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호루스의 반지-243화 (243/425)

제243화. 준비된 무대 (3)

승도와 강북 대영이 내년에 실시할 천국 정벌전의 마무리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동안, 천국은 다가올 제국의 역습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었다.

천국의 주요 지도자들은 내년이 되면 천국과 제국의 군비 격차가 절망적으로 벌어질 거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승부수를 좀 더 빨리 던질 것을 고려했다.

봄이 오면 그간 잠잠하던 강주의 오승도가 다시 움직일 수 있었고, 갈피를 잡을 수 없는 행보를 보이는 왕국의 원조도 끊어질 수 있었다.

시기를 잡는다면 적이 준비되지 않은 지금이 가장 적당했다.

천국은 이를 위해 무리하지 않는 수준에서 선공을 감행하기로 했다. 적을 끌어들일 전장도 계산되었다. 이미 시험적으로 타격을 감행해본 지역이라 작전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길 가능성은 적었다.

그곳은 대하 하류 대안. 단련들이 남아 있는 천국의 미지배 지역이었다. 차후 제국이 공세를 펼 때에도 이곳의 단련들을 교두보로 삼아 움직일 터였다.

천국은 이들을 공격함으로써 강북 대영의 공격 계획을 흐트러트리고, 아울러 제국군의 병력도 약화시켜 다가올 공세도 무산시키기로 했다. 전략적으로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는 판단이었다.

이 공세는 천국의 핵심인 양유가 지휘하기로 했다. 서익이 작전을 총괄할 수도 있었지만 천국 내의 첨예한 이해관계와 대하 방어의 필요성 등이 겹쳐 원수의 지휘는 무산되었다.

천국은 이 작전을 위해 군의 핵심이나 다름없는 신식 군대 오천을 비롯해 천경의 방어를 맡고 있던 일만 오천의 군대를 차출했다.

대하 방어에 동원된 전력을 제외한다면 천국의 모든 전력이나 다름없는 군세였다. 이 작전에 천국이 건 기대를 보여주는 규모였다.

그들은 곧 출정식을 갖고 떠들썩한 소란 속에 동쪽으로 출발했다. 이 소식은 이내 강북으로 전해졌다. 천국 쪽에서 보안을 일부러 유지하지 않은 덕이었다.

제국은 여기에 대해 얼떨떨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차후 공세 계획을 순조롭게 가져가기 위해 대하 하류에 대한 위협의 정도를 유지할 필요를 느꼈다. 이참에 천국의 군대를 크게 깨트린다면 대하 하류에 보다 많은 신경을 쏟게 될 테니, 내년 봄에 그들의 작전이 더 잘 먹힐 가능성도 있었다.

이상과 같은 검토를 거친 양국번은 천국의 공세를 좌절시키고 내년까지 전선을 현상 유지하려는 목적에서 회군을 비롯한 강북 대영의 핵심 전력 일만을 쪼개 대하 하류로 보내기로 했다.

일전에서 승리하는 자가 내년 전역에서 보다 우세한 위치를 점하게 되리라는 것은 양자 모두가 아는 일. 제국 역시 이 싸움에 승부수를 던져보기로 했다.

바다처럼 넓은 대하의 하류 위로 수천 척의 작은 목조 선박들이 떠 있었다. 바다에 가까운 강 하구에서는 자그마치 백 리가 넘는 폭을 자랑하는 대하이다 보니 대군이 건널 도하용 부교를 건설하는 것은 무리였다.

제국은 이에 대한 대처 수단으로 수백 척의 민간 선박을 징발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대부분 사람 몇 명을 싣는 수준의 고기잡이 배들이라 군사 작전에 썩 적합한 물건들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배들이라도 일시에 수천 척이 뜨자 넓은 강을 새카맣게 메우는 일대 장관을 연출하였다.

“물살이 좀 거세군요.”

노를 젓던 병사 하나가 투덜거렸다. 썰물 때가 되어 해수면이 내려감에 따라 강물이 바다로 도도한 흐름을 형성하며 나간 탓이다. 경험 많은 지역 출신의 토박이는 웃으며 노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물때가 바뀐 탓이네.”

그의 대답에 병사가 노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이곳에 사시던 분입니까?”

“사십 년은 넘게 살았지.”

토박이의 대답에 병사가 그에게 시선을 주었다. 세월이 느껴지는 주름진 얼굴이 그 말에 힘을 실어주었다.

“이곳에 사셨다니 여쭙겠습니다만, 얼마나 배를 타고 가야 하는 겁니까?”

“못 해도 노질을 두 시진은 해야겠지.”

“두 시진이나 말입니까?”

병사가 반문하자 토박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두 시진이란 것도 도하 지점을 잘 고른 탓에 나온 계산이었다. 좀 더 하류에서 도하 지점을 잡았다면 하루를 꼬박 노를 저어도 반대편 대안에 닿기 어려웠다.

