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8화. 강자의 권리 (2)
조마군대는 경도에서 물러났다. 그들의 후퇴 소식에 막부 측은 잠시 당황했다. 하지만 경도 쪽에 있던 막부 측 인사들에 의해 후퇴의 이유가 밝혀지면서 그들은 승세가 기울었다고 판단했다.
‘연합왕국이 조마를 공격하고 있다!’
본진이 털리는 마당에 공세를 지속할 수 있는 자는 없다. 조마의 철수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막부 측 영주들은 즉시 경도로 입성하여 승기를 굳힐 것을 제안했다.
그들은 이번 전쟁에 낀 김에 확실한 공을 세워 영지를 넓히고 싶어 했다. 최소한 장군가로부터 충분한 보상을 받으려면 경도 입성이라는 공이 필요했다. 그 보상을 받으려는 욕망을 막기에 장군의 권위는 많이 부족했다.
경도와 동경 모두를 손에 쥔 과거였다면 말 한마디로 천하 제번을 호령했겠지만, 그 지위를 한 번 도전받은 입장이다 보니 영주들을 다루기가 예전처럼 녹록지 않았다. 장군으로서는 그들을 제지할 명분이 없었다. 공을 세우겠다고 나서는 자들을 막으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제시해야 할 판이었기 때문이다.
막부는 그런 대가를 줄 여력이 많지 않았다.
“눈에 보이는 계략입니다.”
수석 노중 안도가 고했다. 장군 역시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들이 아는 모리는 순순히 패배를 인정하는 인간이 아니었다. 승리의 가능성이 보인다면 승부수를 띄울 줄 아는 승부사. 애초 천하를 노리고 거병한 시점에서 영지 하나 따위는 그의 안중에도 없을 자였다.
그런 자가 영지의 안위를 지키려고 돌아간다? 종국에 정해진 패망의 수순을 알면서? 웃기는 소리였다.
“나도 알고 있네. 놈의 계략이겠지. 하지만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는 계책. 구조적으로 연합군의 형태를 취한 우리 약점을 찌른 공격이니 답이 없어.”
“하오나 그냥 당해줄 수는 없는 일입니다.”
“하면 어찌 대응하면 좋겠나?”
장군의 물음에 안도가 신중을 기한 계책 하나를 내놓았다.
“필시 조마는 경도로 우리를 끌어들인 다음 측면에서 공격해와 회전을 유도하려 들 것입니다. 그 점을 이용하여 유리한 지점을 미리 선점할 필요가 있습니다.”
“모리가 그 지역을 선점하려 한다면?”
“그럼 이야기가 더 쉽습니다. 놈의 의도를 영주들도 뻔히 알게 될 테니까요.”
눈에 보이는 위협이 있다면 막부도 영주들을 다독일 명분이 생긴다. 그 같은 이치를 아는 모리는 결코 사전 정지 작업을 해둘 수 없었다.
따라서 전장을 선점할 수 있는 권리는 막부에 있었다.
“전장을 선점한다면 우리 쪽이 크게 유리하겠군.”
천하의 조마군대라 하더라도 불리한 전장에서 승리를 따내는 것은 쉽지 않았다. 물론 회전을 벌인다는 것 자체가 조마에게는 마지막 남은 기회라는 점에서 전략적으로 막부에 불리한 결정이지만 말이다.
전술적으로 보면 막부 측이 우세한 판을 짜고 싸울 수 있었다.
“그럼 전장은?”
안도가 지도를 펼쳐 주군 앞에 보였다. 그의 손가락이 지도를 더듬은 끝에 경도 동남쪽의 광대한 평야를 짚었다. 경도와 막부 직할령을 잇는 도로를 위협할 수 있는 곳인 동시에 대군을 전개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였다. 조마가 일전을 벌여 천하를 얻고자 한다면 이곳 외에 다른 장소는 없었다.
“이곳입니다.”
“썩 우리 쪽에 유리한 곳은 아니군. 적지에 가까워.”
“조마도 그 정도 계산까지 하고 움직였을 겁니다. 우리가 전장을 선점하더라도 우리 주력이 오기 전에 걷어낼 자신이 있었겠지요.”
“한마디로 말해 시간 싸움이라 이건가.”
장군은 지도를 물끄러미 보다 입을 열었다. 조마군대의 주력으로부터 유리한 고지를 일정 시간 사수한다면 막부군의 증원 병력이 경도 점령을 마치고 남하하여 승리를 확정지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수에 실패한다면 조마는 곧장 이곳으로부터 동북진하여 경도로 나아간 막부군의 허리를 끊고 유리한 입지에서 회전을 강요할 수 있었다.
“하니 전장 선점에 내보낼 군대는 우리 군의 최정예를 보내야 합니다. 주군의 직할 부대를.”
