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호루스의 반지-259화 (259/425)

제259화. 청림당 (2)

아편의 활성화는 제국 내에서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북경에서 아편 수매에 대한 명령이 내려진 다음, 제국을 방문한 선교사 폴은 그로 인해 빚어진 참상에 치를 떨며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제국은 철저하게 부패했다. 아편에 취한 중독자들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었고, 강도떼가 들끓었다. 단 30분의 쾌락을 위해 사람의 목숨을 빼앗으려는 무뢰한들은 어디서나 마주칠 수 있었다. 지방관이 파견한 기병의 호위 없이는 관도를 따라 여행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일부 유력자들 외에는 안전을 보장받는 이는 거의 없다. 심지어 이 나라의 수도조차 마찬가지다. 북경의 밤은 제도에 어울리지 않는 무법천지의 온상이다.

고관대작들의 집과 그 주변에만 정부의 질서가 미칠 뿐, 그 이외의 곳은 지옥의 다른 이름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선교사 폴의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제국의 내정은 사실상 파탄이라고 불러 마땅했다. 군사적 분야에서 서역 열강을 따라잡기 위한 가시적 노력이 있었을 뿐, 그 외의 분야에서는 별다른 조처가 취해지지 않았다. 재정적인 측면에서 아편 수매로 나아진 면도 분명 있었지만, 이 돈이 지방 정부에 지원될 때면 이리저리 새어나가기 일쑤였다.

제국은 분명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다. 겉으로 보이는 군사력의 증강이나 재정 수지의 개선을 놓고 ‘중흥’이라는 표현을 쓰는 자들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것은 입에 발린 소리였다.

강주는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등에 업고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들은 제국의 부패상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끊임없이 민간에 퍼트리는 동시에 강주의 부강함에 대해 떠들었다. 이러한 인식은 장차 강주가 대권을 장악할 때 대륙 통치의 정당성을 획득하기 위한 밑 작업이었다.

정계에서도 강주의 파당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강주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들을 가리켜 세인들은 ‘강주당’ 혹은 청림당(靑林黨)이라 불렀다.

이 청림당은 조정 내에서 황실 보수파와 총리대신의 파벌을 연일 공격했다. 이들의 공격에 대해 조정 권력자들은 상당히 불쾌한 생각을 가졌지만, 그 배후에 누가 있는지 뻔히 알다 보니 쉽게 손을 대지 못했다.

강주가 대륙을 들어 엎을 정도의 힘을 가졌다는 사실을 알기에 그들은 청림당에 손을 대기 꺼려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유는 거기에만 있지는 않았다. 탐관으로서 재능을 가진 위해충이 부지런히 여러 파벌의 대신들에게 돈을 먹여둔 탓도 있었다.

그들은 앞으로도 돈을 받기 위해 위해충이 적을 둔 청림당을 살려둘 필요가 있었다.

권력자들이 청림당의 활동에 제재를 가하지 못하자 젊은 관료들과 개혁을 갈망하는 실무 관료들이 잇따라 이 당파에 가세하여 세를 불렸다. 여기에 제국의 실태에 개탄한 유자들도 끼어 그 세는 결코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거대해졌다.

청림당의 세가 점차 커지자 기존 권력자들도 경각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들은 오승도가 개입하지 못할 수준에서 청림당의 세를 꺾을 필요를 느끼고 한 가지 사건을 만들기로 했다.

북경 교외에 위치한 어느 기루에서 네 명의 사내가 만났다. 그들은 모두 자신이 모시는 고위 관료를 대신하여 이 자리에 나온 자들이었다.

황실 보수파와 총리대신의 파벌을 대표하는, 거물들의 대리인들인 만큼 사내들의 위치는 가볍지 않았다.

사회적 신분은 관료에 비해 미천한 자들이나, 실상 그들이 가진 힘은 지방의 고관도 날려버릴 만큼 강력했다. 조정 관료들을 대신해 암중의 일을 대신하는 자들이었기 때문이다.

