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호루스의 반지-271화 (271/425)

제271화. 제도입성 (1)

하늘은 맑고 바다는 푸르렀다. 항구에 닻을 내린 배들 주변으로 일꾼들이 움직였다. 관리들은 상인들과 통관 문제를 논의하고 있었다.

먼 남쪽에서 소란이 일긴 했지만 이곳의 평화에 영향은 주진 않았다. 제국 수도의 관문 선진의 하루는 평화롭게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수평선 위로 검은 점들이 나타나지만 않았다면.

항구에서 일하던 사내들이 짐을 나르다 말고 움직임을 멈추었다. 수평선 위로 보인 흐릿한 배들의 자취에 하급 관리 몇이 투덜거렸다.

“일정도 없는데 배가 들어오다니. 터무니없는 짓을.”

서역의 배는 대부분 선진에 들어올 수 없었다. 예외적으로 연합왕국의 선박들이 들어오긴 했지만 이 경우에도 군함 혹은 무기를 싣고 오는 상선들만 출입이 허용되고 있었다.

이런 방문은 조정에서 매우 민감하게 생각하여 사전에 선진 쪽에 통보가 되고 있었던 만큼, 관리들은 소식도 없이 방문하는 배들에 대해 불쾌감을 느꼈다.

“어디 양이들이 법도를 알고 움직이겠습니까. 그러려니 해야지요.”

관리들은 혀를 끌끌 차며 사람을 불러 문정 절차를 준비하게 했다. 일정을 미리 제시하지 않은 외국 선박에 대해서는 문정을 진행하여 항구로 들일 것인지를 결정해야 했다. 이는 주권 국가의 당연한 조처였다.

수도의 코앞에 허가되지 않은 외국 선박을 들이는 것은 사실 말도 되지 않는 일이었다. 그런 일이 발생한다는 것은 신의 목줄을 내어주는 것과 다름없었다.

관리들이 배에 오르자 정크선이 돛을 활짝 폈다. 구식 범선이 돛을 펴고 바다로 나서자 뱃사람들이 줄을 당기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관리들은 그런 이들의 움직임에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멀리 보이는 배들에 시선을 주었다.

그들은 망원경을 들고 몇 번이고 서역 배들을 보았지만 도무지 그 정체를 알 수 없었다. 그 마스트에 국기를 달고 있지 않아서였다.

관리 하나가 말했다.

“저자들의 배를 보니 필시 양이들이 틀림없는데 국기가 보이질 않는군. 어찌 생각하나?”

“아마 들어오면서 국기 게양을 잊은 모양입니다.”

“양이들이 국기 게양을 깜빡한단 말인가? 거참,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군.”

관리는 코웃음을 쳤다. 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은 자국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 어디를 가건 국기를 높게 게양하곤 했다.

그 국기는 그들 자부심의 원천이자 믿음의 상징이었다. 지금껏 그 국기를 내려놓고 신을 방문한 외국인을 본 기억은 거의 없었다.

“양이들도 사람인데 깜빡할 수 있는 일 아니겠습니까?”

“뭐 딴은 그렇게 볼 수 있겠군.”

관리는 망원경에 다시 눈을 가져갔다. 그러곤 눈에 들어온 서역 배들의 수를 헤아려 보았다.

한 척, 두 척, 열 척이 좀 넘었다. 선진을 방문하는 서역 선단치고는 지나치게 규모가 컸다. 얼핏 보니 군함도 있는 듯싶었다.

연합왕국이 선진에서 동영으로 보낸 함대가 돌아온 것은 물론 아니었다. 그랬다면 연합왕국 측에서 미리 프리깃을 보내 함대의 도착을 알렸든지, 아니면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는 기범선의 연기가 보였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로망스의 양이들인가?’

관리는 그럴 가능성도 생각해 보았다. 그가 생각에 잠긴 사이 배들이 점점 가까워졌다. 관리는 선장에게 배를 세우게 하고 보트를 내리게 했다. 서역 선박에 문정의 뜻을 알리기 위해 흰 깃발도 높게 내걸었다.

