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5화. 암도진창 (1)
승도는 두 번째 선단을 동영으로 보냈다. 이처럼 빨리 다음 선단을 보낼 수 있게 된 것은 윈스턴의 상대적인 추락과 자유 상인들과의 연수 덕분이었다. 물론 동영 전쟁이 조기에 마무리되었다는 사실도 있었지만.
짧지만 강렬했던 전쟁의 여파로 행상은 일시적으로 동영산 물품을 거의 독식했다.
경쟁자인 윈스턴이 상품을 거의 가져오지 못한 덕에 행상은 자그마치 스무 배의 이익을 남겼다. 동방 무역에서 낼 수 있는 이윤으로는 사상 최대치였다.
승도는 독점으로 얻은 이윤으로 동방 무역 회사에 보다 많은 배와 선원을 구해줄 것을 요청했다.
자유 상인들과 연수하고 있긴 하지만 지나치게 그들에게 많은 몫을 의존하고 있는 것은 곤란했다.
아무튼 일이 순조롭게 풀린 덕에 행상은 경제적인 걱정을 덜고 내일을 위한 준비에 전념할 수 있게 되었다.
승도는 궤도에 오른 동방 무역 건에 대한 문제를 클레망소에게 일임하고 자신은 대륙 문제를 챙기기로 했다.
대륙 문제는 상당히 시급한 사안이기도 했다. 얼마 전부터 강북 대영과 천국의 움직임에 대한 정보가 속속 입수되고 있었다.
이 움직임이 내년의 천국 토벌에 매우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었다.
그리고 오늘, 그 움직임에 대한 의문이 풀렸다.
“대패?”
승도의 입에서 믿을 수 없다는 어감의 말이 튀어나왔다. 그도 눈이 있고 귀가 있었다.
제국이 천국 토벌을 위해 전력을 기울인 회군의 전력이 얼마나 강력한지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런 군대가 참패하다니.
승도는 전문을 읽다 말고 이맛살을 찌푸렸다.
“내년도 공세에 강북 대영은 참가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공을 독식한다는 점에서는 여건이 좋은 셈이지만 필요 이상의 손실을 볼 수 있다는 부분은 내키지 않는 점입니다.”
건문의 말에 승도가 긍정의 빛을 보였다. 상승군은 행상이 가진 가장 강력한 자산이었다. 이 군대가 약화되는 일은 썩 바람직한 일이 아니었다. 지난 천국 토벌에서 상당한 손실을 보고 물러났을 때도 그 점을 의식했었다.
당시에 상승군은 천국을 충분히 멸망시킬 위치에 있었지만, 여세를 몰아 천국을 쓸어버리고 나면 약화된 전력으로 제국의 통제 하에 들어가게 되는 문제가 있었다.
전력을 회복하고 그 이상으로 성장할 시간을 벌기 위해 천국을 살려주었던 그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이번에도 필요 이상의 피해를 본다면 전날의 움직임을 되풀이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일격에 천국을 날려버려야 행상이 성장의 흐름을 탈 수 있었다.
이 기회에 천국을 쓸어버리지 못하면 제국은 양이의 손을 빌려 토벌하는 수를 낼 수도 있었고, 그리되면 행상의 성장 가능성은 크게 줄어든다.
노쇠한 제국이라면 몰라도 팔팔한 양이들과 경쟁할 방법은 없었다.
“이번 전역에서 천국이 피해를 좀 많이 받았다면 그래도 할 만한 노릇인데. 회복 가능한 손실이라면 걱정이군요.”
“옳으신 말씀입니다.”
승도는 천국을 경시하지 않았다. 그들의 전력이 아주 우스운 수준이 아니란 것은 지난 전쟁에서 배웠다.
천지회의 반군처럼 수십 만 대군을 갖고도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무너지는 머저리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들을 깨트리려면 희생이 수반되어야 했다.
건문은 그 앞에 지도를 펼쳤다. 승도는 지도를 보며 내년도 작전을 점검했다.
“강 하류에서 제국이 참패했다면 이 지역의 단련들의 위협까지 사라졌다는 의미. 더불어 강북 대영이 공격을 할 수 없다면 천국은 서쪽에 방어력을 집중할 수 있을 겁니다.”
“당초 계획보다 손실이 큰 정벌이 되겠군요.”
“해서 작전을 좀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방향으로 말입니까?”
“정공법은 피해가 크니 우선 기책으로 적을 흔들어야겠습니다.”
승도는 지도를 보며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기책은 정공법으로는 불가능한 것도 가능의 영역으로 끌어내릴 수 있다. 그가 쓸 수단은 지난날 구사해왔던 심리전의 병행이었다.
침공에 앞서 노동자와 상인들을 천국의 영역으로 들여보내는 것이 먼저다. 국경을 넘는 것이 쉽겠냐고 하겠지만 점과 선을 기점으로 지배하는 것이 이 시대 국가들의 한계였다.
