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호루스의 반지-256화 (256/425)

제256화. 독약처방 (1)

강주 관리사 오승도가 천국을 평정하면서 길고 길었던 전란은 막을 내렸다. 천국의 잔당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 잔존 세력은 우려할 만한 규모가 아니었다. 강주의 강력한 군사력 앞에 그들의 운명은 바람 앞의 등불이나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은 전란의 종식을 환영하며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이상적인 세상은 찾아오기 어려웠다. 지난 춘궁기에 백성들의 식량을 징발한 탓에 강북에는 도적이 창궐했다. 서북쪽 변경에서는 북적의 지원을 받은 불순분자들이 자립을 꿈꾸며 노략질을 일삼고 있었고, 강남에는 여전히 전란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천국은 멸망했지만 세상은 아직도 혼란스러웠다. 그것이 난세로 불릴 법한 이 대륙의 풍경이었다.

제국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몹시 두렵게 여겼다. 점차 마모되어 가는 통치 역량과 강주의 성장, 점점 늘어만 가는 도전. 현상 유지는 이제 힘들었다.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총리대신은 황태후에게 독대를 요청했다. 두 권력자는 북경의 외곽에 위치한 황실 별장에서 회합을 가졌다.

회합이 이루어진 장소는 서역식으로 만들어진 별장으로, 이화원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황실 인사들은 이곳 별장에서 국가의 중대사를 결정하곤 했다.

총리대신이 별장에 도착하자 이곳을 지키는 금군 병사들이 그를 맞았다. 별장은 수작업으로 만든 거대한 넓이의 호수와 인공산을 포함한 광대한 정원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한 인간이 발휘할 수 있는 권력의 한계를 보여주는 이 드라마틱한 세계에 발을 디딜 때마다 자신이 황실의 일원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수도 없는 민중의 피땀과 노력, 시간, 재원이 소요된 권력의 금자탑과 같은 공간이 주는 감상에 취한 채 걸음을 옮기다 보니 어느새 멀리 궁이 보였다.

궁 앞에는 마중을 나온 수십 명의 궁녀들이 있었다. 총리대신은 자신을 수행해온 자들을 뒤로 물리고 궁녀들의 영접을 받으며 궁 안으로 안내되었다. 궁에는 황태후가 거처하는 공간이 따로 있었다.

그 공간을 조정 대신들은 ‘불편한 방’이라고 불렀다. 그곳으로 불려온 다음 황태후 앞에서 고개도 들지 못한 채로 몇 시간 동안 머물러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총리대신은 다행히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지위가 있었다. 건물에 들어서자 문 앞을 지키던 궁녀들이 좌우에서 문을 당겼다.

총리대신은 그들을 지나쳐 정갈하게 정리된 복도를 지났다. 그 복도의 끝에 화려한 황태후의 방이 있었다.

금과 은으로 치장된 방에는 각종 보석과 기물이 쌓여 있었는데, 소문에는 그 방의 물건들만 팔아도 은자 삼십만 냥은 족히 마련할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저자거리에서 떠도는 풍문이긴 했지만 총리대신은 그 말을 사실이라고 믿었다. 그 방에 들어설 때마다 사치스러움에 압도당한 경험이 있어서였다.

총리대신이 방에 들어서자 발 너머에 있던 황태후가 묘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맞았다.

“오랜만이요.”

“그간 격조하였습니다, 마마.”

“그래요. 요즘 조회에 통 나가질 못해 총리의 얼굴을 보지 못했어요.”

“송구합니다. 자주 찾아뵈어야 했는데.”

“뭐, 되었어요. 그쪽에 앉으세요.”

황태후가 권한 쪽에는 방석이 놓여 있었다. 총리는 그녀의 은총(?)에 감사의 뜻을 표시하고 앉았다. 그가 자리에 앉자 황태후는 황실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기에는 이러한 도움닫기가 가끔은 도움이 되었다. 정치가들은 이야기를 하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정제된 문장을 구사하였다. 황태후의 화술에 그런 습성이 배여 있음을 알고 있던 총리대신은 그녀를 재촉하지 않고 이야기를 받아주었다.

약 십여 분가량 곁가지 이야기가 나온 다음에야 황태후가 본론을 꺼냈다.

“요즘 국정이 무척 어려운 것 같지요?”

“유감스럽게도 그렇습니다. 집정대신으로서 여기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만, 정상적인 수단으로는 사정을 수습하기가 마땅치 않습니다.”

“이대로 시간이 흘러간다면 우리 황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나는 가끔 걱정을 합니다.”