일렁이는 촛불 사이로 희미한 빛이 춤을 추었다. 그 빛에 잠시 사내 하나의 얼굴이 드러났다. 사십 대 중반으로 보이는 단단한 인상의 남자였다. 거친 세월을 넘겨온 듯 그의 얼굴에는 칼자국이 새겨져 있었다.

그는 총리대신을 모시는 자로 ‘암영’이라는 별명으로 통칭되는 인물이었다.

암영은 그 주변에 있는 그의 동류들을 찬찬히 훑다 입을 열었다.

“오랜만에 만나서 반갑소.”

“한 사람도 변한 것 같지 않아 마음에 드오.”

그들은 짤막한 인사를 나누었다. 개인의 친밀감을 높이는 인사라기보다는 무거운 주제를 꺼내기 전에 긴장감을 낮추려는 단순한 행위에 지나지 않았다.

사내들은 몇 마디의 말을 통해 이 자리가 주는 긴장감을 다소 떨쳐냈다. 모두가 대화를 들을 준비가 되었다고 판단되자 암영이 말문을 열었다.

“이야기는 다 듣고 오셨을 거라 믿소.”

사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분들도 언질은 받으셨겠지만 이번 일은 극비리에 진행되어야 하오. 중요한 일이니 실수가 있어선 안 되오.”

“물론이요.”

암영은 굳은 표정으로 사내들의 얼굴을 보며 말을 이었다.

“우리가 이번에 할 일은 호부대신 기영을 암살하는 일이 첫 번째요.”

“……!”

“뭐요?”

“아니, 그분은 총리대신 각하의 파당에 속한 사람이 아니요?”

사내들은 놀람과 당혹감이 섞인 반응을 보였다. 기영은 총리대신의 수하인 자. 그런 자를 죽이는 것이 이번 일이라고 하니 그들은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맞소이다.”

“한데 그분을 왜?”

“청림당을 치기 위한 고육책이요. 그리고 이야기는 끝까지 들으시오. 두 번째로 할 일은 총리대신 각하에 대한 암살 미수요.”

“……!”

이번에도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암영이 미치지 않은 이상은 자기 주인에게 명령받은 일일 터. 총리대신 자신이 스스로에 대한 암살 미수를 지시했다는 말이다.

“일을 그렇게 하면 지나치게 커지지 않소? 당장 우리 손발로 부릴 자들이 공포에 잡혀 하지 않으려 할 것인데.”

말상 사내가 수족들이 이 일을 두렵게 여길 것이라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입에 담았다. 그러자 암영이 말을 이었다.

“그 점은 염려할 필요가 없소. 우리 수족들이 현장에서 추포된 연후에 감옥에서 바꿔치기할 생각이요. 얼굴만 노출되지 않으면 공식적으로 공표될 죄인이 누구인지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 아니요?”

“딴은 그렇소.”

암영의 말에 사내들이 수긍했다.

“하면 희생양으로 쓸 자들은.”

“사건 시간에 납치할 청림당 관료들의 하인들이요. 그들을 이용해 청림당에 의혹의 시선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이번 계획의 요체요.”

“과연.”

말상 사내가 감탄한 빛을 보였다. 제국 제일의 모략가로 불리는 총리대신의 머리에서 나올 법한 간계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아귀가 맞도록 진행된 것이 세인의 눈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게 만들어져 있었다.

배역만 잘 수행하면 연출가의 의도대로 각본이 진행될 것이다.

그들은 그 점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일이 진행되고 나면 조정에서 청림당은 그 세가 위축될 터, 여러 어르신들께서도 마음 놓고 평안한 시간을 보내실 수 있을 거요.”

“그 같은 방안이라면 우리 주인께서도 흡족해하실 겁니다.”

“그럼 각자가 맡을 일에 대해 정리합시다.”