이곳은 그나마 폭이 상대적으로 좁은 곳이었다.

“그것도 운이 좋을 때 이야기지. 육시랄.”

토박이는 옆에 놓인 죽엽주를 한 모금 마셨다. 엄격한 군기를 요구하는 군대에서는 금주가 일반적이었지만 제국군에는 그 정도의 군기가 요구된 적이 없었다. 있다 해도 새롭게 구성된 신식 군대나 그 정도일 것이다.

그는 한 모금을 마시고 병사에게 술을 담은 병을 내밀며 물었다.

“한 모금 하겠나?”

“아, 예.”

병사는 떨떠름한 자세로 병을 건네받았다. 알싸한 향이 코를 자극하자 그는 자신도 모르게 병을 입에 가져갔다. 화끈한 액체를 한 모금 삼키고 나자 토박이가 다시 제 병을 받아갔다.

“괜찮지 않나?”

“쓰지 않고 좋은 것 같습니다.”

“그렇지? 세상사는 맛도 딱 이 정도이면 좋을 것 같은데, 우리네 사는 세상이 그렇지도 않으니 말이야.”

토박이는 다시 병을 입에 가져갔다. 대하 주변에 사는 이들에게 사실 이번 전쟁은 날벼락과 같았다. 백성들을 위한다는 대의로 전쟁을 일으킨 천국도, 백성을 평온케 한다는 명목으로 세금도 모자라 각종 물자를 추가로 징발하는 제국도 모두 재앙과 같은 존재였다.

병사는 그 말에 입맛을 다셨다. 그 좋은 세상은 그도 한 번 보았으면 싶었다. 그 삶 역시 좋은 세상의 맛과는 거리가 멀었다.

대기근으로 모두가 굶어 죽는 와중에 가족은 굶주림을 면하기 위해 자식을 이웃의 아이와 바꾸었다. 자기 자식을 잡아먹을 수는 없으니 그렇게라도 배를 채우겠단 것이다.

유자들이 떠드는 인륜과 도덕이 땅에 떨어진 시대. 그는 그 한가운데에서 참혹한 모습을 보며 자랐다.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죽이려는 이웃 가족을 살해했고, 도망치듯 고향을 떠났다.

때로는 전란의 와중에 도적 패에 끼어 민간인들을 죽이기도 했다. 운이 좋아 잠시 몸을 숨긴 절에서 고승의 은혜를 입은 덕에 자신의 삶을 반추할 기회를 얻었지만, 그 깨달음을 되새길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그저 먹고산다는 것만으로도 죄를 지어야 하는 시대에 태어난 것이 죄였다.

그나마 지금은 국가의 녹을 먹는 병사의 신분이 되었지만, 이 병사란 것도 도적과 별다를 것이 없었다. 민간인들의 것을 빼앗아 먹고 산다는 점은 같았으니까.

“생각이 많은가보군.”

토박이는 씁쓸한 표정을 지은 병사를 보며 말했다.

“좋은 세상을 이야기하셔서 생각이 좀 났습니다.”

“그런가? 쓴물 단물 다 맛본 얼굴이군.”

“이 세상 살아가는 사람치고 그런 기분 느끼지 않는 이들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그렇긴 하겠지.”

토박이는 그 말을 받으며 죽엽주를 다시 기울였다. 하지만 병에서 나오는 액체는 이제 없었다. 그는 병 안에 손가락을 넣어 가볍게 훔치고는 그것을 배 뒤로 휙 던졌다.

“이 전란이 끝나면 좋은 세상이 올 거라고 장수들이 떠들던데 자네 생각은 어떤가?”

“언제나 하던 소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게지. 옥좌에 앉는 놈이 누가 되건 달라질 것은 없으니까.”

토박이는 냉소를 지으며 다시 물살을 갈랐다.

“그렇지만 이것 하나는 분명히 달라질 거야.”

“어떤 것이 말입니까?”

“이 강이 다시 열린다는 거지. 나는 그리되길 바라고 이 노를 잡은 걸세. 지배자가 제국이 되건 천국이 되건 강만 열리면 될 일이니까.”

“딴은 그렇습니다.”

결국 세상일이란 그런 것이었다. 민중의 입장에서 지배자가 누가 되건 크게 다를 것은 없었다. 단지 그들의 삶에 와 닿는 부분만 문제가 없다면 제국이건 천국이건 그 간판은 중요하지 않았다.

병사는 그의 말에 공감했다.

그때 멀리 희미한 불빛이 보였다. 도하 지점을 알리기 위해 대안에 불을 피운 단련들인 듯싶었다. 물론 불빛이 보인다고 해도 조막만 한 배로 가는 데는 한참이 걸렸다.

