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0화. 발검 (3)
제도 북경은 연일 들려온 악몽과 같은 소식으로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서쪽에서는 회군이 고전을 하고, 남쪽에서는 반란이 일어났다. 거기에 강주 관리사 오승도가 반군 진압을 구실로 대하를 건넜다고 하니 일이 심상치 않았다.
내각은 일을 해결하기 위해 산동 총독과 군기대신을 내려 보내고 이어 팔기도통아문의 수장도 보냈다. 제국 정부에서 낼 수 있는 군사 관계자들을 모두 보낸 것이다.
그들은 조처를 취함과 동시에 회군을 후방으로 물릴 것을 진지하게 고민하려 했다. 하지만 그 역시 쉬운 일은 아니었다. 회군의 철수는 곧 패배를 의미했으며, 그 정치적 뒷감당은 제국 정부에서 감내할 수준이 아니었다.
열강의 지지도 잃을 수밖에 없었고, 가뜩이나 반란과 패배로 실추된 제국의 위신이 바닥에 떨어질 터. 결단을 쉽게 내릴 수 없었다.
웅성웅성.
붉은 휘장이 깔린 대전에 대신들이 모여 있었다. 내려진 발 너머에 좌정한 황제와 태후는 그런 그들을 지켜보며 다소 불안한 얼굴을 했다.
“현재 가장 심각한 문제는 오승도가 역심을 보였다는 부분입니다. 대하를 건너자마자 우리 군대를 공격했다는 것만 보아도 그자의 의중이 어디에 있는지는 삼척동자도 짐작할 겁니다. 그 역적에 대한 대처가 최우선입니다.”
“그 역적을 무슨 수로 잡는단 말이요? 당장 눈앞의 도적들도 잡지 못하는 마당에.”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닙니다. 오승도가 역적이든 아니든 그자를 달래어야 합니다. 필요하면 왕작이라도 내려서 그자를 회유할 필요가 있습니다.”
“왕작? 그 역적 놈에게 왕작이라니. 가당키나 한 소리요?”
“필요하면 왕작이 아니라 더한 것도 줘야 하지 않소. 지금 그자를 막을 군대가 우리에게 없질 않소이까.”
“허허. 이거 역적이 궁 안에도 있었군.”
대신들은 격앙된 언사를 쏟아냈다. 하지만 이들이 이처럼 격한 어조를 내는 것은 이유가 있었다. 그들은 이 강경한 논조를 통해 자신들이 오승도의 파당이 아님을 강변하려는 것일 뿐,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는 갖고 있지 않았다.
“그만.”
태후가 손을 들자 사례태감이 외쳤다. 조정 내 실력자인 태감의 발언에 잠시 정적이 감돌았다. 태감이 다시 공손히 고개를 숙이자 태후가 입을 열었다.
“이것이 당금 제국을 이끌어갈 조정의 영수들이 보일 모습이란 말이요? 돌아가신 선제께서 이 모습을 보셨다면 경들을 무어라 하시겠소?”
“면목이 없습니다, 마마.”
“신들의 부덕함을 꾸짖어 주소서.”
“되었소. 그런 입바른 소리를 할 시간에 대책을 내놓으시오. 대책을.”
태후가 일갈했지만 관료들은 입을 열지 못했다. 그들이라고 무에서 유를 만드는 도술을 부릴 수는 없었다. 신선이 아니고서야 작금의 위기를 명쾌하게 타개할 계교를 내놓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들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된 것을 보고 있던 어린 황제가 옥좌에서 몸을 일으켰다. 소년은 조정 내 관료들을 굽어보다 입을 열었다. 아직 어리지만 제왕의 교육을 받은 소년은 총기를 띠고 있었다.
“정말 아무 대책도 없는 건가요?”
“송구합니다, 폐하.”
소년은 그 대답을 듣자 다시 앉아 자신의 옥좌를 여린 손으로 툭툭 두드렸다. 지금까지 의사표현을 거의 하지 않던 황제의 모습에 관료들이 흠칫 놀라 고개를 들었다.
“대책이 없다면 지금부터 생각을 하세요. 당장.”
“예, 폐하.”
관료들이 황송한 듯 고개를 숙였다. 어린 황제는 그것으로 만족했는지 더는 말하지 않고 시녀들을 거느리고 대전에서 나섰다.
“황상의 말씀. 모두 들으셨겠지요? 이 자리에서 대책을 내놓으세요. 역적들을 상대할 수 있는 방법을.”
“그리하겠습니다.”
태후 역시 대답을 듣고 대전을 떠났다. 황족들은 어전 회의에서도 자신의 밥시간 등을 챙길 수 있었지만 관리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결론이 내려질 때까지 대전에서 한 발자국도 뗄 수 없었다.