“신도 그 점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해서 총리대신의 독대 요청을 받아들인 겁니다. 황실이 살아남기 위해 앞으로 무얼 하면 좋겠단 이야기인가요?”

황태후의 물음에 총리대신이 자세를 바로 하고 말을 받았다.

“먼저 재정을 자립해야 합니다. 열강의 차관을 얻어 쓰는 상황에서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질서를 회복하기 어렵습니다.”

“차관을 쓰면 열강의 이해에 종속이 된다는 말이요?”

“영명하십니다. 그런 이유에서 차관은 곤란합니다. 다른 재원을 마련하여 제국의 질서 회복을 도모해야 합니다.”

“하지만 어디서 그만한 재원을 마련한다는 말이요?”

민중은 더 내놓을 것이 없고, 상인들은 권력자들과 결탁해 있었다. 어디서도 돈이 나올 구멍은 없었다. 그렇다고 그들의 주머니를 터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권력자는 희생이란 속성이 결여되어 있었다.

황태후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돈이 나올 구멍이 도저히 보이지 않는데 도대체 어디서 재원을 마련한단 말인가?

그녀의 의문에 총리대신이 해답을 내놓았다.

“아편입니다.”

“아편?”

이해할 수 없는 대답이었다. 아편이 어떻게 해결책이 된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황태후의 의문을 눈치챈 것인지 총리대신이 말을 이었다.

“아편을 정부가 재배하여 제국 내에 유통하는 것입니다.”

“……!”

그제야 황태후는 총리대신의 말을 이해하고 눈을 크게 떴다. 그 말은 제국 국민의 건강과 세수 감소를 염려하여 ‘아편 엄금’을 주장한 바 있던 제국이 정책을 180도 전환할 것을 주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아편을 금지하려 한 정부가 직접 아편을 재배하여 팔자니?

그 말은 소금과 철을 전매로 돌린 염철 전매를 연상시켰지만, 도덕적으로 매우 문제가 되는 것이었다. 국가가 마약을 재배하여 유통하고, 그 결과로 백성을 죽여 이익을 취하겠다는 비정한 정책이었기 때문이다.

“어떠십니까?”

“그리하면 당장 조정 내에서 논란이 클 텐데.”

“신도 그리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극약 처방으로써 필요한 조처입니다. 특별한 과세조처를 하지 않고도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여 강주의 성장을 제어하고 아울러 불온한 움직임을 보이는 무리들을 제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입니다, 마마. 돈이 없으면 제국은 제 살점을 뜯어먹는 구더기 하나 치울 수 없습니다.”

총리대신의 말도 일리는 있었다. 돈이 없으면 제국은 굴러가지 않았다. 피가 통하지 않으면 팔다리가 괴사하듯, 제국이 원활하게 굴러가지 않으면 곳곳에서 분란의 싹이 다시 자라날 우려가 있었다. 부패한 정부는 용서받을 수 있어도 돈이 없는 정부는 용서받을 수 없었다. 제국 통치자들은 그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다.

“하나 엄금을 주장했던 정부가 입장을 그리 바꾸면 만백성의 어버이이자 지존인 황제 폐하의 체통이 뭐가 되나요?”

천자의 말은 무겁다. 그 한마디의 무게를 지키기 위해 전쟁도 불사한 역대 왕조들을 보아도 그 사실은 뼈저리게 알 수 있었다. 황제는 쉽게 말해서도 안 되지만, 한 번 뱉은 말은 지켜야 한다. 최소한 아편 엄금을 주장했다면 적어도 황제의 손으로 뒤집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 양이들에게 굴복당해 묵시하고 있는 처지라고 해도.

황태후가 황제의 체면을 언급하자 총리대신이 쓴웃음을 지었다.

“물론 폐하의 체면도 매우 중요합니다. 신이 그 점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번 사안에 대한 책임을 조정에서 전적으로 지고 가는 것입니다. 황제 폐하께서 재가하지 않으셨지만 실행은 되는 형식으로 말입니다.”

“폐하 대신 조정에서 책임을 지고 간다. 그 말을 진정으로 하는 말이겠지요?”

“어찌 천자께 책임이 돌아가는 일을 하겠습니까? 그 점은 염려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일을 그리 진행한다면 나쁘진 않지만 조정에서 이야기를 꺼내려면 최소한의 명분은 필요할 것 같은데.”

“그것도 생각해 두었습니다. 외국인이 아편으로 이익을 탐하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 어차피 아편이 들어오는 것이 기정사실이라면 그 이익을 정부에서 흡수하는 쪽으로 가자는 논리를 펴는 것입니다.”

“양이에게 갈 이익을 우리가 챙기자.”

