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6화. 암도진창 (2)
대하에는 무수한 지류와 호수가 있었다. 이들 지류와 호수는 평시에 수상 교통의 동맥이 되어 강남 사람들의 발이 되어주었다.
그런 까닭에 호수와 강을 많이 낀 곳은 교통의 요지로 각광을 받았다.
꽤 번성한 성시(城市) 육화진도 그런 곳 중 하나였다. 이 도시는 군사 주둔지인 진이 성시로 발전한 곳으로 편리한 수운의 혜택을 크게 누린 축에 속했다. 이 도시에는 상업이 꽤 발달하여 각종 공방이 들어서 있었다.
자기부터 유리, 가구 공방은 물론이고 약재상들까지 들어서 있어 그 융성함은 주변에 비길 곳이 없었다. 이 도시는 행상이 자기와 유리를 주문하는 거래처 중 하나였다.
하지만 강남의 대부분이 천국의 수중에 떨어지는 와중에 이 도시도 그들의 손에 떨어졌다. 상인들은 행상과의 거래가 끊어진 상황에 우려하면서도 오승도가 천국을 물리치고 평시로 되돌려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이미 그의 손에 천국이 한 번 허물어진 것을 두 눈으로 보았다. 그들이 기대를 갖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런 주민들의 마음을 육화진에 주재한 천국의 지휘관 장소는 잘 알고 있었다. 이들은 언제든 시기만 맞으면 천국에 기꺼이 칼날을 들이밀 터였다. 잠재된 적이라고 표현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지난 오승도의 침공에서도 그에 협조한 자들이 적지 않게 나온 터라, 그는 주민들을 경계심 어린 눈으로 보고 있었다.
“상인들과 그 가족을 모두 끌어내서 죽여라?”
장소는 상부에서 내려 보낸 명령에 수염을 매만졌다. 계책에 있어 민간인을 이용하는 방법은 가능한 지양하는 익왕의 명령은 아니었다.
이 명령을 내린 자는 동왕. 당금 천경의 실세가 추인한 것이었다.
“동왕 전하의 명이라면 따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상인들을 죽이는 것은 민심을 흉흉하게 할 것인데.”
“어차피 잠재된 반역도당들입니다.”
수하의 대답에 장소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민심의 이반은 천하 경영에 있어 가장 위험한 요소 중 하나였다. 그것도 상인을 건드리는 것이라면. 아무 힘도 없는 민초들과 달리 상인은 몇몇만 죽여도 그 소문이 금세 퍼져나가게 마련이다.
굳이 벌집을 쑤셔 위험을 자초할 필요가 있을까?
그는 원대한 대국도 모르고, 판도 읽을 줄 몰랐지만 상인을 건드려서 좋을 것이 없다는 것은 짐작했다.
“그 명을 받들면 강남이 동요할 것이야.”
“하면 명을 거부하실 생각이십니까?”
그건 무리였다. 동왕은 천국 최고의 실력자. 그 명을 거스른다면 동왕은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명을 거절할 순 없겠지. 단지 마음에 걸렸을 뿐이네.”
“그럼.”
“명을 받들도록 하지. 상인들을 모두 죽이게. 그 가솔들까지 전부. 그 목은 모두 잘라 저자에 효수하도록 해. 그리고 재산은 우리 천국 군대가 접수한다.”
“존명.”
수하가 읍을 하고 나서자 장소는 입맛을 다셨다. 자신이 수라 지옥의 문을 연 것 같은 꺼림칙함이 그의 전신을 스쳤다.
장소의 명을 받은 병사들은 이내 저잣거리를 봉쇄했다. 수십 명씩 험상궂은 병졸들이 몰려다니자 사람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불안한 시선을 보냈다.
곧 한 무리의 병졸들이 어느 고래 등 같은 장원에 들이닥쳤다.
“천부의 이름으로 명한다. 당장 문을 열어라.”
