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호루스의 반지-234화 (234/425)

제234화. 동영의 주인 (3)

팽팽한 공기가 감싼 향항은 어딘지 모르게 평소보다 위축된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외국 상인들을 맞이하는 호상들의 태도만 보아도 그 부분은 쉽게 느낄 수 있었다.

벌써 이곳 향항 방문이 마흔 번도 넘은 윈스턴 상회의 상인 로이는 그 묘한 공기에 기묘하다는 인상을 느꼈다. 엄청난 무게의 상품을 싣고 오느라 항해 도정에만 상당한 시간을 소모한 선단은 동영의 전쟁에 대한 소식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조마와 막부 간에 전쟁이 터졌다 그겁니까?”

“들어온 이야기로는 그렇습니다.”

로이는 마주 앉은 호상의 상담역에게 재차 확인을 하고서야 상황을 파악했다. 그는 마른침을 삼켰다. 전쟁이 터졌다면 이번 거래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할 수 있었다.

앞으로 향항으로는 물건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 마비 상태가 유지되거나 혹은 항구가 공격을 받을 수 있을 테니까.

“조마와 막부가 전쟁이 터졌다면 내해(동영의 섬들 사이에 있는 바다)의 항로는 폐쇄되었겠군요.”

“아마 막부에서 그런 조치를 내렸을 겁니다.”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항로를 막부 측 상인들이 이용할 이유가 없으니 막부에서 항로를 유지할 이유가 없었다.

무엇보다 항로를 열어두면 막부 내에 있을지도 모르는 조마의 간자가 수시로 조마에 정보를 넘길 우려도 있었다. 막부로서는 수로를 봉쇄할 수밖에 없었다.

설령 막부가 봉쇄하지 않는다고 해도 막부의 돈줄인 이 수로를 조마가 그냥 보고 있을 턱이 없었다.

내해에서 가장 안전한 항로는 조마의 해안 요새와 해군의 위협 하에 있었다. 막부가 수로 유지의 의지가 있다 해도 운송 자체가 쉽지 않았다.

“재고는 얼마나 있는 겁니까?”

“은은 상선 두 척 분량, 구리는 상선 네 척 분량, 유황이 네 척 분량, 그 외의 물품이 두세 척 분량 확보되어 있습니다.”

상담역은 재고를 밝혔다. 보통은 물건의 재고량을 쉽게 밝히지 않지만 이럴 때는 양을 밝히는 편이 유리했다. 희소성을 강조함으로써 상대로부터 값을 올려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양은 아니군요.”

“그런 셈입니다. 해서 평소보다 값을 좀 높게 쳐주셔야 합니다. 우리 호상도 운송이 끊겨 손해가 큰 입장이니 말입니다.”

상담역의 말에 로이가 찻잔을 들었다. 그는 잠시 손익 계산을 해보며 어느 정도 값을 쳐줄지를 따져보았다. 이런 경우라면 전시의 특수성을 인정하여 값을 최대 세 배까지도 올릴 수 있었다.

아마 호상은 그 정도의 수익을 바랄 수도 있었다. 박리다매가 안 된다면 값을 올리는 것이 상인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일단 값을 두 배로 쳐드리겠습니다. 외상 거래까지 허용해 주신다면 세 배. 제가 드릴 수 있는 최선의 제안입니다.”

로이는 자신의 제안을 밝혔다. 간을 보고 기 싸움을 할 수도 있었지만 오랜 거래를 나눈 호상과 그런 머리싸움은 시간 낭비에 불과했다. 양자는 서로를 너무 잘 알았다.

상담역은 그 이야기를 듣고 로이의 눈을 보았다. 한동안 그 생각을 읽으려는 듯 시선을 주던 상담역이 말했다.

“외상 거래라면 후불로 돈을 주시겠다는 말씀입니까?”

“잘 이해하셨습니다.”

생각지 못하게 값을 높게 줘야 하는 상황이라면 물건을 살 수 있는 만큼만 사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향후 물목의 확보가 어려운 상태에서는 비싼 가격을 지불하는 한이 있더라도 외상을 청할 수도 있었다.

“외상 거래라면 네 배입니다. 위험부담과 이자를 생각해서입니다.”

물건 값이 떼일 가능성은 물론 적었다. 윈스턴 상회가 동방 무역을 포기할 생각이 아니라면. 하지만 상회가 언제까지 무역을 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었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것이 상인들의 세계였기 때문이다.

상담역의 대답에 로이가 머리를 긁었다. 네 배라면 윈스턴 블레이크로부터 욕을 먹을 수도 있는 거래였다. 그렇지만 상황을 알고도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더 욕을 먹는다. 로이로서는 일단 물량 확보에 주안점을 둘 수밖에 없었다.

