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호루스의 반지-233화 (233/425)

제233화. 동영의 주인 (2)

승도는 동영 행을 서둘렀다. 막부가 무너질 경우에는 그간 쌓은 공든 탑이 무너질 수도 있었다. 유능한 선원들은 모두 선단이 데리고 가 버린 까닭에 로망스 상관과 연합왕국 상관에 협조 공문을 보내 상당한 삯을 지불하고 프리깃함을 운영할 선원을 빌렸다.

배에는 달리 상품을 실을 필요가 없어 식량과 탄약만 적재했다. 그를 수행할 병사들과 장교들도 빠른 시간 내에 속속 강주항으로 불려왔다. 준비는 시간 엄수를 주문한 행상의 지침에 맞게 완벽하게 이루어졌다.

행상은 서역인들과 장시간 거래를 하며 시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어 대부분의 동방인들과 달리 정확한 시간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상인들이라면 시간에 꼼꼼한 부분이 있었지만 행상은 유별나다고 할 정도로 이 부분에 철두철미했다.

“준비는 모두 완료되었습니다. 대인.”

“준비하느라 수고했습니다.”

승도는 참모장교 출신답게 이 모든 준비를 챙긴 하비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빡빡한 일정 속에 준비한 것치고 부족한 것은 없어 보였다. 전쟁하기도 전에 이긴다는 생각을 가지고 만전을 기하는 붉은 코트다운 준비였다.

“대인들도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고생은 오 대인이 하실 것인데 우리가 한 것이 무엇이 있다고 덕담을 건네십니까? 고생하십시오.”

“아무쪼록 좋은 결과를 가지고 돌아오겠습니다. 돌아오기 전까지 강주를 잘 부탁드립니다.”

승도는 행상들과도 차례로 악수를 나누었다. 은비를 한 번 안아주고 막 마차에 오르려던 차에 사람 하나가 급히 그를 찾으며 달려왔다.

“대인!”

그 외침에 승도가 마차의 문을 잡다 말고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일입니까?”

그가 묻자 사내가 숨을 헐떡이며 전문 하나를 내밀었다.

“읽어 보십시오.”

승도는 그 전문을 받아들었다. 잠시 전문을 읽어 내려가던 눈길이 어느 순간 심각한 빛을 띠었다.

이내 승도는 마차 위에 올렸던 발을 거두고 내려섰다.

“대인, 무슨 소식입니까?”

그의 표정이 시시각각으로 바뀐 것을 본 하비가 물었다.

“동영에서 왕국 외교관이 피살되었다고 합니다.”

“그게 무슨.”

사람들은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해 잠시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왕국 외교관이 살해당하다니. 그건 꿈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 그들은 말을 잘못 들은 것이라 생각했다.

천하에 누가 있어 왕국 외교관을 죽인단 말인가? 누가?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제국 조정조차 그런 배짱은 부린 적이 없었다. 왕국의 실력을 피부로 느껴보기 전에도.

왕국의 무력을 천하가 알게 된 작금에 그런 미친 짓을 할 자들이 있다는 게 기가 막힐 따름이다.

승도는 어이없다는 얼굴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부연 설명을 붙였다.

“동영의 무사들이 왕국 외교관들을 살해했다는데, 자세한 경위는 아직 모른다고 합니다.”

“동영의 무사들이라면 누구의 무사들이 말입니까?”

“조마 번의 국계 안에서 살해되었다니 조마가 범인이겠지요.”

“하면.”

사람들은 이 일이 심각하게 번질 거란 냄새를 맡았다. 자국의 국기만 건드려도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거리는 자들이 외교관이 죽은 일에 가만있을 턱이 없었다.

“연합왕국이 조마를 징벌하겠지요.”

승도는 그 말을 하면서 자신이 동영으로 갈 필요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왕국이 개입하는 이상 조마가 이길 가능성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막부가 어처구니없이 단시간에 패망하지 않는 이상은.

“대인, 일이 이렇게 돌아가면 우리가 소란을 떨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구태여 건너가실 이유가 없지 않겠습니까?”

그 자신도 앞으로 할 일들을 생각하면 동영으로 가지 않는 편이 편했다.

“상황이 변했으니 움직일 이유가 없어지긴 했지요. 그렇지만 아주 사람을 보내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승도는 자신이 갈 필요가 없다 해도 막부에 사람을 보내야 한다는 부분은 인식했다.

동영의 정세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혹 연합왕국이 막부와 손을 잡는다면 그 과정에서 행상의 이익이 침해될 가능성이 있었다. 이 부분을 빨리 파악하고 대응하려면 눈과 귀를 막부에 보내두어야 했다.

