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6화. 변수 (1)
총과 비슷한 길이로 만들어진 나무 막대기를 쥔 병사들이 있었다. 그들은 힘찬 구호를 낸 다음 제자리에 도열했다. 대부분은 단단한 체격을 가진 남성들이었지만 일부는 성별이 다른 자들이었다.
남녀로 이루어진 특이한 집단이 정렬하자 그 앞으로 교관이 서서 짤막하게 훈시를 했다.
교관이 뭐라고 할 때마다 병사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그 말을 듣고 큰 소리로 복창했다. 승도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 좌측으로 시선을 돌렸다.
“훈련병의 수가 생각보다 적군요. 여성에게 문호를 개방해도 기본 조건을 갖춘 자들을 채우기가 쉽지 않나봅니다.”
“예. 전투에 자주 나가는 이유도 있고, 훈련 강도가 높다는 점이 자원자의 수를 줄이는 요인인 것 같습니다.”
장교의 대답에 승도가 입맛을 다셨다.
“곤란한 일이군요. 예정한 병력 증원이 되지 않으면 내년에 군대를 움직이는데 지장이 많아질 텐데.”
“노동자들이라도 데려다 쓰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한 장교가 의견을 내자 승도가 턱을 매만졌다.
“그들에게 일자리가 없는 것도 아니고, 병사로 일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겁니다.”
건문이 반론하려는데 승도가 손을 들어 그 말을 막았다.
“그 방법이 있었군요.”
대륙은 개인보다 집단의 의사가 중요한 곳이었다. 개인의 힘만으로는 스스로의 안전을 보장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곳에서든 집단을 이루었는데, 그 집단에 남기 위해 규칙에 순응해야 했다.
노동자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은 노동자들의 집단인 방에 소속되어 있었고, 방의 방주와 엄격한 규칙은 노동자들이 거부할 수 없는 권위나 마찬가지였다. 방주들과 이야기만 잘 한다면 노동자들을 군대로 끌어오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서기.”
“예, 대인.”
건문이 소매를 모으자 승도가 명했다.
“지금 우리와 협력 관계에 있는 방의 방주들에게 일러 한 사람당 노동자 열 명 이상, 정확하게 모집 공고의 요건에 맞는 자들로 보내달라고 요청하세요. 우리 지시에 맞추어준 자들에게는 공사 발주 등에서 혜택도 준다고 말하고. 알겠습니까?”
“그리 지시하겠습니다.”
승도는 뒷짐을 진 채 고개를 끄덕였다.
독재의 편리함은 이런 부분에 있었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부분에 대해 위로부터의 권위 하나로 밀어붙이면 일사천리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지도자가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지만 일의 처리에 있어 그 효율을 따를 수 있는 체제는 딱히 없었다.
“병사들의 수를 채우면 편제는 어떻게 구성할 예정입니까?”
“규모는 사단급이 되겠지만 세부적으로는 세 개의 여단으로 나누어 운영할 생각입니다.”
승도는 여단이라는 말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여단은 연대에 전투 지원부대를 붙여 만든 부대로 규모는 연대보다 조금 큰 규모였다.
간단히 말해 로망스 제정 시절에 운영했던 반편 사단(반쪽 편성의 사단)에 가까운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헨들릭이 설명을 붙였다.
“왕국 보병의 일부 부대에서 취하는 편제이기도 합니다. 단위 부대로서의 성격은 연대와 다르지 않지만 규모와 화력을 증강하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쁘지 않군요. 세 개의 여단을 편성한다면 그 지휘관은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일단 상승군의 대대장들을 승진시켜 그 역할을 맡게 할 생각입니다.”
대대와 여단은 규모의 차이가 있지만 업무의 성격은 유사한 면이 있었다. 상급 부대의 명령을 받아 하급 부대를 통제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독자적인 작전 수행 능력이 조금 걸리긴 했지만 그럴 만한 경륜을 가진 사람은 상승군에 없었다. 두 대령 출신을 빼면 말이다.
“나쁘지 않은 얘기군요. 빈자리들은 차차 강주 군관 학교 출신들로 채우도록 하지요.”
“알겠습니다.”
승도가 강주 출신들을 군의 허리에 심을 뜻을 밝히자 헨들릭도 수긍했다. 계속해서 외부 출신에 모든 것을 의지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실력이 부족하더라도 그렇게 하는 것이 강주를 경영하는 입장에서 옳은 길이었다.
“그리고 훈장 건도 준비했으면 좋겠습니다.”
“훈장이라면 오래전에 말씀하신 로망스의 훈장 제도 말씀이군요.”
“맞습니다.”
승도는 상승군을 새롭게 일신하는 김에 훈장 제도도 실시하기로 했다. 연합왕국이 근대에 들어오며 내세운 명예 작위 제도와 비슷한 개념으로 큰돈 들이지 않고 병사의 사기를 높일 수 있는 주요한 수단이었다.