장원 안에는 이곳 육화진에서도 이름이 높은 거부 담수공이 살았다. 그들은 병졸들이 몰려오자 그 부름에 불응했다. 몇 번을 대문 밖에서 소리치던 병졸들이 문을 부수고 장원 안으로 들이닥쳤다.
그들의 침입에 담가의 하인들 몇이 들어오는 것을 저지하려 했지만 병졸들에게 흠씬 두드려 맞고 축 늘어졌다. 병졸들은 거침없이 장원 내를 누볐다.
기화요초와 화려한 정원석으로 장식된 장원의 뜰은 보는 것만으로도 병졸들의 탐심을 불렀다. 병졸들을 이끌고 들어온 군관 석만 역시 탐심에 차 있긴 마찬가지였다.
그는 천국에 투신하기 전에 도적으로 지내던 사내였다. 천국이 거병하며 무주공산이 된 강남에서 마음껏 제 욕심을 채우며 지내며 살았던 자라 도덕성은 그와 별 상관이 없는 덕목이었다.
천국에 투신한 것도 동왕이 머릿수만 데리고 천국 군에 들어오면 관직을 준다고 해서 들어온 것이었다. 많은 이들이 떠드는 정의나 대의 따위는 그와 무관했다.
그가 신봉하는 것은 제 욕심을 채울 수 있는 힘과 권력뿐이었다.
“지금부터 사내와 계집,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 죽여라. ‘공’이 있으면 상급이 있을 것이니 신속하게 움직여야 할 것이다. 알겠나?”
“예, 대형.”
병졸들은 석만을 대형이라고 불렀다. 이들 역시 도적 출신이기에 가능한 호칭이었다. 천국 군대가 한차례 공중 분해된 탓에 도적의 손까지 빌린 결과였다.
중앙이 확실히 통제하는 중앙군과 서익의 군대를 제외한 나머지 군대는 과거의 제국군보다 더 끔찍한 집단으로 전락한 지 오래였다.
병졸들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장원 곳곳으로 흩어졌다. 곧 여기저기에서 뾰족한 비명과 사내들의 고함소리가 터졌다. 석만은 그 소리를 들으며 희죽 웃었다.
그도 칼을 쥔 채 장원의 조사당으로 향했다. 사합 원 양식으로 지어진 장원의 중심에는 조사당이 있었는데, 이곳에는 조상의 위패 등이 모셔져 있었다. 인간의 습성상 위험에 빠졌을 때는 무언가 의지하고 싶은 것을 찾게 마련이었다.
이런 위험 속에서는 조상의 은혜를 바라는 것 이상은 기대하기 어려운 법. 석만은 자신이 찾는 표적이 조사당에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쾅.
석만의 발이 조사당의 문을 때려 부수었다. 덜컹거리며 열린 문 너머로 창백한 얼굴의 여자와 남자들이 보였다. 그들은 좋은 옷을 입고 있었고 미모도 출중했다. 남자들이나 여자들이나 고생 한 번 하지 않은 새하얀 피부를 갖고 있었다.
석만은 그들을 보고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아주 흡족한 사냥감들이었다. 그와 병졸 셋이 성큼성큼 다가서자 남자들이 벌벌 떨며 말했다.
“왜 이러는 거요?”
석만은 대답 없이 칼을 내리그었다. 사람의 살과 뼈를 가르는 느낌이었다. 역시 짐승보다는 사람을 죽이는 것이 감촉이 좋았다.
석만의 칼질에 사내 하나가 죽자 비명과 공포에 찬 소리가 동시에 터졌다. 그것을 신호로 병졸들이 거침없이 칼을 휘둘렀다. 사내라면 노소를 불문하고 목을 쳤다.