통통한 사내가 말했다. 사내는 황실 내의 실력자인 사례 태감의 명을 받고 나온 자였다.

사례 태감이 곧 황태후의 심복이니 그는 황태후와 황실 보수파를 대변하는 자라고 볼 수 있었다.

“먼저 변 대인.”

암영이 말을 꺼냈다. 변씨는 황실 보수파의 심복인 통통한 사내를 가리켰다.

“말하시오.”

“변 대인 쪽에서는 감동 감옥에 있는 책임자와 간수들을 그쪽 사람들로 바꿔주시오. 일이 새어나가면 곤란하니 입이 무거운 자들로 채워줘야 할 거요.”

형부 계열은 전통적으로 황실 보수파가 장악하고 있었다. 암영이 변씨에게 이쪽을 부탁한 것은 당연했다. 통통한 사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맡겨주시오.”

“그리고 현 대인.”

현씨는 말상 사내로 황실 보수파의 일원인 동시에 고위 황족인 숙친왕의 심복인 자였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암영이 말을 이었다.

“현 대인 쪽에서 청림당 수족들의 납치를 손써주시오.”

“알겠소.”

숙친왕은 북경 내에서 상당한 규모의 사병을 거느릴 수 있는 권력자였다. 그의 힘이라면 사람 몇 납치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역시 이 일도 적임자에게 배분되었다.

“천 대인.”

“난 무얼 하면 되겠소?”

천씨가 말을 받았다. 천씨는 총리대신의 파당에 속한 자를 모시는 인물이었다.

“천 대인은 암살 쪽을 맡아주시오.”

천씨가 모시는 자는 바로 군기대신. 암살에 필요한 총기를 쉽게 빼낼 수 있어 역시 이 임무에 적합한 자였다.

“알겠소.”

“그럼 육 대인은 뭘 하실 생각이시오?”

변씨가 물었다. 육 대인은 총리대신의 수하, 암영의 성을 말함이었다.

“청림당 인사가 꾸민 ‘역모’와 관련된 증거와 연결고리들을 채우는 역할을 맡도록 하지요.”

총리대신의 막강한 영향력을 고려하면 이 일의 적임자는 그였다. 일은 모두의 역할과 지위에 맞게 적절하게 배분되어 있었다. 일에 불만을 품는 자는 없었다.

“좋소. 하면 각자 최선을 다해 일을 진행하도록 합시다. 하면 시작은?”

말상 사내가 묻자 암영이 목소리를 낮추었다.

“시기는…….”

***

군대는 거대한 소비 집단이었다. 생산을 하지 않고 소비만 하는 만큼 이들을 지탱하려면 막대한 돈이 들어갔다.

역대 왕조들은 이 식충이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때로는 국가 재정의 7할 이상을 소비하기도 했다. 말 그대로 군대만 유지하는데 국가의 모든 힘을 쏟은 셈이었다.

현재의 신도 처지는 다르지 않았다. 아편 수매로 숨통이 다소 트이긴 했지만 그들의 재정난은 완전히 해결된 것이 아니었다. 그들에게는 강주라는 잠재적 위협 요소가 도사리고 있어 군비를 더욱 늘려나가야 했다.

군비는 늘리면 늘릴수록 재정에 부담을 주는 법, 신으로서는 단기적 재정 회복의 결실을 맛보기도 전에 다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재개해야 했다.

이러한 신의 군비 증강은 다시 주변에 영향을 끼쳤다. 제국이 군비를 부쩍 늘리자 북경에 눈을 두고 있던 루시는 이들이 내전이 종식된 것을 기회로 삼아 서북 변경에 대한 지배력을 다시 확인하려는 의도로 받아들였다.

루시는 제국이 다시 광대한 중앙 초원 지대에 영향력을 끼치기를 원치 않았다. 그들은 제국이 손을 미치기 전에 이들 초원 부족들이 그 영향에서 이탈하기를 바랐다.