곧 서역 선박들이 반응을 보였다. 그들의 움직임이 멎자 관리들은 옳다구나 하고 보트를 타고 서역 배로 다가섰다. 하지만 거기까지가 그들이 생각한 상식대로였을 뿐이다.

그다음은 그들의 상식을 벗어난 기괴한 광경이었다.

“귀국의 배는 무단으로….”

기세 좋게 배에 올라 한마디 하려던 관리들의 입이 굳어버렸다. 그들의 앞에는 서역인들의 흰 얼굴이 아니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누런 얼굴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얼굴이 웃는 낯을 하며 말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강주 관리사 오승도요.”

그들은 잠시 그 인사에 말문이 막혔다.

잠시 후, 관리들은 격한 반응을 보였다.

“제도 앞에 신의 관리가 허가도 없이 서역 배들을 거느리고 오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입니까? 관리사 대인께서 진정 신의 신하라면 배를 돌리셔야 할 일입니다.”

“지금 이리하는 것은 역적 행위입니다. 당장 배를 돌리십시오. 그리하지 않으면 만세에 욕된 이름을 남기실 겁니다.”

그들의 강경한 반응에 승도는 피식 실소를 지었다. 행상에서 선진의 고위 관리들을 매수하긴 했지만 실무를 담당하는 관리들까지 전부 매수하진 못한 모양이었다. 물론 일을 그렇게까지 하기에 행상의 능력에도 한계는 있었겠지만 말이다.

그는 관리들을 보며 차분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역적 행위라고 하셨습니까?”

“이게 역적 행위가 아니면 무엇입니까?”

“역적 행위가 아니라 제도를 구하려는 겁니다. 작금에 반군이 일어나 제도로 가는 식량 공급이 끊겨 ‘제도의 질서’가 위협받고 있는 마당이니 마땅히 본관이 신하된 몸으로 나아가 황실의 안녕을 지킴은 당연한 일이 아닙니까?”

“궤변입니다.”

“훗날 역사가 정당하게 평가해주면 되는 문제입니다. 그대에게 평가받을 이유도 없고.”

승도는 문답을 마치고 손을 들었다. 그러자 갑판에서 기다리고 있던 용병들이 달려와 두 관료를 감쌌다.

“정녕 이렇게 하고도 대인께서 이 나라의 녹을 먹는 관리라 할 수 있습니까?”

그들이 언성을 높였다. 제국에서 별 대접을 받지 못한 유자 출신들이나 그 충성심은 상당한 듯했다. 승도는 그들의 말에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속으로 답했다.

‘이 나라의 녹을 먹는 사람이기에 그 부패를 그냥 보고 있으란 말은 가당찮은 일이요. 언제까지 내전이며 부정부패를 겪어가며 열강에 이익을 쪼개주는 상태로 살다간 당신들이 충성하는 그 나라는 형체도 남지 않고 식민지가 될 운명. 그렇기에 내가 이렇게 나선 것이요. 물론 사사로운 욕심이 없다 할 수는 없지만.’

승도는 관리들이 뒤로 끌려가 구금되는 것을 지켜보다 좌우에 명했다.

“우선 저 범선에 위협을 가해 정선을 시켜두세요. 선진의 고관들이 우리 편을 들고 있다곤 하지만 그래도 모를 일. 정보는 가급적 주의 깊게 통제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하명하신 대로 처리하겠습니다.”

함장이 힘차게 대답했다.

서역 선원들은 이내 대포에 포탄을 장전했다. 그들은 비교적 능숙하게 돛을 펴고 정크 쪽으로 똑바로 나아갔다. 바람을 탈 때 풍상(바람이 불어오는 위치)을 점할 줄 아는 연합왕국과 같은 항해술은 갖고 있지 않았지만 로망스 선원들도 실력이 없진 않았다.