어미의 품에 안겨 오들오들 떠는 어린아이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병졸들은 거친 손길로 아이를 빼앗아 단박에 칼로 두 동강을 내버렸다. 인성을 잃어버린 도적들에게 인간적인 자비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사내들이 차례로 죽어나가는 동안 여자들은 공포에 질린 눈으로 이 거친 악당들을 보았다. 지금껏 닭 한 마리 잡아본 적이 없는 귀한 집의 여자들은 사람이 죽는 광경을 처음 목격한 탓에 이 병졸들을 악마로 인식했다.
그녀들은 욕설조차 내뱉지 못할 만큼 두려움에 사로잡혀 전신을 오들오들 떨었다.
일을 마친 석만 일행은 그제야 그녀들에게 눈길을 주었다.
“계집들도 처리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물론 처리해야지. 하지만 그냥 죽이기엔 아깝지 않나?”
석만의 대답에 병졸들이 피식 웃었다. 그들이 묘한 열기가 번들거리는 눈을 하고 다가오자 여자들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부서진 조사당의 문이 닫혔다. 조상의 위패가 내려다보는 아래에서 자지러지는 비명 소리가 쉬지 않고 터져 나왔다.
일을 마친 병사들은 석만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그가 모습을 보이지 않자 그들은 투덜거리며 잘라온 수급을 아무렇게나 쌓아놓은 채 쪼그리고 앉았다.
“제기. 대형은 또 재미를 보고 계시나보군.”
“어디 하루 이틀 일인가. 핑계만 생기면 그러시는 것을.”
“자넨 그러지 않았단 말인가? 옷깃이 좀 흐트러져 있는데.”
“그러는 형님도 재미 좀 보신 것 같은데요.”
“이집 하녀들은 별로였어.”
병사들은 음담패설을 주고받으며 가져온 수급을 발로 찼다. 멍청한 표정을 한 채 죽은 사내들의 머리가 바닥을 굴렀다.
“다음 집은 좀 더 삼삼했으면 좋겠는데. 그건 어렵겠지?”
“우리가 다 독식하면 다른 쪽에서 말들이 나오겠지요. 대형도 그리하시긴 어려울 겁니다.”
“대형이 하시겠다는데 다른 놈들이 막을 수 있겠나?”
석만은 무뢰한으로 악명이 높은 자였다. 도적 출신으로 군에 투신한 다른 자들도 그 명성은 익히 알고 있었다. 그들이라면 감히 그와 대적할 엄두도 못 낼 터다.
“하긴 그렇지요.”
그들이 몇 마디를 나누는데 기분 좋은 얼굴을 한 석만 일행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한 무더기의 수급을 들고 있었다. 밧줄에 돌돌 묶은 수급은 자그마치 스무 개가 넘었다. 개중에는 혀를 빼물고 죽은 여자들의 것도 섞여 있었다.
“일은 다 보셨습니까?”
“별거 없었네. 정리는 끝났나?”
“예, 대형.”
“그럼 수급은 보자기에 싸서 관아로 옮기고 몇은 남아서 장원을 드나들 수 없게 해.”
“그럼, 다음 장원도 우리가?”
“좋은 일 남 시킬 순 없잖나?”
석만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
강주는 침공에 앞서 상인과 노동자들을 대거 천국 내로 들여보내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 일은 강주의 방들과 일부 계약 상인들을 통해 진행되었다.
강주 행상으로부터 용역을 받은 방주들은 이 일에 떠돌이 임노동자들을 대거 동원했다. 물론 선수금만 받고 일에서 빠질 경우에 대비해 그 가족의 주거가 확인된 자들만 받았다.
이렇게 동원된 자들이 모두 삼백. 처음부터 작심하고 준비한 일인 만큼 그 규모는 대단했다.
과거 로망스 황제가 에우로페 국가들을 침공하기 전에 보낸 첩자들의 수가 수십에 불과했음을 생각하면 이런 일에 동원되는 일에 걸맞지 않은 수였다.
하지만 이는 대륙의 특성을 고려한 숫자 배분이었다. 대륙은 에우로페처럼 소식의 전파가 빠르지도 않은 데다 치안이 불안정했기 때문이다. 치안이 불안하다는 것은 보낸 첩자(?)들이 일을 하지 못하고 죽을 가능성도 있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었다.