인간의 공명심을 자극하면서도 물질적인 지출이 적은, 지도자 입장에서 가장 이상적인 제도가 바로 이 훈장이었다.
“훈장을 도입하려면 공정한 공적 평가 제도와 규정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그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나도 그 점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상승군이 좀 더 높은 위치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제도입니다.”
승도는 훈장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원수의 지휘봉은 모든 병사의 배낭에 들어 있다고 말하는 로망스 군의 ‘승진에 대한 열망’은 병사들조차 차별 없이 받을 수 있는 훈장에서 기인하고 있었다.
공적을 세우는 만큼 위로 올라갈 수 있다면 그만큼 실력을 가진 자들을 끌어올려 군 전체의 전투력도 높일 수 있고, 군에 대한 충성심도 담보할 수 있었다. 굳건하게 뭉쳐진 군대의 조직력이 얼마나 강한지는 승도 본인이 잘 알았다.
전 에우로페를 적으로 돌린 상태에서도 수십 년을 싸운 로망스 육군의 저력이 어디에서 나왔던가? 그 절망적인 전쟁을 감내할 수 있었던 근원은 군에 대한 충성과 믿음, 그리고 출세에 대한 희망이 있어서였다.
승도는 그 힘이 앞으로 필요하리라고 여겼다. 장차 천국과 제국을 넘어 그보다 더한 적과 싸워 나가려면 가능한 한 할 수 있는 모든 곳에서 능력을 배양해 두어야 했다.
“훈장은 내가 고안해서 준비할 테니 상승군에 맞는 제도 쪽만 신경 써주세요.”
“알겠습니다.”
승도는 훈장은 자신의 손으로 만들 생각을 했다. 로망스의 유명 훈장들은 모두 그의 머리에서 나온 것들인 만큼 이번에도 예외는 될 수 없었다.
“그건 그렇고, 병사들의 보급품 운반은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 유지할 생각입니까?”
“예. 당분간은 그리할 생각입니다. 철도가 완성되면 강주 주변은 철도를 통한 기동을 검토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발 이외에 믿을 만한 수단이 없습니다.”
“우마는요?”
“그쪽은 수량이 상당히 부족합니다. 아무래도 이 부분은 보충이 필요할 거라고 여겨집니다.”
지난 천국 토벌 전쟁에서 상승군은 보급품 운반에 거의 기대지 않고 움직였다. 승도가 손을 써서 미리 적지 근처에 보급품을 마련해둔 덕이었지만, 상승군의 보급품 운송 능력이 상당히 열악하다는 점도 그 이유 중 하나였다.
보급품 운반에 필요한 수레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었지만, 그에 필요한 우마는 군이 요구하는 만큼 준비하기 어려웠다. 초원과 접한 대륙 북부라면 동물의 수급이 용이했지만, 남부는 사정이 달랐다.
단기간 전쟁을 할 생각이라면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싸워도 충분하지만, 장기전 혹은 장거리 원정을 염두에 둔다면 당연히 이들 동물의 도움은 필수적이었다.
연합왕국만 하더라도 힌디아에서 4만의 군대를 움직이기 위해 20만 마리의 가축을 동원했다. 식용으로 쓰는 가축을 제외하더라도 장거리 원정을 지탱하기 위해 필요한 동물만 10만 마리를 넘었다.
상승군의 규모가 작다고 하더라도 대륙을 염두에 둔다면 엄청난 규모의 보급 역량을 준비하는 것은 필수적이었다. 제정 시절 대육군을 지탱하기 위해 32개의 육상 보급 부대와 3개의 수상 보급 부대를 편성할 정도로 보급에 관심이 컸던 승도는 이 부분에 주의를 기울였다.
“내년에 제대로 된 보급 조직을 시험해 보려면 그 전에 우마를 보충해야겠군요.”
“구태여 보급 부대를 편성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기존에 사용하신 방법만 사용해도.”
“아닙니다. 같은 방법을 써도 이전만큼 효과를 보기도 어렵거니와 그런 방식으로는 우리 군을 진보시킬 수 없습니다.”
이전에 천국을 공격할 때는 그 점령지에 행상의 영향력이 남아 있었고 천국이 물자를 모두 수중에 넣은 상태가 아니었다. 덕분에 상승군이 보급 부담을 지지 않고 쾌속 진격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행상의 지원도 기대하기 어려울뿐더러 천국의 높아진 지역 장악력까지 감안해야 했다.
같은 방식이 통한다고 해도 그렇게 해선 안 되었다. 장시간 전투력을 유지하며 교전을 벌이는 연합왕국 육군과 같은 수준에 도달하려면 병참 능력을 확실히 갖추어야 했다.