면의 지배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은 효율적인 세제와 근대적인 시스템을 갖춘 서역 국가들밖에 없었다.
물론 사람의 이동을 아주 감시하지 못하진 않지만 천국이나 제국은 말단에 대한 통제력이 그리 강고한 집단이 아니었다. 적절히 뇌물을 쓴다면 그 영역에 침투하는 것은 비교적 쉬운 일이었다.
이렇게 사람을 넘겨 보낸 다음 먼저 할 일은 유언비어의 유포였다. 유언비어는 적을 흔드는 첫 번째 무기였다.
침공이 언제 이루어질 것이라는 가짜 소문은 천국을 긴장하게 할 것이고, 그만큼 그들을 피로하게 할 수 있었다.
계속해서 긴장에 긴장을 하게 만들면 인간은 어느 시점에 가서는 그것에 익숙해져 긴장을 놓는 습성을 보이게 마련이었다. 바로 그 순간을 찌르려는 것이 그의 계산이었다.
더불어 공격군과 누군가가 내통할 것이라는 소문을 계속해서 내어 천국 내부를 혼란스럽게 할 수도 있었다. 의심의 여지가 없는 건이라도 만인이 그렇다고 떠들면 무의식적으로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고 의심하는 것이 인간이고 권력자이기 때문이다.
침공 전에 일체화된 적의 내부를 휘젓는 것은 승도가 즐겨 사용하는 장기였다.
프리지아도 오스티아도 이 상투적인 수법에 휘말려 정신을 차리지 못하다 그의 일격에 쓰러진 바 있었다.
두 번째로 이들을 이용해 공격군의 향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었다. 적지에 들어간 자들은 지리, 군사 정보에 대한 동향을 미리 수집하여 척후에게 전달할 수 있었다.
적지로 들어가는 입장에서 이런 이점은 무시할 수 없었다.
적이 예상치 못한 덫을 파더라도 그를 미리 감지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었다. 전날 제국군이 강 하류에서 패한 이유도 사실 천국의 움직임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탓이 컸다.
세 번째로 병참의 확보를 들 수 있었다. 매우 세심하게 병참 조직을 갖춘 상승군이지만 전장에서 병참은 많이 준비될수록 좋았다.
적지에 들어간 이들을 통해 부족하나마 병량이 확보된다면 결정적인 시점에 예기치 못한 한 번의 기동 정도는 감당할 수 있었다.
전술적으로 이 같은 이점은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승도는 이 기책 하나로 천국의 내외를 흔들고 결정타를 가할 생각을 가졌다. 물론 기책은 천국에 사람을 보내는 것 하나에 국한되지 않았다.
그가 가진 또 하나의 잠재적 적, 제국 정부 역시 이 판에 끌어들여야 했다. 이번 참패로 강남 대영에 공을 모두 몰아주게 생긴 정부는 상당히 당혹스런 입장이었다.
그런 그들이라면 판에 끼어 몫을 챙길 기회만 보인다면 다시 움직일 여지가 있었다. 잡병으로도 승리를 따낼 방법만 보인다면.
승도는 강북 대영에 그 기회를 줄 생각이었다. 그가 대군을 동원해 서쪽을 치는 동안, 상대적으로 허술한 대하 방어선을 뚫고 상륙할 기회를 말이다. 이 도하 작업은 미리 침투시킨 자들을 통해 지원하면 되었다.
제국 정부에서는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다음이다.
당연히 그는 제국에 공을 허락할 생각이 없었다. 이 제국군은 상승군을 위한 미끼가 되어주어야 했다. 주객을 전도시키는 것이다.
승도가 미끼가 되어준다고 믿은 제국군이 덜컥 강을 건너오게 만든 다음, 그들을 미끼로 만들고 자신이 공을 챙기는 것이 이 기책의 목표였다.
적당한 시기에 제국군의 도하에 대한 정보를 흘려 서쪽에 집중될 천국의 방어력을 흩어놓고 상승군이 편안히 공을 챙기는 것이 그의 속셈이었다.
건문이 지도를 보다 고개를 들었다.
“그리하면 제국 정부에서 반감을 품지 않겠습니까?”
“전장에선 변수가 수도 없이 발생하게 마련. 패했다고 해서 내게 불만을 품는다면 그들이 멍청한 것이지요. 불만을 품는다고 해도 문제될 것도 없고.”
전투가 그리 진행되고 나면 강북 대영은 빛 좋은 개살구 신세가 된다. 그리되면 제국에서 대적할 자가 없는 공과 군사력을 가진 괴물이 될 그를 누가 제어하겠는가?