“조금 값을 내릴 수는 없겠습니까? 기존 원가에 해당되는 비용을 선불로 제공하고 이곳의 우리 창고를 담보물로 제공하겠습니다.”

물건 값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가격이긴 하지만 오랜 거래 관계에서 구축된 신뢰와 이름값을 생각하면 이 정도 담보를 내걸 때는 조금은 값을 깎아줘야 했다. 상담역은 조금 물러서 주기로 했다. 이익을 더 취할 수 있더라도 한철 장사를 하고 그만할 생각이 아니라면 원만하게 해결하는 것이 좋았다.

“좋습니다. 3.5배로 하시지요.”

값이 상당히 내려갔다. 시간을 끌며 신경전을 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다. 여기서 토를 더 달면 호상은 거래를 하지 않을 것이다. 로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상대에게 손을 내밀었다.

“거래 받아들이겠습니다.”

두 상인의 거래가 성사되자 항구에 정박한 윈스턴 상회의 배들에서 상품들이 하역되기 시작했다. 선원들이 차례로 상품을 내리는 동안 호상 쪽 일꾼들이 상품을 가져다 부둣가에 쌓았다.

하역하는 품목은 면직물과 모직물 등이고 적재를 위해 가지고 나온 물품은 은과 구리, 유황 등이었다. 포장된 상품들이 수북하게 쌓여 어느덧 산을 이루었다.

호상의 사람들은 하역되는 물품을 지켜보다 로이에게 말했다.

“일단 물건의 품질을 확인해 보겠습니다.”

“물론입니다.”

윈스턴의 상품은 언제나 믿을 수 있는 품질을 갖고 있었다. 그럼에도 호상들은 수시로 물건의 품질을 검사하곤 했다. 이는 윈스턴 상회를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자신들이 유통해야 하는 물건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호상의 상인들은 먼저 향신료부터 뜯어보았다. 그들은 처음 개봉한 향신료의 상태를 보더니 이맛살을 살짝 찌푸렸다.

“대인, 이거 보십시오.”

“무슨 일입니까?”

호상의 상인들이 뭔가 불만 섞인 표정을 짓는 것 같아 로이가 그쪽으로 뛰어갔다. 지난 몇 년간 별 탈 없이 그러더니 이번에 문제가 생긴 듯싶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별말이 없었는데 하필 왜 지금이란 말인가?

그들은 육두구 한 줌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말했다.

“다 눅눅해진 상품이 아닙니까?”

“그럴 리가요.”

로이는 그 말에 적잖이 당황했다. 향신료는 습기에 노출되면 그 맛이 나빠진다. 때문에 습기를 막기 위한 밀봉과 모래주머니 포장은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

보관 역시 그런 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었기에 어지간해서는 상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의 눈앞에 보이는 향신료들은 누가 봐도 눅눅하게 보였다.

로이는 상인이 내민 육두구를 입에 털어 넣었다. 이내 눅눅한 맛이 향신료 특유의 감칠맛 사이로 느껴졌다.

“대인, 상품이 이러면 저희도 곤란합니다. 윈스턴을 믿고 거래를 한다고 해서 이런 상품을 가져오면 어떻게 합니까?”

상거래에는 중요한 원칙이 세 가지가 있었다. 납기일의 준수, 상품의 질과 양을 정확히 준수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윈스턴은 상품의 질을 지키는데 실패했다. 호상에서 불만을 가질 이유가 되기에 충분했다.

“우리 쪽에서 뭔가 착오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향신료는 거래에서 빼겠습니다. 양해해 주십시오.”

로이는 진땀을 흘리며 호상을 진정시켰다. 호상 쪽도 오랜 거래 상대를 그 정도로 논박하고 싶지는 않았기에 거기서 넘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일단 향신료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한 이상 나머지 상품들도 확인해볼 필요가 있었다.

호상들은 면직물과 모직물의 포장도 뜯었다. 그러곤 아까보다 더 일그러진 표정을 지었다.

“대인, 지금 우리하고 거래할 생각이 없으신 겁니까? 윈스턴이 우리 호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만합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로이가 묻자 호상들이 뜯어 놓은 상품을 가리켰다.

“팔 상품이 왜 이 모양입니까?”

그들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을 본 로이의 입이 딱 벌어졌다.

모직물 제품들은 여기저기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하지만 모직물은 그나마 약과였다. 면직물은 온통 벌레가 파먹기라도 했는지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다.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로이는 자신이 싣고 온 상품의 상태에 기함을 했다. 그동안 상품을 숱하게 싣고 왔지만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는 그 생각을 하다 윈스턴 회장의 말을 떠올렸다.