“우마는 내가 동방 무역 회사나 염상을 통해 조달해 보겠습니다.”
승도는 보급 문제에 대해 못을 박았다.
“왕국 육군과 같은 방식으로 가려고 하시는군요.”
“기왕이면 최강자와 같은 모습을 갖추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승도는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 앞에 훗날의 강주를 책임질 신병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먼지투성이의 관도 위를 달려가고 있었다.
***
강주와 제국이 서역식 군대를 증강하며 칼날을 갈고 있는 동안, 천국도 놀고 있지만은 않았다. 그들은 숙명적인 결전을 앞두고 방어 준비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대하 남안에서는 서익이 육만의 군대를 모아 북쪽의 제국군과 대치하고 있었고, 서쪽에서는 금수전의 조카 금양이 이만의 군대를 모아 혹시 모를 강주의 재침에 대비했다.
어설프나마 구색은 갖추어진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 병력의 질과 양이 적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다는 것을 천국의 지도자들 모두가 잘 알고 있었다.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천국의 멸망은 확정된 미래나 마찬가지였다.
서익은 이 절망적인 상황을 바꾸기 위해 상승군과 회군을 본뜬 서역식 군대의 창설에 박차를 가했다.
조건과 시기도 좋았다. 무슨 의도인지는 모르지만 연합왕국 쪽에서 그들에게 무기와 군자금을 지원해 주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만 해도 제국에 무기를 퍼다 주다시피하며 그들을 못 잡아먹어 안달이던 자들이 왜 태도를 싹 바꾸었는지는 모르지만, 꺼려 할 일은 아니었다. 손 하나가 아쉬운 상황이다 보니 의도를 알 수 없는 도움조차 기꺼이 받을 수밖에 없었다.
서익은 이렇게 받은 지원을 바탕으로 제국에 맞설 새로운 군대를 편성했다. 요마에 맞선다는 의미를 담아 항마군이라 이름 붙여진 이 군대는 무기부터 교관까지 모두 연합왕국에 의지했다. 천국의 수명을 조금 늘려놓기 위한 왕국의 장난이었지만 그 개입 덕분에 천국은 약 오천 명의 서역식 군대를 마련할 수 있었다.
기존에 서역 무기만 든 군대와 달리 편제와 교리까지도 서역식으로 준비된 진짜 서역식 군대이다 보니, 그 전투력은 기존 군대와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천국은 이 부대를 방어력이 가장 취약한 대하 하류에 배치하여 훈련과 방어를 동시에 겸하도록 했다.
그들은 부대가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첫 실전을 경험하게 되었다. 상대는 대하 하류에서 천국을 상대로 활동하고 있는 단련.
싸우게 된 장소는 논밭이 넓게 펼쳐진 평탄한 평야 지역으로 상대를 우회하거나 포위할 여지가 없는 곳이었다. 우직한 힘 싸움으로 승부를 내야 하는 전장이었다.
“보병 정지.”
훈련을 받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병사들이라 전열의 유지와 관리는 매우 서툴렀다. 병사들이 어수선하게 멈추어 서자 군관이 교관의 눈치를 보며 재빨리 목소리를 높였다.
“줄을 맞추어 선다. 전열 정리!”
천국 군대가 평소에 하지 않던 이상한 짓을 하고 있자 단련들은 그 광경을 보고 냉소를 지었다. 사기가 꺾이다 보니 별짓을 다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단련을 지휘하는 정국은 이상한 짓을 하는 월비들을 보고 자신만만한 얼굴을 했다.
“월비들이 이번에도 총을 들고 나오긴 했지만 지난번처럼 쉽게 깨트릴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정국은 함께 단련을 일으킨 백운에게 동의를 구하듯 물었다. 백운은 월비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전의 월비들과 다를 것도 없는 자들입니다. 이참에 저들을 깨트리고 상경 근처까지 갑시다. 그 정도만 해도 조정에서 상급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을 겁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앞에 있는 월비들을 우습게 보았다. 지난 패전 이후 월비들은 사기가 떨어진 탓인지 도처에서 단련들에게 패했다. 정국은 겨우 두 달 사이에 월비 육천을 쳐부순 경험이 있어 이번에도 어렵지 않은 싸움이 될 거라 예단했다.
“우리가 먼저 선공을 합시다.”
정국이 자신만만하게 꺼낸 말에 백운도 동의했다. 지휘관들이 결정을 내리자 기수가 깃발을 흔들었다. 곧 누런 군복을 입은 단련들이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기에 평야를 뒤덮은 황톳물처럼 벌판을 뒤덮으며 전진하는 그들의 모습은 실로 위압적이었다.
몇 번의 승전으로 눈에는 자신감이 있었고, 동작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무기를 곧추세우고 다가오는 단련의 모습에 천국 병사들이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사격 준비!”
