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7화. 암도진창 (3)
승도는 상인들의 학살에 대한 소식을 듣고 크게 격분했다. 행상과 거래 관계에 있는 상인들에 대한 공격은 곧 행상에 대한 도전이었다. 전쟁이 끝나면 다시금 거래 물량을 높일 생각이었던 승도로서는 이 공격을 좌시할 수 없었다.
하지만 도발에 순순히 낚여줄 수는 없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적이 원하는 전장에 들어가는 것은 제국군의 전철을 밟을 뿐이었다. 아무리 강력한 상승군이라도 그렇게 운영해선 안 되었다.
승도는 대군을 이끌고 보복에 나서는 대신 천국으로 보낸 상인과 노동자들을 이용한 흔들기에 집중하기로 했다. 군자의 복수는 십 년이 걸려도 늦지 않다는 격언을 지키기로 한 것이다.
보복은 본격적인 원정에 참가하면서 시작해도 늦지 않았다. 대신 그는 항장 풍겸을 이용한 천국 흔들기도 병행하기로 했다. 일종의 선전(프로파간다)전에 나선 것이다.
승도는 풍겸의 입을 빌려 천국에 맹공을 퍼부었다.
“천왕은 일부일처를 주장하며 남녀평등을 주장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천왕과 여러 제후들은 삼 처, 사첩도 모자라 후궁을 두며 그 모순된 법령을 지키라고 천하에 떠들고 있다. 그 말에 몇 푼의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천왕은 상제의 대리인임을 자처하며 토지의 공정한 분배를 약속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지주와 관료들로부터 토지를 제대로 빼앗지 않았다. 결국 그들도 제국의 부패한 위정자들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무엇이 이상이고 천국이란 말인가? 동왕은 인의군자를 자처하는 인간이나 실상은 저열하고 추잡한 작자다. 힘없는 백성들을 죽이고 그를 통해 제국군을 도발하려 하니 이것이 백성의 대변인을 주장하는 천국의 지도자가 할 일인가? 익왕은 더 뻔뻔한 인간이다. 영웅을 자처하는 자가 제 병사들을 사지로 몰아넣고 명성과 공을 챙긴다. 이런 자가 천국의 수뇌다.”
풍겸은 승도가 원하는 대로 천국의 지도자들을 신랄하게 비난했다. 그러면서 죽어간 동지들의 피 값을 지키지 못한 자신 역시 죄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몇 마디 말을 통해 천국 지도층이 가져온 개혁의 느낌을 부패한 기존의 제국과 다를 바 없는 것으로 바꾸었다.
천국도 그냥 있진 않았다. 천국의 동왕 양유가 나서서 천국 전역에 공포했다.
“풍겸은 배신자다. 천국 오호 장 중 하나로 중임을 맡은 자가 적에게 목숨을 구걸하여 빌붙었다. 이제 제국의 개가 되어 전날의 동지들을 힐난하는 작태를 보면 알 것이다. 이 더러운 자의 말을 듣고 천왕과 나머지 왕들을 비난하는 자들이 있다면 그자는 반역자다.”
양쪽은 겨울 내내 저열한 언어를 쏟아내며 비난을 되풀이했다. 양쪽 선전전의 주 무대는 천국이었다. 그들은 천국 민중의 마음을 천국 지도층에게서 떨어트리느냐의 여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이 싸움은 아무래도 천국에 불리했다. 천국 지도자들도 그 사실을 인지했다. 왜냐하면 풍겸의 주장은 9할의 진실에 1할의 과장을 섞었기 때문이다. 반박하기에 매우 곤란한 주장이었다.
이런 선전전이 계속되면 천국 자체의 안정성이 크게 깨질 수밖에 없었다. 천국 지도자들은 이 선전전이 절정에 이른 순간에 오승도의 공격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예단했다.
그들이 행한 것도 있는 만큼 그 공격은 가까운 시일에 이루어질 것이라 본 것이다.
천국은 다가올 강주의 공격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익왕에게 변경의 방어를 점검하고 군의 전투 준비를 서두를 걸 명했다. 천국은 일어나지도 않을 공격에 대비하느라 부산을 떨었다.
하지만 보름이 가고 한 달이 지나도록 강주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마다 유언비어를 퍼트리는 자들이 달포 후에는, 보름 후에는 적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천국은 그 말에 수도 없이 속아 넘어갔다. 그들 자신이 강주를 도발한 탓에 그 효과는 더욱 컸다. 제 무덤을 제가 판 꼴이었다.