“벌써 대안이 보이는군요.”

“뭍이 보이는 것이 반가운가?”

“배를 오래 탔더니 구역질이 올라와 가능하면 빨리 내리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하지만 뭍에 내리면 저곳이 썩 반갑진 않을 거네. 저긴 사지니까.”

토박이는 병사의 말을 받으며 노를 꽉 쥐었다. 제국이 이러니, 천국이 저러니 하지만 결국 그들은 두 세력의 항쟁 속에 스러질 장기짝에 지나지 않은 존재였다.

***

푸른 하늘 위로 조그만 물체 하나가 떠 있었다. 가죽과 소 방광으로 만든 주머니가 터질 듯 부푼 채 바구니를 안고 하늘을 누볐다.

시험용으로 제작한 기구에는 교수로 초빙된 로망스 인 아르사빈과 장교 두 사람이 탑승하고 있었다.

그들은 상승군이 주둔해 있는 분지 전체를 관조했다.

“이건 정말 놀라운 발상입니다. 고 배율의 망원경만 장착한다면 앉은 자리에서 관측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겁니다. 오 대인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신 건지 의아스럽습니다.”

장교는 망원경을 들고 주변의 지형지물을 훑으며 탄성을 쉬지 않고 냈다. 처음 그의 의견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인 이들도 있었지만, 실제로 체감을 해보니 그 가치는 무궁무진했다.

지형에 관계없이 포병의 관측 기능을 확보해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열기구의 군용 장비 도입은 혁신적인 발상의 전환이었다.

더구나 이 정도의 시계라면 정찰 기능을 수행함에 있어서도 문제는 없었다.

“저도 상당히 놀랐습니다. 우리 로망스에서 개발한 물건(근대 이전에도 열기구에 대한 시도는 있었지만 제대로 된 물건으로 상용화한 것은 로망스가 최초)인데 그 쓰임새를 이쪽에서 먼저 발견하고 가치를 높일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대단한 발상입니다. 대인께서는 여기에 신호 체계도 넣고 싶어 하시던데 그건 가능하겠습니까?”

장교가 묻자 아르사빈이 잠시 계산을 해보았다. 충분한 부력만 확보된다면 바구니를 키우는 것은 문제가 없었다. 다만 그리하려면 경제성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것이 문제였다.

“비용이 매우 비싸진다는 점을 제외하면 가능합니다. 신호 체계라면 왕립 해군의 깃발 시스템을 말하는 것이겠지요?”

“맞습니다.”

물론 신호 체계의 이점은 육상보다는 해상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그곳은 신호 체계가 없으면 아예 연락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필요하면 전령을 보낼 수 있는 육상과 달랐다.

하지만 육상도 필요시에 명령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여지는 있었다. 잘 교육된 신호 장교만 양성한다면.

열기구를 타고 있는 장교들이 새삼 그 군사적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는 동안, 승도가 망원경을 내렸다. 그는 열기구의 높이를 대충 확인하고는 입맛을 다셨다.

시험용으로 제작한 열기구의 가능성은 확실히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처음 만들 때는 염두에 두지 않았던 단점들이 하나둘 드러났다.

첫 번째 단점은 열기구의 조종이 생각보다 까다롭다는 점이었다. 고도를 조절하는 것도 그곳의 기상조건과 풍향의 영향을 크게 받다 보니 숙련자가 아니면 기구를 다루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두 번째 단점은 열기구의 제작비가 상당히 비싸다는 점이었다. 이 기구를 관측용, 정찰용으로 대거 활용하자면 각 단위 부대마다 여분을 포함, 최소 네 대 이상을 확보해 주어야 했는데 그것이 쉽지 않았다.

특히 사령부 격으로 쓰려고 생각한 초대형 열기구의 경우에는 그 비용이 상상을 초월했다. 탑승 인원을 3명에서 30명 정도로 증가시킬 경우, 그 제작비가 3인승의 100배에 육박할 것이라는 말에 승도는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세 번째 단점은 열기구의 기동성이 좋지 않다는 점이었다. 이동할 때는 가능한 한 육상에 내려놓은 채 해체하여 들고 다녀야 했고, 작전 지역에 도착해 다시 조립한 후 공중에 띄워야 했다. 이렇게 하면 제때 적에 대응할 수단으로 기능하기가 쉽지 않았다.

군사 작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신속함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치명적인 단점이었다. 승도는 이 단점 때문에 열기구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 없을 거라는 것을 깨달았다.

네 번째 단점은 유지가 어렵다는 점이었다. 열기구의 제작 자체가 전문 기술 인력, 즉 로망스 교수진에 의존하고 있다 보니 군이 스스로 수리하여 유지 보수하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다.

간단한 대포의 수리도 할 수 없는 공병을 거느리고 있는 승도로서는 상당히 곤란한 부분이었다.