그들이 금세 자신들의 배로 접근해오자 정크 쪽에서도 당황한 반응을 보였다.

“발사!”

장교가 손을 내리자 대포가 힘차게 불을 뿜었다. 초탄으로 날아간 것은 돛대를 노리는 사슬 탄이었다. 이런 종류의 포탄을 사용해 상대의 기동력을 빼앗는 것은 로망스 인들의 장기였다.

연합왕국 해군이 상대의 인명 살상에 방점을 둔다면 로망스 해군은 적의 발을 묶고 묵직한 일격을 가하는 전술을 좋아했다.

이 공격은 그들의 장기에 어울리는 방식이었다.

공기를 가르며 나아간 두 발의 포탄이 돛대를 스쳐 지나갔다. 이어 그 사이에 이어진 사슬이 돛대에 충돌했다.

사슬은 포탄이 주는 운동 에너지에 힘입어 계속 앞으로 나아가려 했다. 당연히 목재 돛대는 반발을 보였다.

사슬은 그것이 가진 운동 에너지를 절삭력으로 바꾸어 움직임을 지속하려 했다. 그 결과 돛대의 중간 부분이 뚝 부러지더니 뱃전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선원들이 비명을 지르며 흩어지는 것을 본 승도가 망원경을 내렸다.

“문제는 대충 해결한 것 같고 남은 것은 상륙인가요?”

그의 여유로운 물음에 장교가 답했다.

“그렇습니다, 대인.”

“일단 좌현의 기마 전력이 먼저 내릴 수 있도록 조처해 주세요.”

승도가 상륙 계획을 지시했다. 그는 이곳 신진에 오며 1여단 병력을 모두 끌고 왔는데, 증강된 1여단에는 용병에 더해 새롭게 증원한 보병 세력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 보병은 천국에서 획득한 마필을 보유하고 있었다.

일종의 기마 보병 전력으로 사용되는 부대인 셈이다.

그는 이 기마 보병을 북경 근방으로 먼저 내보내 사전 진격을 확인하고 북경의 동태를 살필 생각이었다.

“알겠습니다, 대인.”

장교가 고개를 숙여 보이고 신호 사관에게 명령을 전하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승도는 그들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망원경을 든 채 점점 가까워지는 뭍 방향을 응시했다.

운명이 허락한 권력의 마지막 계단이 그의 눈에 잡힐 듯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이었다.

***

제도 북경의 권력자들은 강주의 불미스런 움직임에 대해 손을 쓸 준비를 끝냈다 안심하고 있었다. 그들이 계산한 바에 의하면 강주는 결코 북경으로 올라올 명분을 가질 수 없었다.

강북의 반군에 천자의 조서를 내린 이상, 강주의 명분이 사라지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조정의 분위기가 안정되자 북경의 백성들도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었다.

“정지! 정지!”

북경의 성문을 지키는 관병이 창으로 길을 막아서며 큰 소리로 명령했다. 짐을 지고 도성을 나가던 짐꾼의 움직임이 일순 멎었다.

“거기. 무슨 일로 성을 나가는 거요?”

“똥지게를 지고 사는 사람이니 당연히 똥을 팔러 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사내가 넉살 좋게 대꾸했다. 병사는 그의 짐 근처로 다가갔다. 코를 킁킁거리자 인분의 독한 향이 올라왔다.

인구가 많은 북경에서는 사람들의 인분을 가져가 수도 근처의 밭에 파는 똥 장사들이 더러 있었다.

이런 사람들은 성을 드나드는 것이 일이라 그렇게 수상하게 볼 일이 아니었다.

병사는 코를 말아 쥐며 ‘통과’를 외쳤다.

짐꾼은 그런 병사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의 뜻을 전하곤 구리동전 한 닢을 건넸다.

병사는 얼른 가라는 얼굴을 하고는 냉담하게 고개를 돌렸다. 짐꾼은 그런 병사의 마음을 아는지 부지런히 수레를 끌고 앞으로 움직였다.

