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호루스의 반지-241화 (241/425)

제241화. 준비된 무대 (1)

전쟁은 끝났다. 조마와 막부 양자는 연합왕국의 중재에 동의하고 강화 조약을 체결했다. 강자의 폭압에 의해 강요된 조약인 만큼 막부의 불만은 컸다.

조마는 개역을 당하는 대신 영주 모리 이하 가신단 전원이 책임을 지고 영지의 일부가 삭감되었지만, 막부가 원한 것처럼 개역의 수준까지 가지는 않았다.

그 군대에 제약을 건 점은 그나마 긍정적이었지만 조마가 패전으로 군대를 다수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처벌이라 보기도 어려웠다. 물론 이 조약으로 행상이 손해 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도리어 이익을 보았지.’

승도는 전쟁 관련 전문을 받아보았다. 조마가 끝장나지 않은 데다 연합왕국의 강압까지 받은 막부로서는 유일한 우방이나 다름없는 행상을 더 중하게 여길 수밖에 없었다.

막부에 충분한 강제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행상으로서는 무역의 안전판을 확보한 셈이라 큰 이익이었다.

이것으로 행상의 지위는 확고해졌고 해운업도 궤도에 올랐다. 남은 것은 벌어들일 돈을 적당하게 투자하고 배분하여 강주의 미래를 도모하는 일뿐이었다.

‘남은 건 적당한 때에 천국을 정리하며 제국 내에 내 입지를 확고히 다져두는 것이다. 토사구팽만 면하면 기회는 반드시 찾아오게 마련이지.’

승도는 느긋하게 회랑을 따라 걸었다. 좌우의 무인들이 예를 표했다.

쓰러지지만 않으면 기회는 온다. 패배의 문턱에 수없이 서보았던 과거의 경험이 준 교훈이다. 그는 젊고 기회를 노릴 시간은 많았다.

‘제국의 정권 자체도 그리 안정적인 것은 아니고.’

승도는 물가에 서서 흙탕물 속을 움직이는 잉어를 보았다. 제국 조정은 사실 총리대신 한 사람의 역량에 의해 지탱되는 불안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이 축이 무너지는 순간 제국 정계는 급변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총리대신의 불안한 입지를 생각하면 더없이 허약한 정권을 찾기도 어려웠다. 황제가 친정을 원하거나 혹은 태후가 권력의 전면에 나서거나. 그 어느 쪽이든 제국 중앙 정부에서 파란이 일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

‘그때가 올 때까지 건재할 수 있다면 결국 그들은 내게 손을 내밀게 될 것이다. 그다음은.’

권력자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장기짝으로 움직인 과거에도 결국 승자는 장기를 둔 자들이 아니라 칼을 쥔 자신이었다. 난세에 권력은 자리가 아니라 총구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니 때가 왔을 때 승도는 최고 권력자의 자리에 오를 자신이 있었다. 이 부패한 제국의 정점에.

승도가 뛰노는 잉어들을 보고 있는데 건문이 다가왔다.

“대인, 군의 편제가 완료되었다는 보고가 올라왔습니다.”

“시일이 그리 지나지 않았는데 신병들의 배치가 끝났단 말입니까?”

“그리 전해 들었습니다.”

“생각보다 일이 빨리 마무리 지어졌군요.”

전열 보병의 훈련에는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다. 쓸 만한 병력으로 쓰자면 그 요구치는 최소였다. 하지만 승도는 장교들에게 그리 많은 시간을 주지 않았다. 최대한 빨리 편제부터 마무리 지으라고 지시했다.

그는 후장식 소총을 장비한 이상 과거와 같은 긴 훈련 시간이 필요치 않다는 점을 염두에 두었다. 전열을 유지할 필요가 없기에 정신 무장의 요구 수준도 그만큼 낮았다. 물론 정신 무장을 단단히 하는 이점도 작진 않았지만.