‘오승도, 그자가 우리에게 손을 쓸 거라고 했지. 설마 그럼?’

상품을 망가트린 자가 그자라고 생각하면 지금의 상황이 설명되었다. 창고와 부두에는 동방 사람들을 쓰고 있으니 일이 그렇게 될 여지는 충분히 있었다. 그 가능성이 아니고서야 이렇게까지 상품이 망가질 이유는 없었다.

호상들은 싸늘한 눈으로 로이를 보며 말했다.

“대인, 이번 거래는 어렵겠습니다. 대인도 이해하시겠지요?”

“하지만.”

“그만 물러가 보겠습니다.”

호상들은 혀를 차며 일꾼들에게 짐을 다시 창고로 넣으라고 말했다. 로이는 그 자리에 주저앉은 채 망연자실했다. 상품은 망가졌고 다음 거래는 전쟁 때문에 기약할 수조차 없었다.

그는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꼈다.

***

윈스턴의 상선들이 상행에 허탕을 치고 며칠 후 행상의 선단이 향항에 도착했다. 그들은 향항 인근에서 연합왕국의 상선으로부터 전쟁에 대한 소식을 접했던 터라 그곳의 분위기에 그리 놀라지 않았다.

“전쟁 이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군요. 꽤나 내려앉은 느낌입니다.”

전반적으로 활력이 떨어지고 사람들의 얼굴이 침울하니 그렇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드나들던 배도 평소의 반이 되지 않았다. 클레망소는 조르주의 말에 동의하며 하선을 명했다.

행상 일행이 하선을 시작하자 향항의 개항장에 모처럼 외국인들이 가득 들어찼다. 천 명이 넘는 대인원이 하선을 하니 좁은 부두가 금방 사람으로 만원을 이루었다.

엄청난 수의 방문객이 찾아들자 호상도 급히 상담역을 내보내 그들을 맞았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대표로 나선 클레망소가 인사를 건네자 상담역도 소매를 모아 읍을 했다.

“일전에 뵌 적이 있는 행상의 서역 분이시군요.”

“맞습니다.”

“타당성 조사로 방문하신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대 선단을 끌고 오셔서 상당히 놀랐습니다. 그것도 전쟁 통에 말입니다.”

“저희 고용주께서 상당히 손이 크신 분이라 결정이 빨라서 그렇습니다.”

클레망소와 일행은 호상의 이야기를 받아주며 접견실로 자리를 옮겼다. 본격적인 거래를 하자면 긴 사전 조율이 불가피했다.

행상 일행이 접견실에 자리하자 호상들도 방으로 들어와 마주 앉았다. 양자가 좌석에 배정되자 상담역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번에 방문하신 것은 지난번과 같은 조사가 아니라 거래를 위한 방문이시겠지요?”

“그렇지 않다면 열 척의 선단을 끌고 올 이유가 없지 않겠습니까?”

호상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향항 부교로부터 장군의 교서를 전달받았었다. 행상이 막부와 협력 관계를 구축했으니 그들이 오면 편의를 봐주고 무역에서도 지시한 만큼 특혜를 주라는 지시를.

그런 지시가 내려올 정도이니 행상이 이번에 대 선단을 끌고 온 것을 보자마자 거래를 하려는 것이라는 점은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호상은 간단한 말 한마디를 통해 거래에 실패하면 행상이 손해를 볼 것이라는 점을 상기시킴으로써 협상의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 했을 뿐이었다.

“거래라면 우리는 언제든 환영입니다. 장군께 받은 말씀도 있고 하니 공정한 조건으로 응하겠습니다. 그럼 협상은 대인께서 맡으시는 것입니까?”

처음부터 상대가 간을 보자 클레망소는 일단 뒤로 물러섰다. 상인이 아닌 그가 거래를 주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었다.

대신 앞으로 나선 것은 행상에서 잔뼈가 굵은 용상이라는 인물이었다.

용상은 절해관에서 동영과 십오 년 가까이 무역을 한 베테랑으로, 행상에서도 상당한 지위를 가진 인물이었다. 노진승을 제외한다면 그 이상의 동영 전문가는 없었다.

“아닙니다. 제가 협상을 담당합니다.”

용상이 앞으로 나서자 상담역의 시선이 그에게로 옮아갔다.

“좋습니다. 어느 분이든 전권만 가지고 있다면 상관없는 부분이지요. 대인, 이분이 행상의 교섭 권한을 대행하는 것은 분명합니까?”

호상에서 확인을 요구하자 클레망소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우리 강주 관리사께서 협상을 맡긴 분입니다.”