승도는 사람들에게 이 점을 설명했다. 그의 설명을 들은 오유도가 물었다.

“하면 누구를 보내려 하느냐.”

“최소한 관직이 높은 분이 가야 합니다. 그리해야 막부로부터 대접을 받을 수 있을 테니까요.”

관직이 높은 사람이라면 이 자리에 행상들밖에 없었다.

“행상 중에서 한 사람을 보내잔 말이더냐?”

오유도가 다시 묻자 승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행상들은 그 말에 잠시 생각을 해보는 표정을 지었다.

“동영어에 능통한 분이 계시다면 그분이 적임자일 것 같습니다.”

“동영어에 능한 분이라면 노 대인이신데.”

반진유가 노진승을 추천했다. 행상 노진승은 석년에 동영과의 조공 무역을 전담하는 절해관에서 상행을 한 적이 있었다.

그 경험 덕분에 노진승은 동영인 못지않은 동영어를 구사할 줄 알았다.

“노 대인이 적임자이신 것 같습니다. 다른 분들은 동영어에 능하지 못하시니.”

몇몇 행상이 그 말을 받았다. 승도는 사람들의 추천을 듣고 노진승에게 정중하게 물었다.

“노 대인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노진승은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되자 수염을 매만졌다. 가지 않는다고 말을 할 수도 있지만 행상의 이익을 위해 누군가 동영으로 가야 했다.

누군가 가야 한다면 일을 가장 잘할 수 있는 사람이 가는 것이 최선. 노진승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가야 한다면 할 수 없지요. 그곳에 가서 무얼 하면 되겠습니까?”

“막부와 연합왕국의 움직임을 면밀하게 살펴 주셨으면 합니다. 그 둘이 손을 잡는 일도 능수능란하게 방해해 주셔야 합니다.”

“그거라면 염려하지 마십시오. 관리사 대인도 알다시피 우리 행상은 그런 일에 이골이 나 있는 사람들이니.”

노진승은 할 만한 일이라 여겼다. 수십 년 전 행상의 고혈을 빨아온 조정과 수도 없는 알력 다툼을 벌인 그였다.

그런 경험이 있기에 적당히 돈을 뿌려 아군을 만들고 물밑에서 적절하게 그 입장을 보호할 줄 알았다.

“물론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무역망 구축이 조금 차질을 빚게 되었으니 그 부분에도 주의를 기울여 주셨으면 합니다. 대인께 전권을 위임해 드릴 터이니, 우리 행상이 동방 무역의 기초를 다질 수 있도록 손을 써주십시오.”

승도는 이번 전란으로 동영으로 간 행상의 상인들이 무역망 구축에 차질을 빚고 있을 것도 계산했다.

이때 전권을 가진 사람이 와서 일처리를 지시하면 뜻밖의 변수에 당황해 일을 하지 못하던 상인들도 일사천리로 일할 수 있었다.

변수가 생겼을 때는 언제나 ‘권한’의 문제 때문에 손발이 묶이게 마련이라는 점을 그는 간과하지 않았다.

“그 부분도 신경 쓰겠습니다. 그럼 우리 가문의 사업이 문제인데.”

“대인의 사업은 오호관에서 대신 맡아드리겠습니다.”

“그래 주시겠습니까?”

“행상을 위해 일해 주시는데 그 정도 도움은 드려야지요.”

노진승은 고개를 끄덕였다. 승도는 그에게 동영 행을 맡기기로 했다.

다만 뜻하지 않게 출발하게 된 만큼 가족과 인사를 나눌 시간을 주기로 했다. 노진승을 태운 마차가 거리 저편으로 멀어져가자 오유도가 입을 열었다.

“연합왕국의 양이들이 개입을 한다면 상황이 어찌 될 거라 보느냐?”

“조마가 크게 패할 겁니다.”

“그들을 패하게 하는 수준에서 멈추지 않을 수도 있다.”

“일정한 선에서 그들은 멈출 겁니다.”

이런 판단은 무역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이라 오유도가 다시 궁금증을 내비쳤다.

“연합왕국이 멈출 이유라도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유라면 충분합니다. 왕국은 이이제이를 좋아하는 자들이니까요. 장기판에 한쪽 말만 있으면 장기를 둘 수 없는 것을 아는 자들이 한쪽 말들을 모두 치울 이유가 있겠습니까?”

“막부를 다루기 위해서 조마를 살려둘 것이다?”

“그게 제 생각입니다.”

승도는 현실적인 관점에서 생각했다. 감정적으로 생각하면 왕국은 조마를 갈아 마셔야 했다.