겨울 내내 벌어진 선전전과 유언비어 때문에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부산을 떤 천국 군대는 완전히 망신창이가 되었다. 쉬어야 할 시기에 쉬지 못하고 매번 군사 활동을 수행했으니 녹초가 되는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가장 위험한 봄이 되었다. 안개가 끼는 계절이 되어 대하 일대에서 제국군의 움직임을 관측하기 어렵게 되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제국군이 움직였다. 강주 군대가 움직일 거라는 ‘첩보’를 갖고 있던 강북 대영이 그 무거운 엉덩이를 든 것이다. 강북 대영의 군대는 불과 이틀 만에 도하를 마치고 천경을 향해 움직였다.
천국은 유언비어에 하도 속아 넘어간 터라 여기에 대한 오승도의 정보를 믿지 않았다. 그 바람에 제국군이 천경을 포위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천경 앞으로 수만의 군대가 몰려와 진을 쳤다. 그들은 지난 패전 이후로 감히 공격할 엄두도 내지 못하던 천경을 향해 대포를 들이밀었다.
일이 이렇게 된 것은 지난날 강북 대영을 철저히 박살낸 덕분에 감히 공격하지 못할 거라고 과신한 탓도 컸다. 승리가 독이 된 어처구니없는 예였다.
‘천경이 적에게 포위당하다니?’
동왕은 아직도 그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눈이 멀고 귀가 멀지 않은 이상 이럴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눈과 귀는 멀어 있었다.
너무 거짓 정보에 속다 보니 제대로 된 소식조차 장수들이 잘못된 정보인 줄 알고 믿지 않은 탓이었다.
그는 느릿느릿 움직이는 병졸들을 돌아보았다. 성벽 위로 엉금엉금 움직이는 병사들의 얼굴은 당혹감에 젖어 있었다. 지휘관들도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판이니 그럴 수밖에.
동왕이 성곽을 짚고 올라서던 차에 대포알이 성벽을 때렸다. 쾅 하는 굉음과 함께 돌 부스러기가 튀었다. 놀란 병사들이 급히 고개를 숙였다.
동왕도 그들을 따라 고개를 숙이다 이맛살을 찌푸렸다.
“군관! 군관!”
“예, 예.”
군관 하나가 그 말에 건성으로 대답하려다 동왕을 알아보고 얼른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우리만 일방적으로 맞고 있지 않나? 대포를 쏴. 응사를 하게.”
“하오나.”
“뭐가 문젠가?”
동왕의 반문에 군관이 코를 문지르다 답했다.
“익왕 전하의 군대에 전력을 보태느라 천경의 대포 태반이 차출된 것이 얼마 전의 일입니다. 제 관할 구역에는 대포가 없습니다.”
동왕은 그제야 자신들의 명령으로 천경의 방어력이 크게 약화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제국군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한 것이 실수였다. 최소한 천경의 방어 여력은 남겼어야 했는데, 오승도 하나만을 의식한 것이 자충수가 되어버렸다.
“그럼, 쏠 수 있는 무기는 뭐가 있나?”
“총과 활이 전부입니다.”
“일단 병사들에게 그거라도 쏠 수 있게 준비시키게.”
“예, 전하.”
동왕은 군관에게 명을 전하고 자신은 얼른 계단을 따라 성곽에서 내려왔다. 그는 성곽에서 내려오기가 무섭게 지휘관들을 찾았다.
동왕의 호출을 받고 장수들이 달려왔다. 적을 코앞에 둔 상황이긴 했지만 장수 몇이 없다고 특별히 위험해질 정도는 아니었다.
동왕은 장수들이 오자마자 그들에게 물었다.
“적의 공격에 대비할 무기가 부족하다고 들었네.”
“맞습니다.”
“병력은 얼마나 부족하지?”
“성을 지키려면 오천은 더 필요합니다.”
천경의 둘레가 워낙 길다 보니 성을 지키는데 필요한 최소 병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단순히 성벽에만 병사를 깔아도 십만 대군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판이었다.
물론 그렇게 무식하게 병력을 전부 배치할 수는 없었다. 성벽 요소요소에 초병을 두고 각 문마다 대응 병력을 두어 적의 공격에 대응하는 형태로 가는 것이 정석이었다.
이렇게 방어하는데 필요한 병력이 약 이만. 현재 천경에 주둔한 각종 잡병 등을 합쳐도 만 오천 남짓에 불과하니 장수의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오천이나 부족한가. 일단 알겠네. 가서 일 보게.”
“예, 전하.”
장수들이 읍을 하고 물러갔다. 동왕은 오천의 병력을 어디서 마련할지 생각하니 갑갑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병력이 있어야 제국군의 공격을 버티며 나머지 왕들의 구원을 기대할 수 있었다.