대신들은 발 너머의 황족들이 사라진 후에 다시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어전 회의의 결과는 어떻게 나왔나?”
잠을 이루지 못해 창백한 얼굴을 한 총리대신이 물었다. 겨우 회의를 마치고 퇴청을 한 관료가 그 앞에 어렵게 말을 꺼냈다.
“강주에 대한 회유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습니다.”
“역적과 타협을 하겠단 말인가?”
“지금으로선 그 방법밖에 없습니다.”
총리대신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건 말이 안 되는 소리일세. 우리는 놈을 잡을 덫도 준비했고, 그놈의 목을 딸 준비도 마쳤어. 군세가 모자란다고 하지만 이렇게 맥없이 고개를 숙이면 그다음은 어찌 되겠나? 정 어려우면 회군을 불러들여 놈과 자웅을 겨뤄도 늦지 않네.”
“하지만 각하, 태후 마마께서도 그 건을 승낙하셨습니다.”
“어째서?”
“황실의 인사들이 모두 주청을 드렸다 합니다. 종묘와 사직의 안위를 걸고 도박을 할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
“하나 놈을 회유하고자 하면 다음에 그가 움직일 폭만 넓혀줄 뿐이야. 왕작을 주면 놈은 제후 왕의 반열에 오를 터, 그리되면 그 날개는 더 두터워지면 두터워졌지 약해지진 않는단 말이네.”
“달리 무슨 방법이 있겠습니까?”
“놈의 북상만 막으면 되지 않나. 생각을 해보게. 놈의 명분을.”
총리대신의 눈이 날카로운 빛을 냈다. 며칠 잠을 자지 못해 수척해지긴 했지만 아직 그는 대국을 볼 줄 아는 노회한 정략가의 면모를 잃지 않고 있었다.
“반적 토벌이지요.”
“그 문제를 간단히 해결하는 것이네. 반적의 수괴에게 왕작을 주고 그를 상대하게 하는 것이지.”
“그 방법이 먹히겠습니까? 이 반적들은 우리 제국을 무너트리겠다고 작심한 자들입니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네. 그들도 오승도의 이름을 두려워할 것이니 그 토벌에서 피하고자 한다면 우리가 보일 호의를 거절하려 들진 않겠지. 그렇게 하면 우리는 일단 놈의 명분을 빼앗을 수 있네. 반적 토벌 말일세.”
“과연 묘책이십니다.”
총리대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정의 정점에서 군림한 정략가는 아주 간단한 수로 오승도의 명분을 무너트릴 방법을 내놓았다.
“그리고 이 반적들에게 관군의 이름을 주고 강주에 정지를 명한다면 오승도가 멈추겠나?”
“그리하진 않을 겁니다.”
세상에는 시운이란 것이 있다. 권력의 파고를 타고 오는 자는 결코 중도에서 멈출 수 없는 법이었다. 그렇기에 오승도의 군대는 명분을 잃어도 되돌아갈 수 없었다.
그 모습이 오승도를 권력의 화신이요, 제국의 적법한 통치력에 도전하는 역적이란 점을 확연히 보여줄 것이다.
“그럼 일은 아주 쉬워지네. 그자는 어쩔 수 없이 부패한 관의 붕괴를 명분으로 돌리고 공격해야 하는데, 그리되면 관군으로 받아들인 그 반적들을 방패로 쓸 수 있게 되지. 적을 적으로 치는 방법인 셈이네.”
“그자도 각하의 방식을 염두에 두지 않았을 리 없습니다. 천하의 양이들도 계략으로 쳐부순 괴물이 아닙니까?”
“물론 그 애송이 괴물을 얕볼 수는 없는 일이지. 그가 이 수를 눈치채고 있다면 아마 반적을 회유할 수단을 준비했다고 봐야겠지. 그렇지만 그런 방법을 쓴다고 해도 반적을 회유해가며 북상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네.”
“하면 그다음 수도 있으시다는 겁니까?”
“있네. 그다음 수란 그 빌어먹을 북적을 끌어들이는 것일세.”
총리대신은 충격적인 말을 입에 담았다. 제국의 강토를 탐내는 그 무뢰한들을 끌어들이겠다는 말에 관료의 눈이 흠칫 커졌다.
“그자들은 영토를 탐내는 자들이 아닙니까?”
“하지만 황실이 망하는 것보단 나은 일이네. 홍모귀가 우리를 돕지 않겠다면 승냥이의 손이라도 빌려야 하지 않겠나? 그들의 손을 빌리면 강주의 북상을 저지할 수 있을 걸세. 아니, 그들을 아주 쳐부술 기회도 얻을 수 있겠지. 땅을 좀 떼어주고 만세의 역적을 쳐부순다면 그 또한 남는 장사일세. 그렇지 않은가?”