“썩 내키는 판단은 아니군.”
장군은 턱을 매만졌지만 지는 것보다는 이기는 것이 좋은 법이다. 장군은 지도를 보다 결심을 굳혔다.
“좋아. 이번 한판 회전으로 조마가 막부의 아래에 있음을 천하에 알린다. 동시에 조마의 주력을 우리 손으로 깸으로써 조마 영지에 대한 명분도 확실히 한다.”
“영명하십니다.”
“안도, 영주들에게 명해라. 출전을 허락한다고.”
“예, 주군.”
“그리고 나는 몸소 군대를 거느리고 가산으로 간다. 그곳에서 시건방진 모리와 일전을 겨루겠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안도는 머리를 깊이 조아렸다. 장군은 전쟁 이래 처음으로 자신의 위엄을 잔뜩 드러내 보이며 검을 뽑았다.
“출정이다.”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조마를 상징하는 깃발이 미친 듯이 바람에 펄럭였다. 그 깃발 아래 수만의 군마가 집결해 있었다. 쏟아지는 비가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대군의 앞에 선 사내, 조마 영주 모리의 턱에 이른 물방울이 땅바닥으로 뚝 떨어졌다.
그 순간 침묵이 깨졌다.
“나는.”
모리가 말했다. 영주의 음성은 그리 높지 않았지만 좌중을 압도하는 힘이 있었다. 그 목소리는 빗소리에 잠겨 거의 들리지 않았지만 병사들은 분위기로 알아들었다. 영주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이제 천하를 건 도박을 하려 한다. 그 도박에 영지와 지위, 내 혈족까지 모든 것을 내걸었다. 그대들까지. 이 한판 도박에 승리하면 우리 조마는 천하의 중심에 우뚝 선다. 내가, 그리고 그대들이 이 천하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승리자가 된다면.”
모리는 천하를 꿈꾸는 조마의 상징이었다. 지금까지 언제나 천하의 변방에 남아 천대받으며 이류의 자리에 머물러 온 조마가 배출한 영웅이었다. 그 깃발이, 그 상징이 말했다.
“하지만 우리가 패한다면 나는 없다. 조마의 꿈은 없다. 미래는 없다. 천하도 없다. 영원히 패배자로 남게 될 것이다. 시골구석에 웅크린 채 막부가 던져주는 찌꺼기나 주워 먹으며 눈치나 보며 살게 될 것이다. 그리되기를 원하는가?”
“아닙니다. 주군.”
무사들이 외치며 무릎을 꿇었다. 이어 병사들이 무릎을 꿇었다. 이야기를 듣지는 못했지만 분위기가 그렇게 만들었다. 조마와 그 대의에 공감하는 자들 수만이 일시에 무릎을 꿇으며 장엄한 공기가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칼을 뽑아라. 그리고 죽여라. 타도해라. 그리하여 쟁취하라. 정당한 우리의 몫을. 우리의 꿈을 말이다.”
모리는 차가운 빗방울보다 서늘한 말을 던졌다. 다음 순간 그의 손이 검집에서 칼을 뽑았다. 서늘한 소리와 함께 영주의 칼이 공기를 가르며 하늘을 향했다.
“천하를 얻겠는가?”
“얻겠습니다.”
“그럼 일어나라. 무기를 쥐고 일어나라.”
영주의 목소리와 함께 수만 병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비바람이 거세게 불었지만 병사들의 표정은 단단했다. 후방이 어수선하다는 이야기가 돌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것으로 그들은 스스로의 결의를 다지고 배수진을 쳤다.
영주는 검집을 버렸다. 무사가 검을 버린다는 것은 승부를 내기 전에는 돌아가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모리가 본을 보이자 무사들 모두가 허리춤의 검집을 버렸다.
“아카.”
모리는 그런 무사들을 보고는 가신에게 입을 열었다.
“예, 주군.”
“연합왕국의 양이들이 개입하기 전에 승부를 내고 싶다. 치중을 가볍게 하여 가산으로 진격할 태세를 갖추어라.”
“알겠습니다.”
“막부에서도 우리 의도를 모르지는 않을 것이고, 전장을 선점당할 경우에 대응책은 어찌하면 좋겠나?”
“그래도 강공을 펴는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에게 그 외의 방법을 펼 시간은 없습니다.”
“하긴 그렇겠군.”
모리는 입맛을 다셨다. 승산이 확실한 전투를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막부가 바보가 아닌 이상 그런 전투를 용납할 이유가 없었다.
“승산은 얼마나 되겠나?”
“오 할 근처일 겁니다.”
“반반 싸움이라.”
그나마 조마군대의 정예한 전투력이 아니었다면 일 할의 승률도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막부 측의 우세한 전술적 우위를 생각하면 말이다.