승도는 이런 점을 의식하여 삼백이라는 숫자를 골랐다. 비용은 비쌌지만 그가 천국을 무너트리는 데 드는 값을 생각하면 그리 비싼 것은 아니었다.
“어디서 왔나?”
“호주에서 왔습니다.”
“호주?”
병사의 눈이 서늘해졌다. 호패를 내밀던 사내는 머리를 긁으며 답했다.
“먹고살기가 힘들어서 건너온 겁니다.”
호주는 천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곳으로 암묵적으로 제국과 천국의 중립 지역으로 간주되는 곳이었다. 오승도가 한차례 휩쓸고 지나가며 만들어진 지역에서 왔다는 말에 병사는 호패를 다시 한 번 보았다.
믿지 못할 말은 아니었다. 이렇게 전란으로 대륙을 떠도는 유민들은 수십만 명이 넘었다. 천국 내에도 정처 없이 떠도는 유민들이 상당했다.
“혼자 넘어오는 건가? 가족은?”
“전란 통에 모두 잃어버렸습니다.”
젊은 사내 혼자 오는 것이 약간 걸리긴 했지만 전란 중에 가족을 잃는 일은 보기 어려운 경우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이렇게 젊은 장정은 차후 천국의 병역 자원으로 쓸 수도 있으니 공연히 그를 쫓아낼 이유는 없었다.
무엇보다 사내가 호패를 내밀며 함께 찔러준 동전이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병사는 동전을 챙긴 다음 호패에 직인을 찍어주며 말했다.
“통과해도 좋아. 앞으로 지나가며 그 직인을 보여주면 아무도 문제시하지 않을 걸세.”
“감사합니다.”
사내는 고개를 숙여보였다. 그는 병사의 검문을 지나쳐 천국 안으로 들어섰다. 점과 선을 기점으로 국가를 통치하는 천국은 주요 길목에 검문소를 세우고 제국의 간자를 잡는 일에 집중했다.
하지만 전란으로 인해 인신 지배가 흐트러진 천국에서 간자를 잡는 것은 쉽지 않았다.
먹고살기 어려워 국경을 넘나드는 사람들이 수만 단위인 마당에 이를 잡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설령 가능하다 해도 다 잡을 수도 없었다. 검문소가 세워지지 않은 곳으로 돌아가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모든 국경을 봉쇄하려면 수백만의 군대로도 모자랐다.
천국에는 그만한 군대가 없었다.
사내는 뒤에서 검문을 하는 병사들을 한 번 힐끗 보고는 피식 웃었다.
‘이번 일은 아주 쉽게 할 수 있겠어.’
그가 받은 임무는 천국 내에서 유언비어를 퍼트리는 것이었다. 강주의 상승군이 겨울철에 쳐들어올 것이라고 소문을 퍼트리는 것이 그가 할 일의 첫 번째였다.
사내는 봇짐을 위로 끌어 올리며 발걸음도 가볍게 발을 놀렸다. 그가 우선 향할 곳은 가장 가까운 성시였다. 사람이 많은 곳이야말로 유언비어를 퍼트리기 좋은 곳이었다.
유언비어를 퍼트리는 방법으로는 벽서(벽에 붙이는 벽보)와 여각에서 내는 소문 등이 있었다. 둘 중 위험한 쪽은 역시 여각에서 떠드는 것이었다. 듣는 귀가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이 벽서였다. 이는 인적 드문 야간에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목에 벽보를 붙여두는 것으로 충분했다.
하지만 벽서를 쓰려면 글을 알아야 했다. 까막눈인 사내로서는 알아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자연스레 사내는 여각에서 떠드는 쪽을 생각해야 했다.
사내가 멀어지는 동안 병사는 받은 동전을 매만졌다. 윤기가 나는 동화는 만지는 것만으로도 힘이 났다. 이 수입으로 오늘 컬컬한 탁주라도 한잔 걸칠 생각을 하니 기운이 절로 났다.