그는 빠른 시간 내에 편제를 마무리하여 여단급 병력의 운영을 먼저 시험해 보기를 원했다. 부대가 새로 편성되었을 때는 운영 면에서 미숙한 모습을 자주 보이기 때문이다.

베테랑 병사들이라도 신규 부대에서는 제 위력을 내지 못하는 모습이 종종 나왔다. 이런 점을 보완하고 장교단이 새 편제에 익숙해지려면 신편 부대를 야지에서 자주 운영해보는 대규모 훈련이 필수적이었다.

“대인께서 그리 명하셨으니 해내야지요.”

“그래도 시간에 맞추어줄 줄은 몰랐습니다.”

승도는 웃으며 답했다.

이번에 그는 신규 편성 부대들을 강주 동쪽으로 보내 대규모 훈련을 시킬 참이었다. 포병까지 포함해서.

지금까지는 보병 위주의 단순한 교리만을 시험했지만 앞으로는 포병을 포함한 에우로페 표준의 전술 교리를 군에 주지시킬 생각이었다.

‘포병까지 충분히 사용할 수 있게 되면 내년 전역은 그리 걱정할 것도 없겠지. 내년 전장은 우리 상승군의 위력을 천하 만방에 과시하는 좋은 무대가 될 것이다.’

승도는 훈련에서 전술적인 부분에서의 완숙도도 중요시할 생각이었지만, 동시에 보급 부문의 성취도 중요하게 보려 했다. 대 육군이 실시한 루시 침공이 실패로 돌아간 이유의 주된 요인 중 하나가 병참이었기 때문이다.

충분한 수량의 식료품과 탄약 등이 제때 운반되지 못하면 군은 결정적인 승기도 코앞에서 놓칠 수 있었다. 그는 이 같은 전철을 다시 되풀이할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이건 동영에서 보내온 차후 구매 요청 내역입니다. 총상께서 말씀하시길 검토해 보시고 답을 달라 하셨습니다.”

“일단 봅시다.”

승도는 건문이 건넨 서류를 보았다. 구매 요청 내역에는 그가 취급하는 상품들이 다수였지만 면직물과 모직물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 상품들이 의미하는 것은.

‘윈스턴을 대체할 장기짝으로 우리를 빨리 선택하겠다는 거군.’

자유 상인들과 손을 잡은 이상 이 부분에 가속도를 내야 하는 것은 맞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일이 빠르게 진행되면 중간에 허점이 생길 수도 있었다. 노련한 행상은 이 부분을 염두에 두고 승도에게 고민할 시간을 만들어준 듯했다.

‘그렇지만 그 배려는 지금 상황에 도움이 되진 않아.’

흐름을 탈 때는 확실히 상승세를 타고 올라가야 했다. 윈스턴을 살려두기로 생각하고 계획을 짰을 때라면 몰라도 지금은 이야기가 달랐다. 모두가 동영 전쟁과 연합왕국의 움직임이 부른 변수 때문이다.

작금에 와서는 머뭇거리는 것이 오히려 손해였다. 윈스턴의 입지를 빠른 시간 내에 먹어치워야 자유 상인들과 손을 잡은 값을 뽑아낼 수 있었다.

“면직물이라면 일전에 존슨 씨가 공장을 세운 걸로 알고 있는데, 우리 강주 주변에서 조달이 가능하지 않습니까?”

“가능합니다.”

건문의 대답에 승도는 만족스런 빛을 보였다. 다만 이 면직물의 경우에는 원료를 수입해야 공장을 돌릴 수 있었다. 목화는 신보다 신대륙의 것이 경쟁력이 높았다.

이 원료 수입에서 나는 이윤은 상당히 탐이 나는 것이었다. 면직물을 존슨에게 의지하더라도 그 목줄을 잡아두려면 원료를 승도 자신이 공급해주는 편이 유리했다.

‘메리가 신대륙의 교통을 끌어올릴 예정이니 서해안에도 항구가 들어서겠지. 그러면 신대륙 서해안에서 목화를 강주로 실어올 수 있다.’