“그럼, 대화를 해도 좋겠군요. 이번에 가져오신 상품부터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가져온 상품은 침향과 도자기, 향신료입니다.”

“향신료와 침향이라면 수요가 항상 높지만 도자기는 수요가 일정하지 않습니다.”

“그러실 겁니다. 하지만 이 도자기가 황실에 납품되는 도자기라면 이야기가 다르지 않겠습니까?”

“황실 납품 도자기라.”

도자기는 크게 네 등급으로 나뉘었는데 최고 등급은 황실에 납품되었고, 두 번째 등급은 제후와 왕공에게, 세 번째 등급은 관료와 부호들에게, 네 번째가 일반인들에게 팔렸다.

그러다 보니 신에서 국외로 내보내는 자기는 최고 등급이라고 해봐야 두 번째에 불과했다. 이 두 번째 등급의 자기는 동영에서도 충분히 대체가 가능한 수준이었지만 황실 납품 도자기는 그렇지 않았다.

품질 차이도 있었고 그 이름값의 차이까지 생각하면 그 격차는 작지 않았다.

“어떠십니까?”

“가져오신 상품 구성은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침향은 어떤 종류입니까?”

“모두 고급입니다. 흑침으로만 가져왔다고 보시면 충분합니다.”

침향의 값을 정하는 기준 중 하나는 색상인데, 최고급 품목들은 모두 검은 색상을 가지고 있었다.

행상이 가져온 품목이 싸지 않다는 반증이었다.

“향신료는 육두구와 정향입니까?”

“맞습니다.”

“그만하면 가져오신 물건은 모두 최고급이라고 생각할 수 있군요. 하면 구매를 희망하는 물목은 은과 구리, 유황입니까?”

“가능하면 많은 양을 원합니다.”

“물론 가져오신 배에 모두 실어드릴 만큼의 재고는 있습니다. 문제라면 역시 가격 문제가 되겠지요.”

가져온 물건의 값을 호상이 얼마나 쳐주느냐. 그리고 호상이 내놓을 물건을 얼마에 내놓느냐가 관건이었다.

용상은 웃으며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야기를 나눌 시간은 적지 않았다.

상인들의 기 싸움이 시작되자 클레망소는 방을 나와 궐련 한 개비를 입에 물었다.

약간의 이익 할, 푼, 리를 놓고 몇 시간을 같은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짓은 사람이 할 일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돈에 미친 자가 아니라면.

클레망소는 자신이 상인이 아니라 군인으로 태어난 것이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담배를 한 모금 깊게 빨아들이는데 그와 동행한 상인 몇이 밖으로 나왔다.

“협상은 지켜보지 않으시고 벌써 나오십니까?”

“같은 이야기를 반복할 걸 아는데 구태여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까?”

“딴은 그렇군요.”

클레망소는 궐련의 재를 톡톡 털었다.

“한데 대인, 전쟁이 난 마당이니 막부에서 우리 쪽 사람들의 배치를 도와줄 정신이 없을 것 같은데. 이 부분은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일단 명목상 이번 선단의 최고 책임자는 클레망소 대령 자신이었다. 상인들이 그의 의중을 묻는 것은 당연했다.

상행위에 한정된 일이라면 구태여 그의 의견을 구할 필요가 없겠지만 이 사안은 정치가 얽힌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 건이라면 조금 진행을 미루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진행을 미룬다고 하시면.”

“동영에 남을 예정이셨던 분들은 이곳 향항에 남아계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오나 이곳은 전란이.”

그들의 말에 클레망소가 고개를 저었다.

“향항은 몰라도 이 섬 자체는 바다에 의해 보호받는 입장입니다. 듣기로 막부가 조마보다 해군력이 강하다고 들었는데, 조마가 이 섬을 공격할 능력이 되겠습니까?”

“어렵겠지요.”

“그러니 염려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섬에 남으셔도 안전은 충분히 보장받으실 겁니다.”

“안전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곳에 장기 투숙하는 신세는 좀 그렇지 않겠습니까?”

일정한 기반도 없이 얹혀사는 모양새가 되면 문제가 된다. 클레망소도 동의했다.

“그런 문제가 있겠군요. 그럼 그 부분은 행상의 이익금으로 거처하실 곳을 임시로 구매해두면 되지 않겠습니까?”

상인들은 그 이야기를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생각해보면 다시 무역망을 구축하기 위해 건너올 일이다. 그렇게 따지면 그냥 호상들과 안면을 트고 지내는 것도 그리 나쁜 일은 아니었다.

상인들은 그 제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남은 것은 거래를 무사히 성사시키는 부분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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