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호루스의 반지-272화 (272/425)

제272화. 제도입성 (2)

검은 군복들이 경작지를 가로질러 질서정연하게 전진했다. 군홧발에 짓밟힌 풀잎이 초록빛 진액을 땅 위로 뿌렸다.

병사들은 지휘관의 목소리에 맞추어 동료와의 간격을 유지하며 팔과 다리를 규칙적으로 움직였다.

한참을 움직인 대오의 앞으로 말 한 필이 나타났다. 앞서 나간 기마가 몇 리 앞에 북경의 성곽이 있음을 알렸다. 지휘관은 그 말을 듣고 흰 장갑을 낀 손을 들었다.

일순 병사들의 동작이 멈추었다. 군화들이 내던 소리가 일시에 멈추는 광경은 실로 놀라웠다. 병사들이 도열을 마치자 장교가 그 앞을 말을 타고 가볍게 돌았다.

그는 병사들의 차림을 점검하고는 망원경을 꺼내 든 채 앞으로 움직였다. 탁 트인 평지로 이루어진 이 대평원에서 시계를 막는 것은 일부 존재하는 숲과 높은 장성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장교는 몇 걸음 말을 움직이지 않고서도 이내 북경성의 거대한 성벽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가 망원경을 들었을 때도 성에서는 별다른 기척을 느낄 수 없었다.

제국 정부는 그들의 접근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장교는 말을 돌려 정지한 대열로 돌아왔다. 그 대열의 후미로 병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막 수뇌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순백의 말을 탄 채 장교들의 호위를 받으며 나타난 오승도가 전마에서 훌쩍 내렸다. 장교도 그 앞에서 얼른 내린 다음 그에게 보고했다.

“대인, 적은 이쪽의 공격 의도를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잘 되었군요.”

승도는 고개를 끄덕이며 성문 장악을 준비하게 했다. 그의 명령이 내려지고 몇 분 후, 일단의 짐수레를 끄는 자들이 성을 향해 천천히 나아갔다. 짐수레가 가까이 다가오자 관병들이 그들을 제지했다.

“정지!”

그들은 수도로 드나드는 자들의 신분을 확인할 의무가 있었다. 그들이 패를 요구한 순간이었다.

짐수레의 장막이 확 걷히더니 수십 명의 병사가 쏟아져 나왔다. 그들은 미리 손에 쥐고 있던 수류탄을 사방으로 내던졌다.

일시에 폭발이 일어나며 사람의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이들의 수류탄 투척으로 주변은 온통 쑥밭이 되었다. 뒤늦게 관병들이 몰려나왔지만 남루한 옷을 입은 척탄병들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이들은 수레 안에서 갖고 있던 총을 꺼내 달려 나오는 관병들을 향해 속사를 퍼부었다.

“사격!”

오렌지 빛 불꽃이 번뜩임과 동시에 열 명의 관병들이 우수수 쓰러졌다. 그들이 거꾸러지자 뒤를 따라 달려오던 자들이 흠칫 놀라 몸을 움츠렸다. 척탄병들이 신속하게 다음 총탄을 장전하는 것을 본 제국 군관이 고함을 질렀다.

그가 악을 쓰고서야 관병들이 달려들었지만 이미 총탄은 장전되어 있었다. 보병들은 주저 없이 두 번째 사격을 퍼부었다.

근거리에서 터진 무자비한 총격에 관병들은 쇠뭉치로 얻어맞은 듯 뒤로 밀려나며 거꾸러졌다. 일부 운이 좋은 자들이 그 탄막을 뚫고 접근하자 척탄병들은 급히 총구에 총검을 끼웠다.

양측 병사들이 뒤엉키자 군관이 악을 썼다. 그사이 멀리서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성문을 장악하기 위해 달려오는 기마 보병의 말발굽 소리였다. 적이 가까워지는 것을 본 군관의 목소리가 더 다급해졌다.

“자라 새끼들아, 빨리 그 빌어먹을 것들을 죽여라. 아니면 우린 다 죽는다. 적이 온단 말이다.”

성문을 닫지 않으면 적의 기마가 성으로 들어온다. 그렇게 되면 야단나는 것이다. 그의 다급함에 호응이라도 하듯 주변에서 총성을 듣고 몰려온 관병들이 증원되었다.

척탄병들은 피를 뿌리며 제 위치를 고수하려 애를 썼지만 적이 너무 많았다. 연거푸 몰려오는 적들의 공격에 병사들이 하나둘 차가운 주검이 되어 쓰러졌다.

척탄병들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총검을 휘둘렀다. 남은 병사는 빠르게 줄어만 갔다. 열, 아홉, 여덟, 계속해서 병사가 줄어가는 동안에도 기마 보병들과 성의 거리는 가까워지고 있었다.