여기에 들어가는 선박과 선원은 적은 수준이 아니겠지만 동방 무역을 장악하고 해운업을 더 팽창시키려면 일거리를 확보해두는 편이 좋았다.

장기적으로 동방 무역에 모두 쏟아 넣으려던 물량을 이런 부분에 돌려두는 편도 나쁘지 않았다.

“모직물은 아직 무리이겠군요.”

“그쪽은 전적으로 수입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연합왕국의 양모 산업이 가진 막강한 경쟁력을 감안하면 수입 이외의 다른 방법은 찾기 어려웠다. 원료도 원료지만 이를 지원할 산업 기반 자체가 동방엔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이쪽은 동방 무역 회사 쪽에 부탁하도록 하지요.”

승도는 서류를 돌려주었다.

“알겠습니다.”

서기가 서류를 받아 물러나자 승도는 다시 연못에 시선을 두었다.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그의 준비는 탄탄히 다져지고 있었다. 앞으로 그에게 필요한 일보는 하나. 정치적인 웅비였다.

정치가로서 대륙에 우뚝 서는 것.

작금의 그에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중앙 정계에 지지하는 당파도 없고 적대 파벌만 가득한 그에게 그 일은 꿈만 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과거에도 그는 정치적 기반 없이 권좌에 올랐다.

바로 강력한 무력과 경제력의 뒷받침을 받아서.

물론 당시에는 육군 사관학교 출신의 동지들이 그 인적 기반이 되어주긴 했지만 말이다.

연못의 풀잎 위로 개구리 한 마리가 폴짝 뛰어올랐다. 놈은 울음주머니를 크게 부풀렸다 줄이며 나름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 애를 썼다.

그 풀잎 아래로 서늘한 그림자 하나가 나타났다. 곧 아래에서 큼직한 가물치 하나가 모습을 불쑥 보이더니 개구리를 한 입에 삼켜버렸다. 세상을 제 것이라 여기며 떠들던 개구리는 온데간데없었다.

남은 것은 잔잔한 파문뿐이었다.

‘내 가문, 내 가족을 위한 울타리를 완성하자면 종국에는 저 가물치처럼 개구리를, 이 나라 신을 내 수중에 넣어야 한다. 언제까지 권력자들과 주변의 눈치를 보며 이 위험한 세상을 살 수는 없으니까.’

그들이 무능한 판단을 한 번 할 때마다, 견제의 수를 보낼 때마다 강주는 격변을 맞았다. 반군과 열강, 그리고 조정의 명령이 그를 옥죄었다. 타고난 천재성과 전생의 경험이, 행상의 막강한 부가 그의 방패가 되어 패망을 막아 주었지만 이 또한 언제까지 갈지는 몰랐다.

그러니 살아남기 위한 마지막 일보는, 권좌에의 길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선택이 아니라 운명이었다.

그가 범인이 아니라 행상의 일원으로서 역사에 돌출한 그 순간부터.

정치에서는 계단을 오르다 중도에 머무는 자를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곳에 회색이란 없었다. 있는 것은 오로지 둘. 승자와 패자뿐이었다.

***

강주 군대는 크게 다섯 개의 조직으로 재편되었다. 용병들로 구성된 제1여단과 기존 상승군과 신병들로 이루어진 제2, 3여단. 그리고 이들을 지원할 포병 여단과 병참 등 모든 분야를 담당할 지원 여단이 그것이었다.

군의 편제는 과거 로망스와 연합왕국의 우수한 점들을 현실에 맞는 수준에서 적당히 조율하여 받아들였다. 군의 지휘는 여전히 외국인들이 맡았지만 중간 간부층에서 강주 출신들의 약진은 두드러졌다.

장기적으로 상승군을 외국의 영향에서 완전히 독립시키겠다는 승도 본인의 의중이 적극 반영된 덕이었다. 아무리 우수한 장교들이라 하더라도 외국 출신들은 일단 제 본국과 싸우는 데는 무리가 있었다.