하지만 손은 봐주더라도 살려두는 쪽이 그들에게 이익이었다. 조마가 살아 있어야 막부를 견제하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가령, 막부가 로망스와 손을 잡는다면 연합왕국은 조마에 힘을 싣는 시늉을 하는 것으로 그 시도를 무산시킬 수 있었다. 외교에서 이렇게 쓸 수 있는 장기짝이 있고 없고는 큰 차이였다.

“우리 입장에서도 조마가 살아 있는 편이 막부에 대한 협상력을 올릴 수 있으니 나쁜 이야기는 아니겠어.”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승도는 사람들을 장원 안으로 이끌었다.

***

북경에서 멀지 않은 외항 선진은 예로부터 제국의 창이라고 불렸다. 대륙을 관통하는 거대한 대운하의 일부가 가지를 뻗어 이곳 선진 근처로 나아오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동방의 범선들이라면 북경으로 이어지는 통혜하를 타고 올라가 바로 수도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해운과 수운이 교차하는 곳인 까닭에 선진에는 항상 배들이 북적거렸다. 백 척이 넘는 배들이 언제나 닻을 내리고 있어 항구는 만원이었다.

항구의 한쪽에는 다른 배들과는 차원이 다른 크기를 가진 거함들이 여럿 늘어서 있었다.

그 배들은 좌우로 구멍이 쭉 나 있었고 배의 높이는 일반적인 범선의 몇 곱절에 달할 만큼 높았다. 그 마스트에는 힘차게 펄럭이는 사자기가 매달려 있었다.

왕립 해군.

그들은 왕국이 자랑하는 해군 함정들이었다. 전열함 6척과 기범선 1척으로 이루어진 함대는 겨우 7척만으로 항구의 동방 선박 전체를 압도하는 위용을 과시했다.

이 막강한 함대를 지휘할 기함, 조지의 함교에 모인 장교들은 아직도 올 기미가 없는 제독의 모습을 찾기 위해 재차 망원경을 들었다.

마차를 타고 온다면 멀리서도 그 모습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교들은 관도를 훑다 망원경을 내렸다.

“야만인들 때문에 대기 명령이 내려지고 정말 짜증나는군그래.”

“외교관의 목을 날렸다고 하니 제독 각하께서도 별수 없으신 거지. 아마 공사의 명령이 내려오는 대로 함대를 출동시키려면 대기 명령을 내릴 수밖에 없으실 테니까.”

“그놈의 출동 대기 명령. 북경에 제독이 다녀올 시간을 생각하면 이틀 정도는 뭍에 올려 보내줘도 되지 않나. 물가에 있는 뱃놈에게 여자와 술이 없는 이틀은 지옥이나 마찬가지인데.”

장교 하나가 너스레를 떨자 나머지가 피식 실소를 터트렸다.

“그랬다가 병사들이 탈영이라도 하면 자네가 옷을 벗을 텐가? 여긴 탈영한 친구들을 잡아올 헌병대도 없다네.”

왕국 해군에서는 오래 전부터 탈영자들이 많이 있었다. 보수는 짜고 일은 고되니 탈영하고 싶어 하는 자들이 없을 수가 없었다.

헌병대가 선술집과 항구의 여관을 뒤져 탈영자들을 색출해내는 풍경은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었다.

헌병대가 있기에 수병들이 쉽게 탈영하지 않았지만 이곳 선진에는 헌병이 없었다.

“에이, 빌어먹을.”

장교는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서역의 크고 거친 여성과 달리 아담하고 소박한(?) 동방 여성들은 아무리 보아도 질리지 않는 느낌이 있었다.

그녀들과 보낼 시간이 덧없이 흘러간다고 생각하니 이렇게 함교에서 죽이는 시간이 정말 아까웠다.

“아쉬운 마음은 접어두고 이번 휴가를 망친 그 야만인들이나 손볼 생각이나 하지 그러나?”

“그리 말하지 않아도 그럴 생각이네. 배에 있는 수병 모두가 그렇겠지.”

장교는 당연하다는 듯 대꾸했다. 뱃사람에게 가장 소중한 육상에서의 휴식과 여자, 술을 빼앗아간 자들에게 가지는 적개심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컸다.

거기다 왕국 외교관들을 살해한 야만인들이라고 하니 손속에 자비를 둘 이유가 없었다.

함대가 동영 땅으로 간다면 민간인이고 군인이고 가릴 것 없이 싹 쓸어버릴 것이다. 개돼지 같은 것들 주제에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으니까.