악다구니를 쓰는 관병들의 공격에 척탄병 셋이 동시에 쓰러졌다. 작은 방진을 이루어 서로를 보호하던 보병의 한 축이 무너지자 싸움은 일시에 학살 양상을 보였다.

살아남은 척탄병들은 순식간에 둘만 남았지만 악착같이 제 위치를 지키며 총검을 힘주어 휘둘렀다.

군관이 마른침을 삼켰다. 총검과 칼이 부딪친 찰나에 병사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다치는 것도 감수하고 달려드는 적들의 공격에 척탄병들도 더는 견디지 못했다. 남은 병사들이 허물어지자 관병들이 그 위로 칼을 휘둘렀다.

그들의 얼굴에 겨우 안도의 미소가 걸린 순간 군관이 외쳤다.

“빨리 성문을 닫아야 한다. 빨리!”

그의 외침에 병사들이 급히 성문의 좌우로 움직였다. 그들은 무거운 개폐식 문을 밀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 성문 너머로 적 기병의 실루엣이 분명해졌다. 스무 걸음. 아니 열 걸음 정도.

성문은 아직 반도 닫히지 않았다.

그들이 안간힘을 다해 성인 셋 정도의 간격을 남겨놓았을 때 군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성문의 빈틈으로 큼직한 동물이 훌쩍 뛰어들었다. 그것은 기마였다. 말에서 내린 병사는 곧바로 총검을 휘둘렀다.

그 공격에 성문을 밀던 병사 여럿이 다쳤다. 이어 기병들이 연이어 성문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말에서 내리기가 무섭게 무자비하게 총검을 휘둘러댔다.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열이 되었다.

성문 안으로 들어온 적의 수가 급격하게 늘어가자 군관과 그 부하들은 더 이상 공격을 감당하지 못했다. 그들의 수는 고작 서른인데, 적의 수는 벌써 사십이 넘어가고 있었다. 기마 보병들은 이내 성문을 장악하고 닫히려던 문을 다시 열기 시작했다.

그 열린 문의 넓이만큼이나 제국의 미래도 급속하게 어두워졌다. 계속된 총성과 난리에 어기적거리며 남문으로 나왔던 경성 팔기 호군(수도 방위군)의 군관은 이 광경을 보고 잠시 얼어붙었다.

남문 앞은 시체 밭이었고 그 앞으로 수십의 기마가 정렬해 있었다. 문제는 이 기마들이 제국의 군복과 전혀 다른 복색을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바로 적이 성문을 장악한 것이다. 도성의!

그는 놀랄 틈도 없이 허겁지겁 말에 올랐다. 경성 팔기 호군의 사령관에게 보고하는 것도 옳았지만, 지금 우선순위는 수도 방위 사령관에게 고하는 것이 아니었다.

한 필의 말이 나는 듯 대로를 가로질렀다. 남문에서 계속된 총격과 폭음에 놀라 거리로 나와 있던 북경 시민들은 이 한 필의 말이 내달리는 것을 보며 무슨 일인가 했다.

군관은 드넓은 황성의 대전 앞에 말을 세웠다. 광대한 평지 앞에는 신료들이 설 수 있는 품계석들이 있었다. 평시에는 일개 군관들이 발도 붙일 수 없는 신성한 곳이다.

관료는 그곳에 말을 남겨두고 허겁지겁 대전으로 올랐다.

그가 대전에 들자 막 오승도의 움직임을 제어할 방책을 강구하고 있던 대신들의 입이 멈추었다. 전날 총리대신이 고안한 계책이 있어 그에게 굴복하지 않고도 종묘와 사직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안 대신들은 상당히 열띤 논의를 펼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분위기는 군관 하나의 등장으로 깨졌다. 군관은 대전 중앙으로 걸어와 무릎을 꿇고 조정 신료들과 황족들에게 고했다.

“신, 경성 팔기 호군 참령 조계가 급보를 고합니다.”

“고하도록 하게.”

태감이 그 말을 받자 군관이 절을 한 후 입을 열었다.

“도적이 경성에 들었습니다. 경성 팔기 호군이 손을 쓰기 전에 이미 남문을 장악하였으니 반시진 안에 황궁을 범할 것입니다. 속히 어가를 옮기셔야 할 것 같사옵니다.”

“무어라?”

그 말에 태후가 격한 반응을 보였다. 그녀는 도적이 경성에 들었다는 말을 이해할 수도 없었고, 몽진을 가야 한다는 말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막강한 경성 팔기 호군이 있는데 왜 피난을 가야 하는가?

그녀가 의문을 품기도 전에 또 한 사람의 군관이 허겁지겁 대전으로 들었다.

“마마, 도적의 병마가 경성으로 진입하였습니다. 파천하셔야 합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요?”