“예, 마마. 그리 주장하면 조정에서 강경하게 반대하는 자들의 입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논리적으로는 그럴듯했다. 도덕적인 부분만 넘어가고 본다면 국부의 유출을 줄인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었다.

총리대신의 이야기에 황태후는 조금씩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두 권력자는 오래도록 발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의 대화가 끝났을 때, 제국 정부는 중대한 결정을 향해 기울어졌다.

***

북경의 공사 하워드는 이번 천국 정벌에서 나타난 강주의 전력에 대해 상당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다. 근대적인 군대로서 완성된 일만의 상승군과 그를 보조하는 일만의 보급 부대, 약 사만을 헤아리는 비정규 보조 병력까지. 수면 위로 드러난 강주의 무력은 상상 이상으로 막강했다.

그 해상 전력의 성장에 상대적으로 가려져 있었지만, 육군의 성장은 실로 눈부신 것이었다. 이제 연합왕국이 ‘징벌’ 수준으로 동원하는 정도의 해외 투사 전력(3~4천 수준)으로는 감히 상대할 수 없을 정도였다.

왕국이 강주를 손보기 위해서는 국가 단위의 대규모 파병(지난날 제국 원정에서 보여주었던 규모의 원정군)이 아니고는 힘들었다. 그런 규모의 침공은 국가 차원의 결의가 있어야 했기에 강주를 제어하는 것은 이전보다 훨씬 어려워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결의를 끌어내는 것도 힘들었다. 강주는 연합왕국 상인들과 손을 잡고 자신들을 보호하는 안전장치를 이중 삼중으로 만들었다. 그들과 이해를 같이하는 상인들이 있는 한 연합왕국 의회가 강주에 대한 선전포고를 통과시킬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즉, 현시점에서 강주는 연합왕국의 위협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되어 있었다. 그들에 대한 왕국의 견제는 ‘최종 해결책(전쟁)’을 꺼내지 않는 이상은 불가능했다.

하워드가 보고서를 내려놓으며 팔짱을 꼈다. 에버튼은 공사의 표정을 살피다 말문을 열었다.

“강주의 군사적 역량은 신왕조를 압도할 정도로 커졌습니다. 이제 진지하게 그들을 대륙의 새로운 지배자로 바라보는 시각도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 말은 나도 동감이요.”

공사는 에버튼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동방에 주둔한 연합왕국의 군사력으로 제어할 수준을 넘어선 자를 계속해서 ‘압박’만 가하는 쪽으로 생각하는 것은 문제가 있었다.

강주를 바라보는 관점을 ‘왕국 이익’에 대한 도전자에서 국익을 지켜줄 수 있는 안보의 동맹자로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었다.

강주가 적절한 수준에서 목줄만 매어준다면 우방으로서의 지위도 인정하고 그들의 대륙 장악을 후원할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문제가 조금 있었다. 강주는 성장 과정에서 목에 매여 있던 목줄을 하나씩 풀며 커나간 만큼 자진해서 목줄을 매어줄 가능성이 없었다.

왕국의 입장에서 보자면 상당히 껄끄러운 부분이었다. 믿을 수 없는, 통제하기 곤란한 상대의 호의에 자국의 국익을 기대야 한다는 점은 불편하기 짝이 없는 부분이었다. 공사 하워드가 계속해서 강주를 제어하려 시도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였다.

“조만간 강주는 지금 군사력의 두 배 이상을 확보할 가능성이 큽니다.”

“두 배나?”

“지배 영역이 확대된 만큼 그 군사력의 팽창은 불가피합니다. 더불어 제국 내에서 그 지분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그들은 그렇게 할 겁니다.”

난세에는 군사력이 곧 힘이었다. 강주가 지금 차지한 입지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군사력을 계속 늘려갈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이치였다.

“그들이 그리 나온다면 제국 쪽에서도 뭔가 움직임이 있을 텐데.”

공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파 쪽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중절모 신사가 입을 열었다.

“움직임은 이미 있습니다.”

신사는 왕국 정부가 신에 보낸 총세무사로 해관의 관리를 맡은 관리였다. 그는 신 내의 사정에 매우 밝아 종종 공사관에 그 정세에 대한 동향을 제공해주고 있었다.

그의 이야기에 공사가 흥미를 보였다.

“신이 움직임이 있다니, 그건 무슨 이야기입니까?”

“제국 정부에서 아편 수매 제도(국가가 생산과 판매 일체를 독점하는 전매와 달리 농민으로부터 일정한 가격을 받고 사들이는 제도)를 실시한다는 이야기가 돌더군요.”

“신에서 아편에 손을 댄다. 흥미롭군요.”