천국의 핵심인 익왕이 대군을 거느리고 돌아온다면 사실 이 제국군의 공격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동왕은 궁리 끝에 천왕이 가진 병력을 떠올렸다. 천왕에게는 여성들로만 구성된 근위 부대가 있었다.
세간에서는 금수전의 첩들이라는 비난을 받는 이들이었지만 일단 그 전투력은 믿을 만했다.
이들이 일단 약 일천이었다. 여기에 더해 금수전 일가가 가진 사병을 합치면 이천. 도합 삼천이었다.
이 병력만 빌릴 수 있다면 아쉬운 대로 이천의 병력은 민간인들을 징발해 머릿수는 채울 수 있을지 몰랐다.
동왕은 얼른 셈을 마치고 가마를 불렀다. 이제 천국을 구하기 위해 천왕을 설득할 시간이었다.
***
화창한 봄의 기운이 대륙을 감돌았다. 그 약동하는 생명력은 대륙의 남부에도 감돌았다.
내실에 누운 아내를 바라보는 승도의 눈빛은 부드러웠다.
“태기가 있으십니다.”
진맥을 한 의원의 말에 승도는 흡족한 얼굴을 했다. 그가 구축한 세력에 한 가지 약점이 있다면 후계자 문제를 들 수 있었다. 여성에게 후계를 맡길 수도 있었지만 그 부분은 어디까지나 상업에 국한된 일.
여성에게 정치와 군사에 관련된 일을 맡기면 그 세력에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다.
상인들은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안목에서 생각하기에 여성을 지도자로 받아들일 수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성을 지도자로 받아들이기에 이 시대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그런 만큼 승도는 자신이 구축한 정치 세력을 승계하고 그 공업을 수성할 남성 후계자가 필요했다. 그것도 승도 자신의 입지를 물려받음에 있어 문제가 전혀 없는 적통으로.
적통과 서출을 따지는 것은 참으로 하잘것없는 짓이었지만 이 동방에서 그 부분은 매우 중요했다. 무엇보다 은비의 자식이어야만 반가의 자산까지 계승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가와 반가의 자산을 합쳐야 행상을 영도하며 이 거대한 정치 집단을 이끌 경제력을 유지할 수 있어서였다.
승도는 그 정도는 냉정하게 계산했다. 명군들이 후계 실패로 그 자신의 공업을 망쳐 먹은 경우가 역사에 숱했다.
“감사합니다.”
승도는 의원에게 깊이 허리를 숙였다. 그의 신분과 지위로 보아 일개 의원에게 그리 과한 예를 차릴 필요는 없었지만 그럴 만큼 그의 기분은 날아갈 듯했다.
승도는 아내의 손을 잡았다.
“다행이에요.”
그녀의 말에 승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마음이 놓입니다. 아버님께서도 크게 기뻐하실 겁니다.”
승도는 여린 손을 쥔 손바닥에 힘을 주었다. 여성을 후계자로 세우는데 다소 불안을 갖고 있었을 부친과 행상들 모두가 반길 소식이었다.
물론 새로운 자녀가 남자 아이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았지만, 확률은 반반이었다.
승도가 은비의 손을 매만지고 있는데 건문이 침전에 들어섰다.
“급한 일이 아니면 나중에 이야기하도록 하지요.”
승도가 가볍게 대꾸하려는데 건문이 물러가는 대신 소매를 모았다. 긴히 할 말이 있다는 뜻이다. 승도는 아내의 손을 한 번 더 힘주어 잡아주고는 침전을 나왔다.
“무슨 일입니까?”
그는 중요한 시간에 찾아온 건문이 못마땅한지 어조를 조금 강하게 잡았다. 서기가 그 눈치를 안 것인지 쓴웃음을 지었다.
“예, 웬만한 일이라면 보고를 드리지 않았겠지만 매우 중요한 사안이었습니다. 제국군이 천경을 공격 중이라는 첩보가 들어왔습니다.”
“그래요? 제국군이 벌써 움직였다.”
승도는 그 말에 음색을 가라앉혔다. 이 정도 사안이라면 당연히 상황을 무시하고 보고할 만했다. 아니, 보고하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이 일은 승도 자신이 세운 과업의 중요한 연결 고리에 해당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옵고 월비들이 동쪽으로 철퇴를 시작했습니다. 익왕을 자칭하는 역적과 그 군대는 이미 사흘 전에 철수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월비와 제국 모두가 우리가 짠 각본대로 움직이고 있다. 그 말이군요.”
“그러합니다.”
“무대 위에 배우들이 모두 올라 경극을 펼치고 있다면 필요한 것은 이 판을 벌여 이익을 챙길 사람만 남았단 건데. 하비 경은 어디에 있습니까?”
승도의 물음에 건문이 공손히 답했다.