태후는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대신들을 돌아보았다. 총리대신은 창백한 표정으로 태후의 당혹감에 찬 시선을 받았다. 뭔가 그가 생각한 것과 다른 쪽으로 일이 진행되고 있었다.

***

“대인, 드시지요.”

지독한 피비린내로 가득 찬 남문에 수백의 병사들이 서서 강주 관리사의 입성을 맞았다. 백마를 탄 권력자는 자신의 영광을 위해 피를 흘린 병사들에게 손을 들어 답했다.

남문은 처음부터 끝까지 희생을 발판으로 얻어낸 오승도의, 야망의 교두보였다.

승도는 척탄병의 희생을 발판으로 기마 보병이 돌입하는 계획을 세워 작전의 미비점을 보완했고, 이 기마 보병이 남문을 지키는 동안 1여단 병력을 도성으로 진입시키는데 성공했다. 공성은 필요하지 않았다.

작전의 톱니바퀴에서 어긋난 부분은 하나도 없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의 머릿속에서 구상한 대로 만사가 이루어졌다. 강주 관리사는 병사들을 격려해주며 여단장과 함께 나란히 말을 몰아 도성 안으로 들어섰다.

“도성 공략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습니까?”

그의 물음에 1여단의 지휘관을 임시로 수행 중인 헨들릭이 답했다.

“1대대는 곧바로 황성 방향으로 진출시켰고, 2대대는 경성 팔기 호군의 군영과 막사로 보냈습니다. 방어군이 집결해 황성 방어를 지원하면 일이 까다로워지니 말입니다.”

“잘 조처했습니다. 3대대는 남문에 예비대로 남기고, 기마 보병 대대는 원명원으로 보내도록 하세요. 늙은 여우와 천자가 그쪽으로 달아날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 조처하겠습니다. 그 외에 남는 병력은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내 호위로 쓰도록 하지요. 본관도 황성으로 들어가 볼 생각입니다.”

“대인께서 몸소 황궁으로 말입니까?”

“그것도 좋지 않습니까?”

승도는 간단히 답하고는 말을 세웠다. 여단장은 장교 몇을 불러 승도의 호위를 맡겼다. 그들에게 관리사의 신변 보호를 맡기고 자신은 남문에 남아 모든 상황에 대응하기로 했다.

승도는 여단장에게 뒤를 부탁하고 자신은 북경의 대로를 따라 움직였다.

북경의 대로는 오래전 그가 방문하던 시절과 느낌은 비슷했지만 방문하는 사람의 위치가 달랐다. 그가 말을 타고 가는 동안 그를 호위하는 병사들이 눈을 부라렸다.

황궁 쪽으로 한 무리의 군대가 지나가고 총성이 울리는 와중에 또 한 무리의 군마가 나타나니, 북경 시민들은 다소 불안한 눈으로 그를 보았다.

그 시선을 느낀 승도가 장교에게 눈짓을 했다. 그러자 장교가 큰 소리로 시민들을 향해 외쳤다.

“지금 여러분 앞에 계신 분은 도적이 아니라 강주 관리사 대인이시오. 제국의 질서를 바로잡고 탐관들을 숙청하기 위해 대인께서 거병하신 것이니 떨 것도 없고 무서워할 이유도 없소.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하시면 될 것이오.”

그는 병사들에게도 비슷한 말을 외치게 했다. 그러자 처음에는 다소 불안한 눈을 하고 있던 사람들 사이에서 조금씩 호의적인 빛이 나왔다.

“강주 관리사라면 우리 제국의 신성이요, 영웅이신 분 아닌가?”

“조정에선 역적이라고 하지 않았나?”

“쉿. 듣겠군.”

“험, 험.”

“어차피 역적이면 어떻고 아니면 어떤가. 그 역적 운운하는 조정의 모리배 놈들은 역적보다 더한 탐관 아닌가?”

“그 말도 일리는 있네.”

사람들의 복잡한 시선을 받으며 승도는 대로를 가로질렀다. 그가 황궁의 앞에 도착했을 때 아직도 총성이 쉬지 않고 울리고 있었다. 승도는 그 앞에서 여유롭게 말을 내렸다.

“대인, 굳이 말에서 내리실 이유가 있으십니까?”

“병사들의 피로 밟게 된 성역이니 조금은 예의를 표시해도 좋지 않겠습니까?”

승도는 말을 장교에게 맡기고 자신은 뒷짐을 진 채 황궁의 어도를 따라 걸었다. 용이 음각된 황제의 길을 따라 걷는 그 주위로 병사들이 주변을 경계하며 움직였다.

그가 걸음을 걷는 주변 곳곳은 피로 얼룩져 있었다. 수십, 수백 구는 됨직한 시체들이 여기저기 쌓여 있었다. 황실의 금군과 환관 등의 시신이었다.