얼마쯤 움직였을까.

병사의 모습이 거의 흐릿해질 즈음이 되자 짐꾼이 자신의 얼굴을 감싸고 있던 복면을 슬쩍 내렸다. 그 복면 아래에 감추어진 것은 전형적인 문사의 얼굴이었다.

평범한 이들이었다면 인분 냄새를 덜 맡기 위해 코와 입을 가렸다고 생각했겠지만, 실은 그 신분을 감추기 위한 위장이었다.

그 사내는 바로 승도의 서기 건문이었다. 그는 강주의 침공 소식이 도성에 들려오기가 무섭게 청운방의 경고를 받고 그들의 도움을 받아 즉시 잠적했다.

그리고 북경 정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똥 장사로 변장하여 도성을 탈출하였다. 이런 그의 신속한 움직임은 사전에 오승도와 이야기를 해둔 것이기도 했다.

물론 도성에 있던 청림당 인사들이 이처럼 운이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청림당 인사의 대부분은 강주의 반역이 알려지기가 무섭게 조정에 즉시 추포되어 감옥에 연금되고 말았다.

그중에서도 지위가 가장 높은 위해충이 심한 곤욕을 치르게 될 것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건문은 수레를 몰아 부지런히 도로를 따라 움직였다. 그의 수레 안에는 제도의 방어와 관련된 각종 기밀 자료가 들어 있었다.

이 자료들은 모래 상자 안에 담긴 채 똥으로 채워진 항아리에 담겨 있어 제국 병사들이 감히 검문할 엄두도 내지 못하게 잘 숨겨져 있었다.

그는 이 자료를 남쪽에서 올라오고 있을 승도에게 전할 생각이었다. 그 수신은 행상의 손을 빌릴 생각이었다.

물론 행상 공소들은 오승도가 행동하기 직전에 이미 할 일을 마치고 잠적을 시작했지만, 건문에게 연락할 연줄 정도는 남아 있었다.

‘이대로 남쪽으로 가면 대인께 기별을 넣을 수 있겠지.’

그가 짐수레를 천천히 몰아 숲의 경계에 들어섰다. 숲은 황실의 황족들이 사냥터로 쓰기 위해 보존해둔 곳으로 호랑이를 비롯한 맹수들이 많이 살았다.

이곳에 허가 없이 드나드는 행위는 금지되어 있었고, 실제로 횡단하는 것도 위험해서 건문은 숲의 가장자리를 따라 도는 길을 행로로 취했다.

그가 무거운 짐수레를 끌고 숲을 한참 돌고 있던 때, 갑자기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그는 그 소리에 흠칫 놀라며 짐수레를 잠시 멈추었다. 혹시 그가 파악하지 못한 제국의 새로운 부대가 나타난 것이라면 알아둘 필요가 있었다.

그가 수레를 세우던 차에 숲속에서 흐릿한 기병의 실루엣이 드러났다. 그들은 검은 군복을 입고 등에는 배낭을 지고 있었다. 이런 차림을 한 자들은 대륙에 단 하나밖에 없었다.

강주. 오승도의 군대였다.

“오대인의 군대가.”

건문은 놀람과 동시에 감격의 빛을 보였다. 그는 이내 복면을 벗어 던지고 똥항아리에 담가두었던 모래 상자 하나를 꺼냈다. 그 안에는 강주군의 일원으로서의 신분을 나타내는 패가 있었다.

곧 기병들이 그 주변으로 몰려왔다. 기마 보병들은 건문을 빙 둘러싸고 물었다. 주변 지리에 대한 정보를 묻는 심문이었는데, 이 심문이 끝나면 목격자를 없애기 위해 죽이려는 빛이 그 눈에 가득했다.

건문은 사지를 벗어난 상태에서 아군의 손에 죽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면하고자 패를 먼저 그들에게 보여주었다.

지휘관처럼 보이는 자는 물음 대신 내밀어진 패를 일단 받아들었다. 그러곤 그것을 꼼꼼히 살피다 흠칫 놀란 빛을 보이더니 말에서 얼른 내렸다.