“좋은 마음가짐이군. 잘 생각했네.”

장교들은 농담 삼아 말하면서도 은연중에 동영에 대한 적개심을 또렷하게 내비쳤다. 그 천한 미개인들은 말살의 대상이라고 말해도 모자람이 없었다.

그들이 동영인들에 대한 경멸감과 적의를 곱씹고 있을 때 대령이 손을 들어 주의를 환기시켰다.

“각하께서 도착하셨네.”

어느새 제독을 태운 마차가 항구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 앞에 찍힌 왕국의 문장이 선명하게 보였다.

포효하는 사자의 문장이 달린 마차의 문이 열리며 붉은 코트 차림의 제독이 모습을 보였다.

그가 마차에서 내리자 장교들은 급히 함교에서 갑판으로 내려가 그 앞에 도열했다.

곧 제독이 보트를 타고 배에 올랐다.

“모두 수고가 많군. 며칠 동안 대기하느라 고생이 많았네.”

“아닙니다, 각하.”

대령이 대표로 서서 말을 받자 도손 제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장교들을 찬찬히 둘러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제군들도 알겠지만 이번에 우리 외교관이 참혹하게 살해당했다. 이 사건에 대해 왕국 정부의 대응을 결정할 권한을 가진 전권 특명 공사는 우리 해군에 다음과 같은 명령을 전했다.”

제독은 잠시 호흡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 어조가 처음보다 조금 높아졌다.

“하나, 대 연합왕국 해군은 외교관 살해 사건에 대한 철저한 보복을 실시한다. 죄를 저지른 조마 번 및 그 동조 세력의 해안을 공격하여 요새는 모두 철거하고 항구는 파괴하며, 그 수상 세력은 지도에서 말살한다.”

장교들은 그 과격한 대응에 당연하다는 얼굴을 했다. 제독은 그 표정을 보며 계속해서 말을 꺼냈다.

“둘, 대 연합왕국 해군은 막부와 협력하여 조마 번에 대한 육상 타격을 실시한다. 해상 타격 이상의 교훈을 내림으로써 연합왕국에 대한 도전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본보기를 보이도록 한다.”

첫 번째 명령에는 별말이 없던 장교들이 두 번째 부분에서는 약간의 질문을 보였다.

“각하, 막부와 협력한다는 것은 정확히 어떤 의미를 가진 것입니까?”

“정확히 말해 막부의 육군 병력을 우리가 싣거나 혹은 그 선단을 호위하여 조마의 후방에 내려놓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말한다.”

“작전의 측면에서 나쁠 것은 없지만 그리하면 로망스와 손을 잡은 막부를 너무 키워주는 것이 아닌 가 염려됩니다.”

“그렇지 않아도 공사 각하께서 같은 부분을 염려하셨다.”

제독은 장교들의 말을 자른 다음, 세 번째 지침을 입에 담았다.

“셋, 대 연합왕국 해군은 막부에 의한 완전한 조마 말살을 방지한다. 조마를 살려둠으로써 막부를 견제할 지렛대로 사용, 왕국의 국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이 명령의 이유다.”

“조마 번을 죽기 직전까지 내몰고 살려둔다. 그것이 쉬운 이야기이겠습니까?”

장교들은 그 명령의 현실성에 의문을 보였다. 그들이 막부의 입장이라면 다 잡은 조마 번을 살려둘 것 같지는 않았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지. 하지만 우리가 누군가? 오대양을 지배하는 왕립 해군이다. 우리에게 불가능한 일은 없다. 우리가 하고자 한다면 막부에서 마냥 반발하긴 어렵겠지.”

왕국 해군이 강경한 입장을 내보인다면 막부도 조마를 마냥 밀어버릴 생각을 할 수는 없었다.

외교관이 죽은 왕국이 살려 두겠다는데 그 뜻을 거스르면 왕국의 입장을 깔아 버리겠다는 의미가 된다.

국제 정세에 그나마 눈이라도 뜨고 있는 막부라면 왕국의 입장을 무시하고 움직이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행동인지는 모르지 않을 것이다.

“막부에서 꽤 불편하게 생각할 겁니다.”

죽일 수 있는 적을 살려 주겠다는 상대를 좋게 여길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그 정도의 불편한 시선 정도는 조마를 살려 둠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에 비하면 하찮은 것에 지나지 않았다.

“상관없네. 그깟 야만인들이 불편하게 여긴다고 해서 우리가 곤란해질 일이 있겠나?”

“물론 아닙니다.”

장교들이 힘을 주어 답하자 제독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답은 나왔군. 출항 준비를 하게.”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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