은 이야기군요. 다른 조건은?”
“려와의 무역망 구축을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그건 쉬운 이야기가 아니요. 그 나라는 관리사도 알듯 몹시 폐쇄적인 성향을 가졌소.”
“막부에서 외교적인 접촉을 해달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 대답에 장군이 의아한 듯 물었다.
“그럼 무얼 도와달란 소리요?”
“려에 동영의 영관(무역을 위해 설치된 일종의 상관)이 있지 않습니까? 그 영관에 우리 지점을 넣고 싶습니다.”
“간단한 이야기는 아니오.”
영관의 자리는 한정되어 있는데 거기에 승도의 지점을 넣어주자면 누군가를 밀어내야 한다.
그곳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자들은 대부분이 서반부의 영주를 배후로 둔 상인들이었다. 그들의 반발을 생각하면 간단하게 결정할 사안은 아니었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 협력이 되어야 장군께 제안한 조건을 실행할 수 있습니다.”
“무기를 무료로 제공한다.”
장군은 그 매력적인 제안을 곱씹었다. 한계에 달한 막부의 재정을 고려하면 그 제안을 거부하는 것은 어려웠다. 무엇보다 그 제안을 거절한다는 것은 이곳까지 찾아온 야심만만한 사내가 다른 자들과 손을 잡는 결과를 부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저자가 저 조건을 내걸고 서방 영주들과 손을 잡는다면 다시 동경만이 위협받고 만다. 아마 저자는 그 위험을 상기시켜 주기 위해 동경만에 군함을 띄웠을 것이다. 시건방진 일이긴 하지만 제안 자체도 나쁘지 않았고, 거절했을 때의 위험부담이 너무 컸다.
장군은 손익 계산을 마치고 승도의 얼굴을 보았다.
***
승도와 막부는 협상 끝에 다음과 같은 합의안을 도출했다. 양자 모두 협상에 뜻이 있고 타결 의지가 있기에 가능한 성과였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이랬다.
하나, 강주 행상은 올해부터 연간 1,000정의 총을 막부에 제공한다.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막부는 행상에 대해 은과 구리, 유황의 취급 권리를 준다. 수출량의 제한 한도는 매년 20%를 올리며 그 몫은 모두 행상의 물량으로 한다.
둘, 강주 행상은 동영 무역에 따른 이윤의 3할을 막부에 제공한다. 대신 막부는 강주 양행에 은 오백만 냥에 해당하는 구리 광산 및 은 광산의 소유권을 이전한다.
셋, 강주 행상과 막부는 상호간의 공존공영을 위해 상대를 위협할 수 있는 대상을 돕지 않는다.
아울러 양자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평시에는 막부가 양행이 요청하는 선원과 선박을 지원하고, 전시에는 행상이 막부가 요청하는 군함을 지원하도록 한다.
넷, 막부는 행상의 이익을 위해 려에 개설된 영관의 지분 4할을 행상에 양도한다. 대신 행상은 영관의 사용료에 해당하는 금액을 막부에 지급한다.
합의안은 막부와 행상의 입장을 절충하여 만들어졌다.
큰 맥락에서 막부는 행상이 자신들의 적이 될 수 없도록 하는데 주의를 기울이면서 나름대로 자신들도 이윤을 챙길 수 있는 조항을 만들었다. 여러 가지 이익을 챙길 수 있도록 최대한 머리를 쓴 것이다.
이 점에서는 막부가 신의 정부보다 다소 나은 면이 있었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수도 없이 많은 지방 정부들을 다루며 정치력을 시험받은 탓이 컸을 것이다.
승도는 그런 막부의 입장을 수용하면서 그들에게 이익을 나누어주는 방향으로 조건을 짰다.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이익을 독식한다는 것은 차후 막부에 다른 선택지가 생겼을 때 행상과 쉽게 결별할 수 있는 요인이 되었다.