“서기 어른을 뵙습니다.”

“내 신분을 알아주어 고맙소.”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한데 강주 군이 어떻게 여기에 벌써 도착한 거요?”

“실은 바닷길로 도착했습니다. 관리사 대인께서도 함께 오셨습니다.”

“잘 되었구려. 하면 내 일을 좀 도와주시오.”

건문은 그들의 대답에 기쁜 빛을 보이며 똥항아리들을 부수게 했다. 항아리가 깨지자 구역질나는 인분이 바닥으로 쏟아지며 악취를 풍겼다. 명령을 받은 병사들은 그 일을 하면서도 코를 말아 쥐었다.

건문은 그들의 찡그린 표정을 보며 내색하지 않고 인분 사이로 다가가 오물이 잔뜩 묻은 상자들을 골라냈다. 상자 안에는 모래가 잔뜩 들어 있어 오물이 스며들어도 내용물을 보호할 수 있었다.

그는 옷자락에 오물을 닦아내고는 상자들을 열었다. 곧 그 안에서 수십 장의 종이를 꺼내자 병사와 지휘관들의 얼굴이 바뀌었다.

“이걸 대인께 전해드려야 하오.”

“그럼 진영으로 바로 가시겠습니까?”

“그게 좋겠소.”

건문은 지휘관의 물음에 그리 답했다. 지휘관은 잠시 망설이는 빛을 보이다 병사 하나를 말에서 내리게 하고 건문에게 마필을 내주었다. 그리고 자신들이 호위를 맡아 진영으로 가기로 했다.

건문은 그들의 호위를 받아 성을 나설 때보다 훨씬 편하게 선진 북쪽에 설치된 오승도의 군영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군영은 한창 보급품을 옮기는 병사들의 준비로 시끌벅적했다.

건문은 그런 병졸들의 모습을 보다 승도의 막사로 안내되었다. 그가 막사에 도착하자 지휘관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승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관리사는 매우 반가운 얼굴로 다가와 건문의 손을 잡았다. 오물 냄새가 잔뜩 배여 있었지만 승도는 개의치 않았다.

“무사히 돌아왔군요.”

“대인께서 염려해주신 덕분입니다.”

“이럴 게 아니라. 아.”

승도는 그로부터 급한 이야기를 들으려다 그의 옷차림이 엉망인 것을 보았다. 냄새도 고약하고 온통 오물 범벅이었다.

“일단 옷부터 새로 갈아입으세요. 그게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대인. 그동안 이걸 좀 봐주십시오.”

건문이 승도의 배려에 감사의 뜻을 보이며 가져온 정보를 바쳤다. 승도는 그가 건넨 제국군에 대한 정보를 보고 흡족한 빛을 보였다.

혹시나 만에 하나 오판을 했을 가능성이 제국 방어군의 규모에 대한 부분이었는데, 이 정보로 그의 계획에 변수는 완전히 사라졌다.

그 정보 보고는 승도가 가질 수 있었던 일말의 불안감도 깨끗이 지우기에 충분했다.

“훌륭합니다. 이거라면 제도를 확실히 단시간에 취할 거란 확신이 듭니다.”

건문은 그의 칭찬에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답했다.

승도는 건문에게 그만 물러가 의관을 정제할 시간을 갖게 했다. 그가 서기로부터 얻은 정보를 가지고 지휘 테이블로 돌아오자 장교들의 눈에 빛이 돌았다.

완전한 정보는 언제나 그렇듯 절대적인 승리의 가능성을 약속하는 법이었다.

병력의 우세, 유리한 시기, 거기에 절대적인 정보까지. 이번 싸움은 질 수 없는 도박이었다. 강주 관리사의 손이 탁자를 힘껏 내리친 순간 장교들은 알았다.

제국은 바로 지금 이 순간 그의 손안에 들어오고 말았다는 것을.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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