“각하의 말씀대로입니다.”
“그렇지만 말이네.”
총리대신의 눈빛이 다시 차분해졌다.
“그 북적들을 제어할 장치도 필요한 법이네. 홍모귀와 적당히 선을 댈 준비를 해두게. 유사시에 그들이 강주의 편에 넘어가는 것도 경계해야 할 테니 말이네.”
“준비하겠습니다, 각하.”
총리대신은 관료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자신의 지필묵을 꺼내 서찰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
북경의 주의가 중원으로 북상하고 있는 상승군의 대군에 쏠려 있는 동안, 강주 관리사 오승도와 그의 몇몇 수행원들은 대하 하류에서 대기하고 있던 제1여단과 합류하여 배에 올랐다.
그는 잠시의 지체도 없이 선단에 출발 명령을 내렸다. 이 대규모 선단은 강주가 보유한 선단을 모두 긁어모은 것으로, 자그마치 오천 명에 육박하는 병사들을 단숨에 실어 나를 정도의 규모를 가지고 있었다.
승도는 기함으로 불러낸 대형 프리깃의 선실에서 장교들을 불러 모아 놓고 작전 계획을 점검했다.
“우리는 가능한 한 빠른 시간 안에 수도 북경에 들키지 않고 입성해야 합니다. 그리하려면 상륙 단계에서부터 적의 눈과 귀를 가려야 합니다.”
이 공격군의 지휘관으로 참가한 헨들릭이 중요한 부분을 언급했다. 황실이 공격을 눈치채고 피신을 떠나면 일이 상당히 귀찮아지게 되었다. 그런 불상사를 예방하자면 적절한 조처가 필요했다.
“맞는 말입니다. 그래서 그에 대해 손을 조금 써두었습니다. 우리 행상 선진 공소에서 관료들을 미리 매수했습니다. 이들이 눈을 감아주는 이상 제국 정부는 상륙을 눈치채지 못할 겁니다.”
승도는 적의 눈과 귀를 돈으로 막았다고 밝혔다. 사실 선진의 관리들을 매수하기란 별로 어렵지도 않았다. 제국 수도의 관문에 해당되는 중요한 요충지인 선진은 관리들에게 그리 매력이 있는 땅이 아니었다.
이 도시는 조정의 코앞에 있어 부정부패를 저지르기도 어렵고, 감사는 수시로 받아야 하며, 뇌물도 끝없이 바쳐야 하니 관료들이 가장 더럽고 짜증나는 곳으로 여겼다.
무엇보다 제국 정부에서 해상 물류에 힘을 싣지 않다 보니 선진 자체에 드나드는 재화의 양이 크지 않았다.
뇌물도 기대하기 어렵고 돈을 만질 구석도 없으니 관리들 입장에선 욕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조정 권력자들도 이 도시에 자신의 계파 인사들을 보내지 않았다. 돈이 나오는 자리에 자기 인사들을 배치한다. 이것은 기본 중의 기본에 속하는 인사 정책이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인사 배치는 제국 정부의 방위에 치명적인 문제를 도출하고 말았다. 제국 정부에서 천대받는 떨거지들이 선진의 관계에 오다 보니 이 관료들은 조정에 충성하겠다는 생각이 거의 없었다.
때문에 적당한 이익만 있다면 얼마든지 정부에서 편을 바꿀 수 있었다. 행상의 선진 공소에는 이 도시에서 오래 머문 상인들이 여럿 있어 이 같은 정세에 밝았다.
그들은 정확히 이 약점을 찔러 관료들에 대한 매수공작에 들어갔다.
그 공작은 성공리에 마무리되었다. 덕분에 오승도가 선진의 항구에 대놓고 군대를 내려도 북경에 소식이 전해지는 일을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물론 매수한 관료들이 승도를 배신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이 조정에 그의 군대가 상륙할 것이라고 고발한다면 작전은 얼마든지 실패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적었다. 그들이 보기에 제국 정부보다 강주가 강자인 이상 조정에 줄을 서봐야 헛일이었기 때문이다.
승도의 대답에 장교들이 긍정적인 빛을 보였다. 상대를 완전히 기만하고 공격을 시작할 수 있다면 이는 대단한 이점이었다.
장교들 중 하나가 선진의 무사 상륙을 전제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선진에 상륙한다면 일단 기병을 선견대로 보내 북경을 포위했다는 인식을 주어야 합니다.”
“기병으로 북경의 관도를 봉쇄하고 위협을 가한다?”
“그렇습니다. 황실은 기병이 습격할 위험만 의식해도 움직이지 못합니다. 그사이에 주력이 달려와 포진을 마치면 황실은 피난을 하지 못한 채 독 안에 든 쥐가 됩니다.”