“하비 대령은 금포에 나가 있습니다. 오늘 서역에서 대포가 들어와 그걸 수령할 예정입니다.”
“아 참, 그랬군요.”
승도는 잊고 있었던 것을 깨달았다는 얼굴을 했다. 그가 서역에 주문한 대포들은 참으로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동방으로 수송되어 왔다. 그가 군침을 흘리던 서역의 최신형 후장식 대포가.
승도는 턱을 매만지다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헨들릭 경은.”
“사령관은 여문에 있습니다. 상승군이 기동 훈련을 수행하느라 그 일을 감독하고 있습니다.”
“가서 전하도록 하세요. 정확히 이틀 후 정오까지 상승군 전 병력을 강주로 집결시키라고.”
“명을 따르겠습니다.”
건문은 읍을 하고 물러났다.
“이게 신형 대포입니까?”
하비가 자신의 눈앞에 하역된 대포들을 보며 물었다. 왕국 상인들은 그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우리 왕국에서 가장 뛰어난 종류의 대포입니다. 포신의 내부를 나선형으로 만들어 사거리와 속사 능력을 올린 신형입니다.”
하비는 이 무지막지한 3인치 후장식 대포를 보며 만족스런 빛을 보였다.
고각에서 12파운드 무게의 포탄을 2킬로미터까지 쏘아 보낼 수 있는 이 대포의 성능은 끔찍하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육군 병기로써 갖추어야 할 기동성과 정확성 모두를 가지고 있었다. 뛰어난 망원경을 통한 관측은 물론이고 코일을 이용해 반동을 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타 기존 대포보다 포병들이 다루기 쉽다는 점도 강점이었다.
솔직히 말해 아직 얼치기 수준인 그의 포병들에게 이 물건은 신이 내린 병기였다.
“정확성은 얼마나 됩니까?”
“육군 병기창 쪽의 기술자들은 포병의 실력만 충분하다면 천 미터 거리에서도 동전을 맞출 수 있을 거라고 농담을 하더군요. 그 정도는 아니겠지만 신뢰성은 충분할 겁니다. 왕립 육군에서도 이 대포를 대량으로 채용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하비가 재직하고 있던 당시에 나온 대포는 아니어서 그도 이 말에 대해서는 긴가민가했다.
“양철통(산탄)은 얼마나 가져왔습니까?”
대포도 중요하지만 포탄도 매우 중요했다. 포탄을 섞어서 달라고 주문하긴 했지만 워낙 먼 곳에 주문하던 것이라 주문 내용이 종종 엉뚱하게 전해지기도 했다.
하비의 물음에 상인이 답했다.
“양철통은 포 1문 당 100발 정도 준비했습니다.”
“100발이라.”
그 정도면 충분한 양이라 할 만했다. 백 문의 대포가 한 번에 산탄을 쏘아낸다면 적이 밀집되었다는 가정 하에 수천 명을 일시에 지워버릴 정도였기 때문이다.
각 대포가 100번을 쏠 정도라면 화력은 부족함이 없었다. 다른 포탄들을 포함하면 대략 준비된 포탄은 각 문 당 250발에 달했다. 기존에 먼저 지급받아 훈련용으로 소모한 포탄이 300~400발에 달해서였다.
승도가 부지런히 포탄을 추가 구매해 주었지만 포탄 보유량 자체는 그렇게 넉넉하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 정도면 넉넉할 겁니다. 이번에 포탄을 쏠 상대는 그 천국이란 친구들 아닙니까?”
“맞습니다.”
“왕립 육군도 견디기 어려울 화력인데, 포탄이 더 필요할 일이 있겠습니까? 그 정도 포탄이면 걱정하실 필요는 없을 겁니다. 아마 포탄이 아주 많이 남을 겁니다.”
하비도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염려하는 것은 천국이 아니었다.
혹시나 천국을 무너트린 직후에 제국과 충돌이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부분에 대한 걱정이었다.
그렇게 되면 천국 토벌과 별개로 엄청난 자원이 소모될 수밖에 없었다.
인적 자원이 제한된 강주는 희생을 감수하기 어려운 처지였기에 싸울 때 희생은 최소화해야 했다.
그걸 가능하게 하려면 압도적인 화력이 필요했다. 그래서 그는 포탄이 혹시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물론 그런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당장 제국군은 강주를 위협할 만한 전력을 갖고 있지 않았다. 한다고 해도 그 군세는 당장 천국의 군마부터 넘어야 했다.
하비는 자신이 너무 과민했다고 생각했다. 그러곤 그 앞에 놓인 백 문의 대포를 보고 걱정을 떨쳐버렸다.
상승군의 화력은 이미 동방에 주둔한 그 어떤 육상 세력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