아편을 막기 위해 전쟁까지 했던 제국 정부가 자기 손으로 독약을 퍼트리겠다니. 이보다 더 아이러니하고 어처구니없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총세무사의 이야기는 농담이 아니라 사실이었다.

“맞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유언비어인 줄 알았는데, 제국 고위 관리들도 떠드는 것을 보면 괴담은 아닌 것 같더군요.”

“아편을 팔아 무얼 어쩌겠단 것 같습니까?”

공사가 묻자 총세무사가 쓰게 웃었다.

“재원 조달이 아니겠습니까? 전란의 여파로 제국 내부의 경기가 안 좋아져 해관 수입도 격감하고 있으니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결국 돈 문제이겠지요.”

“돈이라. 돈이 없다고 해도 아편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일 텐데, 그만큼 제국 정부가 다급하다는 뜻이기도 하겠군요.”

극약 처방이라는 말처럼 제국은 제 몸에 독을 쏟아부어서라도 급한 불을 끄려는 모양이었다. 마치 바닷물을 마셔 갈증을 해소하는 어리석은 자들을 보는 듯했다.

그런 처방은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되어도 장기적으로는 득이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렇게 움직였다는 것은 당장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만큼 제국의 사정이 나쁘다는 의미였다.

오랜 전란으로 제국 내부 경제가 상당한 타격을 받은 데다, 통치 행정 전반이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거기에 예상을 뛰어넘은 강주의 저력이 드러나면서 제국으로서는 조바심을 느낄 만했다.

지방 세력이 대륙의 패권을 노릴 정도의 힘을 보유한 상황에서 반쪽이 된 군사력만 가지고 현상 유지를 골몰하는 것은 스스로 망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런 상황을 바꾸려면 재정이 필요했고, 그 돈을 얻을 방법은 극약 처방밖에 없었다.

열강의 차관을 더 얻어 쓰다간 제국 정부 자체가 연합왕국의 괴뢰가 되고 말 것이다.

하워드의 말에 총세무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에버튼은 총세무사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듣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제국이 아편을 조달하는 데 신경을 쓴다면 우리 아편 무역에 영향이 있지 않겠습니까?”

그의 의문에 총세무사가 아니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그렇진 않습니다. 아편은 공급 물량이 늘면 늘수록 시장이 커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 번 중독된 아편 중독자는 죽을 때까지 아편을 소모하기 때문입니다. 신이 아편을 재배하여 공급한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도리어 죽는 자가 늘어난다는 차이가 전부입니다.”

총세무사는 아편 무역의 잔혹한 속성을 입에 담았다. 대륙의 인구는 3억을 넘었다. 이 가운데 왕국 정부가 추산한 아편 중독자는 백만을 겨우 웃돌았다. 이 정도 숫자는 전체 인구에 비하면 그리 대단하지 않았다. 아편 시장은 앞으로도 더욱 폭발적으로 커질 여지가 있었다.

이 대륙의 3억 인구 모두가 중독자가 되는 그날까지 말이다.

“우리가 걱정할 건 별로 없겠군요.”

“걱정할 것이 아니라 반길 일이겠지요. 아마 무기 판매가 다시 증가할 테니 말입니다.”

“그럴 테지요.”

공사는 신의 아편 재배에 대해 긍정적이었다. 이를 통해 왕국 내에서 떠도는 ‘비도덕적인 전쟁’에 대한 비난을 불식시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자국민에게 아편을 팔아먹는 정부가 있는 나라에 아편 팔아먹은 게 무슨 큰 잘못이냐는 여론 몰이를 할 수 있어서다.

집권 여당에게는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는 반가운 이야기였다. 무기 판매라는 점에서도 말이다.

“이제 그들이 무기를 사들이기 시작한다면 무너진 회군을 다시 재편성하려는 움직임도 취하겠군요.”

지난 전쟁에서 회군은 천국에 의해 철저하게 파괴당했다. 그 전력이 너무 심하게 마모된 탓에 북경에서는 이 군대를 다시 재건해야 할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공사는 에버튼의 견해에 공감했다.

“그들이 군대를 재편한다면 역시 강주를 의식하고 움직인다는 것인데.”

“그렇다고 해도 제국이 강주를 도모하려 하진 않을 겁니다. 강주 역시 마찬가지일 테고 말입니다.”

“당분간은 힘의 균형을 맞추는데 모두가 집중할 것이다 그거군.”

“예, 각하.”

“폭풍전야 같군요. 전쟁이 끝나자마자.”

공사는 너스레를 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홍차를 홀짝이던 총세무사는 그런 그의 얼굴에서 새로운 물결을 기다리는 도박사의 표정을 읽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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