“하지만 그 방법을 쓰면 북경을 상대로 공성전을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배에 적재한 대포를 내려 끌고 가야 하는데, 그 시간을 족히 한 주는 잡아야 합니다.”
장교 중 누군가가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포병을 끌고 가는 시간은 확실히 문제가 있었다. 한 주일 정도의 시간이면 북경 안에서 민병 등을 조직해 방어군을 불릴 여유를 주게 마련이었다.
거기다 외부에서의 지원군이 몰려오면 상당히 위험한 싸움을 해야 했다. 지리적으로 전혀 파악이 되지 않은 땅에서의 작전이기 때문이다.
그 장교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러니 관점을 바꾸어 북경에서 정보를 파악하지 못하는 시점까지 우리 군을 노출시키지 않는 겁니다. 피난의 위험을 감수하고 말입니다.”
“피난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얻은 이점은 확실합니까?”
승도가 물었다.
“그사이 우리 군을 북경에 충분히 접근하게 하고 적의 시야에 들어올 즈음, 미리 변복시켜 북경 근처에 보낸 기병들을 동원해 성문을 장악하는 겁니다.”
“공성을 하지 않고 수도를 점령한다?”
“그렇습니다. 이렇게 하면 수성 측이 준비할 시간도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속전속결로 일을 해치울 수 있습니다.”
“문제라면 황제가 빠져나갈 수 있단 부분이군요.”
승도는 잠시 생각을 해보았다. 말 그대로 높은 위험을 감수해 완전한 이익을 챙길지, 적은 위험을 감수하고 불완전한 이익을 챙길지의 문제였다.
그는 동물적인 감각으로 판단할 때는 전자, 이성적으로 볼 때는 후자가 옳다고 느꼈다.
“일단 이 문제는 천천히 고려해 보도록 하지요. 다음에 고려할 부분은 황제가 북경을 탈출했을 때의 경우입니다. 이때 황제가 피난할 것으로 생각되는 곳은 열하입니다. 일이 꼬였을 때 우리는 신속하게 열하로 진격해야 합니다. 여기서 황제를 확실히 잡을 방법이 없겠습니까?”
지휘관은 최악의 경우도 가정해야 했기에 승도는 이 부분에 대한 가정도 요구했다. 장교들은 잠시 생각해 보았다. 그들 사이에서 침묵을 지키고 있던 행상 반진유가 입을 열었다.
“내 생각에는 한 가지 방법이 있을 것 같네.”
“어떤 방법이 있겠습니까?”
“열하로 가는 길은 대초원의 일부로 유목민들이 사는 땅이네. 그곳 몽족들은 제국의 통치에 협조적인 이들이지만 모두가 그렇지는 않아.”
“그들 중 협력자를 구하란 말씀이십니까?”
“정확히 그런 셈이네. 그들은 누구보다 권위를 중요하게 여기는 자들. 수도를 잃고 도망가는 황제보다는 수도를 차지할 강주 관리사를 더 높게 보겠지. 하니 적당한 이익을 준다면 그들은 우리 손을 들어줄 것이네.”
“어떤 이익을 말입니까?”
“혼인동맹.”
반진유가 서슴없이 말했다. 과거 신의 황제들은 몽족을 자신들의 울타리에 두기 위해 그 부족장들에게 작위를 주고 신의 황족들과 통혼하게 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제국은 몽족을 자신들의 뜻대로 다룰 수 있었다.
반진유는 바로 제국이 했던 수법으로 몽족을 우방으로 끌어들이라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장인어른.”
승도는 그 말에 당혹감을 느꼈다. 반진유는 그 부름에 고개를 끄덕였다.
“관리사가 처를 더 받아들이란 뜻은 아닐세. 혼인 동맹은 합족(가족을 합침)의 의미가 강하기에 당사자가 아니라도 그 가족 중 한 사람만 얽혀도 구속력은 충분하지. 관리사의 여동생들 중 한 사람을 주게.”
“여동생을 말입니까?”
승도가 그 말에 당혹감을 지우며 반문했다. 애초부터 그에게 여동생들은 남이나 다를 바 없는 존재들이었다.
“그렇다네. 그렇게 혈족의 혼인을 약속하는 것만으로도 몽족 부족장 하나 정도는 확실히 포섭할 수 있을 걸세. 절대 배신하지 않으리라 믿는 몽족이 배신한다면, 열하로 피난을 가는 황제가 그 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은가?”
“무리이겠지요.”
“그렇다네. 하니 안전장치로는 이것이 최선의 수가 될 것이야.”
반진유의 입에서 냉정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는 자신의 사위가 가능한 한 높은 자리에 오르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능하면 모든 것을 도구로 활용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 말에 승도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얼굴로 장인의 얼굴을 보았다. 그 눈에는 정치가의 냉혹함이 담겨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