군관의 명령과 동시에 천국 병사들이 일제히 총구를 하늘로 향하게 하고 장전을 서둘렀다. 훈련 기간이 거의 없다 보니 그 동작에 실수가 여러 번 있었다.
군관들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병사들이 개인별로 총을 쏘지 못하게 했다. 오합지졸의 병사들이 가지는 가장 큰 특징이 주변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쉽게 휩쓸린다는 것이었다. 누군가 총을 쏘기 시작하면 사격 통제는 물 건너가게 마련이었다.
다행스럽게도 군관들의 통제는 먹혔다. 제국군과 달리 종교라는 매개가 하나 더 있어 오합지졸들에게도 명령이 힘을 발휘한 덕분이었다.
단련들은 상대가 총을 쏘지 않고 있자 적의 멍청함을 비웃었다. 그들은 보란 듯이 칼을 흔들어 보이며 적을 향해 희죽 웃었다. 이제 다가가서 월비들의 목만 따면 이번 싸움은 간단히 끝날 것 같았다.
거리는 약 십 장(30m).
월비들의 얼굴이 또렷하게 구분될 만큼 가까워졌다. 단련 지휘관들은 거리가 가까워졌다고 판단하자 고수에게 북을 치게 했다. 거리가 일정 수준 이하로 가까워진 이상 느리게 다가갈 필요가 없었다. 바로 돌격을 해서 상대가 가진 무기의 이점을 뺏으면 그만이었다.
둥. 둥. 둥.
고수의 북소리가 커지자 단련들이 함성을 지르며 적을 향해 쇄도했다. 신발 뒤로 진흙 알갱이가 튀었다.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는 단련들의 얼굴을 본 천국 병사들이 침을 삼켰다.
대충 사격 준비가 끝난 것을 확인한 군관들도 표정을 굳혔다. 그들은 심호흡을 하고는 사격 명령을 내렸다.
“사격!”
거리 오 장(15m)에서 수천 발의 총탄이 쏟아졌다. 사격 자체는 통제했지만 그 간격이 너무 길어졌다. 이십 초에 걸쳐 이루어진 사격 때문에 천국 병사들의 앞은 화약 연기로 아예 가려져 사람 크기의 물체도 구분하기 어려울 지경이 되었다.
두 번째 사격은 사실상 그 의미를 가질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사격 자체는 대단한 위력을 발휘했다. 지금까지 일제 사격을 받아본 경험이 없던 단련들은 무자비한 탄막에 경악했다.
맨 앞에서 달려가던 자들은 모조리 시체로 변했고, 운이 좋은 자들도 바닥에 누워 신음했다.
천국 쪽에서 노리고 한 사격은 아니었지만 가장 살상력을 발휘하기 좋은 두 장 반 거리에서 사격을 얻어맞은 탓이었다.
그들은 이 공격 한 번에 전의를 잃고 돌격을 망설였다. 적이 머뭇거리는 것을 눈치챈 천국 군관들이 외쳤다.
“전군 착검!”
착검 명령이 내려지자 천국 병사들은 재빨리 총검을 총구에 끼웠다. 다행히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어서 병사들은 이 동작을 손쉽게 수행했다. 병사들이 착검을 마치자 군관들이 외쳤다.
“돌격!”
“와아아.”
천국 병사들이 함성을 지르며 몰려나오자 단련들은 조금 전의 충격에서 회복하지 못한 상태로 공격을 받았다. 화약 연기로 만들어진 안개를 뚫고 적이 쏟아져 나오자 단련들은 어설프게 맞서다 총검을 맞고 쓰러졌다.
제대로 된 전열 전투를 배운 병사들은 아니었지만 일제 사격으로 일종의 ‘쇼크 상태’에 놓여 있는 단련들을 이기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갑작스레 적이 일제 사격을 퍼붓는가 싶더니 착검 돌격을 해서 자신들의 군대를 밀어붙이는 것을 본 두 단련 지휘관은 제 눈을 의심했다. 전문적인 군사 지식을 가지고 군대를 지휘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보니 그들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다 자기 병사들이 달아나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는 자신들이 졌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들은 재빨리 말 머리를 돌려 달아났다.
“적들이 달아나고 있습니다.”
“내버려 둡시다. 쫓는다고 해봐야 귀찮은 무리들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천국 군관들은 패주하는 단련들의 뒷모습을 보며 손바닥을 가볍게 문질렀다. 아직 경험이 부족한 군대로도 이 정도의 효과를 낼 수 있다면 좀 더 실력을 쌓은 다음에는 제국이나 강주를 상대로도 싸워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오랜 패배감에서 벗어나 모처럼 그 눈에 자신감을 담고 적을 바라보았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