다섯 번째 단점은 신호 체계의 불안정이었다. 10년 이상의 교육을 통해 양성한 신호 사관들을 가진 왕립 해군과 달리 상승군은 이제야 연락 체계에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불안정한 신호에 의지해 군 전체의 지휘를 맡기는 것은 대단히 불안한 부분이 있었다.

승도는 이 단점을 간단한 몇 개의 명령을 축약하는 방식으로 해소하고자 했지만, 위에서 이점을 상쇄할 단점들이 너무 많이 나온 탓에 이 단점을 다시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열기구가 나쁘진 않은데. 결정적인 전장에서 몇 번 써먹는 정도로 한정해야 하려나.”

승도는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천재성을 가진 괴물이었지만 만들지도 않은 물건을 가지고 그 단점까지 완벽히 계산할 수는 없었다. 예상한 것 이상의 단점들이 드러나면서 장점은 상쇄되었고 그 가치는 떨어졌다.

그렇다 해도 전장에서 몇 번 써먹을 여지는 있었다.

승도가 열기구에서 시선을 돌리자 하비가 그 옆으로 다가와 물었다.

“열기구가 생각보다 만족스럽지 않으신 것 같습니다.”

“실제로 만들어보니 조금은 마음에 걸리는군요. 써먹을 만한 여지는 좀 보이긴 합니다만.”

전략가에게 주목할 만한 이점이 있는 물건은 단점이 아무리 많아도 없는 것보단 나았다. 언젠가는 그 장점을 활용해 결정적인 시점에 써먹을 패로 내밀 수 있었다.

“써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가치는 틀림없겠군요. 하지만 제가 지켜본 바로는 정찰용으로는 부적합한 부분이 많습니다. 느리게, 예측 가능한 움직임을 보이는 적이 아니라면 말입니다.”

“동감합니다.”

“일단은 제가 일전에 보고를 올린, 사냥꾼을 눈과 귀로 쓰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엽병을 눈과 귀로 쓴다.”

왕립 육군을 상대로 사냥꾼들을 활용한 바 있는 승도다. 그에게 사냥꾼의 활용은 그리 낯선 이야기가 아니었다.

“사냥꾼들은 대인도 운용해 보셔서 그 가치를 인정하시겠지만 척후로서의 역할은 상당한 자들입니다. 기병만큼은 아니라도 일정한 범위에서의 수색 정찰은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제한된 시야지만 확실한 눈과 귀를 믿자는 것이 경의 생각이군요.”

“맞습니다.”

전장에서는 그 무엇보다 안정적이고 신뢰성 있는 수단이 중요하게 여겨진다. 연합왕국 해군성과 육군성이 시대에 뒤떨어진 집단이라는 비난을 사면서도 보수적인 무기 체계를 고수하는 것도 그런 이유가 있었다.

“하면 어느 정도의 규모가 있으면 좋겠습니까?”

승도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물었다.

“천 정도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천이나.”

사냥꾼 천은 엄청난 숫자였다. 강주 주변 천 리를 전부 긁으면 모으지 못할 수는 아니지만, 쉽게 볼 수는 아니었다.

“예. 각 부대에 단위 부대 수준으로 넣으려면 그 정도는 필요할 겁니다.”

요컨대 여단마다 수색 중대 하나, 상승군 직할로 수색 대대 하나를 확보하려면 천은 필요하단 얘기였다. 단위 부대 외에 사령부 차원에서도 정찰할 일이 있다 보니 이 정도는 최소한의 요구에 속했다.

승도는 열기구로 어느 정도 보완할 생각을 갖고 있어 오백 정도의 수를 예상하다 천을 듣고는 적잖이 놀랐다.

“천이면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찮을 텐데.”

단순히 고용하는 비용만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에게 추가로 지출될 피복과 무기, 기타 장비의 값을 말했다. 거기에 훈련을 시키면 또 비용이 들 터였다.

적게 보아도 단시간에 은자 십만 냥은 훌쩍 들어가고도 남았다.

하비는 승도의 대답을 기다렸다. 언제나 군사적 필요성을 따져 상승군에 무엇이 필요한지 선택하던 사내였다. 그가 부정적인 대답을 내놓을 가능성은 별로 없었다.

지금은 돈보다 확고한 입지가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천국을 확실히, 압도적으로 쳐부수기 위해서라도.

승도는 머리를 긁고는 입을 열었다.

“이번에 빈 곳간을 좀 채울까 싶었는데 또 돈을 쓰게 생겼군요. 하는 수 없지요. 엽병 편성 건도 맡겨 두겠습니다. 내년 봄, 천국 토벌까지 준비를 마칠 수 있겠습니까?”

그의 물음에 하비가 한 손을 가슴에 가져다대는 것으로 답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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