하지만 이내 그의 기분은 탁 가라앉았다. 평소에 대장에게 잘 보이지 못한 탓에 상인들을 손보러 가는 일에 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여자들에게 손을 대지 못한 것도 불만이지만, 거기서 한몫 챙기지 못한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돈 많은 상인들의 집에 들어가면 한 재산 챙기는 일은 식은 죽 먹기였다.
굴러다니는 자기 그릇 하나, 패옥 하나만 챙겨도 한 달 술값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 그 좋은 일거리를 놓치고 고작 동화 한 닢을 건졌으니 생각할수록 짜증이 났다.
그가 투덜거리던 차에 동료 몇이 수급을 들고 왔다. 그들을 보자 병사가 입을 열었다.
“일은 잘 봤나?”
“재미는 실컷 봤지. 자네는 여기서 여태 고생이구만.”
“그렇게 되었네.”
“대장에게 미리미리 인사를 해야지. 세상사는 요령을 모르는군.”
그 말에 병사는 입맛을 다셨다. 그도 그러고 싶은 마음이 없진 않았다. 하지만 도적 출신의 대장 비위를 맞추는 것은 쉽지 않았다.
성질도 더럽고 인간성도 바닥이다 보니 그 비위를 맞춘다는 것은 개돼지처럼 처신해야 한다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는 도저히 그렇게는 할 수 없었다. 대의나 정의 따위는 몰라도 생리적으로 그런 일은 그의 천성에 맞지 않았다.
“그건 어렵다네.”
“그러니 대장이 자네를 싫어하는 게지. 조금만 나긋나긋해져 봐.”
동료들은 킬킬거리며 수급을 들고 갔다. 검문소 앞에 수급을 세우기 위함이었다. 혀를 빼물고 죽은 머리들에서 피가 뚝뚝 떨어졌다.
병사는 그 공허한 시선을 보다 고개를 저었다.
‘아무렴. 아쉽긴 해도 대장처럼 되선 곤란하지.’
그는 기지개를 쭉 폈다. 그러다 문득 어딘가에 생각이 미쳤다.
‘그러고 보니 저 친구들이 오늘 죽이러 간 자들이 상인들이었지. 상인들을 죽이면 뭔가 있긴 한가?’
대국은 읽을 줄 몰라도 상인들을 이유 없이 죽이진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들과 연관된 무엇이 있을까.
그는 그 생각을 하다 흠칫했다. 상인하면 가장 유명한 존재. 대륙 남방에서 황제와 같은 위세를 가진 괴물, 바로 오승도가 떠올랐다.
그 괴물과 죽은 상인들이 연관이 있다면?
무리한 가정일 수도 있었지만 그 상인들이 행상과 연관이 있는 자들이라면 오승도가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오승도가 가만히 있지 않아?’
그는 거기에 생각이 미친 순간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오승도. 천국의 수십만 대군도 단박에 깨트리고 천경까지 직격해온 전쟁의 신. 그 악마 같은 자를 부르는 초대장이 써졌다는 것을 깨닫자 쿵하고 심장이 내려앉았다. 아니, 오금이 저렸다.
놈이 온다면 이 마을은, 천국은 끝장이었다. 단순한 사람의 머릿수로, 아니 천국 장수들의 역량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재앙이 그놈이었다.
‘맙소사.’
병사는 터져 나오려는 공포를 삼키기 위해 입을 막았다. 멍청한 동료들은 아무 생각 없이 희희낙락하고 있었지만 저들이 한 일은 재앙을 부를 전조나 마찬가지였다.
병사는 주변을 살폈으나 동료들은 이미 장대를 들고 멀어져 있었다. 그는 손에 쥐고 있던 창을 던졌다.
이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천국 국경의 바깥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재앙이 다가올 곳에 남아 있는 것은 미친 짓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