훈련이 시작되고 각 부대가 넓은 평원을 따라 전개를 마쳤다. 포병의 사격과 독립적인 운영을 염두에 둔 부대 배치는 승도 본인이 구상한 것보다는 덜했지만 나름 괜찮은 부분이 있었다.

승도는 부대 훈련을 지켜보다 좌우에 물었다.

“지켜보다 보니 부족한 부분이 하나 보이는 것 같습니다.”

“말씀하십시오.”

“현재 편제에서는 정찰 역량이 상당히 모자란 것 같은데.”

승도의 지적에 장교가 답했다.

“기병이 부족한 탓입니다. 제한된 지역이라면 몰라도 넓은 작전 지역을 염두에 두고 움직이자면 역시 기병이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대인께서도 아시겠지만 강주에는 말에 익숙한 기병 전력이 부족합니다. 이번 천국 전역에서는 작전 권역도 상당히 넓을 뿐만 아니라 마필을 다룰 인력의 태반을 병참 조직에 할당했습니다. 이 점 때문에 정찰 역량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 점은 알고 있습니다.”

신대륙에 있는 하얀 황소와 원주민들이 있지만 그들은 앞으로 일이 끝나기 전에는 불러올 수 없는 자들이었다. 불러온다고 해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고, 새로 지급할 전마에 익숙해지려면 또 시간이 필요할 터. 그들은 전력 외로 치는 것이 나았다.

팔기에서 부리던 기병들이라도 있다면 좋았겠지만 그들을 휘하에 넣고 부릴 수는 없었다. 특권 의식도 문제였고 부패한 그들의 생각을 애써 바로잡아 놓은 상승군에 다시 전염시킬 우려도 있었다.

하니 기병 외의 다른 정찰 수단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그 자신이 장기로 여기는 포병의 우세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승도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먼저, 정찰이 무엇인가에 대해 정의해 보기로 했다.

정찰은 지형지물과 적정에 대해 파악하는 활동을 의미했다. 적보다 한발 빠르게 정보를 손에 넣음으로써 이쪽이 적의 전략에 먼저 대응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정찰이었다.

간단히 말해 전략의 눈과 귀가 되는 군사 행동이다.

그렇다면 정찰대가 아니더라도 이 같은 정보를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 무방했다. 움직임이 빨라 광범위한 지역의 정보와 활동을 조기에 활동할 수 있는 기병을 대체할 수단은 무엇이 좋을까?

그는 이내 한 가지 대답을 내놓았다. 포병 장교로서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던 것.

‘고지대.’

멀리 움직일 수 없다면 먼 곳까지 한눈에 볼 수 있으면 된다. 고지를 선점한다면 그 문제는 해결할 수 있었다.

포병 장교들이 달리 관측소를 만들 고지대를 탐내는 것이 아니었다. 적당한 고지만 점하면 정찰에 의존하지 않아도 적세를 살피고 지형을 보고 판단하기에 좋았으니까.

하지만 언제나 고지를 선점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지형지물을 먼저 숙지해야 하는 부분이 선행되니 결국 정찰과 이어지는 말이다.

‘인위적으로 고지대를 만들어서 들고 다닌다면 모를까.’

승도는 그 생각을 하다 문득 떠오른 것이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독서에 빠져 있던 그이기에 떠올릴 수 있었던 것.

‘열기구.’

열기구는 옛날부터 종종 사용되어 왔다. 하지만 이것을 군용으로 사용한 일은 극히 희박했다. 단지 인간이 하늘을 날아보기 위한 열망에서 만들어져 왔을 뿐이었다.

이를 군용으로 생각해볼 생각을 한 것은 승도가 정찰의 대안을 찾아 발상을 전환해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 열기구가 있었지.”

승도의 중얼거림에 장교가 되물었다.

“열기구라고 하시면.”

“불을 때어 하늘을 나는 기구가 있지 않습니까?”

“이상한 작자들이 가끔 만들어 본다는 그 물건 말입니까?”