따라서 이익을 배분함으로써 동업자 관계를 구축하는 쪽으로 갔다. 물론 이익을 배분해주는 것보다는 투자를 받아두는 쪽이 유리했으므로 승도는 광산을 당초보다 훨씬 많이 받아내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협상이 마무리되자 막부는 승도에게 동경만에 있는 군함을 이제 그만 물려달라고 요청했다. 승도 역시 새로운 파트너의 입지를 계속해서 불안하게 만들 생각은 없었던 까닭에 곧 돌아가기로 했다.
“존왕양이! 존왕양이!”
승도가 돌아가는 길에 모인 무사들이 고산진옥 앞에서 큰 소리로 외쳤다. 존왕양이는 위로 천황을 받들고 양이를 배척하겠다는 일종의 배외 구호였다. 이양선(?)이 나타나고 막부가 그에 굴복(?)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생각해낸 구호치고는 참신했다.
“무엄하다. 저자들을 쫓아라.”
승도를 배웅하기 위해 함께한 노중 아베가 명령을 내렸다. 곧 수십 명의 기본들이 앞으로 나섰다. 그들은 다짜고짜 칼을 뽑아들었다. 대화보다는 칼을 쓰는 걸 좋아하는 무사 계급들 사이에서 긴말은 필요하지 않았다.
장군의 기본들이 칼을 뽑고 해산하지 않으면 피를 뿌리겠다는 뜻을 보이자 무사들이 침을 뱉고는 주변으로 흩어져갔다. 아베는 무례(?)가 자신의 탓인 양 고개를 숙여 사죄했다.
“추태를 보여 송구합니다.”
“아닙니다. 우리가 이곳에 와서 벌어진 소란입니다. 염려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승도는 아베에게 괜찮다는 뜻을 피력하면서 동영을 지배하는 막부의 기반이 생각보다 약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가 알기로 동영의 막부는 최소한 직할령에서는 완전한 중앙 집권제를 구축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돌아가는 상황은 그런 것 같지 않았다.
‘합의안은 잘 내놓았는데 막부의 기반이 생각보다 허약하다면 언제고 얻어놓은 발판이 허물어질 수도 있단 뜻인데.’
승도는 잠시나마 그 가능성을 생각해 보았다.
실제 막부의 동영 지배 역량은 18세기부터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다. 세가 커져가는 영주들에 대한 제어도 문제였지만 몰락한 무사 계급의 누적되어 가는 불만을 해소할 수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였다.
이들의 불만은 군사력으로도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막부에 가장 큰 잠재적 위협이었다.
‘이 부분은 돌아가서 조금 생각해볼 지점이겠어.’
승도는 막부와의 거래에 의미를 두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강주가 사활을 걸고 지켜내야 할 우방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들과 손을 잡은 것은 어디까지나 이익을 얻기 위함이었다.
그러니 필요하다면, 이익이 되지 않을 시엔 편도 바꿀 수 있었다. 동방의 의리, 명분론보다 서방의 비정한 실리에 익숙한 사내는 그런 생각을 품고 고산진옥을 떠났다.
“대인께서 돌아오신다. 닻을 올려라!”
클레망소의 명이 내려지자 선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며칠을 해상에서 닻을 내린 채 초조한 시간을 보내던 선원들은 그 명령에 기쁜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해상에서 정박하고 있는 것은 사실 대단히 위험한 일이었다. 해적과 같은 경우가 아니더라도 태풍과 풍랑, 전염병이 바로 그 위험에 해당되었다. 노련한 선원들은 그 위험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한시라도 빨리 움직이고 싶어 했다.
물론 항구에 빨리 내려 여자와 술을 마음껏 취하고 싶은 마음도 빼놓을 수 없었다.
승도를 태운 동영 범선이 가까워오자 클레망소를 위시한 선단의 지휘관들이 그를 맞이하기 위해 기함에 모였다. 기함은 연합왕국 해군에서 ‘피츠버그’라 불리었던 대형 프리깃 ‘강주함’이었다.