어림도 없는 이야기다. 천국을 쓸어버린 다음 군공과 전후 수습을 명분으로 점령지에 군정을 실시하며 노골적으로 세력을 신장해도 막을 방법이 없을 터. 그리되면 대륙의 절반은 승도 자신의 것이었다.
아니, 대륙 전체의 주권자가 된다고 해도 과하지 않은 표현이었다. 천하 생산력의 태반을 점한 강남을 독식한다는 것은 곧 제국을 가진다는 말과 같으니까.
“하긴 일이 그리 진행되면 대인을 제어할 자는 없겠군요.”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정말 그랬다.
천하는 바로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
***
천국의 수도 천경.
긴 전화에도 불구하고 천국의 치세가 차츰 안정되면서 도시는 아름다운 외관을 자랑했다.
이 도시의 동쪽에 있던 궁전은 제국의 왕족이 차지하고 있던 곳이었지만, 이제 그 주인은 바뀌어 있었다. 그 자리를 차지한 이는 천국의 수뇌 양유였다.
양유가 동쪽에 거한다고 해서 그에게 붙은 별칭이 동왕. 왕부의 궁전에 거한다고 왕이라는 별명이 붙었는데, 이제 그 호칭 아닌 호칭은 농담이 아닌 현실이 되었다.
천왕 금수전이 대하 하류에서 양유가 거둔 공을 포상하며 왕작을 내렸기 때문이다.
동시에 천국을 멸망의 위기에서 구한 서익도 왕작을 받았다. 이렇게 왕작을 받은 천국의 공신이 모두 셋.
거기에 천국의 인척으로 왕작을 받은 자를 합하면 새롭게 제후왕의 반열에 오른 자가 모두 넷이었다. 천왕 금수전을 합하면 모두 오 왕이었다.
천국은 왕들에게 각각 군마를 거느릴 권한과 더불어 벼슬을 내릴 권리도 주었다. 다섯 명의 권력자들 중 하나라지만 지닌바 권한은 군주의 그것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그런 막강한 실력자 양유가 입을 열었다. 그는 금번 전쟁으로 생긴 여유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군부의 실력자들과 논의하고 있었다.
“이번 전쟁으로 제국의 예봉은 꺾였소. 남은 것은 강주의 움직임에 대한 부분인데, 그들에게도 선공을 가하는 것이 좋겠소?”
동왕이 좌중의 의견을 구했다. 서쪽으로 가서 침입에 대비하고 있는 서익을 제외한 군부 실력자들이 모두 참석한 자리라 이곳에서 결정한 사안이 곧 천국의 실제 행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장내의 장수들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들이 보기에 이번 승리로 만들어진 여유는 그냥 흘려보내기에는 너무나 아쉬운 기회였다.
제국의 위협이 없는 지금이야말로 상승군과 자웅을 겨루기에 가장 좋은 때였다.
시기를 고른다면 지금이 가장 좋았다. 하지만 그들이 대답을 쉬이 내놓지 못하는 것은 제국의 명장 오승도가 가진 지략 때문이었다. 비록 지금이 좋은 시기라곤 하지만 그들이 공격자의 입장이 될 경우, 강주를 상대로 어려운 싸움을 해야 했다.
승도는 공격자의 입장에서도 제 실력을 십분 발휘한 괴물. 그런 괴물을 자신들이 공격자의 입장이 되어 상대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병법에서도 방어자가 공격자에 비해 세 배는 유리하다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그들은 답을 내지 못한 채 서로의 얼굴만 보았다. 쉽게 말을 하기는 애매했다. 그들은 확신이 없는 답을 내놓을 만큼 가벼운 자들이 아니었다. 정치적으로 자신의 발언권을 낮출 수 있는 말을 남발하는 것이 얼마나 좋지 않은지 생리적으로 체득한 덕이었다.
모두가 침묵을 지키는 와중에 장수 하나가 손을 들었다. 자연스레 동왕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제 생각에는 선공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전하.”
“선공을 취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 이유는 있소?”
“물론입니다.”
장수는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천국의 장수들은 지난 패전 이후 오승도의 전략에 대한 철저한 분석에 들어갔다. 그의 전략을 배우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그 습관을 분석함으로써 다음 공격에 대비하려는 의도에서였다.
장수는 그 와중에 오승도가 벌이는 전략의 한 부분을 발견했다. 그것은 전쟁을 벌이기 이전에 승리의 조건을 만들어 놓고 싸움을 시작한다는 점이었다.
한때 중원을 격동시켰던 천지회의 반군은 바로 그런 오승도의 기책을 감당하지 못하고 무너졌고, 천국 역시 초반의 상승세를 잃고 대륙의 주인이 될 기회를 잃었다.
장수의 생각으로는 오승도가 움직일 시간을 주는 것은 죽을 날을 받아두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차라리 그가 움직이기 전에 먼저 공격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여겼다. 그가 기책을 편 다음 움직이게 되면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견해였다.