그런 의도에서 루시는 막대한 무기와 교관을 초원 부족들에게 제공하며 이탈을 부추겼다.

동쪽에서는 제국의 급격한 국력 회복(물론 표면상의 군비만을 말함)으로 려 내의 친 신제국파가 그 세를 크게 얻었다. 그에 따라 상대적으로 오승도의 영관 무역이 편해진 것이 부수적인 변화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었다.

동남쪽에서는 동영이 이에 자극을 받았다. 천국의 멸망과 제국의 새로운 군비 증강을 목격한 막부는 ‘군사력’이야말로 통치 행위의 가장 중요한 도구라고 받아들였다. 그들은 이를 위해 세율을 인상하고 영주들에 대한 압력을 강화하였다.

자신들이 통제하는 군사력을 늘리면 늘릴수록 동영 지배력이 공고해질 것이라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다.

물론 영주들이 그 과정에서 순순히 몰락해 준다면 그 의도대로 되겠지만 자기 것을 그냥 내주려는 바보는 없는 법이었다.

영주들은 이러한 막부의 강압적인 움직임에 불만을 품고 수면 아래에서 막부에 반대하는 연대를 강화해 나갔다.

강주 역시 제국의 군비 증강을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제국이 미치지 않은 이상 오승도와 전쟁을 하진 않겠지만 정치 논리라는 것이 단순히 힘만 가지고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적당한 구실만 나오면 그것을 명분으로 삼아 상대를 역적으로 몰고 끝장을 보는 것이 정치 싸움이었다.

그런 까닭에 강주와 제국의 군비가 비슷한 수준에 이를 때, 제국에서 어떤 행동을 해올지 몰랐다. 승도는 이 점을 의식하고 있었다.

“금번의 제국군 증강이 전부 회군 쪽에 집중되고 있군요.”

그의 서기 일을 잠시 맡게 된 처녀가 ‘네’ 하고 대답했다. 이 여자는 자신의 아버지를 따라 강주로 온 연합왕국 여성으로 그 이름은 엘리자베스라고 했다.

엘리자베스는 하비 대령의 딸로, 대학 교육까지 마친 인재였다. 신의 언어에 능한 것은 물론이다. 승도의 보좌를 맡을 만한 능력도 있었고, 하비의 딸인 만큼 그 신분도 확실했다.

승도는 엘리자베스가 정리해서 넘겨준 내용을 꼼꼼히 읽었다. 회군 쪽으로 증강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역시 강주를 의식한 행보였다. 그 지휘관은 회군을 지휘했던 이홍적이다.

나이가 많지 않고 군 경험이 적은 그가 더욱 중요성이 높아진 회군 지휘관으로 유임된 것은 양국번의 면을 보아 결정한 일일 터였다. 중요한 것은 그가 얼마만한 역량을 가진 자이냐는 점이었다.

지난 전쟁만 놓고 보면 이홍적은 대단하다고 봐줄 만한 인사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은 군을 지휘하는 역량에 한정된 것이고, 군을 조련하는 부분에서는 다를 수 있었다.

프리지아에서도 전장에서는 쓸모없지만 군을 조련하는 데 있어 놀라운 역량을 보여준 자들이 있었다.

승도는 인간의 재능을 단편적인 모습 하나로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것을 그런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이홍적에 대한 자료는 좀 더 없나요?”

그의 물음에 엘리자베스가 정리한 자료 중 하나를 짚었다. 그녀가 골라낸 종이를 집어내자 이내 이홍적의 신상에 관한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그 사내는 낙향하여 신식 문물의 도입을 주장하던 양국번의 문하에서 학문을 갈고닦은 것이 경력의 전부로 나와 있었다. 실무에서 능력을 닦은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신식 문물의 도입에서 과거의 경험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어떨 때는 그 경험이 벽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회군 조련에서 상당한 재능을 보였다. 천국 토벌에서 여러 차례 활동한 회군의 조직 및 재건은 그가 진두지휘한 것으로 나와 있었다. 지휘관으로서의 역량은 대단치 않았어도 조련 능력은 꽤 인상이 깊었다.