모리가 말을 마치고 등을 돌리자 가노 아카가 입을 열었다.
“각 부대는 정해진 순번대로 출발한다. 목표는 가산. 정확한 시간에 맞추어 도착할 수 있도록 각 제장들은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 알겠는가?”
“신명을 다하겠습니다.”
모든 장수들이 큰 소리로 답했다. 아카가 손짓하자 기수들이 꽂혀 있던 깃발을 흔들었다.
동영 천하를 노리는 조마의 마지막 승부가 던져졌다.
***
강주 행상은 동영 전쟁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었다. 하지만 연합왕국이 개입할 것을 확인한 이상 그 예상은 수정되지 않을 수 없었다. 조마가 조기에 패하든지 혹은 압박을 받은 조마가 도박을 해서 막부를 쓰러트리든지 승부가 조기에 날 가능성이 높았다.
승도는 동방 무역 회사 대반과의 회동에서 조마의 존속 여부까지 확인한 터라 이 같은 새로운 추측을 기반으로 전략을 수립하였다.
먼저 동영 무역 부분에서 윈스턴의 입지가 훨씬 좁아질 것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전쟁 기간이 길어진다면 전후 호상이 윈스턴 쪽에 다시 물량을 크게 의지할 여지가 있었지만, 지금처럼 신용을 크게 잃은 상태에서 전쟁이 조기 종결되면 이야기가 달랐다.
그 점을 염두에 둔 승도는 행보를 좀 더 빠르게 가져갈 필요가 있었다.
“이렇게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오 대인.”
“제 이름도 기억해주실 줄 몰랐습니다.”
말끔한 옷차림의 서역 상인들이 승도와 악수를 나누었다. 그는 서역 상인들과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한 다음 자리를 권했다. 이 자리에 초대된 자들은 모두 연합왕국의 자유 상인들이었다.
전쟁 이후라면 ‘기회’를 염두에 두고 자력으로 무역에 나서려 할 자들이었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전쟁이 언제 끝날지 확신할 수 있는 자들은 적었다. 적어도 자유 상인들은 그랬다.
설령 전쟁이 조기에 끝난다고 해도 무역에 성공할 가능성이 많지 않다 보니 그들은 오승도가 동방 무역에 한자리를 주겠다는 말에 낚여 앞을 다투어 몰려왔다.
승도는 그들에게 자리를 권했다. 그가 동방인이라고 멸시하는 시선을 보내는 자들은 없었다. 일단 그의 힘과 영향력을 몇 번의 사건으로 확실히 인식한 이상 그런 무례를 저지를 간담 큰 자가 있을 리도 없었지만.
서역인들이 자리에 앉자 승도는 그들에게 차를 내주었다. 시녀들이 다기를 정리하는 동안 그가 입을 열었다.
“이 자리에 오시기 전에 서찰을 보셨겠지요?”
“그 서찰 때문에 이곳에 왔는데 내용을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한데 정말 우리에게 지분을 나누어 주신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맞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여러분이 선박과 선원을 투자하신 만큼 자산을 평가하여 이익을 나눠드릴 겁니다.”
“지분을 나눠주신다. 하면 그에 맞는 이익도 나누어 주신다는 뜻입니까?”
“당연합니다. 이익의 배분은 정확하게 해드릴 생각입니다.”
승도는 서역 상인들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당초에는 이익을 독점할 생각이었지만 아딘 상회 등과의 충돌을 겪으며 그도 한 가지 사실을 분명히 배웠다. 그가 동방 무역을 독점하더라도 그 이익은 오래갈 수 없다는 것을.
연합왕국이 손바닥만 뒤집으면 무역의 이익은 언제든 사라질 수 있었다. 왕국 영사의 오만한 태도, 그리고 연합왕국이 촉발한 동방의 군비 경쟁. 그들의 보호 밖에서 빠르게 고사되어 가는 윈스턴 상회가 그의 위기감을 자극했다.
그는 이 상황에 대한 대안으로 적을 아군으로 끌어들이는 방법을 취했다. 직접 동맹의 관계로 만들 수 없는 연합왕국 대신 그들을 움직일 수 있는 왕국 자본가들을 말이다.
그가 손을 내민 자유 상인들은 그 자본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자들이었지만 동방까지 이익을 찾아올 만큼 적극적인 자들이었다. 어느 방면이든 마찬가지지만 적극적인 자들은 인맥이 넓게 마련. 자유 상인들이라고 해서 그 연고가 제한되지는 않았다.
작게는 본국의 상공 회의소를 통해 의회로, 크게는 그들과 얽힌 인간관계를 통해 왕국 사교계를 움직일 수 있는 자들이었다.
그 힘은 적지만 무시할 수 없었다. 왕국이라는 거함을 움직일 수 있는 키었으니까.