무수한 시체들에서 흘러나온 피로 아름다운 흰 돌들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승도는 단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 주변은 막 황성의 궁문을 제압하고 휴식을 취하고 있던 용병들이 지키고 있었다. 그들은 고용주를 발견하자 고개를 숙여 예를 표했다.

승도는 그들을 지나쳐 황궁의 내궁으로 들어섰다. 내궁 역시 끔찍한 아수라장을 연출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금남의 땅에서 죽은 자들도 수백이 넘었다. 용병들은 그야말로 자신들의 앞을 가로막은 자들에게 한 점의 자비도 베풀지 않았다.

잘 다진 고기가 되어 늘어진 시위 무사의 모습이 그 끔찍한 전투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문득 인기척을 느낀 승도가 눈짓을 하자 병사들이 전각들로 달려갔다.

전각 안에는 오들오들 떨고 있는 궁녀들로 가득했다. 승도는 그의 군대가 전투 중에 저지르기 쉬운 강간과 약탈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만족하며 그녀들을 내버려 두라고 지시했다.

용병들이 여자들을 내버려둔 것은 이례적인 경우에 가까웠다. 승도가 수차례에 걸쳐 황궁에서 강간과 약탈을 저지르지 말 것을 강조한 것이 효과가 있었다.

그는 이 문제에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용병들은 그 고용주의 뜻을 받아들였다.

승도는 이것으로 혹여나 하던 일말의 불안이 씻겨 내려가는 것을 느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황실은 제국의 상징이었다.

그들을 모욕하는 행위는 제국 국민들의 공분을 살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었다.

그는 로망스 황제 시절에 프리지아 왕실에 보였던 잔혹한 처우의 대가로 프리지아 국민들이 그에게 보였던 강렬한 적개심을 너무나 잘 기억하고 있었다.

황실은 필요 이상으로 모욕해선 안 되었다. 정치적으로 그들이 적의 위치에 있다고 해도 말이다.

그는 궁녀들을 후속하는 병사들도 손을 댈 수 없도록 병사 몇을 남겨 전각들을 경계하게 했다.

승도는 내궁을 지나쳐 황궁의 대전에 접어들었다. 황궁의 대전 앞뜰에는 이미 수백의 용병들이 집결한 채 그곳을 포위하고 있었다.

일부는 대전 대신 황제의 침전과 황태후와 황족들의 전각을 공격하느라 자리를 비우고 있었다.

승도가 도착하자 대대장이 나서며 가슴에 한 손을 붙이고 군례를 올렸다.

“오면서 보았습니다. 일 처리가 아주 말끔하게 잘 되었더군요.”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그래. 대전 안에 관료들이 모두 있는 겁니까?”

“확실치는 않지만 대부분이 머무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조금 전에 전령을 하나 보내 저들에게 항복을 제의하며 대전 안의 상황을 살펴 두었습니다.”

대전에 병사들을 진입시키지 않고 항복을 제의한 것은 권좌의 마지막 계단에서 ‘조정을 존중하는’ 최소한의 모습을 지키려는 오승도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이는 다분히 전후에 권좌를 안정적으로 지키려는 계산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승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황제는 있었습니까?”

“발 너머에 황제의 옥좌와 태후의 좌에 사람이 앉아 있는 것은 확인했습니다만, 그 본인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저희는 그들을 본 적이 없어 목소리만으로 그 신분을 아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알겠습니다. 내가 직접 가서 확인하지요. 장교 다섯과 병사 열만 데리고 대전에 들겠습니다.”

어차피 대전 안에는 병사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혹시 모를 환관의 암살 시도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호위를 거느리고 들어가는 것으로 이 정도라면 조정 관료들에게 지나친 위압감을 주지 않는 수준이라 할 수 있었다.

승도가 대전에 들어서자 곧바로 적의 어린 시선이 쏟아졌다. 그중에는 지난날 승도와 한 배에 있었던 대신, 임경문의 시선도 있었다.

그가 앞으로 나서며 승도에게 말했다.

“강주 관리사 대인, 지금 대인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고 있소?”

“잘 알고 있습니다, 대인.”

“알면서도 이 같은 참람한 일을 저질렀단 말이오?”

그의 질책하는 어조에 승도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는 미리 준비한 듯 힘이 실린 어투로 그의 말을 받아쳤다.

“그렇습니다. 이 일은 바로 혁명입니다.”

승도는 노대신의 앞에서 혁명이란 말을 입에 올렸다. 그 말은 그 자신이 모든 것을 바꾸겠다는 선언이었다. 그 한마디에 실린 무시무시한 의미에 장내는 무거운 침묵에 잠겼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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