장수가 생각을 밝히자 동왕이 수염을 매만졌다. 듣고 보니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었다.
“제장들의 생각은 어떻소?”
“일리는 있는 이야기입니다.”
“가능성은 있습니다.”
“다만 그가 움직이기 전에 강주로 쳐들어간다는 부분은 다소 꺼려집니다.”
긍정의 목소리 속에 약간의 부정적인 대답이 섞였다.
동왕은 부정적인 의견을 낸 자에게 물었다.
“강주로 쳐들어가는 것은 왜 꺼려진단 거요?”
“그곳은 오승도의 본거지입니다. 아울러 연합왕국이 이해를 둔 곳이기도 합니다. 그런 곳을 우리가 공격한다면 무기는 당장 어떻게 조달하겠습니까?”
그 말에 동왕이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최근 연합왕국에서 무기 공급을 슬슬 줄이고는 있지만 외부에서 들어오는 무기 창구는 그들 양이밖에 없었다.
밀무역으로 들어오는 무기조차도 양이들이 은밀하게 흘린 것이란 것을 양유는 알고 있었다.
아문까지 다녀오며 배운 것이다. 그는 연합왕국이 천국을 장기짝으로 쓰고 있다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기에 그 이익을 건드린 순간 자신들의 존재를 용납하지 않을 거란 점도 인식하고 있었다.
강주, 그리고 오승도의 존재에 대한 생각이 너무 깊어져 잠시 그 점을 잊고 있었다. 강주는 건드릴 수 없었다. 오승도가 천경을 불태우더라도 그리해선 안 되었다.
참, 빌어먹을 일이지만 그랬다. 정치란 이렇게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있게 마련이었다.
“강주는 쳐선 안 되는 곳이었소.”
“하오나, 전하. 강주를 치지 않으면 그에게 선택권을 주게 됩니다.”
장수의 말에 동왕이 손을 저었다.
“정치적인 사안이요. 나도 강주를 불태우고 싶지만 그리해선 안 되오. 그렇게 하면 우리 천국이 먼저 불탈 테니까.”
강주를, 연합왕국의 이익을 건드리면 그간 잠잠하던 양이들은 본격적으로 천국에 이를 드러낼 것이다. 무기를 대어주기는커녕 침공군을 조직해 천국을 칠 터.
오승도 하나 잡자고 최강의 적을 만드는 일은 너무나 어리석은 짓이었다.
“그에게 기책을 펼 시간을 주면 우리는 어려운 싸움을 하게 될 겁니다.”
“그리될 거요. 그자가 쳐들어와서 쉬웠던 싸움은 없었으니.”
동왕의 말이 끝나자 다른 장수가 나섰다.
“이런 조처는 어떻겠습니까?”
“말해보시오.”
“먼저, 상승군이 넘어올 요로에 진을 구축하고 중장비를 옮기는 겁니다. 대하변의 방어에 돌린 자원까지 전부. 시기가 좋은 만큼 모든 힘을 서쪽으로 돌려도 좋지 않겠습니까?”
“가능한 이야기요.”
양유가 고개를 끄덕였다.
“두 번째로 우리 군대의 일부를 나누어 지역 내 토벌 작업을 진행하는 겁니다. 오승도가 오기 전에 우리 점령 지역 내의 점처럼 남은 단련들을 모두 청소하면 후방이 편안해질 것입니다.”
장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세 번째로 강주를 도발하는 겁니다. 그들이 준비되기 전에 쳐들어오도록 만든다면 문제는 적습니다.”
“적이 준비되기 전에 도발한다? 구체적으로 말해보시오.”
양유가 묻자 장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 점령지 안에는 행상과 협력 관계에 있는 상인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행상의 자산(건물)도 좀 있습니다. 그들의 자산을 모두 몰수하고 상인들의 목을 치는 겁니다. 제 것을 병적으로 아끼는 행상 놈들이라면 당연히 눈이 뒤집히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행상을 건드려 오승도가 나오게 한다?”
“그렇습니다. 그자는 아직 약관의 젊은이에 지나지 않은 자입니다. 젊은 혈기에 적당히 불을 붙여준다면 아무리 냉철한 자라도 이성을 잃고 움직이지 않겠습니까?”
“정리하면 우리가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적이 준비가 부족한 시점에서 도발을 하여, 우세한 입장에서 박살을 내자. 이거군.”
“맞습니다.”
“그것 꽤 흥미로운 이야기요. 한 번 그 방법 쪽으로 논의해보는 것이 어떻겠소?”
“좋습니다.”
“전하의 말씀을 따릅니다.”
천국 군부의 회의는 금세 승도에 대한 도발로 기울었다. 그들은 괴물이 기책을 펴기 전에 승기를 잡고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한 계획에 박차를 가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