괴짜들이 하늘을 난다는 이유에서, 혹은 그럴듯한 사업 아이템을 내세워 사기를 치기 위해 만드는 것이 바로 기구였다. 서역인들이 생각하는 기구에 대한 생각은 대부분 그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그 물건 말입니다.”

승도가 답하자 장교가 의아하다는 표정을 했다.

“그 기구가 어떻다는 말씀이신지.”

“그걸 정찰의 대안으로 써야겠습니다.”

“열기구를 대안으로.”

그는 조금은 당황스럽다는 얼굴로 승도를 보았다.

열기구가 정찰의 대안이 된다는 발상도 처음 들었거니와 그걸 군용으로 쓰려는 생각도 조금 의심스러웠다. 열기구는 말 그대로 방호가 되지 않는 허약한 물건이었다. 총격을 가하면 가하는 대로 그대로 다 맞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것으로 무얼 어쩌겠단 말인지.

하지만 승도의 생각은 달랐다. 열기구는 인위적으로 고지대와 같은 관측 효과를 줄 수 있는 물건이었다. 이를 이용하면 어디서든 포병의 우세를 살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동등한 평면 위라면 적의 움직임을 먼저 보고 반응할 수 있다는 강점도 있었다.

기습 역시 낮에는 허용하지 않을 수 있었다. 말 그대로 눈과 귀라는 점에서 열기구의 이점은 작지 않았다.

또 하나 이점을 든다면 정찰병의 눈과 귀를 빌리지 않고 사령관이 직접 전장을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연합왕국의 신호 체계 같은 것까지 적당히 도입한다면 열기구를 움직이는 사령부로 삼아 아군 전체가 ‘정확한 명령’을 받을 수 있도록 기능하게 할 수도 있었다.

승도는 떠오른 발상에 살을 붙일수록 괜찮은 생각이라고 자찬했다.

“열기구를 대안으로 쓴다면 적의 공격에는 어찌 대응하려 하십니까?”

총탄으로부터 방호가 쉽지 않은 열기구의 단점은 이 부분에 있었다. 하지만 승도는 그 단점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보았다.

“적의 머리 위까지 가지 않으면 됩니다. 아군의 주변에서 활동한다면 문제될 부분이 있겠습니까?”

“그리고 열기구를 제작할 사람이 문제입니다.”

기계 제작의 측면에서 동방의 기술력은 문제가 되었다.

열기구 정도 만드는데 무슨 기술씩이나 필요하냐고 하겠지만, 그저 뜨는데 만족하는 민간용이 아니라 안전성 등을 따져봐야 하는 군용은 훨씬 높은 수준의 기술이 요구되었다.

“사람이라면 염려할 것 없습니다. 로망스 교수진이 있으니까요.”

승도가 데려온 로망스 학자들은 당대 제일의 실력을 가진 인물들이었다. 로망스가 연합왕국에 비해 한 수 뒤처지는 나라로 대접받긴 하지만 그 나라의 지성은 왕국의 그것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았다.

에우로페의 학문 발전을 천 년 가깝게 이끈 나라의 저력은 그리 우스운 것이 아니었다. 누구보다 승도가 그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차라리 시간을 조금 더 주시면 다른 안을 준비해 보겠습니다.”

“그것도 나쁘진 않군요. 하지만 열기구 건은 별도로 진행했으면 좋겠습니다.”

“대인의 뜻대로 하겠습니다.”

“다음 전역이 기대되는군요.”

승도는 장교의 대답에 만족하며 턱을 매만졌다. 내년에 시작될 전쟁을 통해 그의 힘은 천하에 과시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절대적인 힘의 우위를 조정에 보여준다면, 강주의 입지는 확실히 다져질 것이다. 그때부터는 목소리도 충분히 낼 것이다.

포성과 함께 상승군의 각 부대가 움직였다. 승도는 훈련 과정을 참관하며 다가올 내일을 기다렸다.

(다음 편에서 계속)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