승도 자신과 비교한다면 조련 하나는 위라고 봐줄 만했다. 물론 평가가 후한 부분은 거기까지였다.

승도는 본인이 떨어지는 부분을 다른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있었다.

“회군의 현재 규모에 대한 것은요?”

“신병을 받아들여 이만 정도로 재건을 시도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에.”

엘리자베스가 손가락으로 종이를 눌렀다. 승도는 이만이라는 수에 적잖이 놀랐다. 서역식 군대 이만이라면 그 유지와 편성에만 막대한 돈이 들어가게 마련이었다.

그것도 그 무장과 훈련에 필요한 장비 일체를 해외에서 도입해오는 처지라면 더 그렇다.

경제의 핵인 강주와 강남을 틀어쥐고 대외 무역에서 막대한 이익을 올리는 오승도조차 군비 증강을 폭발적으로 진행하지 못하는 판이다. 아편 수매와 외국의 원조가 아니었다면 이만한 규모의 군비 증강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승도는 그 규모에 놀라긴 했지만 이내 마음을 가라앉혔다.

‘신식 군대를 이만 보유한다고 해도 우리 강주의 적수가 되기엔 역부족이다. 더구나 우리는 로망스에서 새로운 병기도 도입하기로 하지 않았던가.’

승도는 제국과의 군비 경쟁에서 결코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막강한 기관포와 장갑함만 생각해도 질 수 없었다. 거기에 강주의 튼튼한 경제력을 보면 제국 정부에 밀리는 일은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잘 보았습니다. 그만 물러가서 쉬도록 하세요.”

승도가 손짓을 하자 엘리자베스가 예를 표시하고 물러났다. 그녀가 방을 나서자 승도는 팔짱을 낀 채 제국의 증강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를 생각했다.

제국의 군비 증강은 최소한 단기적으로 보았을 때는 강주를 제거하기 위한 수순으로 보기 어려웠다. 그들의 역량으로는 최소 5년 안에는 강주와 싸워봐야 상처뿐인 승리로 끝날 뿐이었다.

강주에 대한 방위 차원에서 키운다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었다. 강주에 대한 억지력을 키우고자 한다면 강북 대영을 해산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니 그쪽도 아니라고 할 수 있었다.

‘어쩌면.’

승도는 생각 하나를 꺼냈다. 제국이 느슨해진 체제를 바로잡고 내란으로 실추된 권위를 회복하기 위한 새로운 전쟁을 생각하고 있다면 납득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천국과의 내전이 벌어진 이래 서서히 지배력이 약화되고 있는 서북 변경 지역에 대한 원정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이 원정을 통해 북적의 침투를 물리치고 그들의 남하를 염려하는 연합왕국에 자신들의 존재 가치를 보임으로써 원조를 끌어내는 것이 조정의 본심일지 몰랐다.

누가 생각한 것인지 몰라도 국제 정세를 이용해 제국의 국세를 회복할 좋은 수였다. 대외 여건을 가능한 한 제국 정부에 유리하게 바꾸고, 한편으로 대내적으로 힘을 과시하여 강주로 기울어가는 흐름을 바꾼다. 정치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수였다.

‘하지만 그건 내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야.’

승도는 의자에 몸을 묻으며 미소를 지었다. 상대의 계책은 훌륭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방해가 없을 때의 일이었다. 일이 이렇게 돌아가는 것을 안다면 방해하기란 아주 쉬웠다.

‘북적들에게 정보를 흘려 제국의 출혈을 더욱 키우는 것도 방법이겠지.’

승도는 머릿속으로 잔혹한 대응책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대륙의, 신의 입장에서는 좋지 않은 일이지만 그의 이익에는 부합하는 일이었다. 그의 울타리에 신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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