“이익만 나누어 주신다면 대인의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지요. 선원과 배만 투자하면 되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대인들이 할 일은 주주가 되어 배당을 받는 일이 되겠지요. 안전하고 편안하게.”
“좋은 이야기입니다. 상인으로서 거절할 이유는 없겠지요.”
“동감입니다.”
“예상되는 이익은 얼마나 됩니까?”
“동방 무역만 점유한다면 세 배에서 네 배 정도를 전망할 수 있습니다.”
근거리 무역임을 감안하면 사실 이 정도도 놀라운 수익률이었다. 삼국 중계 무역을 생각하면 수익성은 그보다 훨씬 높았지만 승도는 보수적으로 수익을 잡아 이야기했다. 이익이 생각보다 낮게 나오면 상인들이 불만을 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훌륭하군요. 동방 무역 회사의 수익성에 비교할 만한 수익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 행상에서 손을 댈 이유도 없지요.”
승도는 웃으며 상인들의 말을 받았다.
“한데 대인, 하나 여쭐 것이 있습니다.”
“말씀하시지요.”
“이토록 수익성이 좋은 사업이라면 구태여 우리에게 손을 벌리지 않고 행상이 독식하는 것이 이익이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그럼, 어째서 우리에게 투자를 제안하신 것입니까?”
“보험입니다.”
승도의 대답에 상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도 머리가 나쁜 이들은 아니라 금세 이야기의 내막을 읽었다. 연합왕국이 적이 된다면 그들의 존재 자체가 승도의 강력한 방패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이들이 투자자인 이상 해상에서 왕국은 함부로 행상을 건드릴 수 없었다. 행상을 친다는 것은 곧 왕국 시민의 재산을 건드린다는 것. 시민의 재산과 목숨을 보호할 것을 존재 이유로 하는 근대 국가로서는 건드리기 곤란한 방패막이였다.
“왕국으로부터 우리를 방패로 쓰신다. 이해하였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우리를 통해 얻을 것이 하나 더 있다는 겁니까?”
승도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시간입니다.”
행상은 해상 무역의 장악에 걸리는 시간을 최소 십 년으로 잡았다. 하지만 자유 상인들과 이익을 나눈다면 윈스턴을 살려두며 시간을 끌 이유가 없었다. 그만큼 무역을 빨리 장악하고 그에 투자할 시간과 역량을 다른 곳에 돌릴 수 있었다.
갈 길이 먼 승도로서는 이 또한 기대 가능한 이익이라 할 수 있었다.
물론 이렇게 좋은 점만 있다면 승도가 처음부터 자유 상인들과 손을 잡으려 했을 것이다. 이 거래의 단점은 이익을 나눈다는 점이었다. 사실 이 단점은 너무나도 컸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안전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승도는 찻잔을 집었다.
“상호 간에 이익이 되는 거래라는 말씀이군요.”
“맞습니다. 하니 이 협력 관계가 오래 지속되길 희망합니다.”
“좋습니다.”
상인들은 그제야 미소를 보였다. 서로 간의 이해관계가 분명해진 이상 그 이익의 공유 지점이 사라지지 않는 동안에는 그들의 협력은 깨질 걱정을 하지 않아도 좋았다.
상인들이 가장 견고하다고 믿는 ‘이익의 동맹’이다.
“하면 대인들이 투자해주실 수 있는 자산 규모를 대충 정리해볼 수 있겠습니까?”
“우리들이 보유한 자산은 대충 상선 32척에 선원 2,850명입니다.”
“우리 행상은 현재 대형 프리깃 3척과 상선 9척을 무역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양자를 합치면 윈스턴의 입지를 대체할 만한 규모는 되겠군요.”
“맞습니다. 문제는 배분 쪽인데, 우리 쪽에서는 상선과 판매할 상품 전체, 그리고 무역망을 제공하겠습니다. 하니 우리가 전체 이익의 6할을 차지하겠습니다. 대인들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6할이라.”
상인들은 그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상품을 하나도 투자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이익의 4할을 준다는 것은 상당히 매력적인 조건이었다.
그들이 제공하는 상선대의 규모가 압도적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애매한 부분이지만.
“일단 첫 항해만 그렇게 배분을 해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대인들 입장에서 그냥 배를 놀리시는 것보단 이익이실 것이고.”
간을 보고 결정하자는 승도의 제안에 상인들이 눈빛을 교환했다. 한 번 거래라면 수익성을 확인하고 이야기할 만했다.
거래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차후 독자적으로 나가면 그만이다. 그들은 셈을 마치고 답을 내놓았다.
“좋습니다. 그리하시지요.”
양자는 거래하기로 하고 악수를 나누었다. 윈스턴 상회에 대항하는 양행과 자유 상인들의 동맹이 성사된 순간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