승도가 줄사다리를 타고 기함에 오르자 강주함의 함상에 모인 지휘관들이 일제히 거수경례를 붙였다. 승도는 손을 들어 답례를 하고 지휘관들과 악수를 나누며 그간의 고초에 대해 격려했다.
기한이 정해지지 않은 ‘기다리기’를 하느라 날카로워졌을 선원들을 다루는 일은 분명 어려운 일이었다. 더구나 연합왕국보다 자유분방한 로망스 인들이라면.
승도가 그들의 수고를 알아주자 지휘관들은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인간에게는 기본적인 욕구 외에도 ‘인정의 욕구’가 있어 자신이 한 일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받고 싶어 했다. 그 수고를 알아줄 때 사람은 자신을 알아준 사람에 대해 호감을 갖게 된다.
승도는 장교들과 악수를 나눈 후 클레망소에게 합의안을 건네주었다. 그는 합의안을 꼼꼼하게 읽어본 후 승도의 얼굴을 보았다.
“우리 입장에 딱 맞춘 협상을 해오셨군요.”
“일단은 그런 셈입니다.”
클레망소는 합의안의 세 번째 조항을 가리키며 물었다.
“평시에 막부에서 배와 선원을 제공하고 전시에 우리가 군함을 제공한다. 이 조항대로라면 막부에서 우리에게 상선과 선원을 지원해주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다만 막부가 보유한 상선과 선원들이 원양 무역의 경험이 거의 없다 보니 영관과 동영 사이의 무역 쪽을 맡아준다고 보면 정확할 겁니다.”
“그쪽에 대한 부담을 던다면 이쪽은 동영과 강주 사이의 교역에만 집중하면 되겠군요.”
“맞습니다.”
선택과 집중은 전쟁만이 아니라 무역에서도 중요한 요소였다. 선원들을 일정한 항로에 계속해서 투입하면 그만큼 그 도정에 익숙해져 적어도 이 항해에 관해서 만큼은 빠르게 숙련도를 올려갈 수 있었다.
사고의 부담도 낮출 수 있고, 승무원을 늘리는 일도 좀 더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승도는 이 같은 이점을 계산하고 막부에 안보 지원을 하고 선원과 배를 지원받기로 한 것이었다.
“이대로만 된다면 동방 무역의 기초는 앞으로 일 년 안에 대충 다져질 것 같습니다.”
“그건 우리 행상이 나선 이상 당연한 수순입니다. 우리가 마음을 먹은 이상 기초를 다지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요.”
압도적인 자본력을 갖고 있다면 어느 사업이든 발을 담그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돈만 쏟아부으면 기초를 다지는 것도 가능했다. 거기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느냐가 문제일 뿐이다.
“대인의 말씀대로입니다.”
클레망소의 답에 승도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
“앞으로 동방 무역에서 우리 지분을 절반 정도까지 끌어올리는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리겠습니까?”
클레망소는 잠시 생각하다 답을 내놓았다.
“해운 역량의 성장 추세를 감안하면 짧게는 칠 년, 길게는 십 년을 내다보셔야 할 겁니다.”
“짧게 칠 년에서 길게는 십 년이라.”
“그렇다고 해도 삼각 무역을 통해 이문을 꾸준히 극대화하면 일 년 후부터는 흑자를 내지 않겠습니까?”
그의 말대로 내년부터는 흑자를 예상해볼 수 있었다. 지금은 선원과 배의 운용비용만 따져도 엄청난 적자였다. 하지만 자리만 잡히면 이익은 상당한 수준으로 들어올 전망이었다.
“그렇기야 하지만 당분간 이윤을 크게 키울 수 없다는 것이 좀 걸리는군요.”
“염려 마십시오, 대인. 그 시간은 결코 길지 않을 겁니다.”
승도는 클레망소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선실로 향했다. 로망스 사내는 그의 고용주가 선실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는 합의안을 품에 넣고 목소리를 높였다.
“돛을 펼쳐라.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